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클로는 전 세계 19개국에 진출해 있어요. 대만에는 2010년에 상륙했죠. 그러고는 2011년에 유니클로 타이베이 글로벌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했어요. 그런데 이곳 4층에는 다른 곳에선 볼 수 없는 자판기가 하나 들어섰어요. 차 브랜드인 ’징셩위‘의 포켓 보틀을 판매하는 자판기예요.
대만은 차 문화가 발달해서 차 브랜드가 넘쳐나는데, 왜 하필 징셩위였을까요? 유니클로는 심플함, 퀄리티, 실용성, 속도감 등을 바탕으로 모두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라이프웨어(LifeWear)’를 만들어요. 이를 통해 더 나은 일상을 제안하죠. 징셩위도 마찬가지예요. 패션과 차라는 영역만 다를 뿐.
그렇다면 징셩위는 차 브랜드로서 어떻게 심플함, 퀄리티, 실용성, 속도감 등을 구현하는 걸까요?
징셩위 미리보기
• 모던한 속도로 우려낸 차의 정수
• #1. 차를 종류가 아닌 ‘맛’을 베이스로 분류한다
• #2. 매출을 올리는 ‘똑똑한’ 무료 시음
• #3. 차를 라이프스타일에 우려낸다
• 고객으로부터 다시 한 번 나아갈 힘을 얻다
‘펑리수’는 대만을 대표하는 디저트 중 하나예요. 버터, 달걀 등을 썩어 만든 밀가루 반죽 안에 파인애플 소를 넣어 구운 과자로, 파인애플의 새콤달콤함과 쫀득한 식감이 매력이죠. 대만에는 수많은 펑리수 브랜드가 있는데, 그 중에서도 ‘써니힐즈(SunnyHills)’는 단연 최고급 펑리수로 인정 받고 있어요.
써니힐즈는 펑리수에 들어가는 파인애플 소를 100% 대만 팔괘산에서 재배한 파인애플로 만들어요. 가격을 낮추기 위해 저렴한 박이나 동아를 섞어 만드는 다른 펑리수 브랜드들과 차별화되는 지점이에요. 게다가 밀가루 반죽에 들어가는 밀가루, 버터도 최고급으로 선별하고 방부제나 감미료를 넣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죠.
ⓒSunnyHills
하지만 써니힐즈를 유명하게 만든 건 비단 맛뿐만이 아니에요. 펑리수를 판매하는 방식도 한 몫 했어요. 써니힐즈 매장에 가면 다른 곳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어요. 펑리수와 음료를 마시기 위해 계산대에 가서 주문하고 계산을 할 필요가 없거든요.
해피 아워처럼 일정 시간만 그러느냐, 그렇지 않아요. 언제 방문하더라도 펑리수와 음료를 무료로 나눠줘요. 일종의 시식 매장인 셈이에요. 그렇다면 시식이라고 해서 펑리수의 일부만 잘라주거나 작은 종이컵에 음료를 주느냐, 그렇지도 않아요. 온전한 펑리수 하나를 우롱차 한 잔과 함께, 정성스럽게 내어주죠. 시식이니까 서서 먹느냐, 그렇지도 않아요. 모든 손님에게 자리를 안내하고, 심지어 매장도 고급스럽게 꾸며놓았어요.
당연히 고급스러운 매장에서 펑리수와 음료를 공짜로 먹을 수 있으니까 손님 입장에서는 좋을 수밖에요. 그렇다면 써니힐즈는 어떻게 돈을 버는 걸까요? 시식을 하고 나가는 길에 써니힐즈 펑리수를 판매해요. 당연히 구매를 전제조건으로 먹은 게 아니기 때문에 그냥 나가도 괜찮아요. 하지만 맛도 있고, 마음의 빚도 진 거 같으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펑리수를 사죠.
구매는 낱개로는 할 수 없고 10개 또는 16개 단위의 세트로만 할 수 있어요. 1개를 공짜로 맛 본 고객이 10개입 또는 16개입을 구매한다고 가정했을 때, 결과적으로는 약 6~10%의 할인을 해주는 셈이에요. 하지만 할인을 할 때보다 집객력이나 구매 전환율을 더 높일 수 있는 판매 방식이에요. 동시에 윈윈하는 방식이기도 해요. 고객은 무료로 대접을 받으며 미리 시식을 할 수 있어 좋고, 매장 입장에서도 할인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어 좋으니까요.
