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밥을 ‘이렇게’ 재해석하자, 냉면도 6배 비싸게 팔린다

미야오블러스

2024.03.19

‘타이베이에서 가장 비싼 냉면을 파는 곳’이라는 타이틀을 얻은 레스토랑이 있어요. 일단, 타이베이식 냉면에 대해 알아야 해요. 우리 나라의 냉면과는 사뭇 다르거든요. 쫄깃한 계란 면에 고소한 참깨 소스와 매콤한 고추기름을 얹고, 고기나 오이 같은 고명을 올려서 비벼 먹는 음식이에요. 특히 1년 중 절반이 덥고 습한 대만의 날씨에 이만한 음식이 없죠.


이런 타이베이식 냉면은 원래 노점에서 50~60대만달러(약 2천~2500원)면 먹을 수 있는 가볍고 저렴한 음식이에요. 그런데 이런 냉면을 무려 6배 높은 가격에 파는 식당이 있어요. 바로 ‘미야오블러스’예요. 이렇게 냉면을 비싸게 파는데도 젊은 손님들은 물론 외국인들까지 줄을 서서 사 먹어요.


미야오블러스는 무엇이 특별한 걸까요? 힌트는 평범한 집밥에 ‘새로움’을 더한, 신(New) 타이베이 가정식을 표방하는 곳이라는 점이에요. 지극히 익숙하고 평범한 메뉴를 재해석하는 건 물론, 집밥을 먹는 ‘장면’마저 바꿔 버렸어요. 어떻게 바꾸었냐고요?


미야오블러스 미리보기

 #1. 시장의 빈틈을 발견: 대만 최초의 캐주얼 서양식 레스토랑을 열다

 #2. 본원적 경쟁력을 발견: 타이베이 음식의 가능성을 조명하다

 #3. 문제 해결법을 발견: 새로운 가정식에는 새로운 장면이 필요하다

 고객들이 집 밖에서 먹는 집밥에서 찾는 것




뉴욕에서 비주류 취급을 받던 동양의 음식을 재해석해 메인 스트림으로 끌어올린 주역이 있어요. 한국보다 오히려 세계적으로 더 유명한 한국계 미국인 셰프 데이비드 장(David Chang)이에요.


그가 아시안계 셰프로서 미국에서 쌓은 업적은 가히 놀라워요. 2004년 누들바 모모푸쿠(Momofuku)를 시작으로, 모모푸쿠 쌈 바(Momofuku ssam bar), 모모푸쿠 코(Momofuku ko), 모모푸쿠 밀크 바(Momofuku milk bar)까지, ‘모모푸쿠 제국’을 건설한 사람거든요. 게다가 2010년, 2012년 2번이나 TIMES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명’으로 선정되며 ‘다이닝 씬(Scene)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개척자’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어요. 그가 개척한 시장이 뭐길래, 이런 평가를 받게 된 걸까요?


ⓒTIMES


2000년대 초반, 당시 뉴욕에서는 파인 다이닝(Fine dining) 열풍이 불고 있었어요. 파인 다이닝이란 ‘격식을 차린 고급 식사’를 의미하는데, 가격대가 높고, 대부분 코스 요리를 제공해요. 문화 자체가 프랑스에서 온 것이다 보니, 대부분의 레스토랑에서는 프랑스 음식이나, 유럽식의 요리를 제공하고 있었죠.


데이비드 장도 처음에는 프랑스 요리로 요리 업계에 입문했어요. 당시 사회의 기준에 맞게, 모두가 선망하는 파인 다이닝 셰프가 되려면, 당연히 프랑스 요리를 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었죠. 하지만 그 길은 쉽지 않았어요. 동양인이 미국에서 유럽 요리를 배우고,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에서 일을 한다는 건 남들보다 몇 배의 노력이 필요한 일이었죠. 불리한 상황에 반복해서 부딪히자, 그가 품고 있던 내면의 소리를 정면으로 듣게 되죠.


“나는 왜 이런 음식을 만들어야만 할까? 내가 먹고 싶지도 않고, 너무 복잡한데. 이 길을 계속 걷는다고 해서 앞으로 잘될 수 있을까?”

-데이비드 장, <인생의 맛 모모푸쿠> 


그는 세상이 요구하는 기준을 벗어나, 그가 가장 잘할 수 있고, 하고 싶은 게 뭔지 치열하게 고민했어요. 그 결과 그에게 익숙한 동양 음식을 새롭게 재해석해서, 뉴욕 다이닝 씬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는 일을 해야겠다는 답이 나왔어요. 그렇게 완전히 목표를 새로 정하고, 2004년부터 뉴욕 이스트 빌리지의 작은 누들바 모모푸쿠에서 그만의 서사를 써 내려 가기 시작해요.


