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력을 높여주는 볼펜의 탄생, 마케팅이 아니라 과학입니다

미쓰비시 연필

2024.03.28

미쓰비시 연필은 일본의 100년 된 필기구 브랜드예요. 워낙 장인정신과 자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투철한 일본이니 그냥 그렇게 살아남았나 보다,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아요. 항상 사용자의 불편함에서 힌트를 얻어 신기술을 필기구에 탑재하고, SNS상에서 새로운 유행을 주도하기까지 하거든요. 그저 사소한 일상품인 연필, 볼펜, 샤프심으로 말이에요.


예를 들어 볼까요? 일본에서 공부 장면을 SNS에 올리는 ‘#공스타그램(勉強垢)’의 게시물 수는 335만이 넘어가요. 이 인기를 눈여겨본 미쓰비시 연필은 공스타그램에 특화된 샤프심을 내놓아요. 문질러도 더러워지지 않고 형광펜으로 그어도 번지지 않으며, 매끄럽게 써지기까지 하는 샤프심이죠. 그런가 하면 사인펜 ‘에모트’는 가늘게 쓰기가 가능하면서, 펜 끝이 부서지지 않아 ‘다이어리 꾸미기’ 유행에 최적화된 상품으로 여성 소비자들의 인기를 한몸에 받고 있어요.


두 사례는 미쓰비시 연필이 써내려가고 있는 혁신의 일부에요. 심지어 공부력을 향상시키는 펜까지 개발했죠. 이처럼 미쓰비시 연필은 필기구에 새로운 기능과 가치를 쌓아올리면서 디지털 시대에, SNS 시대에, 에코 시대에 맞는 쓸모를 찾아나서고 있는데요. 빛바랜 연필을 다시 빛나게 만든 비결을 함께 들여다볼까요?


미쓰비시 연필 미리보기

 #1. 태블릿 시대에 아날로그 연필이 살아남는 법

 #2. 공부력을 높여주는 볼펜의 탄생

 #3. ‘다꾸’와 ‘#공스타그램’에 올라탄 필기구

 #4. 그냥 에코 말고, 고급×에코 트렌드를 이끈다

 필기구로 만들어내는, 개성의 시간들




일본에서 필기구의 대명사로 통하는 회사가 있어요. 100년의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는 ‘미쓰비시 연필(三菱鉛筆)’이에요. ‘무슨 회사길래?’ 싶겠지만 미쓰비시 연필이 보유한 브랜드의 이름을 보면 아마 생각이 달라질 거예요. ‘제트스트림’과 ‘유니볼 원’. 이 두 가지만 해도 압도적인 느낌이 들죠? 


제트스트림과 유니볼 원 외에도 미쓰비시 연필은 산하에 10개 이상의 필기구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어요. 색연필, 겔 잉크 볼펜, 유성 볼펜, 사인펜, 샤프 펜슬, 샤프심부터 학용품까지. 필기구의 거의 모든 걸 망라하고 있다고 볼 수 있죠. 


오랜 역사만큼 ‘최초’의 타이틀을 여러 개 갖고 있기도 해요. 먼저 미쓰비시 연필은 일본 최초로 연필을 생산한 회사예요. 1878년 파리 만국박람회에서 유럽의 편리한 필기구에 매료된 마사키 히토시로쿠가 1887년 미쓰비시 연필의 전신인 ‘마사키 연필 제조소’를 세운 것이 시작이었어요.


1958년 초기의 유니 연필 ⓒ三菱鉛筆


그는 일본을 넘어 세계에도 통용되는 연필을 만들고 싶었어요. 이를 위해선 보다 진하고 단단한 심이 중요했죠. 수많은 연구 끝에 미쓰비시 연필은 흑연과 혼합하는 점토의 미립자를 보다 섬세하고 균일하게 해, 매끄러운 필기감을 주는 연필 ‘유니’를 완성했어요. 1958년의 일이었어요. 당시 연필 1개의 가격이 50엔으로 커피 한 잔과 같을 만큼 비쌌지만, 일약 대중의 사랑을 받는 브랜드로 성공했어요.


