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시 세끼라는 것도 다 옛말이에요. 바쁜 현대 사회에 아침, 점심, 저녁 식사를 다 챙겨 먹는 일은 어느새 비현실적인 일이 됐죠. 어디 그뿐인가요? 바쁜 것만 문제가 아니라 밥 말고도 먹을거리가 한두 개가 아니에요. 운동 전후에 먹을 프로틴 바, 아침 대용으로 먹기 좋은 요거트, 이번 주에 편의점에서 새로 출시한 신상 과자까지. 이걸 먹다 보면 이미 배가 부르죠.
Z세대 사이에서는 이미 간식으로 주식을 대체하는 트렌드가 퍼져 있어요. 주식과 간식의 위치는 어느 순간 역전되어버렸죠. MZ 세대의 가치관과 특성, 그리고 사회 트렌드를 연구하는 뉴 스탠더드(NEW STANDARD)의 ‘뉴 스탠더드 싱크탱크’는 이런 식습관을 가진 사람들을 가리켜 ‘체인 스내커(Chain snacker)’라 이름 붙였어요.
그런데 뉴 스탠더드 싱크탱크는 트렌디한 식습관을 조사하면서 한 가지 발견을 하게 돼요. Z세대를 중심으로 음식의 가치가 더욱 고도화되고 있었거든요. 어떻게냐고요? 이제 음식이 ‘나다움’을 드러내는 새로운 수단 중 하나가 된 거죠. 이밖에도 뉴 스탠더드 싱크탱크가 발행한 여름 분기 리포트에서는 다양한 사례가 있었는데요. 지금부터 식습관 특집호 속으로 들어가 볼게요.
뉴 스탠더드 싱크탱크 여름 분기 리포트 미리보기
• #1. 나답게 식사하며 자아실현하는 세대
• #2. 화제의 제품과 서비스에는 새로운 관점이 있다
• #3. 트렌드가 새 트렌드를 불러일으키는 메커니즘
• Z세대가 직접 소개하는 Z세대
시부야 한복판에 ‘집 이자카야’가 열렸어요. 시부야에는 젊은이와 관광객이 한데 섞여 항상 유동 인구가 넘치는데요. 이렇게 떠들썩한 거리 한가운데에 위치한 집에 방문해 편안하게 술을 마실 수 있는 거죠. 거리에서의 ‘홈술’이 가능한 이 이자카야의 이름은 ‘그 사람의 집’이에요. 여기서 ‘그 사람’이란 누구를 가리킬까요?
©경월 Green '그 사람의 집' PR 사무국
집주인인 ‘그 사람’은 한 명이 아니라 총 다섯 명이었어요. 소꿉친구이자 연예인 지망생인 요시다, 휴일마다 캠핑을 떠나는 아웃도어 애호가 사토, 타로점을 부업으로 봐주는 선배 스즈키, 음악을 좋아하는 고등학교 동창 후지타, 일보다 사랑을 좋아하는 연애 체질 후배 사카모토까지. 날마다 달라지는 다섯 명의 집 주인이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는 사람들을 반겨주죠.
©경월 Green '그 사람의 집' PR 사무국
‘그 사람의 집’에서는 집주인만 매일 바뀌는 게 아니에요. 집 주인이 바뀌면 실내 레이아웃부터 가구나 물건까지 집주인의 취향과 센스에 맞춰 달라지죠. 예를 들어 음악을 좋아하는 후지타의 집은 어떤 모습인지 볼게요. 후지타는 학생 시절부터 밴드 활동을 했고, 지금은 아르바이트를 하며 싱어송라이터에 대한 꿈을 키워가는 중이에요. 예술적 감각과 센스가 뛰어난 후지타의 성향은 인테리어에 그대로 반영되어 있죠.
©경월 Green '그 사람의 집' PR 사무국
©경월 Green '그 사람의 집' PR 사무국
©경월 Green '그 사람의 집' PR 사무국
보통 집마다 인테리어가 다른 건 당연해요. 하지만 집이 한 채라면 이야기가 달라지죠. 어떻게 집은 하나뿐인데 집주인과 실내 인테리어가 매일 바뀔 수 있냐고요? 그건 이곳이 진짜 거주용 집이 아니라 주류기업 산토리에서 만든 팝업 이자카야이기 때문이에요.
