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쇼핑에 밀려 쇼핑 매장의 설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습니다. 쇼핑 매장은 사라질 수밖에 없는 운명일까요? ‘메이드’는 가상현실이나 증강현실을 접목시킨 매장들보다 더 현실적인 방법으로 쇼핑 매장의 쓸모를 찾았습니다.
메이드 미리보기
• #1.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연결하면 경험이 달라진다
• #2. 가구와 고객을 연결하면 가격이 달라진다
• #3. 디자이너와 시장을 연결하면 제품이 달라진다
• 연결에서 찾은 기회
물건은 보이지 않는데 물건을 살 수 있는 매장이 있습니다. 가구, 전자제품, 주방용품, 스포츠용품, 액세서리 등 6만여 개 제품을 판매하는 종합 소매점 ‘아고스(Argos)’ 이야기입니다. 아고스 매장의 매대에는 제품을 진열하는 대신 수십 대의 태블릿 PC를 비치해 두었습니다. 디자인도 크기도 제각각인 제품 대신 통일된 디자인의 태블릿 PC를 배치하자 매장의 첫인상이 깔끔해지고, 쾌적한 매장 환경이 조성됩니다. 제품을 진열하지 않는 대신, 디지털 카탈로그의 역할을 하는 태블릿 PC를 활용해 아고스에서 취급하는 모든 제품의 재고 현황, 가격, 세일 등의 실시간 정보를 제공하며 제품을 판매합니다.
아고스는 매장 내 제품이 있어야 할 자리에 제품 대신 제품의 정보를 제공하는 태블릿 PC를 배치해 쾌적한 쇼핑 환경을 유지합니다.
아고스의 판매 모델은 온라인 쇼핑과 오프라인 매장의 장점을 합쳐 고객 편의를 획기적으로 개선합니다. 고객들은 구매하려는 제품을 찾아 매장을 돌아다닐 필요없이 태블릿 PC로 원하는 상품을 검색하고 주문까지 그 자리에서 할 수 있습니다. 고객이 태블릿 PC를 통해 제품을 주문하면, 점원이 창고에서 해당 상품을 가져다 줍니다. 인터넷으로 미리 주문하고 매장에서 픽업할 수도 있고, 창고에 없는 물건은 집으로 배송받을 수도 있습니다. 기존 오프라인 쇼핑에 비해 매장 안에서의 이동량과 소비하는 시간이 줄고, 온라인 쇼핑과 달리 매장에서 바로 제품을 받을 수 있어 배송을 기다리지 않아도 됩니다.
제품들은 카운터 뒤의 창고에 보관되어 있습니다. 재고가 있는 경우 현장에서 직접 수령할 수 있으며, 없는 경우에는 배송받을 수 있습니다.
매장 입장에서는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홍콩과 함께 임대료가 가장 비싼 도시 1, 2위를 다투는 런던에서 효율적인 공간 활용은 사업자가 늘 고민할 수밖에 없는 과제입니다. 아고스는 제품을 창고에 쌓아 두었다가, 고객이 요청할 때에만 꺼내오면 되니 제품을 매력적으로 진열하기 위한 별도의 공간이나 노력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제품을 직접 진열해 두는 것보다 태블릿 PC를 두면 동일한 크기의 공간에서 고객들이 도달할 수 있는 제품의 수가 비교도 안될 만큼 늘어납니다. 이처럼 아고스는 오프라인 쇼핑과 온라인 쇼핑의 장점을 더해 매장의 효율성도 높이면서도 고객들에게 새로운 쇼핑 경험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런던의 소호에 위치한 가구 매장 ‘메이드(MADE)’도 아고스와 마찬가지로 매장에서 태블릿 PC를 활용하여 고객의 쇼핑을 돕습니다. 아고스의 태블릿 PC는 한 자리에 고정되어 있어 고객들이 그 앞에서 제품을 찾아야 하는 반면, 메이드의 고객들은 태블릿 PC를 들고 매장 이곳 저곳을 돌아 다닙니다. 게다가 제품을 진열해 두지 않는 아고스와 달리, 메이드는 제안하고자 하는 생활 공간을 디자이너 가구들로 꾸며 쇼룸처럼 구성했습니다. 같은 듯 다른 방식이라 쇼핑 경험도 달라집니다. 아고스가 온라인 쇼핑을 오프라인 매장에서 하는 느낌이라면, 메이드는 온라인 매장에서 오프라인 쇼핑을 하는 기분입니다. 2010년에 시작한 가구계의 루키지만, 새로운 고객 경험을 만들어내며 영국을 넘어 유럽 전역에 영향력을 발휘할 정도로 사세를 확장하고 있습니다. 메이드가 재구성한 매장은 기존의 가구점들과 무엇이 다른 걸까요?
