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이크 우동. 이름처럼 흔들어 먹는 우동이에요. 일회용 음료잔처럼 생긴 그릇에 우동면과 소스, 토핑 등이 들어 있어 한 손으로 흔들어 먹을 수 있죠. 흔들어 먹는 방식이 새롭고 재미있어서 SNS상에서 급속도로 퍼지며 대히트를 쳤어요. 3일만에 20만개가 판매될 정도로 폭발적이었죠.
그런데 이 제품의 기획 의도를 알고나면 더 흥미로워요. 테이크아웃용 우동이긴 하지만 목적이 보다 세분화되어 있거든요. 셰이크 우동은 애초에 드라이브 스루 전용 메뉴로 개발한 메뉴예요. 차 안에 우동 그릇 둘 곳이 마땅치 않으니, 일회용 커피컵 모양으로 만들어서 차안의 컵홀더에 꽂을 수 있도록 디자인한 거죠.
여기에다가 이 제품의 출시 시기를 보면 더 호기심이 생겨요. 테이크아웃용 메뉴인 셰이크 우동은 2023년 5월에 출시됐어요.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서, 많은 회사들이 테이크아웃 메뉴를 축소할 때였죠. 실제로 셰이크 우동을 선보인 ‘마루가제 제면’의 테이크아웃 매출도 애프터 팬데믹 이후 반토막이 난 상황이었고요. 그럼에도 마루가제 제면이 셰이크 우동을 출시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들의 위기 극복 DNA에 힌트가 있어요.
마루가메 제면 미리보기
• 우동현에서 찾은 인생 기회
• 진심도 닿아야 자산이다
• 코로나19 팬데믹의 구원 투수, ‘우동 도시락’
• 테이크아웃의 진화, 드라이브 스루 전용 ‘셰이크 우동’
• 우동에 재미를 말아 먹자 생기는 일
일본에는 ‘우동현’이라 불리는 지역이 있어요. 일본의 고유한 국수인 ‘우동’이 특산품인 ‘가가와현’이에요. 가가와현은 ‘사누키 우동’으로 유명한데, 가가와현에서 생산된 밀가루로 가가와현에서 만든 우동을 통칭하는 말이죠. 사누키가 가가와현의 옛 지명이라는 점에 착안해서 가가와현 우동이 타 지역으로 진출할 때 다른 지역의 우동과 차별화하기 위해 붙인 이름이에요. 가가와현의 사누키 우동은 아키타현의 이나니와 우동, 군마현 미즈사와 우동과 함께 일본의 3대 우동으로 손꼽히죠.
source: Wikimedia
가가와현은 우동현이라고 불리면서 위상이 뒤바뀌었어요. 1998년도, 가가와현은 광역자치단체의 지명도 조사에서 일본의 47개 도도부현 중 꼴찌에 이름을 올리는 불명예를 안을 정도로 인지도가 낮은 지역이었어요. 하지만 우동을 내세워 지역을 브랜딩한 덕분에 2010년, 민간 업체가 격년으로 시행하는 지역 브랜드력 조사에서 무려 27위로 올라섰어요.
그래서 가가와현은 지역 특산품을 지역 관광 사업과 연계하고 지역 브랜딩까지 연결한 성공 사례로 많은 지자체들이 벤치마킹하기도 해요. 그렇다면 어떻게 했길래 우동 강국 일본에서 ‘사누키 우동=가가와현’이라는 암묵적인 공식을 만들어낸 걸까요?
가가와현은 우동현으로 거듭나기 위해 꽤 오랫동안 공을 들였어요. 온라인상에서 누리꾼들이 가가와현을 ‘우동현’이라고 지칭하던 것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가가와현의 공식 별명으로 키운 것도 지자체의 힘이 컸어요. 가가와현 홍보 콘텐츠에 가가와현이라는 이름보다 우동현이라는 별칭을 더 적극적으로 사용할 정도죠. 동시에 음식으로서의 우동뿐만 아니라 우동과 관련한 콘텐츠와 엔터테인먼트적 요소들도 꾸준히 개발해 왔고요.
