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아상은 소라 모양일까요, 아니면 초승달 모양일까요? 보기에 따른 해석이니 정답은 없어요. 하지만 오리진에 가까운 크루아상은 양쪽 끝이 살짝 휘어있는 형태의 초승달 모양이에요. 크루아상의 어원이 프랑스어로 ‘초승달’을 뜻하는 ‘Crescent’거든요.
그런데 파리에 있는 ‘리츠 파리 르 콤투아’는 이 크루아상의 모양을 파격적으로 바꾸었어요. 가운데를 중심으로 도톰하게 벌어지는 시그니처적인 모양을 버리고, 크루아상을 막대기처럼 일자로 길게 뽑은 거예요. 자기 이름을 부정한 건데도, 크루아상이냐고요? 모양만 다를 뿐 만드는 재료와 방식은 같으니 크루아상과 동일한 맛과 식감이 나요. 그래서 크루아상으로 볼 수 있죠.
이렇게 모양을 바꾼 이유가 뭘까요? 이 창의적인 크루아상의 탄생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등장해서 더 유명해진 마들렌부터 살펴봐야 해요.
리츠 파리 르 콤투아 미리보기
• 120년 역사의 럭셔리 호텔에서 독립한 디저트 부티크
• 파리지앵의 일상으로 들어온 럭셔리 호텔급 디저트
• 고급짐은 기본, 고정관념을 깨는 디저트로 승부한다
• 디저트의 본질은 맛이 아니라 ‘마음의 위안’이다
• 맛있는 것에 대한 탐닉은 모든 세대가 누려야 한다
어떤 음식은 오감을 너머 그 이상의 정서적인 자극과 마음의 위안을 줘요. 이를 ‘컴포트 푸드(Comfort Food)’, 혹은 ‘소울 푸드(Soul Food)’라고 부르죠. 파리 출신의 프랑스 소설가, 마르셀 프루스트(Marcel Proust)는 대표작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자신의 컴포트 푸드인 따뜻한 허브차와 마들렌을 이렇게 묘사했어요.
“마들렌 부스러기들이 따뜻한 액체와 섞여 내 미각을 건드렸을 때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멈칫하는 동안 엄청난 감정이 내게 밀려들어왔고, 기쁨이 내 몸을 지배하는 동안 모든 것에서 고립됐다.”
마르셀 프루스트의 마들렌 사랑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모티브로 한 영화, 〈마담 프루스의 비밀정원〉의 핵심적인 장면에 등장하기도 해요. 허브차와 마들렌에 진심인 정도를 넘어, 그만큼 그의 작품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중요하다는 뜻이에요.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그렇다면 이 작가는 왜 마들렌과 함께하는 티타임을 이렇게나 좋아하게 된 걸까요? 우리는 파리 중심부에 있는 최고급 호텔, 리츠 파리(Ritz Paris)에서 그 힌트를 얻을 수 있어요. 마담 프루스트가 주인공 폴에게 처방해준 마들렌은 상표도, 레시피도 없지만 그와 가장 비슷한 마들렌이 이곳에 있거든요.
120년 역사의 럭셔리 호텔에서 독립한 디저트 부티크
리츠 파리는 1898년 6월, 파리의 중심부인 1구에 문을 연 오랜 역사의 최고급 호텔이에요. 호텔의 클래스는 샤넬의 설립자 ‘코코 샤넬(본명 가브리엘 샤넬)’의 말과 행동으로 충분히 짐작할 수 있어요. 그는 이렇게 리츠 파리를 설명했어요. “리츠는 내게 집과 다름없죠”라고요. 그리고 그는 실제로 리츠 파리의 2층 스위트룸에서 34년을 머물렀어요. 그 외에도 어니스트 헤밍웨이* 등 수많은 유명인이 이곳을 방문했고, 시간의 흐름과 함께 리츠 파리의 입지와 유명세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견고해졌어요.
*리츠 파리에는 헤밍웨이의 이름을 딴 바(Bar Hemingway)도 있어요.
ⓒRitz Paris
리츠 파리를 거쳐 간 유명인 목록에는 마르셀 프루스트도 있었어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쓰는 14년간 그는 꾸준히 이 호텔을 방문할 만큼 단골 손님이었죠. 리츠 파리가 이를 그냥 넘어갈 리 없어요. 리츠 파리는 4년의 리노베이션 끝에 2016년에 다시 문을 열었는데요. 이때 프렌치 애프터눈티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인 ‘살롱 프루스트(Salon Proust)’를 공개했죠. 한쪽 벽에 걸린 마르셀 프루스트의 초상화와 다른 쪽 벽을 가득 채운 책장으로 국민 소설가의 발자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이에요.
