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화점과 편집숍의 결정적 차이

마루노우치 리딩 스타일

2022.05.15

잡화+책+커피. 편집숍이라 불리는 곳의 전형적인 모습입니다. 하지만 여러 제품과 서비스를 모았다고 편집숍이 되는 건 아닙니다. ‘마루노우치 리딩 스타일’에는 편집숍이 갖춰야 할 조건이 숨어 있습니다.



마루노우치 리딩 스타일 미리보기

• 책을 읽는 스타일, 엣지 있게

 #1 서적 코너의 자극, 궁금하게

 #2 잡화 코너의 자극, 위트 있게

 #3 카페 코너의 자극, 특별하게

 편집숍의 조건, 소신 있게






도쿄역 주변이 달라졌습니다. 글로벌 비즈니스의 최전선으로 만들기 위해 재개발을 했기 때문입니다. 일본의 중심에서 세계의 중심으로 변화하려는 프로젝트라 정부도 전폭적인 지원을 했습니다. 각종 건축 규제를 대폭 완화한 것입니다. 건물이 사용하지 않은 용적률을 다른 건물에 팔 수 있는 권리인 ‘공중권’도 허용했습니다. 용적률*에 따라 건물을 지을 수 있는 높이가 법적으로 정해져 있는데, 다른 건물이 최대치까지 사용하지 않고 남긴 나머지 높이를 매입해 용적률보다 더 높게 건물을 지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 용적률: 대지 면적에 대한 건물의 각 층 바닥 면적을 합한 비율로, 건물을 지을 수 있는 최대 높이를 좌우하는 지표


그래서 도쿄역 주변에 새로 지은 건물들은 위풍당당합니다. 신마루노우치 빌딩의 경우도 공중권을 사들여 건물을 40%가량 더 높게 지었습니다. 도쿄역 주변의 고층 빌딩 중에서도 눈에 띄는 건물이 있습니다. ‘JP 타워’입니다. 도쿄 중앙우체국이 있던 자리에 재건축을 했는데, 기존의 우체국 건물 구조를 유지하면서 현대적인 특성을 가미해 지었습니다. 하단부와 상단부가 이질적이어서 다른 건물보다 주목도가 높습니다.



도쿄역 재개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재건축된 JP 타워(좌)와 신마루노우치 빌딩(우)입니다. ⓒ시티호퍼스


JP 타워를 더 돋보이게 하는 건, 중앙우체국 건물로 사용되던 공간에 들어선 상업시설 ‘KITTE’입니다. 공간의 뼈대뿐만 아니라 우체국의 역할과 의미까지도 계승하여 구성했습니다. 한 통의 편지가 사람들을 연결하듯이 KITTE는 ‘연결’을 테마로 사람과 사람, 거리와 거리, 시대와 시대를 연결하는 공간으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지하 1층부터 6층까지 각 층별로 테마를 설정해 일본 각지의 유명한 상점들을 모았습니다. KITTE를 통해 전국 각지를 연결하겠다는 뜻입니다.



KITTE는 도쿄 중앙우체국을 리모델링한 건물로 역사적, 심미적 가치를 모두 담고 있습니다. ⓒ시티호퍼스


전국 각지의 강호들을 한자리에 모은 만큼, KITTE에 가면 볼거리가 풍부합니다. 300년 전통의 생활용품점 ‘나카가와 마사시치 상점’, 일본 전통 염색 기법으로 제작한 손수건 매장인 ‘누구 카마쿠라’ 등의 전통적인 매장은 물론이고 클라스카 호텔이 만든 라이프 스타일 편집숍 ‘DO’, 아웃도어용품의 고급화를 선도하는 ‘스노우피크’ 등 트렌디한 매장들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쟁쟁한 매장들 사이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며 눈길을 끄는 또 하나의 매장이 있습니다. ‘마루노우치 리딩 스타일(Marunouchi Reading Style)’입니다.



책을 읽는 스타일, 엣지 있게

마루노우치 리딩 스타일은 책을 중심으로 한 편집숍입니다. 그래서 책만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생활잡화를 취급하고, 카페도 함께 운영합니다. 형태적인 측면에서는 여느 편집숍과 비슷해 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 차이가 있습니다. 편집 기준이 다릅니다. 성별에 따른 구분도 아니고, 연령대에 따른 구분도 아닙니다. 모던, 앤티크 등 스타일을 중심으로 하거나 신발, 모자 등 특정 카테고리를 중심으로 구분하지도 않았습니다.



