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음을 나음으로 만드는 방법, 본질에 집중해 시대를 끌어안는다

쿤교쿠도 / 시바후 / 기온 기타가와 한비

2023.04.27

100년이 넘은 기업이나 브랜드에게 배울 수 있는 점은 무엇일까요? 시간을 이겨내면서 헤리티지를 쌓아가는 힘이에요. 당연한 이야기지만 시간이 흐른다고 장수 기업 혹은 헤리티지가 있는 브랜드가 되는 건 아니에요. 오히려 시간을 이겨내는 힘이 없으면 헤리티지는 커녕 낡은 브랜드로 낙인 찍힐 수 있어요. 


특히 지금과 같이 시대가 급변할 때는 헤리티지가 되기보다 낡은 브랜드가 될 가능성이 높아요.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낡음을 나음으로 만들 수 있을까요? 교토의 여러 브랜드들을 들여다보면 그 힌트를 얻을 수 있어요. 불교용 향으로 시작한 430년 전통의 인센스 가게, 19세기부터 육식을 못 먹는 승려에게 귀중한 단백질원을 공급해온 생면 전문점, 다도와 불교, 참선 등 진중한 의식에 사용되는 찻잎을 제공해온 160년 된 차 도매상 등이 대표적인 예죠.  


그렇다면 이들이 어떻게 낡은 브랜드에서 나은 브랜드로 진화했는지 하나씩 살펴 볼까요?


쿤교쿠도 / 시바후 / 기온 기타가와 한비 미리보기

 그해, 시대의 추억을 향으로 담는다 - 쿤교쿠도

 어디까지 변신할 수 있는지 탐험해본다 - 시바후

 교감의 방식을 바꿔 차의 맛을 새롭게 한다 - 기온 기타가와 한비

 낡은 것을 보존하면서 나은 것을 담아낸다




2021년, 교토에 구찌의 초대형 이벤트가 열렸어요. 유행을 주도하는 힙스트릿이나 관광객이 몰려드는 장소에 럭셔리 브랜드가 차리는 한시적인 팝업 스토어가 아니었어요. 구찌 창설 100주년을 맞이해 연 '구찌 인 교토 프로젝트'였죠. 전시장이 된 곳은 교토시 유형문화재인 구 가와사키가 주택이에요. 1920년대에 완공된 건물로 전통적인 교마치야 양식과 유럽 건축 양식이 혼재하는 곳이죠.



구 가와사키가 주택 ⓒMEN'S Precious


구찌는 이 고주택의 다실에서 1947년에 런칭한 이래 큰 사랑을 받고 있는 뱀부(대나무) 핸드백을 선보였어요. 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최신판 구찌 다이애나 토트백도 함께 소개했죠. 그뿐 아니라 화병, 족자, 다도구 등에 로고를 접목해 구찌의 우수한 장인 기술을 넌지시 알리기도 했고요. 또한 멀지 않은 곳의 기요미즈데라도 구찌 월드로 변모시켰어요. 수많은 유명인의 런웨이이자 구찌의 컬렉션을 한데 모은 패션쇼, 브랜드의 이상향을 표현한 익스클루시브 전시장이 됐죠.



기요미즈데라 본당 ⓒMEN'S Precious


구찌와 교토의 협업에는 '공통된 의지'가 있었어요. 쌓아온 것을 바탕으로, 다음 시대를 개척하겠다는 의지예요. 구찌는 유서 깊은 도시 교토를 통해 브랜드의 역사와 유산을 표현했고, 교토는 구찌를 만나 가장 현대적이고 미래적인 것과도 섞일 수 있는 도시임을 표현했어요.


지금까지 쌓아온 것을 근거로 다음의 시대를 개척하려는 의지. 이건 비단 교토라는 도시만의 이야기는 아니에요. 교토에 터를 잡고 100년 이상 켜켜이 역사를 쌓아온 오래된 가게들도 마찬가지거든요. 교토에는 전통을 올곧이 계승해 존재감을 보여주는 곳이 많아요. 하지만 그 한편으론 과거의 틀을 부수고 나와, 가장 현대적인 것과 섞일 수 있음을 스스로 증명해낸 브랜드도 존재하죠. 예를 들면요,


불교용 향으로 시작한 인센스 가게. 육식을 못 먹는 승려에게 귀중한 단백질원을 공급해온 생면 전문점. 다도와 불교, 참선 등 진중한 의식에 사용되는 찻잎을 제공해온 차 도매상처럼요. 오랜 시간 전통적 쓰임을 유지하다가 시대가 달라지는 걸 목격한 이들은 기로에 서게 돼요. '이대로 계속 갈 것인가, 새로운 길을 모색할 것인가.' 그러고는 마침내 선택을 내립니다.


