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적 아싸’가 바꾸는 전통주의 미래

사케 스타트업 3곳

2023.02.17

‘게이밍 무지개’라는 사케가 있어요. E-sports와 같은 게임을 하면서 마시는 사케예요. 당연히 이름에 게이밍만 붙여놓고 게임할 때 마시는 사케라고 하면 설득력이 떨어지죠. 그래서 ‘사케 보틀러’는 기존의 사케에서 2가지를 살짝 비틀었어요.


하나는 게임적 요소를 넣었어요. 게이밍 무지개의 컨셉은 ‘조금씩 좋아지는 술’이에요. 술을 개봉한 후에 점점 더 맛있어져 개봉한 날보다 다음날 더 맛있어요. 게임에서 단계적으로 레벨이 올라가듯, 천천히 더 맛있어지는 사케를 마시며 게임을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죠. 제품을 소비하는 맥락을 제품 컨셉에 반영한 거예요.


또다른 하나는 도수를 12도로 낮추었어요. 일반적인 사케보다 낮죠. 여기에도 이유가 있어요. 집에서 게임을 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0%가 집에서 게임을 하면서 캔맥주나 츄하이를 마신다고 답했거든요. 사케 보틀러는 사케도 도수만 조금 낮춘다면 승산이 있다고 판단한 거예요.


게이밍 무지개뿐만이 아니에요. 여러 브랜드가 다양한 방식으로 사케를 재해석하고 있어요. 그렇다면 이처럼 기존의 틀을 깨는 사케가 여기저기서 등장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그리고 게이밍 무지개 외에 또 어떤 흥미로운 아이디어들이 있을까요? 지금부터 일본 전통주 시장의 미래를 바꿀 곳들을 소개할게요.


사케 스타트업 3곳 미리보기

 #1. Z세대의 문화를 알면 제품 기획이 보인다 - 폰슈그리아

 #2. 패키지만 바꿔도 확장성이 달라진다 - 사케 보틀러

 #3. 사케는 안 마셔도, 아이스크림은 먹는다 - 사케아이스

 인싸가 될 수 없다면 혁신적 아싸가 된다




글로벌 시장에서 사케의 인기가 치솟고 있어요. 2021년까지 일본 사케의 해외 수출 규모가 12년 연속 증가했는데요. 2021년에 급격한 성장을 보였어요. 2021년 한 해 동안 수출한 금액은 402억엔(약 4천 20억원)으로, 1년 전 대비 166.4% 증가했거든요. 양적 성장도 괄목할만 하지만, 질적 성장도 놀라워요. 리터당 평균 수출단가도 10년 전과 비교하여 2배 올랐으니까요. 그만큼 사케가 고급화되었고, 고급 사케의 수출이 늘었다는 의미예요.



Source: Japanese Sake


전 세계 국가 중 중국이 가장 많은 금액의 사케를 수입하고 있어요. 같은 아시아 문화권이기도 하고 중국이 워낙 인구가 많으니 그렇다쳐요. 그런데 사케를 두 번째로 많이 수입하는 국가는 미국이에요. 수입액이 아닌 수입량을 기준으로 하면 미국이 중국을 앞지를 정도예요. 그 밖에 캐나다, 호주, 독일 등 지역과 문화를 막론하고 사케를 수입해요. 전 세계에 수많은 전통주가 있을 텐데, 사케가 이렇게 세계적인 술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한 가지로 단정하기는 어렵겠지만, 몇 가지 이유가 있어요. 먼저 사케의 원재료인 ‘쌀’에 대한 우직한 고집이에요. 사케는 쌀, 누룩, 물을 발효시켜 만든 술로, 쌀은 사케의 뼈대가 되는 원료예요. 사전적 정의만 그런 게 아니라 관련된 규정이 엄격하죠. 사케에는 쌀 외 다른 식재료를 넣을 수 없고, 다른 식재료가 들어간 술은 사케로 인정하지 않아요. 그렇다보니 사케의 맛을 차별화할 수 있는 요인이 쌀과 발효 기술로 좁혀져요. 사케 양조장들은 다른 데에 눈을 돌리는 대신 장인정신으로 쌀과 발효 기술을 연구할 수밖에요.


