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코니코 렌터카’에서는 2525엔에 12시간 동안 차를 빌릴 수 있습니다. 주요 렌터카 업체, 심지어 카쉐어링 업체의 반값 이하입니다. 비결은 렌터카 부지, 차량 등의 투자비를 창의적으로 절감한 데 있습니다.
니코니코 렌터카 미리보기
• 반값 렌터카의 포문을 열다
• #1 돈 ‘받고’ 빌려 쓰는 부지
• #2 차는 굴러가기만 하면 된다
• #3 사람도 나눈다
• 거부할 수 없는 제안
• 자투리 시간도 금이다
자투리에도 자투리가 있습니다. 일본의 코인 주차장에선 담배, 음료 등을 판매하는 자판기를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코인 주차장은 애초에 빌딩 숲 사이, 주택가 골목 등 차 한두 대가 간신히 들어갈 자투리땅을 임대해, 무인 정산기와 자동 걸림 장치만 설치한 주차장입니다. 노는 공간이 주차장으로 재탄생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마지막 남은 수익화 가능성까지 끌어 올립니다.
없던 공간을 만든다고 필컴퍼니처럼 허공만 바라볼 필요는 없습니다. 눈길 닿는 곳곳에 없는 것이나 다름없는 허공 같은 공간이 있습니다. 필컴퍼니가 코인 주차장에 관심을 가졌다면 ‘니코니코 렌터카’는 주유소에 주목했습니다. 운행 반경을 고려해 널따랗게 조성한 주유소 부지는, 차가 자주 드나들긴 해도 대부분 비어 있습니다. 니코니코 렌터카는 쓸모없는 땅의 쓸모를 찾아서 렌터카 사업을 새롭게 펼쳤습니다.
반값 렌터카의 포문을 열다
니코니코 렌터카에서는 2525엔에 소형차를 12시간 동안 빌릴 수 있습니다. 주요 렌터카 업체, 심지어 카쉐어링 업체의 반값 이하입니다. 파격적인 가격을 무기로 2008년 출범 이후 매년 두 자릿수 성장률을 거듭했습니다. 2016년 기준 영업소는 1400개로, 업계 1위 토요타 렌터카의 영업소 1200개를 훌쩍 넘습니다. 니코니코 렌터카의 성공은 카벨, 원스네트워크 등 유사한 저가 렌터카 업체들의 시장 참여를 자극하여 렌터카 시장의 저변을 넓히기도 했습니다. 2014년 일본 5대 렌터카 업체의 영업소 수는 3700개로 2008년보다 소폭 증가했지만, 저가형 렌터카 업체 4개사는 2100개로 네 배나 급증했습니다. 남의 파이 뺏어오기식의 성장이 아니라 렌터카 수요 자체를 끌어올렸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렌터카는 부지, 차량, 정비시설, 인력 등 자본이 많이 들어가는 대표적인 장치산업입니다. 그래서 필요 자산을 갖추고 있고, 관련 비즈니스를 하는 모기업과 시너지가 있을 때 저가 렌터카 업체를 운영하기에 유리합니다. 중고차 딜러인 카벨과 플라티, 코인 주차장을 운영하는 타임스 등이 모기업의 자산을 활용한 대표적인 저가 렌터카 업체들입니다. 하지만 니코니코 렌터카는 경쟁사와 달리 모기업의 지원을 받지 않습니다. 니코니코 렌터카는 어떻게 모기업도 없이 이 자본 비용을 다 부담하고 가격까지 반값으로 낮출 수 있었을까요?
