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베이어 벨트 치즈 바로, 로컬 메이커를 지지하는 방법

픽&치즈

2022.12.02

요시아키 시라이시는 일본 초밥 전문점의 경영자였어요. 그런데 식당의 면적이 좁아 운영과 관리 측면에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었죠. 직원을 고용한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니었어요. 그는 조리, 서빙, 고객 접대, 동선 활용 등에 용이한 아이디어를 고민했는데요. 그러던 중 맥주 공장 견학 시 목격한 컨베이어 벨트 시스템을 떠올렸어요. 


‘맥주를 운반하는 것처럼 컨베이어 벨트 위에 초밥을 올려 회전시킨다면 많은 문제가 동시에 해결되겠구나’ 싶었죠. 운영의 효율성은 물론, 재미와 새로움까지 제공할 수 있으니 고객에게도 매력적인 미식 경험이 될 거고요. 1958년, 그렇게 회전초밥 시스템이 개발됐죠. 이 혁신적인 방식 덕분에 회전초밥집이라는 하나의 장르가 생겼죠. 


머나먼 일본에서 개발된 식당용 컨베이어 벨트는 60여년이 흘러 영국으로 건너왔어요. 그리고 컨베이어 벨트 위에 초밥 대신 치즈를 올렸죠. 바로 치즈 바인 ‘픽&치즈’의 시작이에요. 그저 재미와 컨셉 자체를 위해 컨베이어 벨트를 도입한 것이 아니에요. 이 엉뚱한 듯 효율적인 시스템을 통해 실현하고자 하는 나름의 묵직한 목표가 있지요.


과연 픽&치즈가 컨베이어 벨트를 통해 궁극적으로 이루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픽&치즈 미리보기

 문제 의식의 시작, 영국의 치즈 역사

 문제 해결의 열쇠, 회전초밥 시스템

 진짜 문제의 발견, 맛이 아니라 고객 경험

 뜻밖의 문제에 대한 대처, 리테일 매장

 결국 문제는, 사람과 사람을 잇는 일




‘픽&치즈(Pick & Cheese)’는 치즈 가게예요. 그런데 치즈를 픽(Pick) 방식이 독특해요. 총 40m에 달하는 길이의 컨베이어 벨트 위에 놓인, 영국 소규모 농장이나 브랜드의 치즈와 샤퀴테리(Charcuterie)*를 선택해서 먹는 거예요. 약 25가지의 치즈는 크림색, 회색, 파란색, 빨간색, 노란색으로 구성된 다섯 가지 색깔의 접시에 놓여 있어요. 가격은 회전 초밥과 마찬가지로 접시 색깔에 따라 2.95파운드(약 4,800원)부터 6.1파운드(약 9,900원) 사이로 책정돼 있고요. 모든 시스템이 회전 초밥 레스토랑과 유사해요.


컨베이어 벨트 바 뒤편엔 테이블 좌석도 12석가량 마련돼 있어요. 좌석에 대한 선호를 반영하기 위함이죠. 하지만 그 외에 또 다른 이유도 있는데요. 치즈 뷔페가 아니라 치즈 요리를 맛보고 싶은 사람들에겐 테이블 좌석이 더 적합하기 때문이죠. 이곳에선 주로 ‘Off-Belt Dishes’라 불리는 치즈 요리들을 맛볼 수 있어요. 그릴드 치즈 샌드위치, 베이크드 치즈&부라타* 등의 메인 메뉴부터, 화이트, 레드, 핑크&오렌지 와인과 맥주, 사이더(Cider)* 등의 드링크류, 그리고 젤라토&소르베와 같은 디저트까지 다채롭게 준비되어 있죠.