먼저 가가와현의 홍보대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마스코트. 이 마스코트는 우동을 모티브로 한 ‘우동뇌(うどん脳)’예요. 우동뇌는 뇌가 우동면으로 디자인된 귀여운 요괴인데요. 상세한 프로필을 갖고 있어요. 2011년 7월 7일 가마솥 태생으로, 사누키 영화제 PR 캐릭터, 사누키 우동 협동조합 공인 우동 대사 등 각종 홍보대사 직함을 맡고 있죠.
ⓒUltra Udon Maranic
그뿐 아니라 가가와현에서 우동을 소재로 한 ‘울트라 우동 마라닉(마라톤+피크닉) 대회’의 명예 회장직을 겸하고 있어요. 울트라 우동 마라닉 대회는 2일에 걸쳐 가가와현의 자연을 감상하며 달리는 마라톤 행사예요. 코스 중간 중간에 위치한 우동 가게에서 사누키 우동을 제공해요. 각 가게마다 시그니처 우동 메뉴를 내어 주기 때문에 다양한 사누키 우동을 맛볼 수 있죠.
ⓒUltra Udon Maranic
울트라 우동 마라닉에 참가한 우동 가게 점주들 ⓒUltra Udon Maranic
울트라 우동 마라닉에 참가한 우동 가게 점주들 ⓒUltra Udon Maranic
최근에는 우동뇌의 직함이 하나 더 추가됐어요. 바로 ‘우동 택시 견습 운전사’예요. 가가와현에는 700개가 넘는 우동 가게가 있어요. 우동 택시는 그 중 맛집과 가가와현 지리까지 잘 아는 기사가 운전해 주는 택시인데, 우동뇌가 견습 드라이버로 임명된 거예요. 우동 택시의 운전 기사는 ‘우동 검정시험’에 합격한 우동 박사들이에요. 직접 찾아다니기 힘든 우동 가게와 가가와현의 관광지를 순회하는 것은 물론, 우동의 역사, 문화, 먹는 법, 주문 방법 등도 함께 알려줘요.
ⓒUdontaxi
가가와현은 우동을 소재로 한 마스코트, 투어 프로그램, 엔터테인먼트 요소 등을 유기적으로 결합해 우동현으로서의 정체성을 쫄깃하게 다져왔어요. 마치 면, 국물, 토핑이 한 그릇에 담겨 조화로운 맛을 내는 우동처럼요. 덕분에 지역 인지도는 물론,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긍정적 결과를 가져왔죠. 특별한 행사가 없는 시즌에도 가가와현의 우동을 맛보러 사람들이 가가와현으로 몰려 오니까요.
우동현에서 찾은 인생 기회
누군가는 가가와현에서 인생 우동을 만났을지 몰라요. 그런데 효고현 가코가와 시에서 작은 야키토리집을 운영하던 아와타 타카야(粟田貴也)는 가가와현의 우동에서 인생 기회를 찾았어요. 아버지의 고향인 가가와현을 방문했다가 작은 제면소나 우동 가게에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거든요.
그는 야키토리 가게를 운영하면서 메뉴, 서비스, 직원 교육 등 모든 것을 열심히 해왔는데요. 그의 가게에는 한 번도 손님들이 이렇게 줄을 선 적이 없었어요. 반면 가가와현의 우동 가게들은 규모도 작고 허름한 데다가 이렇다할 접객도 없는데도 사람들이 못 먹어서 안달이었죠. 그는 이유를 분석해봤어요. 손님들은 가가와현의 제면소에서 먹는다는 경험 자체를 좋아하는 거였죠.
그는 자신의 가게에도 이러한 경험적 가치를 재현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일본에는 수많은 우동 가게들이 있지만, 가가와현의 제면소 같은 경험을 제공하고 있는 가게는 없으니까요. 그래서 그는 가가와현의 우동 가게들처럼 가게에 제면기를 놓고 국수를 만드는 가게를 하기로 마음 먹었어요.
