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센스 매장에 매달려 있는 희한한 박스의 정체

쇼에이도

2023.04.19

오래된 인센스 회사들의 발자취를 거슬러 올라가보면 시작점엔 종교가 있어요. 하지만 요즘 사람들은 종교적 이유만으로 향을 피우지 않아요.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요즘 사람들에게 인센스를 어필할 수 있을까? 300년 역사의 인센스 브랜드 '쇼에이도'는 궁리했어요.


그러다가 나름의 답을 찾아내요. 인센스는 기호품이에요. 생활에 없어도 곤란하지 않죠. 하지만 인간에게는 의식주라는 기본 욕구가 채워져 여유가 생기면 미를 추구하고 싶다는 로맨틱한 욕구가 생겨요. 여기에 향 비즈니스가 껑충 성장할 기회가 있었어요. 그렇게 해서 쇼에이도가 세운 것이 향기 뮤지엄, 향기의 원더랜드, '쿤주칸'이에요.


인센스를 모르던 고객도 쿤주칸에서 나올 때는 제품을 하나씩 손에 들고 나와요. 심지어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2년에는 전년 대비 24%나 매출이 뛰었죠. 항상 사람들로 북적이는 공짜 향기 뮤지엄, 쇼에이도 쿤주칸에는 어떤 마법이 피어나고 있는 걸까요? 콜럼버스의 달걀 같은 기발한 아이디어가 매장 곳곳에 은은하게 퍼져 있어요.


쇼에이도 미리보기

 #1. 3가지 존으로 구매 여정을 디자인하다

 #2. 향과 가장 먼 세대를, 가장 가까운 고객으로

 #3. 우량 고객인 중국이 아니라 미국에 진출한 이유

 굳이 통일감 없는 것이 쇼에이도다움




이너피스. 인센스를 피워 놓으면 마음의 평화가 와요. 요즘 사람들만 그런 게 아니에요. 인센스는 고대 이집트 때부터 유래했는데요. 숲속의 재료를 모아 불을 피우자 자연의 냄새가 밴 향이 발생했고, 자연과 교감을 중시했던 고대이집트인들에게는 커다란 생활의 발견이었죠. 


이렇게 시작된 인센스는 향처럼 퍼져나갔어요. 그러다 언젠가부터 향이 스며들듯 불교 문화의 일부가 됐어요. 그리고 불교가 인도와 중국으로부터 일본에 전해지면서, 6세기에 일본에 처음 들어왔죠. 그 후 오랫동안 황족을 중심으로 불교 의식과 다도에 사용되다가 점차 귀족에게, 19세기 경에는 마을 사람들에게로 널리 알려졌고요.


인센스는 금세 생활 속에 뿌리내렸어요. 종교적 이유로 향을 피우는 것에서 벗어나 일본인의 대중적인 라이프스타일에 파고들었죠. 그리고 인센스가 유용한 생활 아이템이 되는 과정을 함께하며 산증인과 같은 역할을 한 곳이 있어요. 바로 1705년 설립된 인센스 전문점 '쇼에이도'예요.


쇼에이도는 향을 제조할 뿐만 아니라 향 공방을 겸하고 있어요. 장인들이 모여, 300년 넘게 개발해온 비밀스러운 제조법으로 독자적인 향기와 인센스 도구를 만들죠. 그렇다고 전통을 계승한 오래된 가게로만 보기엔 일러요. 향기와의 만남을 주선하는 공간을 운영하면서, 향 문화를 은은하게 퍼뜨리고 있거든요. 이름하여 향기의 원더랜드, '쇼에이도 쿤주칸'이에요.