ⓒ시티호퍼스
그런데 이런 써니힐즈가 자체 매장이 아닌 다른 브랜드의 매장에서 같은 방식으로 펑리수를 판매한 적이 있어요. 타이베이 융캉제에 위치한 찻집, ‘징셩위’에서예요. 2019년 말 기간 한정으로 징셩위 매장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징셩위의 차 한 잔과 써니힐즈의 펑리수 한 개를 무료로 대접했어요. 물론 시식 후 나갈 때 써니힐즈의 펑리수와 징셩위의 차를 사갈 수 있도록 했고요.
ⓒ시티호퍼스
징셩위의 매장 운영 전략은 써니힐즈와 비슷하면서도 차이가 있어요. 징셩위 매장에서도 무료 시음을 할 수 있지만, 그 방식이 브랜드의 목적에 부합하고, ‘차’라는 제품의 속성을 반영하고 있거든요.
모던한 속도로 우려낸 차의 정수
징셩위는 2009년, ‘대만 차의 아름다움을 요즘 사람들의 삶에 더 가깝게 만든다’는 목표를 가지고 시작했어요. 징셩위의 창립자 린 유청은 대학 시절 우연히 맛 본 대만의 리산 우롱차를 계기로 대만 차의 매력에 빠지게 됐죠. 린 유청은 대만 차가 이렇게 맛있는데, 대체 왜 맛 보려는 사람이 적은지 의아했어요. 그의 친구들 대부분이 차보다 커피를 좋아하는 것은 물론, 차를 즐기는 일을 번거롭게 여기고 있었거든요. 린 유청은 현대인들이 차에 관심을 갖지 않는 이유를 차를 즐기기 위한 과정에서 찾았어요. 차 맛을 알기 전까지가 문턱이 너무 높았던 거예요.
먼저 차의 종류를 이해하는 게 낯설고 어려운 면이 있어요. 게다가 차를 우리는 일은 번거롭고 시간이 오래 걸리죠. 특히 전통 다도에 따라 맛있는 차를 우리려면 다기를 데우는 것부터 시작해 물을 준비하고, 잔을 씻고, 차를 따르고, 향을 맡는 등 여러 단계를 거쳐야 비로소 맛있는 차를 마실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린 유청은 젊은 세대의 미적 스타일과 삶의 속도에 맞는 새로운 차 문화를 개발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번거롭고 복잡하다고 느끼는 과정을 생략한다면, 차의 아름다움이 현대인의 삶과 더 가까워질 거라고 판단했던 거죠.
징셩위는 시간은 단축하되, 차의 맛은 지켜냈어요. 고객으로부터 주문을 받는 즉시 차를 우리기 시작하는데요. 완성까지 5분 정도의 시간이 걸려요.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차의 맛을 끌어 올리기 위해 필요한 과정을 빼놓지 않아요. 뜨거운 물로 찻주전자를 데우고, 저울로 찾잎의 무게를 재는 등 필수적인 과정을 모두 거치죠.
ⓒ시티호퍼스
특히 냉차는 얼음으로 온차를 식혀서 만드는데, 얼음이 녹는 정도와 차의 농도를 정확히 계산해 최상의 맛을 구현해요. 그리고 고객이 원할 때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냉차를 즐길 수 있도록 테이크아웃 잔이 아닌 징셩위에서 개발한 ‘포켓 보틀(Pocket Bottle)’이라는 이름의 페트병에 담아 줘요. 모던한 디자인의 포켓 보틀은 차의 휴대성을 높여줄 뿐만 아니라, 차를 마시는 행위에 세련된 이미지를 부여하는 효과도 있어요. 차를 기꺼이 마시고 싶도록 냉차에 새로운 외모를 입혀주는 셈이에요.
ⓒ京盛宇
#1. 차를 종류가 아닌 ‘맛’을 베이스로 분류한다
징셩위는 차를 우리는 시간과 테이크아웃 용기만 모던하게 바꾼 게 아니에요. 그에 앞서 고객이 차를 구매하는 과정도 단순화했죠. 오리지널한 분류 체계를 개발해 차를 선택하는 단계부터 문턱을 낮추는 거예요.
징셩위는 차를 우롱차, 홍차 등 차의 종류로 구분하는 대신, 차에서 느낄 수 있는 풍미를 기준으로 차를 나눠요. 판매하는 20여 가지 차를 ‘신선한 시리즈(Refreshing series)’, ‘구운 시리즈(Roasted series)’, ‘과일과 꽃향(Special fragrance)’, ‘숙성(Aged)’ 등 4가지 향으로 분류했어요. 차의 종류는 잘 몰라도 차에서 느껴지는 풍미는 누구나 상상할 수 있기에 누구나 쉽게 차를 이해할 수 있죠.
