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 서점과 무인 빵집의, 닮은 듯 다른 무인화 실험

야마시타 서점 • 샤틀레이제

매장의 무인화에는 양면성이 있어요. 인건비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접객을 할 수 없어 고객 만족도가 떨어질 수 있는 단점도 있죠. 그렇다면 무인화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단점을 최소화하는 방법이 있을까요? 나름의 답을 찾는 실험이 도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어요.


무인 키오스크로 직원을 대체하는 방식이 아니에요. 일반적인 영업 시간에는 유인 매장으로 운영하고, 그 외의 시간에만 무인 매장으로 운영하는 거예요. 이렇게 하면 영업 시간에는 접객을 하면서 고객 만족도를 높일 수 있고, 영업 외 시간에는 추가 고용 없이 매출을 늘릴 수가 있죠.


다양한 업종에서 이러한 무인화 실험이 일어나고 있는데요. 그중에서도 무인 서점과 무인 빵집의 시도가 흥미로워요. 그들이 무인화 실험을 통해서 알게된 것들은 무엇이 있을까요? 하나씩 살펴볼게요. 


오늘의 스토리는 글로벌 트렌드 유료 구독 서비스, ‘데일리트렌드’와 함께 하는 콘텐츠예요.


야마시타 서점 • 샤틀레이제 미리보기

 무인 서점의 실험 1 - 누가 언제 오며, 매출이 얼마나 오르는가?

 무인 서점의 실험 2 - 출입 인증 시스템의 비즈니스적인 의미

 무인 빵집의 실험 1 - 팔리는 시간대와 고용 난이도 간의 상관관계

 무인 빵집의 실험 2 - 고객 만족도와 매출 사이의 균형감각




일본에선 무인 점포가 빠르게 느는 동시에, 가지각색의 무인점포 실험이 시작되고 있어요. 그중에서도 요즘 새로이 등장한 포맷인 ****'무인 서점'과 '무인 베이커리'를 소개해 볼게요. 과연 책이나 빵 같은 제품도 24시간으로 팔아야 하는 것일까요? 오늘은 이 두 실험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와 실험 중에 발견한 것들은 무엇인지를 공유할게요.



무인 서점의 실험 1 - 누가 언제 오며, 매출이 얼마나 오르는가?

무인 서점 실험을 시도하고 있는 곳은 ‘토한(TOHAN)’이라는 출판 무역 회사예요. 토한이 하는 일은 일종의 출판 배급이에요. 출판사들에서 나오는 책들을 유통에 뿌리는 회사요. 예를 들면 세븐일레븐에서 취급되는 잡지・서적은 토한으로부터 배송된답니다.


출판사 입장에선 세븐일레븐이란 곳을 새로운 유통으로 뚫으려면 영업도 해야 하고, 영업이 된 다음엔 또 물류도 해야 되지요? 그런 출판사들의 니즈를 한 번에 대행하고 해결하는 게 토한이에요. 한국에도 이런 도서 배급하시는 유명한 회사들이 몇 군데 있지요.


토한은 자회사를 통해 자체 서점도 여러 개 운영하는데 그중 '야마시타 서점'이란 곳에서 이 무인 서점 실험을 진행하고 있어요. 현재 완전한 무인은 아니고, 오전 10시~오후 7시 사이에는 유인 영업, 오후 7시~다음 날 오전 10시의 시간대는 무인 영업을 하는 방식이에요.


과연 밤에 누가 오려나 싶지요? 그런데 해보니까, 한 3주 만에 매출이 10-20% 오르더랍니다. 신기하게도 젤 큰 영향을 끼치는 건 객단가였는데요. IT Media에 따르면 낮 타임에 오시는 분들이 평균 1,600엔(약 1만 6천원)어치를 사시는 데 비해, 무인 영업 시간에 오시는 분들은 3,000~4,000엔(약 3~4만원)어치를 사신다네요. 이분들은 도리어 사람이 없으니까 마음껏 둘러보고 책을 사실 수 있었던 모양이에요.


