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외형 쇼핑몰에겐 숙명적인 과제가 하나 있어요. 사람들이 일부러 찾아올 수 있도록 강력한 유인책을 마련해야 해요. 도심에 있는 오프라인 매장에서 고객의 발길을 불러모으는 것과는 난이도가 다르죠. 그래서 대부분 교외형 쇼핑몰은 명품 아웃렛 형태로 개발해요. 명품을 싸게 살 수 있단 강력한 혜택이 있으니까요.
그런데 ‘모리파크 아웃도어 빌리지’는 이러한 공식을 버렸어요. 이곳은 도쿄 도심에서 차로 약 1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에 있는데요. 명품 아웃렛이 아니라 아웃도어 전문 쇼핑몰로 구성했어요. 아웃도어 브랜드 제품을 할인해서 파는 것이 아니라 신상품을 파는 거예요. 일본에서 최초로요. 여기에다가 아웃도어 체험, 아웃도어 감성까지 더했죠.
그렇다면 모리파크 아웃도어 빌리지가 기존 공식을 깨고 아웃도어 전문 쇼핑몰을 만든 이유는 뭘까요? 그리고 성과는 어떻게 됐을까요?
오늘의 스토리는 글로벌 트렌드 유료 구독 서비스, ‘데일리트렌드’와 함께 하는 콘텐츠예요.
모리파크 아웃도어 빌리지 미리보기
• 아울렛이 아니라 신상을 파는 '전문' 쇼핑몰입니다
• 일본 최초이자 유일의 아웃도어 전문 쇼핑몰이 탄생한 이유
• 입점 브랜드들에게 모리파크란
일본에는 '모리파크 아웃도어 빌리지(Mori Park Outdoor Village, 이하 모리파크)‘란 상업시설이 있어요. 여기가 뭐하는 곳이냐고요? 일단은 리테일이고, 리테일 카테고리 중 하나로 분류하자면 '교외 쇼핑몰'로 분류될 수 있죠. 하지만 일반적인 교외 쇼핑몰하곤 많이 다르답니다.
한국에서 교외 쇼핑몰이라고 하면 스타필드 하남이나 파주 프리미엄 아울렛, 롯데 타임빌라스 같은 곳을 떠올리게 되지요? 외형적으로는 커다랗고 네모난 건물이거나 혹은 멋스러운 빌리지들이고, 주로 가족 단위로 찾는 패밀리형 시설들이에요. 방문하면 하게 되는 것들은 주로 산책, 쇼핑, 먹기 정도이고요. 모리파크는 여기에 섬세한 조건들이 더해진답니다.
• 우리는 아웃도어 매니아들을 위한 아웃도어 전문 쇼핑몰이에요.
• 방문하시면 하게 되는 것들은 암벽타기, 모닥불에 마시멜로 구워먹기, 카약 타기, 쇼핑하기, 먹기 등이 있죠.
저렇게나 많은 걸 할 수 있다면 이 공간은 상업시설이라기보다는 테마파크에 상점이 좀 붙어있는 게 아닐까란 생각도 드는데요. 이 시설은 구조도, 용도도 정확히 쇼핑몰이에요. 진화된 형태의 쇼핑몰에 가깝죠. 그렇다면 미래의 쇼핑몰이란 과연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요?
아울렛이 아니라 신상을 파는 '전문' 쇼핑몰입니다
모리파크는 2015년, 도쿄의 아키미사시 지역에 처음 들어섰어요. 근처에 아키시마 역이 있는데, 이 역은 등산 코스로 유명한 오쿠타마 지역으로 들어가는 초입이기도 해요. 이 공간에 들어서면 아웃도어 쪽에서 인기있는 브랜드들이 저마다 통나무 오두막 같은 점포를 하나씩 꿰차고 들어앉은 걸 볼 수 있어요. 이 점포들은 아울렛이 아니라 신상품을 파는 플래그십 규모 점포들이에요.
©MORIPARK Outdoor Village
©MORIPARK Outdoor Village
그 사이사이로는 몇 개의 광장이 보이는데요. 모닥불 체험이나 캠프 체험을 할 수 있는 커다란 '잔디 광장'과 거대한 '클라이밍 월', 카약이 돌아다닐 수 있는 '작은 연못' 같은 것들을 발견하게 된답니다. 먼저 몇 가지 이미지로 공간에 대한 이해도를 좀 넓히자면요. 아래가 상업시설 배치도예요. 스토어 공간이 널찍널찍하지요?
