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세계관은 세상을 조명한다, 키아프가 주목한 작가 4인의 이야기

키아프 서울 2024 하이라이트

2024.09.05




미술 시장은 한국에서 가장 빠르게 크고 있는 시장 중 하나예요. 전문가들은 서울의 미술 시장이 아시아 1위였던 홍콩을 넘볼 만하다고 평가할 정도예요. 이를 증명하듯, 2023 키아프·프리즈 아트페어에는 무려 8만여 명의 사람들이 방문했어요.


특히 아트 콜렉팅은 투자 중심의 컬렉터 시장을 넘어, MZ 세대의 개성 표현 수단이 되어가고 있어요. 콜렉터 시장의 20% 이상을 MZ 세대가 차지한다고 할 정도로, 미술 업계가 젊어지고 있죠. 이에 따라 2024년 키아프·프리즈 아트페어는 좀 더 새롭고, 미래지향적인 기획을 선보였어요.


그 일환 중 하나가 2023년부터 시작한 ‘키아프 하이라이트 어워즈’예요. 키아프 하이라이트 어워즈는 그 해에 주목해야 할 작가들을 소개하고 있어요. 올해에도 무려 11대 1의 경쟁률을 뜷고, 작가 10인이 선정되었어요. 시티호퍼스 팀이 그 중 4명의 이야기를 인터뷰를 통해 자세히 들어 봤어요.


키아프 서울 2024 하이라이트 미리보기

 #1. 나만의 ‘세계’를 정의해 캔버스에 펼친다 - 이세준

 #2. ‘기술’을 재해석하면 예술의 주제가 된다 - 요한 판크라트

 #3. ‘인간’에 대한 애증과 호기심에서 출발한다 - 김은진

 #4. 작품으로 ‘일상’에 대한 일기를 쓴다 - 김시안

 한국의 ‘문화예술관람률’은 몇 %일까요?




ⓒ클로드 모네, ‘루앙 대성당’, 1892~1894


같은 듯 다른 이 그림들은 서양 미술사의 한 획을 그은 인물 중 한 명인 클로드 모네의 ‘루앙 대성당’ 시리즈예요. 당시에는 대상을 또렷하고 정밀하게 그려내는 회화가 유행했는데요. 클로드 모네는 그런 흐름에서 벗어나 빛과 그림자의 일렁임을 캔버스에 담아내며, 본인의 길을 걸었어요. 


루앙 대성당 시리즈도 마찬가지예요. 그리는 대상은 루앙 대성당으로 고정해두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빛이 어떻게 비치느냐를 그림으로 그렸죠. 다른 사람들은 늘 같다고 생각하는 루앙 대성당을 클로드 모네는 시시각각 다르게 본 거예요.


이렇듯 창작이란 ‘다르게 보는 것’에서 출발해요. 누군가는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사소한 풍경이나 감정을 깊이 탐구하고, 새로운 시각으로 표현하는 거죠. 이 과정에서 익숙한 것들에 대한 재해석과 변형이 이뤄지는 거고요.


그렇다면 키아프 서울 2024에 참여한 아티스트는 어떤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작품 활동을 하고 있을까요? 키아프 서울 2024 하이라이트 작가로 선정된 4명의 이야기를 들어봤어요.



#1. 나만의 ‘세계’를 정의해 캔버스에 펼친다 - 이세준


‘세계’란 무엇일까요? 누군가는 사람들이 밟고 서 있는 이 땅, 누군가는 200개가 넘는 지구상의 국가 등을 떠올릴 텐데요. 이세준 작가에게 세계란 단순히 물리적인 개념이 아니에요. 다양한 차원의 인식들이 충돌하고 공존하는 곳이자, 상반된 감정이 함께 느껴지는 복잡한 공간이죠. 


”저의 작품을 한 단어로 표현하면 ‘세계’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제가 바라 본 세상은 너무나 크고 복잡해요. 서로 어울리지 않는 것들이 동시에 존재하고 충돌하며 변화하죠. 그래도 저는 여전히 세계를 더 이해하고 싶고, 이를 온전히 그림으로 그리고 싶어요.”

