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치 플랜트 호텔’은 세계 최초 5성급 올 인클루시브(All-inclusive) 식물 팝업 호텔이에요. 휴가 기간 동안 외롭게 남겨지는 식물들을 대신 돌보는 곳이죠. 반려 식물 걱정에 마음 편히 휴가를 즐기지 못하는 식물 부모들을 돕고자 2019년, 2021년 8월에 런던에서 한시적으로 문을 열었어요. 서비스는 최고 수준의 룸서비스와 완벽한 케어, 그리고 양질의 햇빛 공급을 목적으로 해요.
무엇보다 서비스 퀄리티가 5성급인 이 서비스가 무려 ‘무료’예요. 조건이 붙는 것도 아니에요. 패치 플랜트 호텔을 운영하는 식물 플랫폼 ‘패치 플랜트’에서 구매한 식물일 필요도 없어요. 식물 부모에게 꼭 필요한 서비스가 심지어 무료라니! 이 팝업 호텔은 한 마디로 패치 플랜트의 철학, 목적, 시스템, 서비스, 콘텐츠 등을 모두 연계하여 응축해 놓은 상징적 공간이라 할 수 있죠.
그렇다면 패치 플랜트는 왜 5성급 식물 팝업 호텔을 무료로 열었을까요? 그 이유를 알기 위해선, 식물을 구매할 때의 ‘고객 경험 여정(Customer Journey)’에서 그들이 발견한 사업 기회를 이해해야 해요.
패치 플랜트 미리보기
• 가드닝 선진국의 역설, 사각지대에 놓인 식물 초보자
• ① 식물과의 거리를 좁혀주는 닉네임
• ② 선택을 돕는 스마트 솔루션, 검색 필터
• ③ 식물이 넘어지지 않게 배달하는 방법, 3중 포장
• ④ 판매 완료, 그 후에 시작되는 진짜 서비스
• ⑤ 부모를 대신할 5성급 식물 팝업 호텔
• ⑥ 식물을 심폐 소생시키는 식물 119
• 고객 경험 여정에서 사업 기회를 찾는 여정
혹시 반려식물에 관심이 생기셨나요? 혹은 집안에 식물을 들여 분위기를 바꾸고 싶다고요? 식물을 구매할 계획이라면 다음 10개의 항목 중에 공감하는 것에 표시를 해 보세요.
위 항목 중 몇 개에 공감하셨나요? 4개 이상에 체크했다면 당신은 식물에 대한 3가지가 ‘부족한’ 사람입니다. 바로 ‘영감(inspiration)’, ‘접근성(access)’, ‘노하우(know-how)’죠. 그렇다면 이 테스트의 목적도 눈치채셨나요? 질문의 의도나 분석한 결과를 보면 식물 초보자를 찾으려는 테스트라는 걸 알 수 있어요.
이 테스트를 만든 건, 영국 런던에서 시작한 D2C(Direct to Consumer)* 식물 플랫폼 ‘패치 플랜트(Patch Plant)’. 이 스타트업은 식물 초보자들의 문제점에 집중하고, 이 3가지 부족함에 주목했어요. 그런데 그들은 왜 굳이 부족한 것 투성이의 초보자를 타깃한 걸까요? 성숙한 가드닝 문화를 가진 영국이니 시장성이 큰 헤비 유저를 타깃할 법도 한데요.
* D2C : Direct to Consumer. 제조업체가 유통 단계를 없애고 온라인몰 등에서 소비자에게 직접 제품을 판매하는 방식
가드닝 선진국의 역설, 사각지대에 놓인 식물 초보자
브랜드 컨설턴트로 일하던 패치 플랜트의 공동 창업자 ‘Freddie Blackett’는 파트너의 아파트로 이사하며 처음으로 식물에 대한 자신의 ‘부족함’을 발견했어요.