그다음으로 도전한 것은 볼펜이었어요. 미쓰비시 연필은 1979년에 세계 최초로 수성 잉크에 금속 팁을 녹이며, 기존 볼펜보다 더 밝게 잉크가 나오는 수성 볼펜 ‘유니볼’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어요. 이를 계기로 수성 볼펜 시장이 단번에 확대됐죠. 2006년에는 저점도로도 부드럽게 써지는 잉크를 세계 최초로 개발해 명실상부 ‘월드와이드’가 된 볼펜, 제트스트림을 만들어냈어요. 오늘날 제트스트림은 전 세계에서 연간 1억 개 이상 팔리는 베스트셀러예요.


쓴 만큼 심이 마모되는 일반 샤프 펜슬(위)과 일정한 횟수로 심지가 자동으로 나오는 쿠르토가 다이브 ⓒ三菱鉛筆


쓴 만큼 심이 마모되는 일반 샤프 펜슬(위)과 일정한 횟수로 심지가 자동으로 나오는 쿠르토가 다이브 ⓒ三菱鉛筆


연필과 볼펜, 두 가지 특성을 합쳐 획기적인 개발력을 시전한 사례도 있어요. 2008년 발매한 ‘쿠루토가’예요. 세계 최초로 선보인, 노크*를 누르지 않고도 심이 자동으로 나오는 샤프 펜슬이죠. 샤프를 쓰다 보면 심의 한쪽이 쉽게 마모되고 필기선이 굵어지곤 하는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40획을 쓰는 동안 심이 자동으로 1회전하는 기구를 탑재해 아예 노크 버튼을 없애버렸죠. 쿠루토가는 깨끗하고 날카로운 필기감을 인정받으며 샤프 펜슬 시장에서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연간 매출 1위를 지키고 있어요.


*노크: 노크는 샤프심을 나오게 하기 위해 펜 뒷분에 달린 꼭지를 가리켜요.


그런데 이쯤에서 이런 의문이 들어요. 끝내주는 개발력은 인정하지만 요즘 누가 연필과 볼펜을 쓰겠냐고요. 그도 그럴 것이 일본 문구와 사무용품은 이미 성숙기에 도달했거든요. 시장 규모는 점점 감소하고 있고 디지털화와 종이 사용을 멀리하는 페이퍼리스화(paperless)로 필기구를 대량으로 구매하는 법인의 수요도 줄고 있죠. 


이런 상황에서 미쓰비시 연필은 뛰어난 기술력과 함께, 필기구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며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어요. 원래 존재하던 연필, 볼펜, 사인펜, 샤프 펜슬에 새로운 기능과 가치를 쌓아올리면서 디지털 시대에, SNS 시대에, 에코 시대에 맞는 쓸모를 찾아나섰죠. 오래된 연필 기업이 빛바랜 아날로그 연필을 다시 빛나게 만든 그 비결은 무엇일까요?



 #1. 태블릿 시대에 아날로그 연필이 살아남는 법


요즘 일본 초등학교에선 태블릿 수업이 한창이에요. 아이들이 연필로 쓴 문자와 그림을 태블릿으로 촬영하고 이를 공유하는 수업이 이뤄지고 있죠. 그런데 여기에 작은 문제점이 감지됐어요. 촬영한 글자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거예요. 태블릿 단말기의 그림자가 글씨를 가리기도 하고, 스크린에 연필의 묘선이 흐릿하게 담기면서 뭔가 2% 부족했죠. 미쓰비시 연필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23년 11월 한 제품을 출시했어요. 이름하여 ‘유니 태블릿 수업 연필’이에요.


