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나용 안경을 판다고? 보이지 않는 불편을 보는 안경 회사

진즈

2023.05.15

이 안경 회사, 발상이 기가 막혀요. 몇 가지 예를 들어볼게요. 사우나에서도 김이 서리지 않는 안경, 눈 주변을 촉촉하게 해주는 안경, 프레임에 초소형 스피커를 내장한 안경, 애니메이션의 세계관을 녹여낸 안경, 나이를 가려주는 안경, 몸과 마음을 돌봐주는 안경 등. 생각지도 못한 안경을 계속해서 쏟아내고 있죠. 바로 ‘진즈’ 이야기예요. 


실험적인 안경을 만드는 니치 브랜드냐? 그렇지도 않아요. 진즈는 2001년에 시작한 안경 브랜드인데요. 10년만에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도 하고, 현재는 6개국에 700개가 넘는 매장을 갖고 있어요. 매출은 669억엔(약 6,690억원)에 이를 정도로 성장했고요.   


진즈의 실험은 안경에만 그치지 않아요. 스타벅스와 함께 코워킹 스페이스까지 만들었죠. 사업 부분을 다각화한 게 아니라, 안경을 핵심에 두고 ‘집중력’을 공통분모로 코워킹 스페이스를 기획한 거예요. 이렇게 기발한 도전을 하는 진즈가 안경을 어떻게 혁신하고 있는지 하나씩 살펴 볼까요?


진즈 미리보기

 눈에 보이지 않는 불편을 들여다 본다

 신선한 콜라보로 화젯거리를 던진다

 애니와 뷰티를 지독하게 파고들자 생긴 일

 명상의 효과를 불러일으키는 안경

 사람의 마음에 초점을 맞추는 안경 브랜드




이 스타벅스 무언가 달라요. 2층에 코워킹 스페이스인 ‘싱크 랩(Think Lab)’을 마련했거든요. 식물 배치와 자연음, 기온과 습도, 조명, 아로마 향, 책상과 의자의 각도까지 사소한 것 하나에도 과학에 근거해 집중력을 높이는 환경을 구성해 놓았죠. 2020년에 문을 연 스타벅스 CIRCLES 긴자점 이야기예요.



스타벅스 CIRCLES 긴자점 ⓒ스타벅스



(좌)솔로 워킹 스페이스 / (우)스마트 라운지 ⓒ스타벅스


이 코워킹 스페이스에는 특징적인 영역이 있어요. 함께 일하는 공간을 지향하면서, 독서실처럼 칸막이가 있는 존을 마련했어요. 이유가 뭘까요? 싱크랩은 코워킹만으로는 혁신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보기 때문이에요. 싱크랩은 ‘코워크(Co-work)와 최상의 집중 상태(Deep Think)가 합쳐져야 혁신이 일어난다’는 철학을 가지고 공간을 이원화해서 구성했어요.


이 새로운 형태의 코워킹 스페이스를 스타벅스 혼자서 구상한 건 아니었어요. 과학적 연구를 비롯해 싱크 랩의 모든 시스템을 총괄한 ‘진즈(JINS)’란 파트너가 있었죠. 어느 IT 기업이나 연구 집단인가 싶지만 여기, 쌩뚱맞게도 안경점이에요. 2001년 출범한 이래 기존 산업의 질서와 비즈니스 모델을 파괴적으로 혁신해온 안경업계의 디스럽터예요. 안경의 모양, 가격, 기능까지 예상을 벗어나는 시도로 매번 ‘새로운 당연함’을 써내려온 곳이거든요.



ⓒ진즈


2022년 8월 기준 진즈의 연 매출은 669억엔(약 6,690억원)에 달해요. 6개국에 700개가 넘는 단독 매장을 갖고 있고, 창업 10여년이 흘렀을 때는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도 했죠. 안경업계에서는 드문 성과예요. 진즈는 어떻게 파괴적 혁신을 해왔기에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던 걸까요? 지금부터 그 이야기를 들려드리려고 해요. 참고로 롤러코스터처럼 스펙터클한 주제가 확확 펼쳐질 테니 ‘딥 싱크’ 모드, 단단히 준비해주시고요.



눈에 보이지 않는 불편을 들여다 본다

소비자에게는 산업을 막론하고 합리적인 가격으로 좋은 것을 갖고 싶다는 본능적인 요구가 있어요. 그런데 이 ‘좋은 것’의 기준이 기술과 제품의 단계에 따라 달라져요. 상향평준화되기 전까지야 더 좋은 제품이 좋은 것이에요. 그러다가 기술과 제품 수준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고 라이프스타일과 취향이 다양해지면, 그 요구는 세분화되기 마련이죠. 



