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이 이끄는 ‘로컬 르네상스’, 멀티 브랜드로 숨은 매력을 찾는다

실크스 호텔 그룹

2024.02.08

2003년, 사스가 발발했어요. 사스는 감염자의 호흡기를 통해 전염되는 질환으로, 최근의 팬데믹처럼 당시에도 세상의 시계가 멈췄어요. 사람들이 여행과 외식에서 멀어졌거든요. 숙박업과 요식업을 하는 호텔업계도 치명타를 입을 수밖에 없었죠.


당시 무수한 호텔들이 구조조정을 하고 문을 닫았어요. 그런데 이 때, 기지를 발휘해 위기를 넘긴 호텔이 하나 있었어요. 타이베이의 고급 호텔, ‘리젠트 타이베이’예요. 리젠트 타이베이는 ‘여행자’를 위한 공간인 객실을 ‘직장인’을 위한 공간으로 바꾸었거든요. 빈 호텔 방을 사무실로 임대하기 시작한 거예요.


당시 회사에서는 교차 감염을 우려해 직원들의 격리 근무에 신경을 쓰고 있었을 때예요. 호텔 객실을 사무실로 바꾸니 자연스레 분리된 공간에서 일을 할 수 있게 되었어요. 이처럼 리젠트  타이베이는 1990년에 처음 문을 열어 지금까지 무수한 위기들을 넘기며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어요. 전 세계 리젠트 호텔 지점 중 리젠트 타이베이는 가장 수익성이 좋은 호텔 중 하나예요.


리젠트 타이베이를 운영하고 있는 호텔 그룹은 대만의 ‘실크스 호텔 그룹’이에요. 리젠트 타이베이를 시작으로 실크스 플레이스, 실크스 클럽 등 여러 호텔 브랜드를 런칭하며 영역을 넓히고 있죠. 리젠트 타이베이 이후 실크스 호텔 그룹의 행보는 어떤 모습일까요?


실크스 호텔 그룹 미리보기

 위기 속 기회로 승기를 잡다 - 실크스 호텔 그룹

 타이베이 고급 요식업 1번지 - 리젠트 타이베이

 여행객을 위한 실크로드를 꿈꾼다 - 실크스 플레이스, 실크스 클럽

 저렴한 가격에 이색 디자인, 중저가 호텔의 반란 - 저스트 슬립

 호스피탈리티를 더 입체적으로, 실크스 호텔 그룹의 다음은?




같은 호텔 브랜드여도 나라마다, 지점마다 운영 방식이 달라요. ‘현지화’를 노리기 때문이에요. 현지화는 호텔의 생존에 중요한 요소예요. 아무리 유명한 호텔이라도, 지역적 맥락을 활용한 경험이나, 현지의 식음료 등을 제공하지 못한다면 경쟁력을 가지기 어렵거든요.


그래서 많은 글로벌 호텔 체인 브랜드들이 투숙객들을 위해 현지화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요. 유명 호텔 체인 힐튼 호텔 앤 리조트에선 ‘힐튼 익스플로어’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투숙객이 현지 문화와 명소를 체험하는 엄선된 일정을 짜줘요. 포시즌스 호텔 앤 리조트는 투숙객의 문화적 배경과 선호도를 반영해, 맞춤 서비스와 편의 시설을 제공하고요. 예컨대 발리 포시즌스에선 요가를 하더라도 고객의 체력 수준과 목표에 맞는 맞춤형 요가 프로그램을 짜주는 식이에요.


이처럼 현지화를 경쟁력으로 내세운 유명 호텔 체인의 목록에 대표격으로 이름이 오르내리는 호텔이 있어요. 대만에서 시작해 전 세계로 뻗어나간 ‘실크스 호텔 그룹(Silks Hotel Group)’이에요. 다른 글로벌 호텔 체인들에 비해 이름이 낯설 수 있어요. 하지만 실크스 호텔이 ‘IHG 호텔 & 리조트’와 공동 소유하고 있는 호텔 브랜드, ‘리젠트 호텔 & 리조트(Regent Hotel & Resorts)’란 이름은 한 번쯤 들어봤을 거예요. 베이징, 홍콩, 상하이 등 웬만한 아시아 주요 도시에서 리젠트의 이름을 단 호텔들을 만날 수 있으니까요.