* 샤퀴테리 / Charcuterie : 돼지, 가금류, 수렵육, 양, 소의 고기와 부속 및 내장 등을 이용해 만드는 가공식품의 통칭

* 부라타 / Burrata : 이탈리아 치즈의 일종

* 사이더 / Cider : 소량의 탄산과 알코올이 들어간 과일 맛 술. 1인당 사이더 소비량은 세계 1위는 영국



The Cheese Bar - Camden Stables Market ©The Cheese Bar Group


이러한 운영 방식과 공간 구성을 바탕으로, 매주 수요일엔 픽&치즈만의 컨셉과 매력을 극대화해주는 스페셜 이벤트가 펼쳐져요. ‘Bottomless Plates’, 즉 ‘무제한 치즈 뷔페’ 예요. Bottomless Plates는 치즈와 샤퀴테리를 1인당 25파운드(약 4만 원)에 1시간 15분 동안 마음껏 즐길 수 있는 메뉴인데요. 다섯 가지 색깔의 접시 중 노란색만 제외하고 컨베이어 벨트 위의 모든 것을 마음껏 먹을 수 있어요. 치즈 애호가들에겐 그야말로 어린이날인 거죠.


여기에다가 픽&치즈에는 이 모든 치즈의 맛과 경험을 서포트해주는 요소가 한 가지 더 있어요. 바로 영국 내에서 제조된 유기농 내추럴 와인이죠. 내추럴 와인은 치즈 맛의 조화를 더 풍부하게 해주는 페어링 파트너 역할을 해요. 그래서 픽&치즈는 와인 리스트 또한 치즈와 마찬가지로 영국 내의 제조업자들과 끈끈한 연계를 통해 선정해요.



Pick&Cheese - Seven Dials Market ©The Cheese Bar Group


이처럼 픽&치즈는 레스토랑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인 치즈와 와인을 모두 영국 내 제조업자, 특히 소규모 로컬 농장 또는 브랜드의 것들만 취급해요. 그래서 상당수가 그리 길지 않은 역사를 가졌으며 규모 또한 크지 않아요. 그런데 픽&치즈는 왜 굳이 이들의 치즈와 와인만 소개하는 것일까요? 레스토랑의 명성과 더 큰 성공을 위해서라면 역사 깊고 유명한 브랜드와의 협업이 더 나을 수도 있을 텐데요.



문제 의식의 시작, 영국의 치즈 역사

지금의 영국 치즈 산업은 르네상스 시대를 겪고 있다고 할 수 있어요. 하지만 이렇게 되기까지 긴 세월 동안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죠.


1차 세계 대전이 시작되었을 때 만해도 영국 내에는 3,500곳 이상의 치즈 제조업체가 있었어요. 하지만 2차 세계 대전이 끝난 후엔 전쟁의 여파로 불과 100여 곳만이 남았죠. 그런데 1933년, 이러한 상황에서 ‘우유 마케팅 위원회(MMB)’가 도입되며 영국의 우유 시장은 더욱 쇠퇴의 길로 접어들기 시작했어요. 위원회와 같은 단체까지 생겼는데 왜 쇠퇴했냐고요? 위원회가 농부들을 지지하고 돕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희생시켜 산업을 살리고자 했기 때문이에요. 전쟁 후 국민을 먹여 살리겠다는 명분 하에 우유 생산량 증가를 독촉하며 통제와 억압을 가했고, 결국 내실 없는 무분별한 성장으로 우유 가격이 폭락한 거죠.


그로부터 한참이 지난 후인 1994년에 문제를 해결하고자 우유 시장의 규제 완화 정책이 시작됐어요. 하지만 이 정책 완화로 그동안 보장되었던 가격에 의존할 수 없게 만들었어요. 우유 가격은 다시 폭락했고, 의욕 또한 무너졌죠. 하지만 이때의 농부들은 달랐어요. 스스로 다시 일어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죠. 우유를 이용한 치즈 생산으로 눈을 돌린 거예요. 그 결과 1, 2차 세계 대전을 겪으며 사라져 간 영국 내 치즈 제조 업체의 수는 드디어 반등하기 시작했어요.


이러한 ‘부활’의 움직임은 계속되었고 영국인들의 자국민 농산물에 대한 인식과 반응은 서서히 변해 갔어요. 그중엔 미국 여행 중 캐주얼하고 다채로운 현지 치즈 씬(Scene) 문화에 감명받고 돌아온 한 청년도 포함되어 있었죠. 바로 픽&치즈의 설립자 매슈 카버(Mathew Carver)였어요.