#1. 3가지 존으로 구매 여정을 디자인하다

쇼에이도는 2018년 본점을 리뉴얼해 1층에 향기 뮤지엄 쿤주칸을 열었어요. 입장료는 공짜. 목적은 계획에 없던 쇼에이도라는 브랜드와의 만남, 그리고 일본 향 문화와의 우연한 만남이었죠. 위치도 딱이에요. 교토의 시조 카라스마에 있는데요. 근방에는 에도 시대의 황족과 조정 대신들의 저택 200채를 품었던 공원 교토교엔이 있고, 교토국제만화박물관 같은 관광 명소가 몰려 있는 곳이죠. 전 세계에서 찾아오는 사람들을 손님으로 확보하기에 어려움이 없는 최적의 장소인 셈이에요.



ⓒ시티호퍼스


쇼에이도 쿤주칸은 겉에서는 교토에서 볼 법한 평범한 매장처럼 보여요. 하지만 매장 안으로 들어가면 예상 밖의 풍경이 펼쳐지죠. 쇼에이도 쿤주칸은 1층을 체험, 감상, 매장 등 3가지 존으로 분리했어요. 바로 구매를 권하는 것이 아니라 인센스에 대해 친숙하고 쉽게 알아갈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 둔 거예요. 방문객의 경험은 체험 존에서부터 시작되는데요. 이 첫 경험부터가 강렬해요. 



ⓒ시티호퍼스


체험 존 천장에는 커다란 카오리 박스가 매달려 있어요. 카오리는 일본어로 '좋은 냄새'를 뜻해요. 시선을 사로잡고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박스 안에 들어가면 나만의 공간에서 향에 집중할 수 있어요. 향수의 경우 시향지나 컵 형태의 도구로 향을 붙잡아 놓을 수 있는데, 인센스는 그렇게 하기 어려우니 카오리 박스에 들어가서 향을 경험할 수 있게 설계한 거예요. 



ⓒ시티호퍼스



ⓒ시티호퍼스


카오리 박스를 나와서도 강렬한 경험이 이어져요. 인센스 향은 나무 껍질과 수지, 식물의 잎 등 다양한 천연 원료를 조합해 만들어지는데요. 쿤주칸은 좀처럼 맡기 힘든 이 향의 원료들도 맡아볼 기회를 기발한 방식으로 제공해요. 먼저 향기의 기둥이에요. 원료 5개가 담긴 기둥 앞에서 펌프를 누르면 나팔관을 통해 향기가 뿜어져 나오죠. 각각의 향 원료가 담긴 보틀을 흔들면, 공기 중에 내가 선택한 원료들이 섞이면서 독특한 향을 만들어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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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을 충분하게 경험하도록 하면서 동시에 향에 대한 정보도 충분하게 제공해요. 태블릿 PC를 통해서는 향의 역사와 종류, 사용법을 알려주고, 각 체험 시설 옆에는 설명문을 붙여놨어요. 그런데 여기에도 아이디어가 숨어 있어요. 설명문을 홀로그램으로 만들어 보는 각도에 따라 영어와 일어가 다르게 보여요. 읽는 재미가 생기죠. 또한 향을 만드는 제조 공정은 귀여운 미니어처로 소개되고 있고요.


밝은 조명 아래 사람들로 북적이는 체험 존에서 부담 없이 향의 원료와 제조 공정을 알아갔다면 두 번째 존은 반전의 공간이에요. 어둡고 차분한 분위기에서 향을 감상할 수 있거든요. 여기선 정보의 나열을 최소화해요. 인센스는 스틱, 코일, 콘 등 세 종류만 전시돼 있죠. 은은하게 향을 피워 두어 쇼에이도의 인센스가 어떤 향이 나는지 의자에 앉아 음미할 수 있어요.



ⓒ시티호퍼스



ⓒ시티호퍼스


이렇게 2가지 존을 거쳐 인센스와 친해졌다면 다음 공간으로 이동할 차례예요. 세 번째 존은 매장이에요. 만약 입장하는 순간부터 매장이 있었다면 매장 인테리어와 패키지 디자인만 눈에 들어오거나 발을 들여놓기 주저했을 테지만, 체험과 감상을 통해 향을 충분히 알았으니 구매욕이 생길 만 할 거예요.



