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초의 반려 돼지 카페, 니치 마켓을 통째로 집어삼키다

마이피그

시티호퍼스

2023.08.29

반려 돼지 카페라고요? 반려 동물 카페가 다양하게 있는 일본이어도, 반려 돼지는 너무 앞서간 거 아닌가 싶은데요. 조금 더 들여다보면 반려 돼지 카페의 매력에 빠질지 몰라요. 반려 돼지 카페에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돼지가 있는 게 아니에요. 영국에서 개량한 마이크로 돼지를 만날 수 있죠. 이 돼지는 일반 돼지 몸무게의 10분의 1이에요. 어른이 되어도 덩치가 중형견과 비슷한 수준이고, 카페에 있는 새끼돼지는 3~4kg 정도로 작고 귀여워요.

반려 동물로서 준수한 조건을 갖춘 마이크로 돼지는 셀럽들의 사랑을 받으면서 알려지기 시작했어요. 데이비드 베컴은 입양 소식을 발표했고요. 아리아나 그란데는 2018년에 자신의 ‘breathin’ 뮤직비디오 두 편 중 하나를 처음부터 끝까지 마이크로 돼지가 돌아다니는 모습으로 채웠어요. 게다가 그 돼지를 별도로 섭외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아리아나 그란데의 반려 동물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더욱 화제가 되었죠.

그런데 반려 돼지 카페가 비즈니스로 의미가 있을까요? ‘마이피그 카페’를 운영하는 후미를 들여다보면 없던 시장을 개척하는 지혜가 엿보이죠. 힌트는 시장 규모가 작으면 통째로 삼키는 데 있어요.

마이피그 미리보기

• 카페는 거들 뿐, 돼지가 주인공이 되는 무대

• 시장 규모가 작으면 통째로 삼킨다

• 고객은 획득하는 것이 아니라 창출하는 것

• 거창한 시작 대신 끝을 보는 집념

SNS에서 셀럽들만큼이나 VIP 대접을 받는 동물들도 있어요.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강아지나 고양이를 보는 것만으로도 치유받는 기분이 들어서겠죠. 그런데 동물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기분이 좋아지는 데에 과학적 근거가 있을까요? 이 질문은 생각보다 역사가 깊어요. 무려 18세기부터 동물이 사람의 심리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기록이 있거든요.

인간과 동물의 상호작용을 연구하는 제임스 서펠(James Serpell) 교수가 조사를 했는데요. 18세기 당시 영국의 정신질환 치료 시설 요크 리트리트(York Retreat)에서 동물들을 풀어놓고 관찰한 결과, 동물이 시설 부지를 돌아다니게 한 것만으로도 환자들의 정서 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발견됐어요. 이후 생리학적 연구에서도 동물과 15분 이상 상호작용한 경우, 긍정적인 기분을 주는 신경 전달 물질의 배출이 증가한다는 사실이 확인되었고요. 이러한 과학적 실험 결과들이 오랜 기간 쌓이면서, 동물이 인간의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애니멀 테라피’라는 이름으로 자리 잡았죠.

하지만 여러 긍정적인 효과에도 불구하고 반려 동물을 키우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아요. 가령 야근이 많아서 매일 산책을 해주기 어렵거나, 출장이 잦아 집을 비워두는 시간이 많은 사람들이죠. 이런 사람들은 반려 동물을 키울 의지는 있지만 여건이 따라주지 않아서 포기한 경우예요. 이 틈을 파고든 제품이 바로 반려 로봇이에요.

반려 로봇은 살아있는 동물과는 달리 외로움을 타지도 않고, 제때 먹이를 줄 필요도 없으니 부담이 적어요. 그러면서도 사람의 음성과 움직임을 인식해서 곧장 달려온다거나 재롱을 부리는 등 정서적인 만족감은 채워주죠. 최근에는 ChatGPT와 같은 소프트웨어를 탑재해 실시간으로 대화를 하거나, 코딩으로 간단한 명령어 입력이 가능한 로봇까지 등장했어요. 기술 발전을 통해 더 친밀하고 깊은 상호작용이 가능해진 거예요.

틈새시장으로 시작했지만 시장 규모는 작지 않아요.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리서치앤마켓(Research and markets)에 따르면 2021년 반려 로봇 시장 규모는 이미 9조 원가량이죠. 앞으로 연평균 25%씩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올 정도로 빠르게 크고 있고요.

