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투에서는 어떤 맛이 날까? AI 기술로 해석한 사랑의 맛

기무라야

2024.04.24

사랑에서는 어떤 맛이 날까요? 경험도, 해석도 제각각인 감정을 맛으로 표현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에요. 그런데 역사가 150년이 훌쩍 넘은 빵 가게 ‘기무라야’가 이 도전에 성공했어요. 이른바 ‘사랑 빵’을 개발했거든요. 맛은 ’운명의 만남, 첫 데이트, 질투, 눈물의 실연, 맺어지는 마음’ 등 총 5가지였죠.


연애의 각 단계를 직접 맛볼 수 있는 이 제품은 제빵사가 개인적인 경험이나 감각으로 만든 게 아니에요. 빵의 재료로 연애 프로그램과 제이팝 가사를 썼거든요. 이를 위해 일본 최대 OTT 기업과 IT 기업에 도움의 손길을 요청했고요.


기무라야가 이토록 사랑의 맛이 나는 빵 개발에 진심인 이유는, 젊은 세대의 사랑을 응원하기 위해서였어요. 150년 역사의 빵 가게는 어쩌다 이런 일에 뛰어들게 된 걸까요? 그리고 어떻게 개발에 성공하게 되었을까요? 사랑의 맛이 나는 빵이 궁금하다면 지금부터 기무라야로 함께 가볼게요.


기무라야 미리보기

 #1. 먹고 나면 사랑이 하고 싶어지는 빵

 #2. ‘시성비’를 따지기 시작한 노포 기업

 #3. 미래를 향해 행진하는 기업 공동체

 릴레이의 바톤을 전해주는 일




도심에서 운동회가 열렸어요. 학교 운동장도, 동네 공원도 아닌 길거리에서 말이죠. 니혼바시의 코레도 무로마치 거리에서 열린 이 운동회에는 어른과 아이를 가리지 않고 약 200명 넘는 인원이 참석했어요. 종목은 단 하나, 달리기였죠. 그런데 이 달리기에는 한 가지 특별한 점이 있었어요. 다들 입에 빵을 물고 있었거든요.  


이 대회의 이름은 ‘제1회 빵 먹기 경주’예요. 대회의 달리기 코스는 총 30m로, 15m 지점에 다다르면 공중에 매달아놓은 빵을 입으로 잡아 물고 골인 지점까지 달려야 하죠. 여기서 끝이 아니에요. 완주 후에는 빵을 다 먹어야 해요. 참가자들은 특이한 경기 룰을 지키느라 고군분투하고, 길가 양쪽으로 늘어선 사람들은 이 모습을 지켜보며 열띤 응원을 펼쳤죠.


이 범상치 않은 운동회를 기획한 것은 빵 가게 ‘기무라야 총본점(이하 기무라야)’의 대표인 기무라 미츠노리와 400m 허들 경주 일본 기록 보유자인 타메스에 다이인데요. 친구인 두 사람이 빵과 스포츠의 만남이라는 독특한 컬래버레이션을 펼친 데는 이유가 있어요. 스포츠 선수인 타메스에는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스포츠가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고, 빵 제조기업의 대표인 기무라 미츠노리는 사람들에게 빵 먹는 즐거움을 알려주고 싶었거든요. 두 사람은 고심 끝에 두 개의 목표를 동시에 이룰 수 있는 독특한 스포츠 종목을 기획해요. 그게 바로 도심 속 ‘빵 먹기 경주’였죠.


이 대회에는 승부에 관계없이 웃을 일만 가득했어요. 우선 빵 경주 대회의 시작을 알리는 개회식에서부터 두 명의 주최자가 스포츠맨십 대신 ‘스포츠빵십’ 선언문을 읽었죠. ‘모든 선수는 빵 밑에서 평등하다, 한 번 입에 문 빵은 다 먹어야 한다, 빵도 사람도 두드려지는 만큼 맛이 난다, 가장 강한 것은 빵을 나누는 것이다’와 같은 재치가 담겨 있었어요. 또 우승자에게는 빵으로 만든 트로피를 수여했고요. 게다가 즐거운 건 대회에 참석한 선수들만이 아니었어요. 기무라야는 대회의 개최지인 주오구 내 어린이 식당에 참여자 수만큼의 빵을 기부했죠. 