그는 함께 지낼 공간의 방치되어 있던 발코니를 정원으로 꾸미고자 했어요. 그런데 막상 실행하려 하니 자신이 어떤 식물을 좋아하는지, 어떤 식물이 그 작은 발코니에 적합한지조차 알 수 없었죠. 결국 정원 센터를 찾아 시외 먼 곳까지 가야 했어요. 하지만 힘들게 도착한 그곳엔 도움을 줄 만한 사람이 없었어요. 모든 것이 식물 양육에 익숙하고 경험 많은 이들을 위한 시스템이었죠. 초보가 끼어들기엔 너무 전문적인 그들만의 세상이었어요.
결국 그는 가까운 슈퍼마켓에서 식물을 구입했어요. 그런데 한 달도 되지 않아 모두 죽고 말았죠. 도심 정원은커녕 다시 실망만 쌓였어요. 하지만 그 경험은 패치 플랜트를 시작하게 된 도화선이 되었어요. 가드닝 관련 서적들을 읽으며 이는 자신뿐 아니라 많은 초보들이 겪는 문제라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까요. 그렇게 Freddie는 ‘공간도, 경험도, 지식도 부족한 사람들을 위한 식물 관련 브랜드를 만들어보자’고 마음먹었어요. 2015년 12월, 패치 플랜트가 세상에 나오게 된 시작이었죠.
공동 설립자 ‘Freddie Blackett’ ©Patch Plant
식물 분야의 완벽한 초보자였던 그는 자신의 실제 경험 및 지인 40명과 진행한 심층 인터뷰 결과에서 공통의 부족함을 찾았어요. 그리고 크게 세 단계, ‘고르기(Choose)’, ‘배송하기(Deliver)’, ‘돌보기(Look after)’로 진행되는 고객 경험 여정(Customer Journey)를 중심으로 식물 양육 단계별 문제점을 나열했죠. 각 단계별로 초보자들이 맞닥뜨리는 부족함과 문제점에 주목한 거예요.
특히 초보자는 식물 구매 후인 ‘돌보기’ 단계에서 가장 도움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파악했어요. 적절한 방법과 대처로 기르지 못하면 식물은 금세 시들어버리니까요. 반대로 올바른 정보와 실행이 동반된다면 그 식물은 오래 생기를 유지할 수 있고요. 판매자의 역할은 고객의 구매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후에 본격적으로 시작된다는 시각을 새로 정립한 거죠.
여기에다가 시장 환경의 변화도 고려했어요. 영국은 가드닝 문화가 매우 발달한 나라예요. 실제 주택가를 지나다 보면 좁더라도 자기만의 정원을 가꾸는 모습을 자주 발견할 수 있죠. 슈퍼마켓, 온ㆍ오프라인 쇼핑몰 등에도 가드닝 관련 카테고리가 잘 구축되어 있고요.
하지만 시대가 바뀌며 가드닝 문화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어요. 특히 도시에 거주하는 젊은 세대들은 한 Flat(플랏)*을 여럿이 셰어 하는 경우가 많아 가드닝을 즐기기 쉽지 않죠. 나만의 마당도, 발코니도 보유하기 힘드니까요. 전 세대와는 다른 라이프스타일을 사는 것도 이유고요. 결국 이러한 변화는 새로운 식물 양육 문화와 서비스를 필요로 했죠.
* Flat : 영국의 대표적인 거주 형태 중 하나로 부엌과 욕실은 공유하며 각자의 방을 사용하는 공동 주택
이 점에 착안하여 패치 플랜트는 핵심 고객을 구체화했어요. ‘런던과 같은 도심에 거주하고, 식물에 대한 정보와 경험이 부족하며, 주거지 이동이 잦은 25~35세의 젊은 층’으로요. 그냥 ‘젊은 세대’가 아니라 명확한 특성과 니즈를 정의했죠. 가드닝의 사각지대에 놓인 그들에게 현실적으로 적합한 자연 친화적 삶을 제공하고자 한 거예요.