로봇이라고 해서 꼭 플라스틱이나 금속을 소재로 삼는 건 아니에요. 일본의 반려 로봇 쿠보(Qoobo)는 몸통과 꼬리로만 이루어져 있는데, 전체가 털로 덮여있어요. 실제 동물의 털은 아니지만, 동물을 만질 때의 부드러운 촉감을 구현한 거예요. 몸통을 쓰다듬으면 꼬리를 살랑거리며 감정을 표현하고, 가만히 손을 대고 있으면 심장 박동이 뛰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마치 살아있는 동물처럼 스킨십이 가능하도록 설계해 정서적 안정감을 주죠.

몸통을 쓰다듬으면 꼬리를 흔드는 반려 로봇 쿠보 ©️Qoobo

이처럼 반려 로봇도 독자적인 산업으로 발전할 정도로 반려 동물 시장은 성숙하고 세분화되었어요. 이런 흐름 속에서 최근 일본에는 개, 고양이 외에 새로운 반려 동물 문화도 생겨나고 있는데요. 그중 아주 독특한 사례가 반려 돼지 시장을 개척한 마이피그(mipig)예요. 물론 반려 동물 문화가 발달한 일본에서도 처음부터 돼지가 반려 동물로 인식된 건 아니에요. 그런데 이렇게 척박한 환경 속에서 마이피그는 시장을 개척하다 못해, 아예 비즈니스를 수직계열화는 데 성공했어요. 고객의 인식을 바꾸면서까지 기업가 정신을 발휘한 마이피그의 전략을 하나씩 살펴볼게요.

카페는 거들 뿐, 돼지가 주인공이 되는 무대

강아지 카페, 고양이 카페, 돼지 카페. 왠지 어감이 좀 다르게 들리지만, 마이피그에서 운영하는 카페는 일반적인 동물 카페와 비슷한 구조예요. 음료와 디저트를 즐기면서, 동물들에게 둘러싸여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이죠. 물론 마이피그 카페의 돼지는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돼지와는 품종이 달라요. 영국에서 개량한 마이크로 돼지(Micro Pig)로, 일반 돼지 몸무게의 10분의 1밖에 되지 않거든요. 어른이 되어도 덩치가 중형견과 비슷한 수준인데, 카페에 있는 새끼 돼지는 3~4kg 정도로 작고 귀엽죠.

©️mipig

여전히 낯설다고요? 알고 보면 돼지는 기본적으로 사교적인 동물이에요. 조금만 사회성을 길러주면 낯선 사람에게도 곧잘 다가가서 체온을 나누거든요. 카페에 방문해서 가만히 앉아있기만 하면 다리 위에 올라가 가만히 누워서 스킨십을 할 정도죠. 또 지능도 3~4세 아이 수준으로 높은 편이라 제스처를 통해 간단한 의사소통이 가능해요. 고양이처럼 화장실도 정해진 곳만 사용하는 깨끗한 동물이기도 하고요.

마이크로 돼지가 등장한 아리아나 그란데 뮤직비디오

마이피그 카페는 이러한 호재를 등에 업고 2019년에 오픈했어요. 그리고 지금은 일본 전역에 매장을 9개로 늘리며 누적 방문자 수 50만 명이 넘을 정도로 빠르게 성장했죠. 매장 하나가 약 30명 정도가 들어갈 정도의 크기인 데다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이 포함된 것을 감안하면 결코 적지 않은 숫자예요. 그렇다면 니치 마켓인 반려 돼지 시장에서 마이피그 카페가 승승장구한 비결은 무엇일까요?

마이피그 카페의 즐길거리는 마이크로 돼지에서 그치지 않아요. 각 호점마다 컨셉추얼한 세계관을 만들어서 아이와 어른, 그리고 여행객의 시선을 동시에 끌었거든요. 가령 관동 지역의 마쿠하리 신도심 지점은 ‘마이크로 돼지씨와 해적선’이라는 컨셉으로, 인테리어와 가구들 모두 실제 해적선처럼 꾸몄어요. 매장 간판부터 밧줄에 걸린 깃발 형태로 만들었고요. 나무벽을 부숴 만든 듯한 입구 양옆으로는 작은 화포가 고객을 맞이해요. 안으로 들어가면 나무를 쌓아 만든 듯한 벽부터 시작해, 천장에 매달린 큼지막한 돛과 밧줄로 만든 사다리, 곳곳에 붙은 마이크로 돼지의 현상금 포스터가 눈길을 끌어요.

