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에 새 바람이 분다, 이름값하는 공간의 품격

신풍관

2023.07.07

2020년, 에이스 호텔이 아시아 지역의 첫 호텔을 교토에 열었어요. 에이스 호텔은 도시와 유기적으로 연결된다는 유니크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죠. 원칙은 ‘도시의 개성 있는 문화를 드러낸다’는 것. 그래서 역사와 스토리가 있는 도시를 선택하고, 그 도시에서 의미 있는 건축물을 활용해요. 시공할 때도 현지의 디자인 업체, 건축가, 장인들과 협업하고 다양한 로컬 이벤트를 개최하기도 하고요.


에이스 호텔 교토가 들어선 곳은 '신풍관'이라는 건물이에요. 원래는 1926년부터 교토 중앙 전화국으로 쓰였던 곳으로, 2001년에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어요. 교토에 새 바람을 불러오겠다는 의지를 담아 이름도 '신풍관(新風館)'. 감도 높은 브랜드들이 입점하면서 교토의 랜드마크로 우뚝 섰는데, 2016년에 두 번째 리노베이션을 진행했어요. 100년 기업이 몰려 있는 교토의 전통과 혁신을 융합하겠다는 컨셉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교토의 얼굴'이 되겠다는 새 바람을 담아서요. 


도대체 신풍관은 어떤 매력을 가지고 있길래, 에이스 호텔이 아시아 지역에 진출하면서 첫 번째로 선택한 장소가 되었을까요?


신풍관 미리보기

 #1. 건축 - 과거에 새 바람을 불어 넣는다

 #2. 상업시설 - 세상과 교토를 연결한다

 #3. 호텔 - 거리의 연장선을 지향한다

 ‘자연스러운 건축’으로서의 신풍관




도쿄역 앞에는 독특한 빌딩이 하나 있어요. 바로 ‘JP 타워’예요. JP 타워는 38층 높이의 건물인데 6층까지의 저층부와 그 이상의 고층부로 나뉘어요. 저층부와 고층부가 다른 빌딩으로 보일 만큼 이질적이죠. 여기에는 이유가 있어요. JP 타워는 과거 도쿄 중앙 우체국 건물을 리모델링해서 지었는데요. 과거를 보존하기 위해 예전 건물의 외관을 그대로 둔 채 그 위에 업무 시설인 고층부를 증축한 거예요.


우체국 건물이었던 저층부에는 상업시설이 들어섰어요. 그러면서 건물의 뼈대뿐만 아니라 우체국의 역할과 의미까지 계승하여 공간을 구성했죠. 한 통의 편지가 사람 사이를 연결하듯이, ‘연결’을 테마로 사람과 사람, 지역과 지역, 시대와 시대를 연결하는 곳으로 꾸민 거예요. 상업시설 이름도 일본어로 우표를 뜻하는 ‘킷테(KITTE)’로 지었고요. 그런데 주변의 건물들은 재개발하는 과정에서 과거의 건물들을 다 부쉈는데, 왜 이 건물은 남겨 놓은 걸까요?



ⓒ시티호퍼스


1933년에 완공된 도쿄 중앙 우체국 건물은 일본 모더니즘 건축의 걸작으로 평가받아요. 일본 건축사에서 의미가 있으니 보존할 가치가 있었죠. 이 건물을 설계한 건축가는 일본 모더니즘 건축의 선구자인 ‘요시다 테츠로’. 그는 도쿄 중앙 우체국 건물을 설계하면서 내부에 팔각형 기둥을 촘촘하게 세웠어요. 그 당시에는 기둥 없이 6층 건물을 짓는 일은 불가능했거든요.


그런데 상업시설인 킷테에 들어가 보면 6층 높이의 공간이 탁 트여 있어요. 건축 공법이 발전해 이제는 기둥 없이도 건물을 지탱할 수 있게 됐으니 기둥을 치운 거죠. 동시에 킷테의 리모델링을 맡은 ‘구마 겐고’는 과거를 보존하기 위한 묘수를 냈어요. 그는 실물 기둥을 없애고 공간감을 확보한 대신, 요시다 테츠로의 팔각형 기둥을 재해석해 ‘빛의 기둥’을 만들었어요.


빛의 기둥은 상상력으로 세운 기둥이에요. 우선 바닥에다 팔각형 모양으로 생긴 통풍구를 만들어 기둥이 있던 자리에 흔적을 남겼어요. 그러고는 천장에 은색 금속 소재로 만든 선을 팔각형 기둥 모양을 따라 늘어뜨렸죠. 이렇게 하니 마치 보이지 않는 기둥이 존재하는 듯해요. 과거의 장소성을 보존하면서도, 컨템포러리적인 장식으로 승화시키는 세련된 방식이에요.


