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은 이제 패션이에요. 눈이 나빠서 쓰거나, 햇빛을 가리기 위해서 쓰는 등 기능적인 목적을 넘어 새로운 용도로도 쓰이고 있죠. 그런데 다시 기능적인 부분에 주목하면서 안경 산업의 새지평을 연 안경 브랜드가 있어요. 바로 프랑스 파리에 본사를 둔 ‘이지피지’예요.
이지피지는 '삶의 모든 순간을 위한' 안경 브랜드예요. 노트북으로 일할 때는 눈의 피로를 막아주는 '스크린 안경'을, 뜨거운 햇빛 아래서 운동할 때는 빛의 투과율을 낮춰주는 '스포츠 안경'을, 잠에 들 때는 멜라토닌 분비를 도와주는 '슬리핑 안경'을 쓸 수 있게 안경을 세분화하고 맥락에 맞는 안경을 제안하죠. 기능성도 출중한데 디자인도 놓치지 않아요. 안경이 패션이라는 걸 모르지 않으니까요.
성장세는 어마어마해요. 연평균 성장률이 30%이고, 유럽을 넘어 미국과 아시아의 7,000여 개 도소매점으로 뻗어나가고 있죠. 물론 단순히 아이디어와 트렌디함만으로 이런 궤도에 오른 건 아니에요. 이지피지에는 오랫동안 소수의 명품 거인들이 독식해 왔던 패션 안경 시장의 물길을 바꾼 4가지 비법이 있어요.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랄까요.
이지피지 미리보기
• #1. 도매 유통으로 잡은 세 마리 토끼, ‘프레스티지’, ‘매스 마켓’, ‘글로벌’
• #2. 잠들 때, 일할 때, 독서할 때 쓰는 안경은 달라야 합니다
• #3. 신생 안경 스타트업이 제품에 트렌드를 끼얹는 법
• #4. 프로 선수들의 애정과 쓴소리가 담긴 특별한 안경
• 삶의 모든 순간을 위한 안경, 모든 이의 삶을 위한 안경
2021년 미국 영부인 질 바이든이 한 연단에 섰습니다. 호피 무늬 같은 베이지 색 테두리에 검은 점들이 박힌 안경을 쓴 채였죠. 몇달 뒤 바이든 여사가 또 다른 연단에 올랐는데 이번엔 회색 빛이 도는 뿔테 안경을 썼어요. 궁금증이 생긴 미국 사람들은 안경을 파헤치기 시작합니다. 알고 보니 할리우드 스타 기네스 팰트로와 마크 러팔로, 사라 제시카 파커 등도 이 안경 브랜드를 애용하고 있네요. 단돈 40달러. 5만원이 조금 넘는 저렴한 가격에 말이에요.
ⓒlou lou boutiques
유명 인사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 안경은 프랑스 파리에 본사를 둔 매스티지 브랜드 '이지피지(IZIPIZI)'예요. 매스티지는 대중(매스) 시장과 명품(프레스티지)의 만남을 뜻해요. 중저가 브랜드가 명품의 이미지를 업고 준명품, 데일리 럭셔리로 포지셔닝되는 것을 뜻하죠.
2010년, 프랑스 리옹에는 24살 동갑내기 세 친구가 있었어요. 프랑스는 슈퍼마켓이나 약국에서 값싼 돋보기 안경을 판매하는데, 그들은 여기서 사업 기회를 발견했어요. 고가의 안경과 그다지 섹시하지 않은 15유로짜리 돋보기 안경 사이에는 빈틈이 있었죠. 바로, 고급스러운 안경을 구매하고 싶다는 대중의 욕구였어요.
'티쏘, 해밀튼, 오메가 등 다양한 매스티지 브랜드를 거느린 '안경계의 스와치'를 만들어보자!'
이지피지 공동창업자 쿠엔틴 쿠튀리에, 자비에 아게라, 샤를 브륀 ⓒIZIPIZI
세 젊은이는 ‘안경계의 스와치’라는 목표를 세운 뒤 먼저 상품 개발에 착수했어요. 슈퍼마켓과 약국에서 봤던 돋보기 안경을 '트렌디하고 섹시한 리딩(Reading, 독서)용 안경'으로 탈바꿈시켰죠. 좋은 반응을 얻자 더 멋지고 더 편리한 안경을 선사하고 싶다는 열망이 커졌어요.
