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해 7월, 일본 최대 국제 전시장인 ‘도쿄 빅사이트(Tokyo Bigsight)’에서는 ‘라이프스타일 위크 도쿄(Lifestyle Week Tokyo)’가 열려요. 라이프스타일에 관한 모든 것을 다루는 무역 박람회예요. 선물, 헬스 앤 뷰티, 문구, 지속가능한 제품, 패션, 식료품, 디자인 등 하위 카테고리가 10개로 구성될 정도로 다양하죠.
라이프스타일 위크 도쿄에서는 전 세계에서 모인 라이프스타일 분야의 제품들을 통해 소비재 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엿볼 수 있어요. 업계의 아이코닉한 연사진들이 여는 세미나에서는 깊이 있는 통찰력을 배울 수 있죠.
올해도 어김없이 7/3(수)~5(금) 2박 3일 동안 라이프스타일 위크 도쿄 2024가 열렸어요. 그리고 시티호퍼스 팀이 그곳으로 향했죠. 이번 주에는 시티호퍼스 팀이 현장에서 직접 취재한 라이프스타일 위크 도쿄, 그리고 소비재 산업의 미래에 대해 다룰 거예요. 오늘은 라이프스타일 위크 도쿄 2024에서 눈에 띄었던 제품과 브랜드를 소개할게요.
라이프스타일 위크 도쿄 2024 미리보기
• #1. 펜 대신 붓으로 쓰는 낙서장을 만든 이유: 나우포디자인
• #2. ‘8도’를 꺾어 불편을 해소하다: 러듀얼 칫솔
• #3. 취향껏 조립해 쓰는 카메라가 있다?: 페이퍼 슛
• #4. 씨앗 한 톨로 연필의 쓸모를 재정의하다: 스프라우트 펜슬
• 팬덤 문화, 소비 트렌드로 자리잡다
일본 도쿄의 도심에서 30분쯤 전철을 타고 이동하면 해변과 함께 ‘오다이바’라는 곳이 나와요. 오다이바는 1850년대 해상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 바다 근처에 만들어진 인공 섬인데요. 지금은 도쿄의 대표적인 관광지가 됐죠. 레인보우 브릿지, 대관람차, 파나소닉 센터 등 다양한 랜드마크가 있는 만큼 볼 거리가 많은데요. 오다이바 랜드마크를 꼽을 때마다 빼놓을 수 없는 곳이 있어요. 바로 도쿄 빅 사이트(Tokyo Big Sight)예요.
ⓒTokyo Big Sight
도쿄 빅 사이트는 일본에서 가장 큰 컨벤션 센터예요. 거꾸로 된 피라미드 네 개가 얹어진 모양인 데다 티타늄과 유리 패널을 사용해 멀리서부터 눈에 띄죠. 애니메이션 ‘하울의 움직이는 성’으로 유명한 스튜디오 지브리의 작품 중 하나인 ‘천공의 성 라퓨타’에서 영감을 받아 설계됐다는 주장도 있을 정도로, 독특하고 분위기를 자아내기도 해요.
천공의 성 라퓨타 ⓒStudio Ghibli
도쿄 빅 사이트에는 1년 내내 다양한 행사를 개최하는데요. 7월에는 일본 최대 규모의 소비재 박람회인 라이프스타일 위크를 비롯해 콘텐츠 도쿄, 마케팅 위크 등 큼지막한 박람회가 열려요. 라이프스타일 위크는 인테리어, 패션, 생활용품 등 라이프스타일에 영향을 미치는 소비재 회사들이 모이는 박람회예요. 매년 3월과 7월엔 도쿄에서, 9월엔 오사카에서 열리죠.
ⓒ시티호퍼스
2024년 7월에 열린 라이프스타일 위크에는 1100여 개 회사가 참여해 3만 5000여 점의 제품들을 전시했어요. 그렇다면 일본의 소비 트렌드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 위크엔 어떤 제품들이 있었을까요? 눈에 띈 제품들을 소개할게요.
#1. 펜 대신 붓으로 쓰는 낙서장을 만든 이유: 나우포디자인
가장 먼저 시티호퍼스 팀의 눈을 사로잡은 건 타이페이 산업 디자인 협회 IDDAT의 부스였어요. IDDAT는 경쟁력 있고 창의적인 대만 브랜드의 제품을 국내외 박람회에 선보여 널리 알리는 일을 해요. 해당 부스에는 종이를 레고처럼 조립해 만든 용 모형, 대만에서 재물을 가져다 주는 동물인 세 발 두꺼비 장식품, ‘복’을 뜻하는 파인애플 모양의 먼지털이 등 재미있는 제품이 많았는데요. 인상적인 제품은 따로 있었어요.