ⓒ진즈


평범한 안경 잡화를 팔던 진즈는 2009년부터 이러한 세분화된 요구에 맞춘 안경들을 개발해나갔어요. 시작은 실리콘 패드로 무게를 덜어낸 ‘에어프레임’이었어요. 경량 안경이라는 신시장을 열며 10년 동안 누적 2,000만개를 팔았죠. 이후 스마트폰의 성장세가 심상치 않자 재빨리 블루라이트를 최대 51%까지 차단한 PC용 안경 ‘진즈 스크린’을 출시했어요.



진즈 스크린 시리즈 ⓒ진즈


LED 화면에서 뿜어져나오는 블루라이트는 자외선 급의 높은 에너지를 발산해요. 망막에 직접 도달하고 멜라토닌 분비를 막아 수면장애를 일으키기도 하죠. 진즈가 이 안경을 개발하기 시작한 무렵에 블루라이트는 시장에서 상용화되지도 않고 익숙하지도 않은 개념이었어요. 하지만 진즈가 시장을 여니 블루라이트 차단 안경이 속속 나타나기 시작했죠.


진즈는 이 기능으로 PC용만이 아니라 ‘리딩(Reading)’이라는 또 하나의 카테고리를 뽑아냈어요. 스마트폰을 자주 접하는 젊은 사람뿐만 아니라 근시, 난시가 있거나 노안이 온 사람도 전자기기, 책, 신문 등을 선명하게 볼 수 있음을 강조하면서 고객층을 넓혀나간 거예요.




진즈 프로텍트 모이스트 ⓒ진즈


그러나 에어프레임도 블루라이트도 리딩도, 당시엔 참신했지만 얼마 안 가서 어디서든 쉽게 찾을 수 있는 제품이 됐어요. 새로움이 표준이 된 거죠. 진즈는 이쯤에서 주춤하지 않고 안경의 상식을 뒤집는 시도를 계속 이어가요. 꽃가루와 비말을 최대 89%까지 차단하는 ‘진즈 프로텍트’, 프레임 안쪽에 워터 포켓을 장착해 고보습 스펀지를 갈아주기만 하면 눈 주변의 습도를 20% 수준으로 유지시켜주는 ‘진즈 프로텍트 모이스트’를 개발한 거예요.



진즈 스위치 ⓒ진즈



플립업 형태의 진즈 스위치 ⓒ진즈


또한 안경과 선글라스의 용도를 합친 진즈 스위치도 만들었어요. 컬러 렌즈가 들어간 플레이트를 자석으로 착탈할 수 있게 하고, 그마저도 번거로운 사람을 위해 원터치로 렌즈를 위로 젖힐 수 있는 ‘플립업’ 형태도 따로 내놓았어요. 선글라스에서 안경으로, 안경에서 선글라스로 금세 호환이 되게 했죠.


최근에 나온 제품은 드라이브 렌즈, 이름 그대로 운전자를 위한 안경이에요. 낮용인 드라이브 데이는 가시광 투과율을 38%로 맞춰 햇빛의 눈부심은 억제하면서 색조 변화가 적어 자연스럽게 볼 수 있도록 해줘요. 반면 밤용인 드라이브 나잇은 가시광 투과율을 85%로 올려, 마주보는 차의 헤드라이트, 가로등의 빛 파장을 줄이면서 가시거리를 확보할 수 있게 해주죠. 



드라이브 데이 렌즈를 사용했을 때 전후 ⓒ진즈


이 외에도 ‘진즈 사우나’를 개발했어요. 안경과 사우나라니 낯선 조합이지만, 안경을 쓰는 사람들이 겪는 불편을 세심하게 포착한 제품이에요. 안경을 쓰는 것의 단점 중에 하나가 온도차가 있는 곳에 들어서면 안경에 김이 서린다는 거예요. 실내야 시간이 지나면 김이 사라지지만 사우나 같은 곳에서는 그렇지 않아요. 그래서 대부분 안경을 벗고 사우나에 들어가는데, 시력이 나쁜 사람들은 잘 안보이니 위험할 수 있죠. 진즈 사우나는 이런 문제를 해결해줘요.