마루노우치 리딩 스타일은 서점, 편집숍, 카페를 모두 운영하고 있습니다. ⓒ시티호퍼스


마루노우치 리딩 스타일은 ‘인생에서 중요시하는 가치’를 중심으로 편집숍을 꾸몄습니다. ‘어른들의 지적 호기심과 장난기를 자극한다’는 콘셉트를 가지고 지적 호기심과 유머 감각이 있는 고객들을 위해 매장을 구성했습니다. 말로만 콘셉트를 내세우는 것이 아닙니다. 서적 코너, 잡화 코너, 카페 코너 등 모든 곳에 어른들의 지적 호기심과 장난기를 자극하기 위한 장치들을 배치했습니다.



#1 서적 코너의 자극, 궁금하게

서점·잡화점·카페가 결합된 형태이지만, 마루노우치 리딩 스타일의 출발점이자 중심은 책입니다. 이름에서 볼 수 있듯 마루노우치 리딩 스타일은 책을 읽는 스타일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책과 어떻게 관계할 것인가를 생각하는 곳입니다. 마음에 드는 물건 옆에 책이 놓여 있는 세련된 장면, 따스한 햇살 속에서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는 호사스러운 장면 등 책의 내용뿐 아니라 생활을 윤택하게 하는 수단으로서 책의 역할도 강조합니다.


마루노우치 리딩 스타일의 서적 코너를 다른 서점들보다 특별하게 하는 건 2가지의 기획 도서입니다. 첫 번째 기획 도서는 ‘버스데이 분코(Birthday Bunko)’로 생일 문고라는 뜻입니다. 서적 코너 한쪽에 책 제목 없이 표지에 날짜만 적힌 책들이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순서대로 꽂혀 있습니다. 같은 날에 태어난 저명 작가들의 작품이 실려 있는데, 표지만 봐서는 무슨 책인지 모릅니다. 생일을 맞아 책을 선물하거나 사 보는 서프라이즈를 의도했습니다. 생일을 공통분모로 궁금증을 유발해 저자와 독자를 연결해주는 것입니다.



‘버스데이 분코’는 마루노우치 리딩 스타일이 직접 기획한 도서로, 출시되자마자 사람들의 궁금증을 자극하며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시티호퍼스


두 번째 기획 도서는 ‘화이트 분코(White Bunko)’입니다. 이 문고 시리즈는 제목도 없고 저자도 없습니다. 표지만 봐서는 어떤 내용인지 모릅니다. 호기심을 자극하려는 의도도 있지만, 보다 본질적으로는 표지나 제목 그리고 저자에 의한 선입견 없이 작품 자체만 보기를 바란 것입니다. 〈복면가왕〉의 책 버전인 셈입니다. 물론 내용이 재미있고, 감동을 주는 문고를 선정해 시리즈로 만듭니다. 제목과 내용을 모르고 구매하는 책이기 때문에 이미 읽었던 책일 경우 환불해주는 정책도 있습니다.



‘화이트 분코’는 책의 본질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기획 도서입니다. ⓒ시티호퍼스


책은 기본적으로 ‘지적 호기심’을 유발합니다. 거기에 마루노우치 리딩 스타일의 기획 도서는 ‘순수한 호기심’까지 생기게 합니다. 버스데이 분코와 화이트 분코를 통해 고객에게 말을 걸고, 마루노우치 리딩 스타일이 중요시하는 가치를 제안하는 것입니다.



#2 잡화 코너의 자극, 위트 있게

마루노우치 리딩 스타일을 운영하는 ‘오사카야’는 서적 도매상이었습니다. 오사카야의 신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리딩 스타일 주식회사’를 만들었고, 마루노우치 리딩 스타일과 같이 서점·잡화점·카페를 결합한 형태의 매장을 오픈했습니다. 서적 도매상인 오사카야가 신사업으로 서점을 내면서 잡화점을 포함시킨 이유는 서적 판매만으로는 복합상업시설의 높은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어서였습니다.