- 이세준, 시티호퍼스 인터뷰 중에서


이세준 작가가 세계를 탐구한지는 꽤 오래됐어요. 2011년부터 세계를 바라보는 본인의 시선을 그림으로 그리던 그는, 2014년 무렵부터 다른 사람들의 시선과 세계도 들여다보기 시작했어요. 실제로 이세준 작가는 설문 혹은 대화를 통해 다른 사람의 세계관에 대해 묻고, 다른 사람들의 대답을 바탕으로 <세계관>이라는 개인전을 열기도 했죠. 


이세준 작가의 키아프 서울 2024 출품작을 통해서도 세계관에 대한 그의 관심을 엿볼 수 있어요. 출품작은 <가능세계의 그림들>인데요. 가능세계란 실제 세계와 다른 여러 가상 세계를 상상해 볼 수 있는 개념이에요. 다수의 세계를 상상한다는 차원에서 현대 들어 널리 쓰이는 ‘멀티버스(Multiverse)’와 비슷하기도 하죠. 


ⓒ이세준, 가능세계의 그림들, 2024


“어느 날 운전을 하면서 평화로운 풍경을 보다가 문득 이 도로 위에서는 얼마나 많은 사고가 일어났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평온 속에 감춰진 슬픔과 비극이라는 구조를 상상해, 하나의 캔버스 안에 상반되는 감정이나 상황이 동시에 존재하는 이미지를 떠올렸습니다.”

- 이세준, 시티호퍼스 인터뷰 중에서


<가능세계의 그림들>은 9점으로 나눠져 있어요. 재미있는 건 9점이 한 데 모여있을 때도, 각각 따로 떨어져 있을 때도 하나의 작품일 수 있다는 점인데요. 이를 위해 이세준 작가는 각 모서리의 이미지가 모두 연결되는 구조로 그림을 그렸어야 했어요. 이 과정이 쉽지 않아 큰 공을 들였다고 해요.


이세준 작가의 그림 속에는 형체를 단번에 알아볼 수 있는 사물이나 생물도 등장하고, 형태가 구체적이지 않아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부분도 등장해요. 전자를 ‘구상’이라고 부르고, 후자를 ‘추상’이라고 말하는데요. 이렇듯 이세준 작가는 구상과 추상을 결합한, 다소 실험적인 그림을 그리는 작가라는 평가를 받기도 해요.


그의 실험 정신은 ‘색감’에서도 발휘되어요. 다른 색과 조화되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채색과 형광색이 회화에 쓰이지 않는 것과 달리, 이세준 작가의 작품에서는 무채색과 형광색을 심심지 않게 볼 수 있는어요. 그는 무채색과 형광색으로 오히려 관람자에게 생경하고 강렬한 인상을 주고 싶다고 해요. 이렇듯 이세준 작가는 세계관을 탐구하는 동시에 ‘회화’라는 미디어의 가능성도 함께 탐구 중이에요.  


그에게 그림은 ‘즐거움’ 그 자체예요. 이세준 작가는 늘 그릴 시간과 공간이 부족하지, 그릴 소재가 부족한 적은 없다고 대답할 정도로 그림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하죠. 


“생활하면서 매순간 그리기에 대해 생각해요. 흥미롭고 인상적인 상황을 마주하면 간단히 스냅사진을 찍어 두고, 기본적으로 소설이나 과학 관련 기사 등 이것, 저것 읽는 걸 좋아합니다. 처음 듣는 단어나 내용을 발견하면 그게 무엇인지 다 찾아볼 정도죠. 그런데 이건 제가 좋아하는 일상적인 일일 뿐, 영감을 얻기 위해 무언가 더 하려고 한 적은 없는 것 같아요.”