이런저런 문제가 있지만,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연필의 주원료인 흑연이 빛을 반사해 필체를 알아보기 힘들다는 점이었어요. 빛에 글자가 반사돼 잘 보이지 않는 건 종이에 글을 쓰던 시절에도 종종 발생하던 문제인데, 태블릿 시대가 오면서 더 큰 불편으로 다가온 거죠. 이에 미쓰비시 연필은 스크린에 비춰도 선명한 연필을 개발했어요. 흑연에 의한 광택을 최소로 줄여, 연필이 보다 검고 진하게 보이도록 만들었죠. 어떻게 한 걸까요?


일반 연필로 쓴 문자(왼쪽)와 유니 태블릿 수업 연필로 쓴 문자 ⓒ三菱鉛筆


기존의 연필은 흑연 입자가 균일하게 종이 위를 태우도록 만들어져 있어요. 부드러운 필기감은 가능하지만 이런 방식은 필연적으로 광택을 발생시켜요. 하지만 미쓰비시 연필은 흑연 입자의 크기와, 그 입자가 종이 위에 타는 방법을 바꿔 빛의 반사를 획기적으로 줄였어요. 동시에 독자적인 기술로 흑연을 배합해 부드러운 필기감은 그대로 유지했죠. 흑연의 제조법은 비밀에 부쳐지지만 특허를 취득할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았고요. 그 결과 필압이 낮은 아이들도 또렷하게 글자를 쓸 수 있고, 만족스러운 촬영물도 얻을 수 있게 됐어요.


미쓰비시 연필이 고민한 지점은 네이밍이었어요. 제품 차별화가 어려운 필기구 생태계에서 ‘유니 태블릿 수업 연필’이라는 이름은 지나치게 기능에만 충실한 이름으로 보였으니까요. 하지만 이 제품 경우 눈길을 끄는 위트보단 누구나 기능을 알기 쉬워야 한다고 판단했어요. 초등학교 저학년생의 필기구를 구매하는 건 보통 당사자인 아이들이 아닌 부모들이에요. 미쓰비시 연필은 ‘진하고 선명한 글자’가 공부에 도움이 된다고 여기는, 자신의 아이가 태블릿 수업에 적극적으로 임하길 바라는 부모의 마음을 공략한 것이죠.


매장 내 테스트 종이 ⓒ三菱鉛筆


ⓒ三菱鉛筆


그래서 매장의 테스트 종이도, 소위 깍두기 칸이라 불리는 아이들이 글씨를 연습하는 종이로 대체했어요. 대신 연필의 측면에는 귀여운 손글씨체로 태블릿 수업 연필이라는 레터링을 새겼죠. 이름을 쉽게 인지시켜 재구매를 독려하기 위해서예요. 디자인은 타깃인 초등학생보다 약간 윗 세대인 중고등학생을 공략해, 그라데이션 색상으로 했어요. 중고생들 사이의 유행은 반년 정도 늦게 초등학생에게 내려오는 경향이 있고, 십대에 한번 분 유행은 비교적 오래, 그리고 꽤 강하게 지속되는 특징이 있기 때문이에요.


향후 미쓰비시 연필은 태블릿 수업 연필 시리즈를 그림용 등으로도 확장할 계획인데요. 비슷해지기 쉬운 연필 시장에 ‘대디지털 시대에 필수적인 필기구’라는 틈새를 찾아낸 셈이죠. 그렇게 미쓰비시 연필의 신제품은 자기복제를 하면서 과거의 영화를 밀어붙이는 것이 아니라 시대와 호흡하면서 진화하고 있어요. 



#2. 공부력을 높여주는 볼펜의 탄생


수성 볼펜계에 신기원을 연 주인공은 앞서 소개드린 1979년작 유니볼이에요. 이 유니볼이 발전해 지금, 미쓰비시 연필의 시그니처가 된 제품이 ‘유니볼 원’이에요. 유니볼 원은 일반 겔 잉크와 달리 안료(물 등에 녹지 않는 색채가 든 미세한 분말)가 종이에 최대한 번지지 않아요. 그래서 검은색은 더 진하게, 본연의 색은 더 또렷하게 발색될 수 있고, 액체 성분이 지면에 빠르게 침투해 속건성도 높죠.


