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이 요리하는 튀김 가게

쿠시야 모노가타리

2022.05.15

주어진 시간은 90분. ‘쿠시야 모노가타리’에선 2500엔에 꼬치튀김과 대게를 무한정 먹을 수 있습니다. 정교하게 설계한 비즈니스 모델 덕분에 손님도, 가게도 즐거울 수 있는 곳입니다.



쿠시야 모노가타리 미리보기

• 손님 이득 #1 뷔페라는 환상

 가게 이득 #1 밑지는 뷔페는 없다

 손님 이득 #2 체험! 튀김의 현장

 가게 이득 #2 비용과 책임을 나누다

 열정과 냉정 사이






“남에게 일을 시키려면 그 일을 하는 것이 대단하다고 생각하게 하면 된다는 위대한 법칙을 발견했습니다.”


마크 트웨인의 《톰 소여의 모험》 중 ‘신나는 페인트칠’의 마지막 문장입니다. 이모가 시킨 페인트칠을 하기 싫었던 톰은 친구들 앞에서 일부러 즐겁게 페인트칠을 합니다. 어찌나 신나 보이는지 친구들이 한 번만 칠해봐도 되냐고 애걸복걸입니다. 결국 친구들이 사과며 공깃돌이며 애장품을 갖다 바치고 나서야 톰은 선심 쓰듯 페인트 솔을 건넵니다. 일을 덜어낸 톰도, 남의 일을 대신 한 친구도 모두 행복한 결말입니다. 톰의 영악함이라기보다 동기부여에 대한 삶의 지혜에 가깝습니다.


튀김 가게 ‘쿠시야 모노가타리’에서는 손님 모두가 남의 일을 대신 합니다. 원하는 꼬치를 골라 자리로 가져와서 튀김옷을 입힌 후 직접 튀깁니다. 다른 곳에서는 모두 가게가 해주는 일들입니다. 그럼에도 일본 전역 노른자위 지역에 140여 개 지점으로 확장하며 흥행을 이어가는 걸 보면, 일을 시키는 가게도 일을 대신 하는 손님도 즐거운 곳임이 분명합니다. 쿠시야 모노가타리는 톰 소여의 지혜를 어떻게 발휘했는지 궁금해집니다. 가게 일을 대신 해주며 손님이 이득이라고 생각한 부분이 무엇인지, 이를 위해 쿠시야 모노가타리가 무엇을 했는지 따라가 봅니다.


신주쿠 한복판에 널찍이 자리하고 있는 튀김가게 쿠시야 모노가타리의 전경입니다. ⓒ시티호퍼스



손님 이득 #1 뷔페라는 환상

‘쿠시아게’는 해산물, 육류, 야채 등을 꼬치에 끼워 튀겨먹는 음식을 말합니다. 1929년 오사카에서 처음 시작되었으며, 가게 주인이 노동자에게 고기를 튀겨준 것이 시초라 전해질 만큼 일본의 대표적인 서민 음식입니다. 튀김옷이 두꺼운 편이라 적은 돈으로도 배부르게 먹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던 쿠시아게가 단순히 끼니를 때우는 것을 넘어 이제는 어엿한 요리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러면서 평균 가격대가 꼬치당 150~200엔 정도로 형성되었습니다. 아주 비싼 건 아니지만 대여섯 개만 먹어도 한 끼 식사비가 나오기에 마냥 먹기에는 부담스러운 게 사실입니다.


이런 쿠시아게 20여 종을 무제한으로 먹을 수 있고, 여기에 값비싼 대게 다리까지 2500엔에 맘껏 먹을 수 있다면? 열다섯 꼬치만 먹어도 본전이라는 계산이 번뜩 머릿속을 스칩니다. ‘쿠시아게 뷔페’라는 타이틀이 주는 흥분을 상상할 수 있습니다. 쿠시야 모노가타리에는 고구마, 감자, 양파, 호박, 가지, 버섯 등의 야채와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등의 육류 그리고 오징어, 새우 등의 해산물 등 육해공의 다채로운 꼬치를 맛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 치즈춘권, 다코야키, 도넛, 다진 감자 등 흔치 않은 튀김 재료도 있습니다. 뷔페에 가면 으레 그렇듯이 평소보다 많은 양을 먹게 됩니다. 뷔페가 아니고 낱개로 사 먹었다면 쿠시아게에만 2500엔이라는 거금을 쓸 수 있었을까요? 열다섯 꼬치나 먹지 않았을 가능성이 큽니다. 손님들은 쿠시야 모노가타리에서 쿠시아게를 먹는 데에 2500엔이라는 큰돈을 쓰지만 값어치 이상을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아깝게 느끼지 않습니다. 없던 수요를 창출한 셈입니다.