IDDAT의 부스 모습 ⓒIDDAT
IDDAT의 부스 모습 ⓒIDDAT
바로 서예 제품이에요. 화선지에 붓으로 한 글자, 한 글자 써내려가는 그 서예 말이에요. 서예를 떠올리면 종이와 붓, 먹, 벼루를 뜻하는 문방사우(文房四友)가 떠오르기 마련인데요. IDDAT의 부스에선 먹과 벼루를 찾아볼 수 없었어요. 혹시 쏟거나 관람객에게 묻으면 낭패일 테니 일부러 두지 않았나 보다 싶어 지나치려 했는데요. 이런 마음을 안 듯 부스 담당자가 붓에 물을 묻히고는 펼쳐져 있는 천에 글씨를 쓰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놀랍게도 먹으로 쓴 것처럼 선명하게 글씨가 나타나더라고요. 알고 보니 물로 붓글씨를 연습하는 천(Blank water writing cloth)에 글씨를 썼기 때문이었죠. 이 천은 대만의 나우포디자인(Now 4 design)이 젊은 세대에게도 전통문화인 서예를 알리고 싶어 만든 제품이었어요. 번거롭고 휴대하기 무거운 문방사우 대신 붓과 천만 가볍게 준비할 수 있도록 말이에요.
그럼 한 번 쓰면 버려야 하는 걸까요? 그렇지 않아요. 물이 마르면 글씨가 사라져서 다시 새 종이처럼 쓸 수 있어요. 그렇게 1000번 넘게 재사용할 수 있죠. 가격이 320대만 달러(약 1만 3500원)로, 연습용 종이 1000장 가격의 절반도 되지 않아 경제적이기까지 하죠.
ⓒ시티호퍼스
ⓒNow4design
이밖에도 나우포디자인은 전통문화를 이어가기 위해 요즘의 눈높이에 맞는 문방사우도 만들었어요. 마치 텀블러처럼 간단하게 들고 다닐 수 있도록 가볍고 작은 통에 서예 세트를 모두 넣을 수 있도록 했죠. 갈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는 먹은 립스틱만 한 잉크 스틱으로 대체했고요. 무겁고 부피가 큰 벼루도 뚜껑 속에 쏙 들어갈 만한 크기의 작은 통으로 만들었어요.
ⓒNow4design
그뿐 아니라 서예에 대한 젊은 세대의 인식도 바꾸려 노력 중이에요. 서예는 보통 ‘옛 문화’로 여겨지지만, 이건 오해예요. 요즘 인기 있는 ‘캘리그라피(Calligraphy)’가 바로 서예거든요. 물론 서예와 캘리그라피의 등장 배경이나 사회적 인식은 다를 수 있지만요. 서예가 영단어로 캘리그라피고 캘리그라피가 한자어로 서예라는 점, 둘 다 손글씨를 아름답게 쓰는 게 목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같다고 볼 수 있죠.
그래서 나우포디자인은 SNS를 통해 과거 명필 서예가로 유명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전하며, 시대가 달라졌어도 캘리그라피로 이들과 같은 수양을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어요. 디자인을 통해 문화가 사람들의 삶에 뿌리 내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비전을 가지고 디자인적으로도, 인식적으로도 전통문화를 재해석하고 있는 브랜드죠.
#2. ‘8도’를 꺾어 불편을 해소하다: 러듀얼 칫솔
라이프스타일 위크에선 한국 기업들의 부스도 심심지 않게 만나볼 수 있었어요. 고개를 빼꼼 들고 있는 칫솔이 신기해 쳐다보고 있는데 부스에서 한국어가 들려오는 거예요. 반가운 마음에 한국 기업이냐고 물으니, 맞다는 대답과 함께 ‘리벨롭’이라는 소개가 돌아왔어요. 일상의 사소한 불편함을 디자인으로 해결하는 회사라면서 말이에요.