ⓒRitz Paris
살롱 프루스트에서는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애프터눈티를 즐길 수 있어요. 가격대는 1인당 68유로(약 9만 2800원)에서 103유로(약 14만원)까지인데, 기본 코스인 'Goûter à la française(프랑스를 맛보다)'는 모두 포함되어 있어요. 애프터눈티를 주문하면 라즈베리 바게트, 레몬 머랭 타르트, 초콜릿 비스킷 등 프렌치 디저트를 따뜻한 차나 커피와 함께 골고루 맛볼 수 있어요. 물론 마르셀 프루스트의 컴포트 푸드인 마들렌도 있는데, 이 메뉴를 홈페이지에서 이렇게 설명해요.
“마들렌은 리츠 파리의 헤드 페이스트리 셰프(Head Pastry Chef)인 프랑수아 페렛((François Perret, 이하 페렛 셰프)의 시그니처 디저트가 되었다. 리츠 파리의 단골이었던 마르셀 프루스트를 떠올리게 하는 모양과 맛으로.”
그런데 호텔에서 애프터눈티를 즐기며 마음의 위안을 얻기엔 시간적으로도, 금전적으로도 부담이 돼요. 머뭇거리는 사람들을 위해 리츠 파리는 또 다른 선택지를 살짝 추가합니다. 바로 호텔 옆에 독립적인 디저트 부티크, 리츠 파리 르 콤투아(Ritz Paris Le Comptoir)를 연 거예요. 리츠 파리에서 쓰는 말을 빌리자면, ‘산책하듯(stroll)’ 방문할 수 있는 공간이에요.
파리지앵의 일상으로 들어온 럭셔리 호텔급 디저트
리츠 파리 르 콤투아는 간판에 쓰인 글씨만 가리면 세련된 제과점, 혹은 카페처럼 보여요. 호텔 이용객이 아니더라도 파리 1구를 한가로이 거닐던 현지인이나 여행객 누구나 들를 수 있죠. 리츠 파리의 품격은 그대로 연장되었지만 엄연히 분리된 공간입니다. 리츠 파리 르 콤투아는 외관뿐만이 아니라 실제로도 정통성과 럭셔리함의 이미지가 강한 호텔의 카페와 달리, 트렌디하고 친근한 요소가 많아요.
ⓒRitz Paris Le Comptoir
우선 메뉴부터 살펴볼까요? 같은 호텔에서, 같은 셰프의 손에서 탄생했는데도 이곳의 메뉴는 전혀 달라요. 크게는 프렌치 페이스트리(French Pastries)와 비에누아즈리(Viennoiserie)로 나뉘어요. 전자는 쿠키, 타르트, 케이크 등 달콤한 디저트류예요. 후자는 크루아상과 브리오슈 등 빵이고요. 페렛 셰프는 프렌치 디저트 전문이기에 페이스트리 메뉴의 인기가 높죠.
프렌치 페이스트리에는 총 11개의 디저트가 있어요. 이중에서 시그니처 마들렌의 경우 18시간에 걸쳐 만들 정도로 정성을 들이죠. 촉촉한 식감을 위해 전날 마들렌을 구워놓고 판매 당일에 설탕 글레이즈를 입혀 한 번 더 굽는데, 겉은 빠작거리고 속은 폭신하게 만들기 위해서예요. 그 외에도 블루베리 치즈케이크, 밤 타르트, 마블 쿠키와 케이크 등이 있어요. 비에누아즈리는 상대적으로 메뉴가 단출해요. 크루아상, 뺑오쇼콜라, 스위스 브레드, 이렇게 총 3개의 빵이 있거든요.
리츠 파리 르 콤투아의 페이스트리(위)와 비에누아즈리(아래) ⓒRitz Paris Le Comptoir
모든 메뉴는 단품으로 사서 먹고 갈 수도, 포장할 수도 있어요. 일반 제과·제빵점이나 카페처럼 말이에요. 마들렌은 3.5유로(약 4800원), 크루아상은 3유로(약 4100원)로 가격도 부담스럽지 않죠. 음료와 함께 세트 메뉴로도 맛볼 수 있고요. 아침에는 빵과 핫초코를 11유로(약 1만 5000원)에, 점심에는 샌드위치와 마들렌, 그리고 주스를 23유로(약 3만 1500원)에, 오후에는 케이크 혹은 마들렌과 음료를 14유로(1만 9200원)에 판매해요.