ⓒ쇼에이도



ⓒ시티호퍼스


이처럼 쿤주칸은 고객의 구매 여정을 세 단계로 나눠 공간 구성에 접목했어요. 첫 번째 존에서는 향과 향 원료, 향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알려주며 '모르는 것'에 대해 차근차근 학습시켜요. 두 번째 존에선 파악할 수 있을 만큼의 넘치지 않는 정보를 제공해 '인센스란 것을 웬만큼 알게 됐다는' 친숙함과 만족감을 주죠. 새롭게 알게 된 문화를 향유하고 싶은 마음은 세 번째 존인 매장에서 구매욕으로 발화돼요. 


3가지 존으로 구성한 쿤주칸은 인센스 문외한도 일본의 향 문화를 알아갈 수 있도록 하는 문화 사절단일 뿐만 아니라, 잘 설계된 매장의 정석이라고 볼 수 있어요.



#2. 향과 가장 먼 세대를, 가장 가까운 고객으로

코로나 사태로 손님이 격감했지만 쿤주칸의 방문객 중 유일하게 늘어난 세대는 2030대였어요. 쇼에이도는 학계나 언론에서 말하는 '젊은 세대는 가게에 와도 잘 사가지 않는다'는 데이터에 거꾸로 접근해봤어요. '그들이 사고 싶어하는 것을 브랜드가 제공하지 못하는 건 아닐까?'라는 의문을 품고요.


인센스는 필수품이 아니라 생활에 없어도 특별히 곤란하지 않아요. 하지만 인간은 의식주라는 기본 욕구가 어느 정도 채워져 여유가 생기면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싶다'는 로맨틱한 욕구를 가지게 돼요. 향기의 비즈니스가 껑충 발전할 여지는 여기에 있었어요. 쿤주칸은 오픈 직후 인스타그램 팔로워들을 대상으로 향기 책갈피를 배포했어요. 필수적이진 않지만 꽤 괜찮은 라이프스타일을 향유하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제품이에요. 효과가 있었죠.



ⓒ쇼에이도


1층 뮤지엄의 카오리 박스도 젊은 세대를 염두에 두고 기획됐어요. 나만의 독립적인 공간은 SNS에 퍼뜨리기 좋은 사진 스팟이었죠. 감상 존은 향을 차분히 맡아보는 공간이라고 했지만, 다양한 전시와 이벤트가 열리는 로비가 되기도 해요. 향에 대한 전시부터 향과 관련 없는 대학생들의 작품, 여성 작가들의 아방가르드한 작품 등 젊은 세대의 관심이 닿아있는 그림들을 걸어놓죠. 실제로 체험 공간과 전시 공간은 트위터와 인스타그램에서 쿤주칸의 존재를 실어나르는 데 일조했어요.



사쉐와 인센스 스틱이 든 가차도 젊은 층에게 재미를 주기 위한 장치예요. ⓒ시티호퍼스


매장에서 판매하는 상품에도 변주를 줬어요. 전통적인 인센스 제품에서, 실생활에서 즐길 만한 매력적인 인센스 제품들로요. 디즈니 공주들을 테마로 한 인센스. 캔들로 구현한 인센스. 불을 피워 재를 남기는 게 번거롭고 익숙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전기 향로. 인테리어 용으로도 제격인 아코디언 북처럼 펼쳐지는 인센스. 싱싱한 꽃과 나무들의 에센스를 친숙한 향으로 블렌딩해 총천연색으로 만든 인센스. 인센스의 틀을 깨고 나온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는 거예요. 



ⓒ시티호퍼스



ⓒ시티호퍼스



ⓒ시티호퍼스


향 자체도 변화시켰어요. 쇼에이도의 장인들은 최대 50종의 허브와 향신료를 물과 섞어 향기를 만들어요. 이때 천연 재료, 수분 양, 건조 시간 등에 차이를 두어 저마다 다른 향을 만들어내는데, 쇼에이도의 인센스는 일본 사원에서 선호하는 향과는 거리가 멀어요. 가정에서 편안하게 사용하기 좋고 사교 모임에 활기를 불어넣는, 요가와 명상상에 안정감을 주는, 거품 목욕과 스파를 할 때도 피워두기 괜찮은,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에 어울리는 향의 배합을 찾아낸 거죠.