- 이세준, 시티호퍼스 인터뷰 중에서


이세준 작가는 키아프 서울 2024는 물론, 앞으로도 그의 작품을 볼 수많은 관람자에게 이런 말을 전했어요.


“나중에 어딘가에서 제 그림을 우연히 만난다면 반갑게 대화를 나눠 주세요. 제 작업들은 그럴 날들을 언제나 손꼽아 기다리고 있답니다.”

- 이세준, 시티호퍼스 인터뷰 중에서



#2. ‘기술’을 재해석하면 예술의 주제가 된다 - 요한 판크라트


“그림을 그리다가 실수를 하면, 새로운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데요. 이 과정에서 종종 스스로 놀라곤 합니다. 실수가 없었다면 선택하지 않았을 길을 선택한다는 점이 놀라워요. 실수는 종종 저를 새로운 길로 이끈다는 생각이 듭니다.”

- 요한 판크라트, 시티호퍼스 인터뷰 중에서


매일매일 본인을 놀라게 하는 걸 목표로 작업한다는 요한 판크라트(Jochen Pankrath) 작가에게 스스로를 놀라게 하는 순간이 언제인지 물었더니 돌아온 대답이에요. 그리고 그와 함께 작업하며 가장 크게 놀랐던 순간을 물었더니, 그는 이렇게 대답했어요.


“가장 큰 놀라움은 아직 오지 않았어요. 그래서 계속 그림을 그리는 거죠.”

- 요한 판크라트, 시티호퍼스 인터뷰 중에서


독일 출신의 화가인 요한 판크라트 작가는 기술의 발전에 관심이 많습니다. AI의 등장으로 위협을 느끼는 창작자들이 많은데요. 그는 AI가 아직 창의적일 수 없으며, 몇 년 후 창의성을 갖추게 되더라도 인간의 창작을 막지는 않을 거라는 의견을 밝혔어요. 


기술에 관심이 많은 만큼, 키아프 서울 2024에도 ‘AI’를 주제로 작품을 선보였어요. 첫 번째 시리즈는 <관찰(The observation)>이며, 두 번째 시리즈는 <추상 철학자들(Abstract philosophers)> 시리즈의 일부예요.


먼저 <관찰>을 살펴보면요. 이 작품은 누군가의 초상화가 그려진 타일이 깨져 있는 것과 같이 표현됐는데요. 타일은 AI와 인터넷을 상징합니다. AI가 많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미지를 생성하는 것과 같이, 타일을 통해 여러 작은 이미지들로 구성했다고 해요. 


ⓒ요한 판크라트, 관찰, 2024


그림 속에 등장한 책은 인간의 지식을 상징해요. AI는 인간의 지식을 이용한다는, AI에 대한 요한 판크라트 작가의 생각이 담겨 있죠. 


두 번째는 <추상 철학자들> 시리즈의 일부인데요. 얼굴이 무엇인가에 뒤덮여 있는 그림 속 인물은 철학자예요. 요한 판크라트 작가는 철학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는 점을, 구체적인 틀을 추상적으로 채워내는 것으로 시작화했다고 해요. 


(좌) ⓒ요한 판크라트, 추상 철학자들 III, 2018   (우) ⓒ요한 판크라트, 추상 철학자들 VII, 2018


이렇듯 <관찰> 시리즈와 <추상적 철학자들> 시리즈를 함께 출품한 데는 이유가 있어요. 철학은 세계와 인간에 대해 탐구하는 학문으로, 인류의 모든 문화권에서 오랜 시간 깊이 있게 다뤄졌어요. 그만큼 세상에 등장한지 불과 2년도 안 된 AI의 바탕도 결국은 세계와 인간을 궁금해 하는 철학에 있다는 걸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거예요. 


“저는 기술 발전에도 관심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가장 관심있는 건 사람들이 이 세상에 대해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하는 겁니다.”

