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에서부터 ‘우린 호텔이 아니’라고 강조하는 회사가 있어요. 행여나 누군가 호텔이라 단정 지을까 걱정하는 것처럼요. ‘낫어호텔(NOT A HOTEL)’은 집과 호텔의 경계를 허문 독특한 공간을 기획하고 만들어요. 집이면서도 호텔인 거예요. 그리고 그 공간을 온라인 쇼핑몰에서 직접 팔아요. 그래서 고객은 노트북이나 모바일 기기에서 ‘상품’을 바로 결제할 수 있죠.
호텔 예약은 원래 온라인에서 하는 거 아니냐고요? 호텔로 보면 그렇죠. 그런데 이 곳은 30박 단위로 예약할 수 있어요. 최대로는 360일, 1년을 통째로 구매할 수 있죠. 사실상 집이 기본값이고, 집인 동시에 호텔 역할도 하는 거예요. 집을 거래한다고 보면 온라인에서 구매를 하는 것이 낯설 수밖에요. 여기에다가 가장 저렴한 30일 멤버십을 구매해도 2,280만엔(약 2억 3천만원)수준인 걸 감안하면 더욱 고개가 갸우뚱해져요.
마치 휴대폰을 개통하거나 OTT를 구독하듯이 집을 살(Buy) 수 있고, 또 살(Live) 수 있는 낫어호텔. 이 생소하면서도 신박한 아이디어를 하나씩 이해해 볼까요?
낫어호텔 미리보기
• #1. 스마트폰으로 구매할 수 있는 집
• #2. 집을 비우면 집안에 호텔이 들어선다
• #3. 투숙 날짜도, 투숙 장소도 정할 수 없는 이유
• 호텔이 아니라 새로운 생활 방식이다
온라인에서 90억원가량의 빌라를 구입하는 것이 가능할까요? ‘낫어호텔(Not a Hotel)’에서라면 가능해요. 가상의 부동산도 아니고, 게임 아이템도 아니에요. 천혜의 자연과 최고의 온천을 자랑하는 나스(Nasu) 지역에 위치한 실제 고급 빌라, 낫어호텔 나스(Not a Hotel Nasu)를 실제로 소유할 수 있죠. 가격은 8억 7360만엔(약 87억원).
ⓒNOT A HOTEL
이곳은 2층짜리 건물로 180여평에 달하는 공간이에요. 총 4개의 방이 있고 10명까지 수용 가능하죠. 산 속에 고립되어 있어서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자신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건 물론이고요. 자연과 바로 이어지는 테라스도 있고, 눈 앞에 펼쳐진 산을 배경삼아 따뜻한 자쿠지에서 반신욕을 할 수도 있어요.
건물의 가격과 스케일에 비해 구매과정은 간단해요. 원하는 빌라의 형태를 선택하고 개인정보를 넣은 뒤 제출을 하면 끝. 물론 같은 매물에 여러명의 신청자가 몰리게 되면 내부 검토와 추첨 등의 방식으로 구매자를 선정하죠. 실제로 낫어호텔 나스의 빌라는 인기가 좋아 이미 매진되었고,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야 해요.
그런데 여기서 의문이 들어요. 이미 팔린 빌라인데, 대기자 명단이 필요한 이유가 있을까요? 여기에 낫어호텔의 비밀이 숨어있어요.
#1. 스마트폰으로 구매할 수 있는 집
호텔이 아무리 좋다고 하더라도, 일년내내 호텔에서 머무는 사람은 없어요. 고급 호텔 스위트룸의 경우는 연간 가동율이 10~20%에 불과하고, 별장과 같이 개인 소유의 공간도 연간 20~40일 정도만 방문을 하죠. 나머지 기간은 사용되지 않고 그대로 방치되어 있어요.
낫어호텔은 이점에 착안해 집을 파는 게 아니라 투숙할 수 있는 권리를 쪼개어 판매해요. 투숙할 수 있는 권리를 360일로 나누고, 필요에 따라 30일 단위로 구매를 할 수 있죠. 물론 원한다면 1년 내내 구매하여 혼자서 사용할 수도 있고요. 그래서 1개에 공간에는 최대 12개의 슬롯이 있는 셈이에요. 그리고 구매한 일수에 맞게 공간의 이용권뿐만 아니라 소유권를 함께 얻을 수 있어요. 집이 될 수도 호텔이 될 수도 있는 거예요.