제면기를 직접 구매해 가게에서 면을 뽑는 일은 외부에서 우동 면을 사서 쓰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비용이 들어요. 하지만 그는 우동을 만드는 장면을 고객에게 팔고 싶었어요. 이렇게 탄생한 게 바로 2000년 11월에 처음 문을 연 ‘마루가메 제면(丸亀製麺)’이에요. 1호점 오픈 당시, 가가와현을 제외하고는 ‘OO 제면’ 형식의 이름을 가진 우동 가게는 거의 없었어요. 그만큼 단순한 우동 가게가 아니라, 우동 면을 직접 뽑는 제면소가 되겠다는 의지를 담은 거죠.
ⓒ丸亀製麺
현재 마루가메 제면은 일본 전역에 약 830개 점포를 운영하면서 일본 최대의 우동 체인 브랜드로 거듭났어요. 게다가 일본을 넘어 중국, 대만, 필리핀, 미국, 영국 등 해외로도 진출해 전 세계에 200개 이상의 지점을 보유하고 있고요. 그렇다고 마루가메 제면이 늘 승승장구만 한 건 아니었어요. 그리고 마루가메 제면의 사업 역량은 문제의 상황 혹은 위기의 순간에 더 빛이 났죠. 하나씩 살펴볼게요.
진심도 닿아야 자산이다
마루가메 제면은 창업 초기부터 모든 매장에서 직접 우동 면을 뽑아 갓 만든 맛을 고집해 왔어요. 보존제 같은 혼합물 없이 오직 국내산 밀, 물, 소금만으로 제면하는 철저한 원칙도 갖고 있고요. 마루가메 제면은 좋은 재료로 갓 만든 사누키 우동의 맛으로 큰 인기를 끌었어요.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실적이 둔화되고 급기야 2017년, 2018년에는 지속적으로 매출과 고객수가 감소하기까지 했어요. 이 추세대로라면 위기에 빠지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었죠.
마루가메 제면이 등장한 이후 비슷한 컨셉의 우동 가게들이 많이 등장했고 경쟁은 점점 치열해 졌어요. 너도 나도 매출을 높이기 위해 프로모션, 업셀링 등을 시도했죠. 마루가메 제면도 예외는 아니었고요. 하지만 이런 이벤트들은 단기 매출을 반짝 끌어 올리는 효과는 있었지만, 브랜드 가치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어요. 가격적 혜택이 없어도 마루가메 제면을 찾게 만드는 힘을 잃는 중이었죠.
‘모든 매장이 질 좋은 재료로 갓 만든 우동을 빠르게 제공한다’는 것은 마루마게 제면의 큰 자산이었어요. 하지만 이런 브랜드 자산이 고객들에게 잘 전해지지 않았죠. 2018년 당시 매장에 방문하는 고객들 중 마루가메 제면의 이런 특징을 인지한 사람은 5%도 채 되지 않았어요. 그래서 마루가메 제면은 문제의 핵심을 브랜딩의 부재로 정의하고, 자신만의 강점을 적극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하기 시작했어요.
매장 앞에 ‘점포에서 가루부터 친다’라는 문구가 적힌 커다란 노보리*를 세우기도 하고, 매장 안에는 밀가루 포대를 그대로 쌓아 두었어요. 내점한 고객들이 밀가루 포대를 보고 자연스럽게 ‘아 밀가루에서부터 면을 뽑는구나’라고 인지할 수 있도록이요. 밀가루 포대 앞에도 ‘국산 밀가루 사용’을 강조하는 문구가 붙어있어요. 여러 방법으로 ‘갓 만든 우동’인 점과 ‘밀가루부터 직접 친다’는 점을 어필한 거예요.
*노보리: 긴 장대에 윗 부분을 대로 고정시킨 기를 단, 위아래로 긴 직사각형 모양의 일본특유의 깃발의 일종
ⓒ丸亀製麺
ⓒ丸亀製麺
마루가메 제면의 컨셉을 더 명확하게 전하기 위해 가게 내부 구성도 바꿨어요. 예를 들어 과거에는 주방 안에 있던 면 숙성고를 고객의 시야가 닿는 곳으로 이동해 면 숙성 공정을 보여주는 식이에요. 솥도 고객이 볼 수 있는 장소에 배치해 면 장인이 가루부터 제면하는 모습을 보여 주면서 ‘제면소다움’을 최대한 어필하죠.
