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대신 ‘생활자’를 본다, 광고 회사가 미래의 행방을 쫓는 법

하쿠호도 생활종합연구소

2024.05.13

‘트렌드’는 한 사회에서 감지되는 일정한 흐름을 뜻해요. 스칸디나비아어로 ‘물길의 흐름’을 의미하는 ‘Trendr’라는 단어에 어원을 두고 있죠. 이 거대한 조류 속에는 새로운 기회와 시장 가치가 잠재되어 있어서, 개인도 기업도 새로 뜨는 트렌드를 눈여겨볼 수밖에 없어요. 


그중에서도 광고 기업은 사람들의 변화에 더욱 민감해요. 소비 활동 자체가 아니라 이면에 숨겨진 심리를 볼 수 있어야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기 때문이죠. 오늘 만나볼 일본 광고 기업 ‘하쿠호도’는 한 사회를 읽어내는 특별한 도구와 관점을 가지고 있는데요. 덕분에 40년 넘는 시간 동안 일본 사회의 살아있는 트렌드를 실시간으로 캐치할 수 있었어요.


하쿠호도는 1981년에 일찌감치 ‘하쿠호도 생활종합연구소’를 설립했어요. 이 싱크탱크에서는 사람들을 단지 유행에 따라 움직이는 수동적인 소비자로 바라보지 않아요. 고유의 라이프스타일과 열망, 꿈이 있는 ‘생활자’로 정의하죠. 그리고 이 생활자들의 마음이 어디를 향하는지, 왜 움직이는지 연구해요. 


단, 컴퓨터 앞에 앉아 데이터만 보고 있는 연구원들을 떠올린다면 오산이에요. 하쿠호도 생활종합연구소만의 트렌드 연구법은 따로 있거든요. 보정 없는 사진 속에서 진실을 파헤친다거나, 다가오지 않은 미래 시점의 연대기를 미리 작성하는 식이죠. 이 연구소는 어떻게 미래를 예측하고, 어떤 미래를 보고 있는 걸까요?


하쿠호도 생활종합연구소 미리보기

• #1. 생활 정점 - ‘저출산 고령화’에 가려진 또 다른 변화

 #2. 생활 도감 - 사진으로 파헤치는 식탁의 진실

 #3. 생활 기분 - 미래를 예고하는 다양한 방법

 목표는 미래 예측이 아니라 미래 유발이다




‘트렌드’는 매년 연말 연초만 되면 사람들이 주목하게 되는 단어예요. 다음 유행을 이끄는 선두주자는 누가 될지, 앞으로 무엇이 새로운 화두가 될지 모두가 촉수를 곤두세우죠. 분야를 막론하고 떠오르는 트렌드 이면에는 새로운 기회와 시장 가치가 잠재되어 있어요. 기업 입장에서 트렌드는 소비자의 변화를 파악할 수 있는 바로미터이자 필수 체크리스트라고 할 수 있죠.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해가 바뀌기 전부터 각종 트렌드 리포트가 쏟아져요. 패션, F&B, IT 테크놀로지 등 연구 영역도, 소개하는 방법도 다양하죠. 그런데 트렌드가 꼭 새해를 시작하는 시점에만 중요한 것일까요? 시대의 흐름은 늘 촉각을 세우고 관찰해야 해요. 시장 상황의 변화에 따라 언제든 유의미한 기회를 발견할 수 있으니까요.


여기에 남들과는 다른 새로운 발상으로 사회 변화를 감지하고 미래를 연구하는 곳이 있어요. 시기도 연말이나 연초가 아니라, 의미 있는 변화를 발견했을 때 트렌드를 발표하죠. 이름은 ‘하쿠호도 생활종합연구소’로, 일본 광고 회사인 하쿠호도가 1981년에 설립한 곳이죠. 이곳에서는 주로 사람들의 사고방식이나 가치관, 태도 변화 등을 연구하고 미래를 예측하는데요. 소비자 트렌드를 다루는 타 기업들과 뭐가 그리 다른 걸까요? 