산토리는 한국에서 ‘경월 Green’이라는 술을 수입해 판매하고 있는데요. 2022년에 제품 리뉴얼을 거치며 메인 타깃을 20대와 30대 등 젊은 층으로 변경했어요. 그리고 ‘즐거운 술이, 좋은 술’이라는 메시지를 축으로 삼고 적극적으로 젊은 층 팬을 확대하기로 했죠.
산토리는 경월 Green을 즐길 수 있는 몰입형 체험 시설을 5일 한정으로 오픈했어요. 그리고 이 집에 초대할 방문객을 특설 홈페이지를 통해 미리 접수받았죠. 방문객이 도착하면 가상의 세계관을 가지고 설정한 집주인이 반갑게 이들을 맞이해요. 곧이어 서로의 근황을 나누는 등 전대미문의 롤플레잉이 시작되죠.
특이한 건 집주인에 따라 술 마시는 방법이 다 다르다는 거예요. 탄산수와 마시는 기본 조합 이외에도, 차, 마멀레이드, 산초 등 조미료를 더해 술을 즐길 수 있어요. 집주인의 냉장고나 방에 있는 스낵을 안주 삼아 먹기도 하고요.
이번 팝업을 기획하면서 산토리는 젊은 층을 대상으로 실시한 음주 장소 관련 설문 결과를 참고했어요. 설문에 참여한 젊은 세대의 약 60%가 새로운 만남이나 커뮤니케이션이 생기는 음주 장소를 필요로 하고 있었죠. 그리고 약 80%가 이런 장소가 부족하다고 답했고요. 그래서 산토리가 젊은 세대를 위해 누군가와 편안하게 술 마시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한 거예요.
MZ 세대의 가치관과 특성, 그리고 사회 트렌드를 연구하는 MZ 전문 기업 ‘뉴 스탠더드(NEW STANDARD)’는 자체 미디어를 통해 ‘그 사람의 집’을 소개했어요. 그리고 사내 연구조직인 ‘뉴 스탠더드 싱크탱크(NEW STANDARD THINK TANK)’는 이 프로모션의 성공 요인은 ‘실패는 하고 싶지 않지만 모험은 하고 싶은 Z세대의 심리’를 저격한 것이라 분석했죠. 젊은 층이 리스크 없이 몰입할 수 있는 ‘안전한 모험’을 설계함으로써 Z세대와의 신뢰 관계를 형성했다면서 말이에요.
이처럼 뉴 스탠더드 싱크탱크는 분기마다 리포트를 발행하며 화제의 제품, 서비스, 트렌드 속에 담긴 다층적인 의미들을 소개하는데요. 이번에 소개할 리포트는 가장 최근에 공개한 ‘여름 분기 리포트’예요. 특히 이번 발행 호에서는 최초로 ‘식습관 특집’을 선보였어요. 그렇다면 Z세대의 식습관은 어디서 어디로 흘러가고 있을까요?
#1. 나답게 식사하며 자아실현하는 세대
음식을 먹지 않는 사람은 없어요. 그런데 같은 날 같은 시간에 같은 음식을 먹는 사람은 한 명도 없어요. 개인의 식습관은 가치관이나 라이프 스타일, 사회적 배경이나 물가 등 다양한 요인이 복잡하게 뒤얽혀서 형성되기 때문이에요. 뉴 스탠더드 싱크탱크가 MZ 세대를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트렌드가 형성되고 있다는 걸 발견했어요. 그래서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는 5개의 식습관을 정리했죠. 이중 3개를 소개할게요.
©New Standard
우선 첫째는 ‘네오 푸디(Neo Foodie)’예요. 유행하는 맛집 정보를 인스타그램이나 틱톡 등 소셜 미디어에서 얻은 다음, 도장 깨기 하듯 직접 찾아가 체험하는 사람들을 의미해요. 이들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집에 머무르는 동안 미식 체험에 대한 집착이 강해졌는데요. SNS는 이 갈증에 기름을 끼얹었어요. SNS 앱을 열 때마다 친구들이 화제의 음식점을 방문해 업로드한 사진이나 동영상이 보였으니까요. 관련 정보가 넘쳐 흐르는 만큼 외식 체험에 대해 적극적일 수밖에 없어요.