한 번의 이벤트로 그치는 것도 아니에요. 앞으로 빵을 물고 도심 속 레이스를 펼치는 사람들의 모습이 전국에서 목격될 날이 머지않았어요. 대회를 전국 단위로 펼쳐나가기 위해 두 주최자가 ‘빵 먹기 경주 협회’ 설립을 준비 중이거든요. 빵을 하나의 스포츠 종목으로 진화시켜서 사람들에게 순수하게 먹고, 뛰는 기쁨을 되새겨줄 계획이에요.


패기가 느껴지는 신선한 기획과는 달리 기무라야는 역사가 150년이 넘는 노포 기업이에요. 메이지 2년(1869년)에 일본 최초로 빵집을 창업하고, 메이지 7년(1874년)에 일본 최초로 단팥빵을 만드는 등 역사의 한 페이지를 당당히 차지하고 있죠. 하지만 기무라야는 그 후광에 가려진 채 과거에 머물러 있을 생각이 없어요. 과거의 영광을 누릴 시간에 누구보다 빠르게 시대의 변화를 포착해서 사업에 녹여내는 중이죠. 오래된 노포가 노련하게 새 시대의 기회를 활용하는 비결,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1. 먹고 나면 사랑이 하고 싶어지는 빵


사랑에서는 어떤 맛이 날까요? 말로 정의하는 것조차 어려운 감정을 맛으로 구현할 수나 있을까요? 기무라야는 이 어려운 일에 도전해서 사람들의 호기심을 풀어주는 데 성공했어요. 사랑의 맛을 단계별로 맛볼 수 있는 이른바 ‘사랑 빵’을 개발했거든요. 이 빵은 소수의 제빵사가 개인적인 경험이나 감각에 의존해서 만든 게 아니에요. AI와 대규모 언어 모델 기술을 보유한 IT 기업과 합작해서 만든 빵이죠. 


ⓒ木村屋總本店


사랑 빵은 재료부터 독특해요. 레시피에 들어가는 재료로 연애 프로그램과 제이팝이 쓰였거든요. 이게 무슨 뜻이냐고요? 기무라야는 일본 최대 OTT 플랫폼인 아베마TV(Abema TV)에서 인기리에 방영 중인 프로그램 ‘오늘, 좋아하게 되었습니다’를 토대로 사랑 빵을 개발했어요. 이 프로그램은 처음 만난 고등학생들이 ‘운명의 사랑과 청춘의 수학여행’이라는 테마로 2박 3일간 사랑을 찾아나가는 프로그램이에요. 시청자가 매주 100만 명에 육박하고 2023년 Z세대가 꼽은 ‘좋아하는 연애 프로그램’ 1위로 뽑힐 정도로 인기가 많죠.    


ⓒAbemaTV


기무라야는 이 프로그램에 나오는 젊은 청춘의 대화에서 사랑의 맛에 대한 실마리를 찾기로 했어요. 그러려면 IT 기업인 NEC의 도움이 필요했죠. 의뢰를 받은 NEC는 최첨단 AI 기술인 ‘NEC the wise’를 이용해 이 프로그램에서 출연자가 나눈 약 15시간의 대화들을 텍스트로 추출했어요. 그 후 첫 만남, 고백, 첫 데이트 등 연애의 주요 장면에서 나눈 대화에 감정 스코어를 부여했고요. 다음 단계로는 약 100만 곡이 넘는 제이팝 중에서 가사에 과일이나 디저트가 등장하는 3.5만 개의 곡을 추출했어요. 이렇게 식품과 감정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다음, 사랑의 감정을 대표하는 식품 상위 50개를 리스트 업했죠. 


이제 NEC로부터 데이터를 건네받은 기무라야가 활약할 차례였어요. 기무라야의 담당자는 AI가 정리해 준 50가지의 식품들 중 최상의 맛을 이끌어내는 레시피와 조합을 찾아냈죠. 그 결과 총 5가지 시리즈의 사랑 AI 빵이 탄생했어요. 이 빵은 각각 ‘운명의 만남, 첫 데이트, 질투, 눈물의 실연, 맺어지는 마음’이라는 흥미로운 이름으로 출시됐죠.


다섯 가지의 제품 중 ‘질투’라는 이름의 빵을 살펴볼게요. 이 빵은 자색 고구마와 트러플 오일을 이용해 만들고, 토핑으로 건포도를 올렸어요. 빵에 새긴 마블 무늬로는 솔직하지 못한 마음을, 트러플과 건포도 향으로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불안함을 표현했죠. 질투로 인해 무거워진 마음을 드러내기 위해 다른 제품과는 달리 식감도 쫀득하게 만들었고요. 사랑 AI 빵은 이렇게 맛과 향기는 물론이고 색감과 식감 하나하나까지 각 감정들을 상징하고 있어요. 