ⓒRitz Paris Le Comptoir
글로 메뉴를 읽어보면 프랑스의 대표적인 빵과 디저트를 모아둔 것 같아요. 그런데 실제로 빵과 디저트를 주문하면 흥미로운 반전이 보여요. 통념적인 이미지에서는 한참 벗어난 창의적인 아이디어들로 가득하거든요.
고급짐은 기본, 고정관념을 깨는 디저트로 승부한다
① 마들렌: 형태를 키운다
마들렌,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나요? 손가락 두세 개 정도의 크기로, 가운데가 봉긋한 노르스름한 빵 아닌가요? 카스테라보다는 단단하고, 비스킷보다는 푹신한 식감으로 어떤 음료와도 찰떡인 구움 과자죠. 그런데 리츠 파리 르 콤투아에서 파는 마들렌은, 통상적인 마들렌을 살짝 비틀었어요.
리츠 파리 르 콤투아에는 7가지 맛의 마들렌이 있는데요. 기본맛, 과일맛 3가지, 초콜릿과 카라멜이 들어간 맛 3가지죠. 각각 다른 맛의 글레이즈를 입혀 겉의 색도 다르지만, 반으로 가르면 필링도 달라요. 마들렌에 에끌레어나 도넛처럼 크림을 채워 넣은 거예요. 그래서 이곳의 마들렌은 차와 곁들여 먹는 티푸드(teafood)를 넘어 그 자체로도 충분한 디저트처럼 느껴져요.
ⓒRitz Paris Le Comptoir
마들렌의 반전은 여기서 끝이 아니에요. 기본 사이즈 마들렌 외에도 손바닥만한 크기의 마들렌이 있거든요. 담백한 기본맛도 있고(6유로, 약 8200원), 연말연초 시즌 한정판으로 나온 겉이 매끈한 레몬맛(15유로, 약 2만원)도 있어요. 페렛 셰프는 마들렌의 크기를 키운 이유를 이렇게 설명해요. “나누어 먹기 좋은, XXL 사이즈의 마들렌을 만들어보고 싶었다”고요. 단순히 크기만 큰 게 아니라, 기본 사이즈의 마들렌보다 더 부드럽고 촉촉합니다.
ⓒRitz Paris Le Comptoir
② 크루아상: 길이를 늘린다
크루아상도 평범하지 않아요. 마들렌이 부드러움으로 승부한다면, 크루아상은 바삭함으로 승부해요. 빵이 바삭하려면 속보다 겉이 중요하겠죠. 그리고 겉의 면적이 넓을 수록 바삭함이 더 잘 느낄 수 있고요. 그래서 페렛 셰프는 형태를 변형해 크루아상의 겉 부분을 늘렸어요. 막대기처럼 길쭉하게요.
다른 빵도 아니고, 크루아상이 길쭉하다니. 이렇게 하는 건 크루아상을 부정하는 것과 마찬가지예요. 크루아상의 어원은 프랑스어로 ‘초승달’을 뜻하는 ‘crescent’거든요. 그래서 크루아상은 초승달처럼 둥근 곡선을 그리는 뭉뚝한 모양이 일반적이에요. 그런데 페렛 셰프는 이를 과감히 바꿨어요. 식감 때문이기도 하지만, 편히 먹기 위함이기도 해요. 손가락 두 개로 가볍게 들 수 있고, 한입에 충분히 들어가는 폭의 크루아상은 바삭하지만 부스러기는 별로 떨어지지 않죠.
ⓒRitz Paris Le Comptoir
크루아상을 길게 늘리니 또 다른 가능성이 열려요. 앞에서 보면 ‘ㄷ’자이기 때문에 가운데에 무언가를 넣기에 좋은 모양인 거예요. 이곳의 샌드위치가 길쭉한 모양인 이유죠. 기본 크루아상에 각종 재료를 넣어 만들었거든요. 햄, 연어, 치킨이 들어간 메뉴(각 13유로, 약 1만 7000원)는 단순하지만 신선한 재료와 버터 향 가득한 빵의 조합으로 인기가 많아요. 식빵이나 일반 크루아상으로 만든 샌드위치를 먹다가 재료를 흘리거나, 흘릴까봐 빨리 먹은 적 한 번쯤 있지 않나요? 리츠 호텔 르 콤투아의 샌드위치는 그러한 불편함을 획기적으로 줄어들죠.
