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가사를 사탕에 녹여낸 이유, 마케팅은 제품 기획부터 시작된다

칸로

2024.05.31

ASMR 콘텐츠의 단골 소재, ‘구미첼’을 아시나요? 외형은 프레첼을 닮았고, 겉은 바삭, 속은 촉촉한 구미라 이름이 구미첼이에요. 아삭하고 쫀득한 식감으로, 청량한 사운드에 알록달록한 색감까지 더해져 ASMR 콘텐츠 소재로 인기죠. 일본 도쿄에 있는 2개의 오프라인 매장과 자사 온라인몰에서만 판매했는데도, 지금까지 누적 1,900만개 이상이 팔렸다고 해요.


이 구미첼을 만든 회사, 어디일까요? 요즘 트렌드를 읽고 센세이션을 일으켰으니 젊은 기업인가 싶지만, 뜻밖에도 100년이 넘는 사탕 회사 ‘칸로(Kanro)’예요. 구미첼을 비롯해 진한 과일맛 구미인 ‘퓨레 구미’로 일본 구미 시장 내 2위로 올라섰어요. Z세대를 중심으로 성장 중인 구미 시장의 흐름에 제대로 올라탄 거죠.


그런데 칸로의 주요 제품은 구미가 아닌 하드 캔디예요. 여전히 회사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하드 캔디가 차지하죠. 문제는 하드 캔디는 구미와 달리, 젊은 고객들이 소비하는 아이템이 아니에요. 미래를 생각한다면, 칸로는 Z세대들이 사탕을 소비하도록 이끌어야 해요. 사탕에 대한 Z세대의 인식을 바꾸고, 소비 패턴을 만들어야 하죠. 결코 쉽지 않은 과제 앞에, 칸로는 어떻게 미래를 개척하고 있을까요?


칸로 미리보기

 구미, Z세대의 간식을 넘어 SNS 콘텐츠가 되다

 노래 가사가 된 캔디, Z세대의 감성을 자극하다

 고등학생 ‘캔디 디렉터’를 영입한 이유

 사탕을 넘어 사탕을 먹는 ‘문화’를 만든다




껌을 씹지 않는 시대입니다. 90년대만 해도 껌은 일상적으로 소비하는 기호 식품 중 하나였어요. 유로 모니터의 통계에 따르면, 약 5천억 원이던 국내 껌 시장 규모는 점차 하락해 2022년 1,589억 원으로 감소했어요. 20년 만에 무려 30% 수준으로 줄어든 거예요. 물론 2023년 들어 엔데믹이 선언되면서 장거리 운전 증가, 레트로 껌 마케팅 등으로 호조를 보이기 시작했지만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에는 역부족이에요.


그런데 왜 우리는 껌을 씹지 않게 되었을까요? 여기에 업계 전문가들은 여러 가지 견해를 내놓는데요. 하나는 커피 시장의 발달이에요. 원래 껌이 식사 후 입가심의 역할을 했는데, 이제는 커피가 이 역할을 대체하게 되었죠. 또 각종 디저트 시장이 발달하면서 껌이 설 자리를 잃었다, 무료함과 심심함을 달래주는 껌의 역할을 스마트폰이 대체했다는 의견도 있고요.


껌 섭취 감소 현상은 비단 우리 나라만의 일이 아니에요. 옆 나라 일본도 마찬가지예요. 축소되는 껌 시장에 미래가 없다고 판단, 일본의 제과 대기업 메이지(Meiji)는 대표적인 껌 상품이었던 ‘자일리쉬(Xylish)’를 판매 중단하기도 했어요. 자일리톨 껌의 클래식 중의 하나였지만, 2023년 3월을 끝으로 다시 찾아보기 어려워졌죠.


일본에서 점점 인기를 잃어가는 껌과 달리, 약진하는 카테고리가 있어요. 바로 단단하고 마른 제형의 젤리, ‘구미’예요. 일본 최대 시장조사회사 ‘인테이지(Intage)’에 따르면 일본의 구미 시장의 규모는 2020년만 해도 약 569억엔(약 5,690억원)으로, 612억엔(약 6,120억원)인 껌 시장의 규모보다 작았어요. 그 이전에도 마찬가지였고요.