실크스 호텔 그룹이 운영 중인 호텔 브랜드는 리젠트 뿐만이 아니에요. ‘리젠트 타이베이(Regent Taipei)’를 포함해 5개의 호텔 브랜드가 있어요.


• 럭셔리 쇼핑과 최고 수준의 미식을 제공하는, ‘리젠트 타이베이’

 현지 문화와 감각을 전하는 라이프스타일 호텔, ‘실크스 플레이스’

 예술에 중점을 둔 부티크 호텔, ‘실크스 클럽’

 이코노미 호텔에서 경험하는 5성급 디자인과 서비스, ‘저스트 슬립’

 일본식 온천 리조트, ‘웰스프링 바이 실크스’


각자 럭셔리, 현지 문화, 예술, 경제성과 디자인, 온천이라는 테마를 달고 있는 만큼, 실크스 호텔 그룹이 브랜드별로 다양성을 자랑한다는 걸 알 수 있어요. 그런데 이중 상당수에는 공통점이 있어요. 각 테마에다가 현지화를 이식해, 호텔이 들어선 지역의 문화를 호텔 내외부에서 깊숙이 느낄 수 있게 한다는 점이에요. 지금부터 하나씩 그 호텔들의 문을 두드려 볼게요.



위기 속 기회로 승기를 잡다 - 실크스 호텔 그룹


‘타이베이에도 고급 호텔이 필요하다.’


1980년대 대만의 금융가였던 ‘S.R. 팬(S.R. Pan)’은 아시아의 금융 강국이 될 타이베이에 고급 호텔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80~90년대 미일 무역전쟁의 전이효과가 대만을 향하고 있었고 세계 경제는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었어요. 눈부신 관광 산업의 미래가 눈앞에 다가와 있었죠.



ⓒRegent Taipei


그는 1990년 현재 실크스 호텔 그룹의 전신인 ‘포모사 인터내셔널 호텔(Formosa International Hotels Corp, 이하 실크스 호텔 그룹)’을 설립하고, 80~90년대 5성급 호텔의 아이코닉한 브랜드가 된 리젠트 호텔 그룹과 계약을 체결했어요. 그렇게 두 회사가 합작한 리젠트 타이베이가 타이베이에 들어서게 되었죠. 이후 리젠트 그룹이 포시즌스와 합병하며 리젠트 타이베이는 더 세계적인 호텔로 발돋움했어요. 현재, 리젠트 타이베이는 전 세계 리젠트 호텔 중에서도 가장 비즈니스가 잘 되는 지점 중 하나로 통해요.


그러나 언제나 장밋빛이었던 건 아니에요. 위기도 있었죠. 2003년 바이러스 사스가 발생하면서 여행객과 레스토랑 손님이 갑자기 증발한 때가 있었어요. 사스가 발생했을 땐 호텔 매출이 50% 넘게 감소했죠. 호텔업 전체가 흔들리던 시절이었어요. 


아버지로부터 실크스 호텔 그룹의 회장 자리를 물려받은 ‘스티븐 팬(Steven Pan)’은 위기 속에서 기회를 엿봤어요. 사스로 거의 모든 호텔이 직원을 해고하던 때, 리젠트 타이베이는 인력 구조조정을 하기보다 새로운 매출 기회를 찾아냈어요. 빈 호텔 방을 ‘대체 사무실’로 꾸며 임대하기 시작한 거예요. 당시 대만의 많은 회사들이 바이러스 전염을 우려해 직원들을 격리 근무시키는 데에 신경을 쓰고 있었어요. 이 때 호텔 객실을 사무실로 바꿔 교차 감염을 방지한 거죠. 덕분에 리젠트 타이베이는 사스로 인한 인력 감축을 면할 수 있었고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을 때도 스티븐 팬은 혼란 속에서 승기를 잡는 기지를 발휘했어요. 2010년에 리젠트 호텔 그룹을 인수하며 경영권을 매입한 거예요. 이후 경기가 회복되며 리젠트를 품은 실크스 호텔 그룹은 더욱 승승장구하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리젠트 타이베이를 기반으로, 실크스 호텔 그룹은 대만 전역에 다양한 실크스 호텔 브랜드를 런칭하며 독자적인 정체성을 갖기 시작해요.