하쿠호도 생활종합연구소가 40년 넘는 시간 동안 연구해 온 대상은 ‘생활자’예요. 생활자는 ‘고유의 라이프스타일과 열망, 꿈을 가진 존재’를 뜻해요. 일반적으로 쓰이는 ‘소비자’라는 단어와 의미상 차이가 있죠. 하쿠호도 생활종합연구소는 사람을 단순히 수동적으로 소비하는 존재가 아니라 능동적으로 생활하는 주체로 정의했어요. 그리고 이와 같은 ‘생활자 발상’을 바탕으로 사람의 인식과 행동을 연구하고 있죠. 


사람을 바라보는 관점만 다른 게 아니에요. 하쿠호도의 싱크탱크 역할을 맡고 있는 이 연구소는 시계열 조사를 통해 생활자의 가치 변화를 장기간 추적해요. 2년마다 동일한 질문을 동일한 조건의 사람들에게 던져서 사람들의 의식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깊게 분석하죠. 이 질문들은 특정 업종이나 카테고리에 한정되지 않고 생활 전반을 다각적으로 다루고 있어요. 마치 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듯한 부감적인 시선으로 숲을 볼 수 있죠. 한 사회의 단면을 파악하기에도, 미래의 조짐을 발견하는데도 적격이에요. 


그렇다면 무려 40년간의 빅데이터를 가지고 있는 하쿠호도 생활종합연구소는 최근의 일본 사회에서 어떤 변화를 포착해냈을까요? 데이터에서 인사이트를 발굴하는 것은 물론, 미래의 징조까지 읽어내는 하쿠호도 생활종합연구소가 어떤 방법론을 활용하는지, 지금 사회는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 알아볼게요.



#1. 생활 정점 - ‘저출산 고령화’에 가려진 또 다른 변화


하쿠호도 생활종합연구소는 기상청과 닮은 면이 있어요. 기상청에서 그날의 날씨와 기온을 관찰하고 기록하듯 하쿠호도 생활종합연구소에서도 생활자를 관측하고 데이터를 남기죠. 바로 장기 시계열 조사 ‘생활 정점’을 통해서인데요. 여기서 정점이란 장소나 위치 등을 정해놓은 일정한 점을 의미해요. 특정 시점의 생활 양상이나 의식을 파악한 뒤, 그래프에 점을 찍듯 기록하는 거죠. 


생활 정점은 1992년부터 2년에 한 번씩 시행하고 있어요. 생활자의 의식이나 행동 변화로부터 미래의 욕구를 예측하기 위해, 20~69세 사이의 생활자에게 동일한 질문을 반복적으로 던지죠. 문항은 주로 감정이나 행동, 소비에 관한 태도, 가치관 등을 물어보는 질문으로 구성했어요. 카테고리는 음식, 건강, 일, 환경 등 범위가 넓고요. 지금까지 쌓인 관측 데이터만 30년 분으로, 1,400개 항목의 데이터를 무상으로 공개하고 있어요.


ⓒ博報堂生活総合研究所


이 데이터는 생활자의 의식이나 욕구가 장기간에 걸쳐 어떤 변화를 보이는지에 관한 단서를 제공해요. 예를 들어, 최신 조사 결과의 응답을 20년 전이나 30년 전의 것과 비교해 보면 일종의 추세가 드러나죠. 가장 최근에 조사를 실시한 것은 2022년인데요. 이때, 하쿠호도 생활종합연구소는 한 가지 흥미로운 현상을 발견했어요. 기호, 취향, 가치관 등에 있어서 연령대 별로 답변 차이가 점차 줄고 있었거든요. 과거에는 나이에 따라 답변에 차이를 보였던 것과 달리, 점점 서로 비슷한 응답을 보이고 있었죠.


하쿠호도 생활종합연구소는 이처럼 연령대 별 답변 차이가 줄어드는 현상을 ‘소령화’라고 이름 붙였어요. 그리고 앞으로 일본은 ‘소령화 사회’로 나아가게 될 것이라 예측했죠. 이전까지는 공통점을 보이는 연령대를 한 덩어리로 파악하는 것이 가능했다면, 이제는 개인별 개성이나 다양성이 더 중요해지며 이런 구분법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된 거예요. ‘세그먼트 사회’의 종말이 다가온 거죠. 