ⓒNOT A HOTEL
낫어호텔 후쿠오카를 예로 들어볼게요. 2023년 여름에 완공될 낫어호텔 후쿠오카는 도시에 위치한 콘도미니엄 형태로 테라스와 초록색 식물이 포인트예요. 유명 캐릭터 ‘구마몬’을 탄생시킨 기획자가 담당했는데, ‘삶의 여백’을 테마로 건축됐죠. 공간은 꼭대기 펜트하우스를 포함해 총 8개 방으로 구성되었는데, 모든 방은 칵 컨셉에 맞게 다르게 디자인 되었어요. 1층 공용 공간에는 와인 가게와 비스트로, 차고 등이 있고요.
ⓒNOT A HOTEL
이 공간을 1년 전부 사용하고 싶으면 2억 7360만엔(약 27억 7360만원)을 내야 하지만 낫어호텔은 30일 단위로 구매가 가능하니 2,280만엔(약 2억 3천만원)으로 공간의 1/12을 소유할 수 있어요. 물론 고객은 계약기간이 끝나면 재계약할 수도 혹은 낫어호텔에 돌려줄 수도 있죠.
내 집에서 살 때 처럼 신경 쓸 것은 하나도 없어요. 모든 시설 관리는 낫어호텔에서 맡고 있죠. 가구와 조리기구 등도 완비되어 있어 준비 없이 떠나도 현지의 생활을 즐길 수 있고 평소에도 관리가 되고 있으니 언제 떠나도 최상의 상태로 방문할 수 있어요. 마치 호텔처럼 말이죠. 1년 내내 살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 짐을 보관해놓을 수 있는 ‘Owner closet’이라는 창고도 별도로 준비해놨고요.
보유일자만 남아있다면, 자신이 소유한 지역이 아니더라도 투숙이 가능해요. 낫어호텔과 파트너쉽을 맺은 호텔에서도 가능하고요. 2022년 11월 현재, 낫어호텔은 일본 내 총 6곳을 오픈했거나 오픈 예정이에요. 아오시마와 나스에는 2022년 가을에 각각 오픈했고 후쿠오카, 미나카미, 키타가루이자와, 이시가키지마 등이 오픈 예정이죠. ‘전 세계에 내 집이’라는 미션에 따라 일본 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으로 확장할 예정이고요.
ⓒNOT A HOTEL
이보다 더 놀라운 것은 구매하는 방식이에요. 보통의 호텔 혹은 콘도 등의 부동산을 구매하는 과정은 복잡해요. 직접 방문해서 현장을 보고, 상담을 하고, 계약서를 작성하는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하죠. 그런데 낫어호텔은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클릭 몇 번 만으로 구매할 수 있어요. 새로운 컨셉과 구매의 편의성 덕분에 낫어호텔은 이미 300억원 이상의 판매를 기록했죠. 그런데 구매한 고객들에게는 여전히 고민이 있어요. 30일을 구매한다고 해서 30일을 전부 쓰지 못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으니까요.
#2. 집을 비우면 집안에 호텔이 들어선다
낫어호텔에서는 남는 권리를 판매할 수 있게 했어요. 출장으로 집을 비울 때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투숙권’ 중 사용하지 않는 남은 날짜는 타인이 사용할 수 있게 한 것이죠. 물론 빌려줄 때 정산을 받아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것은 당연하고요. 이를 낫어호텔에서는 ‘리렌트(Re-rent)’라고 불러요. 소유자는 내가 사용하지 않는 자산을 활용해 추가적인 수익을 낼 수 있고, 투숙객은 멤버십 비용을 내지 않더라도 감도 좋은 공간에서 지낼 수 있죠.
연간 소득은 ‘리렌트로 지정된 일수 * 하루 수입’으로 계산해볼 수 있어요. 이때 대출일수는 내가 사용할 수 있는 전체 이용일수에서 내가 사용한 일수를 차감한 금액이고요. 예를 들어 30일을 구매한 고객이 중 10일을 사용했고, 앞으로 사용할 계획이 없다면 리렌트 일자는 20일이 되죠. 여기에 하루 수입도 성수기와 비성수기를 구분해 합리적으로 산정했어요.