#1.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연결하면 경험이 달라진다
메이드 매장에 들어서면 가구들보다 한쪽 벽면을 채운 수백 개의 하얀 서랍이 눈에 들어옵니다. 각 서랍에는 메이드에서 판매하고 있는 가구들의 이미지가 붙어 있습니다. 온라인 쇼핑을 할 때 스크롤을 내리며 제품 이미지를 훑어 보듯이, 오프라인 매장에서 메이드에서 취급하는 가구들의 전반적인 내용을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구성한 것입니다. 서랍을 열어보면 제품에 대한 이미지와 설명이 담긴 엽서가 채워져 있습니다. 고객들은 각 서랍을 살펴보면서 마음에 드는 가구 디자인의 엽서를 가지고 갈 수 있습니다. 온라인 쇼핑에서 위시 리스트에 담는 과정을 오프라인 매장에 아날로그적인 방식으로 구현한 셈입니다. 온라인 쇼핑에 익숙한 고객들은 오프라인에서도 유기적인 쇼핑 경험을 할 수 있고, 오프라인 쇼핑에 익숙한 고객들은 온라인 쇼핑의 재미를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매장의 한쪽 벽면에 공들여 채운 서랍들은 메이드 매장의 미리보기이자, 오프라인과 온라인 쇼핑을 창의적으로 넘나드는 메이드의 판매 방식을 넌지시 알리는 상징이기도 합니다.
메이드는 서랍과 엽서를 통해 온라인에서의 쇼핑 경험을 오프라인 매장에 아날로그 방식으로 풀어냈습니다. ⓒ시티호퍼스
온라인 쇼핑에서 위시 리스트에 제품을 저장하듯, 마음에 드는 제품의 서랍 속에 있는 엽서를 가지고 갈 수 있습니다. ⓒ시티호퍼스
‘경험, 맞춤형 서비스, 구매’
메이드의 쇼룸이 내세우는 세 가지 요소입니다. 메이드의 쇼룸을 방문하면 사고자 하는 가구를 직접 체험해 볼 수 있습니다. ‘사무실을 위한 메이드(MADE for work)’, ‘거실을 위한 메이드(MADE for living)’ 등으로 매장의 공간을 용도에 따라 구분하고, 디자이너 가구들을 배치합니다. 매장에 상주하는 ‘가구 전문가(Furniture Guru)’들은 재질, 마감, 스타일링 팁 등 전문적인 정보를 제공하여 고객들의 쇼핑에 완성도를 더합니다. 여기까지는 여느 가구점에서도 볼 수 있는 풍경입니다. 하지만 메이드의 매장에 비치되어있는 태블릿 PC를 집어 들면 그 어느 가구점에서도 경험하지 못했던 쇼핑을 할 수 있습니다.
매장 내에 있는 가구들 위에는 ‘(+)’ 모양의 태그가 붙어 있습니다. 마음에 드는 가구의 (+)에 태블릿 PC를 갖다 대면 태블릿 PC 화면에 제품의 상세 정보가 나올 뿐만 아니라 가구를 디자인한 디자이너의 다른 제품들도 함께 보여 줍니다. 디자이너의 가구들을 모두 전시할 수 없기 때문에 디자이너의 대표 작품을 쇼룸에서 보여주고, 고객들이 그 디자이너의 스타일과 시그니처에 관심이 생긴다면 태블릿 PC를 통해 확장해서 쇼핑할 수 있도록 고객 경험을 설계한 것입니다. 실물 가구에 있는 (+) 태그는 물론, 서랍에 붙어 있는 이미지에 태블릿 PC를 갖다 대도 해당 가구 및 디자이너의 상세 정보와 관련 제품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고객들은 제한된 공간에서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넘나들며 메이드에서 취급하는 모든 디자이너 가구들을 구경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태블릿 PC를 통해 바로 주문을 할 수 있어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계산대에 줄을 설 필요도 없습니다.
