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많은 편의점보다 가장 혁신적인 편의점을 꿈꾸다

로손

2023.02.16

매장의 무인화가 거세게 진행 중이에요.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서예요. 하지만 여전히 접객 측면에서는 사람이 있는 편이 낫죠. 이 딜레마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일본의 3대 편의점 중 하나인 로손은 2022년 11월, 도쿄 도시마구에 ‘그린 로손’을 오픈하면서 이 딜레마를 해결할 수 있는 실험을 시작했어요. 아바타를 통해서요. 


점내에는 총 4개의 아바타가 있어요. 커다란 모니터 안에서 손님에게 '어서오세요'라고 인사를 건네기도 하고, 계산대 이용법, 추천 상품 등을 알려주기도 해요. 고객이 눈앞에 있으면 손에 든 상품을 인식해 코멘트도 날리죠. 그냥 프로그래밍된 이바타가 아니에요. 본사에 있는 직원과 원격으로 연동해 접객을 하는 거예요. 한 명의 사람이 여러 아바타를 통해 접객하면서 인력 효율을 높이려는 시도죠. 


이런 혁신은 일부에 불과해요. 이제부터 기존의 '편의점스러움'을 보란듯이 꺾어버리는 로손의 전략을 하나하나 살펴보도록 할게요.


로손 미리보기

 #1. 지구와, 손님과, 매장 이익의 접점을 찾아서

 #2. 자투리 시간과 공간을 활용해, 레스토랑으로 진화하다

 #3. 그 지역에 할랄푸드와 서점 전용 로손이 들어선 이유

 #4. 인기 스위츠의 비결, 고품질 제품과 ‘신박한’ 네이밍

 무인양품의 존재감을 닮은 편의점




일본인에게 편의점은 일상의 동반자이자 생활의 인프라예요. 편의점의 불문율이 된 365일 연중무휴, 24시 영업이라는 운영 제도를 처음 시작한 것도 일본이죠. 대표 주자는 세븐 일레븐, 패밀리마트, 로손이에요. 그중에서 매출 기준으로는 3등이지만, 인기는 앞선 브랜드들 못지 않은 곳이 있어요. '당신이 사는 동네의 핫 스테이션'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로손(Lawson)이에요.


그런데 로손의 회계 자료의 숫자를 보면, 고개가 갸웃해져요. 2022년 12월, 로손의 고객 수는 전년 동월 대비 마이너스였는데 객단가는 오히려 5.1% 성장했거든요. 그 이전에도 수개월간 고객 수는 정체되거나 마이너스였고 매장의 수 역시 줄어드는 흐름이었는데, 매출은 플러스 성장을 기록했죠. 이게 왜 대단한지를 이해하려면 편의점 시장의 큰 흐름을 이해해야 해요.


일본 편의점 업계엔 암묵적인 판단 기준이 있어요. 일반적으로 인구 2,000명당 점포 하나를 낼 수 있다고 봐요. 2,000명은 편의점이 이윤을 내기 위해 필요한 가장 적은 수의 고객인 셈이죠. 인구가 늘면 그만큼 점포의 수도 비례해 늘어나요. 지난 수십 년동안 일본 편의점은 늘어나는 인구, 그리고 고객 편의적인 운영 시간과 눈에 띄는 접근성을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했어요.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어요. 인구가 더 이상 늘지 않고, 인구 소멸의 시대가 생각보다 너무 빨리 도래한 거예요.



ⓒNatural Lawson


로손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을 객단가에서 찾기로 했어요. 경쟁력을 점포 수나 고객 수가 아닌 객단가의 상승으로 재빠르게 전환했죠. 그리고 객단가를 높이기 위해 타깃과 컨셉이 명확한 혁신을 잇따라 시도했어요. 편의점 로손 외에 100엔대의 신선 식품을 선보이는 '로손 스토어 100', 저칼로리 도시락과 유기농 식품 등으로 여성 고객을 타깃한 '내추럴 로손'을 선보였어요. 전국 각지의 농장과 함께 '로손 팜'을 설립하고, 직접 일군 농식물을 상품으로 출시하기도 했고요.