고객 경험 여정 #1. 고르기(Choose)
① 식물과의 거리를 좁혀주는 닉네임
앞서 설명했듯 패치 플랜트는 식물 초보자를 ‘영감(inspiration)’, ‘접근성(access)’, ‘노하우(know-how)’ 등 ‘3가지가 부족한 사람’이라 정의했어요. 그래서 사람들의 영감을 자극하여 관심을 끌고, 더 쉽게 접근하여 식물과 삶을 공유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정보와 도움을 주고자 했죠.
먼저 ‘영감’을 자극하고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식물과의 거리를 좁힐 아이디어를 냈어요. 식물들에게 마치 사람 같은 닉네임을 지어주며 의미를 부여했죠. 예를 들어 산세베리아(Sanseveria)는 ‘Mother-in-law’s tongue’이라는 의미가 있어, 실제 Freddie의 장모인 ‘Susie’로 이름을 붙였어요. 적어도 패치 플랜트에선 산세베리아가 ‘수지’로 통하게 됐어요. 어려운 학명 대신 사람 이름을 붙여 더 생명력 있는 영감을 주는 거예요.
식물들의 닉네임 ©Patch Plant
그렇다고 Susie처럼 개인적인 관계에서 따온 이름만 있는 건 아니에요. 그렇다면 누군가에겐 낯설거나 와닿지 않을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닉네임을 짓거나 설명할 때 또다른 방법을 활용해요. 영화나 드라마 속 유명 캐릭터의 이름으로 닉네임을 짓는 거죠. 그리고 기억하기 쉽게 해당 닉네임과 연상 관계가 있는 이미지를 함께 소개하기도 해요. 예를 들어 학명이 칼라데아(Calathea)인 식물은 닉네임이 줄리엣(Juliette)인데, 기억하기 쉽게 하기 위해 로미오(Romeo)와 연결시켰죠.
이처럼 유쾌한 아이디어로 패치 플랜트의 식물들은 닉네임과 함께 사람이 연상되는 캐릭터도 갖게 됩니다. 식물 부모와의 새로운 여정을 시작하며 받는 선물인 셈이지요.
② 선택을 돕는 스마트 솔루션, 검색 필터
식물의 닉네임도 식물과의 거리를 좁혀주지만, 초보자가 식물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돕는 더 고도화된 방법은 온라인 필터 시스템이라 할 수 있어요. 대부분의 초보자들은 식물을 고르는 단계에서부터 고민에 빠져요. 경험과 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패치 플랜트는 체계적으로 시스템화 한 검색 필터 기능을 통해 개인에게 최적화된 식물을 추천하는 솔루션을 개발했어요. 온라인 플랫폼이기에 더 편리하고 스마트한 해결 방안이죠.
메뉴 카테고리는 Plants / Pots / Plant care / Businesses / Gifts 총 다섯 가지로 구성돼요. 이중 Plants와 Businesses, 그리고 Gifts를 통해 실물을 구매할 수 있고요. 특히 Plants는 또다시 ‘Indoor plants’, ‘Outdoor plants’, ‘Plant bundles’의 하위 메뉴로 나뉘어, 공간과 환경 별로 적절한 식물을 선택할 수 있도록 범위를 더 구체화해 줍니다. 하지만 패치 플랜트의 똑똑한 추천은 세 번째 하위 메뉴의 필터를 통해 본격적으로 시작돼요.
메뉴 카테고리의 1, 2 Depth ©Patch Plant
예를 들어 볼게요. Indoor Plants를 클릭하면 ‘Light’, ‘Care Level’, ‘Plant Type’, ‘Plant Height’, ‘Room’ 등과 같은 10여가지의 필터가 나열돼요. 식물이 놓일 곳의 빛이 어떤지, 양육자의 경험과 수준은 어떤지, 식물의 키는 얼마를 원하는지, 공간이 어디인지와 같이 매우 구체적이죠.