태블릿 PC를 서랍 앞에 갖다 대면 해당 제품과 디자이너에 대한 상세 정보를 알 수 있으며 구매도 할 수 있습니다. ⓒ시티호퍼스
마음에 드는 가구의 (+)에 태블릿PC를 갖다 대면, 제품에 대한 상세 정보를 알 수 있으며 해당 제품을 만든 디자이너의 다른 제품들도 볼 수 있습니다. ⓒ시티호퍼스
태블릿 PC로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 매장을 연계시키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메이드는 온라인 서비스를 운영하며 고객의 라이프 스타일을 한 단계 끌어 올립니다. 먼저 ‘메이드 인스피레이션(MADE Inspiration)’은 인테리어 정보 큐레이션 서비스로, 벤치마킹할 만한 인테리어를 보여 주거나, 간단한 인테리어 아이디어와 각종 팁을 제공합니다. 또한, ‘메이드 언박스드(MADE Unboxed)’라는 SNS를 운영하기도 합니다. 상자에서 꺼낸 메이드라는 뜻으로, 고객들이 메이드에서 구매한 가구로 꾸민 인테리어 사진들을 포스팅하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공유하는 플랫폼입니다. 아이디어의 단서가 되는 이미지들을 저장하거나 회원들을 팔로우할 수 있는 등 SNS의 기본적인 기능이 탑재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사진에 등장한 메이드 제품을 바로 구매할 수도 있습니다. 고객들에게 다양한 영감을 제공하며 그들의 감도를 높여주고, 잠재 수요를 자극하는 것입니다.
메이드의 매장은 세련된 감각의 다양한 디자이너 가구들을 용도에 따라 구분해 전시합니다. ⓒ시티호퍼스
고객들이 인테리어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도록 메이드에서 구매한 가구로 꾸민 공간을 공유하는 SNS를 운영합니다. ⓒ시티호퍼스
#2. 가구와 고객을 연결하면 가격이 달라진다
가구는 비싼 제품입니다. 가구의 크기가 커질수록, 제작 과정에서 더 정교한 기술이 필요할수록 가격은 더 높아집니다. 여기에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가구라면 가격대가 더 뜁니다. 원재료비, 인건비, 디자이너의 지명도 등을 감안하더라도 부담스럽습니다. 가구의 가격이 지나치게 높게 책정되는 이유 중 하나는 가구 업계의 불문율로 작용하는 40~50% 수준의 유통 마진입니다. 여러 단계의 중개상인들을 거치면 50%를 훌쩍 넘는 경우도 생깁니다. 메이드는 이런 전통적인 유통 구조에서 벗어나 불필요한 마진을 줄여 비즈니스 모델을 구현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발생한 혜택을 합리적 가격으로 고객들에게 돌려줍니다.
메이드는 가구 디자이너들을 고객들과 직접 연결하여 개성 있는 가구를 합리적 가격에 제공합니다. 100명이 넘는 가구 디자이너들과 계약을 맺고 그들이 제작한 가구를 판매하는 것은 물론, 유능한 디자이너지만 가구 전문 디자이너가 아닐 경우 해당 디자인을 가장 잘 구현할 수 있는 목공업자를 찾아 가구를 만들기도 합니다. 디자이너 가구의 가격을 낮추는 것만큼이나 메이드만의 고유한 가구 콜렉션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는 것입니다. 주문 제작 방식이기 때문에 다른 가구 매장에서 구입하는 것보다 가구를 받아보기까지 시간이 더 걸리지만 차별적인 디자인과 품질의 가구를, 지불 가능한 수준의 가격으로 장만할 수 있어 고객들은 기꺼이 기다림을 받아들입니다.
