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라면 국물을 낼 수 있을까? 라면 가게를 수놓은 젤리의 정체

오 마이 도트

시티호퍼스

2023.08.28

로봇 레스토랑은 실험이자 시험이에요. 공간 효율화와 생산성 향상을 추구하는 실험인 동시에, 인구 절벽이 가져올 노동인구 부족 문제를 풀어내는 과정이니까요. 인구 구조의 변화는 F&B 산업에 심각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어요. 산업 통계 데이터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죠.

일본의 노동인구는 2000년 이후 평균 1%씩 감소해 왔어요. 게다가 젊은층은 체력적 부담이 큰 식당 대신 편의점 등을 더 선호했죠. 실제로 2023년 4월에 실시한 데이터뱅크 조사에 따르면, ‘비정규직 채용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답한 음식점 비율이 85%에 달해요. 전체 업종의 평균인 30%에 비해 현저하게 높은 수치예요.

그래서 로봇 도입은 화려한 기술이 아니라 장기화된 인력난에 대응하는 진지한 해결책이에요. 일본은 이 시험대에 먼저 올랐고, 그만큼 실험의 진도도 앞서 있어요. 도쿄 시부야에 위치한 ‘오 마이 도트’가 대표적이죠. 그렇다면 최신 기술을 접목한 식당은 어떤 모습일까요? 힌트는 ‘로봇 친화적 모듈화’에 있어요.

오 마이 도트 미리보기

• 가장 강력한 적은 경쟁사가 아니라 변화다

• 국물을 젤리 형태로 만든 이유

• 재주는 로봇이 넘고 환대는 사람이 한다

• 점 하나로 시작해 지구 전체로 뻗어나가기

• 잃어버린 30년? 생산성 점프한 20년!

도쿄 마루노우치 지역은 ‘일본의 월 스트리트’라고 불리는 비즈니스 중심부예요. 일본 은행 1~3위가 모두 이 지역에 본점을 두고 있죠. 그만큼 임대료도 비싸요. 그중에서도 ‘마루노우치 빌딩’은 가장 비싼 임대료를 자랑해요. 그래서 내부 쇼핑센터를 보면 명품 브랜드와 유명 식당 프랜차이즈로 채워져 있죠. 높은 임대료를 감당할 만큼 고가의 물건을 팔거나 인기가 많은 매장이 들어선 거예요.

그런데 이런 마루노우치 빌딩에 당당히 1호점을 출시한 음식점이 있어요. 심지어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2년 6월에 매장을 오픈했죠. 바로 ‘에비노 스파게티’예요. 에비노 스파게티는 무슨 자신감이 있었던 걸까요? 이 레스토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P-ROBO(파스타 로봇)라고 불리는 요리 로봇이에요. 단순히 주방 보조 역할을 하는 게 아니라 요리의 전 과정을 혼자서 담당하거든요. 조리 과정을 간단히 설명드릴게요.

요리 온도와 회전 시간 등을 설정할 수 있는 프라이팬 ⓒTechmagic

레일을 따라 이동하며 식재료를 운반하는 로봇 ⓒTechmagic

고객이 8종류의 파스타 중 하나를 주문하면, 로봇 팔이 스파게티 면을 집어들어 끓는 물에 넣어요. 그리고 면이 익는 동안, 바닥이 깊은 팬에 파스타 소스를 붓고요. 이때 면과 소스의 양은 1g 단위까지 재서 맛의 편차를 최소화해요. 이제 둘을 섞을 차례인데요. 설정해둔 시간이 지나면, 팬이 레일을 따라 이동하고 로봇은 팬에 삶은 면을 부어요. 마지막으로 팬이 1분당 160회의 속도로 회전하면서 소스와 면을 섞으면 요리가 끝나죠. 놀라운 건, 여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45초. 사람이 할 일은 야채와 토핑을 얹어 고객에게 서빙하는 것이 전부예요.