무인양품은 현재 로손 7,000개 점포에 들어와 있어요. ⓒ無印良品


최근 로손은 또 한 번 놀랄 만한 행보를 보였어요. 무인양품의 식품, 문구, 의류, 화장품 등 200여개 품목을 점내에 입점시킨 거예요. 편의점의 일용품은 그 순간의 필요성에 의해 긴급 구매하는 경향이 강한데, 로손은 이런 편의점에서의 소비 패턴을 바꾸고 싶었어요. 편의점에서도 지속적으로 사용할 목적의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말이죠. 그래서 무인양품과 협업했는데, 결과는 성공적이었어요. 무인양품 제품을 들여놓은지 7개월 만에 로손 내 화장품 매출이 50%나 껑충 뛰었거든요.


이쯤에서 로손의 어떤 특별함이 보이지 않나요? 바로 '편의점은 이래야 돼'라는 고정 관념의 타파예요. 로손은 편의점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제안하고 있어요. 무인양품과의 협업은 시작에 불과해요. 이제부터 기존의 '편의점스러움'을 보란듯이 꺾어버리는 로손의 전략을 하나하나 살펴보도록 할게요.



#1. 지구와, 손님과, 매장 이익의 접점을 찾아서

2022년 하반기를 강타한 건 코로나만큼 무서운 미국발 경제 위기였어요.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엔화 가치가 떨어지고 물가는 큰 폭으로 올랐죠. 편의점도 위기를 피해갈 수 없었어요. 하지만 로손은 두 손 놓고 있지만은 않았어요. 고물가와 엔저 시대에 가격을 인상해도 구매로 이어지는 원동력은 무엇일까를 고민했죠. '그린 로손'은 이 고민에 대한 실험으로 시작된 점포예요.



ⓒ시티호퍼스


① 아바타 접객과 무인 계산대

2022년 11월, 도쿄 도시마구에 그린 로손 1호점이 오픈했어요. '뭔가 다르다'는 걸 입장도 하기 전부터 느낄 수 있죠. 투명한 편의점 창 밖으로 아바타 점원이 손님을 맞아주거든요. 점내에는 총 4개의 아바타가 있어요. 커다란 모니터 안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손님에게 '어서오세요'라고 인사를 건네기도 하고, 계산대 이용법, 추천 상품 등을 알려주기도 해요. 고객이 눈앞에 있으면 손에 든 상품을 인식해 코멘트도 날리죠.



ⓒ시티호퍼스


시스템의 원리는 로손 본사와의 연계에 있어요. 실제 오퍼레이터가 원격으로 실시간 접객을 해주거든요. 아바타의 움직임과 오퍼레이터가 연동돼 음성뿐 아니라 표정, 몸짓까지 다양한 표현이 가능해요. 아직은 아바타와의 연동 정도를 끌어올려야 하는 단계이지만, 로손은 2년 안으로 1,000명의 오퍼레이터를 육성한다는 계획이에요. 한 명의 사람이 복수의 아바타를 대신하면서 인력 효율을 높이는 거죠.



ⓒ시티호퍼스


셀프 계산대는 로손이 업계에서 최초로 한 시도예요. 이 셀프 계산을 중심으로, 로손은 그린 로손에서 접객 업무를 확 축소시켰어요. 점원들이 상주해 있지만 운영과 재고 관리, 제품 진열에 힘을 쏟으며 손님의 도움이 필요할 때만 수동적인 접객을 해요. 아바타 역시 인력 운영의 효율화를 위한 조치이면서, 동시에 쇼핑을 촉진시키는 역할을 하죠. 짜여진 프로그램대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 손님과 원격으로 자유로운 의사소통을 하면서 판매에 도움을 주니까요. 그린 로손은 이렇게 최소의 사람으로 최대의 접객을 실현하는 법을 실험하고 있어요.