평면도는 이러해요. 평면도만 보면 딱 봐도 상업시설이지요? ©MORIPARK Outdoor Village
잔디 광장과 거대한 클라이밍 월 ©MORIPARK Outdoor Village
잔디 광장 주변을 흐르는 작은 연못 ©MORIPARK Outdoor Village
머릿속에 공간이 그려지셨죠? 뭔가 이렇게 놀기 좋은 상황이다 보니 모리파크는 주말이면 늘 붐빈답니다. 부모가 아이들과 오기도 하고, 아웃도어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오기도 하고요.
그런데 모리파크는 아마추어와 프로페셔널의 밸런스를 참 조화롭게 맞춰요. 아마추어들이 좋아하는 모닥불에 마시멜로 구워먹기나 카약 체험, 캠핑 체험 같은 것도 있는가 하면, 저 클라이밍 월은 또 국제대회 기준으로 만들어졌다고 해요. 진짜 프로들이 타는 월이어서 종종 진짜 프로 대회도 열린다는군요.
이밖에도 요즘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사우나 체험을 할 수 있는 북유럽식 사우나도 있고요. 트래킹 체험을 할 수 있는 200m가량의 작은 길들이 '통나무길', '그루터기 길', '우드칩의 길' 등의 이름으로 마련되어 있어요. 정말이지 '아웃도어'란 공간에서 경험할 수 있는 체험들은 다 들어간 느낌이에요. 실제론 어떤 모습인지 또 한번 사진으로 체크해 보자고요.
잔디 광장에서의 모닥불 체험 ©MORIPARK Outdoor Village
이러한 모리파크는 일본에서 최초의, 그리고 유일의 '아웃도어 전문 쇼핑몰'로 불려요. 보통 일반 교외형 쇼핑몰들이 여성, 남성, 아동, 스포츠를 다 아우르는데 비해, 이곳은 '아웃도어'라는 카테고리에 집중해 테넌트와 어메니티를 구성해요.
점포들은 모두 캐빈(cabin) 형태를 하고 있어요. ©MORIPARK Outdoor Village
(좌)스노우피크 매장 / (우)A&F 컨트리 매장 ©MORIPARK Outdoor Village
이런 기조는 F&B에도 그대로 투영된답니다. 모리파크 안에는 여러 레스토랑이 있는데, 그 중에는 스노우피크가 직영하는 Snow Peak & Eat와 몽벨(Montbell)이 직영하는 Harvesterrace도 포함되어 있어요. 정말 모든 것이 아웃도어 세상이에요. 그런데 과연 이 흥미로운 쇼핑몰은 장사가 얼마나 잘 되고 있는 것일까요?
Snow Peak & Eat Harvesterrace ©MORIPARK Outdoor Village
일본 최초이자 유일의 아웃도어 전문 쇼핑몰이 탄생한 이유
이 시설을 운영 중인 기업은 '쇼와히코오키 도시개발' 주식회사예요. '히코오키'는 '비행기'를 뜻해요. 사실 모기업인 '쇼와히코오키 공업'은 실제로 비행기 부품을 만드는 회사였어요. 무려 1937년 설립된 회사로 비행기나 관련 부품 등의 메이커였는데, 전후에 미군 접수 시설이 반환된 것을 계기로 1969년 이후 골프장을 비롯해 테니스 클럽 등을 개설하며 부동산 사업에 손을 대기 시작해요.
이 그룹은 1984년부터 아키시마역 인근에 대형 부지를 개발해 왔답니다. 북쪽 출구 에어리어에서 대형 복합시설 '모리타운'을 먼저 오픈했구요. 이후 단계적으로 시설을 확충하면서 현재는 쇼핑, 음식, 리조트, 엔터테인먼트를 집적해, 약 2,300대 규모의 주차장을 갖춘 교외형 쇼핑몰로 발전시켰어요.
모리파크의 경우는 모리타운 인근에 전쟁 전부터 쇼와히코오키가 보유하고 있던 오래된 비행기 공장터를 아웃도어 전문 쇼핑몰로 재개발한 거예요. 옆에 모리타운이 있다고는 해도, 사실 공장 부지가 리테일이 되는 과정은 의외로 쉽지 않아요. 리테일은 아무래도 트래픽이 많은 곳에 자리잡길 원하는데, 공장의 입지는 선호되는 리테일의 입지와는 다소 온도차가 있거든요.
이럴 때는 주변 사람들이 오는 '주변 고객 집객형'이 아니라, 근처에 살지 않는 사람, 전국에서 사람들이 일부러 찾아 오는 시설(일본 말로는 '광역집객형 시설')로서 설계를 하는데요. 모리파크도 이런 시설 중 하나예요. 그런데 광역집객형이 되려면 모름지기 강력한 유인책이 필요해요. 예를 들면 '명품 아울렛'은 바로 그 강력한 유인책이 될 수 있는 항목 중 하나죠. 명품을 싸게 살 수 있단 강력한 혜택이 있으니까요.