메뉴 카테고리 3 Depth의 Indoor Plants 필터 ©Patch Plant
Outdoor Plants의 경우에는 공간과 환경별 필터뿐 아니라, ‘Colourful’, ‘Jungle’, ‘Cottage’ 등과 같은 8가지 스타일 필터가 추가로 제공돼요. 아무래도 초보자에게는 야외가 실내보다 더 어렵게 느껴지고, 정통 가드닝 개념에 더 가까운 공간이기에 컨셉까지 가이드를 해 주는 거죠.
메뉴 카테고리 3 Depth의 Outdoor Plants 필터 ©Patch Plant
Plant Bundles 카테고리는 패치 플랜트가 얼마나 고객 지향적인지 상징적으로 보여줘요. 이 카테고리를 클릭하면 ‘Sculptural set’, ‘Kitchen set’, ‘Easy watering set’와 같이 초보자의 실생활에 적용하기 좋은 다양한 주제를 먼저 제안해요. 공간, 스타일, 양육 수준 등의 주제는 물론, 패치 플랜트만의 독특한 식물 닉네임별 세트도 구성되어 있고요.
Plant Bundles 메뉴 ©Patch Plant
이외에 비즈니스 공간을 식물로 꾸미고자 할 때, 선물을 하고자 할 때도 세부적인 카테고리별 필터를 통해 최적의 선택을 할 수 있게 도와줘요. 한 마디로 초보 고객이 식물 선택 단계에서 느낄 수 있는 어려움을 미리 정확하게 포착하여 ‘추천을 통한 개인화’ 솔루션을 제공하는 거죠.
Businesses & Gift ©Patch Plant
Business 공간 적용사례 ©Patch Plant
고객 경험 여정 #2. 배달하기(Deliver)
③ 식물이 넘어지지 않게 배달하는 방법, 3중 포장
영국에서 식물과 꽃을 구입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루트는 슈퍼마켓이에요. 이미 식물이 일상에 가까이 들어와 있다는 의미지요.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슈퍼마켓에 대한 접근성은 높지만, 막상 슈퍼마켓에서 식물을 사려면 거리감이 느껴져요.
우선 대부분의 경우 식물에 관해 안내해 줄 직원이 상주하지 않아요. 초보자에겐 다른 물건들처럼 쉽게 집어 오기 어려운 환경이에요. 또한 덩치가 있는 식물일 경우엔 배송이 어려울 수 있어요. 공간 확보와 식물 고정 등의 문제로 자동차로 직접 운반하기도 쉽지 않아요. 슈퍼마켓의 배송 서비스를 이용한다 하더라도 배송 과정에서 식물이 손상될 가능성이 있죠. 슈퍼마켓의 다른 물건과 함께 물건처럼 배송이 되니까요.
결국 슈퍼마켓처럼 접근성이 높다고 하더라도, 슈퍼마켓에서 집까지 식물을 이동하는 과정은 여전히 멀어요. 바로 이러한 접근성과 배달하기의 문제를 패치 플랜트는 온라인 주문과 배송으로 극복했어요. 앞서 설명한 것처럼 필터를 통해 온라인으로 식물을 고를 수 있으니 접근성이 이보다 더 뛰어날 수는 없고요. 배달하기 과정에서도 식물 배송에 최적화된 패키지로 집까지 안전하게 도착할 수 있게 해주죠. 어떻게냐고요?
식물을 전문적인 패키징 기술을 적용해 3중으로 포장해요. 우선 팟(Pot)을 박스로 씌워요. 이렇게 해야 식물을 최종 포장 박스 안에 넣을 때 바닥을 고정시킬 수 있거든요. 두번째로는 잎을 포장 종이로 감싸요. 최종 포장 박스에 넣거나 뺄 때 잎이 상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죠. 세번째로는 최종 포장 박스에 넣어요. 식물의 키와 폭에 맞게 제작된 박스라 식물을 완충할 수 있는 공간이 확보되죠.
