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에는 기브 카페(Give Cafe)가 있어요.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기부를 하는 카페이자 레스토랑이죠. 수익의 10%를 기부하는 수준이 아니에요. 인건비, 임대료 등 운영비를 제외한 모든 수익을 자선 단체에 기부해요. 애초에 돈을 벌 목적 없이 기부를 하기 위해 만든 거예요.
기브 카페를 더 특별하게 하는 건 그들이 기부를 하는 방식이에요. 식사를 주문하면 ‘GIVE’ 글자가 새겨진 나무 동전을 받게 되고, 판매 공간 앞에 놓인 사람, 지구, 동물로 구분된 기부금 상자 중 자신이 기부하고 싶은 영역에 동전을 넣으면 되죠. 기부하는 행동에 능동성을 부여해서 기부하는 기쁨을 더 크게 만든 거예요.
자선단체가 오픈한 매장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에요. 비즈니스 감각이 뛰어난 ‘카인드 커뮤니티’에서 운영하는 매장 중 하나예요. 그렇다면 카인드 커뮤니티는 왜 이런 매장까지 운영할까요? 그 이유가 심오하고, 우리나라에도 도입이 시급합니다.
카인드 커뮤니티 미리보기
• 채식을 강조하지 않는 비건 레스토랑
• #1. 철학: 세상에 친절함을 퍼뜨립니다
• #2. 전략: 채식을 입맛에 맞게 만듭니다
• #3. 행동: 돈을 벌지 않는 레스토랑을 운영합니다
• 지구는 그리고 세상은 우리의 친절함을 필요로 합니다
'세상을 바꾸는 아이디어를 생각해 올 것'
스타트업 경진대회의 미션이 아닙니다. 어느 초등학교에서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낸 과제죠. 어른들에게 물어봐도 마땅한 답을 떠올리기 어려운 이 문제를, 한 학생이 칠판 앞으로 나와 간단하면서도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칠판에 그리면서 설명합니다. 그의 아이디어를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우선 그가 3명에게 무조건적인 도움을 베풉니다. 그리고 그에게 도움을 받은 사람이 또 다른 3명에게 무조건적인 도움을 주는 거예요. 그리고 또 그 3명이 또다른 3명에게 무조건적인 도움을 제공하면서, 그 도움들이 앞으로 계속해서 뻗어간다면 세상이 더 아름답게 바뀌지 않겠냐는 주장이죠. 도움을 주고 받는 게(Pay back) 아니라 도움을 릴레이로 전달하자는(Pay it forward) 거예요.
ⓒPay it forward
이렇게 하면 정말 세상이 바뀔까요? 초반에는 그렇게해서 도움을 받는 사람이 몇 명 안돼 보여요. 5번을 반복해도 243명 정도밖에 혜택을 못 받으니까요. 하지만 이 선행이 계속 이어져 10번을 반복하면 59,049명이 도움을 받게 되죠. 20번이 이어지면 결괏값은 더 드라마틱해집니다. 약 전 세계 인구의 절반 가량인 35억명이 도움을 받을 수 있어요. 여기서 한 번 더 이어져 21번이 되면 전 세계의 모든 사람이 이 선행에 영향을 받게 됩니다. 지수적 확장의 힘이죠.
한 학생의 세상을 바꾸는 아이디어는 영화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 (원제: Pay it forward)에 나오는 장면입니다. 학생에게 세상을 바꾸는 아이디어를 생각해 오라는 과제 자체도 놀랍지만, 그에 대한 주인공의 답이 더 놀랍죠. 보통의 학생들은 아이템, 서비스 등을 생각해 오는데, 주인공은 세상을 바꾸는 아이디어로 행동 방식의 변화를 떠올린 거니까요. 여기에다가 다른 학생들은 그냥 숙제로 받아들이는 반면, 주인공을 이 과제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실천에 옮깁니다.
과연 주인공 ‘트레버’는 ‘Pay it forward’로 세상을 바꾸는 데 성공할 수 있을까요? 영화를 보지 않은 분들을 위해 결론은 남겨 둘게요. 도움을 베풀어 더 나은 세상을 만든다는 건 영화 속에서만 가능할 줄 알았는데, 발리에서 이 영화같은 이야기를 비즈니스로 구현한 곳이 있어요. 바로 ‘카인드 커뮤니티(Kynd community)’예요.