기존 제품(왼쪽)보다 진하고 선명한 유니볼 원 ⓒ三菱鉛筆


기존 제품(왼쪽)과 유니볼 원으로 쓴 필기 ⓒ三菱鉛筆


더 진하고 빨리 마르는 잉크를 만든 이유, 단지 사용성이 좋아서만은 아니에요. 미쓰비시 연필이 리쓰메이칸대학과 공동 연구를 했는데, 짙은 볼펜으로 필기한 내용이 더 강한 기억력을 남긴다는 결과를 얻었거든요. 일반 겔 잉크에 비해 유니볼 원의 노트로 필기한 내용을 공부했을 때 더 높은 단어 재생률과 정답율을 보였어요. 이 강력한 장점을 바탕으로 2021년 유니볼 원을 업그레이드한 버전, ‘유니볼 원 F’이 나왔어요. 330엔(약 3,300원)이라는 다소 높은 가격에도 출시 보름 만에 연간 목표의 70%를 달성하며, 타깃인 중고등학생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죠.


펜의 축 안에 내장된 금속 파이프(오렌지색 부분) ⓒ三菱鉛筆


그립이 있는 유니볼 원(위)과 없는 유니볼 원 F ⓒ日経クロストレンド


인기의 첫 번째 비결은 디자인이에요. 펜대 안에 긴 금속 파이프를 넣어 필기할 때 흔들림 없는 안정감을 유도했죠. 이때 스태빌라이저(stabilizer)라는 추의 위치를 다른 브랜드 제품과 달리 펜 끝이 아니라 손가락 끝 근처로 옮겼는데요. 덕분에 오랜 시간 사용해도 무겁다고 느껴지지 않아요. 펜 끝에 고무로 된 그립을 없애고, 몸통을 유선형의 디자인으로 감싼 것도 다른 펜에서는 찾을 수 없는 고급스러운 느낌을 줬어요. 세련된 디자인에 눈뜨기 시작한 십대의 마음을 저격한 거예요.


ⓒ三菱鉛筆


중고등학생을 타깃으로 한 경우 네이밍도 세심하게 고려해야 해요. 유니볼 원 F는 쨍한 원색보다 ‘빛바래고 아련한(faded)’ 색을 테마로 정했어요. 제품 각각의 이름은 일상의 사소한 풍경으로 했죠. 예를 들어 빛바랜 검정 색상의 이름은 ‘깜부기숯’으로, ‘불이 꺼지고 어둠과 정적에 휩싸일 무렵. 희미하게 사물의 윤곽이 떠오른다. 불빛은 없어지지만 별빛이 떠오른다.’라는 의미를 담은 거예요.


몇 개를 더 보자면요. 빛바랜 핑크의 이름은 ‘꽃안개’예요. ‘새로운 장소에서 새로운 생활이 시작되는 계절. 약간의 불안과 기대가 뒤섞인 채 한 걸음을 내딛다.’라는 설명이 곁들어 있죠. 빛바랜 파랑의 ‘서릿발’은 ‘추위가 심해질 때. 사계절의 색이 사라지고 잔고드름이 덮이기 시작한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고요. 이처럼 깜부기숯이라든지 꽃안개 같은 정서적인 네이밍을 통해, 그 색상의 이미지를 더욱 풍부하게 만들었어요.


유니볼 원 F의 한정 컬러들 ⓒ三菱鉛筆


유니볼 원 P ⓒ三菱鉛筆


유니볼 원의 이런 테마 색상들은 한번에 공개하지 않아요. 각각의 제품이 의미와 희소성을 가질 수 있도록 3~4개씩 한정 수량으로 공개되는 경우가 많죠. 공식 트위터 계정에서 신제품 출시를 공지하면 예약 구매와 오프라인 매장에선 매진이 일어나는 경우도 다반사고요. 신제품은 클래식 상품과 함께 진열해, 클래식 상품의 매출이 덩달아 오르는 시너지 효과도 얻고 있어요.