냉동 면을 물에 끓이는 로봇 ⓒimpresswatch

팬에 소스와 면을 넣고 가열해 빠르게 회전하는 모습 ⓒimpresswatch

P-ROBO가 만든 8종의 파스타 ⓒimpresswatch

이렇게 사람의 손이 닿는 일을 최소화한 덕분에, 35석 규모의 에비노 스파게티에는 1~2명의 직원만 근무하고 있어요. 세계 최초의 파스타 조리 로봇이라는 타이틀 덕분에 언론과 사람들의 관심을 받기도 했고요. 또한 포장 판매를 통해 로봇의 장점인 빠른 조리 속도를 살리면서 바쁜 직장인들의 수요에 대응하기도 하죠. 정리하자면, 로봇 하나로 인건비 절감에 매출 극대화 효과까지 동시에 추구하는 거예요.

가장 강력한 적은 경쟁사가 아니라 변화다

물론 이런 고성능의 요리 로봇이 하루아침에 탄생한 건 아니에요. P-ROBO는 외식 브랜드 프론토(Pronto)와 로봇 푸드테크 기업 테크매직(TechMagic)이 2018년부터 공동으로 연구 개발한 결과죠. 테크매직은 프론토의 투자를 받아 로봇을 개발하기 시작했는데요. F&B 업계에서 로봇 개발에 직접 투자하는 건 그만큼 절실했기 때문이에요.

F&B 산업 혁신을 비전으로 삼은 테크매직 ⓒTechmagic

일본의 노동인구는 2000년 이후 평균 1%씩 감소해 왔어요. 게다가 젊은층은 체력적 부담이 큰 식당 대신 편의점 등을 더 선호했죠. 구인난은 비즈니스에 타격을 줄 정도의 문제가 됐어요. 코로나19 팬데믹은 이 흐름에 쐐기를 박았고요. 실제로 2023년 4월에 실시한 데이터뱅크 조사에 따르면, ‘비정규직 채용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답한 음식점 비율이 85%에 달해요. 전체 업종의 평균인 30%에 비해 현저하게 높은 수치죠. 로봇 도입은 화려한 기술이 아니라 장기화된 인력난에 대응하는 진지한 해결책이에요.

로봇의 장점은 인력수를 대체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아요. 노동력 평준화에도 도움을 줘요. 사람이 요리할 땐 똑같은 레시피를 가지고 요리를 해도 그날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또는 누가 요리하냐에 따라 맛이 달라질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로봇은 재료를 정확히 계량하고, 시간과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며 요리하니 맛의 오차범위를 최소화할 수 있어요. 즉, 맛의 안정화를 통해 매장에 대한 고객의 신뢰도를 높이는 것은 물론, 프랜차이즈화에도 유리하죠.

이를 잘 아는 테크매직은 P-ROBO 외에도 다양한 기능을 갖춘 로봇을 출시해요. 가령 I-ROBO는 요리와 설거지를 모두 대체하기 위해 개발되었어요. 셰프의 일은 로봇과 연결된 스테인리스 팬이 대체해요. 온도와 시간, 회전 속도만 지정하면 알아서 작동하도록 설계되었거든요. 게다가 옵션으로 조미료 설비를 추가하면 요리하는 도중, 사용자가 원하는 타이밍에 원하는 양만큼 조미료를 넣도록 할 수 있어요. 레시피만 있으면 볶음밥, 야키소바 등 팬으로 하는 요리는 못할 게 없는 거죠.

귀찮은 설거지도 대체해요. 요리가 끝난 스테인리스 팬은 뒤집어져서 기기 하단부의 세척 공간으로 들어간 뒤 깔끔하게 세척되어 나와요. 사람의 노동이 필요하지 않은 건 물론이고, 한 자리에서 요리와 세척이 바로 진행되니까 시간을 절약해 많은 고객의 주문을 더 빠르게 처리할 수 있어요. 기존에는 여러 명의 셰프가 1인당 여러 개의 팬을 사용해가며 해내야 했을 작업이죠. 요리 속도와 위생, 공간 효율까지 다 챙기는 일석삼조인 셈이에요.

