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감각이 비즈니스가 될 수 있을까

오르에르

2022.05.20

2018년 3월. 전 세계 패션업계를 놀라게 한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루이비통이 스트리트 브랜드 오프 화이트의 수장인 버질 아블로(Virgil Abloh)를 루이비통 남성복 아트 디렉터로 발탁한 것이죠. 스트리트 웨어 기반의 흑인 디자이너를 등용한 건 1854년에 루이비통이 설립된 이래 처음입니다. 루이비통은 왜 버질 아블로를 선택했을까요?


버질 아블로는 "100년 이상 된 브랜드를 12살 아이에게 전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데, 내가 그 일에 전문이다."라고 힘있게 말합니다. 하이 패션과 스트리트 패션을 이종 교배하고, 패션, 건축, 가구, 음악의 경계를 허물면서 말입니다. 고전적인 럭셔리에서 벗어나 현대적으로 체질 개선하려는 250살 루이비통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선택입니다. 이제 버질 아블로는 일종의 '문화 현상'으로 불릴 정도니까요.


40달러짜리 폴로 셔츠에 프린트만 더해 550달러에 판매한 그의 첫 번째 브랜드 '파이렉스 비전'(좌). 상표만 붙었을 뿐인데 가격이 치솟는 럭셔리 브랜드를 비판하는 메시지를 담았습니다. 오프화이트(우)에서 그 기치를 이어갑니다. ⓒ오프 화이트


나이키와 협업한 오프 화이트의 더 텐 시리즈. 주황색 케이블 타이와 헬베티카 폰트가 트레이드 마크입니다. 버질 아블로는 건축학도의 면모를 살려 주황색 케이블 타이, 사선 줄무늬, 화살표 등 건설 현장에서나 볼 법한 디자인을 시그니처로 삼는 등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듭니다. ⓒ나이키


버질 아블로의 행보는 이미 개인의 범주를 뛰어넘었어요. 그들만의 리그였던 럭셔리 패션 산업에 '예술과 패션의 대중화'라는 화두를 던지고, 사업적 성과로 증명하며 산업 전체에 변화를 주고 있습니다. 오히려 탁월한 센스를 철저히 비즈니스로 연결했기에 반짝 스타에 그치지 않고 더욱 지속 가능해졌습니다. '감각 자본의 시대'를 대표하는 사례입니다.


2018년 최고의 쇼로 평가되는 루이비통 2019 S/S. 흑인 래퍼를 모델로 세우고, 팝 뮤직을 틀고, 학생들을 게스트로 초대했습니다. ⓒGETTY IMAGES


하지만 개인의 취향과 감각이 탁월한 것과 이것을 성공적인 비즈니스로 안착시키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입니다. 특정 개인에 의존도가 높다는 건, 개인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까지만 성장하는 한계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패션업계야 디자이너의 취향과 감각을 대량생산하는 체계가 꽤 자리잡혀 있지만, 다른 업계는 아직 사례가 많지 않아 보입니다. 취향 좋은 개인은 그저 소박한 자아 실현 정도로 만족해야 하는 걸까요?

김재원 대표가 운영하는 성수동의 카페 겸 편집숍 '오르에르'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김재원 대표는 하나에 꽂히면 끝을 보고야마는 수집광으로 유명해요. 관심 있는 분야별로 가지고 싶은 물건의 나라, 연도, 히스토리, 작가, 사진, 가격 등을 엑셀에 정리하고 가장 인상 깊은 하나의 물건을 사 모으는 게 일상입니다. 꽃무늬, 지우개, 커틀러리, 심지어 돌멩이까지 수집 대상도 가지가지. 그렇게 돈과 시간을 아낌없이 쏟아넣고 나니 그만의 취향과 감각이 타의 추종을 불허할 경지에 이릅니다.