리슨 교토 매장 ⓒ리슨


또 다른 시도는 서브 브랜드 '리슨(lisn)'이에요. 1989년에 론칭해 처음부터 모던한 정체성을 갖고 출발했어요. 교토 매장에선 리슨의 인센스를 1개 단위로 살 수 있고,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향기를 제안하는 컨시어지 코너도 있어요. 리슨은 매년 새로운 향 제품을 출시하는데 이게 하이라이트예요. 향기에 관한 테마를 정하고 때로는 각 예술 분야의 스타들과 콜라보해 제품을 내놓거든요.



리슨의 ‘향기의 화음’ ⓒ리슨


몇 가지 예를 볼게요. 2018년 테마는 '향기의 화음'이었어요. 19세기 영국 화학자이자 조향사인 셉티머스 피에세의 'gamut of odours(향의 층)'을 바탕으로, 도레미파솔라시도에 해당하는 향기를 창작했어요. 계이름을 누르면 화음이 완성되듯이 8개의 향기를 마음가는대로 조합해 새로운 향기의 하모니를 경험할 수 있도록 했죠. 


2015년 테마는 '우주'였어요. 사진 작가 및 천체 물리학자와 함께, 5개의 천체를 이미지화한 향기 제품을 출시했어요. 2012년에는 공기, 물, 불, 흙 등 4대 원소에 사랑을 더해 '지금'이라는 테마로 종이 향수를 선보였고요. 여기엔 제본 전문가가 손수 만든 패키지에 인센스를 담았죠. 300년이 넘은 회사지만 전통에 얽매여 있다는 이미지는 없어요. 이에 대해 하타 모토 전무이사는 "제조력·판매력·영업 기획력. 이 세 가지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으면 다음의 개발로 이어지지 않아요."라고 말하죠.


그의 말을 각각 분리해서 살펴볼까요? 쇼에이도는 젊은 층을 고객으로 만들기 위해 장인들이 일상에서 사용하기 좋은 향을 개발하는 등 튼튼한 제조력을 갖추고 있어요. 뮤지엄에서 매장으로 이어지는 공간 구성은 판매력을 증진시키고요. 또한 다양한 형태의 제품이나 리슨과 같은 서브 브랜드에 매력적인 이미지를 덧씌우는 방식은 뛰어난 기획력을 뒷받침해요. 이 3가지 장점을 총동원한 쇼에이도의 도전은 일본 국내에만 한정되지 않아요. 해외 시장에서도 삼박자가 장단을 맞추고 있어요.



#3. 우량 고객인 중국이 아니라 미국에 진출한 이유

중국 부유층은 세계 어디를 가든 큰 손인 고객이에요. 특히 그들 사이에선 일본 장인들의 수작업으로 만든 상품이 엄청난 인기를 자랑해요. 비슷한 불교 문화를 갖고 있는 중국에게 쇼에이도의 향은 더더욱이나 솔깃한 제품일 거예요. 하지만 쇼에이도는 적극적으로 중국을 주요 타깃으로 설정하지 않아요. 왜일까요?


중국 시장은 너무 커서, 수요를 다 충족하려면 좋은 품질의 인센스를 유지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에요. 쇼에이도는 천연 채취의 원재료만 사용하기 때문에 규모의 확장에 한계가 있어요. 꼭 중국만이 아니라 갑자기 수요가 폭발해도 비즈니스를 감당할 수 없게 되는 거죠. 그래서 애초부터 규모의 확장보다, 지속 가능한 경영과 높은 품질을 유지한다는 것을 기조로 내걸었어요. 이처럼 굳이 큰 중국 시장에 진출하지 않겠다는 것이 쇼에이도의 '적정 규모의 전략'이에요.