킷테는 요시다 테츠로가 설계한 과거의 건물을 구마 겐고가 이어받아, 현대적인 과거 혹은 과거다운 현재를 품고 시간을 이어가고 있어요. 그런데 요시다 테츠로가 짓고, 구마 겐고가 생명력을 연장한 건물은 도쿄의 킷테뿐만이 아니에요. 교토에도 1926년에 요시다 테츠로가 설계한 건물을 2020년에 구마 겐고가 탈바꿈한 곳이 있거든요. 과거 교토 중앙 전화국이었던 건물을 리모델링한 ‘신풍관(新風館)’이에요.



ⓒ시티호퍼스



#1. 건축 - 과거에 새 바람을 불어 넣는다

교토 중앙 전화국 건물은 1983년에 교토시가 지정한 등록 문화재 제1호예요. 역사적, 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은 이 문화재는 2001년에 리모델링을 하면서 미래를 향해 발을 내디뎠죠. 옛 전화국의 외관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내부를 현대적으로 개조해 상업시설로 탈바꿈한 거예요. 교토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싶다는 마음을 담은 ‘신풍관’이라는 이름도 이때 지어졌고요.


15년이 흐른 2016년, 신풍관은 첫 번째 리모델링 때 기약했던 대로 본격적인 리모델링을 하기 위해 잠시 문을 닫았어요. 두 번째 리모델링을 하면서 교토의 얼굴이자 도시의 랜드마크가 되는 것을 목표로 했죠. 약 4년의 시간 동안 신관을 증축하고, 기존의 상업시설에다가 호텔, 영화관 등을 추가로 갖춘 복합문화시설로 거듭났어요. 2020년, 그렇게 신풍관의 두 번째 챕터가 시작됐죠.


‘전통과 혁신의 융합’


새로운 신풍관의 컨셉이에요. 리모델링을 맡은 건축가는 구마 겐고. 그는 기존 신풍관의 외관을 그대로 살렸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형태로 교토의 역사와 문화를 계승해 미래와 연결하고자 했어요. 공사 중에 발굴된 무로마치 시대의 정원 석조를 건물의 옥상 정원에 재현한다거나 교토의 전통 공예를 응용해 내부를 디자인하는 등 신풍관 곳곳에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잇는 요소들을 구현해 놓았죠.


신풍관은 L자 형태의 기존 건축물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요. 대신 신풍관 건물과 맞닿아 있는 3개의 거리 어디에서든 신풍관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입구를 설계했어요. 이 입구들은 모두 L자 건물 안쪽에 있는 중정으로 통해요. ‘도시의 중심에 자연 풍경을 넣는다.’는 기획의도에 걸맞게 도시의 거리를 걷다 신풍관으로 들어서면 중정의 자연이 방문객들을 맞이해요. 마치 도시에서 자연으로 장면이 전환되는 것 같은 느낌을 자아내죠.



ⓒ시티호퍼스


안뜰을 중심으로 북쪽, 서쪽, 동쪽 어디서든 접근 가능한 구조는 신풍관의 이름에 담긴 ‘새로운 바람이 불게 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하고 있어요. 더 나아가 ‘도시의 흐름’을 원활하게 한다는 관점으로 길거리와 신풍관 사이를 연결하는 긴 통로를 배치하고, 이 통로들을 파사주(Passage), 점포가 늘어선 공공 통로로 구성했죠. 신풍관의 지하 2층은 지하철역과도 연결되어 있어 지역 주민들의 이동을 자연스럽게 만들었어요.


새로운 신풍관은 건물의 구조뿐만 아니라 소재로도 과거와 그리고 지역과 연결되어 있어요. 건물 외관에는 황화동판으로 만든 큰 처마와 황동색 루버(Louver)가 설치되어 있고, 건물 곳곳에는 철망 메쉬(Mesh)가 있는데요. 이는 기존 교토 중앙 전화국 건물의 인더스트리얼한 분위기와 조화를 이루기 위한 요소예요. 동시에 빛과 바람을 부드럽게 여과하는 장치이기도 하고요.



ⓒ시티호퍼스


자칫하면 차갑게 보이는 메탈 소재를 보완하기 위해 목재도 적절하게 덧댔어요. 건물 천장에 격자로 된 목재 프레임을 배치했거든요. 목재는 구마 겐고가 주특기로 활용하는 소재이기도 하죠. 이 목재 프레임을 건물 내부뿐만 아니라 외부까지도 가로지르는 형태로 설계해 공간에 넓이감과 깊이감을 더한 거예요. 이처럼 건물 전체에서 ‘전통과 혁신의 융합’을 녹여내기 위해 고민한 흔적을 엿볼 수 있어요.



