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년 역사의 화장품 브랜드가 미래를 준비하는 방법

시세이도

2023.02.14

‘또야?’라고 생각할지도 몰라요. 뷰티 브랜드에서 카페를 냈다고 하면요. 하지만 여기에 ‘시점’을 넣으면 ‘진짜?’로 반응이 바뀔 거예요. 뷰티 브랜드 시세이도는 무려 100년도 더 전에 화장품을 판매하면서 카페를 열었거든요. 단순히 매장 안에다가 카페를 연 게 아니에요. 별도의 브랜드로 운영하고 있죠. 


‘시세이도 팔러’. 시세이도에서 운영하는 카페이자 레스토랑이에요. 긴자 본점을 시작으로 일본에 18개 지점이 있고 싱가포르, 대만, 태국에도 진출했어요. 그런데 화장품 회사와 음식이라니. 무슨 연결 고리가 있는 걸까요? 바로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미의 혁신’이라는 시세이도의 사명 때문이에요. 미의 혁신을 하는데 화장품만 고집할 이유는 없는 거죠. 아름다움이란 결국 외면적인 것을 넘어 삶의 다양한 영역으로도 확장될 수 있는 거니까요. 


지금에서야 보편화되는 방식을 100여년 전에 시도했다니, 시세이도가 새롭게 보일 수밖에요. 그렇다면 시세이도가 요즘에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면 뷰티 업계의 미래를 엿볼 수 있지 않을까요?


시세이도 미리보기

 카페에서 만나는 화장품 회사의 진심

 기술과 인간의 손길로 구현한 입체적 아름다움

 팟캐스트가 팔로워수를 KPI로 설정하지 않는 이유

 진심이라는 기술은 시대를 타지 않는다




2022년 여름, 홍콩 Z세대의 눈을 사로잡는 광고가 나타났어요. 1분 15초 가량의 짧은 영상에선 홍콩 보이밴드 MIRROR가 등장해요. 100년 전 호화로운 철도 여행의 황금기를 연상시키는 기차에 탄 이들. 창문 밖으로 일본 긴자의 거리 풍경이 스쳐지나가는데요. 한 시계탑 건물에 걸린 글자 'SHISEIDO'가 또렷이 화면에 비치며 과거, 현재, 미래를 초월한 시간 모험이 시작됩니다.



ⓒSHISEIDOHongKong


시세이도가 150주년을 맞아 시도한 초대형 통합 마케팅의 한 장면이에요. 시세이도는 1872년에 도쿄 긴자에서 서양식 약국으로 처음 문을 열었어요. 일본 최초의 화장품 회사이자 100년 이상 지속된 10대 세계 최초 화장품 브랜드 중 하나죠. 지금은 전 세계 120개 지역에서 끌레드뽀 보떼, 나스, 토리버치 등 글로벌 브랜드를 거느린 뷰티 거인이 되었고요. 이 광고에서 볼 수 있듯 시세이도는 과거에 뿌리를 두고 있으면서, 동시에 미래에 기반을 두고 있어요.


모순적인 이야기 같지만, 가능한 이야기예요. 광고의 배경은 과거인데, 광고의 무대가 되는 건 웹 기반의 메타버스 플랫폼이거든요. 과거의 미스 시세이도, 현재의 미스터 시세이도, 미래의 메타 시세이도라는 세 가지 다른 시대의 가상 앰배서더가 등장해 사용자를 이끌죠. 주목할 것은 가상의 앰배서더를 동반자로 택해 '개인화된' 경험을 선사한다는 거예요.


이곳에선 가장 사랑받는 제품은 물론, 사용자의 호기심을 끄는 제품을 마음껏 둘러볼 수 있어요. 애니메이션 게임으로 시세이도의 지나온 이정표와 시그치너 제품도 돌아볼 수 있고요. MIRROR 멤버와 AR 사진 찍기, 보물 찾기 등 흥미로운 요소도 숨어 있어요. 가상 앰배서더가 은근하게 시세이도의 철학과 제품을 이야기하면서 기업에 대한 호감도를 상승시키고 홍보를 하기도 해요. 전형적인 온라인 커머스 경험을 뛰어넘는 재미있는 방식으로 온라인 몰로 트래픽을 유도하는 거예요.