ⓒ오르에르


공간의 생명이 점점 짧아지는 요즘, 그의 안목을 오롯이 담은 다섯 개의 공간(자그마치, 오르에르, 포인트 오브 뷰, 오드 투 스윗, WxDxH)은 수년째 성업 중이에요. 빼어난 안목의 공으로만 돌릴 게 아닙니다. 못지 않은 안목을 가지고도 스러져간 공간이 수도 없이 많거든요. 알 만한 사람만 찾는 게 아니라 더 많은 이들이 이 공간의 남다름에 공감하게 만들고, 큰 기복 없이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는데요. 개인의 감각을 어떻게 비즈니스로 안착시켰는지에 집중해 이중 가장 규모 있는 공간인 오르에르를 탐방하려 합니다.


공간의 조각을 모으다
오르에르는 외관의 앞뒤가 달라요. 앞모습은 붉은 벽돌의 상가지만, 뒷모습은 정원이 딸린 옛날 가정 주택입니다. 앞뒤뿐 아니라 층별로도 완전히 다른 공간이 펼쳐집니다. 1층이 이야기하기 좋은 카페였다면, 2층은 조용히 생각하기 좋은 공간이고, 3층은 전시 공간이자 편집숍입니다. 외관만 다른 게 아니라, 내부도 층별로 앞뒤가 구분됩니다. 심지어 2층 후면부에는 문구점 '포인트 오브 뷰'가 숍인숍으로 들어가 있습니다. 조금씩만 움직여도 휙휙 바뀌는 풍경에 순간이동을 한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오르에르의 앞 ⓒ시티호퍼스



오르에르의 뒤 ⓒ시티호퍼스


1970년대에 지어진 이 건물은 원래부터 제조 공장과 상업 공간, 주거 공간이 혼재해 있었습니다. 1층의 전면부에는 가죽 매장 3개, 후면부에는 원룸 3개로 구성되어 있었고요. 2층은 구두 공장으로 쓰였고, 3층에는 건물주가 살았던 가정집이 함께 있었어요. 오르에르는 건물의 전면부와 후면부를 트고, 후면부 정원으로 바로 이어지는 길을 뚫었습니다. 이 복합적인 구조를 십분 살리면서 하나의 공간으로 재탄생시킨 것입니다.

애초에 이곳을 눈여겨봤다는 것 자체가 탁월한 감각의 영역이라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감각적인 접근'이라고 느끼는 지점을 좀 더 파헤쳐보면요. 공간의 조각을 모아 이곳에만 존재하는 공간을 만들어냈다는 점이 가장 차별적인 부분이에요. 단일 공간일 때보다 조각이 여러개일수록 훨씬 고유함이 커지는 거죠. 어떤 조각을 합치느냐에 따라서 고유함이 곱하기로 증가하니까요. 단지 카페, 편집숍, 문구점 등으로 구성을 다양하게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같은 구성이더라도 세월의 더께가 내려앉고 지역성이 뚜렷한 공간을 재활용해 더 의미가 있습니다. 이렇게 가시적인 차이 덕분에 감각이 예민하지 않은 사람도, 디테일을 하나하나 들여다보지 않아도, 오르에르의 남다름을 대번에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한 개층만을 활용해 운영에 제한이 있던 자그마치 ⓒ자그마치


사실 김재원 대표는 첫 번째 공간 '자그마치'에서 느낀 한계를 오르에르를 통해 극복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자그마치는 성수동 최초로 공장을 활용해 만든 카페 겸 문화공간으로, 성수동 풍경을 바꾸는 데 기여했는데요. 1개 층의 단일 공간으로 운영해 강연 등의 이벤트가 열리면 카페 영업을 쉬어야 했고, 카페를 찾은 손님들이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 생기기 일쑤였습니다. 전달하려는 콘텐츠가 복합적이면 이를 담을 그릇도 복합적이라는 것을 깨닫고, 오르에르에서는 구조까지 복합적인 문화공간을 만든 것입니다.