진즈 사우나. 흐림 방지 기능으로 선명한 시야도 유지할 수 있어요. ⓒ진즈


프로텍트 시리즈의 가격은 5,000엔(약 5만원)에서 8,000엔(약 8만원) 사이에요. 진즈 스위치는 최대 12,000엔(약 12만원), 진즈 사우나는 9,900엔(약 9만 9천원), 드라이브 렌즈는 프레임과 렌즈를 모두 포함해도 11,000엔(약 11만원) 정도에 그치죠. 종합하면 5만~12만원 사이에 거의 모든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거예요. 이렇게까지 저렴할 수 있는 비결이 있어요. 진즈는 상품 기획부터 원자재 조달, 생산, 유통, 마케팅, 판매까지 전 과정을 브랜드가 책임지는 SPA 모델로 운영하고 있거든요.


SPA의 장점은 직접 고객의 요구와 시장 동향을 파악해, 빠르게 생산 계획에 반영할 수 있다는 점이에요. 수요에서 밀려난 제품은 제작 수량을 조절해 미리 비용 손실을 막을 수 있고, 잘나가는 제품은 1~2주 안에라도 대량 공급이 가능하죠. 도매업자, 소매업자 같은 유통업체에 라이선스나 보관비를 지불할 필요도 없으니, 덜어진 가격만큼 고객이 혜택을 보는 구조예요.


가격이 싸니까 품질이 떨어지는 건 아니냐 싶겠지만 그렇지도 않아요. 진즈는 세밀한 기술이 필요한 프레임의 경첩 같은 부품은 자국 제품을 사용해요. 하지만 생산 공장 자체는 중국에 둬 인건비와 임대료를 아끼죠. 그 덕에 소비자는 단돈 5만원, 많아봤자 20만원도 안 되는 가격에 고품질의 안경을 구매할 수 있게 됐고요. 그것도 자그마치 1,200종의 라인업을 말이에요.



신선한 콜라보로 화젯거리를 던진다

진즈라는 롤러코스터에 탄 여러분. 이번에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장면이 펼쳐집니다. 바로 신선함과 재미와 의미를 다 집어삼킨 ‘콜라보레이션 구간’이에요. 여기에서 흥미로운 점은, 소비자 자신이 원하는지도 몰랐던 가려운 곳을 진즈가 시원하게 긁어줬다는 사실이에요. 우선 어떤 콜라보가 있었는지부터 살펴볼게요.



보스 프레임 알토 ⓒ아마존


이 안경은 오디오 메이커 보스와 협업한 제품이에요. 프레임에 초소형 스피커를 내장해 오직 유저의 귓가에만, 현장감 넘치는 사운드가 울리죠. 보스 커넥트 앱과 연동하면 새로운 기능도 업데이트할 수 있어요. 출시된 2019년에는 서양인의 외형에 맞춘 모델이었지만, 최근에는 일본인에 최적화된 모델로 리뉴얼됐어요.



진즈×르베뉴르 ⓒ진즈



진즈×산타르에보테 ⓒ진즈


보스와의 콜라보가 이어웨어를 사랑하는 사람을 타깃한 제품이라면, 후각을 살랑살랑 간지럽힌 콜라보 안경도 있어요. 남성 그루밍 브랜드 르베뉴르, 여성 화장품 브랜드 산타르에보테와 손잡고, 안경 제품에 작은 비누를 노벨티로 동봉한 거죠. 보스 안경처럼 기술적 만남을 이룬 건 아니지만, 안경과 향기를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한 아이디어가 빛나는 콜라보였어요.




진즈×세이부 철도 ⓒ진즈


다음은 세이부 철도 회사와 함께 만든 안경. 전철의 알루미늄 소재를 사용했어요. 템플(안경다리)에는 전철의 일련 번호를 넣어 오리지널리티를 더했죠. 안경 케이스는 실제 철도 좌석의 천을 이용해 만들었고요. 보스와 비누 노벨티는 감각이라는 공통분모로 엮여 있으니 얼추 이해가 되는데, 갑자기 웬 철도 회사와의 콜라보냐고요? 


이 기획의 모티브가 된 건 2017년부터 운행을 시작한 세이부 철도의 40000계 전철이에요. 휠체어나 유모차도 편리하게 올라탈 수 있는 파트너 존을 설치하고, 최신 모터로 에너지 효율을 이뤄낸 전철이었죠. 진즈는 ‘모두와 함께하는 공간’을 컨셉으로 하는 40000계 전철의 공공성을 알리기 위해 콜라보를 진행한 거예요.