#1 돈 ‘받고’ 빌려 쓰는 부지
니코니코 렌터카는 렌터카 부지를 매입하지 않습니다. 대신 부지를 이미 가지고 있는 업자들을 가맹점으로 모집합니다. 렌터카를 위한 전용 부지는 아니고, 본업을 영위하면서 남는 공간들입니다. 가맹점의 80%를 차지하는 주유소뿐 아니라 중고차 판매 업체, 카센터 등 자동차 관련 업종 그리고 서점, 대형 마트, 비디오 대여점까지 있습니다. 큰 투자비용 없이 보유 자원을 활용해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할 수 있기에 가맹 신청이 줄을 잇습니다. 생활 밀접형 서비스이다 보니 대개 접근성이 좋아 고객도 편리한 건 덤입니다. 여기에 가맹점주는 본업과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렌터카의 기름을 채워 넣거나, 세차를 하는 등 추가적인 매출을 올릴 수 있고, 니코니코 렌터카를 통해 홍보 효과도 누릴 수 있습니다.
주유소에 니코니코 렌터카 차량인 혼다 2대가 서 있습니다. ⓒ시티호퍼스
카센터를 활용한 니코니코 렌터카입니다. ⓒ시티호퍼스
더 재밌는 건 부지를 내주는 이들이 가맹비까지 낸다는 것입니다. 대신 가맹점주는 보유 자산의 일부를 활용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형태의 가맹점에 비해 초기 가맹비를 낮출 수 있고, 수익 배분 구조에서도 더 유리합니다. 한편 니코니코 렌터카는 임대료 등의 고정비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또한 적정 부지를 찾기 위한 인력을 많이 두지 않아도 됩니다. 코인 주차장 선두주자인 ‘파크 24’의 경우, 이런 부지를 찾기 위한 직원만 2015년 기준으로 480여 명입니다. 주차장 부지를 개발하려면 발품을 팔아야 하고, 중개소 없이 부지 소유주와 직접 협상해야 가격을 낮출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부지를 직접 임대하거나 매입하지 않는 니코니코 렌터카는 부지 가격에 상대적으로 덜 민감하므로 굳이 협상 역량이 빼어난 직원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2 차는 굴러가기만 하면 된다
니코니코 렌터카에서 차는 이동수단으로서의 기능만 하면 됩니다. 그래서 중고차 중에서도 연식이 최소 5년 이상 된 비인기 차종과 색깔의 차만 매입합니다. 일본 차량은 출시 후 십수 년이 지나고 주행거리가 20만 킬로미터 가까이 되더라도 상태가 멀쩡하기에 가능합니다. 2년에 한 번씩 의무적으로 자동차 검사를 받고 문제가 있을 경우 수리를 받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비인기 색깔의 차량은 중고차 시장에서는 사람들의 취향에 안 맞아 홀대받았을지라도, 그만큼 가격이 저렴해서 니코니코 렌터카에겐 환대를 받습니다. 여기에 각 영업소의 수요를 모아 본사가 대량 구매하기 때문에 매입가는 더욱 내려갑니다. 평균 20만 엔 수준입니다.
니코니코 렌터카를 이용하는 고객의 최우선 조건이 가격이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최소한의 성능만 받쳐준다면 다른 요인은 부차적입니다. 이 성향이 극대화된 것이 법인 고객입니다. 업무용 차량이 비싸고 좋을 필요도 없고, 회사는 최대한 비용을 절감하고자 합니다. 그리하여 니코니코 렌터카에서는 법인 대상의 ‘니코 리스’도 운영 중입니다. 가격도 반값인데, 임대 기간은 더욱 슬림합니다. 최소 임대 기간이 1년인 다른 곳과 달리 니코 리스는 2개월 정도입니다. 대신, 주행거리 15만 킬로미터 이상인 차가 리스의 대상입니다.
부지와 마찬가지로, 가맹점주가 이미 보유한 차량이 있다면 이 역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장기 재고로 골치 아픈 중고차 매매 업체에 특히 인기입니다. ‘걸리버’와 같은 대형 중고차 판매 업체가 자신들이 보유한 차로 렌터카 사업을 운영하는 경우는 종종 있었습니다. 하지만 작은 업체들까지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든 것은 니코니코 렌터카가 처음입니다.