#2. 상업시설 - 세상과 교토를 연결한다

이제 신풍관 안으로 들어가 볼까요? 지하 1층에는 영화관이, 1층의 파사주와 안뜰 복도에는 약 20개의 매장이, 그 옆에는 호텔이 들어서 있어요. 그런데 영화관도, 상업시설도, 호텔도 교토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 넣고자 하는 신풍관의 이념과 맞닿아 있어요.


먼저 영화관. 지하 1층에 있는 ‘업링크 교토(UPLINK 京都)’는 도쿄에서 온 미니 시어터 콤플렉스로, ‘업링크 시부야’, ‘업링크 기치조지’에 이어 3번째 지점을 교토에 오픈했어요. 간사이 지역으로의 첫 진출이에요. 업링크는 영화를 보는 경험을 특별하게 만드는 영화관을 지향해요. 그래서 음향, 음식, 상영관 디자인 등 어느 하나 평범한 것이 없어요. 게다가 최신작보다는 작품성 있는 영화들을 상영해 영화의 다양성을 추구하죠. 업링크 교토가 들어선 덕분에 교토의 영화 문화에도 새바람이 불고 있어요.


다음은 상점가. 신풍관 1층에는 파사주나 안뜰 복도에 약 20개 매장이 입점해 있어요. 이곳에서는 트렌드와 교토다움이 만나요. 신풍관에 입점해 있는 매장들은 대부분 교토 ‘최초’로 오픈한 매장들이거든요. 메종 키츠네 카페(Maison Kitsune Cafe), 르 라보(LE LABO), 1LDK, 트래블러스 팩토리(Traveler’s Factory) 등 이름만 들어도 알법한 브랜드의 첫 번째 교토 매장이 모두 신풍관에 모여 있어요. 이런 브랜드들이 교토에, 그것도 한 건물에 매장을 연다는 소식만으로도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됐죠. 이처럼 신풍관은 감도 있는 브랜드를 교토에 선보이는 역할도 하지만, 반대로 교토 또는 일본의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브랜드들을 소개하기도 해요.


예를 들어 볼게요. 신풍관의 ‘빔즈 재팬(BEAMS JAPAN)’은 일본의 패션 브랜드 ‘빔즈(BEAMS)’에서 일본의 문화를 재발견하고 세계에 발신하기 위해 운영하는 매장이에요. 일본 전역에 신주쿠, 시부야, 교토 단 3곳밖에 없죠. 빔즈 재팬은 일본을 소재로 한 라이프스타일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거나 일본 장인들이 만든 세련된 제품을 큐레이션하는데요. 빔즈 특유의 관점으로 일본의 감성과 위트를 재조명하면서, 신풍관을 방문한 사람들에게 일본의 문화를 알리고 있어요.



ⓒ시티호퍼스


신풍관에서 주목할 만한 또 하나의 매장은 ‘디스이즈시젠((THISIS)SHIZEN)’이에요. 디스이즈시젠은 신풍관의 메인 입구 쪽 중정 맞은편에 위치해 있어요. 중정과 함께 방문객들을 맞이하는 역할을 하죠. 디스이즈시젠은 일본의 전통 정원을 테마로 하지만, 자연을 일본 전통의 테두리 밖으로 꺼내 와 일상에서 즐길 수 있도록 제안해요.



ⓒ시티호퍼스


전통 정원을 테마로 하는 만큼 대부분의 제품이 분재인데요. 그중 눈에 띄는 제품이 있어요. 분재를 뿌리째 뽑아 아래쪽을 둥글게 만든 ‘이끼볼’이에요. 이끼볼은 일본 전통 재배 양식인 ‘코케다마’에서 착안한 것으로 ‘공간에 이끼볼을 놓기만 하면, 그곳이 정원이 된다.’는 메시지를 품고 있어요. 실제로 디스이즈시젠은 이끼볼을 매장 테이블 곳곳에 놓아 이끼볼로 연출하는 정원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해 두었어요.


식물 가게인데 웬 테이블이냐고요? 디스이즈시젠은 단순한 식물 가게가 아니라 식물도 파는 ‘카페’예요. 그래야 사람들이 더 쉽게 드나들 수 있으니까요. 디스이즈시젠에서는 음료와 디저트를 즐기며 느긋하게 일본 전통 양식에서 영감을 받은 플랜테리어를 즐길 수 있어요. 그런데 이곳에서 파는 메뉴들도 심상치 않아요. 디스이즈시젠의 브랜드 컨셉에서 영감을 받아 개발했거든요.