하지만 그는 사업을 시작하면서 이러한 스토리를 바탕으로 일방적인 홍보와 영업을 하진 않았어요. ‘우리 땅에서 만든 우리 치즈이니, 많이 드세요!’라는 화법은 현대의 소비자들에게 설득력이 떨어졌죠. 그보다는 사람들 스스로 경험과 깨달음을 통해 영국 치즈에 관심 가질 수 있는 아이디어를 강구했어요. 그것도 재미까지 더해서요.



문제 해결의 열쇠, 회전초밥 시스템

매슈 대표는 고민했어요.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낯설지만 품질 좋고 다양한 영국 치즈에 쉽게 도전하는 동시에, 새로운 식문화까지 경험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요. 지금 당장 치즈 몇 조각 더 파는 것은 크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죠. 그보단 시장과 문화 자체의 변화를 궁극적인 목표에 뒀어요. 널리 알려진 맛으로 고객을 끌어당기면서도 그들이 새로운 맛에 도전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바꾸고 싶었던 거예요. 그러던 중 일본의 카이텐(Kaiten) 컨베이어 벨트 초밥 레스토랑을 개발한 요시아키 시라이시에 대한 글을 읽게 되었어요.


요시아키 시라이시는 일본 초밥 전문점의 경영자였어요. 그런데 식당의 면적이 좁아 운영과 관리 측면에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었죠. 직원을 고용한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니었어요. 그는 조리, 서빙, 고객 접대, 동선 활용 등에 용이한 아이디어를 고민했는데요. 그러던 중 맥주 공장 견학 시 목격한 컨베이어 벨트 시스템을 떠올렸어요.


‘맥주를 운반하는 것처럼 컨베이어 벨트 위에 초밥을 올려 회전시킨다면 많은 문제가 동시에 해결되겠구나’ 싶었죠. 운영의 효율성은 물론, 재미와 새로움까지 제공할 수 있으니 고객에게도 매력적인 미식 경험이 될 거고요. 1958년 머나먼 일본에서 개발된 컨베이어 벨트는 그렇게 영국 치즈에 대한 쉽고 재미있는 접근이 가능한 식문화를 꿈꾸던 매슈 대표에게 최적의 아이디어가 됐어요. 이렇게 컨베이어 벨트를 통해 찾고, 해결하고, 실현시킨 결과는 크게 세 가지로 정의할 수 있어요.


첫째, ‘치즈 리스트 운용의 융통성’이 생겨요.

컨베이어 벨트를 이용하면 보유 중인 다수의 치즈 리스트를 한 번에 직관적이고 쉽게 소개할 수 있어요. 메뉴판 이미지나 설명이 아니라 고객이 직접 보고 선택할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죠. 또한 신메뉴 출시와 테스트에도 용이해요. 컨베이어 벨트에 올려 놓아보면 되니까요. 반응이 있으면 고정 메뉴로 전환하고, 반응이 없으면 다시 올리지 않으면 되죠. 소규모 농장들이 수시로 출시하는 다품종 소량의 치즈를 소개하는 픽&치즈에게는 효율적인 방식이에요.


둘째, ‘재고 관리의 용이성’이 높아져요.

유제품인 치즈를 상온에 오래 꺼내 놓는 것은 신선도 측면에서 좋지 않아요. 그래서 픽&치즈는 하나의 치즈를 컨베이어 벨트 위에 최대 4시간까지만 올린다는 규칙을 세웠죠. 물론 그 시간 안에 아무도 해당 접시를 집어 들지 않는다면 벨트에서 내려와야 하고요. 이렇게 컨베이어 벨트에 올려 놓으면 고객의 눈 앞에 디스플레이되어 바로바로 선택받을 수 있어 재고를 줄이는데 도움이 되죠.


셋째, ‘새로운 치즈&와인 바 문화의 정립’이 가능해져요.