그리고 2014년엔 프로 야구팀 요미우리 자이언츠와 함께한 PC용 안경도 있었어요.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팀 컬러인 오렌지&블랙을 듬뿍 채용했죠. 야구 팬이라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확실한 수요층을 공략한 콜라보였어요.



ⓒ진즈


청량한 사운드와 좋은 향기로 감각의 경계를 지운 안경. ‘더 나은 사회’를 싣고 달리는 철도 회사의 메시지를 나누는 알루미늄 안경. 스포츠 팬의 욕망을 자극한 ‘팬심 저격’ 안경. 어디서도 필요하다고 요구받은 적은 없지만, 모두 확실한 라이프스타일과 수요를 가진 고객들에게 넘치는 사랑을 받은 제품들이에요.


그런데 말이에요, 마지막에 언급한 팬심이요. 이걸 제대로 공략해 잭팟을 터뜨린 건 사실 요미우리 자이언츠가 처음이 아니었어요. 2010년, 진즈는 이미 팬심의 진한 맛을 봤거든요. 이번에 맞이할 풍경은 ‘애니메이션’과 ‘아름다움’이라는 구간이에요.



애니와 뷰티를 지독하게 파고들자 생긴 일

2010년, 애니메이션 원피스의 캐릭터 9명이 진즈의 안경을 쓰고 광고에 등장했어요. 한정판 안경과 선글라스는 출시 5일 만에 1만 2,000개가 팔려나갔어요. 진즈는 이 애니메이션 안경의 성공을 계기로 안경의 가장 섬세한 부분까지 캐릭터의 특징과 만화의 세계관을 구현하는, 지독히 ‘덕후스러운’ 제품을 늘려가게 돼요.



(좌)피카츄 모델 / (우)잠만보 모델 ⓒ진즈


예컨대 피카츄 모델의 템플은 노란색으로 물들였고요, 디자인은 번개 모양으로 구부렸어요. 잠만보 모델의 엔드 팁은 잠만보의 발 모양을 따라했고요. 에반게리온 안경은 로봇 유닛-01과 유닛-02의 금속 팔, 눈, 모션, 갑옷 등을 형상화한 형태로 디자인했어요. 또한 세일러문 모델의 경우엔 안경에 각 인물의 수호성 마크를 새긴 것은 물론, 미니 파우치, 안경줄로도 쓸 수 있는 글래스 코드를 함께 제작해 팬들의 추억과 향수를 건드렸고요.



(좌)EVA Unit-02의 눈을 나타낸 4개의 스터드 / (우)EVA Unit-01의 관절 마디에서 영감을 받은 경첩 디자인 ⓒ진즈



세일러문 모델의 미니 파우치와 글래스 코드 ⓒ진즈


미피는 1964년 책으로 발행된 이후 8,500만부 이상 판매된 롱셀러 작품이에요. 진즈는 미피와도 콜라보를 진행했는데요. 귀여운 토끼 캐릭터를 안경에 그려넣기만 한 게 아니라 ‘일상 속 소소한 행복을 찾기 바란다’는 동화 작가 딕 브루나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기쁨과 즐거움이 묻어나는 에피소드를 선별해 대표 이미지들을 안경에 새겨넣었어요.



ⓒ진즈


애니메이션만큼이나 시대를 타지 않으면서 넓은 수요층을 보유한 영역은 어디일까요? 바로 뷰티예요. 진즈는 이 뷰티 영역에서도 새로운 기회를 찾았어요. 현직 스타일리스트의 감수를 받아 ‘40대 여성에게 어울리는 안경’을 만드는가 하면, 일본을 넘어 아시아에서 큰 인기를 끌며 ‘이가리 메이크업’이라는 장르를 개척한 메이크업 아티스트 이가리 시노부와 ‘쓰는 것만으로도 예뻐지는 안경’을 제작하기도 하죠.


이 뷰티 안경들이 일반 제품과 어떻게 다르냐하면요. 렌즈의 새로 폭을 길게 뽑아내, 나이가 들어 옆으로 퍼진 얼굴의 여백을 줄여주기도 하고, 눈꼬리를 빼듯 프레임을 위로 끌어올려 흐릿한 눈매는 또렷하게, 눈동자는 크게 보이도록 해주기도 해요.



진즈×이가리 시노부 ⓒ진즈


그리고 대망의 333 메서드가 있죠. 코로나19 팬데믹이 끝을 보이면서 마스크로 가리고 다녔던 얼굴을 당당하게(?) 드러내고 싶은 여성들을 위해, 진즈가 화장품 브랜드 에토보스, 고주파 마사지기 야만과 ‘3초 3분 30초’ 상품을 기획한 거예요. 