이들은 원점으로 되돌아갔어요. '원래의 용도'에서 벗어나 원초적인 상태로 자신들의 제품을 다시 봤죠. 인센스는 좋은 향으로 공간과 기분을 풍요롭게 해주는 도구였어요. 생면은 건강하고 맛있는 식재료죠. 차는 차분히 마음을 다스리고 타인과 시간을 보내고자 할 때, 나 혹은 타인과 대화의 물꼬를 트게 하는 관계의 음료였고요. 이렇게 본질을 꿰뚫자 새로운 쓸모가 생겨나기 시작했어요.



그해, 시대의 추억을 향으로 담는다 - 쿤교쿠도

쿤교쿠도는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인센스 회사예요. 1594년에 니시혼간지 절 앞에서 약방으로 문을 열었어요. 천연 향료와 약초를 블렌딩하며 고유 기술을 발전시키던 쿤교쿠도는, 약방의 역할에서 인센스 전문점에서 활로를 찾았어요. 수많은 사찰과 불교 용품 매장, 심지어는 황실까지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는 데다 웬만한 가정집에선 불단을 둬 종교 의식을 치르고 있었기 때문이에요. 종교와 만난 향은 물이 마르지 않는 샘과 같았죠.


하지만 이런 생활 풍경도 점차 달라졌어요. 불교나 조상을 기리는 의식을 의무로 여기는 사람은 줄어들었고, 집집마다 있었던 불단도 사라져 갔죠. 2010년대, 쿤교쿠도는 또 다시 활로를 모색합니다. 인센스 향 제조업체라는 기조를 유지하면서, 요즘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향과 경험을 선사하기로 한 거예요.



ⓒ쿤교쿠도


먼저 향의 쓸모를 재정립했어요. 집이나 절에서 피우는 정적인 인센스를, 생활을 풍요롭게 하는 동적인 향으로 바라봤죠. 그러자 인센스에 새로운 쓸모가 보였어요. 이런 사고의 전환을 바탕으로, 인센스 스틱을 총천연색으로 물들인 뒤 각 색에 어울리는 향을 매칭했어요. 붉은 홍매화 인센스는 ‘봄을 연상시키는 화려한 향’. 노란빛의 마이코 인센스는 ‘마이코가 춤출 때 소매에서 너울너울 뿜어지는 달콤한 향’ 등으로요.


스틱의 길이에도 변화를 줬어요. 그동안은 불교 의식을 치를 때만 긴 스틱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가정용 인센스를 짧게 제작하곤 했는데 이는 관습에 얽매인 오산이었어요. 사람들은 취향과 휴식의 공간인 집을 좋은 향으로 채우고 싶다는 욕망이 있었어요. 이 열망을 본 쿤교쿠도는 가정용 선향 스틱을 길게 제작하기 시작해요. 



ⓒ쿤교쿠도


그리고 한발 더 캔들, 오일, 핸드 크림, 배스 솔트 같은 생활 용품에 향을 배합하며 종합적인 아로마 브랜드로 나아가는데요. 이 제품들에 붙은 라벨이 궁금증을 자아냅니다. 네 자리 숫자. 혹은 문학적 수사 같은 조어만으로 이뤄져 있거든요. '시대의 향기'와 '계절의 향기'라는 컨셉을 부여해서인데, 이건 도대체 무슨 의미일까요?


01 시대의 향기

쿤교쿠도의 캔들, 아로마 오일, 에어 프레시너는 제품마다 '794, 1482, 1594, 1716, 2016'라는 숫자를 달고 있어요. 바로 시대의 특징을 향으로 구현해, 제품의 이름으로 설정한 거예요. 먼저 794는 헤이안 시대를 일컬어요. 귀족이 스스로 향료를 조합해 인센스를 일상에서 사용하기 시작한 때죠. 794 라인은 재스민과 제비꽃잎을 블렌딩한 플로럴 향으로, 헤이안 귀족의 우아한 문화를 표현해요.



‘시대의 향기’ 컨셉의 캔들 ⓒ쿤교쿠도


1482는 무로마치 시대를 뜻해요. 귀족이 즐겨 했던 다도, 시가, 연희 등이 대중 속으로 스며들어 ‘다분히 일본스러운’ 문화 양식이 배태된 때죠. 쿤교쿠도는 지식인과 귀족, 대중의 문화가 공존했던 당시를 향으로 표현했어요. 매캐하고 톡 쏘는 우드, 정향에 달콤한 로즈마리 향을 더했죠.