ⓒ木村屋總本店


그런데 기무라야는 왜 하필 사랑이라는 테마를 선택한 걸까요? 사실 이 도전의 배경에는 젊은 세대를 위한 제품으로 인지도를 높이고 신규 고객을 창출하려는 의지가 있었어요. 고객층이 주로 60대 이상에 한정되어 있었던 기무라야에 변화가 필요했거든요. 젊은 층을 사로잡을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그들의 일상을 분석하던 중 가장 눈에 띈 것은 ‘연애 기피 현상’이었어요. 연애는 커녕 데이트마저 하지 않는 젊은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었죠. 하지만 이와 동시에 정반대의 현상도 포착됐어요. 연애를 주제로 한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의 인기는 나날이 고공행진 중이었거든요. 그래서 기무라야가 내린 결론은 다음과 같아요. 


‘사랑을 하고 있는 젊은 사람들은 줄어들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사랑을 하고 싶은 젊은이는 줄어들고 있지 않다.’


기무라야가 젊은 세대를 응원하기 위해서 만든 빵이 바로 ‘사랑 AI 빵’이에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빵을 만들어서 누구나 빵을 먹으며 사랑이 하고 싶어지게끔 만든 거죠. 노포 기업이 AI 최첨단 기술로 빵을 개발하는 날이 오다니 너무 파격적인 것 아니냐고요? 사실 이건 기무라야에게 그렇게 놀랄만한 일이 아니에요. 해외에서 들어온 빵 문화를 일본의 식문화에 맞게 조정해서 최초로 단팥빵을 개발한 것처럼, 기무라야는 언제나 시대에 앞선 제안을 해왔으니까요. 이번에도 기무라야 다운 행보를 보인 것뿐이에요.



#2. ‘시성비’를 따지기 시작한 노포 기업


기무라야는 새로운 기획을 선보이는 데 있어서 타 업종과의 컬래버레이션을 서슴지 않아요. IT기업과 사랑 AI 빵을 공동 개발하거나, 허들 경주 선수와 빵 먹기 경주를 개최한 것처럼 말이죠. 예상을 뛰어넘는 상대와의 컬래버레이션은 뇌리에 남는 신제품의 탄생으로 이어지기도 하는데요. 컵 누들로 유명한 닛신 식품과의 컬래버레이션도 마찬가지였어요. 이번에는 하루의 영양을 책임지는 완전식 단팥빵을 개발했죠.


1869년에 창업한 기무라야에서 단팥빵의 존재감은 남달라요. 기무라야가 일본 최초로 만든 단팥빵은 메이지 천황에게 헌상되는 등 일본의 대표 빵으로 자리매김했죠. 그런데 이와 같은 전통성은 기무라야의 강점인 동시에 약점이기도 했어요. 전통 있는 노포라는 이미지가 워낙 강해서 시니어 세대가 주로 찾는 브랜드로 이미지가 굳어졌거든요. 실제로 고객층의 80%가 60대 이상이었죠.


메인 고객을 젊은 층으로 확대시키기 위해 기무라야가 주목한 것은 젊은 세대들을 중심으로 급부상 중인 ‘타이파’ 현상이었어요. 타이파는 ‘타임 퍼포먼스(Time Performance)’의 줄임말로, 시간 대비 성능을 따지는 것을 뜻해요. 영상 콘텐츠를 2배속으로 본다거나, 각종 정보를 요약본으로만 보는 것도 이에 해당하죠. 일본의 출판사 산세이도는 2022년에 타이파를 ‘올해의 신조어 베스트 10’으로 선정하기도 했어요. 


그러자 기무라야는 시성비가 높은 영양식을 개발하기로 했어요.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생활 습관을 개선하고자 하는 젊은 층의 니즈에도 부합했죠. 그리고 이 즈음 기무라야는 닛신 식품으로부터 ‘완전식 단팥빵’을 개발해 보자는 제안을 받게 돼요. 닛신 식품은 건강을 위해 필요한 영양소를 모두 함유하고 있는 완전식 시리즈를 꾸준히 발매해왔는데, 이번에는 오리지널 상품이 아니라 기무라야와 컬래버레이션 제품을 만들기로 한 거예요. 