게다가 정부에서 기존 사케 양조장들을 보호하고, 사케의 품질을 관리하기 위해 신규 사케 양조장 허가를 잘 내주지 않아요. 글로벌 사케 시장이 이렇게 커지고 있는데도, 신규 사케 양조장이 몇 년에 하나 나올까 말까 하죠. 사케 양조장을 설립하기 위해서는 사업 초기부터 안정적인 사케 생산자가 될 수 있는지, 동시에 기존 사케 양조장들을 치명적인 수준으로 방해하지 않는지 등을 증빙해야 해요.


엄격한 규제와 사케 양조장의 장인정신 덕분에 사케의 품질과 맛은 전 세계 여느 고급 술과도 견줄만 해요. 사케만의 정체성도 뚜렷하고, 고급화에도 성공했죠. 비싼 사케는 수백만원을 호가할 정도고요. 그런데 세계화와 고급화에 성공한 것처럼 보이는 사케 시장의 이면에 본원적인 위기가 찾아와요.


사케 시장의 폐쇄적인 정책은 사케 대중화에 치명타였거든요. 신규 사케 양조장이 생기지 않자 사케 업계는 점차 고인물이 되었고, 그에 따라 사케를 찾는 일본의 젊은이들도 줄어 들었어요. 전통적인 사케가 해외 시장에서는 새롭게 보일 수 있어도, 자국에서는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으니까요. 사케의 해외 수출량은 폭발적으로 늘었지만, 일본 내수시장 규모는 전성기였던 1970년대 대비 1/4토막이 났어요.


자국의 젊은이들에게 환영받지 않는 술이 언제까지 해외에서 생명력을 가질 수 있을까요? 이런 위기에 공감하고 사케 문화를 젊은 세대에 전파하기 위한 움직임들이 있어요. 사케 양조업계와 정부 규제는 더디게 변화하지만, 그 경계 밖에서 혁신적이고 전략적인 시도들이 생겨나고 있죠.



#1. Z세대의 문화를 알면 제품 기획이 보인다 - 폰슈그리아

사케가 있어야, 사케를 마셔야만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판매하는데도 Z세대가 주요 고객이 된 브랜드가 있어요. ‘폰슈그리아(Ponshugria)’는 사케와 관련된 제품을 판매하지만 60% 이상의 고객이 20대예요. 어떤 제품을 기획했길래 사케를 마시지 않던 일본의 Z세대가 반응한 것일까요?


폰슈그리아는 사케에 ‘샹그리아’의 개념을 적용했어요. 샹그리아는 와인 베이스의 칵테일로, 와인에 사과, 오렌지, 시나몬 등 과일과 향신료를 넣어 달콤하게 마시는 술이에요. 저렴한 와인을 더 맛있게 마시는 방법이기도 하고, 와인의 알콜 향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술이죠. 알록달록한 과일이 들어가 시각적으로도 예쁜 건 덤이고요. 그래서 술을 이제 막 마시기 시작한 20대들에게 인기가 좋아요.


폰슈그리아는 이 샹그리아에 와인 대신 사케를 넣어 더 달콤하고 향긋하게 사케를 즐길 수 있도록 했어요. 누구나 사케만 있으면 쉽게 만들 수 있도록 건조한 과일과 설탕을 하나의 병에 담았어요. 그리고 ‘니혼슈’에서 차용해 ‘폰슈그리아’라는 이름을 지었어요. 사케를 직접적으로 판매하기 보다 사케를 즐기는 새로운 방법을 제안해 사케의 활용도를 높인 제품이에요.



ⓒPonshugria


폰슈그리아는 유자, 복숭아, 사과, 감, 딸기 등 20가지 이상의 맛이 있어요. 건조한 재료가 담긴 투명한 컵 안에 사케를 부어서 마시기만 하면 돼요. 각자의 선호에 따라 마시면 되지만 폰슈그리아는 사케 반, 탄산수나 소다 반을 섞는 것을 추천해요. 저도수 알콜을 선호하는 Z세대의 특성에 맞춘 레시피예요.