해적선 컨셉으로 꾸민 마쿠하리 신도심 지점 ©️mipig

한편 후쿠오카 지점은 ‘이상한 나라의 마이크로 돼지씨’라는 컨셉으로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동화 속에 온 것처럼 꾸몄어요. 돌을 쌓아 만든 듯한 유럽식 성, 공중에 떠 있는 커다란 회중시계 등 이색적인 분위기를 자아내죠. 마이피그 카페는 이렇게 호점마다 각기 다른 세계관을 구현해 새로운 경험으로서의 가치를 높였어요. 단순히 마이크로 돼지가 있다는 것을 넘어 특정 공간에서만 누릴 수 있는 체험을 추가한 거죠.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오마주한 컨셉의 후쿠오카 지점 ©️mipig

이렇게 다른 곳에는 없는 경험을 제공한 덕분에 마이피그 카페는 평일에도 오전이면 모든 자리가 꽉 찰 정도로 인기예요. 그렇다고 요금이 저렴한 편도 아니에요. 성인 기준으로 1시간을 즐기는 데 드는 비용이 입장료 660엔을 포함해 약 23,000원 수준이거든요. 마이피그 카페가 아니면, 이 지점이 아니면 경험하기 어려운 요소들이 비교적 높은 요금도 선뜻 지불하게 만들었어요.

시장 규모가 작으면 통째로 삼킨다

마이피그 카페는 주식회사 사라다(SaLaDa)의 자회사 후미(Hooome)가 운영하는 브랜드예요. 후미는 마이피그 카페뿐만 아니라 마이크로 돼지 관련 사업 전반을 총괄하며 밸류 체인을 통합하고 있어요. 마이크로 돼지 농장부터 사료 제조, 분양, 사후관리까지 모두 후미의 비즈니스 영역이거든요. 시장 규모가 작아 보여도 상호간 시너지를 일으키게 하는 촘촘한 설계가 숨어있죠. 하나씩 살펴볼게요.

먼저 마이피그 농장은 마이크로 돼지를 기르고 번식시키는 곳이에요. 역사적으로나, 비즈니스적으로나 마이크로 돼지 사업의 씨앗이죠. 2017년에 후미의 창업자 미나가와는 영국 마이크로 돼지 농장에 방문해 마이크로 돼지에게 푹 빠져 사육 연수까지 이수했어요. 이후 일본에 마이크로 돼지 농장을 짓겠다며 크라우드 펀딩을 오픈했고, 목표액의 236%를 모아 첫 농장을 열었죠.

영국에서 배운 노하우를 바탕으로 독자적인 오두막을 설계하는 등 마이크로 돼지에게 필요한 환경을 조성하는 데 최선을 다했어요. 그러고는 주소도 공개하지 않고 외부인의 출입을 철저히 막은 채로 매일 마이크로 돼지의 컨디션을 체크해가며 오로지 마이크로 돼지만을 위한 안식처로 만들었어요.

이렇게 농장에서 자란 마이크로 돼지는 마이피그 카페에 가서 손님들을 맞이해요. 마이피그 카페는 고객의 사용시간에 따라 매출이 발생하는, 그 자체로 하나의 비즈니스죠. 하지만 여기엔 더 큰 그림이 있어요. 카페에 방문한 고객이 자신도 마이크로 돼지를 키우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하는 것이 숨겨진 의도예요. 마이피그 카페는 반려 돼지를 사람들에게 알리고 경험하게 만드는 앰배서더 역할을 하는 셈이죠.

실제로 마이피그의 사업 중 하나가 마이크로 돼지 판매예요. 마이피그 패밀리라는 이름으로 운영되는 이 사업은 개인 고객들로부터 사전 설문을 받아 판매 여부를 결정하죠. 고객에게 사전 질문을 왜 받냐고요? ‘입양 포기 제로’를 모토로 내걸고 있는 마이피그는 아무나 고객으로 들이지 않고 실제로 마이크로 돼지를 기를 만한 상황과 의지가 있는 사람을 고객으로 받아요. 고객들은 온라인에서 돼지의 털 색깔과 나이, 사진 등을 보고 원하는 마이크로 돼지를 구매할 수 있고요. 한 마리당 보통 200~300만 원 가량으로 다른 반려동물에 비해 높은 가격대인데도, 지금까지 약 1,000마리가 분양되었다고 하니 매출 규모가 작지 않죠?

게다가 마이크로 돼지는 고객 생애 가치(Lifetime Value, LTV)가 높은 비즈니스예요. 수명이 10~15년인 마이크로 돼지는 다른 반려 동물처럼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데 관련 정보나 인프라는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에요. 이러한 니즈를 파고든 서비스가 마이피그 오너(mipig owners) 앱이에요. 마이크로 돼지를 기르는 데 필요한 정보 및 서비스를 총망라했거든요.