쿠시야 모노가타리에서는 손님들이 직접 튀길 수 있도록 20여 종의 꼬치와 담백한 대게 다리를 무제한으로 제공합니다. ⓒ시티호퍼스



가게 이득 #1 밑지는 뷔페는 없다

아낌없이 주기만 하는 것 같지만, 쿠시야 모노가타리는 뷔페로 운영해도 손해 보지 않을 몇 가지 장치를 마련해두었습니다. 우선 시간을 통제합니다. 90분이라는 제한 시간 내에 손님이 직접 튀겨 먹어야 합니다. 속재료를 골라 와서 튀김옷을 입혀 튀기기까지 평균 소요 시간이 5분, 튀김기에는 최대 5개까지 동시에 넣을 수 있습니다. 튀기는 시간에도 쉴 새 없이 먹어야 한 사람이 최대 90여 개의 꼬치를 소화할 수 있습니다. 가위로 껍질을 가르고 살을 발라먹는 대게도 먹는 속도를 늦추는 데 한몫합니다.


다음으로 양 조절을 통해 꼬치당 원가를 낮췄습니다. 쿠시야 모노가타리의 속재료는 딱 한입 크기입니다. 물론 튀김 초보자들을 돕는 것이 첫째 목적입니다. 속재료가 크고 두툼하면 잘 안 익거나 겉만 타는 등 튀김 난이도가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보다 큰 효과는 단연 비용절감에 있습니다. 고기 몇 덩이면 수십 개의 고기 꼬치를 만들 수 있습니다. 손님들에겐 뷔페에서 최대한 많이 먹는 것이 만족의 주요 척도입니다. 손님들이 일반 쿠시아게보다 크기가 작다는 걸 인지하더라도, 수북이 쌓여 있는 빈 꼬치를 보고 있자면 제 할 일을 다한 듯 흐뭇해지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빈 꼬치 버리는 통을 테이블 아래 등 안 보이는 곳에 두지 않고 젓가락 통처럼 잘 보이는 곳에 두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쿠시야 모노가타리의 쿠시아게의 크기 ⓒ시티호퍼스


일반 쿠시아게의 판매가 대비 식자재 원가율은 보통 30% 수준입니다. 쿠시야 모노가타리는 속재료의 크기가 일반 쿠시아게의 반의반 정도로 한 꼬치에 10엔 수준입니다. 90꼬치를 먹어도 원가 1000엔을 넘지 않습니다. 그런데 사실 90꼬치나 먹는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평균적으로 50꼬치를 먹는다고 하면, 대게나 각종 밑반찬 원가를 함께 고려하더라도 원가율이 40%를 넘지 않습니다. 많게는 원가율 50%를 바라보는 다른 뷔페에 비하면 안정적인 비용구조입니다. 양껏 먹는 손님을 마음 졸이며 바라보지 않아도 됩니다.



손님 이득 #2 체험! 튀김의 현장

‘물은 셀프입니다’부터 셀프 주유소, 셀프 세차장, 셀프 세탁소까지. 셀프서비스는 사실 귀찮은 일을 고객과 분업합니다. 더 저렴하거나 신속한 서비스를 대가로 번거로움을 감수합니다. 하지만 쿠시야 모노가타리에서는 셀프가 즐겁습니다. 일을 떠맡는다기보다 평소 스스로 하기 힘든 튀김요리를 ‘체험’한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입니다. 튀김이란 게 참 얄궂습니다. 신발을 튀겨도 맛있는 게 튀김이라는 말이 있듯, 누구나 특별한 기술이 없어도 일정 수준 이상의 맛을 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막상 튀김을 하려면 품이 많이 듭니다. 재료가 푹 잠길 만큼 많은 기름을 붓는 것도 생소하거니와, 사방에 튄 기름이나 다 튀기고 난 뜨거운 폐기름을 처리하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닙니다. 진입장벽이 없는 듯하면서 정작 해본 이가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쿠시야 모노가타리는 가장 재밌는 프로세스만 고객에게 넘겨줍니다. 재료 손질, 기름 청소 등 앞뒤의 귀찮은 일들은 쿠시야 모노가타리가 전담합니다. 고객은 튀기는 데만 집중할 수 있습니다. 부차적인 프로세스만 손님에게 넘기거나 전체를 맡겨버리는 일반적인 셀프서비스와는 사뭇 다른 행보입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고객이 맡은 프로세스를 더 수월하게 해낼 수 있도록 돕습니다. 적정 온도를 유지하고 기름이 바깥으로 튀지 않도록 하는 특제 튀김기는 필수고, 튀김가루를 미세하게 갈아 초보자도 얇고 바삭하면서도 속재료와 엉기지 않도록 튀김옷을 입힐 수 있습니다. 또한 재료에 따른 적정 튀김 시간 등을 알려주는 튀김 매뉴얼을 테이블마다 비치해 쉽게 따라 할 수 있습니다. 모두 셀프로 해도 퀄리티 차이가 크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결과가 좋아야 과정에서의 즐거움이 의미가 있습니다.