많고 많은 볼펜 중 그저 하나가 될 수도 있었지만, 이렇게 특색 있는 네이밍과 컨셉이 탄생할 수 있었던 비결이 있어요. 미쓰비시 연필이 사용자의 불편함이나 과학적 근거에 의해 필기구류에 신기술을 탑재해온 것처럼, 타깃군의 정서적인 측면까지 철저히 조사한다는 점이에요. 특히 네이밍을 고민할 땐 각종 설문조사와 SNS를 창구 삼아 십대들의 진짜 속마음을 들여다보기 위해 노력하죠.


유니볼 원의 ‘모닝 타임 스터디’, ‘데이 타임 스터디’, ‘나잇 타임 스터디’도 그 과정을 거쳐 탄생한 히트 상품이에요. #아침공부, #낮공부 #밤공부 등 공부 시간대마다 해시태그를 붙이고 이를 공유하는 십대들의 마음을 공략해 상품화했죠. 이처럼 SNS상에서 유행을 타고 개발한 상품이 더 있는데요. 재밌게도 샤프심이에요.



#3. ‘다꾸’와 ‘#공스타그램’에 올라탄 필기구


‘#공스타그램’을 아시나요? 책상 위 필기구나 노트, 자신이 공부하는 모습을 타임랩스 영상 등으로 찍어 SNS에 올리는 유행이에요. 일본에도 ‘벤쿄오카(勉強垢)’라는 공스타그램이 있어요. 인스타그램 속 ‘#勉強垢’ 게시물은 2024년 3월 기준으로 335만개가 넘어가죠. 이 인기를 눈여겨 본 미쓰비시 연필이 내논 상품이 샤프심이었어요. 샤프심 때문에 노트와 손이 더러워지는 게 싫다는 소비자 의견을 듣고, 문질러도 더러워지지 않고, 형광펜으로 그어도 번지지 않으며, 매끄럽게 써지기까지 하는 ‘유니 샤프심’을 리뉴얼한 거예요.


ⓒ三菱鉛筆


ⓒ三菱鉛筆


유니 샤프심에 앞서 SNS상의 유행에서 기회를 포착해 출시한 제품은 수성 사인펜 ‘에모트’예요. 공부에 사용하는 도구가 예쁠수록 SNS에 자랑하고 싶은 마음은 커지기 마련이잖아요. 2016년부터 인스타그램에 자신의 스케줄을 기록하는 라이프로그나 투두 리스트, 불렛저널 등 ‘다이어리 꾸미기’를 필기구와 함께 공개하는 유행이 느는 걸 보면서 미쓰비시 연필은 2019년 에모트를 내놓았어요. 아기자기한 필기를 즐기고, 사진 속에 살짝살짝 등장하는 잡화와 문구로 개성을 표현하는 여학생과 성인 여성을 타깃으로 했죠.


에모트는 가늘게 쓰기가 가능한 사인펜이에요. 펜촉에 아우터를 붙여, 기존의 사인펜과 달리 펜 끝이 부서지지 않고, 쓰다가 굵어지는 애로사항도 없어요. 디자인도 사인펜의 고정관념을 벗어났죠. 보통의 사인펜은 몸통을 해당 색상으로 온통 덮어버리지만, 에모트는 화이트를 기조로 10분의 1 정도만 색감을 넣었거든요. 고급스러운 화이트톤 디자인으로 어른용 제품이라는 걸 직감적으로 전달하죠.


