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스타일’을 팔던 서점, 이번에는 ‘팬심’을 공략하다

시부야 츠타야

2024.11.15



덕후의 마음은 만국 공통이에요. 좋아하는 가수의 새 앨범과 한정 굿즈를 누구보다 빠르게 손에 넣고 싶고, 대사까지 외울 정도로 많이 본 뮤지컬은 의상까지 자세히 뜯어보고 싶죠. 어디 그뿐인가요.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장소를 경험하거나, 음식을 직접 먹어 보고 싶어요. 


시부야 츠타야는 이처럼 아티스트나 IP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공간이에요. 1999년에 처음 문을 연 서점은 24년 만의 리뉴얼을 거쳐 ‘팬덤 활동’을 도와주는 공간으로 재탄생했죠. CD 및 DVD 렌털 분야에서 일본 내 1위를 자랑하던 예전의 시부야 츠타야를 떠올리면 안 돼요. 시부야 츠타야는 이제 차세대 리테일의 청사진을 그려 나가고 있거든요.


팬심을 자극하는 비슷한 비즈니스 모델을 다른 곳에서도 본 적 있다고요? 시부야 츠타야는 규모도, 형식도 예상을 뛰어넘어요. 지하 2층부터 지상 8층까지 꾸며진 1,357평의 공간에서는 오직 이곳에서만 만날 수 있는 유일무일한 체험을 제공하죠. ‘라이프스타일’을 판매하며 리테일 업계에 한 획을 그었던 츠타야가, 새롭게 선보이는 리테일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요?


시부야 츠타야 미리보기

 #1. ‘오시카츠’의 성지, PR의 성지가 되다

 #2. ‘타임스퀘어’를 넘어서는 존재를 꿈꾸다

 #3. 찐팬이 정말로 원하는 것에 집중하다

 콘텐츠와 IP를 소재로 한 체험형 매장, 수익성은?




‘시부야 스크램블 교차로’는 도쿄 시부야의 심볼같은 존재예요. 스크램블(scramble)은 차량 통행을 모두 정지시켜 보행자가 어느 방향으로든 건너갈 수 있게 만든 교차로를 뜻하는데요. 시부야 스크램블 교차로에서는 한번 신호가 바뀔 때 최대 3,000명이 횡단보도를 건너는 진풍경을 볼 수 있어요. 보기 드문 광경을 두 눈으로 직접 보기 위해 전 세계에서 관광객이 찾아올 정도죠. 


어엿한 관광지나 다름없는 시부야 스크램블 교차로를 건너다보면 시부야의 랜드마크가 하나 보여요.  상업시설 QFRONT에 위치한 ‘시부야 츠타야(SHIBUYA TSUTAYA)’죠. 1999년 12월에 문을 연 시부야 츠타야는 대형 서점 체인 츠타야의 플래그십 스토어로서 시부야의 문화 발신 기지 역할을 담당해 왔어요. 츠타야의 창업자인 마스다 무네아키는 ‘좋은 영상이나 음악을 통해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죠.


포부에 맞게 약 25만 장의 DVD와 35만 장의 CD를 구비하고 있었던 시부야 츠타야는 DVD·CD 대여 분야에서 일본 최고 매출을 달성하며 순조롭게 사업을 확대해 왔어요. 상품 판매 매출 비중도 높았고, 연예인과 아이돌, 성우 등의 사인회와 이벤트 등을 다수 열어 방문객들을 끌어모았죠. 이 당시 패션의 발신 기지가 '시부야 109'라면, 음악과 서적의 발신 기지는 '시부야 츠타야'였어요. 헤이세이 시대에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었던 거죠. 


*헤이세이 시대: 일본의 시대 구분으로 1989년 1월부터 2019년 4월까지의 기간을 가리켜요.


하지만 영원한 건 없다고 했던가요? 기술이 발달하며 스마트폰이 보급되고, 동영상과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가 자리를 굳히기 시작했어요. 빠른 속도로 디지털화가 진행되면서 시부야 츠타야의 특기이자 강점이었던 렌털 사업에도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죠. 시장이 성숙기에서 쇠퇴기에 접어들면서 수익은 점차 줄고, 고객들이 느끼던 츠타야만의 가치도 저하되고 있었어요. 