연령대별 답변은 2002년부터 2022년까지 상승 수렴, 하강 수렴, 중앙 수렴 등의 패턴을 보이며 그 차이가 줄어들고 있었어요. ⓒ博報堂生活総合研究所


생활 정점에 따르면 소령화 현상은 특정 영역만이 아니라 생활 전반에서 나타났어요. 주요 원인은 3가지가 있었죠. 첫 번째는 스마트폰과 인터넷 등 기술의 발달이에요. 무엇이든 쉽게 배워서 편리하게 생활할 수 있는 수단이 생기자 사람들에게 ‘할 수 있다’는 효능감이 생겨났고, 젊음에 대한 인식도 더 유연해졌죠. 두 번째는 전통적인 가치관의 약화예요. 예전처럼 무언가를 꼭 ‘해야만 한다’는 당위성이 줄어들고 자유로운 사고방식이 가능해졌죠. 마지막으로, 취향의 시대가 도래하며 나이에 상관없이 ‘하고 싶다’는 니즈에 더 집중하는 경향이 나타났어요. 3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 나이라는 장벽은 곳곳에서 무너졌죠.


그렇다면 소령화 현상이 만든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요? 하쿠호도 생활종합연구소는 앞으로 사람들이 ‘나이’가 아니라 ‘기분’에 따라 움직이는 시대가 올 거라고 밝혔어요. 흔히 말하는 ‘나잇값’이라는 고정관념 또한 사라질 거라면서요. 덧붙여 ‘저출산 고령화’라는 커다란 과제를 안고 있는 일본을 ‘소령화’라는 관점으로 다시 살펴본다면, 그 안에서 또 다른 기회나 가능성을 찾아낼 수 있을 거라며 새로운 마켓에 관한 힌트를 건넸죠.


생활 정점은 사회를 좀 더 높은 해상도로 바라볼 수 있는 렌즈예요. 하쿠호도 생활종합연구소는 생활 정점의 조사 결과를 무상으로 외부에 공개할 뿐만 아니라 직접 데이터에서 발굴한 인사이트를 해설하고 공유하죠. 공식 홈페이지에는 ‘나의 생활 정점’이라는 칼럼 섹션이 있어요. 소속 연구원들은 생활 정점에서 발견한 인사이트를 이곳에서 릴레이 에세이 형태로 게시하죠. 전문가 입장에서 양질의 조사 결과를 맥락과 함께 해설하는 거예요.


예를 들어 볼게요. 2024년 4월에 게시된 칼럼에서 한 연구원은 소령화의 다음 단계로 ‘소성화’가 다가오고 있다고 밝혔어요. 소령화가 연령대에 따른 가치관이나 기호의 차이가 줄어드는 현상을 의미하는 반면, 소성화는 성별에 따른 차이가 줄어드는 현상을 의미해요. 이 연구원은 이와 같은 주장의 근거로 2002년과 2012년, 그리고 2022년에 실시했던 조사를 들어 설명했죠. 총 3번의 조사 동안 어떤 변화가 있었냐고요?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음식과 관련한 남녀의 가치관 차이가 20년간 크게 줄었어요. 이른바 ‘음식의 젠더리스’ 현상이 나타난 거죠. 그렇다면 실제로 음식에 관한 태도나 식습관이 얼마나 비슷해지고 있는지 데이터를 살펴볼게요. 남성의 경우, ‘술을 마신다’는 사람이 20년 사이에 약 81.8%에서 75.5%로 6.3 포인트 감소했어요. 여성의 경우 20년간 60% 수준을 유지했고요. 한편, ‘요리를 좋아한다’는 질문에 대한 여성의 긍정 답변은 2002년에 46.1%에서 2022년에 35.4%까지 10.7포인트나 줄어들었어요. 그 사이 남성의 답변은 계속해서 27%로 제자리걸음을 했고요. 이처럼 때로는 남성의 변화로, 때로는 여성의 변화로 인해 성별 간 격차가 점점 축소되고 있었죠. 


연구원은 소성화 현상의 원인 중 하나로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를 꼽았어요. 다이어트를 하는 남성이 늘어나고, 식사를 빠르고 효율적으로 해결하려는 여성이 늘어나면서 음식을 바라보는 시선이나 태도가 서로 비슷해졌다고 말이죠. 이와 같은 분석은 생활 정점이 기본적으로 ‘생활자 발상’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단편적이고 일시적인 소비 트렌드가 아니라 생활 전반을 엮어서 바라보는 관점 덕분에 변화의 징조와 원인을 파악하기가 훨씬 쉽죠.