프라이팬(좌)과 요리 시간, 온도, 회전 속도를 설정하는 스크린(우) ⓒTechmagic

요리가 끝나면 자동으로 세척되는 프라이팬 (글자는 구글 번역) ⓒTechmagic

그럼 손님이 사용한 식기는 어떻게 할까요? W-ROBO는 식기 세척뿐만 아니라 세척 이후의 마무리 단계까지 해결해줘요. 그릇 바닥 부분에 인식용 마커를 부착하면, 화상 인식 시스템을 갖춘 로봇 팔이 그릇을 모양과 색깔에 따라 분류해 차곡차곡 쌓아서 정리하죠. 업주 입장에서 보면 추가적인 노동 없이, 사용한 식기를 기계에 올려놓기만 해도 곧바로 다시 사용 가능한 상태가 되는 거예요.

ⓒTechmagic

화상 인식 기술로 그릇에 부착된 마커를 구별하는 로봇 ⓒTechmagic

화상인식 기능으로 그릇의 종류를 분류해 정리하는 W-ROBO ⓒTechmagic

2023년 4월, 테크매직은 이러한 주방용 로봇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또 다른 혁신을 시도했어요. 주방 안에 있던 로봇을 전면에 드러내 시그니처로 만든 오 마이 도트(oh my DOT)를 오픈한 거예요. 그동안 요리 로봇들을 개발하며 쌓은 노하우와 최신의 기술을 접목한 결과는 어떤 모습일까요?

국물을 젤리 형태로 만든 이유

오 마이 도트는 도쿄 시부야 지역에 오픈한 커스텀 누들 전문점이에요. 에비노 스파게티가 P-ROBO를 사용했다면, 오 마이 도트는 누들 전용 로봇인 N-ROBO을 사용하죠. N-ROBO는 요리 과정에 따라 3개의 섹션으로 나뉘어요. 요리 순서대로 나열하자면, 고체 육수를 집어들어 컵에 담는 로봇 팔, 컵을 이동시키는 레일, 그리고 컵에 물을 부어 스팀으로 가열하는 장치까지. 이 세 파트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끊이지 않고 작동해요. 로봇이 컵에 국물을 담어 옮기면, 사람은 면과 토핑만 넣어서 요리를 완성하고요.

ⓒohmydot

ⓒimpresswatch

로봇이 정말 국수를 만들 수 있는지 의아할 수도 있어요. 여기서 핵심은 ‘로봇 친화적 모듈화’예요. 오 마이 도트는 국수 맛의 중심인 육수를 모듈화했는데요. 액체 상태의 육수에 젤라틴 등을 넣어 굳힌 후 동그랗게 만들었어요. 특유의 납작하고 동그란 모양이 마치 점(dot)처럼 생긴 것에서 착안해 ‘도트’라고 부르죠.

육수를 동전 크기로 고체화한 도트는 로봇 팔이 하나씩 집어들기에 딱이에요. 만약 액체 상태의 육수를 사용했다면 국물이 담긴 커다란 통에 로봇 팔이 국자를 넣어서 무겁게 퍼날라야 했을지도 몰라요. 그러면 로봇의 크기가 커질뿐더러 육수의 무게까지 일일이 재야 하니 비용과 속도 면에서 효율이 떨어졌을 거예요. 반면 도트는 보관과 운반이 간편하니 상대적으로 작은 공간에서, 적은 비용으로 빠르게 1인분을 만들 수 있고요.

모듈화는 자연스레 창의적인 조합의 출발점이 돼요. 오 마이 도트는 10가지 맛의 도트를 개발했을 뿐만 아니라, 그 중에서 1~3개를 고르게 해서 고객의 선택지를 늘려요. 어떤 맛의 도트를 고르느냐는 물론이고 몇 개의 도트를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 맛이 천차만별로 달라지겠죠?