뉴 스탠더드 싱크탱크는 설문 조사로부터 Z세대가 적극적으로 외식을 하는 또 다른 동인을 찾아냈어요. 결과에 따르면 Z세대가 외식을 하는 이유 1위는 ‘사람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해서였죠. 식사 자리를 통해 친구를 사귀거나, 지인과의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만드는 거예요. 뉴 스탠더드 싱크탱크는 네오 푸디를 소개하면서, 이들을 위한 ‘밥 친구 매칭 앱’ 개발 아이디어를 제시했어요. 예를 들어 화제의 신상 맛집에 함께 갈 밥 친구를 찾아주거나, 음식 취향을 프로필에 등록하면 나에게 딱 맞는 밥 친구를 찾아주는 거죠.
두 번째 식습관 트렌드는 ‘밥 취소족’이에요. 공교롭게도 이 트렌드는 ‘네오 푸디’와 정반대의 양상을 보여줘요. 네오 푸디가 적극적으로 음식을 체험하는 사람들이라면, ‘밥 취소족’은 식사 자체에 흥미가 없는 사람들이거든요. 이들은 식사라는 행위에 긍정적이지 않아요. 그래서 자주 끼니를 거르죠.
이유는 다양해요. 인터뷰 조사에 따르면 ‘귀찮다’, ‘혼자 살기 때문에 만들어 먹는다는 행위가 허무하다’, ‘애초에 배가 별로 안 고프다’, ‘차라리 수면이나 취미에 시간을 더 쓰고 싶다’ 등의 이유가 있었죠. 라이프스타일이나 성향에 따라 개인차가 복잡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어요.
그렇다면 망설임 없이 밥을 포기한 Z세대가 더 중요시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이들에게 식사보다 우선시하는 것을 물어봤더니, 1위가 수면(33%)이었어요. 2위는 일이나 학교 공부(24%), 3위는 취미나 오락(17%)이었죠. 뉴 스탠더드 싱크탱크는 ‘밥 취소족’ 트렌드에는 2가지 요소가 영향을 끼친다고 분석했어요. 하나는 먹으려고 한다면 언제든지 먹을 수 있다는 사회적 풍요였고, 다른 하나는 급상승한 식비 물가로 인해 나타난 Z세대의 방어 본능이었죠.
리포트는 이들을 타깃 하는 새로운 서비스로 ‘완전식’을 제안했어요. 시간적인 여유가 없거나, 식사 자체를 번거롭다고 느끼는 사람들을 위해 간편하고 효율적으로 영양을 섭취할 수 있는 식사를 만들어 판매하는 거예요. 한 입 크기로 먹을 수 있는 완전식이 있으면 다른 일을 하면서 스트레스 없이 식사를 병행할 수 있고, 하루 영양도 챙길 수 있어요.
마지막 식습관 트렌드는 ‘체인 스내커(Chain snacker)’예요. 주식과 간식이 역전된 사람들을 의미하죠. 이들은 ‘밥 취소족’과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식사보다 효율을 더 중요시해서 밥 대용으로 간식을 먹으며 식사를 때우죠. 최근 들어 다양하게 출시되고 있는 기능성 간식, 맛도 좋고 몸에도 좋은 건강한 간식 등은 체인 스내커들을 든든하게 지원해요.
간식으로 주식을 대체하는 Z세대는 얼마나 될까요? 조사 결과에 따르면 Z세대의 25%가 일주일에 1~2회 이상 식사를 간식으로 대신하고 있었어요. 간식이라고 해서 종류가 한두 가지만 있는 게 아니에요. 과자는 물론 요구르트나 프로틴, 말린 과일 등 종류가 다양하죠. 특히 칼슘이나 단백질이 포함된 기능성 간식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고요. 그러니 간식과 주식의 상황이 역전되는 게 당연한지도 몰라요.
뉴 스탠더드 싱크탱크는 체인 스내커들을 위해 편의점이 스낵 구독 서비스를 개발할 것을 제안했어요. 최근 편의점들이 경쟁하듯 주기적으로 신상품을 출시하고 있어서, 이걸 맛보려고 편의점에 방문하는 고객들이 많거든요. 만약 편의점이 체인 스내커들을 위한 신상 스낵 구독 서비스를 시작한다면, 더 적극적으로 새로운 스낵을 모험할 거예요.