“시부야 스크램블 교차로 앞이라고 하는, 어떻게 보면 일본의 얼굴이라고 말할 수 있는 장소에서 렌털 사업이 위기를 맞이한 츠타야가 다음에는 무엇을 해나갈지 다른 기업들도, 고객도 주목하고 있었을 거예요.”

-타카하시 타카노리, CCC 대표이사, 닛케이 크로스 트렌드 인터뷰 중에서


일본 내 렌털 매출 최고를 자랑했던 시부야 츠타야는 세월의 물결에 맞춰 방향을 틀기로 했어요. 모기업 CCC(Culture Convenience Club)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콘텐츠의 가치를 전해야겠다고 생각했고, 시부야 츠타야의 리뉴얼을 결정했죠. 그 후 2023년 10월부터 휴업에 들어간 시부야 츠타야는 약 반년이 흐른 2024년 4월, 새 단장을 마치고 재등장했어요.


©시티호퍼스


다시 만난 시부야 츠타야에서는 ‘콘텐츠를 즐기는 방식의 변화’가 돋보였어요. 츠타야의 상징과도 같았던 CD와 DVD의 대여·판매 비즈니스에서 벗어났음을 한눈에 알 수 있었죠. 이전에는 CD와 DVD 대여, 서적 판매에 많은 공간을 할애하고 있었다면, 이제는 그 자리가 대폭 축소됐거든요. 그리고 그 빈자리를 IP 체험 공간이 채우고 있었죠. 그 밖에도 셰어 라운지, 포켓몬 트레이딩 카드 플레이룸 등 장시간 장시간 체류하기 좋은 공간들이 생겼어요. 


한마디로 시부야 츠타야는 더 이상 대여나 판매에 특화된 장소가 아니라 IP 체험을 디자인하는 곳으로 공간의 성격을 바꿨어요. 앞으로 엔터테인먼트를 즐기는 새로운 방법을 제안하며 ‘새로운 문화 성지’로 거듭나기로 했죠. ‘세계 제일의 기획 회사’를 꿈꾸는 CCC가 다시 설계한 시부야 츠타야. 어떤 모습인지 궁금하다면, 지금부터 그 안으로 들어가 볼게요. 



#1. ‘오시카츠’의 성지, PR의 성지가 되다


리뉴얼 후 시부야 츠타야의 전체 규모는 약 4,500㎡(1,357평)이에요. 지하 2층부터 지상 8층까지 총 10개 층으로 구성되어 있죠. 24년 만의 리뉴얼을 주도한 것은 CCC의 대표이사인 타카하시 타카노리인데요. 그는 시부야 츠타야가 차세대 리테일에 대한 하나의 도전과도 같았다며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좋아하는 것을 만날 수 있는 장소’를 만들었다고 밝혔어요.


‘좋아하는 것으로, 세상을 만들어라(好きなもので、世界をつくれ。)’


리뉴얼의 방향성은 시부야 츠타야 지하 1층에 있는 메시지 보드에도 적혀 있어요. 이 문장은 시부야 츠타야의 전 층을 관통하는 문구이기도 하죠. 리뉴얼 후 시부야 츠타야의 가장 큰 특징은 전 층이 팬덤 활동을 의미하는 ‘오시카츠(推し活)’와 연관되어 있다는 것인데요. 애니메이션, 만화, 아티스트와의 컬래버레이션 등 그 영역도 다양해요. 그렇다 보니 물건 구매를 목적으로 단시간 방문했던 장소에서 장시간 체류하며 콘텐츠를 체험하는 장소로 공간의 성격이 바뀌었죠.  


©시티호퍼스


시부야 츠타야의 전 층 구성은 총 3가지의 컨셉으로 나뉘어요. 첫 번째는 ‘전 세계의 IP로 좋아하는 것을 만드는 플로어’로, 지하 2층부터 지상 1층까지가 이에 해당되죠. 이 구역에서는 전 세계 IP와의 컬래버레이션을 볼 수 있는데요. 관련 상품을 판매하는 것은 물론이고, 전시나 LED 영상 스트리밍 등을 통해 사람들을 IP에 몰입시키죠. 기간 한정으로 팝업 행사와 이벤트를 열기도 하고요.


