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 업계의 전설 ‘조 말론’이, 어제의 나를 넘어서는 법

조 러브스

2023.06.21

창업자의 이름과 브랜드 이름이 같은 경우가 있어요. 비즈니스와 자기 자신을 동일시 한다는 뜻이죠. 향수계의 에르메스라 불리는 ‘조 말론 런던’도 그런 브랜드 중 하나였어요. 조향에 대한 열정을 가진 조 말론이 자신의 이름을 따서 만들었거든요.


승승장구하던 조 말론은 자신의 분신과도 같았던 조 말론 런던을 글로벌 뷰티 그룹인 에스티 로더에 매각했어요.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하기 위한 전략적 판단이었죠. 그러고는 그녀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약하며 조 말론 런던을 키워갔어요. 그러다 건강상의 문제가 생겨 경영에서 손을 뗐어요. 조 말론이 없는 조 말론 런던이 된 거예요.


돈을 벌만큼 벌었을테니 편안하게 즐기며 살 법도 한데, 조 말론은 좋아했던 일인 조향에 대한 애정을 잊지 못했어요. 그래서 경업 금지기간이 끝난 후, ‘조 러브스(Jo Loves)’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다시 향수 업계로 돌아왔죠. 그런데 시장은 조 말론 런던을 런칭했을 때와 달라졌어요. 이런 상황에서 조 말론은 어떻게 조 러브스를 차별화했을까요?


브랜드도 진화합니다. 이번 런던 위크에서는 <퇴사준비생의 런던>에서 소개했던 매장, 공간, 브랜드, 기업 등의 그동안의 변화를 업데이트 해봅니다.


조 러브스 미리보기

 #1. 고객을 마케팅으로 현혹하는 대신 마케터로 참여시킨다

 #2. 계산적인 파트너가 아니라 존중하는 파트너가 필요하다

 #3. 뿌리는 향수에서 경험하는 향수로 진화한다

 ‘계획된 우연’이 미래를 바꾼다




“예술적 성공과 상업적 성공, 무엇이 더 중요한가요?”


어느 기자가 영국의 조명 디자이너 톰 딕슨(Tom Dixon)에게 물었어요. 그의 대답은 무엇이었을까요?


“둘 다 아닙니다. 저는 취미가 직업이고, 직업이 취미예요. 제가 취미로 만든 물건을 고객들이 돈을 주고 사서 즐기죠. 이 자체가 제게는 동기 부여예요. 사람들이 제가 만든 작품을 사줄 때 디자인에 대한 저의 즐거움이 합리화돼요. 저처럼 마음껏 즐기면서 돈도 벌 수 있는 경우는 꽤 드문 일일 거예요.”


직업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하는 대답이에요. 그의 말처럼 취미가 직업이고 직업이 취미인 경우가 드물기는 하지만, 불가능한 일도 아니에요. 톰 딕슨 외에도 유럽의 크리에이티브 허브로 불리는 런던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아 비즈니스로 발전시킨 다양한 사례들이 있어요. 


예를 들어 볼게요. 클래식한 남성복에 위트를 더한 폴 스미스(Paul Smith), 영국 시골 가정집의 정원을 연상시키는 프린트가 특징인 캐스 키드슨(Cath Kidston), 현대적인 플라워 디자인의 서막을 연 제인 패커(Jane Packer) 등이 각 분야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내죠. 이런 브랜드들은 대부분 창업자의 이름과 브랜드 이름이 같아요. 비즈니스를 자기 자신과 동일시 한다는 뜻이에요.


향수 브랜드인 ‘조 말론 런던(Jo Malone London)’도 창업자 조 말론의 이름을 따서 만들었어요. 하지만 조 말론은 자신의 분신과도 같았던 브랜드 조 말론 런던을 전략적 판단 하에 글로벌 뷰티 그룹인 에스티 로더(Estée Lauder)에 매각했어요. 그러고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일하다 건강상 문제가 생겨 경영에서 손을 뗐어요. 돈을 벌만큼 벌었을테니 편안하게 즐기며 살 법도 한데, 조 말론은 좋아했던 일인 조향에 대한 애정을 잊지 못하고 ‘조 러브스(Jo Loves)’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다시 향수 업계로 돌아왔죠.


