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이 비즈니스 모델이 왜 여지껏 없었을까요? 있을 법 한데 아직 없던 것. 여기에 새로운 사업 기회가 있어요. 교토에서 시작해서 도쿄에 첫 번째 매장을 연 ‘컨비니언스 바’가 그 기회를 잘 포착했죠. 컨비니언스 바는 위스키 바예요. 위스키를 500엔(약 5천원) 정도의 잔 단위로 팔아요. 그렇다고 싼 술을 파는 게 아니라 희귀한 술을 저렴한 가격에 파는 거예요.
컨비니언스 바는 술에 집중하는 것 외에는 다 간소화했어요. 공간도 10평. 좌석도 바테이블 8석에 나머지는 서서 마시는 테이블. 여기에다가 안주도 팔지 않죠. 공간이 좁은 거야 그럴 수 있는데, 위스키 바에 안주가 없으면 단점 아닐까요? 그래서 편의점과 제휴했어요. 편의점에서 안주를 사와서 먹을 수 있게 한 거예요. 위치도 편의점과 문으로 연결되어 있죠.
딱 봐도, 이 조합 어울려요. 그런데 컨비니언스 바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설득력이 더 세져요. 얼마나 말이 되는지 함께 살펴볼까요?
컨비니언스 바 미리보기
• 편의점 안주를 환영하는 위스키 바
• 교집합의 크기만큼 절약하는 비용
• 시간이 흐를수록 가치가 올라가는 재고
• 팔겠다는 의지가 팔리는 기획을 만든다
리테일이 미디어로 진화하고 있어요. 매장을 찾는 고객들의 발길이 있으니, 그들의 눈길을 수익화하는 거예요. 일본의 편의점 업계에서도 신사업으로 미디어에 주목하고 있어요. 패밀리마트는 ‘스토어 미디어(Store Media)’를 목표로 계산대 위에 대형 모니터를 설치했는데요. 이 모니터에서 판매 상품뿐만 아니라 드라마, 영화 등을 광고해요. 약 100개의 점포에서 테스트 베드로 운영해 봤더니, 결과가 긍정적이에요.
패밀리마트가 1만 5천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고 대형 모니터에 설치된 인공지능 카메라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살펴볼까요? 우선 계산대 위의 모니터를 보는 비율은 50% 정도였어요. 게다가 광고를 본 사람들은 광고를 보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구매 의향이 최대 1.6배나 높아졌어요. 광고 상품의 매출이 광고 사이니지가 없는 매장에 비해 20% 이상 증가하기도 했고요. 광고 효과가 있는 거예요.
또한 패밀리마트와 함께 일본 3대 편의점 중 하나인 로손도 광고 사업을 시작했어요. 포인트 회원의 데이터를 활용해 관심이 있을 확률이 높은 광고를 영수증에 출력하는 거예요. 그동안 로손에서 구매한 고객의 구매 데이터, 성별, 연령 등의 특성을 분석해 AI가 여러 유형의 광고 중에 각 회원에 맞는 광고를 노출하는 식이에요.
광고 효과를 보기 위해 2022년 8월에 새로 나온 과자를 대상으로 실험을 해봤는데요. 전체 회원의 평균 구매율과 비교했을 때, AI가 구매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 신상품을 구매할 가능성이 높다고 선정한 회원의 구매율은 평균 구매율 대비 4배였어요. 그리고 이 고객들에게 영수증 광고 발행했을 경우에는 구매율이 평균 구매율 대비 12배로 증가했죠. 영수증도 미디어가 될 수 있다는 걸 증명하는 수치예요.
미디어가 된 리테일은 이미 성숙기에 접어든 일본 편의점 업계에 새로운 가능성으로 떠오르고 있어요. 신규 출점으로는 성장하기 어려운 상황이니, 그동안 구축한 고객 접점을 활용하는 거예요. 그런데 편의점 업계의 이런 고군분투에 보탬이 되는 지원군이 등장했어요. 이름하여 ‘컨비니언스 바(Convenience Bar)’. 컨비니언스 스토어인 편의점 매장 바로 옆에 붙어 있는 위스키 바예요. 그렇다면 이 컨비니언스 바는 어떻게 편의점에게 도움이 되는 걸까요?