그중 지하 2층부터 가볼게요. 이 층의 이름은 ‘엔터테인먼트 원더랜드’로, 아티스트나 아이돌의 CD와DVD, 잡지 등을 프로모션하거나 상품을 판매하는 곳이에요. 둘러보다 보면 한 가지 독특한 점을 발견할 수 있는데요. 공간을 상당히 여유 있게 쓰고 있다는 거예요. 중간중간 빈 공간이 많은 데다가 한편에 특대형 4K 화면이 있어 대형 전시장처럼 사용하는 거죠. 이는 CD가 주요 수익원이었던 예전의 매장 구성과는 크게 달라진 모습이에요. 


©시티호퍼스


©시티호퍼스


시부야 츠타야는 렌털과 상품 판매 비즈니스에 의존했던 과거와는 달리 상품 자체나 이를 비치해두는 집기를 대폭 줄이기로 했어요. 대신 체험형 콘텐츠들을 전시해둘 수 있는 공간들을 확보해 이벤트를 열기에 적합한 공간으로 만들었죠. 예전 모습을 떠올리는 사람들은 이런 변화에 당황할 수도 있지만, 이는 시부야 츠타야가 사업모델을 상품 판매에서 체험형으로 전환시켰다는 것을 직관적으로 보여줘요. 


“CD 매장은 무심결에 물건을 팔고 싶어지는 곳이지만, ‘파는 것’을 목적으로 해버리면 재고가 주인공이 되어 버려요. 하지만 시부야 츠타야는 사람들이 모여 체험을 공유하는 자리죠. 사람이 많이 모이는 것을 전제로 설계했기 때문에 굳이 여백을 만든 거예요.”

-타카하시 타카노리, CCC 대표이사, 닛케이 크로스 트렌드 인터뷰 중에서


©시티호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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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부야 츠타야의 변화는 지하 1층과 지상 1층에 올라가면 더 명확하게 드러나요. 이 두 개 층의 이름은 ‘시부야 IP 스퀘어’로, 애니메이션 등의 IP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는 곳과 협업을 선보이는 공간이죠. 3면으로 구성된 LED 화면을 비치해 몰입감을 더했고, 갤러리나 기간 한정 이벤트 등을 열어 사람들에게 IP의 세계관을 더 깊이 있게 알려요. 시부야 츠타야를 리뉴얼할 때 가장 먼저 결정된 공간이자 ‘얼굴’과도 같은 메인 플로어죠.  


대표적인 IP 컬래버레이션 사례를 살펴볼게요.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THE FIRST SLAM DUNK)>의 재상영이 결정된 이후, 1층에서는 이를 기념하는 이벤트인 ‘더 퍼스트 슬램덩크 “코트”(THE FIRST SLAM DUNK "COURT")’가 개최됐어요. 스토리에 등장하는 산왕전과의 경기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소식에 팬들이 몰려왔죠. 이들은 선수들의 라커룸을 구현해 놓은 상품 판매 구역에서 쇼핑을 즐기기도 했어요. 


©Culture Convenience Club


©SHIBUYA TSUTAYA X


©SHIBUYA TSUTAYA X


©SHIBUYA TSUTAYA X


이처럼 콘텐츠를 사랑하는 팬들은 IP가 해당 층을 통째로 뒤덮고 있는 장관을 보기 위해 직접 찾아와 스마트폰으로 기념사진을 찍는데요.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전시 구역 옆에 있는 굿즈 판매 구역에 입장할 때 1,500엔(약 15,000원)이 별도로 든다는 거예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에서만 구할 수 있는 오리지널 굿즈를 사려고 팬들이 줄을 서 대기하곤 하죠.


한자리에 모인 팬들은 함께 대화를 나누거나 구매한 상품을 교환하며 IP에 대한 애정을 북돋워요. 그 밖에도 메모지에 손글씨로 메시지를 적어 보드에 붙이는 등 장소에 열기를 더하죠. 공간을 마련한 건 시부야 츠타야지만, 이 공간을 완성시키는 것은 팬들인 셈이에요. 