리포트는 총 다섯 가지의 새로운 식습관 트렌드를 ‘식사 우선도’와 ‘식사 탐구심’이라는 두 가지 축으로 나누어 매트릭스에 그려 넣었어요. 이렇게 보니 Z세대를 중심으로 음식의 가치는 더욱 고도화되고 있었죠. 과거에는 음식이 단지 영양을 섭취하거나 맛을 추구하는 수단이었다면, 이제는 음식이 나만의 가치관을 표현하거나 개성을 드러내는 데 쓰이고 있으니까요. ‘나답게 먹는 식사’는 이제 자아실현의 새로운 수단이에요.
©New Standard
#2. 화제의 제품과 서비스에는 새로운 관점이 있다
뉴 스탠더드 싱크탱크는 매월 핫 토픽을 선정해 그 주제에 맞는 트렌디한 서비스와 제품을 소개하고 있어요. 분기마다 발행하는 리포트는 지난 3개월 동안 발행한 기사를 한데 모은 집약체이기도 하죠. 특히 2024년 2월부터 4월까지의 내용을 담은 이번 여름 리포트는 핫 토픽으로 음료와 식품 등을 선정해 다루고 있는데요. 가히 식습관 특집이라 부를만하죠. 그중 3가지를 소개할게요.
첫째는 미래를 미리 맛볼 수 있는 음료예요. 예를 들어 볼게요. 코카콜라에서 ‘Y3000’라는 이름의 한정 제품을 출시했어요. 이 제품은 이름처럼 3000년에 존재할 법한 콜라로 미래 시점의 맛을 구현한 거예요. 제품 개발을 위해 코카콜라는 먼저 소비자가 상상하는 '미래의 맛'은 어떤 것인지 조사했어요. 그 후 수집한 정보를 토대로 AI가 맛을 최종 완성했죠. AI는 맛뿐만이 아니라 콜라 캔 디자인도 도맡았어요. 진짜 미래에 있을 법한 색조가 특징이에요.
©The Coca‑Cola Company
뉴 스탠더드 싱크탱크는 이 제품을 보며 AI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관점이 바뀌고 있다는 걸 감지했어요. 이전에는 AI 기술의 발전은 곧 인간의 일을 빼앗는 것을 의미했어요. 하지만 이제 사람들은 상품 개발이나 프로모션 등에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죠. 특히 창조성을 발휘해야 하는 영역에서 AI는 든든한 조력자예요. 이 리포트에서 뉴 스탠더드 싱크탱크는 젊은 세대일수록 미지의 맛이나 특별한 맛을 경험하고 싶어 하기 때문에 코카콜라처럼 AI를 잘 다루고 활용하는 법을 익혀야 한다고 조언했어요.
두 번째는 차로 마시는 ‘차 프로틴’이에요. 한방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데이리리(DAYLILY)'가 '타이완 티 프로틴(TAIWAN TEA PROTEIN)’을 출시했는데요. 이 제품은 대만의 전통차를 베이스로 하고, 동시에 설탕이나 인공 감미료, 합성 착색료, 보존료 등을 일절 배제했어요. 평소에 운동을 잘하지 않는 사람, 혹은 미용에 신경을 많이 쓰는 사람에게 적합하죠.
©DAYLILY
©DAYLILY
데이리리는 차를 기반으로 한 음료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점, 그리고 바쁜 라이프스타일에 어울리는 영양 보조식품이 수요 증가를 보이는 점에 착안해 이 제품을 개발했어요. 지금까지는 사람들이 근육 트레이닝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의식적으로 프로틴을 섭취해 왔다면, 이 제품은 누구나 차를 마시듯 향을 즐기며 자연스럽게 단백질을 섭취하도록 도와줘요.
마지막으로는 교토에 위치한 한 주스 전문점의 서비스를 소개할게요. 믹스 주스 전문점 ‘코너 믹스(CORNER MIX)’는 독특한 믹스 주스 기계를 도입했는데요. 이 기계는 전력 없이도 사용할 수 있어요. 사람이 직접 발로 돌리면 기계가 작동되거든요.
지속 가능한 믹스 기계의 이름은 ‘믹스 바이크(MIX BIKE)’예요. 사람이 자전거를 타서 스스로 믹스 주스를 만들 수 있는 기계죠. 사용 방법도 간단해요. 믹서 안에 재료를 넣은 다음, 자전거 안장 위에 올라타 30초에서 1분 동안만 페달을 밟으면 주스가 완성돼요. 코너 믹스에서는 매출의 일부를 시의 공원 정비 사업에 기부하고, 이 금액은 주로 아이들이 뛰어노는 놀이터에 쓰여요.