조 말론은 ‘향수계의 에르메스(Hermès)’라 불리는 브랜드를 탄생시킨 장본인이에요. 하지만 향수에 대한 정규 교육을 받은 건 아니었어요. 그녀는 피부 관리사였는데요. 피부 관리에 필요한 화장품을 제조하는 과정에서 조향에 대한 자신의 재능과 열정을 발견하고,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아야 한다는 믿음으로 향수 산업에 과감히 발을 들인 거예요. 


물론 조향을 좋아하고 잘한다고 해서 비즈니스가 궤도에 오르는 것은 아니에요. 조향에 대한 감각만큼이나 비즈니스에 대한 감각이 탁월해야 하죠. 그렇다면 그녀는 전통의 강호들이 지배하던 시장에서 어떻게 열정 하나로 시작해 새로운 영역을 개척할 수 있었을까요? 향수뿐 아니라 비즈니스에 대한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했지만, 그녀가 일구어낸 비즈니스의 향기 역시 향수만큼이나 감각적이에요.



#1. 고객을 마케팅으로 현혹하는 대신 마케터로 참여시킨다

그녀는 피부관리사인 어머니 밑에서 일하다 25세 때 런던으로 거처를 옮겨 독립했어요. 변변한 공간도 없었지만 어머니 가게에서 알게 된 12명의 고객들의 집에서 피부 관리를 해주는 것으로 사업을 시작했죠. 그녀는 12명의 고객들을 고객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비즈니스를 함께 성장시킬 팀으로 여겼어요. 그들의 만족으로부터 나오는 입소문이 가장 정직하면서도 효과적인 마케팅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에요. 


특히 피부 관리나 향수같이 사적인 소비일수록 친한 친구의 추천이 힘을 발휘해요. 그래서 조 말론은 사업의 출발점이었던 12명의 고객들을 ‘창립 고객(Founding clients)’이자 ‘마케팅 팀’으로 불러요. 초기 고객들이 회사를 일으킨 창립 멤버에 준하는 역할을 했다는 뜻이죠.


12명의 고객에서 시작된 입소문은 원심력이 생겨 빠른 속도로 확산됐어요. 그녀가 만든 화장품의 인기는 날이 갈수록 높아졌고요. 여기에다가 그녀는 고객들이 화장품을 구매하면 배스 오일을 선물했는데요. 이 선물의 반응 또한 기대 이상이었어요. 제품은 물론 선물도 남다르니 고객들의 주문이 쏟아져 들어왔어요.


혼자서는 감당하기 벅찰 정도의 수요가 생기자 사업을 시작한 지 5년 만에 조 말론의 이름을 내건 첫 번째 향수 가게를 열었어요. 개점 이후 1년도 안 된 시점에 5년치 목표 매출을 달성할 정도로 조 말론 향수의 인기는 뜨거웠죠. 샤넬(Chanel), 디올(Dior), 이브 생 로랑(Yves Saint Laurent) 등 기라성 같은 브랜드들이 장악하고 있던 향수 시장에서 이례적인 성장세였어요. 고객을 이해하고 대하는 방식이 달랐기에 가능한 일이에요.


또한 고객들을 마케터로 바라보니, 제품을 개발하는 프로세스도 달라졌어요. 기존의 향수 브랜드들은 평가사(Evaluator)와 상담하고, 평가사가 향수 제조사(Perfumer)에게 전반적인 컨셉을 전달해 향수를 제조했어요. 조 말론은 이러한 업계의 관행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봤죠. 향수 브랜드와 향수 제조사가 직접 소통하지 않기 때문에 섬세한 향수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향기로 고객들을 만족시킬 수 없으니 향수에 매력적인 이미지를 덧씌워 판매한다고 생각한 거예요. 