(좌) ⓒ시티호퍼스, (우) ⓒ올리브영
칫솔을 보관할 때 가장 신경 쓰이는 게 뭘까요? 아무래도 위생일 거예요. 선반에 올려두기엔 칫솔 헤드가 바닥에 닿고, 칫솔걸이를 쓸 땐 칫솔 헤드와 칫솔대의 연결 부분이 닿아 신경쓰이죠. 칫솔을 컵에 보관하는 방법도 있지만 컵에 물이 들어가서 곰팡이가 생기지 않도록 매번 씻어야 한다는 불편함이 있죠.
그래서 리벨롭은 편하게 보관할 수 있는 러듀얼 칫솔을 개발했어요. 이 칫솔은 칫솔 헤드가 8도 정도 꺾여 있어서 선반에 둬도 칫솔 헤드가 닿을 걱정이 없어요. 보관할 때만 유용한 게 아니에요. 이를 닦을 때 손목을 많이 꺾지 않아도 구석구석 더 닿을 수 있는 구조라 양치할 때의 피로감을 줄일 수도 있거든요.
리벨롭은 불편을 줄이는 것만큼이나 환경적인 부분도 고려하고 있어요. 러듀얼 칫솔의 경우 칫솔대엔 생분해성 소재인 PLA와 해양생분해소재인 PHA가 결합된 프리미엄 친환경적 소재를 썼고요. 칫솔모는 재활용 필라멘트 PCR 소재를 56% 사용했어요. 친환경적인 디자인으로 일상의 불편함을 해결한 이 칫솔로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 중 하나인 독일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에서 서스테이너블(Sustainable) 부문 수상을 하기도 했죠.
리벨롭은 디자인으로 일상과 지구를 바꾸는 일에 여전히 도전하고 있어요. 재활용 플라스틱을 소재로 일상의 불편을 개선하는 ‘헨더슨(Henderson)’이라는 자체 브랜드도 만들었죠. 브랜드 이름은 남태평양의 작은 무인도 헨더슨 섬에서 따왔는데요. 헨더스 섬은 매일 쓰레기 1만 3000개가 밀려오는, 세계에서 쓰레기 밀도가 가장 높은 곳으로 꼽혀요.
리벨롭은 사람들이 쉽게 쓰고 버리는 플라스틱 탓에 고통 받는 헨더슨 섬을 떠올리며 이 브랜드를 만들었다고 해요. 헨더슨 시리즈로는 손이 베일 위험이 없는 마스킹 테이프 전용 디스펜서와 속이 뚫려 있어 훤히 보이는 펜 꽂이 등이 있어요. 사용되는 소재를 일원화해 재활용 가능성을 높이거나 소재의 사용 자체를 줄이는 디자인으로 친환경적인 접근을 하는 거예요.
ⓒ리벨롭
#3. 취향껏 조립해 쓰는 카메라가 있다?: 페이퍼 슛
라이프스타일 위크에서 유독 많은 사람들이 모인 부스 한 곳을 꼽으라면 ‘페이퍼 슛(Paper Shoot)’의 부스예요. 페이퍼 슛의 부스에는 종이로 만든 각양각색의 카메라가 전시대에는 물론, 벽에도 잔뜩 걸려있었는데요. 이 모습을 신기하게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종이로 만든 카메라라니, 신기할 법도 한데요. 그렇다면 페이퍼 슛은 어쩌다 종이로 카메라를 만들게 됐을까요?
ⓒ시티호퍼스
“셔터를 클릭하는 것보다 사람들과 클릭하는 게 중요하다.”
시사 사진 잡지 ‘라이프(LIFE)’에 수많은 명작을 남긴 알프레드 아이젠슈테트가 한 말인데요. 페이퍼 슛은 이 말에 영감을 받아 종이 카메라(Paper Camera)를 만들고 “Point & Shoot, Less is more(간편하게 촬영하세요, 적을수록 좋습니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어요. 그들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처럼 페이퍼 슛은 아름다운 순간에 집중할 수 있도록 카메라의 불편함을 모두 덜어냈어요.
첫째, 조절하는 기능을 덜어냈어요. 페이퍼 슛의 종이 카메라엔 스위치가 2개밖에 없어요. 찍고 싶은 순간에 셔터 속도, 조리개, 렌즈 등을 조절할 필요 없이 셔터만 누르면 ‘찰칵’하는 셔터 소리와 함께 사진이 바로 찍혀요. 대신 간단하게 사진 모드를 설정할 수 있도록 했어요. 스위치 2개 중 셔터가 아닌 나머지 하나는 모드를 조정하는 스위치인데요. 4개의 칸이 있는데, 순서대로 컬러모드와 흑백모드, 세피아 모드, 블루 모드로 조정할 수 있어요.