ⓒ진즈



ⓒ진즈


먼저 인상을 좌우하는 3초는 진즈가 책임져요. 시선을 위로 집중시키고 얼굴에 입체감을 주는 굵은 프레임의 안경을 제안하죠. 이 추천 제품들에는 희미하게 티크 컬러의 렌즈를 삽입해 혈색을 올려주는 효과도 유도했고요. 에토보스는 컨실러, 립, 쉐딩 화장품으로 3분간의 화장법을 제안하고, 야만은 표정 근육을 풀어주기 위해 두피에서부터 뺨, 입 주변, 쇄골 라인으로 30분간의 마사지를 제안해요.


그 누가 ‘안경으로 아름다워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해봤을까요? 또 과연 어느 누가 애니메이션 주인공들이 안경에서 살아 숨쉴 수 있으리라고 상상이나 했을까요? 안경의 가능성을 안경 안에서만 찾지 않았기에 가능한 일이에요. 그런데 진즈는 여기서 그치지 않아요. 안경의 제품군을 횡적으로 늘리는 것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았던 거죠. 그래서 아예 안경의 프레임을 뚫고 나와, 안경에 새로운 정의를 덧씌우기 시작해요.



쓰면 명상의 효과를 불러일으키는 안경

‘메가네 온 메가네’는 진즈 앱과 온라인 사이트에서 체험이 가능한 가상 시착 서비스예요. 제품을 선택하고 서비스를 클릭하면, 얼굴에 가상으로 안경의 씌워지죠. 그러면 진즈의 오리지널 AI가 얼굴형을 측정해 어울림 정도를 퍼센티지로 표현해요. 퍼센티지가 높은 진즈의 다른 제품들도 잇달아 추천해주죠.



ⓒ진즈



PD를 입력하면 보다 정확한 측정이 가능해요. 물론 이 PD도 온라인 몰과 앱 내에서 측정할 수 있어요. ⓒ진즈


이건 프랑스 디지털 아이웨어 기업 피팅박스와 제휴해 만든 기술이에요. 피팅박스는 3D 가상 피팅, AR 솔루션, 동공간거리(PD) 등을 제공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테크 기업이죠. 그런데 진즈는 이 유망한 IT 회사와 가상 시착 서비스를 넘어 더 넓고 깊은 꿈을 키우는 데 과감히 도전해요. 스스로 몸과 마음을 돌보는 셀프케어 안경을 만들거든요. 바로 웨어러블 디바이스, ‘진즈 밈(JINS MEME)’이에요.



진즈 밈 ⓒ진즈


진즈 밈은 겉보기에는 그냥 안경이에요. 하지만 콧대 부분(코어)에 2개의 블루투스 센서가 탑재돼, 눈 깜빡임과 움직임, 몸의 기울기 등을 측정한 후 데이터들을 스마트폰 앱으로 보내요. 그러면 스마트폰 앱이 나의 집중력, 활력, 긴장감, 마음 상태를 분석해줘요. 그 결과는 바디와 멘탈로 나뉘어 나타나요. 자세가 나쁘거나 집중도가 낮으면 1~3분 안에 집중도를 올려줄 수 있는 자세와 명상 컨텐츠를 팝업 알림으로 안내하죠.



진즈 밈 바디 ⓒ진즈



진즈 밈 멘탈 ⓒ진즈


진즈의 도전은 계속 이어져요. 스타벅스의 코워킹 스페이스 싱크 랩, 기억나시죠? 이 싱크 랩 또한 진즈 밈의 센싱 기술과 연구 성과를 활용해 만든 공간이에요. 진즈가 여러 설문을 진행해보니, 가장 집중력이 높을 줄 알았던 회사 사무실이 역설적이게도 가장 집중할 수 없는 환경이었어요. 인간이 깊은 집중 상태에 들어가기까지는 평균 23분이 걸리는데, 사무실에선 11분에 1번 꼴로 누군가 말을 걸거나 메일, 채팅 등 온라인과 연결되는 일이 생기는 거죠. ‘최상의 집중 상태에 들어가기 위해선 소통을 차단하는 장소가 필요하다.’ 그래서 뇌신경과학과 접목해 조성한 공간이 싱크 랩이에요.