ⓒNOT A HOTEL
낫어호텔 후쿠오카를 예로 들어 볼게요. 30일의 권리를 구매한 고객은 관리비를 빼고 2,280만엔 (2억 3천만원)을 내요. 사용한 10일을 제외하고 나머지 20일을 모두 리렌트 할 경우 약 540만원이라는 추가 수익이 생겨요. 보통의 멤버십이었다면 사용하지 못했을 때 사라지는 것이 당연하지만 낫어호텔에서는 추가적으로 연간 2.5%의 수익으로 보상해주죠. 투자의 관점에서는 높은 수익률이 아니지만, 레저의 관점에서는 없어질 비용이 수익으로 남은 거예요.
어플리케이션에서 몇 번의 클릭만으로 2억원이 넘는 자산을 구매한 것처럼, 리렌트 프로세스도 직관적이고 간단해요. 어플리케이션을 통해서 자신이 사용하지 않을 날짜를 ‘리렌트’로 설정해놓기만 하면 끝이죠. 혹시 그것도 깜박했을 사람들을 위해 본인이 사용하기로 설정되지 않은 날짜는 자동으로 타인이 예약할 수 있는 날짜로 변경돼요.
놀라운 시스템이 하나 더 있어요. 바로 타인의 숙박의 유무와 관계없이 자신이 이용하지 않은 날이 수익이 된다는 점이에요. 자신이 사용하지 않은 날짜를 타인에게 판매해 수익을 올려주는 것도 고마운데, 투숙객이 없더라도 돌려주니 사용하지 않을 이유도 없죠. 거기에 자신이 직접 사용할 때와 마찬가지로 시설의 관리, 체크인, 수익정산 등 모든 것을 신경 써주죠. 이쯤되면 낫어호텔 단점이 보이지 않는데, 생각해보니 가격이 너무 비싸지 않나요?
#3. 투숙 날짜도, 투숙 장소도 정할 수 없는 이유
낫어호텔의 가장 저렴한 멤버십은 2,280만엔, 한화로 약 2억 3천만원 수준이에요. 30일을 사용할 수 있는 권리니, 단순하게 계산하면 1박에 무려 700만원 정도를 사용하는 거죠. 후쿠오카에서 가장 좋은 5성급 호텔도 1박에 100만원을 넘기 힘든데, 아무리 좋은 공간이고 멤버십이라고 해도 사람들이 선뜻 경험하기에는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죠.
낫어호텔도 이 지점을 고민했어요.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이 낫어호텔의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새로운 멤버십을 만들어요. ‘누구나 특별한 아지트에 함께 할 수 있는 권리’라는 의미를 담은 멤버십이죠. 가격을 낮추고, 소유권과 투숙일자를 줄여 더 많은 사람들이 경험할 수 있게 한 ‘Not a Hotel NFT 멤버십’이에요. 등기와 절차가 있는 부동산과 달리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자유롭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죠.
낫어호텔 멤버십은 공간의 소유권은 부여되지 않지만, 멤버로서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받아요. 멤버십은 크게 낫어호텔 멤버십 S와 낫어호텔 멤버십 X로 나뉘어요. S는 1년에 하루를 사용할 수 있는 권리고, X는 1년에 3일을 사용할 수 있는 권리예요. 한번 구입하면 47년간 멤버십이 유지되고, 가격은 각각 150만엔(약 1,500만원), 그리고 570만엔(약 5,700만원)이죠. 47년간 47일을 사용할 수 있으니 멤버십S의 경우는 1박당 약 30만원 정도인 셈이에요.
투숙의 개념으로 접근해도 합리적이지만, 투자의 개념으로 접근해도 의미가 있어요. NFT 멤버십에는 1박을 할 수 있는 권리와 함께 자산의 가치도 포함되어 있으니까요. NFT의 경우 투숙의 여부와 관계 없이 NFT를 사고파는 온라인 마켓에서 매매가 가능해요. 수요가 많아져 NFT가격이 올라갈 경우 자산 가치가 상승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어요. 반대로 자산가치가 떨어지더라도 걱정 없어요. 멤버십으로서 투숙할 수 있는 권리는 여전히 보유하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이 멤버십 상품 특이한 점이 있어요. 구입하고 나서 투숙을 하려고 하니, 투숙하려는 장소는 물론이고, 날짜도 지정할 수가 없어요. 맞아요. NFT 멤버십은 날짜와 공간을 랜덤으로 지정해주는 상품이에요.