ⓒRitz Paris Le Comptoir
스틱형 크루아상을 활용한 디저트도 있어요. 크루아상은 버터를 잔뜩 넣어 겹겹이 차곡차곡 쌓인 결이 특징인데요, 이는 ‘천 겹의 잎’을 뜻하는 밀푀유와 공통점이 있죠. 그래서 리츠 파리 르 콤투아의 밀푀유(15유로, 약 2만 5000원)는 바닐라 크림과 설탕 코팅을 입힌 피칸을 크루아상 중간에 넣었어요. '포장해서 산책하는 동안 먹을 수 있게 준비했다'는 이 밀푀유는 크림과 페이스트리를 겹겹이 쌓은 여타 밀푀유와 달리 도구 없이 손으로 깔끔하게 먹을 수 있어요.
ⓒRitz Paris Le Comptoir
③ 케이크 쉐이크
마들렌과 크루아상에 이어, 메뉴 이름부터 흥미로운 ‘케이크 쉐이크’도 예사롭지 않아요. 케이크인데 쉐이크 형태라뇨. 물론 케이크를 믹서기에 갈아서 쉐이크로 만든 건 아니에요. 오히려 쉐이크를 최대한 케이크스럽게 만드는 식이죠. 페렛 셰프가 ‘마실 수 있는(drinkable) 디저트’를 개발하고 싶어서 선보인 메뉴죠.
5종류의 케이크 쉐이크는 각각 다른 디저트에서 이름을 따왔어요. 대표 메뉴는 마들렌 케이크 쉐이크와 마블 케이크 쉐이크고요. 설탕 코팅된 견과류, 카라멜 드리즐, 휘핑크림이 듬뿍 올라간 음료의 윗부분은 케이크를 연상시켜요. 작은 숟가락으로 크림을 조금식 떠먹어도 되고, 빨대로 휘휘 저어 달콤하고 꾸덕해진 음료를 마셔도 돼요.*
*작은 사이즈(350ml)는 9유로(약 1만 2000원), 큰 사이즈(450ml)는 12유로(약 1만 6300원)예요.
ⓒRitz Paris Le Comptoir
이렇게 케이크 쉐이크로 이름을 붙이고 마실 수 있게 만드니 이동하면서도 디저트를 충전할 수 있어요. 또한 짬뽕과 짜장면을 섞어 놓은 짬짜면처럼, 디저트도 먹고 싶고 쉐이크도 먹고 싶었던 사람들은 이 메뉴 하나로 두 가지를 동시에 맛볼 수도 있고요.
리츠 파리 르 콤투아가 스스로 강조하는 두 가지 키워드는 ‘편안함(comfort)’와 ‘창의성(creativity)’이에요. 여기서 눈여겨 볼 키워드는 편안함이죠. 창의적인 메뉴를 개발하는 건 확실히 시선을 끄는 효과가 있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먹기 불편하면 빵과 디저트의 본질을 놓치는 거예요. 그래서 리츠 파리 르 콤투아는 메뉴를 색다르게 접근하되, 더 편안하게 먹을 수 있는 방향을 지향하면서 빵과 디저트를 진화시켜 나가고 있는 중이죠.
디저트의 본질은 맛이 아니라 ‘마음의 위안’이다
리츠 파리 르 콤투아의 홈페이지 곳곳에는 다양한 일러스트가 있어요.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셰프복을 입은 남성의 각양각색 포즈인데요. 숟가락이나 거품기와 같은 조리도구를 들고 있기도 하고, 디저트와 빵을 들고 있기도 해요. 콧수염이 있거나 왕관을 쓰고 있는 모습도 있고요. 그중에서도 홈페이지 메인 화면과 매장 벽에 크게 인쇄되어 있는 건 페렛 셰프를 모티브로 만화처럼 묘사한 일러스트예요.
ⓒRitz Paris Le Comptoir
이처럼 페렛 셰프는 리츠 파리의 헤드 페이스트리 셰프이면서 동시에 이곳을 대표하는 얼굴이기도 해요. 하지만 이런 수식어가 없어도 페렛 셰프의 대중적인 인지도는 높아요. 2016년에 리츠 파리에 합류한 그는 2019년에 전 세계 180여개 레스토랑이 결성한 협회인 ‘레 그랑드 타블르 뒤 몽드(Les Grandes Tables du Mondes)’에서 ‘세계 최고의 페이스트리 셰프(World Best Pastry Chef)’로 선정되기도 했고, 또 2020년 6월에는 넷플릭스 프랑스의 다큐멘터리 〈The Chef in a Truck〉에 출연하며 더 유명해졌으니까요.
