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키나리 스테이크’의 가격은 일반 스테이크 하우스의 반값입니다. 남는 게 있을까요? 특허를 받은 매장 운영 방식을 보면 스테이크의 가격에도 근거가 있고, 스테이크 하우스의 인기에도 이유가 있습니다.
이키나리 스테이크 미리보기
• ‘고품질 저가격’을 마다할 사람은 없다
• 저렴함의 근거 #1 회전의 속도, 회전율 - 많이, 더 많이
• 저렴함의 근거 #2 회전의 크기, 객단가 - 높게, 더 높게
• 저렴함의 근거 #3 회전의 지속, 재방문 - 자주, 더 자주
• 1인분만큼이나 가치 있는 1그램
일본의 서서 먹는 식문화를 뜻하는 다치구이. 1600년경에 나타난 이 식사 스타일은 짧은 시간에 가볍게 식사를 해결하려는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소바, 우동 등 간편히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서서 먹음으로써 시간을 아끼고 끼니를 때우려는 목적입니다. 식사시간을 아끼는 것은 현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가치입니다. 하지만 오늘날 서서 먹는 이유는 단순히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서만은 아닙니다.
서서 먹는 목적이 과거에는 시간의 절약이었다면 현재는 공간의 절약을 위해서가 더 주요합니다. 서서 먹으면 고객들이 차지하는 공간이 적고, 식사하는 속도가 빠르니 회전율이 높아집니다. 같은 공간에서, 일정 시간 앉아서 먹는 방식보다 더 많은 고객을 받을 수 있으니 비싼 임대료를 상쇄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고객들에게도 혜택이 돌아갑니다. 조금의 불편함을 감수하면 보다 저렴한 가격에 한 끼 식사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다치구이 소바집과 우동집은 한 끼에 300엔 수준으로, 같은 메뉴를 파는 식당들의 절반 가격입니다.
간편하게 식사한다고 해서 메뉴까지 간편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동안은 시간과 공간을 절약해 저렴한 음식을 더욱 낮은 가격에 먹기 위해 서서 먹었다면, 이제는 고급 요리를 합리적인 가격에 먹기 위해 고객들이 서서 먹는 방법을 선택하기 시작했습니다.
‘고품질 저가격’을 마다할 사람은 없다
‘이키나리 스테이크’는 ‘갑자기 스테이크’라는 뜻입니다. 길을 걷다 갑자기 스테이크가 먹고 싶을 때 편하게 들어오라는 의미입니다. 갑자기 먹기에는 스테이크의 가격이 부담스러울 수 있기 때문에 이키나리 스테이크는 파격적인 가격에 스테이크를 제공합니다. 점심시간에 판매하는 점심 세트는 200g의 스테이크 세트를 1100엔에 구성했습니다. 밥과 샐러드, 수프까지 포함된 가격입니다. 점심 세트메뉴가 아니더라도 200g의 스테이크가 1500엔 정도이므로, 일반적인 스테이크 전문점에서 판매하는 가격의 반값으로 스테이크를 즐길 수 있습니다.
스테이크에 밥, 샐러드, 수프까지 포함된 런치세트는 단돈 1100엔입니다. ⓒ시티호퍼스
가격이 저렴하다고 맛까지 저렴한 것은 아닙니다. 이키나리 스테이크에서는 다양한 부위의 품질 좋은 스테이크를 제공합니다. 고기는 규정으로 정해놓은 품질의 고기를 공수해 처리 과정 일체를 표준화했습니다. 매장에서는 손님의 접객부터 계산까지 전 프로세스를 매뉴얼화하여 특허를 냈습니다. 소비자들이 언제 어느 점포에 들러도 일관성 있는 품질의 스테이크를 일관된 방식으로 즐길 수 있도록 설계한 것입니다.