ⓒPonshugria


폰슈그리아를 즐기는 방법이 또 있어요. 사케 대신 홍차나 과일 주스를 넣어 마시는 거예요. 폰슈그리아는 사케 팬층을 늘리려는 목적을 갖고 있지만, 꼭 사케와 함께 먹을 것을 강권하지 않아요. 대신 다양한 음료와 폰슈그리아를 매칭하며 자기만의 레시피를 찾을 수 있는 여백을 두죠. 덕분에 자기 취향을 찾고 안목을 개발하는 데에 익숙한 Z세대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었어요.



ⓒPonshugria


제품 컨셉뿐만이 아니에요. 폰슈그리아는 Z세대의 니즈에 착안해 폰슈그리아를 구매하는 새로운 맥락을 만들어요. 코로나 팬데믹 이후 사람들 간의 물리적인 만남이 줄어들면서 Z세대 사이에서 서로에게 선물을 보내는 문화가 생겨났어요. 전에는 생일이나 기념일에만 보내던 선물이 일상화된거죠. 아무 이유없이 선물을 주고 받으면서 동시에 친구에게 위트와 센스를 뽐내기도 하고요.


폰슈그리아는 Z세대의 이런 선물 문화를 놓치지 않았어요. 여러 개의 폰슈그리아를 한 상자에 담아 선물 세트로 구성한 거예요. 폰슈그리아에 넣어 마시면 맛있는 1~3가지 사케가 포함되어 있는 구성도 있고요. 여러 병의 사케가 포함된 구성은 드라이, 스위트, 스파클링 등 다양하면서도 사이즈를 300ml짜리를 넣어 가볍게 즐길 수 있도록 했어요.



ⓒPonshugria



ⓒPonshugria


폰슈그리아는 이 밖에도 다양한 형태로 사케를 즐기는 방식을 제안해요. 예쁜 색감과 향을 살려 만든 5~8도 사이의 사케 칵테일, 휴대용 파우치형 포켓 사케 칵테일 등을 개발했어요. 높은 알콜 도수, 올드한 디자인, 720ml의 큰 용량 등 Z세대와 사케를 가로 막고 있는 허들을 없앤 제품들이에요. Z세대의 특성과 문화을 기획에 활용하니 사케의 가능성이 무궁무진해져요.



ⓒPonshugria



ⓒPonshugria



#2. 패키지만 바꿔도 확장성이 달라진다 - 사케 보틀러

보통의 경우 사케 용량은 720ml로, 시고빙 또는 욘고빙이라고 불러요. 원래 사케는 잇쇼빙이라 불리는 1,800ml가 표준이었는데 투박하고 양이 너무 많아 720ml를 더 많이 만들게 되었어요. 이보다도 작은 사이즈인 300ml를 생산하기도 하지만 그 종류가 제한적이고요. 720ml짜리 사케는 1병당 4~6잔이 나와요. 사케의 평균 도수가 15~17도인 점을 감안하면 결코 양이 적지 않아요.


그렇다보니 발생하는 문제가 있어요. MZ세대의 음주 소비 트렌드 중에 하나가 혼술일 정도로 1인 음주 인구는 점점 늘어가는데, 사케는 혼술족을 타깃하기가 어려워요. 사케는 발효주이기 때문에 개봉하고 나면 금방 맛과 향이 변해 개봉한 날에 다 마셔야 해요. 그런데 혼자서 사케 1병을 비우는 건 웬만한 사람에게 쉬운 일이 아니에요.


그래서 ‘사케 보틀러(Sake Bottler)’는 사케를 1잔 용량, 180ml로 소분한 ‘히토마쿠(HITOMAKU)’를 출시했어요. 사케를 담는 병도, 무겁고 투박한 유리 대신 가벼운 캔을 선택했고요. 사케를 더 캐주얼하고 일상적으로 즐길 수 있도록 지금 시대에 맞는 사케 형태를 개발한 거예요.