#2. 생활 도감 - 사진으로 파헤치는 식탁의 진실


하쿠호도 생활종합연구소가 미래를 엿보는 또 한 가지 방법이 있어요. 문항이 아니라 사진으로 조사를 실시하는 ‘생활 사진 조사’예요. 테마에 맞추어 생활자가 자유롭게 촬영한 사진을 수집한 후 분석하는 방식인데요. 2024년 4월에는 ‘생활 도감’이라는 웹사이트를 오픈해서 누구나 이 사진을 열람할 수 있도록 했어요. 제1탄으로는 의, 식, 주, 환경, 셰어라는 다양한 테마 중 생활의 근간이 되는 ‘음식’을 선택했죠. 


생활 도감 제1탄을 클릭해 보면 총 6가지 카테고리의 음식 사진이 업로드되어 있어요. 사진 조사에 응답한 사람들은 아침, 점심, 저녁 식사, 간식은 물론이고 냉장고와 냉동고 속 사진까지 찍어 올렸죠. 이 사진은 누구나 볼 수 있고, 카테고리나 촬영자의 특징에 따라 검색할 수도 있어요. 그런데 생활 도감에 있는 1,600장이 넘는 사진들 중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어요. SNS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연출된 식탁 대신 리얼한 실생활이 드러나는 식탁을 담고 있다는 거예요. 하쿠호도 생활종합연구소는 왜 이런 사진들을 수집하게 된 걸까요? 


ⓒ博報堂生活総合研究所 「生活図鑑」


ⓒ博報堂生活総合研究所 「生活図鑑」


그 시작은 생활 정점의 질문 하나와 관련이 있어요. ‘당신은 평소 어떤 정보에 관심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음식·요리’라는 답변을 선택한 비율이 2012년 이후 쭉 1위를 차지했거든요. 2022년에는 57.8%로 최고 기록을 경신하기도 했죠. 하쿠호도 생활종합연구소는 이와 같은 현상의 주된 원인으로 누구나 온라인에서 쉽게 타인의 식생활 사진을 보게 된 점을 꼽았어요. 


다만, 인터넷에 넘치는 음식 사진에는 한 가지 문제가 있었어요. 실제와 괴리가 크다는 점이었죠. 사람들은 보통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 연출된 사진을 온라인에 공유하곤 했어요. 반면 날 것 그대로의 식탁 사진은 굳이 찍지도, 공유하지도 않았고요. 그래서 하쿠호도 생활종합연구소는 보기 좋게 가공된 장면 대신 현실적인 식생활을 파악하기 위해 ‘식생활 사진 조사’를 실시했어요. 일본의 진짜 식탁을 담은 사진 속에서 생활자들의 가치관이나 니즈를 찾아보기로 한 거죠. 


그렇다면 하쿠호도 생활종합연구소가 생활 도감을 통해 파악하게 된 식탁 위 진실은 무엇이었을까요? 첫 번째는 혼밥의 보편화예요. 이 현상은 1인 가구만이 아니라 여러 명이 함께 사는 가정에서도 공통적으로 발견됐죠. 1인 가구 중 75%, 가족과 함께 사는 사람 중 20% 이상이 혼밥을 하고 있었어요. 심지어 한 식탁 위에 앉아 있는 가족들이 서로 다른 메뉴를 먹으며 혼밥을 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모습도 포착됐죠. 이들은 주로 밥을 먹으며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하는 등 멀티태스킹을 하고 있었어요.


두 번째는 식탁의 자유화예요. 사람들은 더 이상 집 안 주방에 있는 식탁에서만 밥을 먹지 않았어요. 회사 사무실 책상이나 자동차 핸들 등 어느 곳이든 식탁이 됐죠. 자유로워진 건 식사하는 장소만이 아니에요. 사진을 찍어 올릴 때 사람들이 함께 적어놓은 코멘트를 보면, 식사인지 간식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음식을 이른 아침이나 늦은 새벽에 먹는 등 기준이 없었어요. ‘삼시 세끼’라는 말이 옛말에 불과해졌죠. 사람들이 무엇을 먹을지, 언제 먹을지, 몇 번 먹을지를 좀 더 유연하고 자유롭게 결정하기 시작한 거예요. 