©시티호퍼스
편의점 안주를 환영하는 위스키 바
컨비니언스 바에서는 위스키를 잔 단위로 팔아요. 가격은 500엔(약 5천원) 수준. 그렇다고 싼 술을 파는 게 아니라 위스키, 브랜디, 사케 등 400종 이상의 술을 저렴한 가격에 파는 거예요. 그러기 위해 술에 집중하는 것 외에는 다 간소화했어요. 공간도 10평 내외. 좌석도 바 테이블 일부와 나머지는 서서 마시는 테이블로 구성되어 있어요. 공간이 좁은 거야 그럴 수 있는데, 위스키 바에 안주가 없으면 단점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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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비니언스 바는 술을 안주와 함께 마실 수 있도록 편의점과 제휴했어요. 편의점에서 안주를 사 와서 먹을 수 있게 했죠. 물론 주류와 음료는 반입이 안되고요. 그냥 커버 차지 없이 외부에서 사 온 음식을 바에서 먹을 수 있게 허용한 정도가 아니에요. 편의점과 컨비니언스 바를 문으로 연결해 놓고, 바 영업시간 동안 문을 열어두어 하나의 매장처럼 운영해요. 이렇게 하니 조리 공간이 없어도, 안주를 만들 요리사를 고용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그만큼 비용을 절감해 술 가격을 낮출 수 있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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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비니언스 바뿐만 아니라 편의점도 혜택을 누려요. 안주류 매출이 자연스럽게 올라가니까요. 그래서 컨비니언스 바 옆의 편의점에는 감자칩, 말린 오징어, 육포, 가라아게, 햄, 견과류 등 술과 함께 즐기면 좋은 상품 종류가 다양하게 준비돼 있어요. 가라아게나 소시지 등과 같은 안주를 편의점에 비치된 전자레인지에서 데운 후 가져갈 수 있는 것은 당연하고요. 술을 마시다 안주가 더 필요하다면 바와 편의점을 오가며 추가로 구매할 수 있죠.
그렇다고 물리적으로만 공간을 연결해 둔 건 아니에요. 컨비니언스 바에서는 안주를 판매하지 않는 대신 편의점 안주를 더 맛있게 즐길 수 있도록 도와줘요. 무료로 베이컨이나 치즈를 토치로 구워줘 직화 느낌을 내기도 하고, 150엔(약 1,500원)만 내면 감자칩이나 스낵을 훈연해 주기도 해요. 간단하고 저렴한 편의점 안주지만, 갓 조리한 안주 못지않은 맛을 내죠. 이런 센스 있는 서비스는 편의점 안주를 추가로 구입하도록 유도하는 역할도 하고요.
그뿐 아니라 편의점 안주와 찰떡궁합인 술도 마련해 뒀어요. 컨비니언스 바의 시그니처는 블렌디드 위스키인 ‘패미치키 오리지널(Famichiki Original)’인데요. 이 위스키는 패밀리마트의 프라이드 치킨인 ‘패미치키(ファミチキ)’와 페어링 할 목적으로 개발한 거예요. 뒷맛이 상쾌하면서도 스모키해 패미치키의 풍미와 잘 어울려요. 온더락 또는 하이볼로 즐길 수 있죠. 저렴한 가격에 좋은 술과 맛있는 안주를 가볍게 즐길 수 있도록 바의 경쟁력을 강화한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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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러한 컨비니언스 바를 찾아가 보면 흥미로운 점을 발견할 수 있어요. 컨비니언스 바라고 적힌 간판을 찾을 수 없거든요. 위스키 바와 편의점이 서로 연결되어 있어 컨비니언스 바가 분명한데, 바에는 ‘오사케노 비주쓰칸’ 간판이 걸려 있죠. 컨비니언스 바는 오사케노 비주쓰칸이 편의점과 손잡고 만든 개념으로, 상표권을 등록해 별칭으로 쓰고 있는 표현인 셈이에요. 그렇다면 오사케노 비주쓰칸은 어쩌다 컨비니언스 바를 론칭하게 된 걸까요?
교집합의 크기만큼 절약하는 비용
오사케노 비주쓰칸은 ‘술의 박물관’이라는 뜻이에요. 컨비니언스 바로 처음 등장한 게 아니라 이미 일본 전역에서 매장이 있었죠. 매장 크기나 가격대도 컨비니언스 바와 비슷하고요. 그리고 이미 컨비니언스 바를 론칭하기 전부터 외부 음식의 반입을 허용했어요. 지하철역이나 쇼핑몰에 있는 지점의 경우 주변 가게에서 구매한 음식을 별도의 비용을 내지 않고 먹을 수 있었죠. 그러니 컨비니언스 바는 오사케노 비주쓰칸에서 하던 방식을 더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업그레이드 한 거예요.