©SHIBUYA TSUTAYA X


©SHIBUYA TSUTAYA X


©시티호퍼스


시부야 츠타야가 ‘오시카츠의 성지’가 되자 자연스럽게 기업의 주목도도 올라갔어요. IP 콘텐츠를 보유한 입장에서 체험을 중시하는 시부야 츠타야는 ‘PR의 성지’나 다름없어 보였죠. 시부야 츠타야는 앞으로도 매주 2주에서 1개월 단위로 IP 콘텐츠를 교체해 ‘언제 가도 새로운 콘텐츠를 만날 수 있는 장소’가 되고자 해요. 그래서 직원들에게도 대중을 쫓기보단 더 깊고 세밀한 기획 아이디어를 보여달라고 당부하죠. 궁극적으로는 콘텐츠를 보유한 기업이 특별한 이벤트를 열 때 시부야 츠타야를 1순위로 찾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예요. 



#2. ‘타임스퀘어’를 넘어서는 존재를 꿈꾸다


다음으로는 시부야 츠타야의 2번째 컨셉을 살펴볼게요. CCC는 ‘영감이 되는 카페와 라운지’를 컨셉으로 이 건물의 2층부터 4층까지를 꾸몄어요. IP에 둘러싸인 환경 속에서 기분 좋은 자극을 느끼며 일을 하거나 취식을 할 수 있도록 마련한 공간이죠. 2층에는 ‘스타벅스 커피’가, 3층과 4층에는 유료 라운지인 ‘셰어 라운지’가 있어요. 


먼저 2층에 있는 스타벅스 커피부터 가 볼게요. 스타벅스 커피는 이전에도 시부야 츠타야 1층과 2층 일부 공간을 쓰고 있었는데요. 이번 리뉴얼을 계기로 규모가 대폭 확대됐어요. 1층에는 테이크 아웃 전용 카운터를 설치하고, 2층은 통째로 카페로 바꾸어 총 100석 규모가 됐죠. 덕분에 이제 층간 이동을 하지 않고도 한 층에서 느긋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됐어요. 


©시티호퍼스


매장의 디자인 컨셉은 '스타벅스 그린 리본(STARBUCKS Green Ribbon)'이에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2층에 가면 공간 전체를 감싸고 있는 2개의 초록색 리본을 볼 수 있죠. 첫 번째 그린 리본은 하나의 리본으로 이어지는 총 71m 길이의 좌석이에요. 리본의 곡선을 따라가다 보면 시부야 스크램블 교차로가 내려다 보이는 좌석으로 자연스레 이어지죠.  


©시티호퍼스


두 번째 그린 리본은 매장 벽면에 맞추어 한 줄로 이어지는 세로 1m와 가로 35m 크기의 디지털 아트예요. 스타벅스 커피는 많은 사람의 손을 거쳐 전달되는 커피, 다양한 사람들이 오가는 시부야의 교차로, 각 분야의 장인들이 만들어나가는 시부야의 문화에 주목했는데요. 이 리본은 이 모든 것들이 시공간을 초월해 연결됨으로써 발현되는 무한한 가능성을 상징해요. 특히 리본 속 아트는 시간대에 따라 역동적으로 변화하며 몰입감을 높이는 역할을 하죠. 


입지 특성상 시부야 츠타야에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많은 관광객이 찾아와요. 그래서 스타벅스 커피는 고객들이 국적을 막론하고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매장을 목표로 했죠. 그중 외국인 관광객에게 가장 매력적인 공간은 시부야 스크램블 교차로가 훤히 내려다 보이는 좌석일 거예요. 모두가 포토 스폿 앞에 서서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느라 바쁘죠. 


특히 외국인 고객과 관련해서는 리뉴얼 이후 한 가지 긍정적인 변화도 볼 수 있었어요. 올해 시부야 츠타야에 찾아온 외국인 고객들은 스타벅스 뿐만 아니라 다른 층에도 적극적으로 들르고 있다는 것이었죠. 


