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즈 공화국 프랑스에, 최초의 비건 치즈로 혁신을 더한다

재이 앤 조이

2022.12.23

비건은 트렌드가 아니라 하나의 라이프스타일이에요. 일시적으로 지나갈 현상이 아니라는 거죠. 그런데 이러한 채식의 범주는 넓고 다양해요. 


고기, 생선, 달걀, 유제품을 먹지 않을 뿐더러 동물 착취로 얻은 가죽이나 화장품 등도 소비하지 않는 ‘비건(vegan)’부터 채식을 지향하나 때에 따라 육류와 생선을 먹는 ‘플렉시테리언(flexitarian)’까지. 그 사이엔 채식을 하나 달걀을 제외한 유제품까지는 허용하는 ‘락토(lacto)’나 달걀까지 허용하는 ‘락토 오보(lacto ovo)’가 있고요.


차이점이 보이나요? 고기, 달걀, 유제품 등 어떤 음식까지를 먹고 안먹고에 따라 달라지는 거예요. 태어날 때부터 채식을 했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았던 사람들이 식습관을 바꾸는 데는 단계와 시간이 필요하죠. 사람들이 비건 라이프스타일을 더 제대로 즐기려면 기존 음식을 대체할 수 있는 제품이 늘어나야 해요. ‘치즈 공화국’ 프랑스에서 최초로 비건 치즈를 선보인 ‘재이 앤 조이’가 그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죠.


재이 앤 조이 미리보기

 창업으로 이어진 비건 부부의 치즈 사랑

 치즈와 매칭시켜 치즈의 자리를 대체한다

 히트 제품보다 미트 음식을 밀어내는 라인업이 중요하다

 비건 치즈가 아니라 비거니즘을 큐레이션한다

 비거니즘에 접근하는 비즈니스의 자세




“비건이란 단순 채식주의자가 아니다. 비건은 동물로 만든 제품의 소비를 거부하는 사람이자 소비자운동이다.”


아무튼, 비건: 당신도 연결되었나요?》에서 설명하는 비건의 정의예요. 그리고 나의 비거니즘 만화: 어느 비건의 채식&동물권 이야기에서는 비거니즘을 이렇게 말하고요.


“비거니즘이란 종 차별을 넘어 모든 동물의 삶을 존중하고, 모든 동물의 착취에 반대하는 삶의 방식이자 철학이라고 할 수 있어요.”


종합해 보자면, 비거니즘은 단순히 건강이나 취향 때문에 채식을 지향하는 게 아니에요. 굳건한 가치관에 뿌리를 두고 있는 라이프스타일 자체인 거죠. 따라서 비건인 사람이 운영하는 브랜드의 경우 자사 제품의 매출을 올리는 것만이 아니라, 비거니즘의 확장도 사업의 장기적 목표로 삼는 경우가 많아요. 2015년에 탄생한 프랑스의 첫 비건 유제품(creamery) 브랜드인 재이 앤 조이(Jay&Joy)처럼요. 



창업으로 이어진 비건 부부의 치즈 사랑

프랑스는 자타공인 ‘치즈 공화국’이에요. 이러한 프랑스에 비건 치즈가 등장하게 된 건, 매리(Mary)와 에릭(Eric) 부부의 개인적인 니즈 때문이었어요. 일찍부터 채식을 했던 부부는 다른 건 몰라도 치즈 때문에 비건이 되기 힘들다는 고민이 있었어요. 오랜 고민은 매리를 움직이게 했어요.


2014년, 그는 자신의 부엌을 실험실 삼아 식물성 재료로 만든 치즈를 연구하기 시작했어요. 그러더 중, 매리와 에릭은 비건이거나 비건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 중 같은 고민을 하는 이들이 많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연구의 목표가 개인적인 소비에서 브랜드 창업으로 업그레이드되는 순간이었죠.


부부는 치즈 생산자, 치즈 아카데미, 그리고 각종 쿠킹 클래스를 찾아다니며 치즈를 만드는 정통 기술을 배웠어요. ‘치즈가 아닌’ 치즈를 개발하려는 그들의 이야기는 소셜 미디어를 타고 주목받기 시작했죠. 그리고 이러한 관심을 바탕으로 우여곡절 끝에 투자를 받은 부부는 이듬해 재이 앤 조이라는 이름으로 브랜드를 런칭할 수 있었어요.