마케팅으로 고객들을 현혹시키는 것이 아니라 고객들을 마케터로 참여시키기 위해서는 향수의 이미지가 아니라 향기가 고객들의 마음에 들어야 해요. 그래서 그녀는 향기가 매력적인 향수를 개발하기 위해 평가사를 거치지 않고 직접 향수 제조사와 협업하는 방식을 택했어요. 조향에 대한 직관적인 판단뿐만 아니라 고객에 대한 감각적인 이해가 만들어낸 변화예요.


만약 조 말론이 고객과의 관계를 통해 이익만을 남기고, 기회를 남기는 방법을 알지 못했다면 조 말론 런던의 괄목할 만한 성장은 없었을지도 모를 일이죠.



#2. 계산적인 파트너가 아니라 존중하는 파트너가 필요하다

‘오프라히제이션(Oprahization)’. 오프라 윈프리(Oprah Winfrey)가 다루면 사회적 파장을 몰고 온다는 뜻의 조어죠. ‘신드롬’, ‘사회 현상’이라는 말이 붙을 정도로 ‘오프라 윈프리 쇼’는 1980~1990년대에 미국 전역을 휩쓸었던 토크쇼예요. 


1996년, 조 말론도 오프라 윈프리 쇼로부터 러브콜을 받았어요. 집에서 시작한 작은 사업으로 큰 성공을 거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밀리언 달러 비즈니스(Million Dollar Businesses)’ 코너에 출연 제의를 받은 거예요. 조 말론 런던은 오프라 윈프리 쇼 출연을 계기로 미국에 처음으로 알려졌고, 그 이후 미국 단체 여행객들이 물밀듯이 런던 매장을 방문하면서 매출이 급등했어요. 조 말론은 미국 시장의 크기와 위력을 실감해, 미국 진출을 본격화하고 비즈니스 파트너를 물색하기 시작했죠.


조 말론은 1998년에 미국으로 진출할 당시, 최적의 비즈니스 파트너를 알아보는 혜안이 있었어요. 여러 곳에서 러브콜을 받았지만 조 말론은 미국 상류층들이 가장 선호하는 백화점인 ‘버그도프 굿먼(Bergdorf Goodman)’에 입점했어요. 


버그도프 굿먼은 단순히 럭셔리 브랜드로 구성된 백화점이 아니라, 브랜드를 데뷔시키는 공간이었죠. 도나 캐런(Donna Karan), 조르지오 아르마니(Giorgio Armani), 마이클 코어스(Michael Kors) 등 수많은 럭셔리 브랜드들도 이 백화점을 통해 뉴욕에 알려졌거든요. 입점을 제안했던 백화점들 중에는 규모가 더 크고 계약 조건이 더 나은 곳들도 있었지만, 조 말론은 버그도프 굿먼이 최적의 데뷔 무대인 것을 직감하고 이 백화점의 제안을 받아들였어요.


버그도프 굿먼을 통해 미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연착륙한 조 말론에게는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하나 더 있었어요. 런던과 달리, ‘창립 고객’이 존재하지 않는 뉴욕에서는 또 다른 구심점이 필요했어요. 그래서 조 말론은 마케팅 파트너로 유명 인사들과 미디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했죠.


매장 오픈 전, 조 말론은 뉴욕의 모델, 가수, 기업가, 정치인 등 50명의 유명 인사들에게 집들이나 생일 선물로 활용해 달라며 10~20개의 제품을 무료로 나눠줬어요. 혼자 사용하기에는 많은 양의 조 말론 런던 제품을 선물 받은 유명 인사들은 자연스럽게 남은 제품들을 주변 지인들에게 소개하며 선물했고요.



©Jo Malone


선물이 선물이 되는 선순환을 통해 뉴욕 사교계에 퍼지기 시작한 조 말론 런던은 기자 회견을 통해 또 한 번의 주목을 받았어요. 전형적인 기자회견 대신, 5성급 호텔의 스위트룸에서 제품에 대한 설명과 더불어 피부 관리 서비스를 직접 시현한 거예요. 조 말론 런던을 경험한 유명 인사들과 기자들은 영향력 있는 입소문을 만들어 냈고, 조 말론 런던은 미국에 진출한지 반년도 채 되지 않아 100만 달러(약 11억 원) 매출을 올렸어요.