가상 아바타 SHI ⓒfutureis.shi


시세이도는 메타버스 플랫폼 밖으로 나와, 전 브랜드를 아우르는 가상 앰배서더를 또 한 번 선보였어요. 이름은 SHI. 28살의 디지털 노마드예요. 그녀는 인스타그램에 영감을 주는 여행, 라이프스타일, 뷰티 콘텐츠를 공유하고, 스포티파이에도 플레이리스트를 꾸준히 올리고 있어요.


메타버스의 가상 앰배서더와 SHI는 변화하는 소비자 행동에 대해 시세이도가 내놓은 해법이에요. 다양해지는 고객의 요구를 디테일하게 파악하고, 개인화된 고객 경험을 디자인하기 위해서죠. 가상 세계에서도 이정도로 열심인데, 현실에서는 어떨까요? 이제부터는 긴자와 요코하마에 있는 시세이도의 매장으로 공간 모험을 떠나볼게요. 참고로, 이중에서 순수하게 화장품을 판매하는 매장은 단 한 곳뿐이에요.



카페에서 만나는 화장품 회사의 진심

1902년에 시세이도 약국에 작은 디저트 부스가 들어왔어요. 메뉴는 당시 일본에서 무척 생소했던 소다수와 아이스크림. 이 디저트 부스는 이후 음식점으로 자리잡으며 '시세이도 팔러 살롱 드 카페 긴자(이하 시세이도 팔러)'로 발전해요. 시세이도 팔러는 디저트 숍, 이탈리안 음식점, 프렌치 레스토랑, 고급 살롱 카페, 파르페 카페 등이 한 건물에 들어서 있는 F&B 매장이에요. 일본에 18개 지점이 있고 싱가포르, 대만, 태국에도 진출했어요. 그런데 화장품 회사와 음식이라니. 무슨 연결 고리가 있는 걸까요?



ⓒSHISEIDO



ⓒ시티호퍼스 / ⓒSHISEIDO


일단 긴자 본점 시세이도 팔러의 문을 열어볼게요. 1층에 들어서자마자 쿠키, 비스킷, 마카롱, 초콜릿 등 PB 제품이 정갈하게 놓여 있어요. 훗카이도산 밀가루를 사용한 일본산 케이크, 시세이도의 심볼인 하나츠바키(동백꽃) 문양을 새긴 비스킷도 있네요. 매장 한편에는 비닐 화병 브랜드 D-BROS와 콜라보한 하나츠바키 문양의 꽃병, 쌀을 와인병에 병입해 디자인과 신선도를 모두 살린 코타키 라이스 앤 퓨처와 함께한 세트 제품도 있어요.



코타키 라이스 앤 퓨처의 쌀과 시세이도 팔러의 커리, 비프 스튜 등을 세트로 구성한 상품이에요. ⓒ시티호퍼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카페가 있어요.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는 계절 과일로 만든 파르페예요. 여름에는 청포도나 머스크메론, 가을에는 밤, 겨울에는 딸기 등 일본의 각 산지에서 공급한 과일로 파르페를 내놓는데, 가격이 어마어마해요. 생딸기 파르페 하나에 2,400엔(약 24,000원)부터 시작해요. 웬만한 식사보다도 훨씬 비싸죠.



ⓒ시티호퍼스



ⓒ시티호퍼스


시티호퍼스가 방문했을 때는 평일 낮 12시였는데도 이미 만석이었어요. 나이, 성별과 무관하게 자신의 취향을 즐기러 온 사람이 많았죠. 화려한 근대풍의 인테리어를 배경으로, 커다란 원형 테이블에 혼자 앉아 있어도 눈치를 주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없어요.


1층과 2층을 다니면서 마주한 풍경에서 공통점을 찾으셨나요? 맞아요. 과자, 식료품, 디저트 등에 모두 아름다움이 깃들어 있어요. 인테리어도 마찬가지이고요. 바로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미의 혁신’이라는 시세이도의 사명 때문이에요. 미의 혁신을 하는데 화장품만 고집할 이유는 없는 거죠. 아름다움이란 결국 외면적인 것을 넘어 삶의 다양한 영역으로도 확장될 수 있는 거니까요. 이처럼 시세이도는 음식을 통해서도 아름다움에 대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고 있어요.



기술과 인간의 손길로 구현한 입체적 아름다움

시세이도 팔러에서 몇 블록 떨어진 곳에는 글로벌 플래그십 스토어인 ‘시세이도 긴자 도쿄’가 있어요. 코로나 팬데믹으로 시장이 주춤한 2020년에 오픈했지만, 오히려 디지털을 도움닫기로 삼아 고객 경험을 강화하는 창구로 발돋움했어요. 어떻게냐고요? 화장품의 세계, 긴자 플래그십 스토어 속으로 들어가 볼게요.