ⓒnissin


기무라야와 닛신 식품이 공동 개발한 단팥빵은 맛과 영양을 동시에 품었어요. 전통의 맛은 그대로 지키면서도 33종류의 영양소를 한 번에 섭취할 수 있어서, 미각과 건강 모두를 사로잡았죠. 특히 바빠서 식사를 거르게 되는 사람들에게 한 손으로 먹을 수 있는 단팥빵은 완전식의 컨셉에 제격이었어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선 판매한 완전식 단팥빵 100세트는 순식간에 팔려나갔죠. 이 제품은 30대 남성의 매장 방문율이 대폭 높여주는 계기가 되기도 했어요. 


기무라야가 빵으로 사람들의 건강을 지킨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에요. 메이지 시대에는 국민병이라 불리던 각기병 치료에 큰 도움을 주었죠. 각기병은 비타민 B1이 부족해서 생기는 질환인데, 기무라야의 창업자는 빵에 비타민 B1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 다만 당시에는 사람들이 밥을 주식으로 삼고 있었고, 빵도 이스트가 아닌 홉으로 만들어 식감이 딱딱했어요. 그래서 창업자와 2대 대표는 함께 주종을 사용한 단팥빵을 개발했죠. 덕분에 통통하고 촉촉한 단팥빵이 세상에 나오게 됐고, 널리 전파될 수 있었어요. 


ⓒ木村屋總本店


이처럼 건강과 미각의 즐거움에 기여하겠다는 다짐은 선대 때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기무라야의 DNA예요. 그 과정에서 시도되는 혁신 또한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라 늘 해왔던 일이죠. 기무라야의 대표는 ‘음식은 기쁨이자 생명의 근원인 만큼, 앞으로도 빵을 통해 세상에 기여할 수 있도록 도전을 이어나가겠다.‘고 밝혔어요. 



#3. 미래를 향해 행진하는 기업 공동체


컬래버레이션을 통한 신상품 개발에 적극적인 기무라야는 2023년에도 한 프로젝트를 공개했는데요. 이번 협업 상대도 사람들의 예상을 뛰어넘었어요. 일본 크래프트 맥주 브랜드인 ‘코에도(COEDO)’와 함께 제품을 만들기로 했거든요. 간식에서 식사로 영역을 넓힌 기무라야는 이번에는 안주 제작에 돌입했죠. 


컬래버레이션 프로젝트의 첫 번째 상품은 코에도의 맥주를 모티브로 한 그리시니였어요. 그리시니는 가늘고 긴 연필 모양의 이탈리아 빵이에요. 크래커 같은 식감을 자랑하죠. 기무라야는 코에도의 크래프트 맥주인 ‘시로(Shiro)’를 만들 때 나오는 부산물을 넣어서 그리시니를 개발했어요. 맥아와 홉을 사용하자 보리의 감칠맛과 단맛, 홉의 향기가 더해진 독특한 그리시니가 탄생했죠. 맥주와 함께 먹을 때 궁합이 좋은 것은 당연했고요.


ⓒ木村屋總本店


기무라야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맥주와 빵의 페어링도 제안했어요. 두 기업은 프로젝트 초반에 서로의 이해를 돕기 위해 크래프트 맥주 양조장과 도쿄의 빵 공장을 오가며 각자의 주력 상품을 체험하는 과정을 거쳤는데요. 이 과정에서 단팥빵과 맥주의 궁합이 꽤 좋다는 걸 발견했어요. 그래서 함께 먹고 마실 때 최상의 맛이 느껴지는 조합을 찾아내 세트 상품으로 제안했죠. 예를 들어 겹벚꽃 소금 절임을 사용해서 짠맛이 느껴지는 단팥빵을 쓴맛이 강한 크래프트 맥주 루리와 추천하는 식이었어요.  




ⓒ木村屋總本店 Instagram


ⓒCOEDO


기무라야와 코에도는 맛의 궁합만 좋은 게 아니에요. 업종은 달라도 둘 사이에는 공통점이 많죠. 우선, 두 기업의 상품에는 모두 효모가 들어가요. 기무라야는 단팥빵을 만들 때 쌀과 누룩을 발효시킨 천연 효모를 사용하고, 코에도는 맥주를 만들 때 양조장에서 자가 배양한 신선한 효모를 사용하죠. 효모라는 공통분모를 가진 두 기업이 ‘발효로 시작하는 새로운 가치 창조’라는 테마로 컬래버레이션을 성사시켰던 거예요.