최종 포장 박스에는 일러스트가 그려져 있는데요. 이 일러스트는 식물 포장에 따뜻함과 친근함을 더해주기도 하지만, 기능적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해요. 아무리 3중으로 철저하게 식물을 포장했다 하더라도 배송 과정에서 위아래가 헷갈려서 거꾸로 세우는 순간 낭패가 되죠. 일러스트는 박스의 위아래를 넌지시 알려주는 효과가 있어요. 또한 이걸로 부족할 수 있으니 명시적으로 박스에다가 화살표와 함께 ‘여기가 위(This way up)’이라고 써놓기도 했죠.
패키징 방법 ©Patch Plant
식물 배송 방법 ©Patch Plant
고객 경험 여정 #3. 돌보기(Look after)
④ 판매 완료, 그 후에 시작되는 진짜 서비스
이렇듯 패치 플랜트는 초보자가 식물을 선택하고 접근할 때 겪는 문제들을 해결하면서 브랜드 정체성과 차별성을 구축했어요. 판매자로서 여기까지만 해도 충분히 경쟁력 있지만, 패치 플랜트는 여기서 멈추지 않아요. 그들의 진짜 차별점은 식물을 키우고 돌보는 노하우를 제공하는 방식에서 완성돼요.
사실 초보자의 부족함이 가장 드러나는 여정은 식물을 본격적으로 키워가는 시점부터예요. 고르고, 배송하는 일련의 과정들은 조금만 노력해서 정보를 찾아보고 조언을 구한다면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어요. 하지만 양육은 스스로 해야 할 영역이며 책임감도 요구돼요. 그래서 패치 플랜트는 판매 후에도 콘텐츠와 서비스를 통해서 식물의 생애 전체에 관여하고자 했어요. 일종의 ‘식물 생애 가이드’ 역할을 자처하며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하는 거예요.
구매 후 고객이 가장 먼저 지원받는 서비스는 온라인 동영상 강의예요. 신규 고객에게 이메일을 통해 약 20~40분 길이의 무료 식물 양육 코스 동영상 20개 이상에 접근 가능한 권한을 부여하죠. 주제는 물 주는 법, 애완동물로부터의 보호법, 빛, 습기, 벌레, 기후 변화 등에 따른 관리법 등으로 매우 다양하고 현실적이에요. 실내외 환경에 따라서도 세분화해서 제공하고요. 동영상뿐만 아니라 ‘리와일드(REWILD)’라는 온라인 매거진과 '패치'라는 매거진을 통해서도 식물 양육 팁을 지속적으로 제공해요. 공간에 어울리는 스타일을 제안하며 식물과 함께하는 라이프스타일 정보 또한 공유하죠.
식물 양육 코스 동영상 ©Patch Plant
온라인 매거진 ‘REWILD’ & 오프라인 매거진 ’Patch’ ©Patch Plant
이러한 콘텐츠도 돌보기 단계에서 필요하지만, 이것만으로 충분하지는 않아요. 정보 제공을 통한 간접적인 도움이니까요. 전문가의 직접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가 있어야 돌보기 단계가 더 든든해질 수 있어요. 그래서 패치 플랜트는 기발한 서비스들을 런칭했어요. 2019년에 팝업 호텔로 문을 연 ‘패치 플랜트 호텔(Patch Plant Hotel)’과 2022년에 시작한 ‘식물 구조대 서비스(Plant Paramedic Service)’가 대표적이에요.
⑤ 부모를 대신할 5성급 식물 팝업 호텔
‘패치 플랜트 호텔’은 세계 최초 5성급 올 인클루시브(All-inclusive) 식물 팝업 호텔이에요. 휴가 기간 동안 외롭게 남겨지는 식물들을 대신 돌보는 곳이죠. 반려 식물 걱정에 마음 편히 휴가를 즐기지 못하는 식물 부모들을 돕고자 2019년, 2021년 8월에 런던에서 한시적으로 문을 열었어요. 서비스는 최고 수준의 룸서비스와 완벽한 케어, 그리고 양질의 햇빛 공급을 목적으로 해요.