©MAGASINN
©MAGASINN
리포트에서는 이제 음료 전문점들이 브랜드를 차별화하는 방식이 많이 달라졌다고 설명했어요. 이전에는 독자적으로 개발한 메뉴나 독특한 서비스로 차별화를 꾀했다면, 이제 창의적인 경험 가치를 만들어 차별화를 시도하니까요. 코너 믹스가 지속가능성과 놀이를 융합시켜 인터랙티브한 체험을 만들고, 기부를 통해 지역 커뮤니티를 지원한 것처럼요.
뉴 스탠더드 싱크탱크가 최근 3개월간 ‘먼슬리 핫 토픽’으로 선정한 제품과 서비스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어요. 겉만 보면 그저 소재나 기획, 마케팅이 신선해서 화제가 된 것 같지만, 그 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라이프스타일과 사고방식이 변화하는 방향이 보인다는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트렌드가 됐다는 사실 그 자체는 중요하지 않아요. 이 제품과 서비스가 왜 하필 지금 트렌드가 됐는지가 더 중요하죠. 뉴 스탠더드 싱크탱크의 분석이 더 의미 있는 이유예요.
#3. 트렌드가 새 트렌드를 불러일으키는 메커니즘
총 186페이지가 되는 분기 리포트에는 뉴 스탠더드 싱크탱크가 MZ 세대에 관한 조사를 실시하면서 캐치한 ‘주목하면 좋은 키워드’도 실려 있어요. Z세대는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서 독자적인 가치관과 행동 양식을 형성해 나가는데요. 뉴 스탠더드 싱크탱크에서 선정한 키워드들을 보면 Z세대의 새로운 가치관이 무엇인지 좀 더 쉽게 알 수 있어요.
여름 분기 리포트에 담긴 3개의 키워드 중 2가지를 소개할게요. 첫 번째는 Z세대의 가치관에 관한 키워드로, ‘오센틱(Authentic)’이에요. 오센틱은 ‘진짜의, 충실한, 신뢰할 수 있는’ 등의 뜻을 가진 형용사예요. 미국의 사전 출판사 ‘메리엄-웹스터(merriam-webster)’는 2023년 올해의 단어로 오센틱을 선정했죠. 원래도 검색량이 많았지만 2023년에는 더욱 검색 수가 늘어나며 기업과 브랜드에서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가 됐어요.
메리엄-웹스터의 해설에 따르면, 작년 한 해 오센틱에 대한 관심을 높인 주 요인은 생성 AI의 대두예요. 생성 AI가 진짜인지 페이크인지 구분하기 어렵도록 경계선을 모호하게 만들자, 우리 모두 ‘진실성’에 대한 의문을 품게 됐죠.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사람들은 더 진실한 것을 찾아나가기 시작했어요. 특히 대중을 상대로 하는 문화 예술 업계와 소셜 미디어에서는 오센틱의 중요성이 더 커져가고 있어요.
예를 들어 볼게요. 소셜 미디어에서는 ‘디인플루언싱(de-influencing)’이 새로운 무브먼트로 자리 잡고 있는데요. 사람들은 이제 광고비를 받고 상품을 홍보하는 인플루언서가 아니라, 오히려 제품에 대한 의견을 솔직하게 말하거나 비판적인 입장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크리에이터들을 지지해요.
한편 소셜 미디어 서비스 자체에서도 리얼함을 찾기 시작했어요. 대표적인 SNS로 비리얼(BeReal)이 있죠. 비리얼은 ‘안티 인스타그램’을 지향하며 등장했는데, 가공되지 않은 진짜 일상을 보여주자는 것이 컨셉이에요. 사용자들은 하루에 한 번 알람이 불규칙한 시간에 울리면, 2분 이내로 사진을 찍어 업로드해야 하죠. 비리얼은 일본에서 2023년 초부터 인기를 얻기 시작했는데, 2024년 1월 월간 이용자 수가 전년 동월 대비 10배 이상 증가했어요. 꾸며낸 모습이 아니라 리얼한 모습에 더 큰 가치를 두는 사람들이 늘어난 거예요.
©BeReal
뉴 스탠더드 싱크탱크는 이런 현상과 관련해 생성형 AI의 대두는 오히려 ‘진짜’에 대한 새로운 갈망을 만들어냈다고 설명했어요. 이제 기업과 브랜드에도 오센틱한 자세가 필요하다면서요. 예전에는 브랜딩을 할 때 특정한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 중요했다면, 이제는 스스로의 철학과 신념에 충실한 모습이 더 인정받아요.