이는 상호명에도 잘 담겨있습니다. 오르에르는 디자이너(designer), 에디터(editor)처럼 무엇을 하는 사람을 뜻하는 접미사 ‘or’과 ‘er’을 합쳐 지은 이름입니다. 그리고, 쓰고, 만드는 등 서로 다른 일을 하는 사람들이 모였으면 하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경험의 밀도를 높이다
오르에르에만 가면 오래 체류하게 되고, 여러번 방문한다는 사람이 많습니다. 여러 공간 조각마다 경험 거리가 확실히 구분되고 밀도가 높기 때문이죠. 각 공간의 경험 설계에는 오감이 총동원됩니다. 소재, 컬러, 조명, 오브제, 향기, 음악까지 다르고요. 운영 방식, 운영 시간, 인스타그램 계정마저 공간별로 분리하며 최적의 경험을 만들어요. 실제로 공사를 마무리하고 나서도 이 경험 거리를 채우는 데 더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해요. 오르에르가 어떻게 감각적으로 경험의 밀도를 어떻게 높이는지, 그리고 이 고밀도가 비즈니스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지 1층부터 올라가며 살펴볼게요.


왼편의 입구는 바로 뒷 정원으로 이어집니다. ⓒ명조 브런치



독립된 원룸 구조를 살리고 꽃과 식물 벽지로 꾸며 아늑한 1층 후면부입니다. ⓒ시티호퍼스


1층 카페 전면부는 철제 창틀, 회색으로 깔끔하게 마감된 노출 천장이 시크하고 덤덤한 분위기를 잡아줍니다. 반면, 1층 후면부로 갈수록 나무 창틀, 꽃과 식물 패턴의 벽지 등이 조금 더 아기자기하고 아늑한 분위기를 만들어요. 원래 3개의 원룸이었던 분할 공간을 그대로 살려 더욱 오붓합니다. 창 너머로 엿보이는 뒷편의 정원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집니다. 정원은 옆 건물의 과자점 '오드 투 스윗'과도 이어지는데, 여기에서 사온 베이커리를 오르에르에서 먹는 것도 가능합니다. 모든 공간이 별개지만 어색하지 않고 물흐르듯 자연스러워요.



ⓒ시티호퍼스


2층으로 올라가볼까요? 전면 통창으로 햇빛이 잘 들어 밝은 1층과 달리 2층은 블라인드로 빛을 막아 어둡습니다. 벽, 테이블, 심지어 블라인드까지 채도 낮은 붉은색으로 마감하고, 한쪽 벽면의 큼지막한 빈티지 오디오에서 클래식이 흘러나와 절제되고 차분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1층에는 2~4인용 테이블이 많은 반면, 2층에는 길고 큰 테이블 3개가 다예요. 옆 테이블과 분리되지 않기에 자연스레 소리를 낮추게 돼요. 반면, 강연 등 이벤트가 있을 때는 여럿이 둘러앉아 층 전체를 독립적으로 쓸 수 있고요. 이동 계단도 바같쪽에 있어 다른 공간의 운영에 영향을 최소화하기에 여러 이벤트를 시도하기 좋습니다.

2층 후면부의 포인트 오브 뷰는 오르에르에서의 총 경험 밀도를 높이는 일등 공신입니다. 문구류의 부피가 작다보니 작은 공간 안에 많은 제품을 집적해둘 수 있는 점이 큰 몫을 해요. 아마 단위 면적당 매출도 가장 높지 않을까 싶습니다. 문구 덕후라면 멀리서도 찾아와 구경하다가 카페나 아카이브에 들르고, 문구류의 넓은 범용성 덕분에 다른 공간을 찾은 손님들도 포인트 오브 뷰에 들르는 등 시너지를 내기도 좋습니다.


ⓒ시티호퍼스


포인트 오브 뷰에는 아날로그와 디테일에 진심인 사람들이 많은 만큼, 현장에서만 할 수 있는 경험들도 많습니다. 일단 문구를 직접 사용해볼 수 있는 자리를 공간 한 켠에 마련해뒀어요. 낙서가 아니라 필사를 할 수 있게 세심하게 고른 문장, 창가에 고심해 배치한 오브제와 창밖 풍경까지 모두 잘 어우러져요. 금액대에 따라 달라지는 포장지, 포장 과정까지 이 곳에서만 가능한 경험 굿즈입니다.