‘시대의 향기’ 컨셉의 아로마 오일 ⓒ쿤교쿠도


1594는 스페인, 포르투갈과의 무역으로 이국적인 남만 문화가 들어오고, 가톨릭 전도로 유럽 문화가 수용되기 시작한 때예요. 그래서 1594 라인은 상인들의 활기찬 분위기를 닮은 위풍당당한 향이 특징이죠. 이후 근세 에도 시기가 도래하며 서양 문물이 본격화됐어요. 쿤교쿠도는 이를 1716 라인에서 고급스러운 유자 향으로 표현했고요. 2016 라인은 다가오는 미래를 신선한 허브들의 조합으로 완성한 향이에요. 향료의 조합은 비밀이에요.


02 사계절의 향기

‘사계절의 향기’ 컨셉은 비누와 핸드크림 제품에서 볼 수 있는데요. 먼저 다음 4가지 라인업을 살펴볼게요.


• HAZY MOON(어스름 달밤): 벚꽃×샌달우드. 휴식하고 싶을 때.

 LEAFY RIDGE(잎이 무성한 능선): 우지차×스타아니스 오일. 조용히 시간을 보내고 싶을 때.

 BALMY WIND(살랑이는 바람): 유자×패츌리 오일. 리프레시하고 싶을 때.

 LEADEN SKY(우중충한 하늘): 술지게미 추출물×유향. 집중이 필요할 때.



‘사계절의 향기’ 컨셉의 핸드크림 ⓒ쿤교쿠도


벚꽃은 봄의 꽃이고 우지차는 여름에 따기 시작해요. 가을엔 일본의 가장 오래된 유자 재배지, 교토 아타고야마 미즈오에서 유자를 수확하고요. 교토 기타야마 양조장에선 겨울철에 본격적으로 사케를 주조하죠. 이때 탁주를 거르고 남은 찌꺼기가 술지게미예요. 맞아요, 사계절의 향기 4가지 라인업은 교토에서 채취한 계절 소재에 향 엑기스를 섞어 상품화한 거예요. 라이프스타일 향 제품에 자연의 유산이자 지역적 유산을 녹여내, 새로운 조화를 꾀했죠. 



교토 니시혼간지마에점 1층은 불교용 향 제품, 2층은 라이프스타일 향 제품으로 꾸몄어요. ⓒ시티호퍼스


현재 쿤교쿠도는 니시혼간지마에점을 비롯해 도쿄의 킷테, 요코하마의 뉴우먼, 오사카 신사이바시의 파르코 등 고급 백화점에 단독 매장을 갖고 있어요. 이 매장들에선 매달 조향 체험을 열고 중국차 체험, 플라워리스 같은 워크숍을 개최하기도 해요. 향과 조금의 접점만 있다면 뭐든지 쿤교쿠도 안으로 끌어들이는 거죠. 변화하는 시대에 관성을 고집하기보다, 변화하는 대중의 일상적 감성에 호소한 쿤교쿠도. 덕분에 제품의 영역도, 사업의 기회도 넓어진 건 물론이에요.



어디까지 변신할 수 있는지 탐험해본다 - 시바후

19세기 중반, 교토에 밀기울 생면 전문점 '시바 쇼텐'이 탄생했어요. 밀기울은 밀에서 가루를 빼고 글루텐을 모아 건조한 식품을 말해요. 단백질과 식이섬유 같은 영양분이 풍부하죠. 밀기울은 14~16세기에 중국에서 전해진 이래 육식을 금했던 승려들에게 귀중한 음식이 되어줬어요. 이 쓸모를 시바 쇼텐이 이어받아 승려들에게 고전적인 영양식을 제공하곤 했죠.



시바후 가게 ⓒ시티호퍼스



정원이 보이는 시바후 가게 안 ⓒ시티호퍼스


시간이 흐르고 시대가 변해, 승려를 위한 음식에서 서민들의 음식이 되었지만 여전히 밀기울 생면은 생소한 음식이었어요. 잘 차린 교토 정식이 아니고서야 평범한 가정 식탁에서 볼 일은 드물었죠. 이러한 밀기울 생면을 보다 친숙하게 전하고 싶다는 바람으로 2022년 4월, 시바 쇼텐이 따끈따끈하게 런칭한 요리점이 '시바후(Shiba F)'예요. 생면으로 과연 무엇까지 가능할 것인가를 탐험해볼 수 있는 그야말로 '생면의 끝판왕'인 곳이에요.