다음은 Z세대의 소비 행동에 관한 키워드인, ‘머니 디스모피아(Money Dysmorphia)’예요. 자신의 재정적인 상황에 대해 왜곡된 시각을 가지고 있는 것을 의미하죠. 특히 재정 상황이 좋은데도 불구하고 돈이 없다고 생각하며 불안해하는 상태를 가리키는데요. 이는 다른 사람은 의식조차 하지 못하는 신체적 결함이 자신에게 있다고 느끼며 괴로워하는 ‘보디 디스모피아(Body Dysmorphia)’와 유사해요. 2023년 11월에 미국 ABC 방송사의 아침 프로그램 '굿모닝 아메리카'에 소개된 이후, 각종 미디어에서 이 용어를 언급하게 됐어요.
이런 사람들이 얼마나 많냐고요? Credit Karma가 미국의 18세 이상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약 29%가 머니 디스모피아를 경험하고 있다고 답했어요. 그중에서도 두드러지는 것은 MZ 세대였죠. Z세대에서는 43%, 밀레니얼 세대에서는 41%가 ‘그렇다’고 답변했거든요. X세대에서 25%, 59세 이상에서 14%가 ‘그렇다’고 답변한 것과 현저한 차이가 있어요.
금전 감각과 관련해 현실과 인식 사이의 괴리감을 키우는 주범은 SNS예요. 소셜 미디어에서는 셀럽과 인플루언서들이 화려하게 생활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으니까요. 이들과의 비교는 사람들을 점점 불안하게 만들거나 돈에 집착하게 만들고, 건강하게 경제적 목표를 달성하려는 동기부여를 해칠 가능성도 있죠.
뉴 스탠더드 싱크탱크는 금전 감각의 왜곡이 사람들의 올바른 판단을 막는다고 밝혔어요. 더불어 자신의 경제 상황을 있는 그대로 직면하고 타인과 비교하지 않는 습관이 필요하다고 조언했죠. 또 이럴 때야말로 ‘금융 문해력’이 나답게 살기 위한 필수 생활 기술이라고 강조했고요.
Z세대가 직접 소개하는 Z세대
뉴 스탠더드 싱크탱크에서 약 200페이지 가량 되는 분기별 리포트를 기획하고 만드는 것은 Z세대예요. 자기 자신이 속한 세대에 대한 인사이트를 직접 발굴하고 설명하는 거죠. 이때 한 가지 독특한 점이 있는데요. 결과물인 리포트를 공유할 뿐만 아니라 편집 회의 당시의 대화를 생생히 기록해 과정까지 함께 공개한다는 거예요. 이걸 보면 Z세대 당사자의 관점에서 트렌드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알 수 있죠.
©New Standard
“‘젊은 층의 트렌드나 소비 행동에 대해 이해가 불충분하다’고 느끼는 분이나, ‘창조적인 방법으로 젊은 층의 시장, 특히 Z세대에 접근하고 싶다’라고 하는 분들을 위해 뉴 스탠더드 싱크탱크의 정례 미팅 현장을 공개합니다. 화제의 이벤트에 대한 Z세대의 인사이트를 알아보면서, 새로운 가치를 생각하는 브레인스토밍 회의 모습을 꼭 들여다 봐주세요.”
-뉴 스탠더드 홈페이지에서
Z세대를 새로운 타깃으로 상정한 상품이나 브랜드를 기획하고 싶지만, 정작 그들이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파악하기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많을 거예요. 트렌드의 속도 변화는 너무 빨라서 따라잡기도 어려울뿐더러, 취미나 개성이 워낙 세분화된 나머지 일일이 알아보기도 쉽지 않죠. 그렇다면 Z세대의 시선과 글로 직접 설명하는 뉴 스탠더드의 리포트를 참고해 보세요. 트렌드와 가치관을 분기별로 정리하는 것은 물론, 이들의 솔직한 생각이 담긴 편집 후기까지 살펴볼 수 있으니까요.
Reference
- 뉴 스탠더드 공식 홈페이지
- 뉴 스탠더드 싱크탱크 여름 분기 리포트
- 비리얼 공식 홈페이지
- 코너 믹스 공식 홈페이지
- 데일리리 공식 홈페이지
- 코카콜라 공식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