“시부야 츠타야에 찾아오는 외국인 관광객은 전체 방문객의 약 40% 정도예요. 10대부터 60대 이상까지 연령대도 폭넓죠. 이전에는 이들이 주로 스타벅스에 집중적으로 방문했지만, 리뉴얼 이후에는 그 외의 층에도 방문하는 경향을 보여요.”

-카마타 타카히로, CCC 전략 점포 개발 본부장, ITmedia 비즈니스 인터뷰 중에서


행동에 변화가 생긴 것은 시부야 츠타야의 타깃이 바뀌었기 때문이에요. CCC는 시부야 츠타야를 리뉴얼하는 과정에서 타깃을 더 이상 일본인에 한정하지 않기로 했거든요. 실제로 리뉴얼 당시 시행했던 조사 결과만 봐도 20대 외국인 관광객이 압도적으로 시부야에 많이 방문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죠.


그 결과 시부야 츠타야의 미션은 다음과 같이 새롭게 재정의 됐어요. ‘콘텐츠의 힘으로 일본과 세계를 더 재미있고 즐겁게 만들겠다’고요. 시부야 츠타야가 외국인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되면서 이곳에는 더없는 활기가 돌고 있어요. 


다음은 요금을 지불한 뒤 시간제로 이용할 수 있는 ‘셰어 라운지’에 가볼게요. 셰어 라운지는 CCC가 2019년에 새롭게 시작한 새로운 업태로, 일, 공부, 휴식을 할 수 있는 공간이에요. 공유 오피스로도 쓰이고요. Wi-Fi와 콘센트 등이 잘 구비되어 있을뿐더러, 음료와 스낵까지 제공되어 오래 머물기에 제격이죠. 고수익 모델인 셰어 라운지는 첫 개시 이후 4년 만에 전국 40개 지점으로 확대된 바 있어요. 그중 시부야 츠타야 지점은 3층과 4층에 걸쳐 있으며, 총 240석 규모의 좌석을 자랑하죠.


©시티호퍼스


©시티호퍼스


©시티호퍼스


그렇다면 시부야 츠타야에서만 볼 수 있는 셰어 라운지의 특징은 무엇일까요? 여기서는 곳곳에서 ‘주술 회전’, ‘울트라맨’ 등 콘텐츠 관련 피규어들을 볼 수 있어요. 특히 3층에는 전 세계 유일무이한 특대 피규어가 있어 처음 보는 사람들을 압도하죠. 그뿐 아니에요. 다양한 종류의 만화책을 구비해 두었는데, 그 규모가 총 70개 점포 중 가장 커요. 덕분에 만화와 피규어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일부러 셰어 라운지에 찾아올 정도죠. 


©시티호퍼스


©시티호퍼스


하지만 처음부터 셰어 라운지가 시부야 츠타야에서 성공적으로 자리 잡았던 것은 아니에요. 타깃으로 삼았던 외국인 방문객이 사용 시간에 따라 과금되는 유료 라운지에 익숙하지 않아 서비스 이용에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죠.


그래서 CCC는 셰어 라운지를 소개하는 방식에 변화를 줬어요. ‘셰어 라운지’ 대신 ‘카페’를 강조해 알기 쉽게 설명하는 한편, 1층에서 적극적으로 전단지를 나눠주며 홍보했죠. 그러자 처음에는 하루 70명 정도에 불과했던 외국인 고객이 3개월 후 150명 수준으로 증가했어요. 


이처럼 CCC는 새로운 시도를 해나가는 과정에서 각종 시행착오를 겪기도 하며 성공 사례를 만들고 있어요. 일본에서 전 세계 컨텐츠를 전파하며 ‘뉴욕의 타임스퀘어’를 뛰어넘는 것이 이들의 목표죠. 그러니 계속해서 이들의 동향에 주목할 수밖에 없어요. 