그런데 2021년부터는 상황이 역전되어 구미 시장 규모가 껌 시장 규모를 뛰어 넘었어요. 심지어 2022년에는 781억엔(약 7,810억원), 2023년에는 무려 972억엔(약 9,720억원) 규모로 성장해 껌 시장과의 격차를 벌리고 있죠. 자일리쉬를 철수한 메이지 또한 철수 바로 다음 달에 같은 맛을 구미 형태로 재출시하기도 했어요.


그렇다면 일본 구미 시장의 주요 플레이어를 살펴 볼까요? 일본의 구미 시장 점유율 1위는 메이지예요. 메이지는 1988년에 발매한 ‘과즙 구미’ 시리즈를 필두로 일본의 구미 시장을 개척해 왔어요. 그런데 여기에서 중요한 건 성장 추이예요. 


만년 1등일 줄 알았던 메이지의 시장 점유율은 계속 줄어드는 반면, 2019년 업계 3위를 기록했던 ‘칸로(Kanro)’가 2021년에는 2위로 올라서더니, 2022년에는 1위인 메이지와의 격차를 6%로 좁혔어요. 심지어 2023년에는 칸로의 대표 구미 브랜드인 ‘퓨레 구미’가 일본 전체 구미 브랜드 중 매출액 1위를 기록하기도 했고요.


칸로의 카테고리별 매출 비중에서도 구미의 중요도는 점점 높아지고 있어요. 2019년 회사 전체 매출의 29%를 차지하던 구미는 2023년에 44%를 차지, 구미 상품의 매출만 약 116억원(약 1,160억원)을 기록했어요. 기존 주력 상품 카테고리인 ‘아메(飴)’, 즉 하드 캔디 또한 견고한 매출을 이어 가고 있는데요. 덕분에 회사 전체의 영업이익은 2019년 9억엔(약 90억원)에서 2023년 33억엔(약 330억원)으로 껑충 뛰었어요.


칸로 매출액 및 영업 이익 추이 (출처: 칸로 2023년 12월 결산설명회 자료)


칸로가 아메, 구미 등 사탕 시장에서 호조를 보일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로 성공적인 Z세대 마케팅이 꼽혀요. 제과업계에서는 칸로를 Z세대 마케팅 전문가로 평가하기도 하죠. 이렇듯 칸로는 제품 기획부터 Z세대를 염두에 두고, 제품 자체가 마케팅 수단이 될 수 있는 기획을 선보이는데요. 마케팅의 DNA가 녹아 있는 칸로의 제품 기획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구미, Z세대의 간식을 넘어 SNS 콘텐츠가 되다


2021년부터 시작된 구미의 약진에는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을 무시할 수 없어요. 사회적으로 거리가 생기고, 집에서 재택을 하거나 체류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구미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 졌거든요.


“코로나 이전에는 출퇴근길 등 밖에서 구미를 먹는 경우가 많았어요. 코로나19로 인해 외출이 중단되자 구미 시장은 일시적으로 주춤했다가, 이후 재택근무가 늘어나면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죠. 이 때 구미가 초콜릿이나 쿠키 등 고칼로리 간식보다 건강에 좋다고 인식되어 허기를 달래기 위한 간식으로 선택됐어요.”

- 이리에 유코, 칸로 마케팅 본부 마케팅 팀장, 프레지던트 온라인에서


“코로나 19 사태로 외출 시 구취 걱정보다 집에서 기분을 좋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해졌어요. 구미캔디는 식감과 맛이 다양하고, 먹으면서 즐길 수 있어 인기가 높습니다.”

- 키지 도시미츠, 인테이지 애널리스트, 프레지던트 온라인에서


이처럼 집에서 구미를 먹는 수요가 늘어나는 것도 구미의 인기에 한몫했지만, 구미의 인기에는 이유가 한 가지 더 있었어요. 사회적 거리가 생기고, 외출이 제한되자 사람들이 SNS로 눈을 돌리기 시작한 거예요. 알록달록한 색깔과 독특한 비주얼을 가진 구미들이 SNS 상에서 바이럴을 타기 시작했죠.


이 때 가장 큰 수혜를 입었던 구미 중 하나가 칸로의 ‘구미첼’이에요. 구미첼은 프레첼 모양의 구미로, 포도, 복숭아, 소다, 자몽 등 6가지 맛에 따라 색깔도 알록달록해요. 귀엽고 사랑스러운 비주얼이 시선을 사로 잡죠. 무엇보다 말랑 말랑한 보통의 구미와 달리 겉은 바삭하고 안은 촉촉한 질감을 갖고 있는 게 특징이에요. 그래서 아삭하게 씹는 소리가 독특한데요. 덕분에 구미첼은 SNS 상에서 ASMR 영상으로 화제가 되었어요.