ⓒJay&Joy


초기에는 매리와 에릭이 직접 자전거를 타고 파리 곳곳에 배달하러 다녔어요. 사무실에 돌아오면 매리는 제품 개발에 힘을 쏟고, 에릭은 디자인과 비용 정산에 집중했죠. 매출은 점점 상승했고, 팀은 커졌어요.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지며 재이 앤 조이는 프랑스 최대의 유기농 매장 ‘비오쿱(BIOCOOP)’과 계약을 맺고 유통망을 빠르게 확장했어요. 지금은 프랑스에서만 100개가 넘는 유기농 매장에 입점했고요.


코로나 팬데믹도 브랜드의 상승세를 방해하지 못했어요. 온라인에서의 매출이 급증했거든요. 재이 앤 조이는 벨기에와 독일을 시작으로 해외 배송을 시작하며 더욱 사업을 확장했고, 현재는 유럽 전역을 대상으로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요. 이러한 성장은 비건 치즈라는 모순적이면서도 독특한 컨셉 덕분이기도 하지만, 그건 필요조건일뿐이죠. 그렇다면 재이 앤 조이는 어떻게 낯설 수 있는 비건 치즈를 시장에 안착시켰을까요?



치즈와 매칭시켜 치즈의 자리를 대체한다

재이 앤 조이의 대표 상품은 아몬드 밀크와 캐슈넛으로 만든 비건 치즈들이에요. 보관 기간을 기준으로 크게 가공제품(matured)과 신선제품(fresh)으로 나뉘는데요.


가공제품은 종류가 4개예요. 블루 치즈와 비슷한 ‘Jeanne’, 염소 치즈와 비슷한 ‘Jil’, 카망베르나 브리 치즈와 비슷한 ‘Joséphine’, 그리고 ‘Maroilles(주황빛을 띠는 프랑스 전통 치즈)’과 비슷한 ‘Jean-Jacques’가 있죠. 신선제품도 종류가 4개예요. 페타 치즈와 비슷한 ‘Jeta Frais’, 마늘과 허브 치즈와 비슷한 ‘Joy Prairie’, 슈레드(Shredded) 치즈와 비슷한 ‘Joy Râpé’, 그리고 파마산 치즈와 비슷한 ‘Parmi Joy’가 있어요.



ⓒJay&Joy


그런데 제품들을 가만히 보다 보면 제품 소개마다 공통으로 붙는 표현이 있어요. 각 제품이 기존의 치즈와 비슷하다는 건데요. 이는 재이 앤 조이가 완전히 새로운 종류의 치즈를 개발하려는 것이 아니라, 시중에 흔히 볼 수 있던 치즈의 대체 상품을 만들고자 한 거예요. 비건 치즈가 생소한 사람들이 진입 장벽을 낮게 느낄 수 있게요. 그렇다면 더 자세한 설명을 하기 전에 이해를 돕기 위해 채식주의를 조금더 세분화해볼까요?


채식주의의 범주는 넓고 다양해요. 고기, 생선, 달걀, 유제품을 먹지 않을 뿐더러 동물 착취로 얻은 가죽이나 화장품 등도 소비하지 않는 ‘비건(vegan)’부터 채식을 지향하나 때에 따라 육류와 생선을 먹는 ‘플렉시테리언(flexitarian)’까지. 그 사이엔 채식을 하나 달걀을 제외한 유제품까지는 허용하는 ‘락토(lacto)’나 달걀까지 허용하는 ‘락토 오보(lacto ovo)’가 있고요.


비건 치즈의 핵심 타깃은 물론 비건이에요. 그런데 기존 치즈와 일대일 매치하여 대체품임을 명시하니 서브 타깃은 채식주의자 모두에게로 확장돼요. 예를 들면, 치즈와 요거트를 포기 못해 유제품을 먹는 채식주의자들이요. 우유는 두유, 혹은 아몬드나 오트 밀크 등으로 충분히 대체 가능하니까요.


돌이켜보면, 식물성 우유가 처음 출시되었을 때부터 대중에게 각광받았던 건 아니에요. 단독으로 마시기에는 무리가 없지만, 우유가 주재료인 음료나 음식에 곧바로 사용하기에는 망설여졌거든요. 카페마다 오트라떼, 두유라떼 등의 메뉴가 생기고 식물성 우유를 사용한 레시피들이 많이 공유되며 대중화 단계에 접어들었어요.