두 번째 공통점은 두 기업 모두 ‘퍼레이드(PARaDE)’라는 모임에 소속되어 있다는 것인데요. 나카가와 마사시치 상점의 회장 나카가와 준이 이끄는 퍼레이드는 ‘앞으로의 시대에 요구되는 좋은 회사’에 대해 고민하고 실천해나가는 기업 공동체예요. 16개(2023년 8월 기준)의 기업이 모여 ‘좋은 회사와 라이프 스탠스 이코노미를 만든다’는 목표 아래 노력 중이죠.  


여기서 라이프 스탠스란 기업이 가지고 있는 비전이나 사상, 철학을 뜻해요. 개인의 생활 방식과 자세를 의미하기도 하고요. 퍼레이드는 앞으로 소비자가 구매를 결정하는 중요 지표 중 하나는 기업의 사상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좋은 회사가 되고자 하는 기업들의 공동체를 꾸려 상호 간 협업하고 돕는 구조를 만들고자 했죠. 기무라야와 코에도의 컬래버레이션도 여기서 비롯된 거예요. 


퍼레이드에 소속된 기업은 규모도, 업종도 제각각이에요. 기무라야처럼 150년이 넘는 역사의 노포도 있고, 레코드를 통해 문화를 계승하는 페이스 레코드, 책을 매입하거나 판매하는 밸류 북스도 있죠. 시대에 맞추어 진화를 계속해나가는 기무라야인만큼, 이 기업들과의 협업을 통해 사람들에게 기분 좋은 충격을 선사하는 날도 머지않았어요. 



릴레이의 바톤을 전해주는 일


일본 최초의 단팥빵으로 유명한 기무라야는 150년이 훌쩍 흐른 지금도 여전한 존재감을 뽐내고 있어요. 매번 노련하게 시대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면 어떤 환경에서도 거뜬히 살아남는 생존력을 장착한 듯하죠. 그런데 실제로는 위기도 많았어요. 특히 현재의 대표인 기무라 미츠노리가 7대 사장으로 취임했을 때는 4분기 연속 적자가 지속되고 있었죠. 매년 매출이 160억 엔(약 1,600억 원) 수준이었지만, 장기 부채로 인해 자금이 매달 2억 엔(약 20억 원) 가량 부족한 상황이 2년째 지속됐어요.


당시 28세에 불과했던 기무라 미츠노리의 최우선 과제는 실적 회복이었어요. 대를 이어온 기업의 역사를 제 손으로 멈추게 할 수는 없었죠. 공장을 폐쇄하고, 200여 명 규모의 구조조정 실시하는 등 제 살을 깎는 아픈 결단을 내려야만 했어요.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신주쿠에 있던 600평 규모의 자택을 팔기도 했고요. 이 밖에도 제조 현장에 세부 매뉴얼을 도입해서 경험치가 낮은 장인도 상품을 만들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어요.


그 결과 경영의 효율을 높일 수는 있었지만 기무라 미츠노리가 놓친 맹점이 하나 있었어요. 매뉴얼로 인해 일이 빨라졌을지는 모르지만, 제품에 애정을 가진 직원들의 사기가 꺾여버렸던 거죠. 빵 제조 지식을 배우려는 사원도, 솜씨가 있는 장인도 다른 기업으로 이탈하기 시작했어요. 기온이나 습도에 민감한 빵의 완성도를 높여줄 수 있는 사람들이 사라졌죠. 


빵이 하나의 생물이라는 것을 인지한 기무라 미츠노리는 창업 초창기의 원칙과 철학으로 돌아가기로 했어요. 그래서 이를 ‘기무라야 스탠더드’라는 행동 지침으로 만들고 직원들과 공유해서 행동의 축으로 삼죠. 이에 더해 난무하던 신상품을 재검토하고, 판매 패턴을 확실히 파악해서 생산성을 높이기 시작했어요. 그 결과 직영점의 매출이 기존 대비 15% 이상 상승했죠.


“저는 기무라야 총본점의 7대 대표이지만, 어디까지나 릴레이의 7번째 선수일 뿐이에요. 선대로부터 대대로 전해져 온 바톤을 다음 세대에 건네주는 것, 그게 제 임무죠.”

-기무라 미츠노리 대표이사, Bizhint 인터뷰 중


앞으로도 기무라 미츠노리는 이 바톤을 다음 세대에 잘 전달하기 위해 고객과 시대의 요구에 적극적으로 부응해나갈 생각이에요. 단순히 빵을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식탁 위에 새로운 제안을 건네면서요. 그러니 이러한 마음을 가진 릴레이가 계속되는 한, 누구보다 노련하게 시대에 적응하는 기무라야의 모습을 앞으로도 계속 볼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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