ⓒKanro


사실 구미첼은 2012년에 발매된 스테디 셀러예요. 원래도 아삭하면서 촉촉한 식감, 달큰한 과일향 때문에 Z세대 사이에서 인기가 좋았어요. 게다가 칸로가 운영하는 직영숍, 도쿄의 ‘히토츠부칸로’와 자사 온라인몰인 ‘칸로 포켓’에서만 독점 판매해, 그 희소성이 인기에 불을 지폈죠.


그러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구미첼을 소재로 한 ASMR 콘텐츠가 히트를 치면서 기하급수적으로 판매량이 증가했는데요. 어느정도였냐면요, 출시부터 2020년 5월까지, 구미첼은 누적 600만 개가 팔렸는데 2024년 4월 기준, 1,900만개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했죠. 출시 후 8년 간의 실적 대비 최근 4년간의 실적이 2배 이상인 거예요.




칸로는 이 뜨거운 인기에도 불구, 여전히 판로를 히토츠부칸로와 칸로 포켓으로 제한했어요. 대신 구미첼에 대한 Z세대 향의 체험형 스토어를 오픈해 갈망을 키우는 쪽을 택했어요. 2024년 4월, 히토츠부칸로 2호점을 하라주쿠에 오픈한 거예요. 하라주쿠는 Z세대들의 성지이자 트렌드의 발상지라 불리는 지역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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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로는 히토츠부칸로 하라주쿠점을 오픈하며 같은 건물 3층에 별도의 작은 공간을 하나 더 마련했는데요. 자사 온라인 몰과 연동한 ‘칸로 포켓 랩’이에요. 칸로 포켓 랩에서는 1층의 히토츠부칸로에서 구미첼을 구매한 고객에 한해 구미첼의 ASMR 영상을 촬영할 수 있는 이벤트를 마련했어요. 방문객은 잠시 유튜버가 되어 구미첼을 즐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ASMR 영상을 바로 SNS로 공유할 수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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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히토츠부칸로 하라주쿠점에만 구할 수 있는 한정 제품들도 있어요. 단순히 한정 제품이기 보다는 Z세대의 ‘캐주얼한’ 선물 문화를 타깃하고 있기 때문에 의미를 가져요. 물리적, 사회적 거리가 멀어졌던 코로나19 팬데믹을 지나며 Z세대 사이에서는 특별한 일이 아니어도 작은 선물을 주고 받는 문화가 정착되었는데요. 이 흐름을 놓칠세라, 히토츠부칸로는 ‘사탕의 즐거움을 선물하세요!(Gift the Candy Joy!)’를 컨셉으로, 선물에 딱 맞는 한정 상품을 판매해요.


원하는 제품들만 골라 선물로 구성할 수 있는 ‘Fun & Choice’, 원래는 6개 이상 세트로만 판매하던 구미첼을 1개씩 판매하는 ‘구미첼 스탠드’ 등이 대표적이에요. 기존 구미첼은 6개, 12개, 30개 단위로만 판매해 가격대가 1천~5천엔(약 1~5만원) 이상이었지만, 하라주쿠점에서는 개당 170엔(약 1,700원)에 판매해 보다 가볍게 구미첼을 구매하고 선물할 수 있죠. 좋아하는 맛만 골라서 구매할 수도 있고요.



노래 가사가 된 캔디, Z세대의 감성을 자극하다


구미는 시장 자체도 점점 커지고 있고, Z세대의 간식으로 익숙한 품목이에요. 그렇다면 칸로의 기둥이자, 개국 공신인 아메는 어떨까요? 칸로가 구미 시장에서는 2위로 올라선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일본식 하드 캔디인 아메 시장에서는 2023년 기준 시장 점유율 20.8%로 1위를 달리고 있어요. 아메 시장 자체도 구미 만큼의 빠른 기세는 아니어도,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으로 잠시 주춤했던 2021년을 지나면서 꾸준히 성장 중이에요.