#3 사람도 나눈다
핵심 자원은 마련됐습니다. 다음으로, 이를 운용할 인력이 필요합니다. 렌터카는 주차장과 달리 무인 운영을 하기는 어렵습니다. 고객에게 차량을 인도하거나 인도받을 때는 물론 차량 상태를 점검하기 위해서도 인력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런 일들은 10분이 채 소요되지 않는 작업이므로 몇십 대의 렌터카를 운영하지 않는 이상 붙박이로 사람을 두면 일손이 남을 수밖에 없습니다. 상황은 가맹점주 후보들인 주유소 등 다른 곳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피크타임을 제외하면 인력의 운영 효율이 떨어지기 마련입니다. 특히 24시간 영업인 곳에서는 손님 오는 주기가 더욱 간헐적인데, 그렇다고 자리를 비워둘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니코니코 렌터카에서는 운영 인력을 직접 배치하지 않고 가맹점주의 기존 인력을 활용합니다. 카운터 직원이어도 되고, 자동차 수리공이어도 됩니다. 약간의 교육만 거치면 될 정도로 특별한 기술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서로 다른 업무가 더해지자 인력 생산성이 올라갑니다. 추가적인 인건비는 없거나 미미합니다. 니코니코 렌터카는 물론이고, 가맹점주 입장에서도 잃을 것이 없습니다.
반대로 영업소 역시 니코니코 렌터카의 본사 인력을 나눠 씁니다. 렌터카업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사고 처리, 교통 위반, 정산 등 각종 이슈 처리입니다. 차와 관련 없는 비즈니스를 하던 영업소에서는 특히 대응하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그래서 니코니코 렌터카는 이와 관련한 쉐어드 서비스(Shared service)를 1400개 영업소에 제공합니다. 콜센터를 24시간 운영하며, 고객 이슈가 발생하면 사안을 넘겨받아 처리합니다. 이 외에도 고객이 보험이나 내비게이션 등 옵션 선택을 인터넷 예약 시 모두 완료하게 하여 가맹점의 부담을 덜고, 마케팅이나 이벤트 등 모객도 본사가 전담합니다. 가맹점의 기존 인력이 해야 하는 일을 최소화하는 것입니다. 소규모 영업소가 어렵지 않게 렌터카 비즈니스를 시작할 수 있는 이유입니다.
거부할 수 없는 제안
니코니코 렌터카 가맹점 모집 기준 (1~5번이 기존 자원 활용)
• 부지: 10대 분량 이상의 주차공간이 있다.
• 차량: 5대 이상의 차를 보유하고 있지만 사용하지 않는 날이 있다.
• 차량: 중고차 판매나 매입 사업을 하고 있다.
• 인력: 업체 내에 고객 상담용 카운터가 있다.
• 설비: 자동차 점검 및 정비 또는 판금·도장설비와 기술이 있다.
• 수요: 근처에 공동주택이나 아파트 등 가구 수가 많은 주택단지가 있다.
• 수요: 근처에 토요타나 닛폰 렌터카의 영업소가 있다.
니코니코 렌터카의 가맹점 모집 기준입니다. 가맹점으로 지원하기 위해 이 모든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 건 아닙니다. 그랬다면 이처럼 폭발적인 영업소 증가는 어려웠을 것입니다. 모집 기준 중에서 3가지 이상만 충족하면 됩니다. 부지나 차량만 내주는 형태도 가능합니다. 분명한 건 일반적인 렌터카 가맹점 모집 기준인 ‘수요’만 충족한다고 해서 가맹점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무엇이든 기존 자원을 하나 이상 활용해야 합니다. 니코니코 렌터카의 고정비를 덜면서도 가맹점주의 위험과 부담도 줄이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입니다.