ⓒ진즈



ⓒ진즈


싱크 랩은 집중력을 높이는 5가지 환경적 요소를 기반으로 설계했어요. 식물의 양과 배치, 고해상도 자연음, 아로마 디퓨저, 체내 리듬에 맞춘 조명, 그리고 수렴적 사고와 발산적 사고에 도움이 되는 책상 및 의자의 각도예요. 모두 철저한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하고 있죠. 싱크 랩의 ‘딥 싱크 룸’에서 실험을 해봤더더니 사무실에서보다 약 1.6배나 집중도가 지속됐대요. 생산성은 평균 20% 상승했고요.



사찰의 구조를 띤 싱크 랩 통로. 이 통로를 지나면 코워킹 스페이스가 나와요. ⓒWorker’s Report


이처럼 싱크 랩은 주변 환경을 통제해 최고 수준의 집중력이 발현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공간이에요. 숨겨진 잠재력을 찾아내 혁신을 불러일으키는 것까지를 목표로 하고 있죠. 그 결과 파나소닉과 AGC 같은 기업들에서 사내 코워킹 스페이스로 싱크 랩을 도입하기도 했어요. 집에서도 같은 효과를 체감할 수 있는 ‘싱크 랩 홈’ 부스를 출시했는데, 집중도가 평소보다 193% 향상됐다는 결과가 보고됐을 정도예요. 싱크 랩이 사업으로서 확장될 조짐이 보이는 거죠.



싱크 랩 홈 부스 ⓒ진즈



사람의 마음에 초점을 맞추는 안경 브랜드



ⓒ진즈


‘진즈 고’는 2021년에 새롭게 시작한 서비스예요. 안경점이 없는 외진 지역, 방문이 어려운 고령자가 모여 있는 사회 복지 시설 등에 진즈가 직접 찾아가는 서비스죠. 이동 차에는 휠체어 승강기가 부착돼 있고요. 시력 측정, 렌즈 맞춤 등 진즈의 기본 서비스를 차 안에서 모두 경험할 수 있어요.



진즈 파크 마에바시 ⓒ진즈


같은 해 진즈는 또 다른 서비스를 런칭했어요. 규모를 더 키워 남녀노소 모두 즐길 수 있는 ‘진즈 파크’를 도쿄에서 100km 떨어진 군마현 마에바시에 열었죠. 진즈 파크에는 안경을 파는 공간만이 아니라 빵과 커피 등 다양한 푸드 부스가 있어요. 지역에서 활동하는 수공예 작가나 크리에이터의 전시도 열리고,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아트 워크숍도 개최되죠.



ⓒFrame


진즈는 진즈 파크를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이 머물 수 있는 공원, 지역 커뮤니티의 허브로 정했어요. 굳이 뭘 사지 않아도 가족과 친구와 시간을 보내기 위해 놀러 올 수 있는 곳으로요. 진즈 파크는 지역 커뮤니티에 기여한다는 목적에 어울리게 매장과 정원, 거리, 주차장 등을 매끄럽게 연결해 iF 디자인 어워드 2023에서 건축 부문을 수상하기도 했죠.


진즈의 모토는 ‘Magnify Life’, 즉 삶을 확장하는 거예요. 사람의 일상에 뿌리를 두고, 삶의 방식을 풍부하게 표현해 지금까지 없었던 체험을 제공하고자 하죠. 진즈 고와 진즈 파크도, 세이부 철도와 미피, 메이크업 아티스트와의 콜라보, 진즈 밈과 싱크 랩도 이렇듯 사람을 향한 마음에서 출발했어요.


여기에다가 진즈는 시대의 흐름에 맞게 디지털까지 접목하며 영역을 넘나들고 있어요. 디지털이란 엔진을 장착한 진즈의 롤러코스터가 앞으로 만나게 될 풍경은 더욱 예측하기 어려워요. 그럼에도 높은 확률로 예상해볼 수 있는 한 가지가 있어요. 진즈는 무엇을 통해서건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어느 부분을 발견해 편함과 기쁨을 선사할 거예요. 지금까지 그래왔듯이요.




Reference

 진즈 공식 웹사이트

 스타벅스 공식 웹사이트

 ジンズホールディングス 売上/利益/業績推移の決算グラフで経営分析 2022 JINS, グラフで決算

 「JINS」、EC売上高は14.8%増の38億円に コンタクトが好調維持,  日本ネット経済新

 [마인드테크 시대가 온다] 3. 명상테크, 스스로하는 마인드 케어, 이문규, IT동아

 명상 앱 '마보', 국내 최초 명상 및 명상 앱 시장 백서 발표, 임솔, 메디게이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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