이처럼 편의점과 결합한 모델인 컨비니언스 바가 생겨 외부 음식을 더 쉽게 가져올 수 있게 됐어요. 날이 갈수록 발전하는 편의점 음식은 고객 경험을 개선하는 데 큰 역할을 했어요. 하지만 컨비니언스 바를 기획한 건 안주 때문만은 아니에요. 모객 측면에서도 편의점 옆에 있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이 있었죠. 물론 저렴한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운영 비용을 낮추는 것도 필요하지만,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모객도 중요할 수밖에요.
"편의점은 연령과 성별을 불문하고 매일 많은 고객들이 방문해요. 편의점에서 구매한 안주와 함께 술을 마실 수 있게 하면 편의점에 방문하는 고객을 조금이라도 오사케노 비주쓰칸으로 오게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FNN〉인터뷰 중
오사케노 비주쓰칸을 운영하는 회사 ‘노부찬맨’의 담당자가 한 말이에요. 편의점과 협업을 하기 시작한 이유에 대한 답변이죠. 편의점 일 평균 방문 고객 수가 1,000여 명 정도니 이중 일부를 끌어올 수 있다면 매출을 가볍게 올릴 수 있어요. 또한 편의점 고객은 낮 시간대에도 많으니 15시부터 운영하면서 낮술 수요도 흡수할 수 있죠. 꼭 이번이 아니더라도 편의점에 온 고객들에게 오사케노 비주쓰칸을 노출시켰으니 다음 방문을 기대할 수도 있고요. 운영 비용뿐만 아니라 마케팅 비용도 줄일 수 있는 거예요. 그렇다면 이렇게 편의점과 결합해서 비용 구조를 개선하고 객수를 늘린 컨비니언스 바의 수익성은 어느 정도 수준일까요?
컨비니언스 바의 월평균 매출은 240만엔약 2천 4백만원, 평균 영업이익률은 20%를 웃돌아요. 안주를 아웃소싱해서 원재료비와 인건비를 절감했으니 다른 주점들보다 영업이익률이 높은 편이죠. 보통의 술 가게에서는 이 두 항목의 비율이 약 60%인 반면, 컨비니언스 바는 40~50% 수준이거든요. 게다가 요리할 공간도 필요 없으니 임대료를 줄일 수도 있고요. 그런데 여전히 한 가지 의문이 남아요. 편의점에 온 고객이 근처의 다른 술집이 아니라 오사케노 비주쓰칸으로 향하는 이유 말이에요.
시간이 흐를수록 가치가 올라가는 재고
물론 고객이 편의점에서 오사케노 비주쓰칸으로 넘어가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에요. 일본에는 가볍게 한 잔 즐기는 ‘초이노미’, 서서 술을 마치는 ‘타치노미’ 등의 문화가 있으니까요. 또한 위스키 한 잔에 500엔(약 5천원) 수준이니 가격 경쟁력도 있죠. 하지만 이걸로는 설명이 충분하지 않아요. 오사케노 비주쓰칸은 ‘희귀한 술을 보다 캐주얼하게, 보다 부담 없이 즐기자’를 모토로, 단종되었거나 보기 드문 술도 잔 단위로 파는 것이 특징이거든요.
보통의 경우 과거에 주조해 숙성시킨 술은 시간이 갈수록 희귀해지기 마련이에요. 만든 양은 정해져 있으니 시간이 지나며 소비될수록 남은 양이 줄어들게 되니까요. 특히 숙성된 일본산 위스키를 구하기 어려운데요. 이런 상황을 이해하려면 30년 전으로 돌아가 봐야 해요. 당시 일본은 고도성장을 구가했어요. 그러다 경제의 거품이 터졌죠. 경기가 나빠지면서 술 소비량이 줄어들었고, 특히 고급 주류였던 위스키 수요가 급감했어요. 이에 대응해 산토리 등 일본 위스키 업체들은 생산설비를 축소하면서 공급을 줄일 수밖에 없었죠.
그렇게 일본산 위스키의 수요와 공급은 안정을 되찾았어요. 그런데 2008년부터 균형점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위스키를 탄산에 타먹는 하이볼 때문이에요. 하이볼을 찾는 사람이 많아지자 기주가 되는 위스키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어요. 그런데 한번 줄여버린 생산을 즉각적으로 늘리기는 어려워요. 공장을 바로 증설하기도 어려울뿐더러, 원액을 10년 단위로 숙성하는 위스키의 경우 물리적으로 시간이 필요하죠. 30년 전에 경기 침체로 공급량을 확 줄였으니, 일본산 위스키 30년산의 희소가치가 높아지고 가격이 치솟은 거예요.