ⓒPaper Shoot
참고로 보조 배터리를 꽂으면 영상 촬영도 가능해요. 세피아 모드 대신 30분 짜리 영상을 10초 짜리 영상으로 바꿔주는 타임랩스를, 블루 모드 대신 동영상을 찍을 수 있죠. 또한 렌즈를 바꿔낄 수도 있어요. 종류도 6개나 되기 때문에 원하는 사진을 구현하는 데 무리 없어요. 렌즈 종류는 방사형과 6프리즘, 광각과 매크로, 스타와 어안 렌즈 등이 있고 자석으로 붙일 수 있어서 간편하게 탈부착 가능해요.
둘째, 크기와 무게를 덜어냈어요. 종이 카메라는 길이 약 4인치, 너비 약 2.7인치, 두께 약 0.5인치로 웬만한 스마트폰보다 작고 케이스를 씌운 아이폰과 두께가 거의 비슷해요. 무게도 100g 정도밖에 안 되고요. 아무리 가벼워도 500g이 넘는 디지털 카메라와 비교하면 들고 다닐 때 부담이 없는 편이에요.
잠깐, 그렇다면 튼튼하긴 할까요? 종이 카메라는 광물질인 미네랄 파우더로 만든 돌 종이로 제작됐어요. 따라서 일반 종이처럼 쉽게 오염되거나 물에 젖지 않으니, 금세 못 쓰게 될 거라는 염려는 안 해도 괜찮아요. 나름대로 튼튼한 데다 작고 가벼운 만큼, 긴 여행을 다니면서 가방이나 주머니에 넣고 다녀도 피로감이 덜하겠죠?
마지막으로, 가격도 덜어냈어요. 페이퍼 슛의 종이 카메라는 가격도 합리적인데요. 사양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지만 가장 저렴한 카메라의 경우 17만 9000원이라 필름 카메라와 디지털 카메라보다 저렴하죠.
가볍고 간편하다는 점에서 즉석카메라와도 비교해 볼 수 있어요. 즉석카메라의 원조로 꼽히는 폴라로이드의 경우 가장 저렴한 카메라가 17만 9000원으로 종이 카메라와 같지만, 사진을 찍는 데 꼭 필요한 필름이 8매에 3만 원으로 다소 비싼 편이에요. 인스탁스의 경우 가장 저렴한 모델이 12만 9000원, 필름이 10장에 9950원으로 폴라로이드보다 저렴한데요. 역시 필름 값이 꾸준히 들기 때문에 종이 카메라처럼 자유롭게 사진을 찍기는 어려울 수 있어요.
더한 게 있다면 개성이에요. 본인이 직접 그리거나 원하는 이미지로 카메라 케이스를 얼마든지 바꿔낄 수 있는데요. 커스텀 제작이 가능한 이유는 페이퍼 슛을 조립해서 만들기 때문이에요. 조립은 구매 후 스스로 하면 돼요. 스위치를 슬롯에 삽입한 다음, 렌즈에 맞춰 카메라 앞 부분을 접어 올려요. 마지막으로 상단에 있는 두 개의 구멍에 패스너를 넣고 고정하면 완성. 카메라 조립이 생각보다 간편하죠?
ⓒPaper Shoot
ⓒPaper Shoot
#4. 씨앗 한 톨로 연필의 쓸모를 재정의하다: 스프라우트 펜슬
지속 가능한 제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라이프스타일 위크 도쿄에서도 서스테이너블 굿즈(Sustainable Goods)가 비중 있게 전시됐어요. 다만 해양 쓰레기를 소재로 한 티코스터나 키링, 버려진 장난감으로 만든 시계 스트랩 등 버려진 것들을 ‘재활용’한 제품이 많았는데요.
스프라우트 펜슬(Sprout Pencil)은 달랐어요. 만드는 과정과 재료가 친환경적인 건 물론이고요. 지구를 바꿀 수 있는 놀라운 아이디어도 하나 숨어 있었거든요. 바로 연필 끝에 있는 씨앗 캡슐이죠. 작은 아이디어 하나로 연필의 개념과 쓸모, 지구의 미래를 단숨에 바꿨다는 점에서 시티호퍼스 팀의 눈길을 끌었죠.