영화 <팬텀 스레드>에서 영감을 받아 정한 핵심 컬러인 검은색과 베이지색이 제품에의 몰입감을 높입니다. 고가의 앤틱 가구를 모조리 검은색으로 칠해버리고, 검은색 대형 조명을 어렵사리 공수할 정도로 디테일에 진심입니다. ⓒ오르에르



앉아서 필사를 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시티호퍼스



시필지에는 필사할 문장이 적혀져 있습니다. ⓒ시티호퍼스


3층 오르에르 아카이브에서는 희소성의 측면에서 경험의 밀도가 올라갑니다. 전면부는 김재원 대표가 대학 시절부터 수집한 소장품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전 세계의 진귀한 물건들이 회색의 노출 천장과 벽과 어우러져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냅니다. 팔릴 때마다 대표님의 탄식이 들려온다는 후문이 있을 정도로 아껴 모은 제품들입니다. 후면부는 특정 주제, 작가, 브랜드를 전시하는 게스트 아카이브로 운영해 보다 자주 업데이트합니다. 1970년대 양옥집의 목재 몰딩이 그대로 살아있고 여백의 미를 살려 진열되어 고풍스럽습니다.



주기적으로 바뀌는 3층 후면부의 게스트 아카이브. 빈티지 오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과 선향이 공간 전체를 여유롭게 만듭니다. ⓒ시티호퍼스



산호나 돌처럼 무용해보이는 것들도 아름다움의 가치를 느낄 수 있게 하는 오브제로 당당히 한 자리를 차지합니다. ⓒ시티호퍼스



후면부가 양옥집의 따뜻한 톤이라면 전면부는 차가운 톤의 마감이라 대비됩니다. ⓒ오르에르


이렇듯 감각 자본을 활용하기 가장 좋은 방식 중 하나가 경험의 밀도를 높이는 것입니다. 쓸고퀄이라고 괄시받던 디테일을 마음껏 살릴 수 있으니까요. 연결성, 현장성, 희소성 등 다양한 방향으로 단위 면적당 경험치를 높일 수 있습니다. 공간이 주는 여러 인풋을 소화하며 체류 시간이 늘어날수록 시간을 내서라도 와볼만한 공간이라고 인식하게 됩니다. 감각이 자본이 되는 지점입니다. 


텍스트로 설계도를 짜다
오르에르는 김재원 대표가 긴 시간에 걸쳐 수집해온 물건들이 오랫동안 갈고 닦아온 감각과 어우러져 빛을 발하는 공간입니다. 그렇기에 더욱이 한 개인에 의존하게 된다는 점이 한계일 수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게스트 아카이브' 프로그램이 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시도 중 하나였는데요. 여기에서 보다 발전된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텍스트로 기획의 설계도를 짜는 것입니다. 비주얼을 잡기 이전에 글로 명확히 표현하는 것이죠. 철학, 스토리, 방향성이 텍스트로 단단하게 뿌리를 내려야 디테일하게 가지치기를 했을 때 미묘하게 달라지는 지점이 없습니다. 그래야 김재원 대표 개인에의 의존도를 낮출 수 있고 협업할 여지가 생겨나요. 취향과 감각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고 해석하기 나름일 수 있어요. 혼자 하는 취미라면 그래도 되지만 같이 하는 비즈니스라면 텍스트 설계도가 좋은 가이드가 되겠죠.

텍스트로 짠 설계도를 살짝 엿볼까요? 포인트 오브 뷰의 슬로건은 '예술가적 마인드를 위한 큐레이션 숍(A curated store for the artistic mind)'입니다. 보통 문구라고 하면 책상 위에 놓이는 제품들만 생각하는데요. 포인트 오브 뷰는 문구를 '책상의 풍경을 만드는 모든 것'으로 정의합니다. 그래서 작업하기 위한 도구로서의 필요와 기능성에 방점을 두기보다는, 책상에 앉은 사람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진화한 도구'를 큐레이션합니다. 그래서 책상 앞에 앉았을 때 전면에 보이는 오브제도 충분히 문구가 될 수 있는 것이죠.