픽&치즈를 오픈할 때부터 영국에서 치즈&와인 바에 대한 인식을 새로이 하는 게 매슈 대표의 목표 중 하나였어요. 미국처럼 영국도 치즈&와인 바에 대한 인식의 폭을 넓힐 필요가 있다고 느꼈죠. 어렵고 지루한 분위기가 아니라 캐주얼하게 누구나 접근하기 쉽게 만들고 싶었던 거예요. 그러한 측면에서 다양한 치즈를 경험하기에는 컨베이어 벨트 시스템이 효과적이었고요. 치즈와 와인이 일상의 식문화로 더 깊이 자리매김할 수 있죠.


하지만 컨베이어 벨트의 이러한 효과보다 더 중요한 가치는 따로 있어요. 소규모 영국 치즈 농장과 브랜드들은 물론이고 지역 사회를 지원하며, 지역 경제까지 강화하는데 일조한다는 점이에요. 다소 거창하게 들릴 수 있지만, 대표가 언론을 통해서도 수시로 말하는 최종 목표는 영국 소규모 치즈 시장과 산업의 부활인 거죠.


실제로 픽&치즈의 웹사이트에서는 보유 중인 치즈 리스트의 농장과 브랜드에 대한 설명을 빼놓지 않아요. 일종의 자매 회사처럼 파트너들을 소개하죠. 웹사이트의 ‘Explore Our Cheeses’라는 카테고리를 들어가 보면 파트너들의 위치가 표시되어 있어요. 각각의 아이콘을 클릭하면 해당 농장 또는 브랜드에 대한 설명과 그들이 픽&치즈에 제공하는 치즈 정보를 보여주죠.


지역, 사명, 치즈의 경도, 소나 양과 같은 원유의 종류, 살균 타입, 맛과 향, 채식 가능 여부 등이 나열돼요. 고객은 그 정보를 통해 영국 소규모 치즈 시장의 전반적인 현황을 이해함은 물론, 취향에 따라 새로운 또는 반복되는 경험도 할 수 있죠. 이처럼 픽&치즈는 치즈를 벨트 위에 올리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파트너에 대한 적극적인 소개를 통해 제품에 대한 자신감과 신뢰도까지 함께 올리고 있어요.



파트너 치즈 농장 및 브랜드 정보 ©The Cheese Bar Group



진짜 문제의 발견, 맛이 아니라 고객 경험

그런데 사실 픽&치즈는 하나의 개별 레스토랑이 아니에요. 어엿한 푸드 그룹 ‘The Cheese Bar Group’의 프로젝트 중 하나이죠. 2022년 11월까지 픽&치즈를 포함해 총 4개의 레스토랑을 운영해 왔어요. 그래서 프로젝트의 흐름을 따라가 보면 성장 스토리와 함께 그들이 얼마나 고객 니즈와 새로운 식문화 경험 제공에 적극적인 비즈니스를 전개해왔는지도 파악할 수 있어요.


2014년, 미국 전역을 여행하고 온 청년 매슈에게 남은 것이라곤 빈 계좌와 40년 된 아이스크림 밴뿐이었어요. 하지만 여행 중 미국의 캐주얼한 치즈 씬에 영감을 받은 그는 오래된 밴을 개조한 트럭 ‘Alfie’와 함께 영국 최고의 그릴드 치즈 샌드위치를 팔러 다니는 모험을 시작했죠. 트럭은 글래스턴배리(Glastonbury) 페스티벌을 비롯해 다양한 축제 현장을 거쳐 멀리 두바이 사막까지 나아갔어요. 할리우드 영화 출연 또한 잊을 수 없는 이벤트였고요. 자연스럽게 욕심이 생겼어요. 시작은 미약하나 점차 창대해진 그의 트럭은 더 많은 사람들과 영국산 치즈를 나누고자 하는 열정으로 발전했죠.



The Cheese Truck ‘Alfie’ ©The Cheese Bar Group


고객을 찾아다니던 트럭은 이제 고객이 찾아오도록 할 만큼 성장을 이루었어요. 3년 후인 2017년, 런던 캠든(Camden)에 첫 번째 레스토랑 ‘더 치즈 바(The Cheese Bar)’를 오픈한 거예요. 이곳에선 정착을 가능하게 했던 일등 공신 그릴드 치즈 샌드위치는 물론, 런던 부라타, 블루치즈 라클렛, 모차렐라 스틱 등과 같은 다양한 치즈 요리를 선보였어요.