ⓒMomofuku


ⓒMomofuku


그렇다면 한식당을 차린 걸까요? 그의 레스토랑은 한마디로 정의하기에는 어려웠어요. 무국적 식탁에 가까웠죠. 확실한 건 그가 살아온 배경처럼, ‘문화적 다양성’을 마음껏 표출하는 공간이었어요. 그에게 익숙한 한식 및 다른 동양 음식을 베이스로 하고, 그 조합을 다양하게 섞어 보기 시작했어요. 이런 그의 새로운 시도는 모모푸쿠의 차별화이자 경쟁력이 되었죠.


모모푸쿠에는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요리가 많아요. 라멘에 불고기 토핑을 올리거나, 중국식 바오 번에 삼겹살과 쌈장을 넣거나, 프라이드 치킨을 캐비어 소스에 찍어 먹는 등 아시아 요리를 창의적으로 재해석한 메뉴를 제공해요. 미슐랭 2스타를 받은 모모푸쿠 쌈 바(Momofuku ssam bar)에서는 한국의 ‘쌈’에서 영감을 받은 ‘쌈 플래터’로 쌈 열풍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어요. 맛도 맛이지만, 각자 1인 1접시 형태로 식사를 하는 미국 문화에서 쌈 채소에 고기를 얹어 싸 먹고, 하나의 음식을 둘러앉아 ‘나눠 먹는 것’은 그 자체로 신선한 경험이었어요. 우리에게 익숙할지 몰라도 그의 창조적인 요리, 새로운 형태의 식사 경험은 단숨에 뉴요커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죠.


ⓒMomofuku



ⓒMomofuku


ⓒMomofuku


여기에서 한 가지. 데이비드 장이 재해석한 동양의 음식들은 고급스러운 파인 다이닝이 아니었다는 거예요. 흔히 먹는 라멘, 쌈, 바오 번, 치킨 등 평범한 음식들이었죠. 하지만 이 평범한 동양의 음식에 데이비드 장만의 창의적인 발상을 섞자, 뉴요커들에게는 신선한 미식 경험이 되었어요.


이처럼 동양의 식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도시라면, 동양의 음식을 재해석하는 것이 새로운 다이닝 경험을 제공할 수 있어요. 그럴 법하죠. 그런데 그 도시에서 지극히 당연한 음식을 재해석한다면 얼마나 새로울 수 있을까요? 대만 타이베이에는 타이베이의 ‘집밥’을 재조명해 익숙한 듯 새로운 ‘신(New) 타이베이 집밥’ 열풍을 불러일으킨 곳이 있어요. 바로 중국어로는 ‘마오시아취(貓下去), 영어 이름은 ‘미야오블러스(MEOWVELOUS Inc.)’예요.


흥미로운 건 이곳이 예전에는 대만 ‘최초의 서양식 캐주얼 다이닝 레스토랑’이었다는 거예요. 유명 인사들이 찾아오고, 밤새 줄을 서는 그야말로 핫플이었죠. 미야오블러스는 왜 갑자기 잘나가던 방식을 내려놓고, 타이베이식 집밥으로 회귀하게 된 것일까요?



#1. 시장의 빈틈을 발견: 대만 최초의 캐주얼 서양식 레스토랑을 열다

대만은 다양한 문화적 배경이 있는 나라 답게 ‘미식의 천국’이라고 불려요. 특히 수도인 타이베이는 상업적 요충지인 만큼, 식문화도 발달한 도시에요. 대만 전통 요리를 만드는 식당부터 다양한 세계 요리, 그리고 실험적인 퓨전 요리까지. 현재 미슐랭 가이드에 등재된 레스토랑만 해도 150개가 넘어요. 하지만, 2000년대 초반 타이베이의 모습은 지금과 사뭇 달랐어요.


1980년대 대만이 본격적인 산업화로 접어들면서, 수도를 중심으로 ‘외식 인구’가 늘어나기 시작했어요. 자연스럽게 외식 문화에도 큰 변화가 생기는데, 퇴근 후 간단하게 끼니를 해결하는 ‘야시장‘ 문화가 발달했죠. 반면에 격식을 차리고 싶을 때 가는 외식 장소는 따로 있었어요. 대부분 일식집, 전통 광둥요리점, 경양식 레스토랑으로 향했죠.