장시간 스크린에 노출되는 어른들을 위한, 자외선에 취약하고 빨리 크는 아이들을 위한, 야외 활동을 즐기는 사람과 운동 선수를 위한 상품을 다변화시키기에 이릅니다. 그렇게 이지피지는 '인생의 모든 순간을 위한 안경'으로 성장했어요.
오랫동안 까르띠에, 구찌, 펜디 등 소수의 명품사가 지배해 온 견고한 패션 안경 시장은 서서히 깨지기 시작했어요. 이지피지의 최근 5년간 연평균 성장률은 30%에 달하고, 이제는 90개국 7,000여 개 매장에서 이지피지를 만날 수 있죠. 그것도 동네 안경점이 아니라 프랑스의 메르시, 독일의 카데베와 해러즈, 영국의 셀프리지, 일본의 이세탄 백화점 같은 감도 높은 매장에서 말이에요. 작은 스타트업 이지피지가 시장의 물길을 바꿀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이었을까요?
#1. 도매 유통으로 잡은 세 마리 토끼, ‘프레스티지’, ‘매스 마켓’, ‘글로벌’
창업자 샤를 브륀(Charles Brun)과 쿠엔틴 쿠튀리에(Quentin Couturier), 자비에 아게라(Xavier Aguera)는 저비용 돋보기에 대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상했을 때 디자인과 품질 만큼이나 유통을 재고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이들은 돋보기 안경에 '리딩'이라는 새 라벨을 붙인 것처럼 유통망을 재창조하기로 결정했죠.
ⓒWarby Parker
여기서 잠깐 2010년대 이후 나타난 혁신 아이웨어 브랜드들을 살펴볼까 해요. 명품 안경보다 저렴한 가격에 상품을 제공하지만, 준명품에 해당하는 이미지를 갖고 있는 브랜드들이에요. 먼저 미국의 와비파커는 온라인 경험을 강화해 기존 오프라인 중심의 안경 시장을 뒤흔든 기업이에요. 홈페이지에서 5개의 안경테를 고르면 집으로 배송을 보내 주죠. 고객은 마음에 드는 안경들을 빼고 반송하면 되는데 배송비는 무료예요. 오프라인에 진출한 뒤에도 와비파커는 구매를 촉구하기보다 고객들이 편하게 안경을 둘러볼 수 있도록 매장 공간을 설계했어요.
ⓒ젠틀몬스터
한국의 젠틀몬스터는 공간 디자인으로 럭셔리의 이미지를 끌어올린 사례예요. 매장 1층 혹은 2층까지 미래지향적이면서도 독특한 설치 예술품으로 채워 넣고, 그 다음 층으로 올라가서야 제품을 볼 수 있도록 했죠. 안경점보다는 갤러리에 온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데, 마치 안경이 하나의 예술품처럼 느껴지는 효과가 생기죠.
온라인 몰을 중심으로 발전해 오프라인으로 뻗어나간 와비파커, 매장의 예술적인 컨셉을 강조한 젠틀몬스터는 모두 D2C(소비자 직접 판매) 비즈니스로 성공을 일궜어요. 반면 비슷한 포지셔닝의 프랑스 이지피지는 시작부터 큰 그림을 그리지는 않았어요. 처음엔 작은 안경점과 편집숍 등에 안경을 도매로 판매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했죠.
ⓒIZIPIZI
그러다 2013년 파리의 유명 편집숍 꼴레뜨에 입점하게 돼요. 가격에 대해 의문을 가졌던 꼴레뜨를 설득해 저렴한 가격 태그를 지킬 수 있었죠. 그런데 입점 일주일 만에 모든 제품이 팔려나갔어요. 이때부터 '시크한 안경을 매력적인 가격에 판매하는 안경 브랜드'로 입소문이 나면서 이지피지는 빠르게 성장하기 시작해요.
파리의 메르시 편집숍과 르봉 마르셰 백화점, 런던의 셀프리지와 해러즈 백화점, 독일의 카데베 백화점, 밀라노의 리나센테, 도쿄의 이세탄 백화점, 뉴욕의 블루밍데일즈 백화점과 MoMA 디자인 스토어 등에 이지피지가 들어서죠. 최고의 브랜드가 모여 있는 엄선된 매장에 들어간 안경 브랜드에 패션의 신뢰성이 따라붙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어요. 이지피지 안경을 쓰는 인플루언서와 유명 인사도 덩달아 늘어났죠.