ⓒ丸亀製麺
여기에다가 2019년 3월에는 고객이 직접 제면 과정을 경험해 볼 수 있는 행사를 매장에서 열기도 했어요. 참가자들은 매장 안에서 밀가루 섞기, 밀가루 말기 등 매장 안에서 실제로 제면하는 과정에 참여할 수 있어요. 이렇게 몸소 체험한 고객, 그리고 이 이벤트를 인지한 고객들은 제면소의 특징을 가진 우동 가게로서의 마루가메 제면을 인지하게 되는 효과가 있어요.
또한 마루가메 제면은 내부 브랜딩을 정비하는 동시에 ‘우동’ 자체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위해 노력했어요. 사실 우동은 사람들이 외식을 할 때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메뉴는 아니에요. 배달이나 집에서 간단히 끓여 먹는 음식 정도로 여기죠. 사람들이 외식을 할 때 ‘우동’이라는 메뉴를 고려할 확률을 높이기 위해 ‘오직 가게에서만 먹을 수 있는 우동’, ‘우동은 밖에서 먹을 가치가 있다’ 등의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기도 해요.
그렇다면 마루가메 제면은 왜 우동에 대한 인식 개선에 앞장설까요? 우동의 지위가 올라가면 마루가메 제면의 매출도 자연스럽게 늘어날 거라는 자신감 때문이에요. 갓 만든 우동을 전국 어디에서나 제공할 수 있는 브랜드는 마루가메 제면이 거의 유일하니까요.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가진 마켓 리더로서 시장 규모 자체를 키우는 것이 결국 브랜드가 생존할 확률을 높이는 셈이에요.
팬데믹 구원 투수, ‘우동 도시락’
브랜딩을 정비하며 2019년부터는 매출이 회복세로 돌아섰어요. 그런데 이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어요. 전 세계를 패닉으로 몰아 넣었던 코로나19 팬데믹 때문이에요. ‘매장에서만 먹을 수 있는 우동’으로 포지셔닝하며 고객 경험을 강화하던 마루가메 제면으로서는 엄청난 타격이었어요. 매장으로 손님들을 끌어 들이기 시작했는데, 고객들이 매장에서 식사를 하기가 어려운 상황이 된 거죠. 마루가메 제면은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했을까요?
마루가메 제면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딱 맞는 히트 상품과 상품의 특성에 맞는 고객 경험을 구성해 위기를 극복해 나갔어요. 대표적인 시도가 ‘마루가메 우동 도시락’을 출시한 거예요. 2021년 초,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테이크아웃에서 활로를 찾았던 다른 가게들처럼 테이크아웃 전용 상품을 내놓았죠.
ⓒ丸亀製麺
하지만 평범한 테이크아웃 전용 상품을 떠올리면 곤란해요. 마루가메 우동 도시락의 성적은 여느 테이크아웃 전용 상품보다 월등했거든요. 세금 포함한 가격이 390엔으로, 출시한 지 3개월 만에 매출은 31억엔(약 310억원)을 기록했어요. 간편함과 저렴함을 무기로 출시 한 지 반년이 지날 때쯤에는 1,300만 개의 판매고를 올렸고요. 2021년 말에는 ‘닛케이 트렌드(Nikkei Trend)’가 발표한 ‘2021년 히트 상품 베스트 30’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어요. 물론 가격 경쟁력으로만 승부한 건 아니에요.
마루가메 제면은 매장에서 판매하는 우동의 간편한 버전이 아니라, 매장에서 먹던 우동의 감동 그대로를 도시락에 담았어요. 갓 삶은 우동면, 갓 튀긴 튀김 등 비슷한 품질의 우동을 더 저렴한 가격에 집에서도 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우동을 구성했죠. 게다가 모바일 주문과 우동 수령 전용 카운터를 설치하는 등 주문부터 수령까지 손님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비대면 UX를 배려했어요.
ⓒ丸亀製麺
발매 시기도 적절했어요. 마루가메 우동 도시락이 처음 출시되었던 2021년 4월은 코로나 유행한지 1년 남짓한 시간이 흐른 때였어요. 이미 사람들은 편의점 도시락에 질렸고, 배달비를 지불해야만 먹을 수 있는 배달 음식에 대한 부담감과 피로감을 느끼기 시작한 시점이었죠. 이런 시기에 마루가메 우동 도시락은 갓 만든 음식의 품질과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자들의 불만을 해소해 주는 상품이었던 거예요.