일본 캔디 시장 추이 (출처: 칸로 2023년 12월 결산설명회 자료)


다만 아메의 경우, Z세대가 주로 소비하는 제품이 아니에요. 주요 고객층의 나이가 40~60대에 포진해있죠. Z세대가 사탕을 소비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어렸을 때부터 형성되어 온 사탕과의 관계에 있어요. 칸로의 조사에 따르면, Z세대도 어렸을 때 사탕을 먹은 경험 자체는 있지만 어른들이 준 것을 받아 먹은 기억이 대부분이었어요. 스스로 사 먹거나 누군가에게 줘 본 경험이 아니라 수동적으로 받아 본 경험에 불과했던 거예요. 그렇다 보니 Z세대의 간식이기 보다 ‘할머니 댁에 가면 있는 간식’이라는 이미지가 있었어요.


물론 Z세대가 사탕을 사 먹는 경우도 있어요. 목이 아프거나, 달콤한 것을 원할 때와 같은 ‘기능적인’ 목적을 위해 사탕을 소비했죠. 하지만 사탕에 대해 설렘을 느끼거나 사고 싶어서 사는 ‘정서적인’ 목적으로 사탕을 구매하지는 않았어요. 사실 Z세대는 기능적 가치보다 정서적 가치를 중요시하는 세대예요. 직관적으로 끌리는 것, 세계관을 자신에게 투영했을 때 좋아 보이는 것을 기꺼이 소비하는 특징을 갖고 있죠. 그런데 사탕은 이와 정반대에 위치해 있었죠.


이에 칸로는 젊은 고객 기반이 탄탄한 잡화점 ‘플라자(PLAZA)’를 운영하는 ‘스타일링 라이프·홀딩스 플라자 스타일 컴퍼니’와 함께 Z세대를 타깃한 ‘감성 캔디(Emotional candy)’를 개발했어요. 이 프로젝트는 타깃 세대에 가장 가까운 20대 사원들을 중심으로 진행했죠. 이들은 모양, 맛, 식감 등이 다양한 구미 젤리와 달리 사탕이 모든 면에서 정적인 것에 착안, 이 단조로움을 뒤엎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Z세대의 감성을 자극하기 위해서 노래의 ‘가사’와 사탕을 연결했어요. ‘바람을 가르며 다음으로’, ‘그것이 사랑이었다고 말할 수 없어’, ‘밤이여, 끝나지 않기를’의 3가지를 출시했는데, 각 노래 가사를 풍미로 재현한 캔디를 개발한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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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사랑이었다고 말할 수 없어’의 가사는 Z세대 소녀의 마음 아픈 짝사랑을 주제로 해요. 상대방에 대한 사랑을 암시하다가, 그에게 친구라는 말을 듣고는 눈물을 흘려요. 이 소녀는 그래도 당신과 나는 가장 친한 친구라며 말을 줄이죠. 이런 감정의 변화를 따라 사탕도 처음에는 새콤달콤한 맛이 나다가 중간에는 놀랄 만큼 쓴 맛으로 변해요.


ⓒKanro


ⓒKanro


ⓒKanro


“물론 사탕도 맛있지만, 이렇게 맛을 극적으로 변화시켜 사랑의 씁쓸함을 시각적, 미각적으로 재현하고 감정적 임팩트를 높이려고 노력했어요.”

- 마츠다 호시나, 칸로 브랜드 개발부 소속, 닛케이 크로스 트렌드


감성 캔디는 이런 컨셉을 패키지 디자인에도 반영했어요. 반투명 색상의 포장은 스마트폰을 본 떠 디자인했죠. 앞면에는 음악 앨범을 연상시키는 일러스트와 일시 정지, 건너 뛰기, 되감기 등의 버튼이 그려져 있어요. 뒷면에는 스마트폰 음악 앱과 비슷한 포맷으로 노래의 가사가 적혀 있어 사탕의 맛과 가사를 함께 음미할 수 있도록 했고요.


뒷면에 적힌 가사 ⓒKanro


플라자 운영사와 협업해 개발한 캔디인 만큼, 동시에 여러 플라자 지점에서 판매됐어요. 매장 디스플레이는 Z세대 직원에게 맡겨졌고, 이는 SNS 바이럴로 이어졌어요. 예를 들어 한 매장에서는 담당 사원이 탄산 음료가 채워진 유리 잔에 여러 개의 감성 캔디를 띄운 디스플레이를 선보였어요. 그런데 틱톡에서 이 디스플레이를 참고해 유리잔에 사탕을 붓고, 탄산 음료를 붓는 소리를 강조하는 ASMR 영상이 뜨기 시작한 거예요.