특히 서양 음식은 ‘고급’ 레스토랑으로 포지셔닝이 되어 있어 진입 장벽이 더 높았어요. 익숙하지 않은 음식 메뉴와 와인, 칵테일 등의 낯선 술,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는 장소와는 거리가 멀어 보였죠. 이런 외식 문화의 변천사를 지켜보며 시장에 ‘빈틈’을 발견한 사람이 있어요. 바로 미야오블러스의 창업자 천루관(陳陸寬)이에요. 


천루관은 소위 ‘딴 짓’을 많이 하던 사람이었어요. 그의 이력을 살펴보면 흥미로운 점이 많죠. 그는 요리 학교를 졸업했지만 곧바로 요식업계에 뛰어들지 않았어요. 아마추어 운동선수를 했다가, 밴드를 결성하기도 하고, ‘PPAPER'라는 대만의 유명한 디자인 및 라이프스타일 잡지사에서 카피라이터, 에디터로 일하기도 했어요. 정석적이고 전형적인 선택을 하기 보다는 기존과 다르게 보고, 변화무쌍함을 즐기는 사람이었죠.


ⓒMEOWVELOUS Inc.


그런데 2008년, 그가 돌연 다시 주방으로 돌아와요. 세계적으로 데이비드 장의 자서전 <인생의 맛 모모푸쿠(Eat a Peach: A Memoir)>가 계기가 되었죠. 뉴욕 주류 사회에 만연했던 고급 파인 다이닝 문화에 반기를 들고, 라면, 덮밥, 쌈밥 등 아시아 음식을 재해석한 데이비드 장의 이야기는 천루관에게 귀감이 되었어요.


이 책은 그가 평소에 가지고 있었던 대만 외식 문화에 대한 불만을 떠올리게 했어요. ‘왜 고급 레스토랑에서만 서양 음식과 와인을 마실 수 있는지’, ‘왜 캐주얼하게 즐길 수 있는 곳이 없는지’ 등의 생각에 대해 불을 지폈죠. 이런 생각은 그가 다시 주방으로 돌아오는 원동력이 되었고, 시장의 기회이자 빈틈이었어요. 그렇게 2009년, 천루관은 쉬저우 로드(Xuzhou Road)에 위치한 17평짜리 작은 식당을 열었어요. 대만에 등장한 ‘최초의 서양식 캐주얼 레스토랑’이자 현 미야오블러스의 전신인 ‘마오시아취(貓下去)’, 영어로는 '미야오블러스 카페(Meowvelous Cafe)'죠.


ⓒMEOWVELOUS Inc.


지금이야 마오시아취같은 식당이 많지만, 그 당시 이국적이지만 캐주얼한 공간에서 서양식 음식을 먹고, 가볍게 칵테일과 와인을 곁들일 수 있는 곳은 마오시아취가 최초였어요. 전에 없던 외식 공간을 만들어 내자, 대만의 여러 매체에서 마오시아취를 ‘타이베이에서 가장 트렌디한 레스토랑’이라고 소개하기 시작했죠. 이 작은 공간은 말 그대로 문전성시를 이뤘어요.


하지만 식당의 인기가 높아질 수록 천루관은 고민이 많아졌어요. 작은 가게에 손님이 감당이 안 될 정도로 몰려들었지만, 장사가 잘 되는 것과 수익은 별개였던 거죠. 매장 운영 노하우가 부족해 매일 재정적 문제, 인력 부족에 시달렸던 거예요. 뿐만 아니라 가게가 유명세를 얻자 비슷한 가게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났어요. 결국 천루관은 센세이션 그 자체였던 마오시아취의 문을 닫아요. 


실패를 맛봤지만 동시에 가능성도 발견했던 천루관은 새로운 도약을 준비해요. 청년 창업 협회와 외부 투자자들을 모아 주식회사의 구조를 만들었어요. 그리고 기존 마오시아취가 취약했던 부분인 재정적, 운영적 재정비를 거치고, 2016년에 그는 다시 한 번 마오시아취의 문을 열었어요. 이게 바로 타이베이 둔베이(Dunbei)에 위치한 지금의 마오시아취, 미야오블러스예요.