이처럼 이지피지는 도매 유통을 통해, 고객을 직접 만나지 않고도 프레스티지 이미지를 가질 수 있었어요. 그리고 이 방식은 해외 진출에도 적합했죠. 2022년 기준 이지피지 매출의 75%는 해외에서 이루어지고 있어요. 그 중 도매가 차지하는 비중은 70%, 전자상거래는 25% 정도예요. 이지피지는 고객 경험을 강화하기 위해 프랑스, 영국, 벨기에, 크로아티아 등에 자체 매장을 열었는데 여기서 나오는 매출 규모는 5% 정도예요.
ⓒIZIPIZI
고객들이 브랜드에 몰입해 같이 놀 수 있는 생태계, '브랜드 유니버스'를 위한 준비는 마쳤어요. 이제 보다 많은 사람이 이지피지를 가깝게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더 확실하고 강력한 무기가 필요했죠. 그래서 2017년에 이지피지는 선글라스, 스크린 안경, 스포츠 안경, 키즈 안경을 매우 빠르게 출시해요. '삶의 모든 순간을 위한 안경'이라는 새로운 핵심 가치와 함께 말이죠.
#2. 잠들 때, 일할 때, 독서할 때 쓰는 안경은 달라야 합니다
이지피지는 빠르게 상품을 늘려갔어요. 초기에 이지피지의 시작을 알린 리딩(READING) 외에 스크린(SCREEN), 키즈(KIDS), 슬리핑(SLEEPING), 썬(SUN), 스포츠(SPORTS)용 안경을 만들었죠. 안경을 쓰는 다양한 용도를 중심으로 상품을 개발한 거예요.
그런데 각 상품 밑에 또 다른 하위 카테고리가 나타납니다. 리딩 안에 '리딩 스크린', '리딩 썬'이 있고, 썬 안에는 '편광 썬', '글래시어', '스윗 선셋' 등이 있는 식이에요. 키즈를 누르면 0-9개월, 3-5살, 영 어덜트(11-16세) 썬, 영 어덜트 스크린 등으로 연령대에 따라 안경이 나뉘어지고요.
ⓒIZIPIZI
이건 대체 뭘까요? 이지피지는 안경을 쓰는 용도와 더불어 사람이 나이를 먹고 살아가면서 마주하게 되는 눈 건강과 관련한 문제를 정의했어요. 그리고 리딩, 스크린, 키즈, 슬리핑, 썬, 스포츠 등 큰 범위의 분류와 결합했죠. 이지피지가 짚어낸 문제들은 무엇인지, 이지피지는 그걸 어떻게 해결하는지 한번 살펴볼게요.
① 블루라이트
평균적으로 성인은 일주일에 50 시간을 스크린에 소비합니다. 하루의 3분의 1 에 해당하는 시간이에요. 이때 디지털 화면에서는 청색광이라는 높은 에너지의 가시광선이 나와요. 눈물막, 각막, 수정체, 유리체 등 눈의 자연적인 필터로는 차단되지 않아 직접 닿았을 경우 상당히 치명적이죠. 잘 흩어지는 빛의 특성 때문에 눈의 피로는 가중되고, 피부 표피 속 진피층까지 침투해 검버섯과 기미를 유발하기도 해요. 백내장의 원인이 되기도 하고요. 이지피지의 스크린 안경은 청색광을 40% 걸러내 눈의 피로와 자극, 두통을 줄여 주죠.
② 아이들을 위한 선글라스
프랑스 키즈 브랜드 봉쁘앙(Bonpoint)과 협업한 키즈 선글라스 ⓒIZIPIZI
이지피지는 갓 태어난 아기도 쓸 수 있는 안경을 만들어요. 굉장히 약하고 말랑말랑한 아기의 얼굴 뼈를 고려해서죠. 특히 아기는 뺨이 튀어나와 있고 비강이 작아요. 그리고 종종 위를 올려다보죠. 이지피지는 이런 특성을 고려해, 아기가 성장함에 따라 유연하게 늘어나는 안경 프레임을 설계했어요. 대부분의 안경 프레임으로 쓰는 폴리카보네이트보다 더 유연한 소재인 TPE-E를 사용해, 부드러우면서 견고한 프레임을 구현했죠. 플라스틱을 제조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합성 화합물 BPA와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유해한 화학 성분 비스페놀 A는 사용하지 않았어요. 입에 물건을 자주 집어넣는 아이들을 위한 세심한 배려죠.