포인트 오브 뷰는 책상의 전면부에 보이는 오브제도 문구로 정의합니다. 그래서 일반적인 문구점에는 없는 제품들을 볼 수 있습니다. ⓒ시티호퍼스


포인트 오브 뷰는 '문구'를 책상의 풍경을 만드는 모든 것으로 정의합니다. 책상의 상단부에 놓이는 제품뿐만 아니라 전면부에 보이는 오브제도 '문구'로 정의했습니다. 작업하기 위한 도구로서의 필요와 기능성에 방점을 두기보다는, 책상에 앉은 사람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진화한 도구'를 큐레이션 합니다. 그래서 슬로건도 “예술가적 마인드를 위한 큐레이션 숍(A curated store for the artistic mind)”입니다. 단순한 효율을 위해서 도구를 쓰는 것이 아니라 나만의 관점으로 무언가를 쓰고 그리기 위한 창작자들을 위한 문구점인 것이죠.


감각적인 단어를 골라 압축적으로 쓰여진 큐레이션 카드 ⓒ시티호퍼스


워낙 감각적인 비주얼로 이름난 곳이라 의아할 수 있지만, 오르에르가 텍스트를 얼마나 중시하는지는 제품마다 놓여진 큐레이션 카드에서도 엿볼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별도의 에디터를 둘 정도로 공을 들이는데요. 카드에는 제품 설명보다는 그 도구를 썼던 예술가가 했던 말, 브랜드가 탄생한 역사, 제품의 디테일을 보여주는 스토리 등이 적혀 있습니다. 평범할 수 있었던 제품이 다른 맥락과 관점으로 다가오며 특별해집니다. 비주얼만으로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지점들을 텍스트로 세심하게 풀어주는 배려이기도 합니다.


이런 탄탄한 설계 덕분에 오르에르를 벗어나서도 고유함을 잃지 않습니다. 포인트 오브 뷰가 이를 가장 먼저 증명했는데요. 킨포크 도산에 팝업 코너를 내고, 더현대서울에 정식 입점하는 등 서울 전역으로 뻗어가고 있습니다. 개인의 감각 자본이 비즈니스적인 확장성을 가질 수 있음을 잘 보여줍니다.



꾸준하게 비균일할 것

그동안 많은 비즈니스가 개인에의 의존도를 낮추고 시스템으로 대체하는 방향으로 진화해 왔습니다. 규모를 키우고 지속 가능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그 일환으로 오르에르에서 발견한 인사이트가 자칫 개인의 취향과 감각이 더 이상 필요 없어지는 비즈니스를 지향하는 것처럼 들릴 수 있지만, 사실은 반대입니다. 희소한 감각 자본이 좀 더 제대로 힘을 발휘하기 위함입니다. 


공간의 조각을 모으고, 경험의 밀도를 높이고, 텍스트로 설계도를 짜는 일련의 과정은 개인이 고민 없이 감각 자본을 쌓도록 돕습니다. '큰 돈도 안 되는 걸 어디에 쓰나'하는 생각 안 들게 말이죠. 개인의 비균일성을 꾸준하게 이어갈 수 있는 장치입니다. 우리 모두 감각 자본의 시대에 비즈니스 하는 법에 대해서는 아직 경험치가 많지 않기에 힌트를 얻을 일부일 뿐입니다. 대량생산과 대량소비 시대에 맞춰 시스템이 발전했듯, 감각 자본의 시대에 맞는 장치도 앞으로 더 개발되지 않을까요? 


김재원 대표가 해온 일들을 보면 몸이 몇 개인가 싶습니다. 관심사가 방대하고 깊이까지 있는데, 그 와중에 늘 새롭게 디깅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이렇게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일이 많은 이에게 자그마치 2호점을 내는 것을 거부하고 오르에르를 연 것은 당연한 수순. 대한민국에서 감도 높기로 손꼽히는 개인이 그간 해 온 일들에 메이지 않고 앞으로 해 나갈 일에 집중할 수 있다면 훨씬 더 재밌는 일들이 많이 일어나지 않을까요? 김재원 대표가 비즈니스를 해 온 방식은, 어쩌면 자기 안의 수많은 오르와 에르를 위해 꼭 맞는 도구를 찾아주기 위한 일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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