ⓒ시티호퍼스



#2. 본원적 경쟁력을 발견: 타이베이 음식의 가능성을 조명하다

천루관은 미야오블러스를 오픈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2017년에 떠난 뉴욕 출장에서 큰 변곡점을 만나요. 7일 간의 뉴욕 출장은 그의 요식업 인생과 삶 전체의 전환점이 되었어요. 뉴욕은 그가 평생을 동경했던 도시였어요. 그의 뉴욕 사랑은 그가 런칭한 레스토랑에도 반영되었죠. 천루관이 만든 ‘캐주얼 다이닝 레스토랑’의 모습도 영화나 기사를 통해 접한 뉴욕의 펍, 비스트로를 레퍼런스 삼아 만든 거예요.


그렇게 영감의 도시 뉴욕에 직접 가서, 뉴욕의 식문화와 주방을 체험해요. 뉴욕의 레스토랑, 카페, 펍 등 스크린과 책 속에서만 보고 듣던 것을 직접 경험하며 그의 레스토랑에 어떻게 접목해야 할지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기획안을 그렸죠. 그런데 여행의 마지막 날, 그의 인생 전체를 돌아보게 뜻밖의 질문을 듣게 돼요.


“당신의 근원은 무엇인가요?(What is your origin?)”


메뉴 개발 차 들린 한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우연히 한국인 직원과 대화를 나누는데, 천루관에게 이런 질문을 했어요. 그에게는 단순한 질문이었을지 모르지만, 이 짧은 한 문장이 계속 천루관의 머릿속을 맴돌았어요. 대만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 그는 스스로 근본적인 질문 2가지를 하게 되죠.


첫 번째 질문은 ‘과연 타이베이에서 서양 음식을 제공하는 것이 경쟁력이 있을까?’였어요. 그의 레스토랑은 파스타, 리조또, 스테이크 등의 양식 요리가 주력 메뉴였는데, 뉴욕에 와보니 점점 더 정통성에 대한 의구심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운영적, 재무적 관점에서도 경쟁력이 떨어졌어요. 양식은 원재료 단가 자체가 높은 편인데다, 조리 시간도 오래 걸렸죠. 이 문제는 회전율에도 안 좋은 영향을 미쳤죠. 그는 지금까지 ‘가짜 서양 음식’을 만들고 있었다는 생각을 하게 돼요. ‘본질에서 벗어난 것 같다’고 깨달았죠.


두 번째는 그에게 강한 동기가 된 질문이었어요. ‘왜 타이베이 음식은 뉴욕, 도쿄처럼 도시의 음식으로 기억되는 것이 아닌, ‘대만 음식’으로 뭉뚱그려서 기억될까?’였어요. 그가 10년 동안 지켜본 타이베이는 뉴욕만큼이나 매력적인 도시였어요. 다양한 문화가 뒤섞이고, 기존의 것과 새로운 것이 공존하는 변화무쌍한 도시죠. 세계의 관광객들이 몰리는 대만 최대 규모의 ‘스린 야시장(Shilin Night Market)’이 있는 도시이기도 하고요. 그는 대만 음식이 아니라 ‘타이베이의 음식’을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하죠. 


이 두 가지 질문은 끝내 ‘독창성(Originality)’을 되찾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이어져요. 뉴욕에서 돌아온 후 그는 원점으로 돌아가 미야오블러스를 재정비하기로 했어요. 그리고 2018년, 그는 쉽지 않은 결정을 내려요. 10년 가까이 고수해온 서양식 요리를 내려놓고, 그의 뿌리인 ‘타이베이’의 정체성을 담아보기로 결심한 거예요. 그렇게 집밥으로의 회귀, ‘신 타이베이 가정식’이라는 전례 없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해요.


신 타이베이 가정식은 지루해 보일 수 있지만, 정말 큰 도전입니다. 이 문제는 우리에게 ‘커밍아웃’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 커밍아웃은 우리가 ‘우리 자신’이 되고 싶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과정에서 많은 기존 고객을 잃었고,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결국엔 더 많은 고객을 유치하고 폭발적인 성장을 경험했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가짜 서양 음식’을 만들고 있다는 부담에서 해방되었다는 것입니다.

