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으로 제품을 구매한 후 교환이나 반품해 보신 적이 있나요? 제품을 구매한 후 7일 이내라면 교환 및 반품이 가능해요. 소비자 권리 보호를 위해 법으로 정해진 규정이기에 구매자도, 판매자도 지켜야 하는 부분이죠. 교환 및 환불에 관한 정책은 건전한 전자상거래 문화를 만들기 위해 당연히 보장되어야 하지만, 이를 지키기 위한 과정은 분명 판매자 입장에서 운영 상의 어려움 중 하나에요. 고객 커뮤니케이션, 물류, 반품된 제품 확인 및 재포장 등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는 일이죠.
미국에는 온라인 쇼핑몰들을 대상으로 반품과 관련된 어려움을 해소해주는 회사가 있어요. 바로 쇼핑몰들을 대신해 반품을 대행해주는 ‘해피 리턴스(Happy Returns)’예요. 해피 리턴스는 미국 전역의 오프라인 쇼핑몰에 공간을 임대해 ‘리턴 바(Return bar)’를 운영해요. 리턴 바는 해피 리턴스와 계약한 쇼핑몰에서 물건을 산 고객들이 직접 찾아와 바로 환불을 받을 수 있는 매장이에요. 해피 리턴스의 직원들이 고객을 응대하는 것은 물론, 반품된 제품들을 확인한 후 새 것처럼 재포장해서 각 쇼핑몰에 다시 보내주죠. 즉 쇼핑몰은 반품이 들어와도 고객 응대부터 제품 검수, 재포장까지 반품과 관련된 그 어떤 오퍼레이션도 신경쓸 필요가 없어요.
ⓒHappy Returns
서비스 이용 비용은 매월 반품 건수에 따라 달라요. 매월 반품 건수가 500건 이하면 350달러, 1500건 이하면 500달러로 책정되어 있어 동일한 건수를 반품한다고 가정했을 때에 필요한 인력과 인프라를 고려하면 훨씬 합리적이에요. 덕분에 해피 리턴스에 반품을 위임한 쇼핑몰들은 반품에 소요되는 비용을 줄이고, 판매에 집중할 수 있어 매출 상승 효과까지 누릴 수 있죠.
해피 리턴스의 서비스는 고객 입장에서도 온라인 반품에 비해 훨씬 편리해요. 고객은 영수증을 지참할 필요도 없고, 처음 받은 상태처럼 재포장할 필요도 없어요. 상품 수령 후 7일 이내에 가장 가까운 리턴 바로 본품만 가져가면 되죠. 제품을 구매할 때 사용한 이메일이나 주문번호만 알면, 리턴 바의 직원이 주문을 바로 확인해 그 자리에서 환불을 해줘요. 온라인 상에서 반품하는 것처럼 제품을 반송한 후에 최종 환불까지 몇 일씩 기다리지 않아도 되는 이점도 있죠.
모든 가정집을 팝업 스토어로 만들다
해피 리턴스가 반품을 대행해서 쇼핑몰들의 짐을 덜어 줬다면, 또 다른 방법으로 쇼핑몰들의 반품 문제를 해결한 사례가 있어요. 미국 LA에 본사를 둔 ‘녹(Nok)’은 단순 변심에 의한 반품 건수를 획기적으로 낮춰요. 바로 ‘무료 체험’을 통해서죠. 녹은 무료 체험 전용 플랫폼이에요. 녹의 웹사이트에서 판매하는 모든 제품들은 무료로 체험이 가능해요. 고객이 녹의 웹사이트에서 원하는 제품을 골라 제품을 5일간 무료로 체험해본 후, 제품이 마음에 들 때에만 구매하면 되죠. 즉 녹이 판매자를 대신해 고객이 제품을 경험하고 구매를 결정할 수 있도록 무료 체험 기회를 주고, 반품으로부터 판매자를 해방시키는 것이죠.
녹은 모든 가정집과 사무실이 각 제품의 팝업 매장이 되어야 한다고 말해요. 매장에서 잠깐 체험해 보는 것만으로는 제품의 가치와 성능을 온전히 알 수 없기 때문이에요. 예를 들어 휴대폰 같은 제품을 매장에서 몇 초동안 사용해 본다고 해서 실제로 얼마나 그 제품에 대해서 알 수 있을까요? 스킨 케어 기기나 구강 세척기 같은 건 또 어떻고요? 녹은 이런 제품들을 매장에서가 아니라 고객이 가장 편안하고 실제로 그 제품을 사용할 환경에서 써 봐야 그 제품의 가치를 고객에게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런 이상적인 체험이 가능할까 싶은데, 녹에서는 가능해요. 심지어 고객도, 판매사도, 녹도 이득을 누리면서 말이죠.