밀기울 생면으로 만든 피자 ⓒ시티호퍼스



ⓒ시티호퍼스


시바후의 메뉴는 지구를 한 바퀴 빙 돌아요. 밀기울 생면을 베이스로 한 세계 음식을 맛볼 수 있거든요. 생면을 도우로 반죽해 피자를 만들고, 생면을 막대 모양으로 슬라이스해 파스타를 완성하죠. 뇨끼와 카레도 해먹을 수 있고요. 양파와 치킨을 곁들인 칼조네, 라자냐, 타파스와 타코, 나시고랭, 베트남풍 생춘권(월남쌈), 마파두부까지 밀기울 생면으로 유럽과 중남미, 아시아의 대표 음식을 요리하는 거예요.



ⓒ시바후


디저트로는 말차 파르페와 티라미수 파르페를 필두로, 호지차 와플, 말차 아포카도, 생면의 식감을 살린 만쥬 등이 있어요. 저칼로리에 고단백질로 맛있게 디저트를 즐길 수 있죠. 앞선 식사 메뉴의 가격은 1,000엔에서 1,300엔(약 10,000원~13,000원)이에요. 디저트류는 500엔에서 950엔(5,000원~9,500원) 사이예요.


음식과 디저트 외에 코스 요리도 있어요. 시바후는 파티와 모임을 위한 다이닝 식사를 따로 제공해 인원 수, 예산, 취향에 맞춰 코스를 준비해 줍니다. 반려동물도 동반 입장할 수 있도록 했고요. 뿐만 아니라 생맥주, 와인, 칵테일, 스파클링 와인부터 싱글 몰트와 버번 위스키까지 40종 이상의 술도 제공하고 있어요.


혼자서 식사를 해결하기에도, 친구와 간단히 디저트를 나누며 수다를 떨러 오기에도, 파티나 모임을 주최하기에도, 모든 라이프스타일에 적합한 메뉴와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셈이에요. 그리고 이 모든 요리는 베테랑 셰프와 20년 이상의 밀기울 생면 장인을 주축으로 만들어져요. 시바후는 밀기울 생면 장인을 따로 둘 정도로 밀기울 생면에 진심인 거죠.



생밀기울 제품 ⓒ시티호퍼스



ⓒ시바후


또한 이 밀기울 생면의 매력을 퓨전이 아니라 오롯이 느낄 수 있는 메뉴도 따로 만들었어요. 일단 몇 가지 주재료를 나열해볼게요. 전복, 치즈, 참깨 국수, 목이 버섯, 생강, 유자, 쑥, 와사비, 완두콩, 겨자, 말차, 사쿠라, 바질, 매실, 대나무 밀기울, 인절미 밀기울 등 밀기울에 재료 본연의 맛을 극대화한 생밀기울 제품이에요. 자그마치 34종. 테이크 아웃과 온라인 숍에서도 구매 가능해 집에서 해먹을 용도로 사가는 고객도 많아요.


시바후는 밀기울 생면으로 시도할 수 있는 것, 아니, 밀기울 생면으로 시도하고 싶은 것이라면 뭐든 다 해요. 가게를 연 지 이제 1년이 지났으니 앞으로 더 무궁무진한 변신을 기대해볼 수 있겠죠. 그래서 시바후는 단순한 밀기울 생면 전문점이 아닌 ‘크리에이티브 퀴진’이에요. 비결은 승려들을 위한 영양식도 뺄셈하고, 일반 가정식에선 맛보기 어려운 생소한 음식이라는 인식도 뺄셈해, 남은 '건강하고 맛있는 식재료'라는 본질을 잘 쿠킹했기 때문 아닐까요?



교감의 방식을 바꿔 차의 맛을 새롭게 한다 - 기온 기타가와 한비

31가지 아이스크림 가게 베스킨라빈스에서 어떤 맛을 제일 좋아하시나요? 아마 녹차를 꼽는 분도 많겠죠? 특유의 달콤쌉싸름함으로 ‘민트초코파’와 맞먹는 수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는 맛이니까요! 이 베스킨라빈스에 녹차를 독점으로 제공하는 기업이 있어요. 교토 태생의 '기타가와 한비 쇼텐'이에요.