칸로의 감성 캔디는 SNS를 중심으로 Z세대 사이에서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엄청난 인기를 끌었어요. 온라인 사이트에서는 발매를 시작한 지 10분 만에 품절 사태를 일으키기도 했고, 2022년 2월 발매 이후에도 판매 호조가 이어져 2022년 3월 말까지 예정 물량의 95%가 소진되었을 정도였죠. Z세대의 감성을 자극하고, 그들의 아이디어를 존중했기에 가능한 일이었죠.



고등학생 ‘캔디 디렉터’를 영입한 이유


젊은 고객 기반을 갖추고 있는 파트너사와의 협업으로 Z세대를 타깃한 사탕을 성공시킨 칸로. 이후에는 아예 제품 개발부터 Z세대 고객과 함께 만들어 나가는 프로젝트를 론칭하기도 했어요. Z세대와 사탕 간의 접점을 만들어 흥미와 관심을 끌고, SNS 등으로 공유하고 싶은 세계관과 체험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2023년부터 시작된 이 프로젝트 이름은 ‘Z세대 사탕 오리지널 경험 공동 창작 프로젝트(Gen Z Candy Original Experience Co-creation Project)’예요. 여기에서 말하는 ‘오리지널 경험’이란, 인생이나 사고방식에 영향을 미치는 경험을 일컬어요. 사탕과 함께 한 강렬한 오리지널 경험은 Z세대들이 추후 사탕에 대해 긍정적인 인상을 갖고, 기꺼이 사탕을 소비하게 만들죠.


칸로는 이 프로젝트를 위해 리서치는 기본, 3명의 현역 고등학교 학생 모델 혹은 연기자를 ‘캔디 디렉터’로 영입했어요. 이 3명의 캔디 디렉터들은 매월 칸로의 기획 회의에 참가해 고등학생의 관점을 전달했어요. 칸로는 이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상품 컨셉을 개발해 나갔죠. 이 기획 회의에서는 Z세대가 ‘안심할 수 있는 공간을 원한다’, ‘사랑을 느끼는 체험을 좋아한다’ 등의 의견이 나왔어요.


3명의 10대 캔디 디렉터 ⓒKanro


기획 회의에 참여 중인 캔디 디렉터 ⓒKanro


"Z세대는 틱톡(TikTok) 등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이미지를 갖고 있었지만, 실제로는 연악하고 섬세하며, 혼자 있으면 불안감을 쉽게 느낀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 고노 아키, Z세대 사탕 오리지널 경험 공동 창작 프로젝트 리더, 닛케이 크로스 트렌드


칸로는 이 인사이트에 착안, 감정의 동요나 고민 등 고등학생들이 마음 속 깊이 묻어 두었던 심리를 자극해 공감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했어요. 2023년 5월, 컨셉, 이미지, 패키지 디자인 등에 10대들의 흔들리는 순수한 기분을 투영한 캔디를 출시한 거예요. 이름은 ‘투명한 마음으로 살고 싶다’였어요. 이름부터 기존의 ‘~맛 캔디’와 같은 전형적인 틀을 벗어났죠. 맛보다는 이 캔디가 주는 감성으로 먼저 어필하는 게 핵심이었으니까요.


맛은 낯설지 않고 친숙한 클리어 소다맛 1가지로 출시했어요. 맛에서는 익숙함과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하고, 대신 사탕이 주는 감성에 집중하고 즐길 수 있도록 의도한 거예요. 이 캔디의 깨끗하고 따뜻한 감성은 투명한 하트 모양으로 표현했어요. 마치 섬세하게 세공된 투명한 유리같은 비주얼을 갖고 있죠. 보석같은 예쁜 외형은 SNS와 입소문으로 공유하고 싶은 마음을 자극해, 제품 인지도를 높이는 기폭제가 되기도 했어요.


ⓒKanro


맛은 1가지로 단순했지만, 패키지 디자인은 6가지로 출시했어요. 기분에 따라 6가지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거예요. 각각에는 10대의 불안함, 외로움 등을 위로하는 문구, 그리고 그 문구와 잘 맞는 이미지를 제작해 그들의 마음을 파고 들었어요. 예를 들면 이런 문구들이에요.