ⓒNok
고객의 혜택: 무리한 요구가 아닌 무료인 권리
보통 온라인에서 제품을 구매하면 기본적으로 7일의 환불 기간을 보장 받아요. 아마존과 같은 마켓 플레이스에서는 30일까지도 환불이 가능하기도 하고, 매트리스, 가구 등과 같은 고관여 제품의 경우 100일 체험 기간을 제공하기도 하죠. 하지만 환불이 가능한 기간이라도 제품을 반품하기에는 경제적, 심리적 허들이 존재해요. 단순 변심에 의한 반품이기 때문에 왕복 배송비를 고객이 부담해야하는 불편함도 있고, 제품 수령 이후 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괜히 미안해 지기도 해요. 막상 제품을 실물로 받았거나 제품을 사용해 봤더니 만족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반품 과정이 번거로워 그냥 사용하기도 해요. 하지만 녹에서는 그럴 걱정이 없어요. 반품은 당연한 권리이고, 그에 따른 허들은 모두 제거했으니까요.
고객은 녹에서 고른 제품을 100% 무료로 경험할 수 있어요. 이 때 제품을 수령하고, 반품하는 왕복 배송비를 모두 녹이 부담해요. 게다가 지역에 따라서는 2시간 이내 배송해 주기도 해요. 그 외 지역에서는 당일 또는 익일 택배로 제품을 받아볼 수 있죠. 녹이 미국 전역의 주요 도시에 창고를 두거나 택배사들과 협력해 유통망을 촘촘히 갖춘 덕분이에요. 제품을 수령한 후 5일간 재미있게 사용만 하면 되고, 사용한 후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무료로 반품하면 돼요. 만약 제품을 체험한 후 제품이 마음에 든다면, 그 제품을 할인된 가격에 구매하거나 새 제품을 정가에 살 수 있어요.
ⓒNok
게다가 제품을 무료로 체험하기 위한 선불금도 없어요. 다만 결제가 가능한 카드 정보는 필요한데요, 만약 제품을 분실하거나 반품하지 않았을 경우 제품 가격을 지불하기 위한 것이에요. 제품을 임의로 반품하지 않는다면 무료 체험 기간 종료 후 5일간 하루에 20달러(약 2만 4천 원)씩 청구되고, 5일이 지나면 제품의 정가 가격이 자동으로 결제되어요. 악의적으로 이용하지 않고 가이드라인에 따라 5일 무료 체험 후 정상적으로 반품만 한다면 발생하는 비용이 전혀 없는 것이죠.
판매자의 혜택: 마케팅 효과는 증가하고, 비용은 낮아지고
반품은 이익 마진에 치명적이에요. 매출과 판매량이 아무리 잘 나와도 반품 비율이 높으면 인건비와 물류비가 증가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반품 비율을 낮추는 일은 리테일 업계의 숙제와도 같은 일이에요. 그럼에도 반품율은 좀처럼 낮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요. 특히 팬데믹 이후 온라인 판매액이 증가하면서 반품율과 그에 따른 비용이 오르는 것을 피하기 힘든 분위기죠. 이런 상황 속에서 녹의 무료 체험 서비스는 소매 업체들의 반품 비율과 그에 따른 비용을 낮추는 데에 큰 기여를 해요.
녹을 통해 무료 체험 서비스를 제공하는 파트너사들은 환불에 따른 제품의 감가상각비가 줄일 수 있어요. 일반 유통채널을 통해 제품을 판매하면 10~20%의 제품이 반품되는데 그 과정에서 외부 흠집, 파손 등이 일어나 새 상품으로 판매하기 힘든 제품이 생겨요. 하지만 녹을 통해서라면 소량의 제품으로 여러 고객들이 체험을 하기 때문에 새 상품이 불필요하게 감가상각될 우려가 없어요. 체험 후 반품된 제품은 녹의 전문 창고로 보내져 48시간 이내에 다음 고객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재포장을 거치는데, 녹에 할당한 제품의 갯수만큼만 체험용으로 활용되니 새 상품은 불특정 다수의 손을 거칠 이유가 없는 거죠. 판매사가 체험용으로 제공한 제품이나 물류에 대해서 신경 쓸 필요가 없는 것은 물론이고요.
게다가 녹을 통해 무료 체험을 경험한 고객이 제품을 구매하면, 그 제품에 대해서는 환불이 불가해요. 이미 제품을 체험해 봤기 때문이죠. 즉, 녹을 통해 유입 및 구매한 고객이라면 반품 비율이 0%에 수렴하는 셈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교환, 환불 등과 관련된 고객 서비스에 소요되는 인건비, 물류비 등을 절감하는 효과가 있어요.
녹의 무료 체험 서비스는 비용을 줄이기도 하지만, 광고 및 마케팅 효과도 갖고 있어요. 녹을 통해 제품을 무료로 체험한 고객들이 SNS에 자발적으로 후기를 올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상호성의 법칙에 의해 고가의 제품을 무료로 사용해 본 고객들은 제품에 대한 호의적인 인상을 가질 확률이 높고, 그런 인상이 리뷰에 반영되죠. 녹이 오가닉 리뷰를 의도하는 셈이에요. 또한 녹은 오프라인 매장없이 온라인으로만 제품을 판매하는 제조업체나 리테일러에게 얼리 어답터의 성향과 마케터의 성향을 가진 고객들과의 접점을 마련하는 역할도 해요. 고객과의 접점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온라인 상의 입소문이 절실한 온라인 업체들에게 적합한 발판으로 작용하는 것이죠.