커리, 매운맛 등 일반적으로 상상 가능한 맛과 오징어 먹물, 정어리, 참깨 등 이색적인 맛들도 고를 수 있는데요. 실제로 육수 담는 통이 10개나 있어야 한다면 공간을 많이 차지하겠지만, 동전만한 도트라면 종류별로 진열해두고 로봇 팔이 하나씩 집어드는 방식으로 깔끔하게 해결 가능해요. 로봇 친화적 모듈화와 덕분에 비용을 저렴하게 유지하면서도 고객의 선택지를 늘리는 데 성공한 거예요.

도트 10종, 면 3종을 조합하고 토핑을 얹어 커스텀하는 주문 방식 ⓒohmydot

10종 도트와 3종의 면 중 원하는 것을 선택해 주문하는 방식 ⓒohmydot

가다랑어, 참깨, 클램 차우더 도트에 홍콩면을 조합한 추천 메뉴 ⓒohmydot

칠리 토마토, 바질, 오징어 먹물 도트에 숏 파스타를 조합한 추천 메뉴 ⓒohmydot

다양한 맛 조합은 재방문을 부르는 열쇠이기도 해요. 500가지 조합 중 추천 메뉴, 시즌 메뉴만 잘 어필해도 고객들에겐 ‘못 먹어본 조합’을 시도할 유인이 생기니까요. 2명 이상이 함께 방문한다면 일행이 고른 조합을 보고 ‘다음엔 저렇게 조합해 봐야지’라며 재방문을 기약할 수도 있고요. 늘 새로운 맛을 원하는 까다로운 고객도 끌어들일 수 있을 거예요.

그뿐 아니라 로봇이 베테랑 셰프의 아우라를 흉내내기도 해요. 비결은 주문 키오스크와 연동된 로봇 시스템인데요. 키오스크와 로봇을 연동시키면 주문한 순서대로 요리가 나오는 것은 물론이고, 복잡한 커스텀 주문도 실수 없이 정확하게 처리할 수 있어요. 마치 숙련된 셰프처럼 안정적으로 요리를 제공하니까 바쁜 식사 시간에도 클레임 없이 매장을 운영할 수 있죠. 또, 이 모든 과정을 사람보다 빠르게 진행하니 따끈한 국수를 2분 만에 완성해 고객에게 서빙할 수 있고요. 그야말로 신속, 정확한데다 안정성까지 갖춘 1석 3조의 효과를 보는 셈이에요.

ⓒfavyjp

N-ROBO와 연동된 주문 키오스크 ⓒohmydot

재주는 로봇이 넘고 환대는 사람이 한다

로봇의 역할이 기술적인 영역에만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에요. 마치 록 밴드의 프론트맨처럼, 로봇은 엔터테이너로서 고객을 만족시키는 데에도 탁월하거든요. 우선 매장에 입장한 순간부터 로봇이 요리하는 과정을 보는 건 그 자체로 하나의 쇼에 가까워요. 로봇 팔이 인형뽑기 하듯 도트를 들어 올려 컵에 넣는 움직임과 컵에 담긴 도트와 물을 끓이는 모습 등 로봇의 요리 과정은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즐길 거리가 돼요. 실제로 오 마이 도트를 소개한 유튜브 쇼츠 영상은 90만 건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고요. 매장 안의 손님뿐만 아니라 잠재 고객에게 닿는 마케팅 효과까지 거둔 셈이에요.

동영상 보러가기

또한 오픈 키친은 매장의 신뢰도를 향상시키기도 하죠. 요리 과정이 위생적이고 안전한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으니까요. 오 마이 도트에서는 로봇 팔이 여러 종류의 도트를 집는 순간에 디테일이 드러나요. 도트 종류에 따라 로봇 손을 갈아끼우는 장면은 이 매장이 꼼꼼하고 깔끔하게 관리된다는 인상을 주죠.