ⓒ시티호퍼스



디지털 세상과 연결해주고 개인화된 경험을 가능하게 해주는 에스커넥트예요. ⓒSHISEIDO


매장 입장과 동시에 고객은 디지털 팔찌 ‘에스커넥트(Sconnenct)’를 착용해야 해요. 이 팔찌를 차고 있는 동안 디지털 세상과 연결되죠. 개인화된 경험이 가능해지는 거예요. 구매하고자 하는 상품을 선택하면 자동으로 장바구니에 담겨서, 일일이 들고 다닐 필요가 없어요. 그리고 팔찌를 통해 매장 내에서 테스트를 한 결과를 스마트폰으로 전송할 수 있죠. 이제 에스커넥트를 차고 매장을 둘러 볼게요.



ⓒ시티호퍼스


1층은 마음에 드는 상품을 여행하고 아름다움과 플레이하는 컨셉이에요. 고객이 자유롭게 여행을 즐길 수 있도록 직원들은 적극적인 응대를 하는 대신 한 발 물러서 있죠. 에스커넥트를 터치 스크린에 대면 본인의 얼굴이 뜨면서 버추얼로 화장품을 입혀볼 수 있어요. 실물 제품을 트레이 위에 올려놓으면 자동으로 버추얼 경험이 생성돼요. 스크린에서 바로 제품을 선택할 수도 있지만, 고객이 한 번 더 제품을 만져볼 수 있도록 촉감의 장치를 숨겨 놓은 거예요.



ⓒ시티호퍼스



ⓒ시티호퍼스



파운데이션 바에서는 30가지 다양한 컬러의 파운데이션이 1회 사용량만큼 디스펜스되어 나와요. 디지스킨 테스터에 표시된 10가지 질문에 답하면 피부 타입 분석과 함께, 최적의 제품도 추천해주죠. ⓒ시티호퍼스


2층의 컨셉은 밖으로 꺼낸 아름다움이에요. 예약 없이 무료로 스킨 케어와 메이크업 테스트를 받을 수 있는데 여기서도 기술의 도움을 받아요. 디바이스가 피부 상태를 분석하면 전문가가 컨설팅을 해주거든요. 또한 맞춤형 운동과 추천 음식 레시피를 영상으로 설명해 주고, 메이크업 레슨 과정을 비디오로 촬영해 집에서도 혼자서 복습할 수 있어요.



ⓒSHISEIDO


1층과 2층이 외부의 아름다움을 연마하는 데 중점을 뒀다면 지하 1층은 내부의 아름다움을 정제하는 곳이에요. 프로토타입 명상 캡슐에 들어가 오디오 가이드에 따라 다양한 소리, 빛, 향기, 온도를 경험하죠. 일상으로부터의 단절이에요. 명상 상태는 그래프로 기록돼 체험 효과를 살펴볼 수 있고, 체험 종료 후에는 오리지널 블렌드 찻잎을 증정해줘요. 외면의 아름다움은 물론 이너 뷰티를 추구하는 요즘 소비자의 니즈를 반영한 거예요.


이처럼 인간의 손길과 최신 기술을 결합한 시세이도는 '외면과 내면의 아름다움이 연결될 때 당신의 세계는 꽃을 피우고, 확장되고, 새로운 에너지를 얻는다'는 브랜드 철학을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어요.



팟캐스트가 팔로워수를 KPI로 설정하지 않는 이유

2019년, 요코하마에 15층짜리 건물이 들어섰어요. 시세이도에서 만든 도시형 오픈랩 에스파크(S/Park)예요. 연구원과 비즈니스 파트너들을 위한 시설이 대부분이지만 대중에게도 활짝 열려 있어요. '미의 영감과 만나는 곳'이라는 테마처럼, 직원과 고객이 서로에게 영감을 얻는 장소니까요. 내부 연구원들은 고객과 직접 만나 개인화된 화장품을 제작하면서 피부 데이터를 획득하고, 고객은 시설 내 카페와 운동 스튜디오, 뮤지엄 등을 이용할 수 있어요.