가맹점주의 기존 자원을 활용하는 만큼 타 업체 대비 가맹비는 슬림합니다. 가맹점주가 보유한 부지의 규모와 위치, 차량 대수 등을 근거로 비용과 예상되는 매출액을 가늠해 가맹비를 탄력적으로 책정하기 때문입니다. 기존 자원을 모두 활용한다고 했을 때 가맹점주가 렌터카 사업을 추가하는 데 드는 비용은 가맹비뿐입니다. 니코니코 렌터카 외의 업체에 가맹하려면 기존 자원을 활용할 수 없고 그에 따라 가맹비가 높아지기 때문에, 유휴 자원을 가진 이들에게 니코니코 렌터카의 가맹 조건은 거부할 수 없는 제안입니다. 전국 최대 규모의 영업소망을 그냥 달성한 것이 아닙니다.
렌터카 비즈니스는 본질적으로 ‘소유’가 아닌 ‘공유’의 소비 방식을 지향합니다. 니코니코 렌터카는 소비자 관점에서뿐만 아니라 공급자 관점에서도 기존 자원의 활용을 극대화하고 추가적인 자원 소비가 없도록 합니다. 니코니코 렌터카의 2015년 매출이 13억 엔입니다. 마른 수건을 짜내며 창출한 부가가치치고는 어마어마합니다.
자투리 시간도 금이다
‘공간’뿐 아니라 ‘시간’에도 자투리가 있습니다. 심야 시간대가 대표적입니다. 렌터카의 심야 패키지는 모두가 잠든 시간, 잠 못 이루는 이들을 위해 렌트비를 낮춰줍니다. 도쿄에서는 택시 기본요금이 410엔에, 237미터마다 80엔 단위로 요금이 뜁니다. 20~30분 달려야 하는 거리라면 택시를 타느니 렌트를 하는 게 낫습니다. 렌터카 업체 입장에서도 심야에 차를 놀리느니 경쟁력 있는 제안으로 고객이 쉽게 결정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이득입니다. 그래서 저렴한 가격과 더불어 다음 날 오전 9시까지 통 크게 빌려줍니다. 시간 단위로 끊어 정산하는 주간 요금제와는 차별화됩니다.
심야가 아니더라도 방치된 시간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조조 영화가 시작되기 전인 아침 시간대의 영화관이 한 예입니다. 토호시네마에서는 스크린에 강좌나 명사 인터뷰 등 교육 영상을 상영해, 아침잠 아껴가며 자기계발을 하는 이들을 공략합니다. 교육이 끝나면 스크린 앞, 통로 계단 등에서 명함을 교환하며 인맥을 형성하는 낯선 광경이 연출됩니다. 앞으로 퇴직자나 유아 대상으로도 확대할 예정입니다. 방치된 시간을 재활용하자 공간도 활기를 얻습니다.
점심, 저녁 식사시간을 제외하고는 ‘식당 주방의 시간’도 멈춰 있습니다. 2~3시간 정도로 모호하게 시간이 뜨기 때문에 인력도 설비도 동시에 낭비됩니다. 일본의 단체 도시락 업체 ‘스타페스티벌’은 이 시간을 활용하도록 일반 음식점과 제휴합니다. 음식점에서는 도시락을 만들고, 스타페스티벌은 주문부터 배달까지 요리 외 모든 프로세스를 담당합니다. 덕분에 제휴 음식점의 주방 활용률이 평균 60% 이상 늘었습니다. 도시락 판매액이 식당 매출액의 1.5배에 달하는 곳도 있습니다. 이탈리안부터 일식집까지 120개의 음식점에서 나오는 도시락 종류가 무려 3600가지입니다. 여러 음식점을 모아 유휴 자원을 활용하지 않았다면, 자본을 투입한다 하더라도 구현하기 어려운 모델입니다.
꼭 ‘불황의 시대’, ‘가격 파괴형 비즈니스’에서만 자투리를 활용하란 법은 없습니다. 없는 셈 치던 공간과 시간을 채울 수 있다면, 세상에 없던 비즈니스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Refere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