그중 가장 눈에 띄는 메뉴는 ‘퐁듀 써스데이(Fondue Thursdays)’라는 시즈널 세트라 할 수 있는데요. 따뜻한 멜팅 치즈에 다양한 재료를 찍어 먹는 이 스위스 음식은 날이 찬 11월에서 3월 사이, 매주 목요일 저녁 5시 30분부터 밤 9시 30분까지 즐길 수 있어요. 특히 매달 일본 라멘집 ‘Bone Daddies’, 영국의 유명 셰프 ‘Jay Morjaria’, 런던의 버거 맛집 ‘Truffle Burger’ 등과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하면서 특별한 경험을 더했죠.



The Cheese Bar - Camden Stables Market ©The Cheese Bar Group


그런데 더 치즈 바에 애정을 가지게 된 고객들이 지속적으로 말하는 한 가지 아쉬움이 있었어요. 스스로 자기만의 치즈 보드를 만들 수 있기를 바랐죠. 하지만 누가 어떤 치즈를 원할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다품종 소량의 치즈들을 준비해 두는 것은 난이도가 높은 운영 방식이었어요. 


매슈 대표는 고민을 반복했죠. 그리고 ‘이 문제를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널리 알려진 맛으로 고객을 끌어당기는 한편, 익숙함에서 벗어나 새로운 맛에 도전하도록 만들 수 있을까?’, ‘사람들이 다양한 치즈에 더 쉽고 재미있게 접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에 대한 솔루션을 찾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지금의 컨베이어 벨트 치즈 바가 탄생했고요. 고객의 니즈를 해결하면서도 사업 운영 측면에서도 한 단계 발전한 모델을 찾은 거예요.



Pick&Cheese의 치즈 보드 및 On-Belt Dishes ©The Cheese Bar Group


치즈 샌드위치 트럭 ‘Alfie’와 ‘The Cheese Bar’, 그리고 ‘Pick&Cheese’. 세 번의 프로젝트를 통해 영국 치즈와 와인에 더 깊은 전문성을 가지게 된 The Cheese Bar Group은 2020년 봄, 독특한 컨셉의 네 번째 공간을 오픈했어요. 이번엔 지상이 아닌 물 위에 떠 있는 레스토랑 ‘더 치즈 바지(The Cheese Barge)’ 였죠.


런던 패딩턴(Paddington) 리젠트(The Regent’s) 운하에 위치한 96피트 높이의 이층짜리 개조 바지선은 늘 말하던 ‘재미있는 미식 경험 제공’이란 목표에 적합했어요. 이젠 영국의 소규모 치즈와 와인을 소개하는 단계에서 더 나아가, 새로운 미식 경험이라는 더 큰 범위로 확장한 거죠. 바지선 자체도 1991년에 건축가 James Stirling, Michael Wilford, 그리고 Thomas Muirhead가 선박 형태에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한 이탈리아 아르세날 베니스 가든(the Venice gardens of the Arsenal)의 ‘Bookshop Pavilion’에서 따왔어요. 선박이라는 공통의 키워드를 연장한 것이죠.



The Cheese Barge의 디자인 모티브가 된 Bookshop Pavilion ©archeyes.com


외관을 마주하면 가장 먼저 구리 소재의 지붕을 닮은 녹색 덮개 40여 개가 눈에 들어오는데요. 이 요소는 네 가지 코스를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아래층 레스토랑 공간을 아늑하게 만들어줍니다. 또한 더 치즈 바지의 백미라 할 수 있는 외부의 2층 루프 테라스(Roof Terrace)에서는, 예약을 통해 1시간 30분 동안 물, 바람, 빛이 함께 어우러진 색다른 미식 경험을 만끽할 수 있어요.