ⓒ시티호퍼스


디스이즈시젠을 대표하는 메뉴는 화려한 색감이 조화로운 ‘아이스 부케’예요. 아이스크림콘 위에 꽃이 올라가 있는데, 이 꽃의 정체는 ‘앙금’이에요. 앙금의 색은 고구마, 호박, 딸기 등의 식재료로 내고요. 꽃 앙금 아래에는 쌀 튀밥과 아이스크림이 들어 있죠. 전통적인 식재료에다가 현대적인 맛과 디자인을 더해 단숨에 디스이즈시젠의 대표 메뉴로 등극했어요.


이 밖에도 신풍관에는 일본의 문화를 세련된 방식으로 발신하는 브랜드들이 여럿 있어요. 남성 기모노를 컨템포러리 의류로 만든 ‘Y&Sons’, 교토의 제철 음식을 사용해 빙수를 만들어 판매하는 ‘오차토사케타스키’, 일본 각지의 유기농 채소와 책을 같이 판매하는 ‘북 앤 베지 오이오이(Book and Vege OyOy)’ 등이 대표적이에요. 이처럼 신풍관은 트렌드와 교토다움을 교차시키며 교토에 새바람을 불어 넣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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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호텔 - 거리의 연장선을 지향한다

신풍관을 재개장할 당시 사람들의 기대를 모았던 건 신풍관의 호텔이었어요. 신풍관 리모델링 프로젝트의 일부로 1999년에 미국 시애틀에서 시작한 ‘에이스 호텔(Ace Hotel)’이 신풍관에 문을 열었거든요. 에이스 호텔 교토는 교토 첫 번째, 간사이 지역 첫 번째, 일본 첫 번째 타이틀을 넘어 에이스 호텔의 아시아 첫 번째 지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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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스 호텔은 지역과 호텔, 커뮤니티와 게스트를 연결해 호텔의 정의를 바꾸어 놓은 호텔이에요. 숙박 공간을 넘어 로컬 문화의 구심점으로 호텔을 재정의한 거예요. 그래서 에이스 호텔은 이 DNA를 중심으로, 각 지역마다 다른 호텔을 지향해요. 역설적이게도 이 다채로움이 에이스 호텔의 정체성을 뚜렷하게 만들죠.


그런데 왜 하필 교토였을까요? 경제적 관점에서 보면 일본에는 교토보다 더 매력적인 도시들이 많은데 말이죠. 인구수나 여행객 수가 더 많은 도쿄, 간사이 지역이라면 상인의 도시 오사카도 있고요. 그럼에도 에이스 호텔이 일본에서 첫 번째 도시로 교토를 선택한 데에는 이유가 있어요. 교토는 예술과 공예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풍부한 문화가 생겨난 도시이기 때문이에요.


에이스 호텔의 CEO ‘브래드 윌슨(Brad Wilson)’은 에이스 호텔 교토를 열며 ‘일본에 뿌리를 내리는 것은 우리 호텔의 오랜 꿈이었다.’고 밝힌 바 있어요. 그중에서도 전통과 혁신의 융합을 컨셉으로 하는 신풍관은 에이스 호텔의 새로운 둥지로 더할 나위 없는 선택지였어요. 에이스 호텔의 철학이 신풍관의 컨셉, 그리고 건축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에요.


상업시설이 있는 신풍관과 에이스 호텔의 로비는 연결되어 있어요. 로비에는 투숙객들을 맞이하는 리셉션이 위치해 있고요. 호텔과 지역 사이의 경계를 흐려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에이스 호텔에 들어오고, 투숙객들도 교토의 골목으로 흐를 수 있도록 유도한 설계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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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셉션 데스크 맞은 편에는 에이스 호텔의 단짝, ‘스텀프타운(Stumptown)’ 카페가 있어요. 카페 입구와 리셉션 데스크 사이에는 긴 테이블이 있는데, 스텀프타운 고객이라면 이 긴 테이블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요. 카페 테이블이 아니라 오히려 호텔 로비에 있는 테이블처럼 보이죠. 카페와 호텔 로비 사이의 경계를 없애 누구나 호텔 로비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거예요. 또한 개별 테이블이 아니라 긴 테이블을 놓아 서로 어울리기를 바라는 에이스 호텔의 커뮤니티 컨셉을 살렸어요.