오프라인 서점이 줄어들지 않도록 하는 데 기여하고 싶어서 찾아낸 궁여지책이었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서점에 잡화점을 붙여서는 차별적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마루노우치 리딩 스타일은 잡화 코너도 ‘어른들의 지적 호기심과 장난기를 자극한다’는 콘셉트에 맞게 제품들을 구성했습니다. 궁금증을 일으키는 제품부터 장난기를 자극하는 위트 있는 제품들로 잡화 코너 곳곳을 채웠습니다.


대표적인 제품이 샹그리아를 제조할 수 있는 병입니다. 집에서 샹그리아를 만들어 먹으려면 과정이 복잡합니다. 샹그리아를 제조할 병을 비롯해 다양한 과일과 계피 등의 첨가물도 사서 준비해야 합니다. 잡화 코너에서는 이 모든 과정을 생략시켜주는 샹그리아 병을 판매합니다. 병 안에 모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병을 따고 와인을 붓고 4시간만 숙성시키면 끝입니다. 레디 투 쿡(Ready to cook)의 개념을 도입해서 직접 만들어 먹는 재미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샹그리아 외에 맥주, 사케 등의 주류도 다양한 맛을 직접 만들어 즐길 수 있도록 레디 투 쿡 형태로 판매합니다. 그뿐 아니라 간장 등의 소스류까지도 레디 투 쿡으로 제공합니다.



마루노우치 리딩 스타일에서는 샹그리아, 뱅쇼 등 다양한 레디 투 쿡 상품들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시티호퍼스


이 밖에도 안경다리를 탈부착할 수 있어 기분에 따라 바꿀 수 있는 안경, 온도에 따라 패턴이 바뀌는 온도계, 나쁜 기운을 물리치는 소금물 스프레이, 종이로 만들 수 있는 지구본 등 어른들의 일상에 유머 감각을 더해주는 제품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안경테를 기분과 개성에 따라 바꿀 수 있는 Kensie Float 안경입니다. ⓒ시티호퍼스



액체의 밀도가 온도에 따라 변화하는 특성을 이용해 만든 갈릴레오 온도계입니다. ⓒ시티호퍼스



방향제 역할을 하는 룸 스프레이에 소금을 넣어 ‘나쁜 기운을 물리치라’는 의미를 더한 위트가 돋보입니다. ⓒ시티호퍼스



#3 카페 코너의 자극, 특별하게

카페는 잡화 코너와 마찬가지로 수익을 높이는 역할도 하지만, 서점의 보완재로서 기능도 합니다. 고객들은 잡지류를 제외한 책을 카페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책과 관계하는 방법으로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는 호사스러움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카페를 물리적으로 결합해서는 ‘어른들의 지적 호기심과 장난기를 자극’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카페 운영도 보통의 카페와 다르게 합니다.


‘3월의 라이온 카페’, 마루노우치 리딩 스타일 카페의 한시적 이름입니다. 〈3월의 라이온〉과 컬래버레이션을 했기 때문입니다. 3월의 라이온은 프로 장기라는 소재를 바탕으로 10대들의 성장을 개성 있게 그린 만화입니다. 일본 만화대상(2011년), 데즈카 오사무 문화상 만화부문 대상(2014년) 등을 수상하며 작품성과 흥행성 모두를 만족시킨 화제작입니다. 〈3월의 라이온〉 TV 애니메이션 런칭을 기념하여 2016년 10월 9일부터 12월 30일까지 약 3개월간 3월의 라이온 카페로 운영되었습니다.



‘3월의 라이온’과 제휴하여 한정 기간 운영하는 카페의 모습입니다. ⓒ시티호퍼스


이름만 바뀌는 것이 아닙니다. 내부 인테리어 구성, 판매하는 메뉴, 종업원들의 복장까지 〈3월의 라이온〉을 현실로 옮겨왔습니다. 카페 내부에는 〈3월의 라이온〉 주인공들의 등신대를 세워 포토 스팟을 만든 것은 물론이고, 카페 한쪽의 스크린에선 애니메이션 홍보 영상을 보여주며, 애니메이션 포스터와 애니메이션 명장면을 내부 곳곳에 배치했습니다. 입구와 카페 중앙 공간에 만화책을 쌓아둬 고객들이 만화를 볼 수도 있습니다.