치즈도 마찬가지예요. 단독으로도 먹지만 식재료로도 많이 활용되니까요. 그런데 비건 치즈는 주로 식물성 우유와 오일, 그리고 견과류로 만들어져요. 원재료가 다르니 당연히 기존 치즈와 맛이 같을 수 없겠죠. 그럼 요리할 때 기존 치즈를 대체해서 써도 되냐고요? 재이 앤 조이가 모든 상품을 기존 치즈와 일대일 매치한 이유예요.


예를 들어 볼게요. ‘Joséphine’로는 브리 치즈 구이를 만들 수 있고, ‘Jeta Frais’로는 페타 치즈 샐러드를 만들 수 있으며, ‘Joy Râpé’는 파스타나 피자 위에 뿌려 오븐에 구워 먹으면 돼요. 이름과 겉모습만 비슷한 게 아니라, 기존 치즈와 먹는 방법도 비슷하니 의구심은 호기심으로 바뀌어요.



Joséphine으로 만든 치즈 구이 ⓒJay&Joy



Jeta Frais로 만든 딸기 오이 샐러드 ⓒJay&Joy



히트 제품보다 미트 음식을 밀어내는 라인업이 중요하다

글로벌 소비자 리뷰 플랫폼인 ‘abillion’은 지난 9월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비건 치즈 톱10’ 리스트를 발표했어요. 재이 앤 조이는 4,000여개 비건 치즈 제품 중 ‘Jeanne’으로 2위를 차지했는데요. 데이터를 보다 보면 흥미로운 점을 발견할 수 있어요.


이 플랫폼의 데이터에 따르면 2021년 7월부터 1년간 비건 치즈 소비량이 가장 많은 5개국은 아르헨티나, 브라질, 캐나다, 독일, 이탈리아였어요. 10개국까지 봐도 프랑스는 없어요. 그만큼 재이 앤 조이의 소비자 중 (프랑스인이 아닌) 외국인이 많다는 거죠. 온라인 자사 몰을 빠르게 성장시키고 여러 이커머스 플랫폼에 대표 상품들을 입점시킨 덕분이에요.



Jeanne ⓒJay&Joy


하지만 제품이 잘 팔린다고 안주할 수는 없어요. 경쟁으로 인한 위기 의식을 느껴서가 아니라 기존 음식을 대체할 수 있는 비건 제품들이 늘어나야 제대로 된 비건을 할 수 있으니까요. 그들의 시작점도 마찬가지였어요. 비건을 하고 싶어도 비건 치즈가 없으니 스스로가 발벗고 나서서 개발한 거죠. 그리고는 “우리 식단을 채식으로 구성하여 생명을 보호하자”는 목표를 가지고 제품 개발을 꾸준하게 하고 있어요.


심지어 2016년에는 재이 앤 조이는 푸아그라 대체품인 ‘Joie Gras’를 출시했어요. 캐슈넛으로 만든 푸아그라라니, 반응은 폭발적이었죠. ‘Joie Gras’는 프랑스의 유기농 브랜드 컨설팅 펌 ‘비오토피아(Biotopia)’에 의해 ‘2019 최고의 유기농 제품’으로 선정됐을 정도예요. 이를 계기로 재이 앤 조이는 비건 치즈을 넘어 여러 제품군으로 라인업을 확장하기 시작했어요.



ⓒJay&Joy


또한 재이 앤 조이는 유기농이나 비건을 지향하는, 같은 방향의 신념을 추구하는 브랜드들과 협업해서 제품을 소개하기도 해요. 혼자서 모든 음식을 비건으로 대체하는 건 한계가 있으니까요. 그래서 온라인 자사 몰에 ‘파트너 상품(Partner Products)’ 코너를 마련해 두었죠. 예를 들어, 이탈리아 브랜드 ‘Bioenergy’의 비건 고기, 영국 브랜드 ‘Booja Booja’의 유기농 초콜릿, 네덜란드 브랜드 ‘Mayoneur’의 비건 마요네즈 등 국적도, 종류도 다양해요.


이처럼 유기농 및 비건 브랜드들과 적극적으로 협업함으로써 재이 앤 조이는 브랜드의 신념도 공고히 하고, 상품 라인업도 확장했어요. 그런데 제품 라인업을 큰 비용 없이 늘릴 수 있는 온라인 몰에서만 그러는 게 아니에요. 매대 공간이 제한적이고, 매대를 늘리는 만큼 비용이 드는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다른 브랜드와 연계해 제품을 판매하고 있어요.