채식을 강조하지 않는 비건 레스토랑
카인드 커뮤니티에서 낸 첫번째 카페이자 레스토랑은 ‘카인드(Kynd)’예요. 비건 음식의 매력을 알리고자 하는 목적으로 2017년에 런칭했죠. 당시에는 발리에 100% 비건 카페 혹은 레스토랑이 없었어서, 이들의 사업을 회의적인 시선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하지만 카인드의 공동 창업자 코린 퀴낸(Corryn Queenan)과 로렌 카밀레리(Lauren Camilleri)의 생각은 달랐어요.
채식이 아니라 인스타그래머블함을 전면에 내세우면 사람들의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을 거라 봤어요. 100% 채식을 지향하지만 꼭 채식주의자가 아니더라도 올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기로 한 거예요. 이처럼 채식주의자 그룹을 타깃하기보다 다양한 고객군들에게 비건 음식에 대한 인식을 개선시키는 것을 목표로 했죠.
그래서 매장을 핑크색 벽을 중심으로 인스타그래머블하게 꾸몄어요. 그리고 시그니처 메뉴인 스무디 보울은 커스터마이즈한 글자를 과일로 만들어 주어, 먹음직스러우면서도 사진을 찍어 올리기 좋게 구성했죠. 하지만 이것만으로 카인드를 설명하기는 부족해요. 보이는 거 너머에 있는 보이지 않는 철학, 전략 그리고 행동이 더 인상적이거든요.
ⓒKynd Community
ⓒKynd Community
#1. 철학: 세상에 친절함을 퍼뜨립니다
카인드에서는 음료나 음식만 파는 게 아니에요. 메시지를 팔죠. 어떤 메시지냐면, 세상을 보다 친절한 곳으로 만들어보자는 메시지를 전하는 거예요. 그래서 이름도 Kind를 변형한 Kynd죠. 단순히 이름만 친절함을 추구하는 게 아니에요. 카인드 매장에서는 ‘특별한 이유없이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베푸는 친절(Random acts of Kynd-ness)’을 제안해요.
ⓒ시티호퍼스
취지는 이래요. 우리의 일상에 아주 약간의 친절함을 더해보자는 뜻이에요. 평소라면 그냥 지나쳤을 사람들에게 아주 약간의 친절함을 나눠주라는 거죠. 우리의 이 아주 작은 친절한 행동이 누군가의 하루를 또는 누군가의 인생을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리고 이렇게 설명을 덧붙여요. 누군가에게 친절하게 대하는 것은 혁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으니 친절함의 영향력을 과소평가하지 말라고요. 영화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처럼 Pay it forward 하다보면 세상이 바뀔 수 있다는 믿음이 있는 거예요.
그렇다면 어떻게 친절함을 베풀면 될까요? 방법은 간단합니다. 카인드에서는 좋은 글귀가 적힌 카드 엽서를 비치해 두었는데, 이 카드를 각자의 방식으로 꾸며서 미소와 함께 누군가에게 전달하면 되는 거예요. 물론 기쁨을 전하는 마음으로 친절하게요. 예를 들어, 제가 선택한 카드엽서에는 이런 내용이 적혀 있어요.
ⓒ시티호퍼스
‘We travel because we need to, because distance and difference are the secret tonic to creativity. When we get home, home is still the same. But something in our minds has changed. That change everything.’
- Jonah lehrer
여행에 관한 새로운 관점을 제안하는 메시지예요. 이 메시지처럼 어쩌면 여행의 효용 중에 하나는 일상과 거리를 둬 일상을 새롭게 바라보고 일상에 대한 애정을 잃지 않는데 있는지도 몰라요. 적당한 거리를 두면 많은 것들이 아름답게 보이니까요. 그러면 일상이 바뀌지 않더라도 일상이 새롭게 보일 수 있죠. 발리를 여행하는 사람에게 하는 친절한 조언 같달까요.
#2. 전략: 채식을 입맛에 맞게 만듭니다
카인드 커뮤니티는 2019년에 카인드 매장 옆에다가 ‘카인드 크리머리(Kynd creamery)’라는 아이스크림 매장을 냈어요. 비건을 추구하는 아이스크림 매장이라 유제품이 들어가 있지 않고, 글루텐 프리죠. 카인드 매장에서 아이스크림 메뉴를 추가해서 운영해도 될텐데, 굳이 별도의 브랜드로 매장을 낸 이유는 무엇일까요?
ⓒKynd Community
아이스크림으로 비건을 더 가볍게 접할 수 있게 하려는 목적이에요. 아이스크림은 남녀노소가 좋아하고, 단맛이 중심이다보니 비건이라고 해서 머뭇거릴 이유가 없는 거죠. 그리고 별도 매장을 만드니 사람들이 부담없이 드나들 수 있어요. 아무래도 카페와 레스토랑으로 운영되는 곳은 마음먹고 가야하고, 카인드처럼 인기인 곳은 대기 시간이 기니까요.