- 요한 판크라트, 시티호퍼스 인터뷰 중에서


요한 판크라트 작가는 영감이 ‘번쩍’ 떠오른다기 보다 평소 부지런히 영감을 수집하는 스타일입니다. 책을 읽거나 다양한 그림을 보며 영감을 얻고 일상적인 작업이 포함된 루틴에서 안정감을 얻는다고 해요. 드로잉과 사진을 모아 콜라주를 만들거나, 평소 연습 삼아 그린 드로잉을 아카이브해두고 더 큰 주제를 생각할 때 참고하기도 하고요. 


그림을 보다 즐기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위해 요한 판크라트 작가는 이런 말을 했어요.


“그림을 보세요. 호기심을 가지세요. 그림과 기술 발전에 대해 스스로의 의견을 정리하고, 그림에 대한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보세요.”

- 요한 판크라트, 시티호퍼스 인터뷰 중에서



#3. ‘인간’에 대한 애증과 호기심에서 출발한다 - 김은진


“저는 인간과 사회에 대한 믿음과 기대가 없는 편입니다. 인간은 연약하며, 그 삶이 허무하고 보잘것없어 우주의 먼지와도 같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따뜻한 마음으로 한 인간을 들여다보면, 온 우주를 품고 있는 신의 흔적이 있는 숭고한 존재 같기도 합니다.”

- 김은진, 시티호퍼스 인터뷰 중에서


다소 디스토피아스러운 듯 하지만, 사실은 인간에 대한 사랑스러운 시선을 가진 김은진 작가의 관점은 서울 2024에 출품한 <신의 자리_인산인해>로도 확인할 수 있어요. 


ⓒ김은진, 신의 자리_인산인해, 2022


제목처럼 그림은 다양한 동물과 인간, 사물과 구조물 등으로 가득 차 있어요. 그림을 자세히 뜯어보면 현실에서는 보지 못한, 어쩌면 조금 기괴하기도 한 생물과 사물로 가득한데요. 여기에는 ‘불편한 진실’을 드러내고자 작가의 의도가 담겨 있어요.


김은진 작가는 그렇다면 왜 불편한 진실을 드러내고자 할까요? 이 질문에 그는 ‘인간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라고 대답했어요. 쉽지 않은 세상에서도 그들을 살게 하는 원동력이 무엇인지, 다들 어떤 마음으로 살고 있는지 궁금하다면서 말이에요. 


<신의 자리_인산인해>를 보면 빛이 일렁인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어요. 유독 색감도 익숙할 테고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데요. 바로 이 작품에는 ‘자개’라는 동양의 전통 재료가 쓰였기 때문이에요. 


자개는 껍질 안쪽이 반짝이는, 공예용 조개껍데기를 부르는 순우리말이에요. 조개데기에서 빛나는 부분을 얇게 저며 채취한 다음, 이를 활용해 공예를 하는 건데요. 자개는 전복 100kg 중 고작 7kg을 얻을 수 있을 정도로 얻기 쉽지 않은 재료예요. 


이렇듯 익숙하면서도 귀한 자개를, 김은진 작가가 작품의 주요 재료로 쓴 시점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어요. 약 6년 전 ‘번아웃’을 겪던 그는 우연히 중고로 자개장을 구입할 걸 계기로 자개에 빠졌어요. 2년 정도 자개장 수집에 몰입할 정도로 ‘자개 덕후’가 되면서, 자연스럽게 작품에 자개를 쓰기 시작했다고 해요. 


김은진 작가의 작품은 ‘동양다움’과 ‘서양다움’이 함께 묻어나고, 전통적이면서 현대적이기도 해요. 그 이유는 동양의 재료인 자개를 통해 서구적이면서도 현대적인 그림을 그려내기 때문인데요. 이런 작품 스타일을 갖춘 데엔, 대학교에서 동양화를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컴퓨터 그래픽을 전공한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여요. 