자신감이 붙은 조 말론은 미국을 시작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을 계획했어요. 글로벌 시장은 하나의 국가보다 상위 스케일의 시장이기에 파트너도, 방법도 달라야 했죠. 미국 시장까지는 성공적으로 진출했지만, 글로벌 시장은 조 말론 혼자 진출하기에는 무리가 있었어요. 이 때 거물급 파트너인 에스티 로더가 손을 내밀었어요.


당시 에스티 로더는 바비 브라운(Bobbi Brown), 아베다(AVEDA), 라 메르(LA MER) 등의 브랜드를 인수해 60개 이상의 국가에서 글로벌 브랜드로 키워낸 코스메틱 그룹이었어요. 에스티 로더가 인수한 브랜드들은 인수 후에도 여전히 고유한 독창성을 지키고 있었고, 조 말론도 매각을 위한 실사를 통해 에스티 로더에 대한 확신을 굳혔어요. 인수 금액 등의 조건도 중요했지만, 무엇보다 브랜드의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든 거예요.


1999년, 조 말론은 자신이 크리에이티브 영역에 있어 통제권을 가지며, 기존의 직원들을 모두 고용한다는 조건으로 조 말론 런던을 에스티 로더에 매각했어요. 파트너를 알아보는 창업자의 감각적인 판단력 덕분에 런던의 한 골목에서 시작한 작은 브랜드는 전 세계 50여 개 국가에서 만날 수 있는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하죠.



#3. 뿌리는 향수에서 경험하는 향수로 진화한다

조 말론이 없는 조 말론 런던. 조 말론 런던을 에스티 로더에 매각한 후 7년 만에 일어난 일이에요. 조 말론 런던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약하던 조 말론은 갑작스럽게 유방암 진단을 받게 돼요. 암 치료를 위해 공백기를 가진 후, 회사에 복귀했을 때에는 많은 것들이 변해 있었어요. 사업은 이미 확장될 대로 확장되어 있었죠. 


조 말론은 더 이상 자신이 원하는 일을 조 말론 런던에서 지속할 수 없다고 판단했어요. 돈이 아닌 꿈을 좇아 에스티 로더에 회사를 매각했던 조 말론은 결국 조 말론 런던을 떠나게 되죠. 매각할 때의 계약에 따라 조 말론은 향후 5년간 동종업계에서 활동할 수도, ‘조 말론’이라는 명칭을 상업적으로 사용할 수도 없게 됐어요. 자신의 이름이자 브랜드였던 조 말론 런던을 완전히 품에서 떠나 보낸 거예요.


조 말론은 조 말론 런던이라는 브랜드는 매각했지만, 자신의 열정은 팔지 않았어요. 여전히 조 말론 안에는 조향에 대한 갈망과 영감이 꿈틀대고 있었죠. 조 말론은 조향이 자신에게 비즈니스가 아닌 존재의 이유임을 깨닫고, 재기를 위한 초석을 닦았어요. 


먼저 조 말론은 자신이 원점에서 시작하는 초심자라는 마음가짐으로 시장을 냉철하게 바라봤어요. 자신이 조 말론 런던을 처음 런칭했던 때와 달리, 틈새 취향을 공략하는 향수 브랜드들이 많이 생겼고 고객들은 향수에 대한 정보를 더 쉽게 얻을 수 있었죠. 이런 상황 속에서 조 말론은 취향이나 기준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는 향수가 아니라, 기호와 시대를 관통하는 향수를 만들기로 결심했어요. 자신의 후각과 영감을 토대로 미래의 단서를 찾아가던 조 말론은 5년의 경업 금지기간이 끝난 2011년, 두 번째 브랜드 ‘조 러브스(Jo Loves)’를 런칭했어요.