Patch Plant Hotel ©Patch Plant
먼저, 예약한 룸에서 맞춤형 수분 스파와 룸서비스를 통해 비건 푸드(거름, 비료)와 드링크(물)를 공급받아요. 식물 웰니스 팀이 직접 치료와 샤워(클렌징) 등의 케어를 하고요. 사람이 즐기는 호텔 서비스와 유사하죠. 체크아웃을 할 땐 필요에 따라 관리법과 기타 정보를 챙겨줄 만큼 세심해요. 여기서도 패치 플랜트가 중요시하는 ‘돌보기’ 단계의 서포트 정신이 드러나죠?
2019년에 처음 팝업 호텔의 문을 열었을 때는 총 100개의 익스클루시브 스위트룸이 있었어요. 하지만 2020년에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잠시 문을 닫았다가, 2021년 재오픈을 하며 그 수를 두 배인 200개로 늘렸죠. 그사이 호텔의 요긴함에 대해 입소문이 퍼진 거예요. 그래서인지 한 달여의 팝업 기간동안 예약 가능한 모든 룸이 단 하루 만에 마감될 정도로 인기가 높아졌어요.
무엇보다 서비스 퀄리티가 5성급인 이 서비스가 무려 ‘무료’예요. 조건이 붙는 것도 아니에요. 패치 플랜트 호텔을 운영하는 식물 플랫폼 ‘패치 플랜트’에서 구매한 식물일 필요도 없어요. 식물 부모에게 꼭 필요한 서비스가 심지어 무료라니! 이 팝업 호텔은 한 마디로 패치 플랜트의 철학, 목적, 시스템, 서비스, 콘텐츠 등을 모두 연계하여 응축해 놓은 상징적 공간이라 할 수 있죠.
한시적이긴 하지만, 가장 필요할 때 팝업 호텔을 열어 ‘돌보기’ 단계에서 요구되는 전문적이고, 통합적이며, 유연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패치 플랜트. 그것도 공짜로 돌보기를 해주니 고객의 마음속에 브랜드를 향한 러브마크(Lovemarks)가 생기는 건 시간문제겠지요?
Patch Plant Hotel 서비스들 ©Patch Plant
⑥ 식물을 심폐 소생시키는 식물 119
패치 플랜트에는 ‘식물 박사에게 물어보세요(Ask the Plant Doctor)’ 코너가 있어요.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전문가에게 직접 궁금한 점을 문의할 수 있어요. 웹사이트에 도움이 필요한 내용을 남기면 업무일 기준 5일 안에 전문가가 답변을 남겨주죠. 아무리 식물 관련 콘텐츠가 넘쳐나고, 검색으로 다양한 정보를 찾을 수 있다고 해도 여전히 알아내기 어려운 정보들이 있어요.
개인화된 맞춤형 정보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식물 박사에게 물어보세요’는 돌보기 단계에서 필요한 서비스예요. 하지만 이 서비스 역시도 소극적인 형태의 돌보기에 가까워요. 정보를 제공하는 거지 조치를 취해주는 건 아니니까요. 식물이 어떤 이유에서인가 시들거리고 있는데 5일 내에 언제 올지 모르는 답변을 기다리는 것도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고요. 이런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패치 플랜트는 더 적극적인, 어쩌면 더 적극적이다 못해 극적인 서비스를 내놓았어요. 바로 ‘식물 구조대 서비스(Plant Paramedic Service)’예요.
Ask the Plant Doctor & Gift Note ©Patch Plant
2022년에 런칭한 식물 구조대 서비스는 한 마디로 ‘식물 119’라 할 수 있어요. 위급한 상태의 식물들을 살리고자 플랜트 구급대원들이 출동하는 영국 최초의 식물 구급 서비스죠. 서비스의 출발점은 1만여 명 이상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였어요. 응답자의 38% 이상이 휴가를 다녀온 후 죽어가는 식물을 그냥 버린 경험이 있다고 답했죠. 이 안타까운 상황을 포착하여 구급 서비스를 시작한 거예요. 아직 숨이 붙어있기만 하다면 포기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 생명이니까요. 그렇게 초록 유니폼을 입고 초록 구급차를 탄 플랜트 구조대원이 돌보기 과정을 돕기 시작했어요.