그리고 이 분류 체계에 색을 매칭해 차의 종류를 시각화해요. 신선한 시리즈에는 청색을, 구운 시리즈에는 녹색을, 과일과 꽃향 계열에는 홍색을, 숙성 계열에는 갈색을 매칭했어요. 각 향을 연상시키는 컬러로 배정한 거예요. 징셩위만의 분류 및 컬러링 체계는 메뉴판과 차 패키징에서 두드러져요. 선호하는 풍미에 따라 후보군을 몇 가지 추리고, 각 차 맛에 대한 상세 설명을 읽으며 더 선호하는 차를 주문할 수 있어요.
메뉴판 ⓒ시티호퍼스
잎차가 들어 있는 틴 케이스 ⓒ京盛宇
잎차가 들어 있는 종이 상자 패키지 ⓒ京盛宇
컬러로 차의 맛을 시각화해 직관적으로 차의 맛을 전달하고자 하는 징셩위의 노력은 티백 제품인 ‘광지차’에서도 발견할 수 있어요. 징셩위는 21가지 티백 제품이 있는데, 티백이 담긴 패키지는 가로로 2분할 되어 2가지 색깔로 칠해져 있어요. 각 패키지의 색상은 곧 그 차의 맛을 상징해요. 차 맛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읽지 않고도, 컬러 블록이 연상시키는 이미지로 차의 맛을 추측할 수 있죠.
ⓒJing Sheng Yu
이런 디자인은 미국의 추상표현주의 화가 ‘마크 로스코(Mark Rothko)’의 그림에서 영감을 받은 디자인이에요. 마크 로스코는 사각형의 색면으로 큰 화폭을 채우는 ‘색면 추상’의 거장이에요. 마크 로스코가 그린 컬러 블록에는 감정과 메시지를 전달하는 힘이 있어요. 징셩위도 이런 힘을 가진 패키지를 디자인해 차의 맛을 직관적으로 표현하고자 했어요.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시각적 매력도 무시할 수 없고요.
ⓒNational Gallery of Art
#2. 매출을 올리는 ‘똑똑한’ 무료 시음
차를 분류하는 기준과 디자인으로 차와 요즘 세대 간의 간극을 줄인 징셩위는 창립한지 딱 10년이 되던 해에 또 한 번 고객에게 다가가요. 2019년, 타이베이 용캉제에 컨셉 스토어를 연 거예요. 징셩위의 컨셉 스토어는 차를 판매하기도 하지만, 그에 앞서 징셩위라는 브랜드와 차, 그리고 고객 간의 간격을 줄이는 곳이에요.
ⓒ京盛宇
컨셉 스토어가 위치한 융캉제는 흔히 서울의 명동에 비유돼요. 딘타이펑 본점, 스무시 하우스 본점 등 내로라하는 대만의 유명 맛집뿐만 아니라 각종 차, 퍼스널 케어 브랜드 등의 플래그십 매장이 모여 있는 동네예요. 볼거리, 즐길 거리가 많아 타이베이를 방문한 관광객들의 필수 코스 중 하나죠.
융캉제에 위치한 징셩위 매장에서는 방문하는 고객에게 차를 한 잔 무료로 대접해요. 아무 차나 내어주는 것도 아니예요. 실제로 판매하는 9가지 종류의 차 중 궁금한 차를 하나 선택할 수 있어요. 각 차의 향을 먼저 맡아볼 수 있도록 종류별로 찻잎 샘플도 마련되어 있고요. 시음을 원하는 차를 한 가지 고르면 자리를 안내해 줘요. 안내 받은 자리에 앉아 기다리고 있으면 선택한 차가 트레이에 서빙되고요. 세련된 공간에서 무료로 이 정도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으니 환대가 느껴지죠.
ⓒ시티호퍼스
ⓒ시티호퍼스
차를 서빙하는 트레이의 색깔도 선택한 차의 맛에 따라 달라져요. ⓒ시티호퍼스
그런데 무료 시음 서비스를 운영하는 방식이 영리해요. 먼저 이용 시간을 30분으로 제한했어요. 무료 시음을 핑계로 지나치게 오래 머무는 일을 방지하기 위함이에요. 차를 우리는 시간도 있는데 30분이 짧지 않냐고요? 고객에게 제공되는 차는 우리는 시간과 인력이 들어가는 잎차가 아니라, 더 빠르게 서빙해 줄 수 있는 티백이에요. 고객이 차를 즐기는 시간을 최대한 확보해 주고, 무료 시음에 들어가는 원가를 낮추는 효과도 있어요.