49세 남성이 오전 11시 30분 경 직장 근처의 공원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혼자 점심 식사를 하고 있는 사진이에요. ⓒ博報堂生活総合研究所 「生活図鑑」



세 번째는 식기 사용의 최적화예요. 밥과 반찬을 한 접시에 담아서 먹는 ‘원 플레이트 식사’를 자주 볼 수 있었죠. 때로는 가족들을 위해 식사를 차릴 때도 트레이 위에 1인분씩 음식을 담아 내기도 했어요. 이렇게 하면 집 안에서 각자 원하는 장소로 이동해 밥을 먹기도, 식사 후 정리를 하기도 편했죠. 심지어 프라이팬이나 냄비로 요리를 한 다음, 조리도구 채로 식사를 하는 등 조리도구의 식기화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어요.



37세 여성이 저녁 9시에 요리하던 냄비째로 가족과 식사를 하고 있는 사진이에요. ⓒ博報堂生活総合研究所 「生活図鑑」


생활 도감에는 생활 정점 속 질문과 응답에서는 보지 못했던 날 것의 정보들이 들어 있어요. 생활 도감 홈페이지 속 ‘연구원의 발견 노트’라는 코너에는 여기서 얻은 인사이트들이 정리되어 있죠. 하쿠호도 생활종합연구소는 장기 시계열 조사인 생활 정점은 ‘LONG Data’로, 생활 도감과 같은 사진 관찰 기록은 ‘THICK Data’로 구분해서 부르고 있어요. 생활자를 연구하려면 다면적인 데이터베이스가 필요한 만큼, 데이터를 종류별로 확보해서 실상을 파악하고 미래를 예측하죠. 



#3. 생활 기분 - 미래를 예고하는 다양한 방법


하쿠호도 생활종합연구소는 데이터를 수집하고 관측한 결과를 바탕으로 사람들에게 미래를 예고하고 있어요. 마치 가까운 미래의 날씨를 알려주듯 말이죠. 대표적인 예시는 ‘생활 기분’이에요. 생활 기분은 다음 해의 경기 동향이 어떻게 될지에 관한 사람들의 기대치를 다룬 예보예요. 2015년부터 매년 가을마다 전국 20~69세 남녀 3,90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하고, 이를 정리해서 발표하죠. 그렇다면 생활자들은 2024년의 사회가 어떤 모습일 것이라 기대했을까요? 


2024년 생활 기분에 따르면 사람들은 경기와 관련해 전반적인 위기감을 느끼고 있었어요.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는 답변에 비해, 나빠진다는 예측이 2배 이상 많았죠. 주원인은 길어지는 물가 상승이었어요. 조사에 응답한 사람들은 2024년에는 저금에 더 많은 돈을 들이겠다고 밝혔죠. 한편, 이와 상반되는 개인적인 욕구를 내비치기도 했어요. 2024년에 가장 돈을 많이 쓰고 싶은 분야로 ‘여행’을 선택하며, 가계 경제를 지키면서도 행복을 추구하고자 했죠. 


‘생활 기분’이 다음 해의 경기 동향과 변화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를 다룬다면, 개개인의 소비 심리에 초점을 맞춘 미래 예측인 ‘소비 예보’도 있어요. 1,500명에게 다음 달에 어떤 물건이나 서비스를 구매하고자 하는지, 소비 의욕은 어떤지 구체적으로 답변을 받아 발표하죠. 매월 말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되는 소비 예보는 소비 의욕 지수 결과와 함께 식품, 패션, 자동차 등 카테고리별 소비 동향도 세부적으로 제공해요. 발표 시에는 항상 해설을 함께 첨부하죠. 


그렇다면 2024년 5월의 소비 의욕 지수는 어떤지 살펴 볼게요. 2024년 5월의 소비 의욕 지수는 100점 만점 기준 47.0점으로 전월 대비 -0.8pt 떨어졌어요. 하쿠호도 생활종합연구소는 5월에는 ‘골든 위크’라는 대형 연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고물가로 인한 심리적 영향을 받고 있다고 밝혔죠. 그 결과 일용품을 중심으로 한 폭넓은 카테고리에서 소비 의향이 저하되고 있었어요.


