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관심없는 허공에다, 누구도 본 적 없는 기회를 설계한다

필 컴퍼니

2023.03.31

코인 주차장을 이용하면서 아깝다는 생각이 든 적 있나요? 물론 주차 요금이 나가는 건 아까운 일이에요. 하지만 주차장을 이용한 대가이니 내는 게 당연하죠. 그런데 ‘필 컴퍼니’는 다른 데서 아까움을 느꼈어요. 코인 주차장은 대부분 지상층만 사용하고 있는데요. 이 코인 주자창 위의 공중 공간이 비어 있는 것을 아깝다고 봤죠.  


그래서 주차장의 공중 공간에 2층 또는 3층으로 된 가설 건물을 올려 상업 시설을 입점시켜요. 가설 건물이지만 디자인적으로 꽤 근사한 건물로 완성을 해요. 그러고는 ‘필 파크(Phil Park)’라고 이름 붙였어요. 2005년에 도쿄에서 시작해 일본 전역으로 사업을 펼쳐나갔고, 2018년에는 상장까지 했어요.


사업 모델은 토지주의 의뢰를 받아서, 코인 주차장 위에 가설 건물을 세운 후 해당 지역에 입주하면 좋을 세입자까지 연결해주는 거예요. 이렇게 비어있는 허공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찾으니 필 컴퍼니는 물론이고 토지주, 세입자, 지역 주민에게 전에 없던 만족도가 생겨요. 구체적으로 무엇이 달라지는지 하나씩 살펴볼까요?


필 컴퍼니 미리보기

 허공에서 새로운 공간을 발견하다

 ‘윈-윈-윈’하는 사업 기회를 설계한다

 공중 공간을 활용한 주차장을 만든다

 코인 주차장이 없다면 차고를 짓는다

 차고가 아니라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한다

 효율을 추구하는 건 미래를 위한 일이다




도쿄역을 끼고 있다고 버틸 재간이 있는 것은 아니었어요. 교통과 통신이 발달하는 데다, 그에 따라 부도심이 부상하니 마루노우치 지역의 경쟁력은 점점 무뎌졌어요. 도쿄역 앞에 위치한 이점이야 여전했지만, 더이상 그것만으로 승부하기는 어려웠죠.


시대의 변화에 따라가기 위한 변신이 필요했어요. 그래서 마루노우치 지역을 재개발하기 시작했죠. 그러면서 비전을 새로 세웠어요. 그동안 도쿄역이 교통의 요지로서 일본의 중심이었다면, 재개발을 하면서 세계의 중심으로 발전시켜보자는 거였어요.


마루노우치 지역을 글로벌 비즈니스의 최전선으로 만들기 위해선 빌딩을 더 높고 크게 지을 필요가 있었어요. 그래야 같은 지역에 더 많은 업무 시설, 상업 시설, 문화 시설, 숙박 시설 등을 넣을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문제는 용적률이었어요. 용적률은 대지면적에 대한 건물 연면적의 비율을 말하는데요. 쉽게 말하면 용적률에 따라 빌딩을 지을 수 있는 최대 높이가 정해져요.


마루노우치 재개발 프로젝트의 비전을 달성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전폭적인 지원을 했어요. 건물이 사용하지 않은 용적률을 다른 건물에 팔 수 있는 권리인 ’공중권‘을 허용한 거예요. 그래서 용적률을 최대치까지 사용하지 않은 건물의 남은 높이를 매입해, 정해진 용적률보다 건물을 더 높게 지을 수 있게 됐죠. 이때 중요한 역할을 한 건물이 ‘도쿄역’이에요.



ⓒ시티호퍼스


도쿄역은 3층 높이니, 사용하지 않은 용적률이 많았어요. 그래서 주변 건물들이 도쿄역을 비롯해 다른 건물들의 남은 용적률을 적극적으로 사들여 건물을 더 높고 크게 지을 수 있었죠. 공중권 덕분에 마루노우치 주변의 빌딩들은 위풍당당해졌어요. 물론 공중권을 판 건물들은 그만큼의 수익을 올릴 수 있있고요.


