최고가로 팔 것도 아니면서, 경매로 고기를 파는 이유

호우잔

2023.02.09

브랜드도 진화합니다. 이번 도쿄 위크에서는 2017년에 출간한 <퇴사준비생의 도쿄>에서 소개했던 매장, 공간, 브랜드, 기업 등의 그동안의 변화를 업데이트 해봅니다. 오늘 업데이트 할 경매하는 고깃집 ’호우잔‘입니다.


호우잔은 주말 저녁 8시가 되면 고기의 특수부위를 경매로 판매해요. 원래는 매일 저녁 8시에 진행했는데, 코로나 기간 동안 어쩔 수 없이 경매 방식을 중단했다가 2022년 10월 이후에 부분적으로 다시 개시했죠. 흥미로운 점은 경매를 하는 목적이에요. 특수부위를 최고가에 판매하기 위한 것이 아니에요.


그렇다면 더 비싸게 팔 것도 아니면서 구태여 경매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호우잔 미리보기

 보통의 경매, 그리고 호우잔의 경매

 #1 경매에 참여하지 않는 자 손해

 #2 이익은 남지 않아도 매출은 남는다

 #3 고객의 수준을 높이면 기회가 생긴다

 #4 돈 없는 홍보는 힘이 세다

 재미와 혜택을 거부하는 고객은 없다




불황의 시대에는 절약이 미덕입니다. 중고 판매점이 인기인 이유죠. 하지만 중고 매장이라고 해서 가격으로만 승부하면 경쟁력을 갖기 어려워요. 그래서 일본의 ‘돈돈 다운 온 웬즈데이’는 중고 상품 매매 방식을 차별화했어요. 어떻게냐고요?


우선 이 매장은 중고 상품을 10단계의 가격대로 구분해 각각에 과일 태그를 붙였어요. 포도는 7,000엔, 호박은 5,000엔, 바나나는 4,000엔 등으로 중고 상품의 등급을 매긴 거예요. 물론 중고 상품의 가격을 단순화하기 위한 목적도 있어요. 하지만 돈돈 다운 온 웬즈데이가 가격 등급제를 선택한 건 재미를 더하기 위함이에요.



다양한 품목의 중고상품을 판매하는 ‘돈돈 다운 온 웬즈데이’의 전경입니다. 제품의 종류와 상태에 따라 과일 태그가 붙으며, 팔리지 않은 상품은 매주 수요일 한 단계 낮은 태그로 바뀝니다. ⓒ돈돈 다운 온 웬즈데이


과일 태그가 붙어 있는 상품은 매주 수요일마다 하위 등급의 과일 태그로 바뀌어요. 같은 상품이어도 1주일 뒤에 사면 20~67% 더 싸게 구매할 수 있다는 뜻이에요. 그러면 좀 더 기다렸다가 사는 게 이득 아닐까요? 여기에 게임 요소가 숨어 있어요. 1주일 뒤에 저렴하게 사려다 아예 사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거든요. 계속 생산되는 새 제품과 달리 중고 상품은 공급이 제한되어 있으니까요.


이처럼 판매 방식에 재미를 더하면 경쟁자가 난무하는 영역에서도 눈에 띌 수 있어요. 이번에 소개할 고깃집 ‘호우잔’도 재미를 무기로 삼을 줄 아는 곳이에요. ‘경매’ 방식을 도입해 차별적 경쟁력을 갖췄죠. 이 방식이 왜 고객들에게 재미를 주고, 가게에도 의미가 있는지를 이해하기 위해서 먼저 경매에 대해서 알아볼게요.



보통의 경매, 그리고 호우잔의 경매

쓰키지 수산 시장은 인기 있던 관광지였어요. 각종 해산물을 맛볼 수 있어 관광객이 몰리기도 했지만, 쓰키지 시장을 유명하게 한 건 새벽에 열리는 참치 경매였죠. 생선 소매상, 초밥 전문점, 레스토랑, 슈퍼마켓 등의 사업자들을 위한 판매임에도 꼭두새벽부터 관광객들이 몰렸어요. 수량이 한정적인 참치를 두고 경매를 하는 과정이 볼 만한 재미를 주기 때문이에요.


서로의 눈치를 보며 가격을 부르는 경매에 재미 요소가 있어요. 하지만 경매는 재미를 위해 만들어진 판매 모델이 아니에요. 제품의 수량이 한정적이고 가격을 정하기 어려울 때, 구매자 간 경쟁을 붙여 가장 높은 가격에 판매하기 위해 진행하는 거죠. 방식은 두 가지인데요. 낮은 가격부터 시작해 최고가에 낙찰하는 영국식이건, 높은 가격부터 시작해 가격을 내리며 낙찰가를 정하는 네덜란드식이건 방식은 달라도 경매의 목적은 하나예요. 수익 극대화죠.