그렇다고 해외 경로를 꽉 막아버린 건 아니에요. 미국 콜로라도주에 해외 법인을 설립한 1990년부터 미국과 유럽 시장을 공략했거든요. 구미 시장은 중국만큼 향 시장이 크지는 않아요. 서양인의 생활에 인센스와 같은 향은 우선순위가 아니죠. 하지만 쇼에이도가 충분히 감당할 만큼의 수요층은 분명히 존재했어요.



주얼리 어소먼트 ⓒ쇼에이도


그렇다면 미국 시장을 타깃한 제품은 뭔가 다른 걸까요? 물론이에요. 향을 분류하는 카테고리가 핵심이에요. 국내 판매와 똑같이 일본 향을 다루지만 서양인들에게 어색하지 않은 카테고리를 제안해요. 베스트셀러는 주얼리 어소먼트예요. 다이아몬드, 루비, 에메랄드, 크리스탈 등 보석에서 영감을 받은 인센스들이죠. 이름만 보면 다분히 서양적이지만, 각각을 뜯어보면 동양과 서양적 요소가 공존해요. 다이아몬드 인센스에는 유향과 백단향, 계피가 섞여 있고, 흑요석은 유향과 향긋한 생강, 각종 향신료를 블렌딩했어요. 블루 토파즈에는 녹차, 정향, 바닐라의 천연 향이 균형을 이루죠.



샹도 연꽃 라인과 일본풍의 인센스 홀더 ⓒ쇼에이도


또한 향수 문화가 발달한 서양에선 향 노트를 중시하는 경향이 있어요. 쇼에이도는 이런 서양인들의 취향을 반영해, 각 향과 원료들을 가장 순수하게 느껴볼 수 있는 단일 향 노트 인센스들 또한 선보이고 있어요. 그중 '샹도(Xiang Do)' 라인은 로즈, 라벤더, 커피, 믹스 베리, 연꽃, 바이올렛, 감귤, 녹차 등 직관적인 향으로 젊은 세대에게 인기가 많아요.



ⓒ쇼에이도


미국에서 판매하는 인센스는 일본에서 수입해오기 때문에 가격은 비싸질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제조원가를 낮출 수 있게 제조법에도 혁신을 가동 중이에요. 인센스는 분말을 혼합해 반죽하고, 기계로 성형한 뒤, 기다란 형태를 만드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 건조시켜야 완성돼요. 향 공방에는 여전히 이런 고전적인 방법으로 한 땀 한 땀 제품을 만드는 장인들이 있지만, 쇼에이도는 교토 나가오카쿄의 공장에서 분말을 굳히고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기계가 알아서 후작업을 처리하는 생산 체제를 함께 실행시키고 있어요. 이것이 미래를 바라본 쇼에이도의 혁신이에요. 또한 미국과 캐나다, 유럽 시장에서 전자상거래를 기본으로 하지만, 최근에는 콜로라도주 볼더에 쇼룸을 열어 소비자들을 만나고 있어요.


쇼에이도는 인센스의 모양처럼 긴 시선으로 사업을 바라봐요. 중국이라는 우량주 고객을 확보하는 건 사업에 도움이 되겠지만 자신들의 경영 철학과는 맞지 않죠. 고품질 인센스라는 본질을 잃지 않으면서, 야금야금 수익을 확보하는 적정 규모의 전략으로 쇼에이도는 매일 조금씩 사람들의 생활 속에 퍼지고 있어요.



굳이 통일감 없는 것이 쇼에이도다움

젊은 고객에게 사랑받는 향기 뮤지엄 쿤주칸. 감각적이고 모던한 향 브랜드 리슨. 미국 시장의 틈새 타깃을 사로잡으면서 생산 비용의 효율화도 실현시킨 해외 진출 전략. 쇼에이도는 전통을 지키면서 전통에 얽매이지 않아요. 그런데 건물이나 로고, 상품 등 눈에 보이는 디자인은 체계적이거나 일관성이 있지 않아요. 오죽하면 '토탈 브랜딩이 약하다'는 평가가 뒤따를 정도로요. 이에 대해 하타 모토 전무는 이렇게 말해요.