이처럼 공중권은 아무 것도 없는 허공에서 비즈니스 기회를 찾은 거예요. 하지만 아이디어가 기발해도, 먼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어요. 법적으로 공중권이 허용돼야 하고, 법적인 문제가 해결된다 하더라도 누구나 공중권을 거래할 만큼의 빌딩을 지을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그렇다고 공중의 빈 공간에 대한 관심을 멀리하긴 아직 일러요. 도쿄에는 아무도 관심없던 허공에서, 누구도 본 적 없는 기회를 설계하는 회사가 있으니까요. 바로 ‘필 컴퍼니’예요.



허공에서 새로운 공간을 발견하다

필 컴퍼니는 도쿄 내 코인 주차장에 주목했어요. 코인 주차장은 대부분 지상층만 사용하고 있는데요. 필 컴퍼니는 이 코인 주자창 위의 공중 공간이 비어 있는 것을 아깝다고 봤죠. 물건이나 음식이 버려지는 것을 아까워하는 ‘못타이나이’ 문화를 눈에 보이지 않는 빈 공간에까지 적용한 거예요.


그래서 주차장의 공중 공간에 2층 또는 3층으로 된 가설 건물을 올려 상업 시설을 입점시켜요. 가설 건물이지만 디자인적으로 꽤 근사한 건물로 완성을 하죠. 그러고는 ‘필 파크(Phil Park)’라고 이름 붙였어요. 2005년에 도쿄에서 시작해 일본 전역으로 사업을 펼쳐나갔고, 2018년에는 상장까지 했어요.


사업 모델은 토지주의 의뢰를 받아서, 코인 주차장 위에 가설 건물을 세운 후 해당 지역에 입주하면 좋을 세입자까지 연결해주는 거예요. 평균적으로 계약 건당 8~15억원 정도의 매출이 발생하죠. 이렇게 비어있는 허공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찾으니 필 컴퍼니는 물론이고 토지주, 세입자, 지역 주민에게 전에 없던 만족도가 생겨요.



‘윈-윈-윈’하는 사업 기회를 설계한다

우선 토지주. 주차장 위에 상업 시설이 생기니까 추가 수익이 발생해요. 대략 얼마나 발생하는지 계산해 볼게요. 50평 규모의 코인 주차장을 운영한다고 하면 약 10대의 주차 공간을 만들 수 있어요. 코인 주차장 기업의 통계에 의하면 평균 가동률이 45%이고, 시간당 평균 주차 요금이 1,200엔(약 1만 2천원)이니 1일 매출은 129,600엔(약 130만원)이에요. 한 달로 환산하면 3,888,000엔(약 3,900만원) 정도의 수익이 발생하죠.



ⓒ시티호퍼스


여기에 2층에 건물을 짓고 카페를 입점시켰다고 가정해 볼게요. 임대 면적을 40평 정도로 잡으면, 도쿄 상업 시설의 2층 평균 임대료가 2만엔(약 20만원)이니 월세로 80만엔(약 800만원)을 받을 수 있어요. 여기에다가 카페 입점으로 주차장 수익이 안정화되는 건 물론이고, 심지어 이용률이 높아지죠. 주차장 이용률이 10%만 올라가도 약 388,800엔(약 390만원) 정도의 주차장 추가 수익을 올릴 수 있어요. 두 수익원을 합치면 약 119만엔(약 1,190만원). 코인 주차장만 운영할 때보다 약 30% 가량 매출이 높아지는 셈이에요. 물론 3층까지 올리면 수익은 더 커지고요.


물론 추가 수익이 생긴다 하더라도 투자 비용이 지나치게 크면 굳이 2층에 건물을 지을 필요가 없을 거예요. 그래서 이번엔 수익률 관점에서 살펴볼게요. 코인 주차장의 공중에다가 건축하는 비용은 8~15억원 정도도 일반 건물을 올리는 거 보다 저렴한 편이에요. 건축을 간소화했기 때문이죠. 그리고 건물을 올림으로써 발생하는 추가 수익을 연간으로 환산하면 약 1억 4천만원이에요. 14억원 정도를 투자해서 건물을 지은 경우 연간 약 10%의 수익률을 낼 수 있는 거예요. 은행 이자율을 고려했을 때 괜찮은 장사죠.