③ 슬리핑 렌즈
ⓒIZIPIZI
우리의 뇌는 눈을 통해 밤과 낮을 구별해요. 해가 지면 잠들기 위해 멜라토닌을 분비하는데, 이 멜라토닌은 시신경에 들어오는 빛의 양에 따라 분비량이 조절되죠. 하지만 인공 조명이 들어오면, 눈은 밤이 되었다는 걸 인지하지 못해요.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을 달고 사는 사람들이 쉽게 잠들지 못하는 이유죠. 이지피지는 GoodNight© 렌즈 기술을 통해 인공 빛을 차단하고 멜라토닌의 자연 생성을 촉진하는 안경을 만들었어요. 15일 동안 취침 2시간 전에 슬리핑 안경을 착용하면 수면 문제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강조하죠.
④ 편광 렌즈
빛은 한 가지 방향만 존재하지 않아요. 사방의 빛이 굴절되어 우리 눈에 들어오는데, 저마다 각도가 달라요. 편광 렌즈는 이런 빛의 한쪽 방향을 차단해 빛 번짐을 막아주는 걸 뜻해요. 빛의 강도는 물이나 젖은 도로에서 20%, 모래에서 30%, 하얀 눈 위에서 90% 강해지죠. 이지피지는 편광 렌즈를 통해 운전과 스포츠 활동을 하는 사람, 또는 야외에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에게 효과적인 안경을 제공해요.
이 외에도 노안과 야외 활동 등 이지피지는 눈 건강과 관련한 문제를 6가지로 정의했어요. 그리고 세심하게 상품군을 늘려나갔죠. 이지피지는 누구에게나 개인에게 최적화된 안경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렸어요. 심지어 생애주기에 따라, 디지털 화면을 얼마나 자주 보는지에 따라, 어떤 환경에서 주로 활동하는가에 따라 각각 다른 성능의 안경과 렌즈를 선보였죠. 마치 빛의 스펙트럼이 다양한 것처럼요. 이지피지의 실험은 여기서 끝나지 않아요. 용도와 기능을 넘어, 모양과 색상의 스펙트럼을 펼치기 시작하죠.
#3. 신생 안경 스타트업이 제품에 트렌드를 끼얹는 법
이지피지에는 #A부터 #L에 달하는 라인이 있어요. 특징이 뚜렷한 안경테 디자인을 자체적으로 구분해 알파벳으로 표시한 거예요. 예컨대 #A는 얇고 둥근 모양, #B는 우아하고 클래식한 직사각형 모양, #D는 둥글고 유행을 타지 않는 베스트 셀러, #L은 직사각형의 오버 사이즈 안경을 뜻해요. 모든 제품은 성별을 가리지 않으며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유니섹스를 지향하고요.
ⓒIZIPIZI
색상으로 가면 선택 사항은 더 풍부해져요. 블랙과 화이트, 옐로우와 레드 등 기본적인 색상 외에도 옐로우 허니, 네이비 블루, 로지 레드, 카키 그린, 세이지 그린, 에버 그린, 와일드 브라이트, 페일 핑크, 라이트 그레이, 오일리 화이트까지 생소한 이름이 가득하죠. 이 색상들은 산성색이라 불리는 애시드 계열 컬러들로, 개성 있고 톡톡 튀는 느낌이 들어요. 2020 S/S 시즌 패션에서부터 유행하기 시작했는데, 이지피지는 이렇게 트렌디한 형태와 애시드 컬러로 시대에 발맞추며 새로운 안경에 대한 니즈를 수용하고 있어요.
ⓒIZIPIZI
또한 2021년 11월에 이지피지는 뉴욕 MoMA의 디자인 스토어와 컬래버레이션한 안경을 출시했어요. 유행하는 다종다양한 컬러를 일차원적으로 소개하는 것을 넘어 색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전했죠. 바로 '예술'과의 결합을 통해서예요. 이지피지와 MoMA는 색에 대해 자신만의 고유성과 해석을 가진 세 명의 아티스트를 오마주했어요.
"노란색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이건 태양을 상징하는 색이에요(How lovely yellow is! It stands for the sun)." - 빈센트 반 고흐
"파란색은 일상의 단조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Blue means you have left the drabness of day to day reality)." - 루이스 부르주아
"바람이 창문을 통해 저에게 새로운 색을 줬습니다(The wind has given me new colors through the window panes)." - 알마 토마스
차례대로 ‘언리얼 블루’, ‘선플라워 옐로우’, ‘윈디 베이지’ 선글라스. 알마 토마스는 자연의 색을 작품에 많이 담았는데 모래 바람 같은 베이지 색상에 유독 관심이 많았다고 해요. ⓒMoMA Design Store
이지피지와 MoMA 디자인 스토어는 빈센트 반 고흐, 루이스 부르주아, 알마 토마스가 남긴 말에서 영감을 받아 각각 '선플라워 옐로우', '언리얼 블루', '윈디 베이지' 색상의 안경을 선보였어요. 세 작가의 작품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안경 자체에는 관심이 없을지 몰라도 이지피지와 MoMA의 컬래버레이션에는 관심을 가질 수밖에요. 세 예술가의 영혼, 철학, 비전을 현실 세계로 불러낸 안경이니까요. 이렇게 하니 색의 차원이 높아지고 같은 색이라도 달라보이죠.