요리 과정을 보기 전, 주문 단계에서는 선택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어요. 고객은 도트와 면을 선택하는 시간 동안 조합에 따라 다른 여러 가지 국수의 맛을 상상하며 미리부터 기대를 가지게 되죠. 단순히 선택지가 많아서가 아니에요. 옵션으로 토핑이나 사이드 메뉴를 바꾸는 수준이 아니라, 주재료를 선택할 수 있고 그 선택에 따라 국수의 맛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에 재미있는 거예요.

물론 가격적인 장점도 놓치지 않아요. 로봇이 인력을 대체하고 빠르게 요리하는 만큼, 국수 가격도 상대적으로 낮거든요. 참고로 도쿄 시부야 지역 라멘의 평균 가격은 900~1,000엔 수준이에요. 대표적인 라멘 프랜차이즈 이치란 라멘은 토핑에 따라 1,600엔까지 높아지기도 하고요. 반면 오 마이 도트는 도트 개수에 따라 1개는 590엔, 2개는 690엔, 3개는 790엔이에요. 토핑이나 오일 추가에 따른 요금은 없으니, 마음껏 주문해도 이득을 보는 셈이죠.

하지만 선택지가 많다고 해서 그만큼 만족도가 올라가는 건 아니에요. 오히려 너무 많은 선택지는 기회비용을 더 크게 느끼도록 만든다는 실험 결과도 있죠. 키오스크 주문 방식도 누군가에겐 복잡하고 어려운 과정일 수 있고요. 이렇게 로봇이 채워주지 못하는 영역에 직원이 등장해요.

메뉴 선택을 어려워하는 고객에게 취향에 따라 추천 메뉴를 알려주는 건 기본이고요. 추천 메뉴에는 도트가 2~3개 조합된 요리가 많으니 자연스럽게 업셀링이 이루어져요. 또 노인 등 키오스크 이용을 낯설어하는 고객이 왔을 때 친절하게 키오스크 사용을 도와주기도 해요. 이렇게 적극적인 환대를 한 덕분에 오 마이 도트 구글 리뷰에는 유독 ‘welcoming’, ‘friendly and kind’와 같은 칭찬이 자주 보여요. 로봇과 사람의 장점을 결합한 팀워크가 빛나는 순간이에요.

직원의 환대를 칭찬하는 구글 리뷰 ⓒgooglemaps

점 하나로 시작해 지구 전체로 뻗어나가기

“세계 국수 문화에 설렘을(世界のヌードル文化に、ワクワクを)”

오 마이 도트의 비전이에요. 스스로를 라멘 가게가 아니라 ‘수프 누들 전문점’이라고 부르는 것에서부터 세계 각국의 입맛을 충족시키겠다는 포부가 엿보이는데요. 면 종류를 쌀국수, 이탈리안 숏 파스타, 홍콩면으로 구성한 디테일도 국적과 취향에 관계 없이 누구나 즐길 수 있게 하기 위해서예요. 이런 확장성의 관점으로 오 마이 도트를 보면 촘촘한 설계가 곳곳에 숨어있어요.

우선 자체 개발한 N-ROBO를 볼게요. 로봇은 그 자체로 지역과 무관하게 동일한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로 매장을 운영하는 시스템이에요. 요리하는 사람에 따른 맛의 편차가 없으니 확장성이 높을 수밖에요. 또 본사가 압도적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니 직영점을 운영하기에도, 요리 경험이 없는 가맹 점주를 모집하기에도 유리해요.

또한 요리 자체가 프랜차이즈화를 위한 포석이기도 해요. 주재료인 도트(수프)와 면(누들)은 모두 표준화, 대량생산이 가능한 제품이죠. 신선식품을 고집했다면 맛의 퀄리티는 높아져도 매출의 규모에는 한계가 있었을 거예요. 로봇에만 기댄 게 아니라 안정적인 맛과 재료 수급을 위해 고민한 것을 엿볼 수 있죠.