여기에다가 아이스크림 매장을 카인드 매장 바로 옆에 둔 것에서도 전략적 마인드를 엿볼 수 있어요. 카인드에서 식사를 마친 고객들이 나가면서 후식 또는 입가심으로 아이스크림을 사먹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죠. 이미 줄서서 먹는 카인드를 등에 업고 있으니 카인드 크리머리도 상대적으로 모객하기가 수월해져요. 운영 상에 시너지가 나는 것도 물론이고요.
ⓒKynd Community
비건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시도는 아이스크림 매장에서 그치지 않아요. 카인드 매장에서는 원래 스무디 보울을 중심으로 판매했었는데, 2020년에는 카인드 매장 내에 피자 브랜드를 런칭했어요. 이 피자 브랜드의 이름은 ‘Peace-zza’. 여기에도 메시지를 담은 거예요. 친절함에 더해 평화를 추구하자는 뜻이죠.
피자 역시도 대중적인 음식이라 비건을 소개하는 매개로서 적합해요. 게다가 피자는 스무디 보울과 달리 배달했을 때 맛이 크게 떨어지는 음식이 아니라 배달 수요에도 대응할 수 있어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피자 브랜드를 런칭한 시기가 겹치는 게 우연이 아닌 거죠. 그리고 한 가지 더. 메뉴를 보다보면 카인드의 또다른 전략적 접근이 눈에 들어와요.
ⓒKynd Community
피자 메뉴의 가격은 보통 110,000 IDR(약 11,000원)이에요. 그런데 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는 120,000 IDR(약 12,000원)에 피자를 한 판 더 주는 프로모션을 진행해요. 천원 정도만 더 내면 피자를 2판 먹을 수 있으니, 친구들을 모아서 매장을 찾을 가능성이 높아지죠. 상대적으로 한가한 요일에 객수를 늘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에게 비건을 알리는 기회가 될 수 있는 거예요.
또한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매장 방문객 수가 줄자 ‘스쿨 오브 카인드니스(School of Kyndness)’를 런칭했어요. 300여 개가 넘는 비건 음식 조리법을 온라인으로 배울 수 있는 강좌를 제공하는 서비스예요. 약 9만원 정도 내면 1년 간 300여 개의 튜토리얼 영상 및 카인드 커뮤니티에서 출간한 쿡북의 레시피를 제한 없이 볼 수 있죠. 코로나19 팬데믹에 대응하기 위해 런칭했지만, 이또한 비건을 각자의 입맛에 맞게 더 다양한 방식으로 즐길 수 있게 하는 목적에 부합하는 서비스예요.
ⓒKynd Community
#3. 행동: 돈을 벌지 않는 레스토랑을 운영합니다
카인드는 아이스크림 가게를 오픈하기 전인 2018년에 ‘기브카페(Give cafe)’라는 카페이자 레스토랑을 하나 더 냈어요. 카인드가 위치한 스미냑에서 차로 30분 정도 걸리는 거리에 떨어져 있는 발리 짱구(Canggu) 지역에다가요. 카인드가 오픈한 두번째 카페이자 레스토랑이죠.
ⓒ시티호퍼스
언뜻 보기에 이곳의 메뉴는 카인드와 크게 다르지 않아요. 스무디 보울, 팬케익, 햄버거 등을 판매하고 있죠. 음식 또한 100% 채식을 추구해요. 2호점인가 싶지만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매장이 추구하는 철학과 운영 방식이 카인드와는 차이가 있어요. 기브 카페만의 색깔이 분명하죠.
ⓒ시티호퍼스
기브 카페에서는 식사를 기부와 연결해요. 인건비, 임대료 등 운영비를 제외한 모든 수익을 자선 단체에 기부하는 거예요. 애초에 돈을 벌 목적 없이 기부(Give)를 하기 위해 만든 카페이자 레스토랑이죠. 기브 카페는 그들의 철학과 신념을 이렇게 설명해요.
“당신이 필요한 것 이상을 가졌을 때, 당신은 더 높은 담을 쌓는 것이 아니라 더 긴 테이블을 만들어야 합니다.”
무언가 잉여가 생겼을 때 담을 쌓고 혼자만 누리지 말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나눌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에요. 이러한 철학을 가진 기브 카페를 더 특별하게 만드는 건 그들이 기부를 실천하는 방식이에요. 기브 카페는 주기적으로 사람, 지구, 동물 등 3개 영역에서 활동하는 자선단체를 선택하는데, 이곳에서 식사를 하는 고객들은 3개 영역 중 하나를 골라 기부할 수 있어요.