“제 작업 세계는 한국 사람의 특성과 비슷한 것 같아요. 새로운 서양 문물에 저항이 없으면서도 동양적 정체성은 붙잡고 싶어 하는 점이 말이에요. 대학교에서 동양화를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컴퓨터 그래픽을 전공해서 그런지 서양과 동양, 옛것의 사라진 정신과 현대 물질 문명 등 두 가지 세계를 입체적으로 섞는 걸 좋아해요. 시각적으로 긴장감이 높아진다는 점도 마음에 들고요.”

- 김은진, 시티호퍼스 인터뷰 중에서


김은진 작가가 작품을 그려내는 과정은 다소 독특합니다. 영감을 얻어 작업에 들어가기 보다 ‘서사’를 구성해서 작품을 만들거든요. 그는 무엇보다 ‘일관된 감정선’을 유지하는 데 힘을 쓴다고 해요. 


“예를 들어 냉장고 문을 열었는데 ‘왜 나는 이렇게 많은 음식을 필요로 할까?’라는 의문이 들면서 이런 나의 존재가 조금 느끼하다, 징그럽다는 감정을 느낄 때가 있어요. 이 감정을 일관되게 유지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작업에 필요한 이미지들은 작업해 나가면서 수집합니다.”

- 김은진, 시티호퍼스 인터뷰 중에서


서사를 구성한 뒤엔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가는데요. 이때 김은진 작가가 가장 신경 쓰는 건 바로 ‘조형미’예요. 아무리 서사가 중요해도 본인만의 미적 질서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죠. 


또한 불편한 진실을 전달하고 싶다고 해서, 일부러 불편함을 그려내려고 하지도 않아요. 김은진 작가는 시각적으로 따듯하고 쾌적한 온도로 의도를 전달하고자 애쓰는 편이라고 말했어요. 


김은진 작가에게는 ‘불안’을 이겨내는 것도 과제 중 하나예요. 한때 불안을 크게 느낀 적도 있지만, 이를 극복하고자 작업을 하면서 많은 걸 얻었다고 해요. 


“작업을 28년째 하고 있지만 아직도 작업에 들어가기 전 두려움에 떨어요. 실패할까봐요. 잘 나오는 경우도 있지만, 지금도 실패를 많이 하고 수없이 고치는 과정을 거쳐요. 그래도 많이 실패해서인지 실패를 다루는 방식이 점점 유연해진 것 같아요.”

- 김은진, 시티호퍼스 인터뷰 중에서



#4. 작품으로 ‘일상’에 대한 일기를 쓴다 - 김시안


ⓒ김시안, 정물 301, 2024


김시안 작가의 그림을 보면 당장이라도 만질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만약 그림 속 물체를 만진다면 다소 딱딱하고 차가운 촉감이 예상되고요. 작품 속 그림이 무엇인지는 예측이 되지만 그동안 봐온 모습과 달리 매끈하고 구김이 없어 낯설게 느껴지죠. 


이렇듯 김시안 작가는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거나 흔히 알고 있는 생물과 사물을 그리는데요. 복잡함을 모두 없앤 다음 오로지 단순함만 남겨요. 단순할수록 대상의 본질과 가까워진다고 믿기 때문이에요. 


김시안 작가가 ‘흔한 것’을 소재로 삼는 이유는 보는 사람이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자 하기 때문이에요. 작품 속 소재들이 익숙할수록 관람자는 작품을 보며 본인의 삶을 떠올릴 수 있으니까요. 


재미있는 점은 작품 속 소재가 익숙한 대상인 만큼, 모두에게 다른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이에요. 마치 같은 말을 들었을 때도 사람들이 저마다의 경험마다 다르게 해석하고 이해하는 것처럼 말이에요. 


“작품은 작가의 일기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사람들이 글로 자신의 삶을 기록한다면 저는 붓으로 삶을 기록하는 것이죠. 캔버스를 정직하게 마주하고 그림에 몰입할 때 제 삶의 좋은 그림자와 나쁜 그림자가 그림에 표현됩니다. 그림자들을 표현하기 위해 주변의 사물을 빌리는 것이죠.”