‘처음에는 불안할지 몰라. 하지만 한 번 뛰어들고 나면 놀라울 정도로 편안할 거야. 일단 실행해 보는 게 중요해.’


‘길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색깔의 꽃들을 찾았어. 너만의 행복 징크스를 스스로 만들어 봐.’


ⓒKanro


이런 메시지를 전달하는 투명한 하트 모양의 캔디를 입에 문다고 상상해 보세요. 나도 모르는 새에 사탕에 대한 긍정적인 경험이 생기지 않나요? 칸로가 정확히 노린 지점이 바로 이거예요. 대단히 새롭거나 맛있는 사탕이라기 보다는, Z세대가 사탕에 대한 긍정적인 경험적 가치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었죠. 


"사탕을 입에 넣으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차분해지는 느낌이 듭니다. 이것이 바로 사탕의 고유한 가치라고 믿어요. 고등학생들과의 기획 미팅을 통해 이것이 현재의 Z세대가 추구하는 것과 일치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 Z세대가 이 제품을 통해 그 안도감을 경험하길 바라고요."

- 고노 아키, Z세대 사탕 오리지널 경험 공동 창작 프로젝트 리더, 닛케이 크로스 트렌드


결과는 예상 적중. 2023년 5월에 한정 수량으로 발매된 이 캔디는 발매한 지 2주 만에 품절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어요. 인기에 힘입어 7월에는 후속 상품도 출시되었는데, 신상품의 가장 큰 차이점은 개별 포장이 되어 있다는 점과 3가지 맛으로 출시했다는 점이었어요.


ⓒKanro


ⓒKanro


이 또한 단순히 새로운 맛을 출시한 게 아니에요. 애초에 ‘투명한 마음으로 살고 싶다’ 캔디는 ‘어떤 맛을 먹고 싶은가’가 아니라 ‘어떤 감정을 느끼고 싶은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요. 사탕의 맛이 아니라 사탕이 자아내는 감정이 중요한 제품이죠. 그래서 젊음을 생각나게 하는 화이트 소다 맛, 설렘을 느끼게 하는 핑크 자몽 소다 맛, 평화로움을 느끼게 하는 허니 오렌지 소다 맛을 선정했어요.


낱개 포장에도 의도가 있는데요. 낱개 포장된 사탕은 일상에서 감사, 위로 등의 감정을 담아 가볍게 주고 받을 수 있는 선물이에요.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부담이 없어 오랫 동안 마음을 전하는 수단이었죠. 칸로는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를 설레게 만드는 이 '사탕 문화'를 소중히 하고 싶은 마음을 담았어요. 마음을 연결하는 계기로서 '투명한 마음으로 살고 싶다'를 제안하는 거죠. 이렇게 서로 캔디를 주고 받으며 이 캔디가 가진 감성적 가치를 더 많은 사람들이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건 물론이고요.



사탕을 넘어 사탕을 먹는 ‘문화’를 만든다


Z세대를 위한 사탕 제품을 연달아 성공시킨 칸로는 이제 걱정이 없을까요? 긍정적인 결과를 얻은 건 사실이지만, 내부의 평가는 냉정했어요.


“Z세대를 위한 제품은 영원히 계속 판매되지 않을 것이고 필수품이 되지 않을 거예요. 젊은 층은 사탕을 즐겨 먹는 습관이 없기 때문에 인기가 좋다는 이유로 한 번 사더라도 계속 사게 될 가능성은 거의 없으니까요. 게다가 Z세대를 유치하기 위해 신제품에 의존한다면 개발 비용이 증가하고 수익을 창출하기 어려울 거예요."

- 우치야마 묘코, 칸로 마케팅 본부장, 닛케이 크로스 트렌드


그렇다면 Z세대로부터 몇 번 주목 받은 것으로 만족해야 하는 걸까요? 미래를 준비하는 칸로로서는 그럴 수 없는 일이에요. Z세대를 위한 신제품이나 한정판을 개발하지 않고도 그들이 계속해서 사탕을 먹을 수 있도록 방법을 찾아야만 했어요. 비록 오래 걸릴지 몰라도요.


“그래서 우리는 Z세대를 위한 제품 개발과 마케팅에만 집중하기보다는 '사람들이 계속해서 사탕을 먹을 수 있도록 사탕 문화를 창조’하는 본질적인 활동에 집중하고 싶습니다."