하쿠호도 생활종합연구소가 알려주는 미래 예고는 이게 다가 아니에요. 공식 홈페이지에는 아예 미래에 벌어질 일을 타임라인으로 정리한 ‘미래 연표’가 있죠. 이 연표는 매월 20일에 업데이트되는데요. 이미 일어난 일을 시간 순으로 정리한 것도 아니고, 어떻게 앞으로 벌어질 일을 미리 연도별로 정리해 놓을 수 있었을까요? 


미래 연표는 미래를 예측하는 기사나 리포트를 기반으로 제작한 거예요. ‘몇 년도에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이다’라고 예측한 정보들을 엄선해서, 이를 연도별로 정리했죠. 연표를 클릭해 보면 출처부터 자료명, 발표 시기 등 세부 정보를 확인할 수 있어요. 홈페이지 상단에 있는 ‘TOTAL FUTURE’는 미래 연표에 기록되어 있는 미래 예측의 누계 숫자를 가리키죠. 2024년 5월 기준으로 17,699개의 미래가 예고되어 있어요.  


2024년 5월 현재 미래 연표를 보면, 2025년부터 2150년까지 약 125년 후의 미래까지 볼 수 있어요. 예측 내용은 사회, 의료, 우주, 인구 등 폭넓은 주제를 다루고 있죠. 예를 들어 2120년에는 일본 총 인구가 4,973만 명으로 감소하며 5천만 명 아래로 떨어질 예정이에요. 이 연표에 따르면 후지산이 대분화하는 것은 2150년이죠. 


미래 연표에는 일본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벌어질 일들도 적혀 있어요. 한국의 경우 주로 인구 문제와 관련한 예측이 많았죠. 2081년에 고령화율이 47.5%로 정점에 이른다거나, 2117년에 인구가 2081만 8000명 수준까지 감소한다는 것처럼요. 미래 연표의 출처가 주로 각계의 전문가가 작성한 리포트와 기사인 점을 감안하면, 누구나 위기감을 가지고 미리 대비할 수밖에 없어요.  



목표는 미래 예측이 아니라 미래 유발이다


하쿠호도 생활종합연구소가 수집하는 자료는 주제도, 종류도, 성격도 다양해요. 1981년 설립 이후 40년 넘게 축적해 온 데이터베이스는 그 자체로 일본 사회의 변천사를 담고 있죠. 이에 더해 생활자의 삶을 다면적으로 분석하는 방법론과 연구원까지 있으니, 미래 예측 전문 기업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죠. 그런데 미래 예측과 관련해서 정작 하쿠호도 생활종합연구소는 의외의 견해를 가지고 있었어요. 


“세상은 활력 없는 미래의 이미지로 가득합니다. 확실히 고령화와 인구 감소는 더 이상 바꿀 수 없는 미래죠. 하지만 초고령 사회의 모습은 아직 전 세계에서 아무도 본 적이 없습니다. 우리는 일본의 미래를 비관적으로만 생각해야 하는 것일까요? 우리는 미래의 '가능성'을 간과하고 있는 게 아닐까요? 미래는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끌어당기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미래의 모습을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인구 동태도, 기술도 아닌, 미래에 사는 생활자 자신이기 때문이에요.”

-이시데라 슈조 하쿠호도 생활종합연구소장, 공식 홈페이지 중


하쿠호도 생활종합연구소의 목표는 누구보다 정확하고 빠르게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아니었어요.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새로운 희망이 싹틀 수 있게 사회에 미리 메시지를 던져서, 좀 더 나은 미래를 유발하는 것이었죠. 정해진 미래를 기다리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만들어나가기 위해 각종 데이터를 수집하고, 친근하게 설명하고, 알기 쉽게 공유했던 거예요.


그렇다면 이쯤에서 하쿠호도 생활종합연구소가 기대하는 미래는 어떤 모습일지 살펴볼게요. 다행히 그들이 상상하는 미래는 자유로움과 잠재력이 가득해요. 앞이 보이지 않아 막막하거나, 예정된 난항으로 난감해하는 모습은 없죠. 언제나 생활자 발상으로 한발 앞서 동태를 살피고, 시그널을 미리 던져주는 하쿠호도 생활종합연구소가 있다면, 이런 미래를 실제로도 실현시킬 수 있지 않을까요? 하쿠호도 생활종합연구소가 던지는 화두와 제언에 좀 더 주목하게 되는 이유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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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erence

하쿠호도 생활종합연구소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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