ⓒNOT A HOTEL
NFT 멤버십을 구매하면 매년 1회 투숙일로부터 3개월 전에 구매자의 암호화폐 지갑에 호텔 키 모양의 NFT를 에어드랍*해줘요. 이 NFT에는 머무르게 될 호텔에 이름과, 투숙 날짜가 임의로 정해져 있어요. 기간을 변경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전날까지 예약 절차를 완료하지 않으면 무효가 되어버리죠. 투숙 날짜도, 투숙 장소도 정할 수 없고 심지어 변경도 안되는 시스템을 만든 이유는 무엇일까요?
*에어드랍: 기존 암호화폐 또는 NFT 소유자에게 무상으로 암호화폐 또는 NFT를 배분해주는 것
‘우연을, 여행하는 날로 바꾸자 (偶然を、旅する日に変えよう)’
이는 낫어호텔의 철학과도 연결되어 있어요. 낫어호텔은 호텔, 주거, 사무공간의 경계를 허물며 새로운 형태의 주거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해요. NFT 멤버십이라는 우연을 통해 일상의 하루를 전혀 다른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보낼 수 있게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이죠. 물론 정말 일정이 안된다면, 멤버십 카드는 유지한 채 그 받은 키만 NFT마켓에서 판매가 가능하고요. 전에 없던 컨셉과 도전적인 실험에 고객들도 반응하죠. 현재 NFT 멤버십은 완판되었고,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야 구매할 수 있어요.
호텔이 아니라 새로운 생활 방식이다
낫어호텔의 대표 신지 하마즈는 낫어호텔을 시작하기 이전에도 연간 100박 이상을 호텔에서 잘 정도로 관심이 많았어요. 그래서 사업을 시작하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호텔을 짓고자 했죠. 마침 일본 미야자키 지방에 호텔 부지가 나와 은행에 대출을 받으러 갔지만 돌아온 대답은 막막했어요. 300평방미터짜리 1채의 건물이 아니라 30평방미터짜리 10채의 공간을 짓는 사업을 진행하면 대출을 고려해보겠다고 한 것이죠. 기존의 호텔과 같은 공간을 만들라는 의미였어요.
기존의 호텔과 같은 공간을 만들 생각이 없던 그는 대출을 포기하고 은행 이외의 방법을 고민해요. 그때 떠오른 아이디어가 고객들에게 직접 판매하자는 D2C 모델이었어요. 거기에다가 호텔은 기존 은행에서 대출을 거절 당했기에, 호텔이 아니다 라는 의미를 담아 ‘Not a Hotel’이라고 이름은 지었죠.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경제 논리가 필요합니다.”
그가 낫어호텔을 시작한 이유는 투자용 부동산을 알리고 싶은 것이 아니라, 새로운 생활 방식을 만들고 싶기 때문이었어요. 그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주거의 라이프스타일은 ‘호텔’, ‘주거’, ‘오피스’의 경계는 물론이고 지역을 넘나들며 세계를 보다 즐겁고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거예요. 그래서 ‘Not a hotel, but a life’를 추구해요.
ⓒNOT A HOTEL
이상적인 목표지만 동시에 현실적으로 접근했죠. 이러한 라이프스타일을 위해서는 자신이 새로운 곳에 머물때도 수익이 있어야 해요. 그러려면 최소 2개 이상의 부동산이 있어야 하는데 많은 사람들에게는 어려운 일이죠. 그래서 낫어호텔은 자신이 살지 않을 때 호텔로 자동으로 변하는 모델을 제안해 사람들이 이상적이면서도 현실적인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즐길 수 있게 해요. 낫어호텔의 지점의 개수가 늘어날 수록,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즐기는 사람들도 많아질테니, 낫어호텔의 다음 지점의 오픈도 기대가 되네요.
Reference
• NOT A HOTEL 공식 홈페이지
• NOT A HOTEL 공식 인스타그램
• 'not a hotel' unveils ishigaki island spot with design by sou fujimoto, kat barandy, designboom
• The Reveal Way, NOT A HOTEL NFT
• NOT A HOTEL online store launched, first flagship model launched, PRTIMES
• Why did NOT A HOTEL, which has been in business for two years, adopt TCA × SwiftUI for iOS app development?, Yusuke KUROIWA / Kin-chan, no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