② 냉동 도시락 라인업

그린 로손에서 유독 눈에 띄는 건 냉동 식품이에요. 여기도, 저기도 냉동 도시락이 가득하죠. 왜일까요? 상온 및 냉장 도시락은 수요 예측이 어긋나면 문제가 생겨요. 적게 가져다 놓으면 매출의 기회를 놓치게 되고, 많이 가져다 놓으면 유통 기한 내에 팔리지 않을 경우 폐기를 해야 하죠. 음식물 낭비의 원인이 되고요. 하지만 냉동 도시락은 이런 낭비를 막을 수 있어요. 길게는 반년 이상까지 유효한 식품이 많기 때문이에요.



ⓒ시티호퍼스


하지만 냉동 도시락만으로는 즉석 식품의 수요에 충분히 대응하기 어려웠어요. 그래서 2023년 2월부터 그린 로손은 점포 뒤편에 해동기를 설치해, 약 3시간에 걸쳐 해동한 냉동 도시락을 오픈 케이스에 나란히 판매하는 방법도 시작했죠. 결과적으로는 식품 보존과 판매의 기회를 모두 잡은 실험이라고 볼 수 있어요.


③ 모바일 오더

매장에는 모퉁이 주방이라는 뜻의 '마치카도 키친'이 있는데요. 바로, 편의점 내 냉동 식품을 데워주거나 로손이 직접 도정한 쌀, 직접 조리한 요리를 내어주는 창구예요.



ⓒ시티호퍼스


매장 벽면에 붙어 있는 QR코드에 접속하면 이 마치카도 키친에서 만든 요리를 스마트폰으로 주문할 수 있어요. 모바일 오더 URL만 알고 있다면, 매장 밖에서도 언제든지 주문이 가능해 대기 시간 없이도 픽업이 가능하죠. 이 역시 유통기한이 짧아 쉽게 버려지는 즉석 식품의 수요를 대체하는 수단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요.


④ 마이 커틀러리

여기까지 보시고 눈치가 빠른 분들은 알아채셨을지도 몰라요. 그린 로손이 실험하는 건 결국 '친환경과 지속 가능한 점포의 공존'이라는 것을요. 지구를 위한 일이라면, 가격의 인상에도 소비자들은 기꺼이 지갑을 열 테니까요. 그린 로손에선 비닐봉지도 일회용 커틀러리도 전면 사용하지 않아요. 이 외에도 Co2 배출 감소를 위해 냉장고 진열장에 커버를 설치하고, 집에서 불필요해진 종이 봉투와 의류를 회수하는 수거함도 마련했어요. 각 가정에서 남은 식품을 들고와 기부하는 '푸드 드라이브'도 실행 중이고요.



그린 로손은 매장 전체에 ‘미래를 향한 실험 중’이라는 메시지를 이식하고 있어요. ⓒ시티호퍼스



종이 가방 수거함 ⓒ시티호퍼스



비닐 커버가 설치된 그린 로손의 냉장 진열장 ⓒ시티호퍼스


편의점 업계는 이름 그대로 편리함을 추구하며 시장을 확대해 왔어요. 하지만 그린 로손은 여기에 살짝 반기를 들었어요. 편리함을 다소 희생하더라도, 지속가능한 가치가 받아들여지지 않을까라는 가설을 세웠죠. 그렇다고 무작정 친환경 메시지를 밀어붙인 것도 아니에요.


로손은 '환경 보호'라는 지구의 이익, '제대로 된 식사와 빠른 주문'이라는 손님의 이익, '가격인상과 인력 운영의 효율화'라는 매장의 이익이 공존할 수 있는 지점을 찾아낸 뒤 성공을 실험 중이에요. 미래를 예측할 순 없지만, 적어도 아직까지 이 실험은 순항 중인 것으로 보여요. 향후 반응이 좋은 콘텐츠를 기존 로손 편의점에 도입하는 것은 물론, 3년 이내로 그린 로손을 전국에 출점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을 보면 말이에요.