ⓒSake Bottlers


이렇게 사케를 소분화하고 가볍게 만들자 많은 것들이 바뀌어요. 사케 용량이 너무 커서 구매를 망설이던 혼술족들이 사케 구매를 고려하기 시작했어요. 휴대성이 좋아지자 캠핑, 소풍 등 아웃도어 액티비티에도 함께할 수 있게 되었고요. 병으로 바로 마실 수 있어 별도의 사케 잔을 챙기지 않아도 되고, 혹시나 1병을 다 비우지 못해도 일반 음료수처럼 뚜껑을 닫아 둘 수도 있어요. 사케를 마시는 타깃층도 2인 이상에서 1인으로 넓어졌고, 사케를 마시는 맥락에도 변화가 생긴 거죠.



ⓒSake Bottlers



ⓒSake Bottlers


여기에 더해 히토마쿠의 디자인도 기존 사케 병과는 사뭇 달라요. 히토마쿠의 제품 네이밍과 라벨 디자인은, 고풍스러운 폰트로 헤리티지와 레거시를 드러내는 기존 관행에서 탈피했어요. 예를 들어 볼게요. 대표 제품인 2가지 캔 사케 이름은 ‘챌린지 블루(Challenge Blue)’와 ‘해브펀 레드(HaveFun Red)’예요. 라벨 디자인도 ‘Overalls’라는 아티스트 회사와 함께 제작했어요. 에너제틱하고 압도적인 기운을 뽐내는 비주얼이죠.



ⓒSake Bottlers


그렇다면 캔 안에 담긴 사케는 어떨까요? 아무리 사케를 소분화하고 현대적인 감각으로 패키지를 디자인했다고 해도, 사케가 맛 없으면 지속적으로 판매되기는 어려워요. 그래서 사케 보틀러는 사케 양조장과 협업해 제대로된 사케를 사용해요. 챌린지 블루에는 오이타현 우사시에 위치한 ‘코마츠 사케 브루어리’의 준마이 긴죠가, 해브펀 레드에는 이바라키현 유키시에 있는 ‘유키 사케 브루어리’의 준마이 긴죠가 담겨 있어요.


2022년 초에는 새로운 사케 양조장, 새로운 아티스트들과 함께 또 하나 재미있는 시도를 했어요. ‘게임’을 하면서 사케를 마시는 문화를 만들고자 ‘게이밍 무지개(Gaming rainbow)’라는 이름의 캔 사케를 출시한 거예요. 이번에는 군마현의 ‘쓰치다 사케 브루어리’가 사케를 양조했고, ‘키누 니시무라’와 ‘미카 피카조’라는 일러스트레이터들이 사케 캔을 디자인했고요.



ⓒSake Bottlers


게이밍 무지개의 컨셉은 ‘조금씩 좋아지는 술’이에요. 술을 개봉한 후 점점 더 맛있어져 개봉한 날보다 다음날 더 맛있어요. 게임에서 단계적으로 레벨이 올라가듯, 천천히 더 맛있어지는 사케를 즐기며 게임을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어요. 제품을 소비하는 맥락을 제품 컨셉에 반영한 거예요.


게이밍 무지개의 도수는 12도로 일반적인 사케보다 낮은 편이에요. 여기에도 이유가 있어요. 사케 보틀러는 게이밍 무지개를 기획하기 전, 데이터를 참고했어요. 집에서 게임을 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0%가 집에서 게임을 하면서 캔맥주나 츄하이를 마신다고 답했거든요. 사케 보틀러는 사케도 도수만 조금 낮춘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한 거죠. 소비자 특성을 이해했기에 제품 컨셉이 더 힘을 받을 수 있었던 것 아닐까요?


‘사케 보틀러’라는 이름은 ‘위스키 보틀러’에서 따왔어요. 위스키 보틀러란, 위스키를 직접 양조하지 않고 위스키 양조장에서 배럴 단위로 위스키를 받아 자체적으로 위스키를 병입해 판매하는 사람들을 말해요. 사케 보틀러도 마찬가지로 사케를 직접 양조하지는 않지만, 사케 양조장으로부터 사케를 받아 독립적이고 창의적인 사케를 만들어요. 사케의 본질은 지키면서, 패키지와 판매 방식의 변화만으로 MZ세대들의 반응을 이끌어 낸거죠.