실크스 호텔 그룹은 2018년 IHG(InterContinental Hotels Group)에 리젠트 그룹의 지분 51%를 넘겼어요. 실질적 오너는 바뀌었지만 리젠트 타이베이의 경영은 여전히 49%의 지분을 가진 스티븐 팬이 주도적으로 맡고 있어요. ⓒRegent Taipei


실크스 호텔 그룹이 지나온 길의 이모저모는 이래요. 그렇다면 이제 중요한 질문을 해볼 차례예요. 어떻게 리젠트 타이베이는 리젠트 호텔들 중에서 유독 수익성이 높은 지점이 될 수 있었을까요? 80년대와 90년대 ‘세계 최고의 호텔’이라는 칭호를 얻은 리젠트 홍콩이 있었고, 영화 ‘귀여운 여인’의 배경지로 고급 호텔의 대명사가 된 리젠트 비버리 윌셔(현 Beverly Wilshire, A Four Seasons Hotel)이 이미 존재했는데도요.


리젠트 타이베이는 그냥 고급 호텔이 아니라 ‘최고 수준의 쇼핑과 미식 경험’을 제공하는 호텔이기 때문이에요. 그게 다른 호텔과 차별화되는 지점을 낳았죠. 이제부터 타이베이의 랜드마크가 된 리젠트 타이베이의 이모저모를 알아볼게요.



타이베이 고급 요식업 1번지 - 리젠트 타이베이

리젠트 타이베이는 상업과 쇼핑의 중심지인 타이베이 중산(中山), 핫한 카페 거리 츠펑제(赤峰街) 가까이에 위치해 있어요. 타이베이 기차역, MRT 중산역과도 가깝고 주요 관광지는 호텔 문앞에서 곧바로 연결되죠. 한 마디로 비즈니스와 관광의 중심지에 위치해 있어요. 위치가 위치니만큼 리젠트 타이베이 지하에는 특별한 공간이 있어요. 에르메스, 샤넬, 불가리, 루이비통 등 명품 브랜드가 즐비한 ‘리젠트 갤러리아’예요. 5성급 호텔 안에 이 정도의 쇼핑 센터가 있는 경우는 드물어요. 20여 년 전 명품 브랜드들이 처음 대만에 들어온 것도 바로 이 리젠트 갤러리아를 통해서였어요. 



ⓒRegent Taipei


또 하나 리젠트 타이베이의 명성을 높여준 건 8개의 레스토랑들이에요. 일본 나베와 스키야키를 선보이는 ‘미한 혼케’, 동서양 퓨전 음식과 CNN이 선정한 타이베이 최고의 우육면 식당 ‘아지’, 일본과 프랑스 감각이 어우러진 철판구이집 ‘로빈스 테판야키’, 비즈니스 미팅과 소규모 모임에 적합한 정통 중국 요리집 ‘란팅’ 등, 이 8개 레스토랑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은 몇 년째 대만 내 호텔 F&B 중에서 1위를 찍을 정도예요.



(좌) 미한 혼케 / (우) 아지 ⓒRegent Taipei



로빈스 테판야키 ⓒRegent Taipei


호텔 밖에서도 실크스 호텔 그룹이 운영하는 레스토랑들이 존재감을 발휘해요. 타이베이 다안에 이탈리안 음식점 ‘저스트 이탈리안’이 있고, 대만 국립 고궁 박물관에는 대만식 요리점 ‘실크스 팰리스’가, 대만 북단의 이란현에는 미슐랭 스타 셰프가 요리하는 훠궈식 ‘미한 자오시’가 있어요. 각 레스토랑이 별도의 사업 단위로 운영되면서 실크스 호텔 그룹의 이익을 끌어올리는 거예요.