- 김시안, 시티호퍼스 인터뷰 중에서


일상에서 나아가 김시안 작가는 미래와 가상 세계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어요. 키아프 서울 2024에 출품하는 작품들의 주제도 ‘미래’에서 시작하죠. 미래는 예상할 수 없어서 기대되는 만큼,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어 불안하기도 하죠. 


ⓒ시티호퍼스


ⓒ시티호퍼스


김시안 작가가 바라보는 미래도 비슷해요. 김시안 작가에게 미래란 갈망하는 세계이면서 동시에 도피 끝에 닿는 세계이기도 해요. 그의 작품 중에는 별이 빛나는 하늘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이 많은데요. 이는 미래의 공허함을 반영한 거라고 해요. 


“작품에 주로 등장하는 인물은 짐을 준비하고, 옷을 다림질하고, 날개를 달고 여행을 떠나려 하지만 앞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알 수 없어 조금은 불안하고 혼란스러워 머뭇거리기도 합니다. 어쩌면 이 모습은 저의 현재 상태이기도 하죠.”

- 김시안, 시티호퍼스 인터뷰 중에서


ⓒ시티호퍼스


가상 세계는 존재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익숙한 것들을 비현실적인 느낌으로 표현하는 본인의 기법과 맞닿아 있는 주제라고 생각해 관심을 가졌고요. 


김시안 작가는 오랫동안 꾸준히 작품 활동하는 걸 가장 큰 목표로 삼고 있어요. 아직 작품에 담고 싶은 이야기가 많고, 그 많은 이야기들이 관람자에게 잘 닿을 수 있도록 전달하는 작가를 꿈꿔요. 


“저의 삶도 아마 이 글을 보는 여러분과 비슷할 거예요. 그래서 저는 여러분이 저의 평온함과 어색함, 유머를 느낄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 김시안, 시티호퍼스 인터뷰 중에서



한국의 ‘문화예술관람률’은 몇 %일까요?


통계청은 매년 ‘문화예술관람률’을 측정해요. 지난 1년 사이 미술 전시를 비롯해 문화예술 관련 행사에 한 번이라도 참여한 적 있는 사람들의 비율을 재는 건데요. 이 지표를 보면 문화예술을 향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관심이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있어요. 


이런 문화예술관람률은 시간이 지날수록 오르고 있어요. 특히 지난 20여 년 사이 크게 뛰었는데요. 2000년만 해도 36.3%던 문화예술관람률은 2023년 51.2%까지 올랐어요. 1년 동안 문화예술을 한 번이라도 즐긴 사람들이 절반 이상이라는 거예요. 


그런데 통계청은 왜 굳이 문화예술관람률 통계까지 내는 걸까요? 그건 문화예술이 사회와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에요. 문화예술은 나이와 종교, 인종 등을 떠나 많은 사람들을 한 데 묶는 힘이 있어요. 그리고 이 힘은 한 사회가 무너지지 않고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도와주죠.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도 커요. 문화예술은 개인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줘요. 이는 곧 개인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과도 연결되죠. 문화예술이 건강에 이롭다는 건 이미 증명된 바 있어요. 뿐만 아니라 다양한 시각으로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본인의 생각을 정리하고 시야를 넓히는 데도 도움을 줄 수 있어요. 


이렇듯 문화예술은 알게 모르게 우리의 사회와 삶에 영향을 많이 미치고 있어요. 매년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의 작가들을 한 데 모으는 키아프가 그 구심점에 서 있다고 볼 수 있죠. 개인의 세상을 넓히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키아프이기에, 우리 또한 키아프의 미래를 응원하고 싶어져요. 키아프에 참가하는 작가들은 물론이고요.






Reference

키아프 서울 공식 웹 사이트

박준하, [하루만에 고수되기] 손끝서 피어난 무지갯빛 ‘아트’…‘자개공예’ 화려한 동양화 한폭이~, 농민신문

아트넷 공식 웹 사이트

지표누리, 문화예술관람률

이병권, 문화예술을 지원해야 하는 10가지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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