그렇다면 세입자와 지역 주민은 어떤 만족도가 생길까요? 이를 알기 위해선 필 파크의 특징을 이해해야 해요. 필 컴퍼니는 필 파크를 만들 때 2가지를 고려해요. 2층이나 3층이 가진 불리함을 극복하기 위해 천장을 높게 설계하고, 벽면을 주로 통창으로 구성하죠.



ⓒPhil Company Inc.


이런 특성 때문에 세입자가 누릴 수 있는 혜택이 생겨요. 층고가 높고 내부 인테리어에 대한 자유도가 높으니 세입자 입장에서는 브랜드의 컨셉을 살려 원하는 방향으로 공간을 꾸밀 수 있거든요. 또한 1층에 주차 공간이 있으니 고객 편의성이 높아져 모객에도 유리해요.


지역 주민 입장에서도 반길 이유가 있어요. 주차장만 달랑 있던 곳을 개발함으로써 새로운 상점이 들어서니 지역이 다채로워지죠. 여기에다가 통창 덕분에 동네가 밝아져요. 치안을 개선하는 효과도 생기는 거예요. 코인 주차장의 공중 부분을 개발을 통해 지역을 활성화하는 사회적 기능을 한다고 볼 수 있어요.



코인 주차장이 없다면 차고를 짓는다

필 컴퍼니는 아무도 관심없던 허공에서 누구도 본 적 없는 기회를 찾았어요. 그리고는 도쿄를 비롯한 일본 전역의 공중을 접수해나가기 시작했죠. 성과는 좋았어요. 코로나로 매출이 꺾이기 전, 2016년부터 2019년까지 3개년 매출이 연평균 61.5% 성장했고, 해당 기간 동안 영업이익률도 10~15%를 유지했어요. 하지만 이 기회는 의존적일 수밖에 없어요. 코인 주차장이 없다면 공중을 개발할 수 없으니까요.




그런데 문제가 감지됐어요. 일본 전역 코인 주차장의 약 27%인 17,550여 개의 코인 주차장이 도쿄에 몰려 있어요. 2003년 이후로 코인 주차장 수의 증가세는 연평균 2%대를 유지하면서 포화 시장이 됐죠. 늘어나는 주차장 수도 적은데, 이 마저도 소형 주차장 트렌드로 인해 1~2대 정도의 차량만 주차 가능한 코인 주차장 중심으로 증가했어요. 이렇게 작은 코인 주차장에는 필 파크 건설이 어렵죠. 실제로 계약 건수도 2018년 31건에서 2019년 26건으로 줄어들었어요.


성장의 한계를 예감한 필 컴퍼니는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아 나서요. 코인 주차장이 없다면, 차고를 만들어 그 위를 개발하면 된다고 판단한 거죠. 코인 주차장이건, 차고건 공중이 비어있는 건 마찬가지니까요. 그래서 2019년에 개러지 하우스 제작 업체인 ‘Value Planning KK’를 인수했어요. 그러고는 ‘프리미엄 개러지 하우스(Premium Garage House)’로 리브랜딩했죠.


필 컴퍼니의 프리미엄 개러지 하우스 사업은 필 파크와 구조적으로 유사해요. 토지주의 의뢰를 받아 차고를 짓고 그 위에 주거 공간을 함께 개발한 후 입주자를 연결해주는 거예요. 차이가 있다면 기존에 있던 주차장을 활용하는 게 아니라 주차장을 직접 만든다는 거죠. 토지주는 투자를 해서 프리미엄 개러지 하우스를 짓고, 임대 수익을 얻을 수 있어요.


물론 주거 시설을 개발하고 그 아래 주차장을 만드는 것과 형태적으로는 같아요. 하지만 출발점이 다르니 건물의 형태와 투자 비용이 달라져요. 가건물에 가까운 형태라 일반 건물을 짓는 것보다 비용도 시간도 적게 들거든요. 프리미엄 개러지 하우스는 2~10억 정도의 투자금으로 지을 수 있어요. 또한 일본의 세금 정책 상 주차장을 외부에 따로 만들게 되면 그 토지와 시설에 대한 세금을 내야하는데, 차고의 경우 건물의 일부로 인식되어 절세 효과가 생기죠.