ⓒ三菱鉛筆



ⓒ三菱鉛筆


에모트의 핵심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펜 끝이 부서지지 않는 0.4mm의 가는 사인펜이에요. 하지만 이를 이름으로 정하지는 않았어요. 그러면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없을 거라 판단해서예요. 대신 ‘생명력을 느끼는 아일랜드 컬러’, 마음이 뛰는 새롭지만 그리운 캔디 팝 컬러’, ‘꽃을 연상시키는 상냥한 플로럴 컬러’처럼 정서를 강조한 네이밍을 선택했죠.


그렇다면 미쓰비시 연필은 왜 디자인부터 네이밍, SNS의 흐름까지 미쓰비시 연필이 사소한 것을 사소하게 내버려두지 않는 걸까요? 필기구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이 변하고 있단 걸 알기 때문이에요. 이제 ‘좋은 걸 만들면 자연히 팔리는’ 법칙은 통하지 않는 시대예요. 소비자가 요구하는 ‘기능’에만 초점을 맞춘 상품은 얼마든지 만날 수 있게 된 거죠. 기능적 가치가 충족된 지금 차별화에 필요한 건 개인의 스타일을 뽐낼 수 있는, 소유하면 기분이 좋아지는 정서적 가치예요. 이것이 미쓰비시 연필이 기능적 가치와 정서적 가치를 모두 포용하는 상품에 최선을 다하는 이유죠.



#4. 그냥 에코 말고, 고급×에코 트렌드를 이끈다


요즘 소비자에게 정서적 가치를 불러일으키는 또 하나의 요소는 지속가능성이에요. 미쓰비시 연필은 2023년 업계 최초로 샤프심 리필 제품을 발매했어요. 보통의 샤프심은 플라스틱 통에 담겨 있는데, 그렇게 한 번 쓰고 버리는 케이스가 아깝다는 학생들의 의견을 듣고, 본체 4개분이 합쳐진 대용량 샤프심 리필용을 개발한 거예요.


케이스가 되어준 것은 골판지. 골판지는 종이 재질 중에서도 90% 이상 재활용이 가능해요. 골판지 회사 ‘렌고’와 함께 했는데, 이때도 미쓰비시 연필만을 위한 골판지 케이스를 따로 만들지 않고 렌고가 기존에 사용하던 포장재를 리폼해 케이스로 제작했어요. 재활용의 가치를 90% 이상으로 높인 셈이죠.



ⓒ三菱鉛筆



ⓒ三菱鉛筆


이와 함께 출시한 ‘유니 메탈 케이스’는 지속가능성과 더불어 소장 가치까지 한층 높인 제품이에요. 샤프심을 몇 번이고 케이스에 다시 채울 수 있는 슬라이드 형태의 심 케이스거든요. 플라스틱 케이스의 상위 호환 버전으로 조작성, 중랑감, 판의 두께 등이 탁월한 금속 케이스를 선택했는데 여기에도 정서적 가치가 고려됐어요. 슬라이드 방식으로 딸깍 하고 열리는 뚜껑은 마치 지포 라이터를 켜는 듯한 느낌을 줘요. 세련미와 고급스러움을 추구하는 학생, 성인들에게도 인기가 좋죠. 1,650엔(1만 6,500원)으로 비싸지만 SNS에서 입소문을 타고 출시와 동시에 매진됐어요.


또한 친환경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목소리를 반영해 B2B용 제품을 일반 소비자 제품으로 확대한 경우도 있어요. ‘제트스트림 해양 플라스틱’은 일본에서 회수한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와 일회용 콘택트 렌즈 케이스를 100% 재생해 만든 볼펜으로, 기업명을 각인해 기업 대상으로 판매하고 있었어요. 문구 업계에서는 처음으로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를 이용한 재생 상품’으로 인정돼 2022년 에코 마크 어워드 최고상을 수상하기도 했죠. 이 제품이 호응을 얻어 일반 소비자 상품으로 재탄생한 거예요.