저렴한 가격에 좋은 고기를 먹기 위해서 손님들이 포기한 것은 ‘편함’입니다. 일반적으로 스테이크 전문점에서 편안한 의자를 배치하는 것과는 달리, 이키나리 스테이크에는 의자가 없습니다. 주문도 식사도 모두 서서 합니다. 그럼에도 손님들이 불편함을 감수하고 이키나리 스테이크를 찾는 이유는 저렴한 가격에 좋은 품질의 고기를 먹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키나리 스테이크에서는 의자가 없는 테이블이 기본입니다. ⓒ시티호퍼스
저렴함의 근거 #1 회전의 속도, 회전율 - 많이, 더 많이
이키나리 스테이크의 회전율은 놀랍습니다. 의자를 없앤 것이 주효했습니다. 의자가 없어지니 식사시간이 자연스레 단축됩니다. 이키나리 스테이크의 1인당 평균 식사시간은 30분이 채 안 됩니다. OECD에서 발표한 일본인들의 한 끼 평균 식사시간인 39분보다도 빠릅니다. 스테이크라는 메뉴를 고려한다면 더욱 놀라운 수치입니다. 그래서 긴자점의 경우 공간이 좁지만 하루 평균 고객 수가 500명에 가깝습니다. 이 높은 회전율이 높은 원가율을 상쇄해줍니다.
의자만 없앤다고 효율이 자연스럽게 높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회전율을 높이기 위한 디테일이 가게 곳곳에 숨어 있습니다. 우선은 자리 배치입니다. 테이블 간의 간격을 좁히고 테이블 내의 공간도 줄였습니다. 공간을 알차게 사용하다 보니 일반적인 식당에서 많아야 네 명 남짓 앉을 수 있는 자리에 여섯 명이 서서 식사를 합니다. 혼자 가볍게 식사하러 온 손님들이 식사를 할 수 있도록 벽을 보고 만들어진 바 자리도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게 해줍니다.
보이는 공간만큼이나 보이지 않는 공간의 활용도 회전율을 높이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이키나리 스테이크에서는 손님들이 들고 온 가방, 소지품 등을 효율적으로 보관할 수 있게 하려고 보이지 않는 공간을 적절히 활용합니다. 일반적으로는 짐을 의자에 걸거나 별도의 공간을 마련해 보관하지만 이키나리 스테이크에서는 서서 먹는 식탁 아래 가방걸이를 배치해 남는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합니다. 손님이 서 있는 식탁에는 서랍이 있어 개인용품을 간편하게 보관할 수도 있습니다. 보이는 공간과 보이지 않는 공간 모두가 회전율을 높일 수 있게 디자인됐습니다.
짐을 걸 수 있는 고리와 소지품을 넣을 수 있는 서랍이 있어 공간을 더욱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시티호퍼스
저렴함의 근거 #2 회전의 크기, 객단가 - 높게, 더 높게
매장의 이윤은 회전율이라는 변수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닙니다. 회전율만큼 객단가를 신경 써야 합니다. 회전율만 높고 객단가가 낮다면 비용 대비 충분한 효용을 내지 못한다는 것을 뜻합니다. 100명에게 100원어치씩 상품을 파는 것과 1명에게 1만 원어치 상품을 파는 것은 결과적으로 같지만, 투입되는 비용에 차이가 납니다. 물론 스테이크 자체가 객단가가 높은 상품이기에 비싸게 팔면 이키나리 스테이크도 고민할 필요가 없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이키나리 스테이크가 고가의 스테이크를 낮은 가격에 팔기로 한 이상 객단가를 높일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이키나리 스테이크의 객단가는 스테이크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스테이크와 함께하는 페어링 제품으로부터 나옵니다. 우선 저렴한 야채 세트를 준비해 고객들의 구매를 유도합니다. 브로콜리, 감자, 옥수수 등을 100엔에 팔아 부담 없이 추가할 수 있게 했습니다. 또한 고기를 먹는 데 술이 빠질 수는 없습니다. 식사 중 마실 수 있는 와인은 잔당 500엔, 하이볼은 400엔 등 짧은 시간 내에 가볍게 마실 수 있는 한 잔 분량의 술을 적절한 가격에 판매합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고기를 먹으면서도 건강을 생각하는 고객들을 위해 식사 후에 마실 수 있는 지방 분해가 잘되는 소화 음료를 팔고, 집에서도 스테이크를 먹는 고객들을 위해서 계산대에 스테이크 소스를 배치합니다. 벽에 붙은 메뉴들은 고객의 시선을 끌어 페어링 제품에 대한 추가 주문을 유도하도록 디자인되어 있습니다.
스테이크와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추가 메뉴들을 이용해 객단가를 높입니다. ⓒ시티호퍼스
식사의 시작부터 끝까지 객단가를 높이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는 것입니다. 이러한 노력을 바탕으로 이키나리 스테이크의 평균 객단가는 1인당 2000엔에 다다릅니다. 회전율도, 객단가도 모두 잡았습니다.