한편 The Cheese Bar Group의 모든 레스토랑이 그렇듯 이곳에도 이곳만의 특별한 메뉴가 있는데요. 바로 더 치즈 바의 메뉴이기도 한 ‘퐁듀 써스데이(Fondue Thursdays)’와 ‘영국’하면 떠오르는 애프터눈 티*의 치즈 버전, ‘애프터눈 치즈’예요. 애프터눈 치즈는 차를 즐기는 것과 마찬가지로 화요일부터 토요일 오후 3시 45분부터 5시 30분까지 이용할 수 있어요. 예약금 10파운드(약 1만 6천 원)를 지불하면 1시간 30분 동안 치즈 보드, 그릴드 치즈 샌드위치, 스낵, 와인 등이 세트로 차려지죠.

*Afternoon Tea : 영국에서 점심과 저녁 식사 사이인 오후 3~5시경, 다과를 즐기며 휴식을 즐기는 문화



The Cheese Barge - Paddington Central ©The Cheese Bar Group



뜻밖의 문제에 대한 대처, 리테일 매장

하지만 이렇게 승승장구하던 ‘The Cheese Bar Group’도 코로나 팬데믹은 위기이자 고민의 원인이었어요. 신선함이 중요한 치즈와 내추럴 와인의 재고 문제는 물론, 소규모 파트너 농장과 브랜드들의 연쇄적인 피해 또한 문제였죠. 그러나 이러한 위기 또한 그들에겐 더 단단한 성장의 기회로 돌아왔어요. 그동안 레스토랑의 형태 중심으로 만들어오던 사업 포트폴리오에 오프라인&온라인 ‘치즈 숍’ 형태의 돌파구를 더한 거죠.


2020년 가을 문을 연 ‘펑크(Funk)’는 그동안 레스토랑 중심의 사업이 메워주지 못한 아쉬움을 상쇄해줬어요. 영국 로컬 치즈와 와인을 더 마음껏 소개할 수 있었고,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활용한 머천다이징 아이템과 바우처 등으로 정체성을 강화하는 데도 도움이 됐죠. 때론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고요. 여기에 20파운드(약 3만 2천 원)의 고정 금액 안에서 100g짜리 영국 및 아이리스 치즈 3개와 와인 한 병으로 구성한 세트를 매장 픽업 방식으로 판매하는 ‘험프데이 핫 드롭(Humpday* Hot Drop)’ 컬렉션도 시작했어요. 세트 구성을 통해 고객의 일상에 다양한 치즈와 와인을 추천하는 방식이죠.

*Humpday : 미국 문화권에서 일주일 중 가장 힘든 날로 여겨지는 수요일을 칭하는 말


한편 펑크에는 주목해야 할 아이디어이자 의미 있는 콘텐츠가 하나 더 있는데요. 바로 치즈&와인 정기구독 서비스예요. 외식이 자유롭지 못하게 되며 특별한 날조차 치즈와 와인을 즐기기 어려워진 고객들에게 우울함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게 위안을 배송해주는 거예요. 


정기구독은 하나의 상자에 펑크 소속의 치즈 전문가가 직접 고른 영국 소규모 농장 및 브랜드 치즈 3개(총 450g)와 영국 소규모 생산자의 내추럴 와인 1병, 그리고 게스트 DJ가 엄선한 월간 뮤직 큐레이션 플레이리스트가 포함돼요. 치즈와 와인뿐 아니라 음악까지 제공하며 ‘상황’과 ‘감성’까지 책임지는 센스를 발휘하는 거죠. 여기에 추가로 시식 및 각종 이벤트 우선권, 매장에서 사용 가능한 바우처, 자매 레스토랑이라 할 수 있는 ‘The Cheese Bar’의 할인권 및 각종 특권을 제공하여 지속적인 패밀리십을 자연스레 유도해요. 또한 하루 배송 시스템을 기반으로 하여 신선도 유지에도 신경을 쓰고요.



Funk : Cheese&Wine - Columbia Road ©The Cheese Bar Group


이처럼 갑작스러운 코로나 팬데믹은 The Cheese Bar Group의 소매업 부문을 강화하는 뜻밖의 결과를 가져왔어요. 기존의 사이트가 더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온라인 쇼핑몰 형태로 빠르게 전환되었으며, 그와 연계하여 소셜 미디어를 통한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 또한 돈독해졌죠.