#3. 찐팬이 정말로 원하는 것에 집중하다


시부야 츠타야의 마지막 컨셉은 ‘이곳에서만 만날 수 있는 체험으로 연결되는 플로어’예요. 이 컨셉을 바탕으로 5층부터 8층까지 꾸몄죠. 그중에서도 5층은 이름부터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켜요. ‘포켓몬 카드 라운지(POKÉMON CARD LOUNGE)’라 쓰여있는 5층에서는 1인당 1시간에 1,650엔(약 16,500원)을 주고 포켓몬 카드 게임을 할 수 있어요. 세련되고도 편안한 공간에서 대전을 펼칠 수 있도록 모든 책상과 의자 등을 주문 제작했죠.


©시티호퍼스


©시티호퍼스


©시티호퍼스


대전석에서는 게임을 하면서 약 50가지 종류의 프리 드링크와 30가지 종류의 프리 스낵도 즐길 수 있어요. 최대 4인까지 입실할 수 있는 프라이빗 룸도 따로 있어서 혼자든 함께든 게임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기에 적합하죠.


물론 처음에는 포켓몬 카드 라운지도 셰어 라운지처럼 외국인 고객에게 어필하지 못한다는 어려움이 있었어요. 외국인들이 관심을 갖고 찾아왔는데도 노는 방법을 몰라서 돌아갔던 거죠. 하지만 현재는 다국어 대응 서비스를 제공하고, 혼자 찾아온 사람도 게임에 참여할 수 있게 하는 등 적극적으로 접객에 임하는 중이에요. 


한편, 6층으로 올라가면 언제 가도 사람들로 붐비는 모습을 볼 수 있어요. 이 층의 이름은 ‘IP 서점’으로, 애니메이션이나 만화 등 약 100여 개의 IP 관련 상품을 판매하고 있죠. 새로 출시한 상품을 누구보다 빠르게 손에 쥐고 싶어 하는 마니아 층이 이곳의 단골손님이에요.


무엇보다 IP 서점의 인기 비결은 상품 구색에 있어요. 전체 상품의 절반 이상이 IP 서점에서만 구입할 수 있는 ‘레어템’이거든요. 이는 인기 애니메이션이나 게임 캐릭터를 개발한 기업과 컬래버레이션 한 덕분인데요. 그래서인지 매장에서는 ‘상품 구매를 인당 1개까지로 제한한다’는 안내 문구를 자주 볼 수 있어요. 


“지금까지 애니메이션 콘텐츠의 팝업은 중간에 제조사나 대리점이 끼는 바람에 ‘정말로 팬이 갖고 싶어 하는 것’이라는 관점이 부족했어요. 하지만 시부야 츠타야는 매일이 코믹 마켓’이라는 테마 아래 IP 보유자나 크리에이터와 함께 매장을 만들었죠.”

-IP 서점 담당자, WWDJAPAN 인터뷰 중에서


IP 서점은 상품을 배치하는 레이아웃도 남달라요. ‘해당 작품에 얼마나 잘 어울리는가’를 최우선으로 삼아 상품을 배치했죠. 작가 및 출판사와 직접 상담을 해서 콘텐츠 보유자가 원하는 배치 방식을 반영하다 보니, 각 IP의 개성은 더욱 두드러져요.


게다가 취급하는 상품을 수시로 업데이트해 짧으면 2주 만에 새로운 IP로 교체되니, 고객들은 방문할 때마다 다채로운 공간 변화를 실감할 수 있죠. 물론 이 과정에서 새로운 콘텐츠나 상품을 발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요. 


CCC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7층에 사람들이 오감으로 IP를 즐길 수 있는 컬래버레이션 카페를 만들었어요. 애니메이션, 만화, 아티스트, 럭셔리 브랜드 등 전 세계의 다양한 IP 콘텐츠와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탄생한 공간이죠. 이곳에서는 IP 세계관에서 영감을 얻은 오리지널 음식이나 디저트, 음료 등을 제공해요. 또 특대형 패널이나 의상 관련 상품 등을 전시한 포토 스폿을 만들어 팬이라면 찾아올 수밖에 없게 만들었죠. 


가장 대표적인 예시로는 ‘더 퍼스트 슬램덩크 “코트” 갤러리&카페(THE FIRST SLAM DUNK "COURT" GALLERY&CAFE)’가 있어요. 당시 30분도 채 되지 않아 7층의 8,000석이 전부 완판되었을 정도로 반향을 불러일으켰죠. 이 밖에도 애니메이션 ‘윈드 브레이커(WIND BREAKER)’와 함께 컬래버레이션 카페를 열었을 때에는 작품을 형상화한 음식과 디저트, 캐릭터 음료를 제공해 이슈가 되기도 했어요. 