ⓒ시티호퍼스


교토의 문화와 에이스 호텔의 DNA를 매끄럽게 연계한 건 공간 설계뿐만이 아니에요. 로비 천장의 구리 랜턴, 패브릭 아트 등 호텔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다양한 아트 피스 역시도 에이스 호텔의 철학을 반영하고 있어요. 에이스 호텔 교토는 미국이나 일본의 작가 50여 명과 함께 가구, 조명, 소품 등을 만들었어요. 리셉션 데스크도 장인이 손으로 직접 구리를 두드려 만든 대형 공예품이죠. 오픈 당시 에이스 호텔의 다른 어떤 지점보다도 많은 공예가들과 컬래버레이션을 한 것으로 화제가 됐을 정도예요.


교토와 에이스 호텔의 융합은 213개의 객실에서도 이어져요. 객실 인테리어 디자인은 10년 넘게 에이스 호텔과 협업해 온 LA 기반의 ‘코뮨 디자인(Commune Design)’이 맡았어요. 에이스 호텔 객실은 미니멀한 다실 스타일의 객실도, 그렇다고 요즘 유행하는 미국의 미드 센추리 모던 스타일도 아니에요. 코뮨 디자인은 로컬 공예 아티스트나 일본에서 영감을 받은 미국 아티스트들이 디자인한 담요, 아트 워크, 조명 등을 객실에 조화롭게 배치해 에이스 호텔 교토만의 스타일을 완성했죠. 이처럼 에이스 호텔은 정체성을 적절하게 녹여내며, 교토에 새바람을 몰고 왔어요.



‘자연스러운 건축’으로서의 신풍관

신풍관을 관통하는 키워드 하나를 꼽는다면 ‘연결’이에요. 신풍관은 전통과 미래가 만나고, 교토와 세계가 만나며, 지역 주민과 여행객이 만나는 곳이에요. 건축물과 콘텐츠를 중심으로 서로 다른 것들이 한데 어우러지면서 독창적인 문화를 만들어 나가고 있죠. 그런데 신풍관은 왜 ‘연결’에 주목하게 된 것일까요?


신풍관 리모델링 프로젝트를 이끈 구마 겐고의 철학에서 그 단서를 찾을 수 있어요. 구마 겐고는 그의 저서 《자연스러운 건축》에서 ‘사회의 OS(Operating System)로서의 건축’에 대해 이야기해요. 컴퓨터도 OS에 따라 그에 맞는 소프트웨어가 깔리고 구동이 되는 것처럼, 어떤 건축을 만드느냐에 따라 문화와 일상이 달라진다는 의미예요. 건물과 거리의 경계를 없애 교토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 신풍관처럼요.



©시티호퍼스


구마 겐고의 언어를 빌리자면 신풍관은 ‘자연스러운 건축’을 지향하고 있어요. 그런데 신풍관은 건물 가운데 중정이나 옥상 정원을 제외하고는 오히려 구리, 황동 등 인더스트리얼한 소재를 많이 사용하고 있어 ‘자연’과는 거리가 있어 보여요. 그렇다면 어떤 의미에서 신풍관은 자연스러운 건축인 걸까요?


"자연스러운 건축은 자연 소재로 만들어진 건축이 아니에요. 콘크리트 위에 자연 소재를 덧댄 건축은 더더욱 아니죠. 어떤 것이 존재하는 장소와 행복한 관계를 가지고 있을 때 우리는 그것을 자연스럽다고 느껴요. 주변과의 관계성인 거예요. 결국 자연스러운 건축은 지어지는 장소와 행복한 관계를 가지는 건축이에요."

- 《자연스러운 건축》 중


자연스러운 건축에 대한 구마 겐고의 설명이에요. 소재가 자연에서 왔는지 여부가 아니라 건축물이 위치한 주변 환경에 잘 녹아 들었는지의 여부에 따라 결정된다는 뜻이에요. 건물이 위치한 장소마저도 재료로 삼아, 그 장소에 적합하게 지은 건축물이 자연스럽다는 거죠. 그런 의미에서 신풍관은 자연스러운 건축이라고 할 수 있어요.


로컬에 스며든 자연스러운 건축은 신풍관이 지향하는 ‘연결’이라는 가치를 구현하는 데 딱이에요. 주변 환경과 연결되기 위해 리모델링한 건축이니까요. 이렇게 신풍관이 이어가는 연결의 가치 덕분에 교토에는 새바람이 불어요. 오늘도 그렇고, 내일도 그럴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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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erence

 신풍관 공식 웹사이트

 업링크 교토 공식 웹사이트

 동서양의 만남 ‘EAST MEETS WEST’, 에이스 호텔 교토, 디자인프레스

 Ace Hotel Kyoto, Commune Design

 구마 겐고 지음, 임태희 옮김, <자연스러운 건축>, 안그라픽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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