그런데 마루가메 우동 도시락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임시방편으로 매출을 올려줬던 아이템을 넘어 하나의 시그니처로 자리매김하고 있어요. 계절마다 계절감을 담은 약 5종의 신메뉴를 출시하는데 여름에는 여름 제철 야채인 가지가 들어간 ‘가지 튀김 우동’, 가을에는 매실이 들어간 ‘매실 오로시 우동’, 겨울에는 ‘새우튀김 계란소스 우동’ 등을 도시락으로 출시하는 식이에요. 팬데믹이 끝난 이후에도 구매할 매력이 충분한 상품으로 업그레이드 시킨 거죠.
ⓒ丸亀製麺
ⓒ丸亀製麺
테이크아웃의 진화, 드라이브 스루 전용 ‘셰이크 우동’
우동 도시락의 대히트로 테이크아웃이 전체 매출의 30%를 차지했을 정도였어요. 이후 애프터 팬데믹 시대의 막이 오르고 테이크아웃 비중은 다시 15% 전후로 감소했어요. 우동 도시락이 스테디 셀러로 자리잡았음에도 불구하고, 일상이 점차 정상화되면서 테이크아웃 자체에 대한 사람들의 니즈가 자연스럽게 줄어들었죠.
이때 마루가메 제면은 오히려 또 한 번 센세이셔널한 테이크아웃 제품으로 느슨했던 우동 업계에 긴장감을 줬어요. 2023년 5월, ‘드라이브 스루(Drive-thru)’ 전용 제품인 ‘마루가메 셰이크 우동’을 출시한 거예요. 이름처럼 흔들어 먹는 우동으로, 일회용 음료잔처럼 생긴 그릇에 우동면과 소스, 토핑 등이 들어 있어 한 손으로 흔들어 먹는 제품이에요.
ⓒ丸亀製麺
ⓒ丸亀製麺
또 하나의 테이크아웃 상품이 출시된 건데, 뭐가 그리 특별하냐고요? 제품의 기획 의도부터 달라요. 도시락 우동은 애초에 코로나19 팬데믹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전 지점에서 판매하는 테이크아웃 전용 제품으로 개발했어요. 하지만 마루가메 셰이크 우동은 드라이브 스루 점포 전용 메뉴를 만드는 것으로 시작했어요. 특히 2023년 6월, 군마현에 위치한 드라이브 스루 점포를 오픈하며 드라이브 스루에서만 가능한 경험을 재밌게 디자인해 보고 싶었죠. 차에서 뿐만 아니라, 어디에서나 부담 없이 갓 만든 우동을 즐기는 재미를 주는 메뉴가 필요했어요.
드라이브 쓰루 점포 ⓒ丸亀製麺
그래서 드라이브 스루 전용 우동을 만들었어요. 당연히 드라이브 스루 메뉴라고 해서 토핑이나 양을 허투루 만들지는 않아요. 한 컵이면서도 한 끼 식사로서의 만족감을 느낄 수 있도록 동일한 양의 면과 토핑을 담았죠. 동시에 셰이크 우동 전용 용기의 디자인에도 신경 썼어요. 차의 컵 홀더에 딱 들어가는 사이즈로 제작해, 마치 카페에서 커피를 드라이브 스루하 듯 셰이크 우동도 구매 직후 바로 홀더에 꽂을 수 있도록 했죠. 드라이브 스루로 우동을 사먹는다고 했을 때 그릇을 둘 곳이 없어 당황할 일도 없고, 우동 도시락 대비 더 간편한 게 장점이에요.
ⓒ丸亀製麺
그런데 세로로 긴 컵에 담긴 우동을 판매한다고 생각하자 한 가지 걱정이 생겼어요. 컵의 단면적이 그릇보다 작으니 우동면 위의 재료와 컵 아래 쪽에 있는 국물이나 소스를 섞어 먹기가 어렵다는 점이었어요. 마루가메 제면을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흔드는 액션’을 추가해 ‘셰이크 우동’이라는 이름을 붙였어요. 문제 해결과 동시에 컵을 흔들어 먹는 재미까지 주는 일석이조의 해결책이었죠. 드라이브 스루 전용 우동만의 매력이기도 하고요.