ⓒJo Loves


런던 첼시(Chelsea)에 위치한 조 러브스의 매장은 향수 명인의 부활을 알리듯, 조 말론의 영감과 창의력이 응집돼 있어요. 우선 매장 구성이 달라요. 조 말론은 조 러브스의 매장을 오픈하면서 단순히 향수를 구매하는 공간을 넘어, 향수를 경험하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시티호퍼스


그래서 그녀는 사람들이 브래서리(Brasserie)*에서 다양한 단품 요리를 부담없이 즐기 듯, 다양한 향기를 경험할 수 있는 ‘향기 브래서리(Fragrance brasserie)’라는 컨셉을 업계 최초로 기획했어요. 향기 브래서리의 운영 방식은 뉴욕 포시즌스 호텔(Four Seasons Hotel New York)의 바와 런던 해러즈(Harrods) 백화점의 타파스 바에서 영감을 받았고요.


*브래서리: 간단한 단품 요리를 제공하는 캐주얼한 분위기의 프랑스풍 식당이에요.


매장 내부에 조 말론의 J를 본 뜬 커다란 바를 만들어 이 곳에서 향수를 칵테일 셰이커, 마티니잔 등에 담아 제공해요. 그리고 타파스 스타일로 배스 콜로뉴, 샤워 젤, 바디 크림 등을 코스로 제공하며, 간단한 팔과 손 마사지로 마무리 하죠. 향수를 경험하는 방식을 바꾼 거예요.



조 러브스에서는 향수, 향초 등 조 말론의 코 끝에서 탄생한 향기 제품들을 판매합니다. ©시티호퍼스



©시티호퍼스



J 모양의 바에서 제공하는 ‘향기 타파스 메뉴’를 통해 다양한 향기 제품들을 코스 요리처럼 경험할 수 있습니다. ©시티호퍼스


향기 브래서리에서 향을 경험하는 방식은 특별하기는 하지만, 일상적이지 않은 아쉬움이 있어요. 이를 보완하듯 조 러브스는 제품 개발을 할 때도 향수를 경험하는 방식을 바꾸기 위한 시도들을 해요. 대표적인 제품이 ‘향기 페인트브러쉬(Fragrance Paintbrush)’예요.


향기 페인트브러쉬는 젤 타입의 향수로 기존의 향수처럼 스프레이로 뿌리는 방식이 아니라 붓터치로 바르는 방식이에요. 향을 입는 방식이 다른 것은 물론 젤 타입이라 향이 더 오래 지속되는 장점이 있어요. 게다가 붓처럼 얇은 형태여서 휴대하기도 편리하죠. 향을 경험하는 방식을 바꾼 향기 페인트브러쉬는 조 러브스에서 트레이드마크를 등록한 혁신적인 제품이에요.


그뿐 아니라 조 러브스는 ‘향기 그래피티(Fragrance Graffiti)’도 출시했어요. 향기 그래피티는 몸에 뿌리는 향수로, 그래피티를 할 때 사용하는 스프레이에서 영감을 받아 개발했어요. 그래피티 스프레이처럼 스프레이를 흔들면 볼이 굴러가는 소리가 들리고, 고객들은 그래피티 아티스트들이 예술적으로 스프레이를 뿌리는 것처럼 각자의 몸에 향수를 자유롭게 뿌릴 수 있어요. 향을 경험하는 방식을 더 재미있게 만든 거예요.



《Jo Malone: My Story》는 책의 페이지에 향수를 뿌려 놓아, 자서전에 담겨 있는 그녀의 성공의 향기가 코끝에 전해집니다. ©시티호퍼스




조 러브스에서 출시한 향기 페인트브러쉬와 향기 그래피티는 향수를 경험하는 새로운 방식을 제안합니다. ⓒJo Loves


이처럼 조 러브스는 조 말론의 영감과 창의력이 더해져 향수를 경험하는 새로운 방식을 제안하는 매장이에요. 동시에 이름 그대로 조 말론이 사랑하는 것들의 집합체죠.