연필은 소모품이에요. 깎아서 쓰다가 쥐기 불편해질 정도로 짧아지면 버리곤 하죠. 그런데 스프라우트 펜슬은 연필의 쓸모를 다하면 버려지는 게 아니라 새로운 생명을 얻어요. 연필 끝에 지우개가 아니라 씨앗이 심어져 있거든요. 연필이 탄생한 게 1795년, 지우개 달린 연필이 등장한 게 1858년이니 150여년만에 연필에 혁신이 일어난 셈이에요.
ⓒSprout Pencil
연필 끝에 있는 씨앗 캡슐은 생분해되는 셀룰로우스 캡슐로 만들었어요. 캡슐을 분리해서 씨를 뿌리지 않고 그저 흙에 꽂기만 해도 알아서 분해돼 씨앗이 뿌려지죠. 씨앗으로는 바질, 체리, 토마토, 가지 등 다양한 과일이나 채소 중 하나를 고를 수 있고요.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싹이 나는 모습을 볼 수 있어요.
스프라우트 펜슬은 2013년 출시 이후 전 세계적으로 3,500만 개 넘게 팔리며 지금까지 큰 인기를 끌고 있는데요. 스프라우트 펜슬을 만드는 스프라우트 월드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아이라이너까지 내놨어요. 아이라이너가 펜슬과 크게 다르지는 않으니까요. 인기를 끈 스프라우트 펜슬을 살짝 트위스트해 매년 100억~120억 개나 만들어지는 아이라이너 시장에 발을 들인 거죠.
ⓒSprout World
아이라이너를 포함한 대부분의 뷰티 제품은 화학 물질과 플라스틱으로 제작돼요. 따라서 제품이 완성되면 많은 양의 폐기물이 발생하는데요. 스프라우트 월드는 쓰레기로 버려지지 않고 지구에 뿌리를 내리는 아이라이너를 늘리겠다는 출사표를 내밀었죠. 앞으로 또 어떤 제품에 도전장을 내밀지 궁금해지는 행보예요.
팬덤 문화, 소비 트렌드로 자리잡다
일본에는 ‘오타쿠’라는 단어가 있어요. 무언가를 깊이 좋아하는 나머지 사회와 소통이 서툴고 본인만의 세계에 빠져 사는 사람을 뜻해요. 일본에서 1970년대 처음 등장한 신조어인데, 팬(Fan) 문화를 조금은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단어로 쓰였죠.
그런데 언젠가부터 오타쿠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어요. 아이돌이나 가수 등 연예인부터 캐릭터, 음식, 화장품 등을 좋아하는 마음이 예전보다 훨씬 환영받게 됐죠. 무언가를 좋아하는 동질감으로 커뮤니티가 형성돼 서로 그 마음을 공유하는 사례도 잦아졌고요.
이렇듯 본인이 좋아하는 마음을 다른 사람에게 전하고, 그 사람이나 물건을 추천하고 응원하는 활동을 뜻하는 단어가 일본에서 새로 생겼는데요. 바로 ‘오시카츠(推し活)’예요. 오시카츠는 일본의 소비 문화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어요. 이번 라이프스타일 위크엔 ‘오시카츠 존’이 따로 마련돼 있을 정도로요.
포스터나 포토카드를 보관할 수 있는 파일, 아이돌이나 캐릭터가 그려진 응원봉 등이 눈에 띄었는데요. 이밖에도 휴지나 컵, 필통 등 일상에서 흔히 쓰는 물건에 본인이 좋아하는 사람이나 캐릭터를 그려 넣을 수 있도록 커스텀할 수 있는 서비스가 많았고요. 심지어는 작품 속 캐릭터의 성격과 스타일을 유추해 만든 향수나 화장품도 곳곳에서 보였어요. 누군가를 응원하고 좋아하는 마음이 일상까지 침투한 셈이에요.
본인의 취향대로 커스텀할 수 있는 티슈 뚜껑 ⓒ시티호퍼스
좋아하는 사람이나 캐릭터의 사진을 담는 케이스 ⓒ시티호퍼스
라이프스타일 위크에선 오시카츠 외에도 다양한 일본의 소비 트렌드에 대해 알 수 있었는데요. 시티호퍼스 팀이 어떤 이야기를 듣고 왔는지 내일부터 차근차근 풀어 놓을 테니 놓치지 마세요.
Refere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