- 우치야마 묘코, 칸로 마케팅 본부장, 닛케이 크로스 트렌드


사탕을 먹는 문화를 만드는 일환으로, 칸로와 일본의 대표 편의점 중 하나인 로손이 함께 개발한 제품이 있어요. 칸로는 사람들이 계속해서 캔디를 먹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캔디가 충족하지 못하는 니즈를 발견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렇다면 사탕을 먹는 이유가 아닌, 먹지 않는 이유를 주목해야 해요.


마침 로손에서 몇 가지 단서를 찾았어요. 사람들이 사탕을 먹지 않는 이유에는 ‘건강상의 이유로 당을 적당히 먹는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사람을 만날 기회가 적어져 구취를 예방할 필요가 없다’ 등이 있었어요. 그럼에도 ‘입에 넣을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발견했죠. 여기에 착안, 달지 않은 사탕, 즉 맛이 없는 무미(無味)의 사탕을 개발하는 것을 제안한 거예요.


“이미 시장이 있는 곳에 제품을 내놓으면 자연스럽게 받아 들여질 거예요. 하지만 해당 카테고리에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매력적이지 않을 것입니다.”

- 오우치 치지, 로손 음료·가공 식품부 Chief MD, 닛케이 크로스 트렌드


이런 제안을 시작으로 2023년 7월, 로손에서만 독점 판매되었던 ‘맛이 없어? 사탕’이 출시되었어요. 비즈니스를 시작한 이래 맛있는 사탕을 만드는 데에 만전을 기하던 칸로로서는 전례 없는 시도였죠. 이 사탕은 단순히 화제성을 노린 상품이 아니에요. 고객으로부터 새로운 니즈를 발견하는 계기가 된 상품이었죠. 예상 밖으로 ‘이런 사탕을 찾고 있었다’는 고객 반응이 많았거든요.


ⓒKanro


칸로는 이렇게 앞으로도 사탕을 먹지 않던 사람들을 신규 고객으로 끌어 들이며 사탕을 먹는 문화를 만들어 갈 거예요. 이렇게 제품과 캠페인을 하나씩 쌓아 가다 보면 언젠가는 아메가 ‘할머니가 주던 사탕’이 아니라 ‘Z세대의 대표 간식’으로 거듭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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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erence

和島英樹, 市場規模が拡大を続けている、グミ関連銘柄, auカブコム証券

小林 直樹, 明治ガム事業撤退、5年で市場規模がグミと大逆転 カンロが攻勢, 日経 X Trend

2023年12月期 決算説明会資料, Kanro

白鳥 和生, 「飴ちゃん」から「グミちゃん」へ…セブンが「グミ棚」を新設するほどグミ市場が急拡大している意外な理由, President Online

大人気「グミッツェル」のASMR動画撮影を体験できる特設ブースが登場! 「ヒトツブカンロ 原宿店」オープニングイベントを開催, PR Times

好きな商品を選べる!原宿限定の新しいギフト体験「FUN&CHOICE」を楽しめる常設店カンロ直営店「ヒトツブカンロ」が東急プラザ原宿「ハラカド」に新オープン, PR Times

砂村 風香, カンロのマーケ本部長が明かす Z世代向け「エモい商品」の課題とは, 日経 X Trend

土屋 典正, Z世代戦略のカギはヒアリングと言語化の徹底 カンロの「若者の飴離れ」対応策, MarkeZine

10代の“ゆらぐ心”に寄り添う飴。「Z世代 飴の原体験共創プロジェクト」でカンロが目指す未来とは?, Walkerplus

高橋 学, 歌詞に合わせて味変するあめ カンロの「エモい」Z世代商品開発, 日経 X Trend

石飛 大和, Z世代「あめ離れ」に強烈な危機感 カンロがつかんだインサイトとは, 日経 X Trend

ポケットに忍ばせて“きゅん”をシェア 気持ちに寄り添う透明なハート型キャンディカンロ 「透明なハートで生きたい」シェアに最適な個包装タイプが新フレーバー追加で登場, PR Times

Z 世代の現役高校生と共同開発!飴の価値を再認識する、新たなキャンディカンロ 「透明なハートで生きたい」 新発売, Kanro

移り変わる心や、混ざりあう想いを表現!Z世代に食べてもらいたい、PLAZA×カンロ「EMOTIONAL CANDY」発売, PR 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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