신진 디자이너뿐 아니라 영국 디자인의 아버지로 불리는 테렌스 콘란과 협업하여 디자인한 가구도 판매합니다. ⓒ시티호퍼스
메이드는 디자이너의 가구를 유통하는 매장이기도 하지만, 스스로 제작자가 되기도 합니다. 2015년에 ‘궁극의 매트리스’를 표방하며 ‘더 원 바이 메이드 닷컴(The ONE by MADE.com)’이라는 브랜드를 런칭했습니다. 더 원 바이 메이드 닷컴은 디자인 감각만큼이나 기술력에 방점을 둔 매트리스 브랜드로 메이드는 수백 번의 테스트와 수십 개의 프로토타입 제작을 거쳐 매트리스를 탄생시켰습니다. 품질 측면에서 2,000파운드(약 300만 원) 이상에 팔리는 고가 브랜드의 매트리스와 비견할 만한데, 가격은 절반 이하이니 출시 이후 고객들의 꾸준한 호응을 받고 있습니다. 유통 과정을 줄였을 뿐 아니라 직접 제작했기에 가능한 가격입니다. 또한 자체 제작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되, 가구가 아니라 매트리스라는 보완제를 만들어 협업하고 있는 유능한 디자이너들과의 불필요한 마찰을 피했습니다. 메이드의 현명한 비즈니스 감각을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3. 디자이너와 시장을 연결하면 제품이 달라진다
2016년에 《채식주의자》로 맨부커상(Man Booker Prize)을 수상한 한강 작가는 말 그대로 스타덤에 올랐습니다. 맨부커상 수상으로 인해 《채식주의자》가 베스트 셀러에 오른 것은 물론, 한강 작가의 다른 작품들 또한 판매량이 급증했습니다. 작품들은 그대로인데, 맨부커상을 수상하기 전과 후가 확연히 다릅니다. 이처럼 대회의 인증이 남기는 효과는 명예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큽니다.
가구 디자인 업계에도 쾰른 가구 박람회(IMM Cologne), 밀라노 국제 가구 전시회(Salone del Mobile.Milano), 메종 에 오브제(Maison et Objet) 등의 전시회가 가구 디자이너들이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제공합니다. 하지만 무명 가구 디자이너들이 접근하기는 어려운 무대입니다. 그래서 메이드는 무명 가구 디자이너들도 자신의 재능을 시장에 선보이고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기 위해 직접 대회를 개최합니다.
메이드는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신인 가구 디자이너들을 위한 ‘이머징 탤런트 어워드(Emerging Talent Award)’를 운영해 왔습니다. 별도의 참가 자격은 없으며, 메이드 대표, 디자인 부문장 등으로 구성된 내부 심사위원들이 모든 출품작을 심사하여 어워드에 참가할 후보자들을 선발합니다. 선발된 후보 디자이너들의 작품은 메이드의 웹페이지에서 대중들로부터 투표를 받습니다. 표를 가장 많이 받은 우승자의 가구 디자인은 메이드의 목공업자 네트워크를 통해 제품으로 제작한 후, 메이드에서 판매합니다. 1만 표 이상을 획득했던 2013년도 우승자 조시 모리스(Josie Morris)의 오크 테이블은 메이드의 베스트 셀러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머징 탤런트 어워드는 디자이너들에게는 자신의 제품을 시장에 선보이는 무대가 되고, 메이드에게는 검증된 제품을 확보하는 기회가 됩니다.
이머징 탤런트 어워드의 2013년도 우승자 조시 모리스가 디자인한 오크 테이블은 메이드의 베스트 셀러 중 하나입니다. ⓒJosie Morris
2017년 10월, 이머징 탤런트 어워드를 주최하던 메이드의 탤런트랩(TalentLAB)은 이머징 탤런트 어워드를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으로 진화시킵니다. 어워드가 작품 선정 심사 과정을 통해 한 해에 하나의 제품을 데뷔시켰다면,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은 2달에 한 번씩 수십 개의 가구를 소개하여 더 많은 디자이너와 가구를 발굴합니다. 메이드의 내부 심사를 거쳐 큐레이션된 제품들은 2달간 크라우드 펀딩을 받습니다. 1명당 약 10~30파운드(약 1만 5,000~4만 5,000원)를 펀딩할 수 있고, 펀딩 기간 종료 후에 펀딩 목표를 달성한 제품들은 3~4개월의 제작 기간을 거쳐 메이드에서 판매합니다. 펀딩 기간 동안 해당 가구를 후원했던 고객들은 할인가에 그 가구를 구매할 수 있습니다. 아이디어와 대중을 직접 연결하는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의 속성을 살려 디자이너와 고객, 그리고 메이드 스스로에게 더 많은 기회와 혜택을 제공하는 메이드의 지혜가 돋보입니다.