Plant Paramedics Service ©Patch Plant
고객 경험 여정에서 사업 기회를 찾는 여정
영국의 가드닝 문화는 세계 최고 수준이에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락다운 되었을 때, 락다운 액티비티로 가드닝이 2위에 뽑히기도 했죠. 하지만 이런 상황이 역설적이게도 초보자의 식물을 향한 접근을 오히려 어렵게 만들었어요. 전체적인 수준이 높다보니, 전문적인 방향으로 치우친 감이 있던 거예요. 초보자들이 불편해 하거나, 낯설어 하거나, 궁금해 하는 부분들이 의도치 않게 간과됐어요.
여기에다가 시장 환경의 변화로 새로운 니즈가 생겼어요. 영국의 가드닝은 아웃도어 중심으로 발달되어 왔어요. 하지만 최근의 젊은 세대는 정원이 없는 집에 살거나, 혹은 여러 명이 함께 생활하는 곳에서 사는 등 라이프스타일이 바뀌었죠. 또한 사무실에도 식물을 들여 놓는 문화도 확산됐고요. 인도어의 좁거나 작은 공간에서 함께 할 수 있는 식물이 필요해진 거예요.
패치 플랜트는 이 지점을 파고 들었어요. 틈새 타깃팅과 온라인 기반의 솔루션으로요. 그리고는 사람들의 식물 구매 방법에 대한 생각과 행동 패턴을 바꾸겠다고 말해요. 이 말은, 기존 시장 시스템과 변화된 소비자들의 관계부터 다시 구축하겠다는 의지로 해석할 수 있죠. 이렇게 패치 플랜트는 영국 최초의 온라인 식물 쇼핑몰로 2015년에 런칭한 후, 지금껏 50만 명 이상의 고객들에게 200만 개 이상의 식물을 배송했어요. 분명 시장과 소비자에 변화가 생긴 거예요.
성장을 거듭해온 패치 플랜트의 미래가 언제까지나 푸르를지는 알 수 없어요. 하지만 비즈니스를 시작하기에 앞서, 고객 경험 여정의 각 단계별로 문제점을 찾아내고 나름의 해결책을 제시한 걸 보면 패치 플랜트가 앞으로도 파릇함을 유지할 수 있을 거란 기대가 생겨요. 외부 환경이 변하거나 경영에 문제가 생기면 또다시 고객 경험 여정을 재정의하고 그 속에서 근본적인 문제를 파악해, 그들만의 방식으로 풀어나갈 테니까요.
References
• an interview with Patch founder, Freddie Blackett, Joy Molan, quarterlife
• Interview : Freddie Blackett, Founder of Patch, THEdesignSHEPPARD
• “If I can’t look after a plant, how am I meant to look after a child!?” — Freddie Blackett, founder of Patch Plants, Martin Lumsden, Gentleman’s Journal
• Our Investment in Patch, Will Gibbs, Medium
• How Patch Plants Use Educational Content, Lewis Ridley, Salience.
• Patch Plants harvests insight from a bumper crop of business data, Jessica Twentyman, diginomica
• London based D2C online plant retailer Patch secures £1m funding, Barney Cotton, Business Leader
• World’s first ‘plant hotel’ opens in London, Christian Tolentino, Travel Daily Media
• This 'plant hotel' will babysit your greenery while you're on holiday, Sarah Palmer, Euronews
• Patch Plant Hotel to reopen for the holiday season in London – now with a plant spa, Anna Cottrell, Gardeningetc
• PATCH LAUNCHES UK’S FIRST PLANT PARAMEDIC SERVICE TO SAVE DYING HOUSEPLANTS, Kristine Anonuevo, Verge Magazine
• Patch launches UK's first Plant Paramedics service offering home visits to save dying houseplants, Ellis Cochrane, House Beautiful
• [영국의 정원문화] 우연이 만들어낸 가장 아름다운 색, 이준규,Landscape 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