맛의 종류 역시 로봇을 이용하면 무한대로 확장이 가능해요. 새로운 맛의 도트를 개발하거나, 시즌 한정 메뉴를 출시했을 때 셰프가 레시피를 익힐 필요 없이 로봇에 입력만 하면 되니까 훨씬 간편하죠. 실제로 이번 여름에는 셔벗 형태의 냉동 수프를 개발해, ‘얼음 국수’라는 시즌 한정 메뉴를 출시했어요.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신메뉴를 도입할 수 있으니 맛은 확장되고, 관심은 집중될 거예요.

여름 한정판으로 출시한 얼음 국수 ⓒohmydot

여기에다가 오프라인 매장의 규모를 넘어서는 데에도 적극적이에요. 완성된 컵 누들을 실링해서 포장한 후 배달 판매하기 시작했거든요. 물론 포장, 배달 판매는 많은 매장에서 흔히 도입하고 있지만 사람이 만들었다면 한 사람이 시간당 제조할 수 있는 양에 한계가 있었을 거예요. 장사가 잘되면 인건비가 같이 증가할 수밖에 없죠. 하지만 손이 빠른 로봇이라면 밀려드는 주문을 사람보다는 더 유연하게 감당할 수 있어요.

ⓒohmydot

ⓒUbereats

잃어버린 30년? 생산성 점프한 20년!

일본 경제의 ‘잃어버린 30년’이 잘못된 관점이라고 주장하는 학자가 있어요. 바로 미국 경제학자 찰스 굿하트예요. 비록 1990년부터 10년 동안은 경제가 나빴지만, 2000년 이후부터는 선방했다는 건데요. 그 근거로 노동인구와 GDP 성장률 사이의 관계를 들어요. 일본의 경우 노동인구가 감소했음에도 GDP가 성장했다는 거죠. 실제로 2000년 이후 일본의 노동인구는 연평균 1%씩 줄었지만, GDP는 연평균 1%씩 증가했어요. 일반적으로 노동 인구가 줄어들면 총 생산량인 GDP도 함께 감소하는데, 일본은 그렇지 않았죠.

찰스 굿하트는 생산성 증가에서 그 비결을 찾아요. 대표적인 전략 중 하나가 제조업 분야의 현지 생산, 현지 소비인데요. 자국 내에서는 노동 인구와 소비 감소로 경기가 안 좋으니, 공장을 해외로 이전해서 해외에서 판매하는 전략으로 두 마리 토끼를 잡았어요. 한편 서비스업은 기업들이 임금 상승률을 낮춰서 생산성을 높였고요. 또, 55~64세 인구의 노동참여율이 높아진 것도 임금 상승을 억제하는 요인으로 작용했고요.

하지만 국내 노동력의 임금 상승을 계속해서 억제시킬 수는 없어요. 게다가 일하고 싶어도 체력이 부족한 고령 인구의 비중도 높아지는 추세이고요. 실제로 테크매직의 창업자 유지 시라키는 90세 할머니와 대화하면서 로봇의 필요성을 더욱 체감했어요. 스스로 요리를 할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 가정용 요리 로봇을 개발하기로 결심했죠.

그런데 가정집의 작은 부엌에 최첨단 로봇 설비를 들여놓는 건 크기와 비용 면에서 모두 무리였어요. 이에 식당용 로봇을 개발하는 방향으로 선회한 결과 지금의 푸드테크 기업 테크매직이 탄생한 거예요. 의도하진 않았지만, 테크매직이 피봇팅을 한 덕분에 세계 무대에서 통할 만한 잠재력을 가지게 되었죠. 노동 인구 감소는 일본만의 얘기가 아니니까요.

이를 잘 아는 테크매직은 오 마이 도트가 N-ROBO를 팔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매장 시스템 전체를 확장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어요. 인건비가 높은 국가에 오 마이 도트가 진출할 수 있도록 미국에서 열리는 전시회에 참여한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고요. 노동의 미래를 먼저 겪은 일본에서 등장한 테크매직이 음식 산업을 미래로 이끌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