- 천루관, <감자튀김과 콩피 마늘: 레스토랑과 바의 대부 천루관의 신 타이베이 가정식 요리 철학 「마오시아취」(薯條與油封大蒜:餐酒館教父陳陸寬的「貓下去」新台北家常菜哲學)>



#3. 문제 해결법을 발견: 새로운 가정식에는 새로운 장면이 필요하다

미야오블러스의 신 타이베이 가정식 프로젝트에는 ‘이 음식’이 중심이 되었어요. 우리 나라에도 같은 이름의 음식이 있지만, 타이베이에서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자 꼭 먹어야 할 음식 중 하나인 ‘냉면’이에요. 쫄깃한 계란 면에 고소한 참깨 소스와 매콤한 고추기름을 얹고, 고기나 오이 같은 고명을 올려서 비벼 먹는 음식이에요. 특히 1년 중 절반이 덥고 습한 대만의 날씨에 이만한 음식이 없죠. 시원하고 맛이 좋은 데다, 쉽게 만들 수 있고 가벼워 타이베이 사람들의 대표적인 소울 푸드이자 야식 메뉴예요.


타이베이식 냉면은 천루관에게도 소울 푸드였어요. 매일 밤 고단한 하루를 마치고, 직원들과 야식으로도 자주 해 먹던 음식이었죠. 가장 일상적이고 가장 친근하기에 새로운 타이베이 가정식을 대표할 만한 메뉴였던 거예요. 그래서 그는 스탭 밀이었던 냉면을 손님들을 위한 정식 메뉴로 데뷔시키기로 결심하죠.


하지만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었어요. 특별할 것 없는, 익숙한 집밥을 어떻게 ‘새롭게’ 보이게 할 것인가 였어요. 더구나 냉면은 집에서 쉽게 만들어 먹거나 야시장에서 50~60대만달러(약 2천~2,500원)이면 먹을 수 있는 음식인데, 고객들이 과연 레스토랑에서 더 비싼 돈을 내고 사 먹을지 의문이었죠. 실제로 미야오블러스에서 냉면은 320대만달러(약 1만3,500원)에 판매하고 있거든요. 미야오블러스는 고객들에게 이 곳에 와서 냉면을 먹어야 하는 이유를 만들어야 했어요. 이런 문제 앞에서 천루관은 그간의 노하우를 토대로 집밥을 ‘차별화’시킬 방안을 마련해요.


먼저 집밥의 고정관념부터 깨뜨려요. 천루관이 생각하기에, 집밥만큼 창의적이고 변화무쌍한 음식은 없었어요. 같은 메뉴라도 집집마다 들어가는 재료도, 레시피도 다르니까요. 예를 들면 집마다 김치찌개 맛이 다 다른 것처럼 말이죠. 누구는 고기를 넣고, 참치를 넣고, 또 김치의 종류와 맛에 따라 맛이 다른 ‘우리집 김치찌개’가 되죠. 천루관은 이런 집밥의 ‘유연성’에 착안해서 평범한 집밥을 창의적인 ‘요리’로 탈바꿈시켜요.


미야오블러스에서는 여러 종류의 냉면을 판매해요. 돼지고기, 소고기, 닭고기 등 다른 종류의 고기가 들어간 냉면부터 채식주의자를 위한 냉면까지 다채로워요. 소스도, 육수도, 고명도 모두 다르죠.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맛의 냉면들이 준비되어 있어요.



ⓒMEOWVELOUS Inc.


그 밖에도 닭 샐러드, 돼지갈비 덮밥, 볶음 야채 등 타이베이 사람들에게 친숙한 가정식을 미야오블러스에서만 먹을 수 있는 집밥 ‘요리’로 개발했어요. 메뉴는 평범하지만 맛있고, 가정식답게 멋 부리지 않았지만 동시에 풍성하면서도 세련된 플레이팅이 돋보여요. 미국의 유명 음식 온라인 플랫폼 ‘EATER LA’는 ‘대만의 집밥을 서양식 작은 접시의 형태로 흥미롭게 표현한 곳’이라고 평가하기도 했어요.


ⓒMEOWVELOUS Inc.


문득 깨달았어요. 내가 하고 싶은 건 집밥에 내가 살아온 배경, 내 얼굴을 반영하는 것인데, 그건 단지 소고기 국수, 돼지고기 밥, 만두를 만드는 것만은 아니죠. 우리는 집밥으로 할 수 있는 게 많아요.  내 취향에 맞게 다양하게 조합해서, 새로운 표현으로 바꿀 수도 있죠. 이게 제가 생각하는 타이베이에요. 그리고 진짜 제가 ‘신 타이베이 가정식’을 통해 표현하고 싶은 거죠.