오시는 분들과 시간대도 의외로 다양했는데요. 저녁에 집에 가다 들르는 분들도 있지만 신기하게도 이른 아침 조깅하다 들르시는 분도 꽤 있다고 해요. 그렇다면 이 스토어는 어떻게 작동할까요?



무인 서점의 실험 2 - 출입 인증 시스템의 비즈니스적인 의미

일단 밤이 되면 스토어는 잠겨요. 문은 잠기는데 OPEN이라고 불이 들어오죠. 즉, 출입을 통제한다는 뜻이에요. 참고로 아래의 이미지가 야마시타 서점 세타가야점의 낮의 모습과 밤의 모습이에요.



낮의 야마시타 서점. 문이 열려있지요? ©ittot



밤의 야마시타 서점. Open이지만 문은 닫혀있어요. ©It business


밤에 서점에 들어가려면 절차를 거쳐야 해요. 첫 방문객의 경우 입구 앞 사이니지에 표시된 QR 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읽고 야마시타 서점 세타가야점의 LINE 공식 계정을 친구 추가한 뒤, 다시 QR 코드를 읽으면 자동문이 열리는 구조예요. 재방문 때부터는 QR코드를 한번만 읽으면 되고요.


이렇게 입장을 통제한 뒤, 구매할 땐 그냥 셀프 계산대에서 결제하도록 해놨어요. 아마존고(AmazonGo) 같은 첨단 기술을 도입한 방식은 아니예요. 우리나라 24시간 무인 과자점들하고 비교해보자면, 점내에서 셀프 결제하는 건 똑같은데, 입장 관리를 하느냐 안 하느냐인 거예요. 그런데 바로 이 지점에서 엄청난 차이가 발생해요.


이 입장 관리를 하게 되면, 야마시타 서점에선 오신 분이 누군지 특정을 할 수 있게 돼요. 왜냐면 LINE 친구가 됐으니까요. 그럼 이제 뭘 할 수 있을까요? LINE 채널을 통해 신간 안내와 할인 안내 같은 프로모션을 할 수 있는 거죠. 이렇게 말이죠.



©IT Business


야마시타 서점은 이 실험에 대해 현재까진 만족하는 분위기예요. 24시간 운영하기 때문에 전기료가 좀 더 나오긴 하지만 매출이 오르는 수준을 감안하면 전체적으론 이익이라고 해요. 또 이 실험 전에는 확인하지 못했던 이른 아침이나 늦은 밤의 책에 대한 쇼핑 수요를 파악했다는 점도 큰 장점이고요. 참고로 이 무인 서점의 기술은 스타트업인 ‘네브라스카(Nebraska)’의 '무진 서점(MUJIN書店)'이란 서점 전용 DX 솔루션을 통해 실험 중이에요.



무인 빵집의 실험 1 - 팔리는 시간대와 고용 난이도 간의 상관관계

한편, 무인 빵집은 누가 또 운영하는 걸까요? 원래 실험은 돈있는 집에서 하는 법이죠. 출판계의 토한만큼이나 유명한 일본의 제과 유통 대기업 '샤틀레이제'가 이 새로운 실험실의 주인공이에요. 이 기업은 양과자와 화과자를 동시에 다룬답니다. 한국으로 치자면 파리바게트랑 설빙이랑 합친 느낌이랄까요. 일본에만 740개 점포를 가지고 있고, 해외 9개 국에 160개의 점포를 운영하는 대기업이에요.


이런 샤틀레이제에게도 고민이 있었으니, 바로 사람을 고용할 수 있는 시간과 빵이 팔리는 시간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거였어요. 예를 들면 아침에 출근하는 사람들에게 아침거리로 빵을 막 팔고 싶은데, 그 시간엔 고용이 어렵고요. 저녁에 퇴근하면서 빵을 사려는 사람들도 많은데, 점점 매장에 늦게까지 남아 고객 응대를 하려는 직원들은 줄어들고 있거든요.