이런 게 없다면 그 다음부터는 뭔가 '테마파크' 같은 요소가 필요해요. 미국의 Jungle Jim's 슈퍼마켓이 이런 테마파크형 리테일로 광역집객을 하고 있는 대표적인 곳이라고 말씀 드린 바 있죠? 근데 이게 참 쉽지만은 않거든요. 테마파크형 시설이라는 게 초기 투자랑 관리비가 많이 들어가는데 고객이 생각만큼 안 와버리면 현금이 바싹바싹 마르게 돼요. 디즈니랜드를 제외한 많은 테마파크들이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도 바로 이것 때문이구요.
모리파크는 이 문제를 2가지 요소로 커버하고 있어요. 일단은 등산 트래픽이 많은 지역에 '아웃도어'라는 테마로 전문몰을 만들어 찾아오는 트래픽을 기본으로 유치하겠단 거고요. 보완책으로는 자체 시설에서 많은 이벤트를 열어 전국의 아웃도어 매니아들을 찾아오게 만들겠단 거죠. 즉, 얻어걸리는 트래픽 반, 스스로가 창출하는 트래픽 반이에요.
이 모리파크의 실적은 현재 따로 공표된 바는 없어요. 쇼와히코오키 도시개발이 모리파크 외에도 모리타운 및 여러 호텔과 스포츠 시설을 함께 운영하고 있는데 실적은 전체 합산으로 발표되거든요. 또 모리파크가 생긴 건 2015년이지만 쇼와히코오키 도시개발이 생긴 건 2020년이랍니다. 모기업에서 자회사를 만들어 분리시킨 형태이다 보니 쇼와히코오키 도시개발의 실적은 2022년 3월에 발표된 2021년 실적이 전부예요.
이 2021년 실적만 보자면 꿈의 실적에 가까워요. 매출 81억 엔(약 810억원)에 영업이익도 아닌 순익이 32억 엔(약 320억원)씩 떨어지는 꿀장사를 하고 있어요. 매출 40%가 따박따박 현금으로 남는 장사인 셈이죠. 그렇다면 모리파크는 잘 벌고 있는 것 같은데 입점한 브랜드는 어떨까요?
입점 브랜드들에게 모리파크란
입점 브랜드의 매출도 '상당히 양호하다'고 알려져 있어요. 2018년, 동양경제지와 The North Face 운영 기업인 골드윈이 인터뷰를 했었는데요. 쇼핑몰을 오픈하고 3년차였던 이때 이미 The North Face의 모리파크점은 주말 방문객이 2천 명에 달하는 인기 직영점으로 언급되고 있었죠.
쇼와히코오키 도시개발 또한 얼마 전 Diamond와의 인터뷰에서 모리파크 실적에 대해 이렇게 말했답니다.
"매출은 오픈 이래 매년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두 달 휴업하면서 한때 주춤했지만 코로나19 사태는 아웃도어에는 훈풍이 되어주어, 휴업을 마치자마자 매출이 50% 증가했어요."
모리파크에 입점한 브랜드들은 대부분 '플래그십' 규모의 스토어를 운영하고 있어요. 브랜드들에게도 모리파크는 각별한 쇼핑몰인데요. 점원도 그렇고 관리자도 그렇고 다들 아웃도어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보니, 뭐랄까 아웃도어 축제가 늘 벌어지는 곳이랄까요?
여기 매장을 두고 있는 A&F의 경우 신주쿠에 본점이 있긴 하지만, 이곳에 더 큰 매장을 두고 있어요. 모리파크에서는 자신들의 텐트를 야외에 직접 펼쳐서 보여주고 의자도 소비자들이 조립했다 폈다 해볼 수 있는 데다 넓은 스페이스에서 세계관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죠.
©MORIPARK Outdoor Village
스노우피크도 이 모리파크 내에는 자체적으로 '모닥불 라운지(Takibi Lounge)'란 최초의 컨셉 시설을 운영 중이랍니다. 커플이나 친구들끼리 5,500엔(약 5만 5천원)을 내고 모닥불 놀이를 할 수 있는 라운지예요.
©스노우피크
재미난 시설이죠? 과연 미래의 쇼핑몰은 어떤 모습이라야 사람들을 끌어당길 수 있을까요? 소비자들을 끌어모으려면 매출에 대한 설계, 트래픽에 대한 설계, 재방문에 대한 설계가 꼼꼼히 이뤄져야 하는데, '전문 쇼핑몰'이란 세계는 어쩌면 매니아들을 지속적으로 불러들이는 데에는 유력한 발상이지 않을까 싶어요.
Refere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