#4. 프로 선수들의 애정과 쓴소리가 담긴 특별한 안경
2017년에 이지피지가 '삶의 모든 순간을 위한 안경'이라는 핵심 가치를 설정했다고 설명드렸죠? 같은해, 다양한 용도의 안경과 함께 스포츠 분야에도 진출해요. 스포츠는 우리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필수적인 부분이기 때문이죠. 이지피지는 자외선 차단 기능은 기본으로 탑재하고, 날씨에 따라 스포츠 안경을 세분화했어요. '모든 날씨용’, '좋은 날씨용’, '적은 빛용'으로요. 또 그 안에서 VLT(빛 투과율)을 6%부터 49% 사이로 세밀하게 나눴어요. VLT가 낮을수록 빛이 렌즈를 덜 투과해 눈부심을 방지할 수 있고, 반면 높을수록 시야가 좋아지죠.
눈 위에서 스키/스노우보드 Black Good Weather 고글을 썼을 때의 차이 ⓒIZIPIZI
이지피지의 스포츠 안경은 계속 발전해요. 알피니즘, 스키/스노우보드, 사이클링, 트래킹, 러닝/트레일, 골프, 서핑이라는 카테고리가 생기죠. 그리고 '이지피지 프로 팀'이 설립됩니다. 이지피지 프로 팀은 쉽게 말해 이지피지의 고글을 쓰고 뛰는, 이지피지의 후원을 받는 선수들이에요. 프리 다이빙, 서핑, 스키, 패러글라이딩, 마운틴 바이킹 등 다양한 분야의 선수들이 속해 있어요.
하지만 이지피지와 선수들은 단순한 파트너십 관계가 아니에요. 선수들이 직접 피드백을 주고 안경 개발에 관여하거든요. 스키 선수 케빈 구리(Kevin Guri)는 이지피지 고글을 통해 선명한 시야뿐 아니라 김서림 문제, 다른 선수와 충돌할 때 흔들림 등을 해결할 수 있었다고 해요. 그는 제품 개발 초기 단계부터 건설적인 피드백을 제공하면서, 이지피지 브랜드 팀과 확고한 신뢰 관계를 쌓았어요. 시제품이 나오면 직접 테스트도 해보았죠.
(좌)제니스 모델 / (우)스피드 모델 ⓒIZIPIZI
'제니스'와 '스피드' 선글라스는 서퍼 폴린 아도(Pauline Ado)와 소치 올림픽 동메달리스트 스키어 케빈 롤랑(Kevin Rolland)의 지원을 받아 개발된 제품이에요. 제니스는 밝은 빛으로부터 눈을 보호하고자 하는 트래킹 선수들을 위해 만들어졌어요. 스피드는 자전거, 패러글라이더 등 빠른 속도를 요하는 운동 선수들을 위한 것이죠. 두 모델 모두 프레임의 45%가 바이오 기반 소재로 구성되어 있고, 고성능 폴리아미드 소재로 제작되어 유연하고 가벼우며 뛰어난 내구성을 자랑해요.
이지피지의 고글을 쓴 선수들은 슬로프 안팎에서 이지피지를 대표하는 기분을 느껴요. 그리고 이지피지는 이 앰배서더 선수들을 통해 이미지를 만들고 계속해서 더 많은 고객을 끌어모으죠. 이는 브랜드와 인플루언서 간 협업 모델인 B2B2C 비즈니스 모델의 일부를 차용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어요. 여기서 B2B2C는 인플루언서 모델이 단순히 광고비를 받고 제품을 홍보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제품을 판매하고 수익의 일부를 가져가는 형태를 뜻해요. 이로써 모델은 더욱 큰 책임과 열정을 담아 브랜드를 소비하고, 홍보할 수 있죠. 제품 개선에도 목소리를 낼 수 있고요.