샤틀레이제도 이런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하이브리드 체제를 실험 중이에요.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에는 점포 스탭이 갓 구운 따뜻한 빵을 팔고, 이른 아침과 저녁은 무인 시스템으로 영업을 연장하는 거죠.


샤틀레이저의 무인 점포는 패밀리마트의 무인 편의점 시스템을 제공하는 일본의 AmazonGo 스타일의 스타트업 터치투고(Touch To Go)와 제휴해 만들었어요. 이 기업은 무인 시스템을 SaaS 구독으로 바꾸면서 요즘 일이 잘 풀리고 있다고 설명드린 적 있죠?


터치투고 시스템은 아마존고랑 유사해요. 천장에 여러 대의 카메라를 설치하고 이용객이 상품을 잡기 시작한 순간부터 고객이 물건을 잡았음을 인식하죠. 다만 나갈 때는 아마존고처럼 그냥 나가는 게 아닌데, 그건 입장이 자유롭기 때문이에요. 무인서점은 입장을 관리하고 계산은 그냥 셀프 계산대에서 하는 방식인 반면, 무인 빵집은 입장이 자유로워요. 그런데 계산은 테크적인 방식으로 처리돼요. 어떻게냐고요?


샤틀레이즈의 무인 빵집에선 제품을 하나하나 스캔할 필요가 없어요. 장바구니를 계산대에 올려놓으면 시스템이 '이거 이거 맞으시죠?' 하고 스스로 구매 리스트를 스캔해 목록을 확인시켜 줘요. 소비자는 오케이 누르고 카드 꽂으면 끝나는 거지요. 그렇다면 이 매장이 어떻게 생겼나 한 번 볼까요?



천장에 카메라를 보세요. ©TimeOut 



구성도 다양해요. ©TimeOut



셀프 계산대는 이렇게 생겼어요. ©TimeOut


상품을 일일이 스캔할 필요가 없다는 건 의외로 큰 호감을 주는 부분이에요. 일본엔 일찍이 이 방식을 연구하는 기업이 굉장히 많았어요. 유니클로(Uniqlo) 또한 RFID를 활용해서 그냥 시스템이 한방에 카트를 읽어버린다고 설명 드린 바 있지요?



무인 빵집의 실험 2 - 고객 만족도와 매출 사이의 균형감각

이 점포에 대한 소비자 반응은 어떨까요? 2023년 3월 하순부터 운영을 시작한 샤틀레이제 니시아자부점의 평점은 5점 만점에 3.03이에요. 이 숫자가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샤틀레이제 무인 점포에 대하 타베로그의 평점 ©Tabelog


평점을 읽어보면요. 다들 아무 때나 살 수 있어서 만족해 하고 있어요. 그리고 이 매장이 다른 샤틀레이제 매장보다 저렴하다고 해요. 그래서 또 더 많이 사고요.


그럼 왜 평점은 3.03인 걸까요? 그것은 한국의 SPC와 비슷한 대기업의 운명이라 말할 수 있을 듯요. 다들 '샤틀레이제 맛이야' 하면서 3.03의 짠 점수를 주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거죠. SPC 빵이나 파리바게트에 평점 5점을 날리는 미식가는 거의 없으니까요.


그런데 샤틀레이제도 별점 같은 데에는 그닥 관심이 없을 거예요. 그보다는 팔리는 양과 시스템 ROI가 관심이겠죠. 이 시스템이 통한다면 고용의 어려움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나면서 영업시간을 연장할 수 있으니 이 얼마나 행복한 일일까요. 흥미로운 변화죠?


일본의 경우 2023년 들어 무인 점포들이 무섭게 가속도를 내고 있어요. 이들은 모두 '파일럿'이랍니다. 그리고 이러한 파일럿은 소중한 데이터를 남기는 법이죠. 




Reference

uniqlo의 rfid가 zara의 rfid에 비해 우월한-부분이-있습니다, 김소희, 데일리트렌드

 日아마존고형 무인편의점은 이런 프랜차이즈로, 김소희, 데일리트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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