#3. 사케는 안 마셔도, 아이스크림은 먹는다 - 사케아이스

이번에는 사케의 형태를 바꾼 사례예요. 사케를 꼭 액체로, 혹은 술의 형태로만 즐기라는 법은 없으니까요. 도쿄의 ‘사케아이스(Sakeice)’는 일본 전역의 사케 양조장들과 협업해 사케 아이스크림을 개발해요. 일본 최초의 사케 아이스크림 전문 브랜드로, 지금까지 40개가 넘는 사케 브랜드와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사케 아이스크림을 만들었어요.


‘맛있는 일본 사케의 맛을 전 세계로’


사케아이스의 슬로건이에요. 사케아이스는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에 사케의 맛을 더해 사케를 더 쉽게 즐길 수 있는 방식을 제안하고자 해요. 아이스크림이 아니라 사케에 방점이 있기에 사케맛 아이스크림이기 보다는 사케를 아이스크림의 형태로 만드는 데에 가까워요.


다른 사케맛 아이스크림은 사케가 소량 들어가 알콜 도수가 1% 미만인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사케아이스의 아이스크림은 사케를 최대한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도수가 4%예요. 그래서 술과 마찬가지로 성인만 먹을 수 있고, 임산부, 아이 등에게는 판매하지 않아요. 아이스크림을 먹은 후 운전도 불가하고요. 유통 경로도 일반 슈퍼가 아니예요. 사케아이스 온오프라인 매장이나 리쿼 샵을 통해 사케 아이스크림을 판매하고 있어요.



ⓒ시티호퍼스


사케아이스 매장에는 알콜이 포함된 8가지 사케 아이스크림을 판매하고 있어요. 8가지 사케 모두 다른 사케 양조장의 사케를 사용해 만들었고요. 각 사케 양조장의 이름과 맛에 대한 간단한 설명이 메뉴판에 쓰여 있죠. 메뉴의 개수와 종류는 사케 양조장의 상황에 따라 비정기적으로 바뀌어요. 사이즈는 1~3스쿱까지 한 컵에 담을 수 있어 2가지 이상의 사케 아이스크림을 주문해 비교하며 먹는 재미가 있어요. 눈으로 보기엔 다 하얀색으로 크게 차이 나지 않지만, 미묘하게 다른 맛을 경험할 수 있거든요.



ⓒ시티호퍼스



ⓒ시티호퍼스


매장에는 집에 가져가 냉동고에 보관할 수 있는 컵 아이스크림도 있는데, 맛이 좀 더 다양해요. 홋카이도 아사히카와의 ‘오토코야마’ 양조장의 사케가 들어간 사케 아이스크림에 맛차, 유자, 초콜릿 등을 더했거든요. 각 식재료와의 조화를 즐기며 사케의 새로운 매력을 발견할 수 있는 계기가 돼요.



오토코야마 양조장의 사케예요. ⓒ시티호퍼스



ⓒSAKEICE


사케아이스는 매장 한 켠에서 사케도 판매해요. 아이스크림으로 사케를 접한 고객이 그 아이스크림에 들어간 사케를 구매하고 싶어질 수도 있으니까요. 아이스크림을 통해 사케의 매력을 알리고자 하는 사케아이스의 의도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에요.


사케아이스 브랜드를 만든 회사는 ‘에다마메(Edamame)’라는 회사예요. 에다마메는 음식을 맛있게 냉동하는 기술을 연구하고, 이런 기술이 필요한 회사를 컨설팅하는 회사예요. 슬로건도 그에 맞게 ‘냉동의 관점에서 음식과 일본의 미래에 대해 생각한다’예요. 모회사의 정체를 알고 나니 사케와 아이스크림의 접점을 찾은 기획 의도가 더 설득력을 가져요.