#2. 자투리 시간과 공간을 활용해, 레스토랑으로 진화하다

앞서 그린 로손은 마치카도 키친에서 직접 식사를 조리한다고 했어요. 그런데 조금 이상하지 않나요? 상온 식품과 냉장 식품의 유통기한이 짧은 것을 문제 삼아 냉동 식품으로 매장을 채운 판국에, 직접 요리를 하다뇨? 하지만 모바일 오더 뒤편에서 이루어지는 시스템을 이해하고 나면 의문은 자연스럽게 풀립니다. 마치카도 키친은 그린 로손의 친환경 철학을 지키는 건 물론이고, 로손 편의점 전체 매출에도 엄청난 이득을 가져다주고 있거든요.


마치카도 키친은 사실 그린 로손만의 전유물이 아니에요. 2011년 로손 일부 점포에서 편의점 도시락을 소소하게 조리하는 것으로 시작해, 현재는 전국 9,000개 점포에서 편의점 밖 음식까지 섭렵하고 있어요. 어떻게냐고요?



마치카도 키친에선 각지에서 들여온 쌀, 고스트 레스토랑과 협업해 만든 음식 메뉴를 판매하고 있어요. ⓒLawson


일본에서는 식사할 수 있는 테이블 공간 없이 배달로만 음식을 판매하는 고스트 레스토랑이 성행하고 있어요. 어느 정도냐면, 우버 이츠에서 도쿄 미나토구의 한 지역을 배달 장소로 설정한 뒤 검색하면 전체 식당의 10% 이상이 고스트 레스토랑으로 나올 정도예요. 로손은 2021년, 20여개 음식 브랜드를 가진 고스트 레스토랑과 협업을 시작했어요. 우버 이츠 앱을 통해 주문하면, 마치카도 키친에서 주문을 받아 직접 조리한 뒤 배달하는 형태예요.


배달 음식업은 포화 상태예요. 한집 건너 한집이 딜리버리 서비스를 하고 있죠. 하지만 이 레드오션 시장에서 로손이 승기를 잡을 수 있는 요인은 엄청난 점포 수에 있어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거예요. 대량 생산, 대량 판매가 가능해 가격을 조절하면서 많은 라인업을 준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점포마다 구색을 바꿀 수 있는 것도 강점이 돼요.



마치카도 키친의 음식 메뉴예요. ⓒLawson



마치카도 키친의 가다랑이 덮밥 ⓒLawson


실제로 시작한지 몇 개월 안 된 그린 로손의 온라인 주문은 호조를 보이고 있어요. 기존 로손 매장의 온라인 주문율이 10% 남짓인 데 반해, 그린 로손은 예전부터 시행 중이던 배달 서비스, 고스트 레스토랑과의 협업, 거기에 모바일 오더까지 더해져 주문율이 20%까지 올라가고 있거든요. 게다가 마치카도 키친은 편의점이 가질 수밖에 없는 수요의 한계를 뛰어넘어요. '편의점 간편식 도시락은 끼니 때우기 용이다'라는 편견을 깨부수면서요.


편의점은 오랫동안 아침과 점심 시간을 간단히 때우기 위한 직장인들과 학생들로 붐볐어요. 주요 이용 시간대인 오전 8~10시, 오후 12~3시 사이의 피크 타임이 지나면 손님의 발길이 뜸해졌죠. 하지만 마치카도 키친은 저녁과 야간에도 유효해요. 오히려 고객이 좋아하는 상품군을 고스트 레스토랑과 개발해 출시하기도 하면서, 저녁까지 든든한 한 끼를 책임지죠. 기존 편의점에서라면 낭비되는 시간과 공간 자원을 영혼까지 끌어모아 활용하는 거예요.



#3. 그 지역에 할랄푸드와 서점 전용 로손이 들어선 이유

그린 로손은 직영점이 아니라 프랜차이즈(가맹점) 형태로 운영돼요. 2023년 1월 기준 그린 로손뿐만 아니라 로손 그룹의 점포 수 1만 4,638점 중 98% 가량이 프랜차이즈로 운영되고 있죠. 직영점 운영은 기업의 의도를 반영하기 쉽다는 이점이 있지만, 프랜차이즈의 강점을 그 이상으로 잘 살린다면 비즈니스는 더 확장될 수 있어요. 가맹점 주도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경우, 현지화에 맞춘 전략이 가능해지기 때문이에요.