ⓒ시티호퍼스
방식도 간단해요. 식사를 주문하면 ‘GIVE’ 글자가 새겨진 나무 동전을 받게 되고, 판매 공간 앞에 놓인 사람, 지구, 동물로 구분된 기부금 상자 중 자신이 기부하고 싶은 영역에 동전을 넣으면 되죠. 기부하는 행동에 능동성을 부여해서 기부하는 기쁨을 더 크게 만든 거예요. 그리고 이렇게 기부를 하고 나면 '방금 당신은 변화를 만들었어요!(You just made a difference!)'라는 말이 더 실감나게 와닿죠.
2020년 초에는 기부하는 대상을 바꿨어요. 호주 및 인도네시아에서 발생한 자연재해로 영향받는 사람과 동물, 또한 기후변화를 둘러싼 인식을 높이기 위해 활동하는 자선단체에 3개월간 기부하겠다고 공지한 거예요. 이에 따라 기부금 상자 문구도 달라졌죠. 원래 문구 대신 화재(FIRE), 홍수(FLOOD), 기후변화(CLIMATE CHANGE)로요. 현재 진행 중인 이슈와 호흡을 맞추는 유연한 기부라는 인상을 주면서 해당 문제에 대한 관심도 환기할 수 있도록 한 거예요.
기부를 핵심으로 삼은 만큼, 기브 카페는 정보도 투명하게 공개해요. 선택한 자선단체의 설명과 인스타그램 계정을 홈페이지에 링크로 걸어두는 한편, 기브 카페의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활용해 언제 어떤 곳에 얼마를 기부했는지 꾸준히 업데이트하고 있어요. 2018년 8월 이후 약 5만 달러(약 6천만 원) 정도를 기부했어요. 이렇게 기브 카페의 성과를 알리니 기부에 참여한 사람들도 보람을 느낄 수 있죠.
지구는 그리고 세상은 우리의 친절함을 필요로 합니다
카인드는 100% 채식을 추구하지만, 단순히 채식주의자를 위한 카페이자 레스토랑이 아니에요. 우리의 마음과 영혼과 기운과 기분을 긍정적으로 순환시켜 우리가 사는 세상을 더 나은 세상으로 만들어 보자는 일종의 무브먼트를 하고 있는 거예요. 어쩌면 채식과 인스타그래머블한 공간은 그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죠.
그래서 카인드 매장에는 벽면과 액자에 편지처럼 긴 글을 적어 놓았어요. 고객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카인드의 생각을 담은 글이죠. 이 글을 읽고 자기자신에 대한, 사람에 대한, 세상에 대한, 지구에 대한 생각을 달리해보는 건 각자의 몫일 거예요. 물론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거나 변화가 없는 사람들도 있겠죠. 하지만 누군가가 영향을 받아서 Pay it forward를 시작한다면 세상이 바뀌지 않을까요?
누군가에게 Pay if Forward의 계기가 될 지도 모르니, 카인드에 있는 편지와 같은 글을 옮겨 볼게요. 의미나 뉘앙스가 달라지지 않게 원문 그대로요. 카인드의 편지에 공감이 간다면,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혹은 지금부터라도 서로에게 그리고 세상에게 더 친절해지는 건 어떨까요.
Dam life is good. How lucky we are to be here... right here, right now.
Remember that in every situation presented to you there is a lesson. Take it.
Never ever stop learning. Fail, but do it quickly & learn from it.
Trust people until they give you a reason not to.
You don`t need a lot of friends, just quality friendships.
Know that some people will change your life forever. Find them.
Never forget you are so much more than just this physical body. Connect spiritually.
Karma is real. Give more. Way more. Giving is the most pure form of happiness.
Understand the power of thought. Thought is creation.
Oh and energies, don`t forget energies.
Be conscious of energy.
The energy you put out throught thoughts, words & actions.
What about the energy you put in?
Your body is creating based on the food you put into it.
Energiese it, nourish it, love it, treasure it.
Meditation is key. Love is always the answer.
Mother earth needs us, needs you.
Together let’s protect her. Together let’s be kynd.
- xxx -
Reference
• GIVE CAFÉ IN CANGGU, BALI – DOING GOOD WITH EACH CUP OF COFFEE
• Keeping Up With Lauren and Corryn, Co-Founders of Kynd Community Bal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