THE LAND / SEA BOX ⓒJay&Joy



비건 치즈가 아니라 비거니즘을 큐레이션한다

재이 앤 조이의 오프라인 매장은 파리에 딱 한군데 있어요. 유동 인구가 많지 않은 조용한 동네에 있지만, 노란색 줄무늬 차양 덕분에 쉽게 찾을 수 있어요. 매장 내부는 입구에서 한눈에 들어올 만큼 아담한 편이에요. 한쪽 벽엔 유리 진열장이 있고, 반대편엔 냉장고가 있어요. 재이 앤 조이의 치즈들은 보관 방법에 따라 둘 중 한 곳에 놓여 있고요. 유리 진열장 안의 제품들은 원하는 양만큼 살 수 있는데요. 특징적인 점은 무게에 따라 가격을 책정한다는 거예요.


매장의 나머지는 다른 브랜드 제품들로 채워져 있어요. 물론 비건 인증을 받거나 유기농 재료만 사용한 것들이죠. 냉장고에는 식물성 유제품과 대체육으로 만든 가공식품들로 가득해요. 유리병에 담은 절인 채소도 종류가 많은데, 피클만 있는 게 아니라 김치도 서너 가지 있어요.



ⓒ이재인



ⓒ이재인


매장 가운데에 있는 나무 선반에는 상온 보관이 가능한 비건 제품들이 빼곡해요. 초코바, 시리얼, 비스킷 등 알록달록한 포장지에 싸인 간식류부터 마요네즈, 케첩 등 작은 용량의 소스류까지 다양하죠. 그 뒤엔 콤부차, 무알콜 와인 등 다양한 종류의 음료와 비건 요리책들이 전시되어 있고요. 현재 비건 제품이 어디까지 진화했는지를 가늠해볼 수 있을 정도예요.


간판에는 ‘JAY&JOY’라 쓰여있지만, 비건 테마의 식료품 편집숍 같아요. 재이 앤 조이는 더 많은 비건 제품들로 이 매장을 채울 계획이에요. 구체적으로 원하는 제품이 있다면 신청해도 돼요. 재이 앤 조이의 핵심 가치 중 하나가 ‘최대한 많은 사람이 경험할 수 있게 하는 것’인데요. 이 매장에서는 목적어가 ‘재이 앤 조이의 치즈’만이 아닌 비거니즘 전체를 뜻하죠.



ⓒJay&Joy



비거니즘에 접근하는 비즈니스의 자세

재이 앤 조이의 궁극적인 목표는 ‘비건 산업에서 혁신의 아이콘이 되는 것’이에요. 이를 실현하기 위해 항상 제품 개발을 최우선으로 생각하죠. 전문성과 노하우가 축적된 분야인 치즈는 계속 신제품을 내요. 동시에 푸아그라처럼 전혀 다른 음식 재료에도 서슴지 않고 도전하죠. 비거니즘의 확대를 위해 최대한 많은 대체품을 개발하려는 재이 앤 조이의 방향성은 비건인 사람들에게 원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지킬 수 있는 힘이 돼요.


‘비건’은 우리나라 식품 업계에서도 몇 년 새 가장 주목도가 높아진 키워드예요. 한국채식연합에 따르면 2008년 15만명에 불과했던 국내 채식 인구가 2021년에는 250만으로, 15배가 넘는 폭발적 증가세를 나타냈어요. 이에 여러 식품 기업들은 비건 간편식을 출시했는데요. 치즈 대신 김치와 만두 등을 대체품들이 많았죠. 출시 배경에 대한 식음료 기업의 설명을 살펴보면, 공통으로 ‘건강한 식문화를 지향하는 MZ세대의 성향’을 꼽아요.


그런데 서두에
아무튼, 비건: 당신도 연결되었나요?,나의 비거니즘 만화: 어느 비건의 채식&동물권 이야기등 두 권의 책에서 인용했듯, 비건은 잠시 지나가는 트렌드가 아니에요. 미각이 아닌 마인드 전체를 움직이는 삶의 방식이죠. 따라서, 비건 제품으로 성공하려면 영양 성분이나 맛만큼이나 타깃 소비자의 가치관을 같은 선상에서 이해하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요. 재이 앤 조이가 잘하고 있는 것처럼요.




Reference

 재이 앤 조이 홈페이지

 재이 앤 조이 인스타그램

 <아무튼, 비건: 당신도 연결되었나요?>

 <나의 비거니즘 만화: 어느 비건의 채식&동물권 이야기>

 abillion ranks world's top 10 vegan cheeses, Dairy Processing

 Winner 2019 category Vegetarian products, Biotopia

 식품업계 2022 결산] ②출시 키워드는 단백질·비건, 메트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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