연결에서 찾은 기회
메이드는 가구 산업의 틈새를 찾기 보다, 틈새를 좁혀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만들었습니다. 메이드의 공동 창업자인 닝 리(Ning Li)의 창업 스토리에서 그 단서를 찾을 수 있습니다. 그는 메이드를 설립하기 전, 프랑스의 이커머스 사이트인 마이팹(Myfab)으로 첫 번째 사업을 시작합니다. 마이팹 역시 중간 유통업자를 없애고 고객들이 제조업자로부터 바로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여 일반 소비자 가격의 70% 정도에 제품을 판매했습니다. 이 때부터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플랫폼의 가치를 알아본 것입니다.
닝 리는 마이팹의 여러 가지 카테고리 중에서도 가구의 판매량이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를 발견합니다. 현상을 분석하기 위해 가구업계의 유통 구조를 살피던 중 업계 관계자로부터 흥미로운 사실을 듣게 됩니다. 중국의 가구 제조업자가 만든 소파가 중개상에게 400파운드(약 60만 원)에 팔리고, 유럽의 도매업자, 소매업자 등을 거치면서 최종 소비자에게 3,000파운드(약 450만 원)에 판매되며 가격이 7배 이상 뛴다는 것입니다.
그는 마이팹에서 했듯이, 인터넷을 활용해 공급망 구조를 바꾸면 가구 디자이너와 고객의 틈새를 좁히고 직접 연결할 수 있을 거라 판단했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시기 상조라며 반신반의했지만, 그는 마이팹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디자이너의 가구를 반값가량 낮춰 공급할 수 있다면 승산이 있다고 확신하고 메이드를 런칭했습니다. 메이드는 실험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가구 업계에 등장했지만, 무모한 도전이 아니라 뚜렷한 현상을 감지하고 가까운 미래를 내다본 혜안이 만들어 낸 결과입니다.
가구 산업에서 가장 최근의 혁신은 임대료가 저렴한 외곽 지역에 창고형 매장을 두고 기능에 충실한 가구를 합리적 가격에 판매하는 이케아(IKEA)였습니다. 합리적 가격에 가구를 구매하기 위해 고객들은 먼 곳의 매장에 가는 것을 마다하지 않고, 직접 가구를 조립하는 것에 불평을 하지도 않았습니다. 오히려 교외 쇼핑, DIY 등의 새로운 소비 문화를 만들어내며 가구 산업의 지평을 넓혔습니다. 70년 전에 시작된 혁신입니다.
이케아 이후 별다른 변화가 없던 가구 업계에서, 메이드는 또 한 번의 혁신을 이끌고 있습니다. 임대료와 인건비 대신 유통 마진을 줄여 합리적인 가격은 유지하면서도, 개성 있는 디자인 가구를 도심에 위치한 세련된 쇼룸에서 구매하는 영역을 개척한 것입니다. 가구 업계의 세대를 진화시키면서도 시대의 흐름과 어울리는 비즈니스 모델 덕분에 메이드는 2013년에 프랑스, 이탈리아 진출을 시작으로 영국을 넘어 유럽 전역으로 확장 중입니다. 국경을 넘나들며 메이드가 새로운 연결고리를 만들어 갈수록 디자이너와 고객, 그리고 메이드가 누릴 혜택의 총합은 더 커져갑니다.
Reference
• Made.com founder: ‘We want to be the new Ikea’, The Guardian
• Made.com is crowdfunding its next must-have furniture designs, CITYA.M.
• Made.com launches crowdfunding initiative for emerging designers, Designweek
• Made.com launches international competition to find the next big name in design, Creativepool
• Made.com launches new online mattress business, The Telegraph
• Made.com competition offers emerging designers opportunity to realise and sell their products, Deze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