‘계획된 우연’이 미래를 바꾼다


‘계획된 우연’


진로상담 분야의 최고 권위자이자 스탠퍼드 대학교(Stanford University)의 심리학 교수인 존 크럼볼츠(John Krumboltz)의 ‘계획된 우발성 이론(Planned Happenstance Theory)’에 등장하는 개념이에요. 요약하자면 이래요. 


한 사람의 진로발달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한 사건들이 일어날 수밖에 없고, 이런 우연들은 그 사람의 진로에 긍정적 또는 부정적으로 작용해요. 그중에서도 긍정적으로 작용한 우연이 ‘계획된 우연’이며, 우연히 일어난 사건들을 자신의 진로에 유리하게 만들어 가는 능력은 개인의 노력에 달려 있다고 말하죠. 우리가 흔히 ‘운’이라고 치부하는 것들이 실제로는 노력의 결과라는 뜻이에요.


조 말론의 성공은 계획된 우연이에요. 조 말론의 크고 작은 일화들을 통해 그녀가 자신에게 우연히 다가온 영감이나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늘 노력했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예를 들어 볼게요. 조 말론은 언제 어딜가든 조향 키트를 챙겨 다니며 후각의 감을 유지했어요. 가족들과 함께 패롯 케이(Parrot Cay)로 떠난 휴가에도 역시 조향 키트를 가져갔고, 덕분에 패롯 케이의 자연에서 받은 영감은 조 러브스의 첫 번째 향수이자 베스트셀러인 ‘포멜로(Pomelo)’의 탄생으로 이어졌죠. 휴가에서조차 조향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는 조 말론의 노력이 조 러브스의 첫 걸음을 만들어 낸 셈이에요.


또다른 사례도 있어요. 조 러브스의 런칭 이후에는 영국의 고급 백화점 셀프리지스(Selfridges)의 뷰티 담당자가 우연히 축하 인사차 조 말론의 사무실을 방문했는데요. 조 말론은 담당자가 사무실을 떠나기 직전, 담당자의 코트에 포멜로를 슬쩍 뿌렸어요. 포멜로의 개성과 지속성에 깊은 인상을 받은 담당자는 바로 다음 날 셀프리지스 내 조 러브스의 팝업 스토어를 제안했죠. 애초에 비즈니스 미팅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가벼운 만남을 묵직한 결실로 바꾼건 조 말론의 감각적인 기지였어요. 우연의 기회는 우연일 수 있어도, 우연의 결과는 필연이에요.


조 말론은 스스로를 ‘오를 기회가 있을지조차 몰랐던 엄청난 높이의 정상에 오른 등산가’에 비교해요. 그런 등산가들은 힘든 줄도 모른 채 경험의 스릴에만 몰입하다 정상에 다다르죠. 자신에게 주어진 매 순간에 집중하다보면 어느새 성공에 이른다는 거예요. 조 말론도 자신의 한계를 모른 채, 꾸준히 앞으로 나아가다 보니 성장의 속도가 겉잡을 수 없이 빨라졌고, 성공은 또 다른 성공을 불러왔어요. 


조 말론은 자신에게 일만 하는 인생을 살았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그렇다’고 말해요. 그러나 자신이 진심으로 좋아하는 일을 하기 때문에 일만 하다 지나가 버린 인생이 아니라, 일을 통해 성장하는 인생을 살고 있다고 덧붙이죠. 열광할 만큼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의 발자취에 성공의 향기가 남는 이유예요.



Reference

 조 러브스 공식 홈페이지

 조 말론 런던 공식 홈페이지

 Jo Malone: My Story(Jo Malone 지음, Simon and Schuster)

 [사람 속으로] 세계적 조명·가구 디자이너 톰 딕슨, 중앙일보

 “색깔에서 향기를 맡는다”... 난독증 소녀가 만든 ‘독특한 향수’... 英 왕세손빈 미들턴도 반하다, 한국경제

 Jo Malone, VOG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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