위기를 함께 맞은 사업 파트너들과의 관계도 그러했습니다. 제품 공급망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자신들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인식할 수 있었어요. 공존과 책임에 대한 무겁지만 필수적인 이해가 가능해진 것이죠.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았을 땐 오히려 꼭 필요한 성장의 과정이었어요. 그리고 이러한 깨달음은 영국 치즈 및 와인 산업에 대한 더 깊은 연구는 물론, 그 산업을 이끌어갈 ‘사람’에 대한 이해로 귀결됐어요. 자사의 소명이 시장과 소규모 제조업자들의 부활에 대한 지지를 넘어 결국 사람을 향한다는 것을 깨달았죠. 그래서 The Cheese Bar Group은 코로나 팬데믹 위기를 계기로 바로 이 점을 놓치지 않으며 ‘직원에 대한 지지와 지원’이라는 이슈를 또 하나의 과제로 삼았어요.



메뉴 개발 및 파트너 공장 체험 중인 직원들 ©The Cheese Bar Group



결국 문제는, 사람과 사람을 잇는 일


“우리는 음식이 단지 돈을 위해서가 아닌 사랑을 위해 만들어질 때, 그리고 사람과 장소가 미식 경험의 필수 요소로 평가될 때 더 맛있다고 믿습니다. 우리는 공동체를 만드는 음식의 근원 및 만드는 사람들과 다시 연결하고 싶어요. 그리고 영국의 치즈를 지지함으로써 그를 실행하죠.”


The Cheese Bar Group의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미션 중 일부예요. 공개적이고 공식적인 공간에서도 ‘사람’과 ‘공동체’를 강조하죠. 레스토랑과 각종 매체 등에 자주 등장하는 문장 ‘Eat More British Cheese!” 또한 일맥상통해요. 치즈를 이야기하되 궁극적으로는 영국 치즈의 부활을 지지하는 거예요.


로컬 브랜드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지고 그에 따라 시장에서의 역할과 가치 또한 달라지고 있어요. 특히 가치 소비를 지향하는 소비자가 늘어남에 따라 더욱 주목받고 있죠. 하지만 숨어있던 새로운 브랜드를 발견했다는 것 자체보다 기쁜 일은 이들이 지역과 경제, 최종적으로는 사람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점이에요. 픽&치즈가 컨베이어 벨트를 통해 궁극적으로 이루고자 한 묵직한 목표 또한 바로 이것이었고요.




Reference

 The Cheese Bar Group 공식 홈페이지

 The Cheese Bar Group 공식 인스타그램

 The Cheese Bar, SEEDRS

 Bookshop Pavilion in Venice, Archeyes.com

 세계 최초의 회전 치즈 레스토랑, Maya Stanton, Lonelyplanet

 Pick & Cheese is the World's First Cheese Conveyor Belt Restaurant, Hypebeast

 Rolling stock: Mathew Carver on his conveyor belt cheese restaurant, Joe Lutrario, BigHospitality

 All aboard: Mathew Carver to launch The Cheese Barge, Joe Lutrario, BigHospitality

 Opening of the month: Seven Dials Market, Stefan Chomka, BigHospitality

 This new restaurant features a cheese conveyor belt, Caroline Hendry, Squaremeal

 Pick & Cheese: The Cheese Bar team to launch conveyor belt restaurant in Seven Dials Market, Ailis Brennan, Evening Standard

 Cheese-Focused Conveyor Belt Restaurants, Michael Hemsworth, Trendhunter

 'World's first' cheese conveyor-belt restaurant opens in London, Tamara Hardingham-Gill, CNN Travel

 MEET THE FOUNDER: MATHEW CARVER OF PICK & CHEESE, The Wordrobe

 The Cheese Barge, London W2: ‘Delicious daftness’ – restaurant review, Grace Dent, The Guardian

 From food truck to his own restaurant in five years; Mathew’s revered London eatery shares his love of locally sourced cheese with people across the UK., isg

 Inspirational Cheese Retailers: Funk named ‘the pivoter’, Speciality Food Magazine

 Cheese-themed restaurant barge will soon be sailing into the UK, Paige Holland, Mirr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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