정석대로 우려낸 차를 맛 보고 싶다면 차를 유료로 주문할 수도 있어요. 이 때 차의 맛과 컬러링 체계를 활용해 디자인한 메뉴판이 제 역할을 해내요. 직관적인 메뉴판을 보고 짧은 고민의 과정을 거쳐 차를 돈내고 주문하면 매장 직원이 고객이 보는 앞에서 차를 정성스럽게 우려줘요. 차를 우리는 공간은 마치 레스토랑의 오픈 키친처럼 디자인되어 있어 능숙하게 차를 우리는 과정을 구경할 수 있어요.
ⓒ시티호퍼스
이처럼 고객은 매장 안에서 추가 주문을 할 수도 있고, 나가면서 티백이나 잎차 제품을 구매할 수도 있어요. 포켓 보틀에 냉차를 테이크아웃할 수도 있고요. 징셩위의 매장에 머물며 차를 무료로 경험한 고객이 어떤 방식으로든 지갑을 열 확률은 높아져요. 환대로 무장한 매장 경험에 더해 남다른 품질, 문턱을 낮춘 제품 분류 체계, 갖고 싶은 디자인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린 덕분이에요. 이처럼 촘촘하게 설계된 경쟁력은 무료 시음 서비스의 구매 전환 효과를 극대화해요.
ⓒ시티호퍼스
#3. 차를 라이프스타일에 우려낸다
징셩위는 차의 세계로 사람들을 초대하기도 하지만 기꺼이 사람들의 삶 속으로 찾아가기도 해요. 대만 차와 요즘 사람들 사이의 거리를 좁히는 것이 목표니까요. 차 브랜드로서의 한계를 넘어 사람들과 더 가까워지기 위해 징셩위가 선택한 건 영역을 넘나드는 콜라보예요.
가장 직관적이고 상상 가능한 영역에서의 협업은 다른 음료 브랜드와의 만남이에요. 대만의 크래프트 맥주 브랜드인 ‘타이완 헤드 브루어스(Taiwan Head Brewers)’와 콜라보해 징셩위의 철관음 차가 들어간 맥주를 개발하기도 했고, 콤부차 브랜드인 ‘카이 콤부차(Kai Kombucha)’와는 페코 자스민 녹차가 들어간 콤부차를 출시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징셩위의 콜라보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아요. 패션, 잡지, 서점, 음악 등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에 걸쳐 있는 영역이라면 콜라보에 제한을 두지 않았어요. 결과물의 형태도 창의적이에요.
예를 들어 볼게요. 2022년, SPA 패션 브랜드인 유니클로와는 징셩위의 포켓 보틀을 파는 자판기를 개발했어요. 유니클로 타이베이 글로벌 플래그십 스토어 4층에는 사람들이 책도 읽고 차도 마실 수 있는 ‘생활 미학 휴식 공간’이라는 라운지가 있는데요. 여기에 징셩위와 함께 개발한 자판기를 설치해 사람들이 징셩위 차를 맛볼 수 있게 했어요.
유니클로 타이베이 글로벌 플래그십 스토어 4층에 위치한 생활 미학 휴식 공간 ⓒUniqlo
ⓒUniqlo
유니클로와 공동 개발한 보틀 디자인 ⓒUniqlo
그렇다면 유니클로와 징셩위의 공통분모는 무엇일까요? 유니클로는 심플함, 퀄리티, 내구성을 바탕으로 모두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라이프웨어(LifeWear)’를 만들어요. 유니클로의 라이프웨어는 실용적인 미의식과 사려깊은 디테일로 더 많은 사람들의, 더 나은 삶을 향해 끊임없이 진화하는 옷이에요. 패션과 차라는 영역만 다를 뿐,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나은 차를 마시기를 바라는 징셩위와 같은 지향점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어요.
또다른 대표적인 콜라보 프로젝트는 대만의 문화 잡지 ‘벌스(VERSE)’와 함께 만든 차 선물 세트예요. 세로형 박스 패키지 안에 징셩위의 6가지 티백을 담은 제품으로, 박스의 외관을 벌스의 표지와 비슷하게 디자인했어요. 언뜻 보면 잡지로 착각할 정도라 잡지와 함께 책장에 꽂아두어도 위화감이 없어요. 1년에 6개의 매거진을 발간하는 벌스의 특성을 반영해 티백의 갯수도 6개로 구성했어요. 티백 디자인도 벌스 매거진 1~6호의 주제를 반영했고요. 독서에서 차 시음까지 대만의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제품이에요.