저렴함의 근거 #3 회전의 지속, 재방문 - 자주, 더 자주
“고객이 또 오게 하고, 올 때 친구를 데리고 오게 한다면 요식업은 망할 리 없다.”
일본 이자카야 업계의 전설로 불리는 우노 다카시가 《장사의 신》에서 밝힌 성공 비법입니다. 뻔한 조언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고객 재방문에 대한 우노 다카시의 통찰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이키나리 스테이크에서도 스테이크의 굽기 이상으로 단골손님들의 재방문에 신경 쓰고 있습니다. 혜택이 남다른 멤버십 제도를 통해서입니다.
이키나리 스테이크의 멤버십은 고기의 등급만큼이나 체계적입니다. 일반회원, 골드회원, 플래티넘회원, 다이아몬드회원으로 구분합니다. 물론 등급을 올리기가 쉬운 일은 아닙니다. 가장 높은 단계인 다이아몬드회원이 되려면 누적 100kg 이상의 스테이크를 먹어야 합니다. 한 끼에 평균 200g을 먹는다고 가정하면 500번 이상 방문해야 가능한 등급입니다. 골드회원이 되기 위해서도 3kg 이상은 먹어야 합니다.
멤버십 관련 현황이 가게 벽면에 붙어 있습니다. 회원수, 지점별 순위, 우수 고객 등에 대한 정보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시티호퍼스
등급을 올리기는 어렵지만, 일단 올리고 나면 확실한 혜택을 보장합니다. 최고 등급인 다이아몬드회원이 되면 10만 원짜리 무료쿠폰, 생일에 원하는 스테이크 2인분 무료, 방문할 때마다 드링크 한 잔이 무료입니다. 보상이 확실하니 고객들의 충성도가 저절로 높아집니다. 든든한 단골손님들을 바탕으로 이키나리 스테이크는 2016년 말 기준 105개 지점, 31만 2240명의 회원 수를 자랑합니다. 다이아몬드회원도 36명이나 됩니다.
1인분만큼이나 가치 있는 1그램
이키나리 스테이크의 주문법은 조금 특별합니다. 고객들은 웨이터가 아닌 요리사에게 주문을 합니다. 원하는 고기의 부위를 1g 단위까지 얘기하면 요리사는 그에 맞춰 고기를 썰어 저울에 올립니다. 일반적으로 주방의 저울은 요리사의 것이지만, 이키나리 스테이크에서의 저울은 소비자의 특권입니다. 가게가 팔고 싶은 만큼의 고기 양이 아닌 고객이 먹고 싶은 만큼의 고기 양을 정하기 때문입니다.
손님들은 직접 요리사에게 본인이 먹고 싶은 고기의 양을 1g 단위로 주문합니다. ⓒ시티호퍼스
보통의 스테이크 전문점에서는 고객이 아니라 가게에서 고기의 양을 결정합니다. 가게가 정한 1인분의 기준에 맞춰 스테이크를 판매하면 운영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고기를 미리 준비해놓을 수도 있고 고기 양을 예측하기도 편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키나리 스테이크에서는 가게가 아니라 손님이 고기의 양을 결정합니다. 손님은 자신의 지갑 사정에 따라 가장 높은 효용을 주는 스테이크의 무게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키나리 스테이크 입장에서도 모든 고객에 일일이 대응해야 하는 불편함은 있을 수 있지만 손해는 아닙니다. 200g, 300g 등의 단위로 판매하면 240g을 먹고 싶어 하는 고객은 200g을 택할 가능성이 큽니다. 40g의 수요를 놓치게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1g 단위로 판매하면 고객의 숨어 있는 수요까지 매출로 연결할 수 있습니다. 매출 증대에 가치 있는 역할을 합니다.
이키나리 스테이크에는 의자가 없지만 불편함을 감수하고 스테이크를 즐기려는 손님들의 의지가 있습니다. 고급 스테이크를 저렴하게 먹고 싶어 하는 손님들이 존재하는 한, 그리고 그것을 위해 불편함을 기꺼이 감수하려는 의지가 있는 한 이키나리 스테이크의 저울은 멈추지 않고 손님들 스테이크의 무게를 잴 것입니다.
Referenc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