프리미엄 개러지 하우스 사업은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빛을 발했어요.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밀도가 높은 도심에서 벗어나 교외로 나가서 살려는 수요가 늘어났거든요. 이러한 변화에 영향을 받아 2021년에 22건을 계약했어요. 같은 해 필 파크의 계약 건수는 5건에 그쳤죠. 2022년에 비슷한 흐름이 이어졌어요. 필 파크는 13건을 계약한 반면 프리미엄 개러지 하우스는 16건의 계약이 성사됐어요.



차고가 아니라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한다

필 컴퍼니가 프리미엄 개러지 하우스를 통해서 짓는 차고, 그리고 주거 공간은 단순히 건물에 그치지 않아요. 개러지를 중심으로 한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거죠. 그래서 프리미엄 개러지 하우스를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꾸미다, 일하다, 모으다, 창조하다, 훈련하다, 즐기다 등 크게 6가지로 구분했어요.


예를 들어 볼게요. ‘꾸미다’는 개인의 취미 생활과 아카이빙을 위한 공간인데, 특히 자동차, 바이크 등에 관심이 많은 니치 시장을 타깃하고 있어요. 이는 Value Planning KK를 인수하기 전에 이 회사의 사업 방향이어서 가장 특화되어 있는 분야이기도 하죠. 시설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위치적인 측면에서도 스즈카 트윈 서킷, 후지 스피드웨이 등 모터스포츠 경기장에 인접해 있는 곳들이 있어요.



ⓒPhil Company Inc.


또한 ‘일하다’는 차고 공간에 사무실을 설치한 형태예요. ‘창조하다’는 차고를 아뜰리에처럼 활용해요. 그리고 ‘훈련하다’는 헬스 트레이닝 시설을 병행할 수 있게 꾸며 놓았고요. 이처럼 차고가 주차를 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지만 해당 라이프스타일을 즐길 수 있는 창고 혹은 작업실과 같은 역할도 하는 거예요.



ⓒPhil Company Inc.


그래서 프리미엄 개러지 하우스의 경우 거주하는 집이 될 수도 있지만, 라이프스타일을 위한 세컨드 하우스로도 많이 이용하고 있어요. 세컨드 차 혹은 오토바이의 보관 창고로 활용하거나, DIY로 무언가를 만드는 장소로 쓰거나, 원격 근무시 작업 공간으로 이용하는 식이죠.


또한 개러지 라이프스타일이 낯선 사람들을 위해, 혹은 개러지 라이프스타일을 더 잘 즐기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온라인 상에서 프리미엄 개러지 매거진(Premium Garage Magazine)을 발행해요. 사람들이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실제로 차고를 어떻게 꾸며놓고 활용하는지에 대한 내용, 차고를 보유하고 유지할 때 신경써야 할 포인트들을 설명해주면서 개러지 라이프스타일의 매력에 빠질 수 있도록 돕는 거예요.


이렇게 개러지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니, 고객도 반응을 보여요. 2022년 기준으로 대기자가 5,100명에 달하거든요. 차고와 주거 공간 제공자보다 입주 희망자가 더 많아 공급이 달리는 상황이죠.



효율을 추구하는 건 미래를 위한 일이다

필 파크와 프리미엄 개러지 하우스를 만드는 필 컴퍼니는 스스로를 ESG와 SDG(Sustainable Development Goals)에 적합한 회사라고 생각해요. 주차장 위에 가설 건물 형태로 짓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간소화될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건물을 짓는데 들어가는 자재라던지 건물을 지을 때 발생하는 환경오염 등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에요. 특히 필 파크의 경우에는 건물을 짓기 위해 땅을 추가로 개발할 필요도 없어져요.


보통의 경우 편리나 효율을 추구하는 건 지속가능한 미래를 추구하는 것과 상충되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필 컴퍼니의 행보에서도 볼 수 있듯이, 보이지 않는 것에서 새로운 기회를 발견하면서 효율을 추구한다면 그것이 곧 미래를 위한 일이 될 수도 있어요. 아무도 관심없는 허공에서 누구도 본 적 없는 기회를 설계한 필 컴퍼니처럼, 무심코 지나치는 것들을 재발견해 볼 필요가 있는 이유예요.




Reference

• 필 컴퍼니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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