컨비니언스 바에서는 이런 술들을 저렴하게 마실 수 있어요. 그러니 편의점에 왔다가 오사케노 비주쓰칸에 들를 이유가 있죠. 또한 희귀한 술을 파는 이 바의 경쟁력 덕분에 편의점에 방문했다가 오사케노 비주쓰칸으로 넘어가는 고객만큼이나, 반대로 오사케노 비주쓰칸에 왔다가 안주를 사러 편의점으로 가는 경우도 많아요. 편의점을 등에 업기만 하는 게 아니라 편의점의 등을 밀어주기도 하는 거예요. 게다가 파는 술 종류에 차이가 있으니 서로 간에 매출 잠식이 일어날 가능성도 낮고요.
그뿐 아니라 희귀한 술을 보유하고 있으면 또 다른 장점이 있어요. 재고 부담이 줄어들거든요. 안주류를 편의점 안주로 대체했으니 컨비니언스 바에 있는 유일한 재고는 술이에요. 그런데 앞서 설명했듯이 위스키 등의 올드 보틀은 희소성으로 인해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상승해요. 구색을 갖추기 위해 술병을 입고해 두었다 하더라도 혹은 지금 당장 술이 팔리지 않는다 하더라도 노심초사할 필요가 없죠. 시간이 컨비니언스 바의 편이니까요.
팔겠다는 의지가 팔리는 기획을 만든다
“제품이 가치 있다고 반드시 잘 팔리는 것은 아니에요.”
오사케노 비주쓰칸을 만든 ‘노부오 타키시타’의 말이에요. 그가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있어요. 어린 시절, 그의 어머니는 노점상을 운영했는데요. 한 번은 그녀가 비가 오는 날에도 비를 맞으면서까지 물건을 팔고 있었어요. 그는 대단한 물건도 아니고 비도 오고 하는데 누가 살까 의구심을 가졌지만, 어머니의 적극적인 세일즈에 지나가는 행인들이 물건을 구매했죠. 그때 깨달았어요. 팔겠다는 의지가 필요하다는걸요. 결국 비즈니스는 같은 제품이라도 더 잘 파는 방법을 찾는 여정이에요.
그의 이런 철학이 오사케노 비주쓰칸에 고스란히 녹아 있어요. 위스키 등 구하기 어려운 술을 파는 바는 그 자체로도 잘될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그는 더 잘 팔기 위한 방법을 고민했어요. 술의 가격을 낮추고자 안주류를 아웃소싱해 원재료비, 인건비, 임대료 등을 절감했고, 편의점과 제휴해 마케팅비를 줄이면서도 모객을 안정적으로 할 수 있는 사업 모델을 개발했죠. 여기에다가 희소성이 높은 술을 중심으로 구색을 갖춰 재고비 부담도 덜었죠. 더 잘 파는 방법을 찾은 것뿐만 아니라 하방을 지지할 수 있는 사업 모델을 구축한 셈이에요.
2019년에 시작한 오사케노 비주쓰칸은 2030년까지 전국에 1천개의 바를 오픈하는 것을 목표로 해요. 그렇다고 1천개 전부를 컨비니언스 바로 열겠다는 건 아니에요. ‘일상의 장면에 바 문화를’이라는 비전처럼, 바 문화를 더 대중화하기 위해 다양한 형태를 개발하고자 하죠. 2023년 11월 기준으로 58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니 아직 갈 길은 멀어요. 그럼에도 별거 아닌 잔술을 별것처럼 파는 오사케노 비주쓰칸이기에, 그들의 담대한 비전을 달성하는 방법도 별일 아닌 듯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요?
Reference
• 오사케노 비주쓰칸 공식 홈페이지
• 鷲尾 龍一, ファミマが目指す「店舗のメディア化」, Nikkei Business
• コンビニでつまみを買って隣で一杯!? 「コンビニ併設バー」が東京に登場…初日は盛況!コラボの狙いを聞いた, FNN
• お酒の美術館, フランチャイズ比較.net
• 日本初のコンビニバー®!”お酒の美術館”, フランチャイズ加盟募集.net
• 노부찬맨 공식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