먼저 전문가와의 실시간 채팅 기능은 마이크로 돼지의 건강 상태나 식습관 등을 점검하도록 도와요. 조금 걱정된다고 해서 매번 동물병원에 갈 수는 없으니, 수시로 궁금한 점을 묻거나 상태를 체크하도록 하는 거죠. 또, 커뮤니티 기능을 통해 오너들간의 교류도 활성화했어요. 시행착오로 알게된 팁을 공유거나, 자신의 마이크로 돼지를 자랑하는 SNS로 활용되고 있죠.

마이피그 오너 앱 기능 설명 ©️mipig

마이크로 돼지 관련 시설 일람 ©️mipig

다른 곳에서는 보기 힘든 마이피그 오너만의 기능도 있어요. 마이크로 돼지를 진찰할 수 있는 병원 목록이나 반려 동물 호텔, 시터, 장례사 등 관련 업체들의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두었죠. 마이피그에서 양육법 관련 아티클을 꾸준히 발행하기도 하고요. 여러 기능 중 가장 눈에 띄는 건 전용 사료 주문이에요. 마이피그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사료를 앱에서만 판매하거든요. 물론 시중에 판매되는 사료를 써도 괜찮아요. 하지만 마이크로 돼지만을 위해 동물 영양학 전문가가 만든 제품인 데다가, 마이피그 농장과 카페에서 동일하게 쓰이는 사료라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어요.

마이피그에서 개발한 마이크로 돼지 전용 사료 ©️mipig

한가지 더. 마이피그 오너 앱은 무료는 아니에요. 월 8,800엔의 구독료를 내야 하죠. 그럼에도 전문가 상담에 각종 정보까지 더했으니 사용하지 않기가 더 어려울 거예요. 마이피그는 한발 더 나아가 첫 구매자에게 2년간 앱 가입을 의무화했어요. 마이크로 돼지가 가정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 목적으로요. 일회성 판매로 그치지 않고 꾸준한 현금흐름을 만든 거예요.

마이피그의 사업 영역을 정리하면 농장부터 카페, 분양, 식품, 사후관리까지 모든 영역에 걸쳐 있어요. 개념적으로만 보면 마치 전기차 회사가 제조 공장은 물론이고 판매 대리점, 주유소, 보험사까지 함께 운영하는 것과 같아요. 성장하는 니치 마켓의 공급망을 수직 계열화함으로써 시너지를 극대화했다고 볼 수 있죠.

고객은 획득하는 것이 아니라 창출하는 것

마이피그의 사명은 ‘With Pig’예요. 인간과 돼지가 행복하게 공생하는 미래를 목표로 하죠. 이는 반려 돼지를 대중에게 알리는 노력으로 이어져요. 더 많은 사람이 마이크로 돼지와 함께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이 비즈니스로 구현되는 거예요. 마이피그는 크게 두 가지 접근법을 사용해요. 하나는 더 많은 사람에게 노출시켜서 친숙하게 만드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공생을 위한 기본 규칙을 안내하는 거예요.

먼저 친숙도를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마이피그 프로덕션 사업을 전개해요. 마이크로 돼지를 셀럽이자 모델로 활용하는 것인데요. 아동용 프로그램이나 예능 프로그램 등에 이색적인 동물로 등장해서 눈길을 끄는 역할을 하죠. 실제로 NHK, 일본TV, 후지TV 등 일본의 굵직한 방송사의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인지도를 쌓았어요. 물론 누구나 방문할 수 있는 마이피그 카페도 적극적으로 활용해요. 수백만 명의 구독자를 가진 유튜버들을 초대해 마이크로 돼지를 경험하게 하거든요. 작고 귀여운 돼지를 영상으로 보여줌으로써 즉각적인 호감을 불러일으킨 거예요.

또한 출판도 했어요. <#사랑하는 마이크로 돼지씨>라는 제목으로 일종의 마이크로 돼지 육아일기를 책으로 출간했는데요. 1인칭 시점으로 양육법을 정리해 정보 전달에 충실한 것은 물론, 마이크로 돼지의 사진들을 포함하고 있어 보는 재미까지 더했어요. 실제로 아마존 재팬의 리뷰 역시 ‘귀여울 뿐만 아니라 정보도 잘 담겨있다’는 평가가 많아요. ‘책을 읽고 카페에도 방문했다’는 후기가 있을 정도니, 호감도를 높이는 데 성공한 셈이에요.