카페 곳곳에 스탠딩 배너, 영화 스크린, 포스터, 캐릭터 제품 등을 배치해 ‘3월의 라이온’ 팬들에게 즐길 거리를 제공합니다. ⓒ시티호퍼스


또한 〈3월의 라이온〉에 등장하는 요리를 실제 메뉴로 구성했습니다. 직원들도 〈3월의 라이온〉 복장으로 음식 및 음료를 서빙합니다. 한시적인 기간 동안 마루노우치 리딩 스타일 카페 공간에서 〈3월의 라이온〉과 가까워질 수 있도록 꾸민 것입니다. 이 만화의 팬들에게는 재미를, 만화를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흥미를 제공합니다. 〈3월의 라이온〉 외에도 이전에는 아이돌 그룹인 ‘베이비 라이즈’, 소녀만화 전문 주간지 <나카요시> 등과도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했습니다. 비일상성을 통해 일상에 숨 쉴 틈을 만들려는 시도로 볼 수 있습니다.



편집숍의 조건, 소신 있게


“과시적 기호 소비는 점점 줄어들 것입니다.”


《큐레이션의 시대》 저자 사사키 도시나오의 말입니다. 그는 유행에 따라 구매하는, 또는 타인의 시선을 위해 소비하는 기호 소비의 시대가 막을 내릴 것이라고 봤습니다. 이유는 기호 소비를 만들어내는 사회적 환경에 있습니다. 모두가 똑같은 영화나 드라마 등을 보는 매스 미디어 사회여야 공통의 인식이 형성되고 동경의 대상이 되는 제품이 생기며, 그에 따른 기호 소비가 발생합니다. 하지만 미디어 환경의 변화로 매스 미디어의 영향력이 작아지기 때문에 과시적 기호 소비도 줄어들 것이라는 의견입니다.


그리고 그는 기호 소비가 ‘기능 소비’와 ‘연결 소비’로 대체될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기능 소비는 제품의 기능에 충실한 합리적 가격의 제품을 구매하는 것입니다. 유니클로 등의 패스트패션이 인기를 끄는 현상이 기능 소비로의 전환을 뒷받침합니다. 하지만 가성비로 대표되는 기능 소비가 기호 소비의 모든 요소를 대체하지는 못합니다. 그는 기호 소비가 가지고 있던 개인과 사회의 관계성은 연결 소비로 바뀐다고 덧붙입니다.


소비 행위의 이면에는 타자와 연결되고 싶어 하는 욕구가 있습니다. 그리고 사회적 연결은 서로가 공명할 수 있는 토대인 공통의 콘텍스트가 있어야 성립합니다. 과거에는 매스 미디어의 이미지가 커다란 공통의 기반을 만들었으나 지금은 분화된 여러 커뮤니티가 작은 콘텍스트를 형성하며 동심원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작은 동심원의 구심점에는 인생에서 중요시하는 철학과 가치관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품을 고르고 제안하며 작은 동심원을 만드는 편집숍에는 소비를 통해 사람들을 연결시키기 위한 구심점이 있어야 합니다. 편집숍으로서 마루노우치 리딩 스타일이 모범적인 이유는 성별·연령·스타일·제품군 등을 편집 기준으로 삼은 것이 아니라 ‘어른들의 지적 호기심과 장난기를 자극한다’는 가치를 내걸고 제작자와 소비자, 소비자와 소비자를 이어주기 때문입니다. 중심이 있는 편집은 고객을 팬으로 만들고, 팬이 된 고객은 편집숍의 가치를 지켜주는 선순환을 만듭니다. 소신 있게 시작한 마루노우치 리딩 스타일이 엣지 있게 자리 잡은 비결입니다.






Reference

• 경제 성장의 견인차 된 도쿄 도심재개발, 월간조선

• 日 서점가, 잡화코너 ‘고급 대형화’로 진화…인터넷서점에 대항, 교도통신사 アニメ「3月のライオン」公式カフェ、10月9日から期間限定でオープン! 川本家の人気メニューが登場, IT미디어

• KITTE(깃테), 도쿄 관광 공식 사이트

• 일본우편의 대형상업시설 ‘키테(KITTE)’ 대탐구, 한국패션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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