이지피지의 앰배서더 스키어 케빈 롤랑 ⓒIZIPIZI
이지피지 프로 팀의 선수들은 일반적인 B2B2C 비즈니스 모델처럼 고글 판매 수익의 일부를 가져가는 것은 아니지만, 이들은 B2B2C의 인플루언서들 못지 않은 책임감과 열정을 느껴요. 스폰서십이라기보다 파트너십이기 때문에 단순히 후원을 받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적극적으로 제품 개발에 관여하는 거예요. 이들의 진정성에 힘입어 이지피지의 스포츠 안경 매출은 고공 행진 중이에요. 2025년까지 스포츠 카테고리가 전체 매출의 30%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되죠.
많은 사람들은 아직까지 이지피지를 안경 브랜드로만 알고 있지만, 이지피지는 ‘우리는 훨씬 더 많은 것을 대표한다’고 말해요. 스키를 타는 가족부터 오지를 즐기는 탐험가, 월드 투어에서 경쟁하는 선수들까지 이지피지는 모두를 위한 곳이라고요. ‘모두를 위한 곳’이라는 사명에 걸맞게 이지피지의 발걸음이 향하는 곳은 매출과 성장이라는 ‘원웨이’가 아니에요. 조금은 느리고 손해를 볼 수도 있는 또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죠.
삶의 모든 순간을 위한 안경, 모든 이의 삶을 위한 안경
이지피지의 안경은 프랑스에서 디자인되지만, 생산과 제작은 최고의 노하우를 보유한 대만의 공장에서 진행하고 있어요. 품질에 자신이 있는 이지피지는 이제 ‘How’에 집중해요. 어디에서 생산하느냐가 아니라, 바로 ‘어떻게 생산할 것인가’라는 문제에 답을 찾고 있는 거예요.
이지피지는 2023년 말까지 항공 운송 비중을 3%로 줄이겠다는 비전을 가지고 있어요. ⓒIZIPIZI
이지피지는 2023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50%, 항공 운송 비중을 3% 감축하겠다는 비전을 발표했어요. 이를 위해 2021년부터 유럽으로 제품을 배송할 때 탄소 배출에 대한 상쇄 솔루션을 제공하는 파트너와 협력하고 있죠. 고객은 온라인에서 주문할 때 운항 배송과 육지 배송을 선택할 수 있어요. 육지 배송의 경우 운항 배송보다 속도는 느리지만 착한 소비를 지향하는 소비자들에겐 충분히 매력적인 선택지가 돼요. 또 주문 시 단 2유로만 추가하면 유기농 천으로 만든 재생 가능한 포장지도 선택할 수 있어요.
제품의 원료에 대한 친환경 정책도 적용해 나가고 있는 중이에요. 이지피지는 2023년 말까지 제품의 30%를 식물 기반의 바이오 성분으로 만들겠다는 방침이에요. 그만큼 화석 연로에 대한 의존도는 낮아지게 되죠. 앞서 설명한 혁신적인 제품, 제니스와 스피드 모델 모두 이미 45%의 피마자유 신소재로 생산된 제품들이에요.
2010년에 슈퍼마켓과 약국에서 저비용 안경에 대한 시장을 발견했을 때부터, 세 창업자는 '안경을 보는 방식’을 바꾸겠다는 자신들의 목표를 점진적으로 실천해 왔어요. 노인들을 위한 돋보기 안경을 감각적인 독서용 안경으로 리포지셔닝했죠. 그리고 안경을 쓰는 용도와 살면서 마주하게 되는 눈 건강과 관련한 문제들을 정교하게 엮어 자외선 보호, 수면 개선, 야외 활동, 아기와 어린이를 위한 안경을 만들었어요. 그리고 이제는 내일을 더 좋게 만들기 위해 걸어가고 있죠.
삶의 모든 순간을 위한 안경, 이지피지의 이 핵심 가치는 한번 더 업그레이드된 것 같아요. 삶의 모든 순간, 모든 이에게 미소를 선사하겠다는 당찬 포부로 말이에요.
Reference
• How Paris-Based IZIPIZI Eyewear Has Charmed Hollywood, PARASIDE
• Mackenzie Moran, IZIPIZI breaks into US market with high-performance eyewear, Ski-Racing
• Surf. Pauline Ado : « Je ne me suis jamais résolue à renoncer, jamais », Outside
• Florence Saugues, Lunettes-loupes de lecture : Izipizi la vue en grand, PARIS MATCH
• LIMEI HOANG, How Direct-to-Consumer Brands Are Disrupting the Global Eyewear Business, BO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