‘프렌치 정통 디저트’라는 한 우물만 판 그는 기본기가 탄탄한 것은 물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덧입힘으로써 디저트를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렸어요. 이러한 정통성과 창의성이 인기의 비결이기도 하지만, 그가 지속성을 가지고 한 우물을 팔 수 있었던 건 그의 철학과 마음가짐 덕분이에요. 그는 리츠 파리에서 제작한 영상 콘텐츠에서 이렇게 말했어요.
ⓒRitz Paris Le Comptoir
“우리는 각종 기념일에 케이크와 페이스트리를 즐겨요. 그리고 어릴 때 뭔가 잘못하면 디저트를 못 먹는 벌을 받게 되죠. 또한 슬프거나 우울한 날이 있다면 짠맛이 아닌 단맛이 나는 무언가를 찾게 되고요. 이처럼 디저트는 일상에서 우리와 항상 함께하고 우리의 즐거움에 영향을 줘요. 그것이 제가 하는 일의 원동력입니다.”
<Deep Dive into the world of Pastry Chef François Perret> 인터뷰 중
디저트의 맛이 아니라 디저트가 존재하는 이유를 생각하는 거예요. 그래서 최고급 호텔의 헤드 셰프지만 프랑스에 있는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디저트를 만들죠. 가족과 함께 집에서 먹든, 혼자 길거리를 돌아다니면서 먹든 말이에요. 리츠 파리 르 콤투아가 ‘리츠 파리의 디저트 부티크’뿐만이 아니라, ‘스타 셰프 프랑수아 페렛의 디저트 전문점’으로 대중에게 꾸준한 인기를 유지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맛있는 것에 대한 탐닉은 모든 세대가 누려야 한다
‘프루스트 현상(Proust phenomenon)’은 특정한 향기를 통해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는 현상이에요. 이 표현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유래했는데요. 소설 속에서 주인공 마르셀은 홍차에 적신 마들렌 냄새를 맡고 어린 시절을 회상해요. 이 소설을 모티브로 한 영화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속 주인공 폴은 허브차와 마들렌으로 과거의 아픈 기억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트라우마를 극복하고요. 소설과 영화 속에서만 가능한 게 아니라 실제로 2001년에 미국의 한 연구팀에 의해 입증된 현상이죠.
리츠 호텔 르 콤투아의 메뉴들은 프랑스인이라면 누구나 어릴 적부터 익숙하게 먹었던 빵과 디저트예요. 그래서 리츠 호텔 르 콤투아에 가면 어린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프루스트 현상이 생길 수 있죠. 이때 '나쁜 기억은 좋은 기억으로 덮어버리길'이라 말하는 마담 프루스트처럼, 최고의 디저트는 행복한 기억은 그대로 간직하게 해주고, 나쁜 기억은 현재의 즐거움으로 보듬을 수 있게 하는 게 아닐까요?
“리츠에 있든, 길거리에 있든, 회사에 있든, 집에 있든, 맛있는 것에 대한 탐닉은 모든 세대가 누릴 수 있다. 따라서 누구나 프랑수아 페렛 셰프의 창조물을 즐길 수 있다!”
리츠 파리 르 콤투아는 위의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리츠 파리와 공간을 분리시켰고, 가격 부담을 낮추는 단품 메뉴 구성함과 동시에 정통 프렌치 디저트에 변주를 주었으며, 유명 셰프를 전면에 내세웠어요. 그 결과 리츠 파리의 오랜 역사와 럭셔리함만으로도 차별점이 충분한 이곳에서, 리츠 파리 르 콤투아는 고객층을 확대하고 독립적인 브랜딩에 성공할 수 있었죠. 더 많은 사람들이 디저트로 마음의 위안을 받게 된 건 물론이고요.
ⓒ이재인
Reference
• TEATIME AT THE RITZ – THE SUMPTUOUS SALON PROUST, Paris Perfect
• How the Pastry Chef at the Ritz Paris Recreated Proust's Madeleine, Bon Appétit
• FRANÇOIS PERRET NAMED BEST RESTAURANT PASTRY CHEF OF LES GRANDES TABLES DU MONDE, Ritz Paris
• "The Chef in a Truck" with Pastry Chef François Perret, Netflix France, Ritz Paris
• Deep Dive into the world of Pastry Chef François Perret, Ritz Par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