"우리는 그때그때 쇼에이도에 필요한 아이디어를 냅니다. 디자인적으로는 뿔뿔이 흩어져 보일지 몰라요. 하지만 로고 등의 디자인에 얽매여 결정해버리면 '쇼에이도다움'은 나오지 않게 됩니다."


이를 단적으로 뒷받침하는 예는 패키지예요. 인센스는 원래 오동나무 상자에 담겨 판매됐어요. 튼튼한 나무 상자는 스틱을 보호도 될 뿐더러 바깥의 건조한 공기, 날씨에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지 않았죠. 게다가 오동나무는 불에 강해 잘 타지 않아요. 하지만 향을 1만 개 팔려면 오동나무 상자도 1만 개를 만들어야 했어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생산과 비용의 비효율이 생겨버렸죠.


그래서 플라스틱 상자로 바꿨어요. 외력에 강해 잘 꺾이지 않고, 공업 제품이므로 어느 공장에서 만든 뚜껑을 갖다 붙여도 잘 맞아떨어졌어요.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기 위해 안쪽에 한 장의 목판 종이를 넣으니 모양새까지 그럴듯했고요. 하지만 플라스틱은 섬유 제품이에요. 환경에 좋지 않았어요.



우유 패키지 팩 ⓒ쇼에이도


향 제품은 진화하는데 정작 패키지는 후퇴하고 있다고 생각한 쇼에이도. 대안이 없을까 하다가 최종적으로 접점을 찾은 것이 우유 패키지 팩이에요. 재활용이 가능하니 친환경적이고 가공도 쉽고 비용 절감도 되죠. 향을 습기로부터 지키는 데도 문제가 없어요. 무엇보다 고객의 요구에 따라 패키지 도안을 간단하게 바꾸고 인쇄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매력적이었어요. '쇼에이도다움'을 가장 적절하게 실현시킬 짝꿍을 만난 거죠.


쇼에이도의 매출은 2021년 4월을 기준으로 27억 3,000만엔(약 270억원)이었는데 2022년 4월에는 34억 1,000만엔(약 337억원)을 기록했어요. 코로나가 여전했는데도 1년 동안 약 24%나 성장한 거죠. 이 추세와 일본 여행 활성화에 따른 기대 매출을 예측해본다면, 1년 뒤에는 더욱 성장해 있을지 몰라요.


오래된 기업은 항상 위기를 극복해 왔어요. 300년 역사의 쇼에이도도 마찬가지죠. 쇼에이도의 경쟁력은 유구한 역사도, 우수한 제조력도 아니에요. 그건 기초 체력인 셈이죠. 쇼에이도가 가진 진정한 힘은 변화하는 고객의 요구를 파악하고, 이를 부지런히 따라잡으면서 꾸준하게 달려온 성장의 노하우예요. 쇼에이도가 미래에 피워낼 향이 궁금해지는 이유이게도 하고요.




Reference

 쇼에이도 공식 웹사이트

 산가 인센스 공식 웹사이트

 야마다 마츠카기 공식 웹사이트

 香の魅力、京都から世界へ 300年の老舗が「薫習館」1周年 松栄堂専務の畑元章さん(37), 産経ニュース

 『香老舗 松栄堂』 専務取締役 畑元章さん【YouTube連動・インタビュー編】「元芸妓 紗月が聞く!京都、つなぐ世代」vol.1, 京都きもの市場

 竇少杰, 危機に強い日本の長寿家族企業―老舗「松栄堂」の事例を中心に―, 立命館大学

 京都で創業300年『香老舗 松栄堂』専務取締役 畑元章さんにインタビュー!【神田が行く!】, Sights Ky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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