이렇게 기획한 셰이크 우동은 애초에 드라이브 스루 점포 한정으로 판매하려고 했어요. 하지만 제품 출시가 가까워지면서 일반 점포에서도 판매하기로 결정했어요. 내부적으로 드라이브 스루 점포에만 한정해 판매하기에는 아깝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거든요. 셰이크 우동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실적이 저조해지던 테이크아웃 부문의 새로운 활로가 되어줄 거라는 기대감이 섞여 있었죠. 결과는 성공. 3일만에 20만개가 팔릴 정도로 화제였죠.
우동에 재미를 말아 먹자 생기는 일
애프터 팬데믹 시대가 되자 많은 회사들이 테이크아웃 비중을 줄였어요. 하지만 매루가메 제면은 새롭게 맞이한 국면에서 앞으로의 일상에 맞는 테이크아웃 시장을 키우고자 했어요. 위기를 겪고 나니 매장에 집중하는 것만으로는 리스크가 있다고 판단하기도 했고, 우동 도시락, 셰이크 우동 등을 통해 테이크아웃 시장의 새로운 가능성을 봤기 때문이에요. 실제로 전체 매출 중 15% 전후까지 떨어졌던 테이크아웃 매출 비중은, 셰이크 우동 출시 이후 다시 전고점인 30% 수준으로 회복됐어요.
특히 전에 없던 새로운 수요층이 눈에 띄어요. MZ세대들의 구매가 늘어났어요. 바쁜 회사원이나 가족 단위의 고객들이 사 먹던 테이크아웃 우동을 더 젊은 손님들이 소비하기 시작한 거예요. 이들은 흔들어 먹는 우동에 재미를 느끼고, 틱톡, 인스타그램 등의 SNS에 활발하게 업로드하며 홍보대사를 자처하고 있죠.
또한 소비하는 맥락도 달라요. 우동 도시락은 점심식사 대용으로 많이 판매되는 한편, 셰이크우동은 저녁부터 늦은 밤까지에 수요가 몰려요. 가벼운 저녁식사나 야식으로 소구되고 있는 거예요. 그래서 같은 테이크아웃 제품이라도 우동 도시락과 셰이크 우동은 서로의 매출을 잠식하지 않아요. 오히려 서로를 보완하며 시너지 효과를 내죠. 한때 셰이크 우동에서 개구리가 나와서 논란이 됐었지만, 회사측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생산 일시 중단 등의 조치로 다시 신뢰를 회복했어요.
덕분에 마루가메 제면의 모회사 트리돌 홀딩스(Toridoll Holdings)가 2023년 3월 기준으로 발표한 실적은 호조를 보였어요. 매출은 1,021억엔(약 1조 210억 원), 영업이익은 116억 2,400만엔(약 1,162억4천만원)으로, 각각 전년도 동기 대비 증가한 것은 물론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어요.
같은 기간 동안 마루마게 제면을 방문한 고객 수는 4%, 객단가는 7.4%나 증가했고요. 모든 공을 우동 도시락과 셰이크 우동으로 돌릴 수는 없겠지만, 테이크아웃 시장에 대한 마루가메 제면의 판단이 틀리지는 않았다는 것만은 확실해요. 회사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동시에 시의적절한 신제품을 기획하는 힘이 있는 한, 앞으로도 마루가메 제면의 제면기는 쉬지 않고 돌아갈 거예요.
Reference
• 降旗 淳平, CXランキング1位の丸亀製麺、大繁盛の極意 「感動体験」の原点は?, Xtrend Nikkei
• 奥井 真紀子, 森岡毅氏単独インタビュー 丸亀製麺・復活の秘策, Xtrend Nikkei
• 丸亀製麺初のドライブスルー店舗が誕生 ~2023年6月22日(木)に第1号店が群馬県渋川・国道17号沿いにオープン~, PR 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