이미즈의 할랄푸드 로손 편의점 ⓒHHWT


예를 들어 볼게요. 도야마현 이미즈의 한 로손 편의점에서 있었던 일이에요. 2017년 이곳의 매니저로 부임한 타카코는 특이한 쇼핑 관행을 발견해요. 손님들이 라면 제품의 성분을 일일이 확인하고 있는 모습이었어요. 알고 보니 이미즈는 파키스타인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지역이었어요. 오랫동안 현지 파키스타인들과 함께 길러온 독특한 문화 덕에 '이미즈스탄'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을 정도였죠. 이미즈 로손은 일본인에게는 '편리한 매장'이지만, 무슬림에게는 그렇지 않았던 거예요. 그때부터 이미즈의 로손은 할랄푸드 전문점으로 새 단장을 마쳤어요. 이슬람 율법에 따라 조리된 식품을 판매하고 있죠.


일본 서쪽 이미즈에 할랄푸드 로손이 있다면, 동쪽 부근 사이타마현 사야마시에는 편의점과 서점을 결합한 로손 '마치의 서점'이 있어요. 2000년대 이후 디지털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일본의 서점 수는 급격히 감소했어요. 서점이 없어지는 지역도 생기기 시작했죠. 아오모리현 미토군의 경우 인구 1,000명당 서점 평수는 약 1평으로, 전국 평균인 9.7평에 비해 서점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였어요.



로손 마치의 서점 내부 ⓒLawson


여기서 현지인들의 니즈를 발견한 로손은 지역 서점과 협업해 서점 병설형 점포를 개시하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2021년 일본 출판사와 제휴해 드디어 로손의 단독 브랜드인 마치의 서점을 열었죠. 마치의 서점 점포에서는 도시락, 주먹밥, 디저트, 베이커리, 음료 등 일반적인 편의점 식품과 함께 약 6,000종의 책을 취급해요. 효과는 상상 이상이에요. 마치의 서점에서 서적과 잡지 매출이 기존 로손에서 팔리던 것보다 약 20배나 올랐거든요.


지금까지 편의점의 성장 동력은 전국적 표준화였어요. 하지만 시대가 달라졌죠. 한층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현지화를 통해 사람들의 일상생활에 파고들 필요가 생겼어요. 이런 시대의 흐름을 읽은 로손은 새로운 전략을 펼칩니다. 표준화가 아니라 현지 사람들의 소비 습관을 이해하고, 그들이 문화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제품을 선보이면서죠. '우리 동네의 사정과 나의 마음을 알아주는 회사'에는 늘 자연스러운 성장이 따르기 마련이니까요.



#4. 인기 스위츠의 비결, 고품질 제품과 ‘신박한’ 네이밍

로손은 '일본 편의점은 곧 디저트'라는 공식을 정착시킨 주인공이에요. 예컨대 로손의 시그니처 메뉴인 가라아게쿤은 35년이 넘은, 3대에 걸쳐 먹는 인기 상품이에요. 누계 판매 개수만 33억 개라니 그 인기를 실감할 만하죠? 그런데 로손의 스위츠 상품에는 잘 될 수밖에 없는 비밀이 숨어 있어요. 최고 수준의 품질에, 브랜딩에도 창의력을 발산하거든요.



로손의 ‘바스치(바스크 치즈케이크)' 제품 ⓒLawson 


몇 가지 스위츠를 살펴 볼게요. '바스치'는 프랑스와 스페인에 걸쳐 있는 바스크 지방에서 만드는 치즈케이크를 참조해 기획한 상품이에요. '생커스터드 슈크림'은 북해산도 팥, 동북 지역의 쌀가루, 토치기현산 딸기, 시즈오카현산 멜론 등 전국 8곳의 특산물과 슈크림을 결합했죠. 또한 로손은 벨기에 명품 쇼콜라티에 고디바와 지금까지 40개 이상의 콜라보 제품을 출시하기도 했어요.