- 천루관, <감자튀김과 콩피 마늘: 레스토랑과 바의 대부 천루관의 신 타이베이 가정식 요리 철학 「마오시아취」(薯條與油封大蒜:餐酒館教父陳陸寬的「貓下去」新台北家常菜哲學)>


미야오블러스는 메뉴 뿐만 아니라, 집밥을 먹는 ‘장면’도 바꿔요. 미야오블러스에서 냉면을 먹는 모습은 기존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라고 말하죠. 실제로 가게 안의 손님들의 풍경을 보면 아이러니해요. 냉면과 함께 와인이나 칵테일을 마시고, 테이블 위에는 감자튀김과 치킨, 스테이크가 보이기도 해요. 몇몇의 손님들은 감자튀김을 마치 반찬처럼, 젓가락으로 먹죠. 미야오블러스의 식탁에서는 독특한 믹스 매치가 일어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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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오블러스의 공간 또한 장면을 차별화하는 포인트 중 하나예요. 믹스 매치의 귀재답게 다국적 인테리어가 눈에 띄죠. 천장에는 빨갛고 노란 전통 등이 가득 달려있고, 매장 곳곳에는 와인 잔과 와인 병이 디스플레이 되어 있어요. 게다가 가게의 절반은 칵테일 바와 스탠딩 테이블이 차지하고 있는데, 정장 차림의 바텐더들이 바쁘게 칵테일을 만들고 있어요. 동양과 서양의 문화가 한 데 어우러진 풍경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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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형태의 집밥, 다양함이 공존하는 공간에서 먹는 집밥, 미야오블러스의 ‘신 타이베이 가정식’은 집밥을 즐기고 싶은 문화로 이어졌어요. 기성 세대뿐만 아니라 젊은 세대,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의 마음까지 저격했죠. ‘타이베이에서 (아마도) 가장 비싼 냉면’을 팔아도 국적과 세대를 막론하고 고객들이 줄을 서는 이유예요.



고객들이 집 밖에서 먹는 집밥에서 찾는 것

미야오블러스에 대해 어떤 사람들은 ‘엉뚱한 믹스 매치’, ‘정체성이 모호한 곳’이라고 평가하기도 해요. 예전의 마오시아취를 그리워하는 사람들도 있고요. 하지만 천루관은 과거를 그리워하지 않아요. 온갖 미디어의 주목도 받아 보고, 유명세도 얻어봤지만, 지금의 미야오블러스가 그의 마음속의 이상적인 식당이라고 말하죠.


“친구, 가족, 내 아이들까지, 모든 세대가 같이 둘러앉아 식사할 수 있는 곳

우리 집 같기도, 친구 집 같기도, 엄마 집 같기도 한, 항상 따뜻한 집밥이 있는 곳

매일 가고 싶고, 매일 먹을 수 있는 음식이 가득한 곳

단골이 되어 편안하고 유쾌하게 즐길 수 있는 아름다운 곳

타이베이의 사람들, 도시의 풍경을 한 그릇에 담아내는 곳”

- 천루관, <감자튀김과 콩피 마늘: 레스토랑과 바의 대부 천루관의 신 타이베이 가정식 요리 철학 「마오시아취」(薯條與油封大蒜:餐酒館教父陳陸寬的「貓下去」新台北家常菜哲學)>


ⓒ시티호퍼스


그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식당은, 단순히 식사를 하는 공간이 아니에요. 누군가에게는 집처럼 편안한 공간, 내가 사는 도시와 사람들을 느끼게 해주는 장소, 추억과 향수를 떠올리게 하는 스위치이기도 하죠. 그가 결국 돌고 돌아 ‘집밥’을 선택한 것도 이 맥락과 이어져요.


“모든 곳에는 ‘도시의 축소판’과 같은 식당이 있어야 합니다. 너무 정형화되지 않은, 사람들이 편하고 즐겁게 수다 떨고, 먹고 마실 수 있는 공간. 추억과 향수를 만들 수 있는 공간. 미야오블러스는 많은 타이베이 사람들에게 영혼을 공급하는 온화한 장소입니다.”

- 리 신위, 미러 미디어


미러 미디어의 한 에디터가 미야오블러스를 설명한 말이에요. ‘집밥으로의 회귀’를 외친 지 6년, 미야오블러스의 의도는 고객에게 잘 전달되고 있는 듯 해요. 덕분에 미야오블러스가 만드는 집 밖의 집밥을 기꺼이 한 그릇 하고 싶어지는 마음은 세대를 거듭해 계속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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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erence

천루관, <감자튀김과 콩피 마늘: 레스토랑과 바의 대부 천루관의 신 타이베이 가정식 요리 철학 「마오시아취」(薯條與油封大蒜:餐酒館教父陳陸寬的「貓下去」新台北家常菜哲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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