ⓒShiseidospark



ⓒShiseidospark


그런데 공간을 넘어 고객과 시세이도를 끈끈하게 잇는 요소가 하나 더 있어요. 주인공은 바로 팟캐스트. 2021년 10월에 에스파크의 연구원, 뷰티 디자이너, 사내외 게스트가 서로 이야기하는 팟캐스트를 시작했어요. 2023년 1월 기준으로 60명 이상의 사원이 게스트로 참여했고 청취자 수는 순조롭게 성장해 2만 명을 달성했죠.


보통의 온드미디어(Owned media)는 기업 홍보가 목적인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이 팟캐스트에서 화장품 이야기는 별로 나오지 않아요. 그보다는 60여명의 사원이 말하는 콘텐츠로 청취자의 마음을 사로잡죠. "일하고 있는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퍼스널리티를 가졌는지가 사내외에 전해야 할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했다"는 게 기획자 마사시씨의 설명이에요.



팟캐스트 ‘미의 영감과 만나는 곳(美のひらめきと出会う場所)’


취미, 인상에 남는 책, 좋아하는 요리. 잔잔한 공감을 주는 얇은 콘텐츠는 팟캐스트를 듣는 고객의 마음까지 사로잡았어요. 이제 팟캐스트는 직원 개인의 취미를 넘어서, 시세이도라는 회사와 자신을 꾸미는 일에 관심이 많은 고객들을 위한 콘텐츠도 균형 있게 내보내고 있죠.


조회 수 같은 KPI는 설정하지 않아요. 온드미디어의 성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날 때까지는 시간이 걸리는데, 처음부터 KPI를 설정하면 운영에 힘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팟캐스트는 콘텐츠 갯수를 KPI로 삼고 매주 1개 이상의 방송을 1년 이상 지속하고 있어요.


이 팟캐스트 프로그램의 이름, 뭔지 아세요? '미의 영감과 만나는 곳'이에요. 맞아요, 에스파크의 테마와 일치하죠. 팟캐스트의 목적이 ‘고객과 연결되는 상호 작용의 장소’라는 에스파크의 목적으로도 이어지는 거예요. 오랜 시간이 흘러도 시세이도가 고객 가까이에 자리할 수 있는 비결은 이처럼 '사람'을 모든 사업의 중심에 놓는 데 있어요. 그 덕분에 시세이도는 한층 더 특별하고 따뜻한 브랜드가 되어 가고 있죠.



진심이라는 기술은 시대를 타지 않는다

시세이도의 핵심 철학의 바탕엔 고객을 최우선으로 하는 ‘오모테나시’가 있어요. 이들에게 고객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건 부담을 주지 않는 조심스러운 환대예요. 긴자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손님은 모든 제품을 자유롭게 사용하고 원할 경우에만 상담을 받을 수 있어요. 직원은 한 발 물러나 있지만, 고객의 요구를 민첩하게 파악해 도움을 주죠.


시세이도 팔러 입구에는 정장을 멋지게 차려입은 서버가 서 있어요. 큰 매장이 아닌데도 엘리베이터가 있는 곳까지 서버가 안내를 해주죠. 대접받고 있다는 기분이 들 수밖에 없어요. 화장품 매장도, F&B 매장도 시세이도만의 방식으로 오모테나시를 풀어 낸 거예요.


긴자 플래그십 스토어, 시세이도 팔러, 사람과 연결을 중심으로 콘텐츠를 풀어 내는 에스파크와 팟캐스트까지. 시세이도의 DNA에는 고품질을 추구하는 것과 함께 기본적으로 사람을 향한 정서적 환대가 새겨져 있어요. 그렇게 시대와 함께 시세이도는 아름다움도, 기술도, 고객과 좋은 감정을 나누는 일도 진화시키고 있어요. 아마 다음 150년이 흘러도 '사람이 전부'라는 시세이도의 목적은 변하지 않을 것 같아요.




Reference

 시세이도 공식 웹사이트

 시세이도 팔러 공식 웹사이트

 에스파크 공식 웹사이트

 砂村 風香, 資生堂がなぜPodcast?疲弊しないオウンドメディアのつくり方, Nikkei xTREND

 Why Shiseido created its virtual ambassador SHI, Marketing Interactive

 Karen Wong, SHISEIDO unveils mega integrated marketing campaign, Marketing Interactive

나머지 스토리가 궁금하신가요?

시티호퍼스 멤버십을 시작하고
모든 콘텐츠를 자유롭게 읽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