©️mipig

<#사랑하는 마이크로 돼지씨> 도서 아마존 재팬 리뷰(구글 번역) ©️amazonjp

그렇다고 무작정 잠재 고객을 늘리기만 하는 것은 아니에요. 건강한 반려 돼지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데 앞장서거든요. 심지어 고객을 선별하기까지 하죠. 분양을 희망하는 고객이더라도 마이피그가 설정한 기준에 맞지 않으면 판매를 거부하기도 해요. 이를 위해 사전에 온라인 설문과 전화 상담을 통해 마이크로 돼지를 기르기에 적합한 양육 환경인지 파악해요. 가령 마이크로 돼지를 장시간 혼자 내버려 둬야 하는 환경인 경우에는 판매를 거절할 수 있다고 안내하죠. 돼지는 사람에게 호감을 주는 만큼 외로움도 많이 타는 동물임을 강조하면서요.

또한 아직 반려 돼지 문화가 미성숙한 점을 감안해 교육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아요. 마이피그 카페 메구로점에서는 월 1회 키즈 동물 트레이너 데이를 개최해 아이들을 대상으로 마이크로 돼지의 습성과 생태 등을 가르치기도 해요. 또 마이크로 돼지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고객이 돼지를 들어올리는 등의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교육하기도 하죠. 각종 교육 프로그램과 마이크로 돼지를 위한 복지까지 살뜰히 챙기면서, 함께하는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는 거예요.

거창한 시작 대신 끝을 보는 집념

마이피그가 처음부터 밸류체인의 수직계열화를 의도한 것은 아니었어요. 첫 시작은 ‘일본에도 마이크로 돼지 농장을 만들고 싶다’라는 단순한 열망이었죠. 후미의 대표 사토 타쿠야는 영국의 대자연에서 뛰노는 마이크로 돼지들을 보고 농장을 관광지화하는 사업을 구상했던 거예요. 그런데 때마침 일본에서 26년 만에 돼지열병이 유행하기 시작했어요. 돼지열병은 사람을 매개로 감염되는 경우가 많고, 한 마리만 걸려도 농장에 있는 돼지 모두를 살처분해야 하기에 농장을 관광지로 만들기에는 무리였죠.

대안으로 떠올린 사업이 마이피그 카페였어요. 살아있는 돼지를 판매하려면 고객과 대면해야 했는데, 농장을 공개하는 것은 리스크가 있으니 고객이 있는 도시로 찾아간 거예요. 마이크로 돼지에 익숙하지 않은 시장 상황을 생각해서라도 오프라인 접점이 필요했고요. 그래서 서둘러 카페 오픈을 결정하고, 점포를 수소문해서 매장 인테리어까지 마치는데 걸린 시작은 고작 3개월.

짧은 기간에 매장을 오픈하는 동안 문제는 또 있었어요. 농장 하나만 있는 사업에 선뜻 대출을 승인하는 금융기관이 없는 거예요. 이에 타쿠야는 또다시 임기응변을 발휘해요. 마이크로 돼지 사료를 만드는 자회사 후미를 설립했죠. 여기에다가 마이피그 카페 크라우드 펀딩을 오픈함으로써 자금 조달과 마케팅 두 마리 토끼를 잡았어요. 당초 구상했던 농장만으로는 수익을 낼 수 없어 불현듯 꺼낸 아이디어가 지금의 마이피그를 알리고 매출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게 된 거예요.

하지만 역경은 끝나지 않았어요. 마이피그 카페를 오픈한지 2년 만에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타격을 받았거든요. 부득이하게 카페 영업을 중단하게 되자, 사업 전체가 흔들렸죠. 타쿠야는 마이크로 돼지 판매와 프로덕션 사업을 통한 홍보에 집중하면서 위기를 버텨냈어요. 몸을 잔뜩 웅크리는 대신, 기회가 있는 곳으로 적극 손을 뻗은 덕분이에요.

“무엇을 하든 행동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끝까지 해내려는 의지가 중요하죠.”

업력이 길지 않음에도 큰 풍파를 여러 번 겪은 타쿠야는 기업가에게 꼭 필요한 덕목으로 행동력, 그리고 끝까지 해내는 의지를 꼽았어요. 마이피그 사업은 결과만 보면 튼튼한 밸류체인 통합 구조지만, 과정을 알고 나면 이리저리 부딪혀 가며 어떻게든 해답을 찾아나간 의지의 흔적이에요. 사업을 시작하는 사람에겐, 처음부터 완벽한 그림을 그리지 않아도 충분히 멋진 결과를 만들 수 있다는 증거로 읽힐지도 몰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