ⓒ三菱鉛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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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판지를 사용한 샤프심 리필용, 재사용이 가능한 메탈 케이스, 그리고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라는 과거를 간직한 볼펜까지. 소비자에게 이 제품들은 단지 에코나 SDGs를 의식한 선택이 아니에요. 효용성과 소장 가치, 기호까지 반영된 현명한 선택이죠. 미쓰비시 연필은 지속가능성과 ‘사고 싶은 마음이 드는 제품’이 공존할 수 있음을 증명하며 100년의 유산에 머물기보다 미래를 향해 한걸음 내딛고 있어요.



필기구로 만들어내는, 개성의 시간들


2021년, 미쓰비시 연필은 필기구에서 벗어나 필기구 키트에 특화된 사업을 시작했어요. 주인공은 온라인 레슨 동영상 ‘라킷(Lakit)’이에요. 일러스트와 드로잉, 아트와 레터링, 수공예까지 각 장르의 크리에이터가 작품을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고, 이를 위해 필요한 키트를 구매하는 온디맨드 형식의 온라인 레슨이에요. 동영상만 구매해도, 키트를 함께 구매해도 좋아요. 키트까지 포함된 전체 구성품의 가격은 3,000엔대(약 3만원)부터 1만엔대(약 10만원)까지 다양해요.


몇 가지를 볼까요? ‘현실적인 색연필 그림 그리기’ 수업에선 색연필을 잡는 방법, 강약으로 칠하는 방법, 색을 섞는 방법 등 색연필의 기본적인 사용법과 테크닉을 알려줘요. 여기에 유니 컬러 펜슬과 노크식 지우개, 연필깎이 등 미쓰비시 연필 제품이 키트로 구성돼 있어요.


ⓒ三菱鉛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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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사와의 컬래버레이션도 얼마든지 가능해요. 핸드메이드 브랜드 ‘호비라 호바레(Hobbyra Hobbyre)’와 협업한 패턴 놀이 수업에선 호비라 호바레의 오리지널 사시코 천, 실과 바늘 등이 유니볼의 지울 수 있는 볼펜 ‘유니볼 R:E’와 함께 키트로 구성됐어요. 그 외에도 나만의 앨범 만들기나 프랑스 전통 수공예 카르토나쥬(cartonnage) 같은 문구의 영역을 뛰어넘는, 다양한 브랜드의 제품을 체험할 수 있는 레슨이 많이 있죠.


라킷의 목적은 여느 온라인 강의처럼 스킬을 향상시키는 것이 아니에요. 글씨를 쓰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소소하게 물건을 만지는 ‘한때’를 순수하게 즐기기 바라는 마음이 들어있죠. 그래서 라킷의 영상에는 빨리 돌리기 같은 기능도 없고, 만드는 방법을 효율적으로 가르쳐주는 테크닉도 없어요. 그보다는 크리에이터의 주도하에 따뜻하고 친밀한 분위기가 형성돼 있어요.


ⓒ三菱鉛筆


미쓰비시 연필의 핵심 원칙은 ‘unique’에서 파생한 브랜드 이름 ‘uni’에서 찾을 수 있어요. 유니란 단어 속에는 최고의 품질과 더불어 독특한 제품, ‘자신만의 방식으로 개성을 표현한 제품’이라는 뜻이 담겨 있거든요. 미쓰비시 연필은 이처럼 다양한 형태의 필기구를 제공하고, 때로는 시대와 공명하고 때로는 소비자의 목소리를 직접 들으면서, 그렇게 자신들의 원칙을 지켜나가고 있어요. 


또 하나. 미쓰비시 연필은 스스로를 필기구 메이커가 아니라, ‘표현 혁신의 기업’이라고 말하는데요. 그들이 추구하는 업의 정의대로 누구나 개성을 물씬 풍기는 일상이 도래할 때까지, 미쓰비시 연필의 ‘끝내주는 개발력’은 계속되지 않을까요? 지금껏 그래왔듯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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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erence

미쓰비시 연필 공식 웹사이트

라킷 공식 웹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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