튀김 매뉴얼을 통해 튀기는 방법과 주의 사항, 재료별 적정 튀김 시간 등을 꼼꼼히 안내합니다. ⓒ시티호퍼스


튀김기, 꼬치, 튀김반죽, 소스 등이 모두 준비되어 있어 고객은 튀기기만 하면 됩니다. ⓒ시티호퍼스



가게 이득 #2 비용과 책임을 나누다

튀김 가게가 ‘튀김’이라는 핵심 프로세스를 내주면서 얻은 것은 단순한 운영 효율이 아닙니다. 해당 프로세스를 담당할 전문 인력, 즉 요리사를 두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상당한 비용절감입니다. 이러한 인력 운용의 연장선으로, 쿠시야 모노가타리는 뷔페에서 으레 찾는 단품 요리 메뉴를 취급하지 않습니다. 단품 요리가 마진은 더 높지만 이것만을 위해 전문 요리사를 둘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또한 어떤 직원도 한 가지 업무에 묶여 있을 필요가 없습니다. 홀과 카운터를 보던 직원들도 때로는 주방에 들어가 꼬치 만드는 일을 돕습니다. 작게 손질한 재료를 꼬치에 끼우기만 하면 되는 단순 작업이기에 가능합니다.


장부상의 부담뿐 아니라 평가에 대한 압박도 덜 수 있습니다. 손님은 본인이 직접 한 요리에 대해서는 관대합니다. 튀김옷이 조금 벗겨져도, 기름에 오래 넣어둬서 딱딱해져도 용서가 됩니다. 튀김은 누구나 어느 정도는 할 수 있지만, 아무나 제대로 할 수 없는 음식이기도 합니다. 속재료마다 튀기는 방법이 미묘하게 다르고, 단시간에 요리해야 하기에 제대로 하자면 고도의 기술을 요합니다. 쿠시야 모노가타리는 손님에게 튀길 수 있는 권리를 내주면서 책임도 함께 나눴습니다. 이쯤 되면 쿠시야 모노가타리가 파는 것은 튀김이 아닙니다. 생각해보면 그리 싼 것도, 일본 최고의 맛도 아닙니다. 가격과 맛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사랑받는 레스토랑이 될 수 있습니다.



열정과 냉정 사이

톰 소여는 즐거워 보이는 척하는 연기만으로 페인트 일을 덜어낼 수 있었지만, 현실의 고객은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고객이 얻는 이득이 진짜여야 하고, 잘 드러나야 합니다. 쿠시야 모노가타리가 어쭙잖게 튀김옷을 입혀 고객을 속이기보다 속재료부터 타협하지 않는 이유입니다. 외부에서 만든 진공 패킹 냉동식품을 뜯어 내놓을 만도 하지만, 생물을 현장에서 직접 손질하는 걸 고집합니다. 쌀은 매일 점포에서 도정하고, 거래 농가의 사육 관리까지 관여하는 등 원재료 관리에 열을 올립니다.


그러면서도 고객이 가게의 이득을 재보지 않도록 교묘하게 숨기는 기지도 필요합니다. 그래서 쿠시야 모노가타리는 뷔페, 셀프, 튀김의 3요소를 톱니바퀴처럼 정교하게 디자인해 고객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만들었습니다. 뷔페 형식이 아닌 셀프서비스였다면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먹지 않았을 수도 있고, 튀김을 주종으로 하지 않는 뷔페였다면 안정적인 비용구조를 구축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또한 시간 제한, 꼬치 크기 조절, 비핵심 프로세스 전담 등 디테일한 운영도 빈틈없이 설계했습니다. 튀김은 튀김 가게 직원에게는 일이지만, 손님에게는 놀이입니다. 이 뜨거운 콘셉트를 구현하려면 냉정해져야 합니다.





Reference

• 쿠시야 모노가타리 공식 홈페이지

• 쿠시카츠 연구소

• 『串カツ田中』フランチャイズ募集, Powerfulbrains

• 쿠시카츠 덴가나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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