'골드마스터'는 편의점이 만들었다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깊은 맛을 자랑해요. ⓒLawson


2018년 이미 스위츠로 잘 나가고 있던 로손은, 자유로운 발상을 목표로 한 디저트 팀을 새롭게 꾸렸어요. 내가 먹고 싶은 것, 소중한 사람이 먹었으면 하는 것을 개발하고, 로손만이 할 수 있는 시도를 다 넣어보자는 취지에서였죠. 그 결과 매우 독특한 이름의 상품들이 탄생했어요.



(좌)스위츠 ‘마치 망고 같은 망고 푸딩’ / (우)스위츠 ‘마치 카레파테 같은 커피 젤리’ ⓒLawson


호보 크림빵의 경우, 상품 개발 중 무심코 사용했던 '크림으로 입안이 가득차게 되는 즐거움'이라는 표현에서 단서를 얻어 '가득가득 크림'이라는 이름을 붙였어요. '더 이상 맛볼 수 없는 끝판왕 크림'이라는 의미의 '최후의 최후' 스위츠, '마치 망고 같은 망고 푸딩', '마치 카레라테 같은 커피 젤리'라는, 맛의 독특함을 살린 스위츠도 있죠.


보통 편의점 PB라고 하면 잘 나가는 브랜드 제품의 하위호환인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로손의 스위츠는 제품의 퀄리티도, 심지어 네이밍도 예사롭지 않아요. 이미 어느 정도 수익을 보장하는 효자 상품에도 기꺼이 탈편의점화라는 시도를 계속하죠. 이런 혁신적 시도의 바탕에는 '사람들이 로손만의 제품을 사기 위해 우리 편의점에 왔으면 좋겠다'는 로손의 야망이 깃들어 있어요. 이게 무슨 소리냐고요?



무인양품의 존재감을 닮은 편의점


“‘근처에 양말 파는 곳 없어?’라며 무인양품에 가는 사람은 없어요. 그러나 ‘근처에 무인양품 없을까?’라며 무인양품을 찾는 사람은 많을 거예요. 로손은 그런 존재가 되고 싶어요.”


이건 로손 다케마스 사다노부 사장의 말이에요. '로손만의 제품을 사기 위해 우리 편의점에 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은 결국 어디서나 찾아볼 수 있는 균일한 편의점이 아니라, 독보적인 아이덴티티를 가진 편의점이 되겠다는 출사표와 같아요. 로손이 PB 상품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심혈을 다하는 이유죠. 로손은 단순히 물가 인상에 따라 가격을 올린 상품을 파는 게 아니라, 부가 가치가 붙어 고객이 납득할 수 있는 상품을 만들고자 해요. 이런 기조 하에 향후 무인양품과 PB 상품 및 서비스를 공동 개발한다는 계획도 발표했어요. 다시 말해, 편의점의 브랜드화예요.


로손의 도전은 이제 막 시작됐어요. 이 도전에서 중요하게 봐야 할 건 당장의 매출 이익이나 성장세가 아니에요. 로손이 어떻게 편의점이라는 틀을 깨고, 자신의 가설을 발전시키며, 새로운 성공 법칙을 써나가는지 그 과정을 들여다보는 일이죠. 도전을 진정으로 의미 있게 만드는 건 성공도 실패도 아닌, 바로 '꺾이지 않는 마음'이니까요.




Reference

 로손 공식 웹사이트

 寺村 貴彰, グリーンローソンは次世代コンビニになれるのか 壮大な実験開始, Nikkei xTREND

 廣川 淳哉, コンビニスイーツ、商品名の成功法則は? 38文字のケーキも, Nikkei xTREND

 김하루, 지역특산물 활용 디저트로 차별화 꾀하는 日 외식브랜드, 식품외식경영

 竹増 貞信, 「わかりにくい?」ローソン社長がPBデザイン変更をいきなり決断したワケ, PRESIDENT

 ローソン「無印良品」約7000店舗に導入 緊急購買が中心のコンビニから転換 竹増社長のねらいは?, 食品新聞

 KAZUHIRO TAKEDA, Convenience store in Toyama offers halal foods for Muslims, The Aashi Shimbun

 ローソン田子町店が東北エリア初の「LAWSONマチの本屋さん」としてリニューアルオープン, リテールガイ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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