ⓒ기타가와 한비 쇼텐


기타가와 한비 쇼텐은 1861년 창업한 차 도매상이에요. 널찍한 땅에 다원을 보유해 말차, 호지차, 일본 홍차, 현미차 등을 길러 도소매점과 오픈 마켓에 판매하고 다과용 과자도 만들죠. 이 광활한 차 회사가 2018년, 교토 기온에 차 전문 카페 '기온 기타가와 한비'를 열었어요. 차 본연의 맛을 제대로 소개하겠다는 취지에서예요. 그렇다면 기온의 카페를 통해서 어떻게 차를 제대로 소개하겠다는 걸까요?



오챠오미 ⓒ시티호퍼스


차의 깊고 진한 맛을 제대로 보여주겠다며, 기온 기타가와 한비에서 야심차게 내논 메뉴가 '오챠오미'예요. 5가지 차에, 각각의 차 맛이 돋보이도록 페어링한 디저트가 나오죠. 5가지 페이링을 살펴보면, 말차-초콜릿 무스, 센차-우메보시, 호지차-아몬드 캐슈넛, 우롱차-머랭 쿠키, 홍차-딸기와 피스타치오 크림을 얹은 비스킷으로 구성돼 있어요. 또한 저녁 6시가 되면 기온 기타가와 한비는 찻집이 아닌 선술집으로 변해요. 크래프트 맥주에 유자잎을 떨어뜨리거나 일본 홍차에 히비스커스를 넣은 칵테일을 맛볼 수 있어요.



ⓒ기온 기타가와 한비


맛있고 친숙한 디저트와 밤의 감성에 취할 수 있는 술. 이처럼 현대적인 디저트와 술을 곁들여 차를 깊이 느낄 수 있도록 했지만, 기온 기타가와 한비는 다른 한 가지를 더 의도했어요. 나긋한 동네 사랑방 같은 장소를 말이에요.


차는 오랜 옛날부터 혼자서, 또는 타인과 시간을 보내고 싶을 때 손쉽게 찾을 수 있는 음료였어요. '커피 한 잔 할래?'라는 말에 당신과 대화하고 싶다는 의미가 담겨 있듯, 오래전 사람들도 '차 한 잔 할까요?'라는 말에 타인과 더 친해지고 싶다는 소망을 담았죠. 그 대상은 말로 발화되지 않으면 자기 자신에게로 향했고요. 이를 요즘의 방식으로 재해석해 공간에 구현한 거예요. 


차를 깊이있게, 게다가 맛있게 즐길 수 있도록 해주는 페어링 메뉴, 그리고 특별한 시간을 느끼게 하는 공간. 기온 기타가와 한비는 차의 맛과 차의 쓰임에 집중해, 차의 새로운 쓸모를 찾아내고 있어요.



낡은 것을 보존하면서 나은 것을 담아낸다



기온 기타가와 한비 ⓒ시티호퍼스



ⓒ시티호퍼스


기온 기타가와 한비는 지은 지 120년 된 교마치야 건물에 둥지를 틀었어요. 예전 기타가와 한비 쇼텐에서 사용하던 고도구로 매장을 장식하고, 공간 곳곳에는 차를 형상화한 유리와 칸막이를 세웠죠. 그런가 하면 시바후 안에는 일본의 작은 풍경식 정원, 주정원이 있어요. 주변 환경과 어우러진 정원을 마주보며 식사를 할 수 있도록 꾸몄죠. 마지막으로 쿤교쿠도의 외관은 커다란 불단의 아궁이를 닮아 있고요.

세 곳 모두 전통의 흔적을 그대로 남겼지만, 그 안을 채운 건 새 시대예요. 지금의 소비자가 원하고 바라는 것에 부응해, 전통에 새로운 옷을 입혔죠. 마치 이 세 브랜드를 안고 있는 도시, 낡은 것을 보존하는 동시에 나은 것을 담아낼 줄 아는 교토처럼요. 우리가 이를 통해 배울 수 있는 건 본질에 집중하면서 시대를 끌어안으면 세월의 무게를 이겨낼 수 있다는 사실일 거예요. 시대라는 태풍에 꺼져가는 촛불이 아니라 시대에 나부끼지 않는 스테디셀러가 된 세 곳의 미래는, 또 어떤 새 옷을 준비하고 있을까요?




Reference

 쿤교쿠도 공식 웹사이트

 기온 기타가와 한비 공식 웹사이트

 시바 쇼텐 공식 웹사이트

 시바후 공식 웹사이트

 グッチが京都を舞台に創設100周年を祝う3つのエキシビションを開催, MEN'S Precious

 Scents of history, UNPLUGGED JAPAN

 生麩のプロがお届けする新食感、生麩専門店「ShibaF」, 三井不動産ホテ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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