ⓒ京盛宇
ⓒ京盛宇
ⓒ京盛宇
이 밖에도 징셩위는 차향이 나는 차향 디퓨저, 징셩위 차를 마시며 들으면 좋은 플레이리스트 등을 선보였어요. 각 분야에서 뜻을 함께 하는 파트너들과 경계를 넘나드는 콜라보를 통해서요. 징셩위는 꼭 차를 마시는 시간이 아니더라도 일상 곳곳에서 차와의 접점을 마련해 고객의 일상에 스며들고자 하는 거예요.
고객으로부터 다시 한 번 나아갈 힘을 얻다
시티호퍼스가 징셩위를 처음 알게 된 건 2018년의 일이에요. 타이베이로 출장을 갔는데 우연히 들른 백화점에 매장이 있더라고요. 고풍스럽고 진중한 다른 차 매장들과는 달리, 현대적인 외관과 컬러 패키지가 눈길을 사로 잡았어요. 징셩위의 컬러 플레이는 차 문화가 낯선 외국인의 눈에도 낯설지 않게 다가왔죠. 매장 이름 옆 ‘영원한 차의 혁명(Permanent revolution of tea)’이라는 문구가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했고요.
그 길로 징셩위 매장에 들어가 정성스럽지만 빠르게 우린 차를 한 잔 맛보았어요. 징셩위의 의도대로 대만 차의 아름다움이 어렵지 않게 다가왔어요. 매장을 떠나기 전, 포켓 보틀에 냉차를 테이크아웃해 타이베이에 머무는 내내 마셨고요. 브랜드를 한 번 인지하자, 이후 징셩위의 매장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타이베이 내 징셩위 매장은 융캉제에 있는 컨셉 스토어뿐이에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기세가 기울었나 싶었지만, 그렇다고 단언하기에는 제품 가짓 수도 늘어 났고 활기가 있었어요. 국경이 봉쇄되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이 되었던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징셩위는 어떤 변화를 겪었던 걸까요?
분명 코로나19 팬데믹은 징셩위에게도 전례없는 위기였어요. 징셩위의 대표 린 유청의 이야기에 따르면 매장 문을 닫을 당시 급격한 실적 하락과 적자를 겪었죠. 당시 6개였던 매장도 2개까지 줄였고요. 뼈를 깎는 아픔이 있었겠지만, 징셩위는 새로운 형태의 고객 접점을 모색했어요. 공식 웹사이트에서 차에 대한 칼럼과 아티클을 꾸준히 발행하고, 대표가 직접 팟캐스트를 운영하는 등 고객과의 또다른 커뮤니케이션을 꾀하는 식이었죠.
동시에 린 유청은 징셩위가 마주한 위기를 반성과 검토의 계기로 삼았어요. 그는 징셩위에서 공식 라인(LINE) 계정으로 고객들에게 너무 많은 뉴스레터와 광고 목적의 비즈니스 메시지를 보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물론 이런 광고성 메시지가 나쁘다고는 할 수 없지만, 대만 차의 아름다움을 고객의 삶에 더 가깝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는 징셩위가 지향해야 하는 마케팅 방식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더불어 지난 날을 돌이켜보며 어려운 시기에 징셩위 제품을 구매해 준 고객들의 고마움을 새삼스레 되새겼어요. 이 인연을 소중히 여기지 않고 다양한 채널을 통해 홍보성 스팸 정보를 자주 보낸 데에 대해 다시 한 번 반성했고요. 그리고 그는 사업을 처음 시작할 때 선배에게 들은 조언을 떠올렸어요.
“친구로부터 커리어를 찾지 말고, 커리어로부터 친구를 찾아라.”
징셩위에게 고객은 진정한 친구였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그래서 그간 고객과 관계를 유지하던 방식에 변화를 주기로 결심했죠. ‘한 달에 한 번’이라는 단순한 원칙 하에 라인 채널을 운영하기로 한 거예요. 진정한 친구는 자주 볼 필요는 없지만, 마음 속으로는 항상 서로를 그리워할 것이라고 믿으면서요. 대신 징셩위를 찾아온 고객에게 최고의 차 한 잔을 대접한다는 마음으로 접객을 하고요.
이런 노력 덕분일까요? 징셩위는 조금씩 제 페이스를 찾고 있어요. 매장을 2개까지 줄였으나, 현재는 타이베이의 컨셉 스토어를 비롯해 신주와 지룽에 각각 1개씩 총 3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고, 호주 멜버른에도 매장을 준비 중이에요. 징셩위의 첫 번째 해외 진출이기도 해요. 대만 차의 아름다움을 품은 징셩위의 첫 걸음에는 진정한 친구들의 응원이 함께 하지 않을까요.
Refere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