인싸가 될 수 없다면 혁신적 아싸가 된다

폰슈그리아, 사케 보틀러, 사케아이스 모두 사케를 직접 양조하지 않지만 사케의 설 자리를 넓히고 있어요. 사케를 즐기는 새로운 방법을 제안하고, 맥락에 변화를 주면서요. 사케 양조에 대한 규제가 엄격하니, 그 경계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사케 양조 밖의 영역에서 활발한 시도들이 일어나고 있죠. 그렇다면 정말 사케 양조의 영역에서는 혁신이 없는 걸까요?


그렇지 않아요. 사케 양조장이 될 수 없다면 ‘기타 양조장’이 되기를 선택한 브루어리들이 있거든요. 사케 양조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허들이 낮은 기타 양조주에 대한 생산 허가를 받아 양조장을 설립한 곳들이요. 그리고 쌀을 원료로 하되, 전통적인 사케의 룰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롭고 다양한 사케를 만들어요. 이들이 만드는 술을 현재의 규정 하에 ‘사케’라고 정의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겠지만, 이런 양조장들의 목표가 사케의 저변을 넓히는 데 있다는 것은 확실해요.


대표적인 예가 ‘와카제(Wakaze)’예요. 와카제는 쌀로 만든 술에 ‘아가베’를 부원료로 사용해 ‘도부로쿠’를 만들어요. 도부로쿠는 사케를 만드는 과정에서 모로미(발효 중인 술) 술지게미와 액체로 분리하기 위해 모로미를 짜내는 과정이 있는데, 이를 생략한 술이에요. 원료도, 공정도 전형적인 사케와 다르지만 맛만큼은 훌륭해요. 기존 사케의 틀을 깨면서 사케의 세계를 확장하는 시도예요.


그 밖에도 벌꿀로 사케를 만드는 ‘안텔롭(Antelope)’, 발효 중에 맥주의 원료인 홉을 첨가해 사케를 양조하는 ‘하꼬바(Haccoba)’ 등 저마다의 방식으로 사케에 지각 변동을 일으키는 브랜드들이 있어요. 사케를 소재로 흥미로운 시도를 기획하며 일본의 젊은 사람들이 다시 사케에 관심을 갖고 즐기는 문화를 만들고자 해요. 그리고 스스로의 술을 ‘크래프트 사케’라고 정의하죠.


그 연장선에서 크래프트 사케 브루어리들이 모여 만든 단체가 있어요. 각각의 크래프트 사케 양조장은 작지만, 뭉치면 하나의 흐름을 만들 수 있거든요. 이름하여 ‘일본 크래프트 사케 브루어리 협회(Japan Craft Sake Brewery Association)’. 7개 크래프트 사케 브루어리가 모인 이 협회의 궁극적인 목표는 사케에 대한 규제 완화를 유도하고, 일본에서 사케와 크래프트 사케가 공존하는 사회를 꿈꿔요. 그래야 침체된 사케 내수 시장을 활성화하고 풍부한 사케 문화를 발전시킬 수 있으니까요.


일본 크래프트 사케 브루어리 협회는 2022년 6월에 만들어졌어요. 크래프트 사케 브루어리들도 생긴지 5년 이하인 양조장이 대부분이고요. 그래서 아직 이런 움직임에 의한 괄목할 만한 변화가 눈에 띄지는 않아요. 하지만 사케 업계 안팎으로 사케 문화를 지키고 미래를 그리기 위한 노력들이 있기에 사케의 뿌리는 흔들리는 대신 더 단단해질 수 있지 않을까요.




Reference

 Record-High Growth in Sake Export Value and Volume in 2021, Japanese Sake

 사케아이스 공식 웹사이트

 에다마메 공식 웹사이트

 폰슈그리아 공식 웹사이트

 渡辺 裕希子, 購入者の6割が20代という異色の“酒” Z世代の心をつかむ戦略とは, XTREND

 사케보틀러 공식 웹사이트

 일본 크래프트 사케 브루어리 협회 공식 웹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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