녹의 혜택: 데이터도 얻고, 돈도 벌고
녹은 판매사를 대신해 고객과 접점을 갖고 있어요. 덕분에 고객 반응과 고객이 만든 오가닉 리뷰에 대한 데이터도 보유하고 있죠. 어떤 고객들이 어떤 제품에 관심을 보이고, 어떤 리뷰를 만드는지는 물론이고, 무료 체험 후 이메일 등을 통해 고객 서베이도 진행하고 있어요. 이렇게 쌓인 고객 데이터는 녹의 비즈니스 모델을 강화해요. 제품 판매사들에게 유의미한 마케팅 데이터를 제공할 수도 있고, 추후 녹이 계획하고 있는 자체 브랜드 런칭 시에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어요. 고객이 녹을 무료로 이용하면 할 수록 녹에게는 무형의 자산이 계속 쌓이는 구조예요.
그렇다면 녹의 매출은 어디에서 발생할까요? 녹은 고객이 아닌 제품 판매자로부터 매출을 만들어요. 마케팅을 대행해 주고 반품 비율을 낮춰주는대신 제품 판매자로부터 수수료를 받는거죠. 게다가 녹의 웹사이트에 체험 가능한 제품들을 살펴 보면, 스피커, 헤드폰, 태블릿 PC, 스마트 시계 등 가격대가 높은 전자제품이 위주라는 것을 알 수 있어요. 고객 입장에서 가격대가 높다는 건 고관여 제품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무료 체험이라는 혜택이 강력한 베네핏으로 작용해요. 그만큼 녹이 매력적인 서비스고, 제품 판매사에게 설득력을 가질 수 있고요. 게다가 단가가 높다는 것은 그만큼 제품 하나당 할당된 마케팅비가 높다는 의미이기도 해요. 녹의 입장에서는 매출이 될 수 있는 상한선이 높다고 볼 수 있죠.
문제는 해결하고, 편의성은 높이는 자의 미래
미국 소매 협회(National Retail Federation)와 앱리스 리테일(Appriss Retail)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한 해 판매된 상품 중 7,610억 달러 이상이 반품되었다고 해요. 이는 미국 전체 소매 판매 평균의 16.6%를 차지해요. 온라인 판매를 범위를 좁혀보면 그 수치가 더 올라가요. 전체 온라인 판매의 20%가 넘는 금액이 반품되죠. 그리고 그 중 10% 정도가 반품 사기에 해당한다고 해요. 녹은 반품의 가장 큰 원인인 사전 체험 부재를 해소해 반품률을 크게 낮추고, 그만큼 불필요한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가능성을 연 셈이죠.
ⓒNok
녹은 반품 문제를 개선해 리테일 업계의 유니콘이 되고자 하는 사업적 목표를 가지고 2017년 독일 베를린에서 처음 시작되었어요. 베를린에서 처음 녹 서비스를 시작할 당시에는 체험을 원하는 고객들에게 5유로의 사용료를 받았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녹에 등록된 고가의 전자 제품을 사용해 보고 싶어했죠. 기존 판매처에서 제품을 구매해도 보통 7일의 무료 반품 기간이 있기는 하지만, 왕복 배송료나 심리적 허들을 고려했을 때 녹의 체험 서비스는 5유로 이상의 효용이 있었던 것이에요. 녹은 베를린에서 서비스의 가능성을 확인한 후 2019년에 LA로 본사를 옮기면서 본격적으로 미국 시장에 진출했어요.
녹은 언젠가 자체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고 말해요. 하지만 그에 앞서 컨벤셔널한 소매업의 비즈니스 모델에 새로운 지각 변동을 일으키고 더 나은 소매업계에서 기회를 찾기를 바라죠. 산업의 구조를 개선하면서 동시에 고객의 편의성을 극대화했기에 녹이 꿈꾸는 미래가 머지 않아 현실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침구 브랜드 ‘캐스퍼(Casper)’가 100일 반품 정책으로 우위를 점하고, 저렴한 가격에 더해 무료로 안경을 시착해 볼 수 있도록 한 ‘와비 파커(Warby Parker)’가 안경업계에 혁신을 가져 왔던 것처럼 말이죠.
Reference
- • 녹 공식 홈페이지
- • How is nok brands turning the online returns challenge into a marketing opportunity?, Jack Stratten, INSIDER TRENDS
- • Nok Plans to Disrupt the Free Trial Market. Here's How., Madeline Hester, Built in LA
- • A more than $761 billion dilemma: Retailers’ returns jump as online sales grow, Melissa Repko, CNBC
- • Retail Returns Increased to $761 Billion in 2021 as a Result of Overall Sales Growth, Danielle Inman Senior Director, N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