경매를 하는 보통의 이유대로라면 호우잔에서 경매를 하는 것도 재미를 더하면서 특수부위를 최고가에 판매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할 수 있어요. 도매상에서 받아올 수 있는 특수부위의 양은 한정적이기 때문에, 이를 더 비싸게 팔 방법을 찾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죠. 하지만 호우잔의 경매는 보통의 경매와 목적이 달라요. 어쩌면 어디에도 없던 파격적인 경매일지도 몰라요.


판매자의 수익 극대화가 아니라 구매자의 만족 극대화. 호우잔의 경매가 보통의 경매와 다른 이유예요. 특수부위의 경매 시작가는 판매가의 10% 수준이에요. 구매자 간 경쟁이 있지만 낙찰가는 판매가의 30~40% 정도에서 정해져요. 구매자 입장에서는 값비싼 특수부위를 3분의 1 수준의 가격으로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거예요. 경매에 참여할수록 손님은 혜택을 얻어가는 셈이에요.



호우잔의 경매 현장 ⓒ호우잔


발상의 전환처럼 보이지만, 호우잔의 선택은 논리적인 결론일 수도 있어요. 고기 마니아라 하더라도 특수부위가 구하기 힘들 정도로 희귀한 것이 아니라면 경매를 통해 시세보다 더 높은 가격에 사 먹을 가능성은 낮아요. 그렇기 때문에 보통의 경매처럼 더 비싸게 팔기 위해 경매를 진행할 경우 호가하는 참여자가 적어지고, 그만큼 경매의 흥미진진함도 떨어지죠. 그래서 호우잔은 고객에게 재미를 주고,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경매를 시작한 거예요.



호우잔의 경매는 가게의 수익이 아닌 손님의 만족을 위해 진행합니다. ⓒ시티호퍼스


그렇다면 호우잔은 경매를 할수록 손해 보는 장사를 하는 것일까요? 겉으로는 손해를 보는 것 같지만, 호우잔의 경매에는 치밀한 전략이 숨어 있어요.



#1 경매에 참여하지 않는 자 손해

호우잔에서 열리는 경매에서 특수부위를 낙찰받는다면 분명 일반 고깃집보다 싸게 먹을 수 있어요. 하지만 경매에 참여하지 않고 주문만 해서 먹는다면 일반 고깃집보다 더 비싼 가격을 치러야 해요. 호우잔이 있는 동네의 고깃집들을 비교해보면, 특선 안심의 경우 경쟁 업체 5곳의 평균이 2800엔인 데 비해 호우잔은 2980엔이에요. 가격이 6% 이상 높죠.


호우잔의 가격 전략은 일반 판매를 통해 더 높은 수익을 챙기고, 경매 판매를 통해 고객에게 돌려주는 방식이에요. 반대로 고객 입장에서 생각하면 일반 주문만 해서 고기를 먹으면 손해고, 경매 참여를 해서 고기를 낙찰받으면 이득이죠. 그래서 경매가 열리면 손님들은 수동적인 자세로 관망하지 않아요. 승자가 되기 위해 적극적으로 손을 들어요. 경매 분위기가 후끈 달아오르고 흥미진진해지는 것은 물론이고요.



#2 이익은 남지 않아도 매출은 남는다

호우잔의 경매는 주말 저녁 8시에 시작해요. 참고로 원래는 매일 저녁 8시에 했는데, 코로나19 팬데믹 때 경매를 중단했다가 2022년 10월부터 부분적으로 다시 개시했어요. 저녁 6~7시경부터 저녁 식사를 시작한다고 하면, 손님들은 어느 정도 배를 채운 다음 경매에 참여하는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경매로 낙찰받는 고기가 아무리 싸다 해도 많이 먹을 수는 없어요. 가격이 싸니까, 경매에 참여해야 이득을 보니까 식사를 마무리하기 전에 맛보기 정도로 특수부위를 구매하죠.



호우잔 킨시쵸점에서는 매일 일정한 시간에 최상등급인 A5등급의 흑모와규 경매를 진행합니다. ⓒ시티호퍼스


반대로 호우잔 입장에서 보면 경매를 통해 판매하는 고기는 추가 매출이에요. 손님들은 이미 배가 부르기 때문에 경매를 하지 않았다면 먹지 않았을 고기를, 경매를 통해 손님들에게 저렴한 가격에 판매할 수 있는 거예요. 판매가의 30~40% 수준에서 낙찰된다면 호우잔 입장에서도 매입 원가만큼은 받는 거라, 이익은 남지 않는다 하더라도 매출을 높이는 데는 도움이 돼요.



#3 고객의 수준을 높이면 기회가 생긴다

고기가 비싸서 못 먹기도 하지만, 알지 못해서 못 먹는 경우도 있어요. 고가의 부위더라도 충분한 설명을 들은 후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손님들은 지갑을 열어요. 하지만 보통의 경우 손님들은 고기를 먹을 때 고기에 대한 설명을 들을 기회가 거의 없어요. 메뉴판에 있는 설명 정도가 접할 수 있는 정보의 전부죠. 비싼 고기에 대한 설명을 한다고 해서 모든 손님이 지갑을 여는 건 아니지만, 설명을 하지 않는다면 지갑을 열 가능성은 더 낮아져요.