©Culture Convenience Club



“소비자가 기뻐할 수 있는 것을 매장에서 구체화해 나가면서, 이를 하나의 가치로 느낄 수 있는 기업이나 콘텐츠 보유자와 함께 사업에 임하려 합니다. 단순한 광고 노출 프로모션뿐 아니라 팬끼리의 교류나 콘텐츠에 몰입할 수 있는 공간을 설계하는 등 ‘체험 가치’에 주력하고 있어요.”

-카마타 타카히로, CCC 전략 점포 개발 본부장, ITmedia 비즈니스 인터뷰 중에서


특정한 IP나 아티스트의 찐팬이라면 누구나 새로 나온 작품을 먼저 보고 싶어 할 수밖에 없어요. 그뿐 아니라 해당 콘텐츠를 다양한 형태와 장르로 즐기고, 이런 경험을 타 팬들과 함께 공유하며 애정을 공유하고 싶어 하죠. 이런 니즈를 한 건물에서 다 충족할 수 있게 만들었으니, 팬들이 시부야 츠타야로 달려가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닐까요? 



콘텐츠와 IP를 소재로 한 체험형 매장, 수익성은?


지금까지 비즈니스 모델에 변화를 주어 공간의 성격을 바꾼 시부야 츠타야를 둘러봤는데요. 이쯤에서 한 가지 의문이 들어요. 팬덤 활동을 돕는 오프라인 비즈니스 모델에 정말로 수익성이 있느냐는 거죠. 어쩌면 ‘오시카츠’에 더 적합한 것은 오프라인이 아니라 온라인일 수도 있잖아요. 24년 만의 시부야 츠타야 리뉴얼을 맡은 CCC의 대표 타카하시 타카노리의 생각을 들어 볼게요. 


“지금부터 콘텐츠를 중심으로 하는 리테일 산업은 스마트폰만으로는 완성되지 않는 방향으로 나아갈 거예요. 스마트폰으로 연결되는 디지털의 세계와, 직접 공기를 느낄 수 있는 현실 세계와의 사이를 매끄럽게 왔다 갔다 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트렌드가 생겨나죠. 이것이 새로운 트렌드가 될 거라고 믿고 있어요.”

-타카하시 타카노리, CCC 대표이사, 닛케이 크로스 트렌드 인터뷰 중에서


더불어 타카하시 타카노리는 앞으로 콘텐츠를 지지하는 경향은 세대와 관계없이 강해지고 있는 만큼, 잠재된 기회는 충분하다고 봤어요. 실제로도 시부야 츠타야는 오픈 이후 견조한 출발을 보였죠. 하루 방문자 수는 리뉴얼 전의 두 배인 4만 명에 이르는 데다가, 일부 층의 경우 목표 대비 2배의 매출을 달성하고 있어요. 


다만 앞으로의 과제는 지금과 같은 열정적인 온도를 앞으로도 계속 유지해 나가는 거예요. IP와의 컬래버레이션을 통한 전시나 카페 운영, 굿즈 판매를 상시로 시행하는 것은 비유하자면 365일 콘서트를 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는데, 이는 단순히 상품을 판매하던 시절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죠. 보다 효율적인 운영을 위한 노하우가 필요한 시점이에요. 그래서 시부야 츠타야는 효율화를 위해 앞으로 성공 사례들을 포맷화하려는 계획 중에 있죠. 


새로운 자세로 리테일의 미래에 앞서 뛰어들고 있는 시부야 츠타야. 과연 이번에는 어떤 표준을 만들어 낼까요? 지금처럼 시대에 조금 앞서 도전하는 스피릿이 있는 존재하는 한, 시부야의 아이콘은 계속 그 자리에 남아 ‘문화 발신 기지’로서의 역할을 다할 거예요. 다음 전성기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시부야 츠타야를 함께 지켜봐요.




Reference

시부야 츠타야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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