호우잔은 이 문제를 경매를 통해 해결했어요. 30분가량 진행하는 경매에서 낙찰은 여섯 번 정도 이뤄져요. 한 번의 경매에 5분이 걸리는 셈이죠. 이 시간의 대부분을 기본 정보, 세부 특징, 최적의 조리 방법 등에 대해 설명해요. 특수부위에 대한 교육의 장으로 활용하는 거예요. 이 과정에서 경매의 승자가 된 손님들은 맛본 고기에 대한 애정을 갖게 될 수 있어요. 또한 승자가 아니더라도 충분한 설명을 들은 손님들은 다음 번에 고기를 먹을 때 직접 주문해서 먹을 수도 있고요.



#4 돈 없는 홍보는 힘이 세다

2013년 11월 오픈 이후, 닛케이를 비롯해 여러 언론 매체가 호우잔을 소개했어요. 호우잔이 언론에 홍보비를 집행해서가 아니에요. 업계 최초로 경매 방식을 도입했다는 점이 화젯거리의 자격을 갖췄기 때문이에요. 도쿄에 수많은 고깃집이 있지만 언론에 주목받는 가게는 손에 꼽혀요. 그만큼 호우잔이 경쟁 업체에 비해 차별적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에요. 언론의 보도는 자연스럽게 손님의 방문으로 이어지죠.


호우잔은 경매를 소재로 언론에 가게를 알리는 건 물론이고, 자체적으로도 경매를 활용해 홍보를 해요. 방법은 간단해요. 경매 진행 현황을 외부 스피커를 통해 실시간 중계하는 거예요. 외부 중계는 호우잔이 지하 1층에 있어 눈에 잘 띄지 않는다는 약점을 보완해주는 역할뿐 아니라, 지나가는 사람들의 흥미를 자극해 잠재고객으로 만드는 역할도 해요. 경매가 모객 측면에서도 효자 노릇을 한다고 볼 수 있어요.



경매를 생중계하여 지하라는 불리한 위치를 극복하고 손님들의 발걸음을 이끕니다. ⓒ시티호퍼스



재미와 혜택을 거부하는 고객은 없다

호우잔의 모기업 ‘하나켄’은 1998년 ‘라멘 반카라’라는 라멘 가게로 시작했어요. 그 당시에도 라멘 가게는 수없이 많았을 텐데 첫 사업으로 라멘을 선택한 거예요. 돼지 뼈로 우려낸 육수와 간장에 대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일본 전역에 30개, 해외에 10개가 넘는 점포를 내며 사업을 궤도에 올렸어요. 또한 ‘미소야 세이비’라는 생야채와 된장 국물을 강조한 두 번째 라멘 브랜드를 런칭했고요. 라멘 사업에서는 음식의 소재와 기본기에 집중해서 살아남을 수 있었죠.


하나켄이 라멘 사업 이후에 진출한 영역이 고기 사업이에요. 라멘에 들어갈 고기를 취급하며 자연스럽게 익숙해진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한 거예요. 고기 사업의 첫 번째 브랜드는 ‘호르몬 하나켄’으로 곱창류를 판매하는 곳이었어요. 하지만 라멘과 달리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웠죠. 그래서 고기 사업의 두 번째 브랜드인 호우잔을 런칭하면서는 경매를 차별화 포인트로 내세웠어요. 소재인 고기 품질과 기본기만으로는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에요.


결과는 성공. 판매자의 수익 극대화가 아니라 구매자의 만족 극대화를 위해 경매를 한 것이 주효했어요. 그리고 겉으로는 손해인 것처럼 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전략을 통해 실속도 챙겼고요. 호우잔은 경매로 효과를 보자, 호우잔보다 앞서 런칭한 브랜드인 호르몬 하나켄에도 경매 방식을 도입했어요. 포화된 시장에서 판매 방식만 차별화할 수 있어도 손님이 몰려든다는 것을 직접 확인해서죠. 호우잔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재미와 혜택을 거부하는 고객은 없지 않을까요.




Reference

 돈돈 다운 온 웬즈데이 공식 홈페이지

 錦糸町に焼き肉バル「ヒレ肉の宝山」-ミートオークション毎日開催, 스미다 경제 신문

 “ライブ系肉料理店”に肉食女子が集う! 立ち食いステーキ、量り売り、解体ショー, Nikkei trendy net

 錦糸町の人気店、ミートオークションで有名な焼き肉バル「ヒレ肉の宝山」の2号店「fillet Bar Houzan ~Ginza Sukiyabashi Stand~ ヒレ肉の宝山 銀座数寄屋橋店」が2014年12月10日にオープン, Tokyo food news online ‘Food stadium’

 주식회사 하나켄 공식 홈페이지

 호우잔 공식 홈페이지

 라멘 반카라 공식 홈페이지

 호르몬 하나켄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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