르 쁘띠 셰프 ⓒRegent Taipei


단순히 리젠트라는 이름값을 이용해 인지도를 얻은 게 아니에요. 실크스 호텔 그룹은 음식 부문에 있어 크고 작은 혁신을 끊임없이 시도하거든요. 2018년에는 리젠트 타이베이에 3D 몰입형 다이닝 쇼 ‘르 쁘띠 셰프(Le Petit Chef)’를 도입했어요. 손님이 기다리는 동안 작은 셰프 캐릭터가 요리를 준비하는 과정이 식탁 위에서 미디어로 나타나고, 그 후 실제 요리가 제공되는 몰입형 엔터테인먼트 쇼였어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도 현재에 안주하는 대신 창의적인 시도에 나섰어요. 호텔과 레스토랑 손님이 끊기자 리젠트 타이베이 내 레스토랑의 음식을 배달 서비스로 전환하고, 호텔에서 행사를 진행하는 회사들을 위해 대규모 도시락 사업을 진행했죠. 한때 레스토랑의 식사 가격을 인하하기도 하고, 객실과 식사를 패키지로 묶어 판매하기도 했어요. 이런 노력들이 더해져 리젠트 타이베이의 경우 F&B가 차지하는 수익은 총 호텔 수익의 60~70%를 차지한다고 해요.


리젠트 타이베이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관광과 비즈니스 특구라는 위치의 이점을 살려 도전과 혁신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요. 명품 브랜드를 대만에 소개한 장본인으로서 럭셔리 쇼핑의 성지로 거듭났고, 호텔 업장의 1등이 되기 위해 끊임없이 창의성을 펼치고 있어요. 그리고 이제는 리젠트 타이베이에서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다른 산하 호텔들에 현지화를 이식하며 또 다른 1등을 향해 나아가고 있어요. 덕분에 실크스 호텔이 운영하는 호텔들의 공통점은 ‘글로벌하면서도 지역적’이라는 점이에요.



여행객을 위한 실크로드를 꿈꾼다 - 실크스 플레이스, 실크스 클럽


“단일 브랜드는 모든 소비자를 만족시킬 수 없고, 시장은 다양한 가격대에 따라 세분화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기존 서비스를 기반으로 지역 문화와 연결돼야 합니다.”


스티븐 팬의 말이에요. 현지화를 가장 먼저 시도한 실크스 호텔 그룹의 브랜드는 2008년 오픈한 ‘실크스 플레이스(Silks Place)’예요. 대만 타이난, 타로코, 이란현에 지점을 두고 있어요. 먼저 타이난점은 전통과 현대의 만남에 충실해요. 타이난은 대만의 고대 수도로 역사적인 건축물, 기념물이 잘 보존되어 있는 도시예요. 이런 타이난의 특성을 호텔의 색으로 채택한 거죠.



ⓒSilks Place



실크스 플레이스 타이난점 ⓒSilks Place


정문을 열고 들어가면 홀 양쪽으로 8개의 기다란 창살이 대칭을 이루며 세워져 있어요. 과거 공자를 모셨던 타이난의 사당, 공묘의 창살 디자인을 재현한 모습이에요. 로비 카운터 또한 문방사보를 컨셉으로 두루마리 종이, 붓, 벼루, 먹을 추상적으로 표현했고, 투숙객이 체크인을 기다릴 때는 호텔 직원이 직접 봉차(奉茶)를 내와요. 봉차는 차를 따라 손님에게 무료로 권하는 옛 대만 차 상인들의 시음 문화예요.



ⓒSilks Place



모든 객실엔 서예 펜던트 램프가 있어요. ⓒSilks Place


홀 끝에는 서원(書院)이라는 독서 공간이 있어요. 대만 최초의 공인 사립학교인 해동서원에서 영감을 받아 로비를 카페가 아닌 도서관으로 꾸민 거예요. 홀에서부터 서원에 이르기까지 과거 타이난의 번성한 산업이었던 붉은 벽돌과 타일을 쌓아올려 옛 정취를 더하고, 책장에는 두루마리와 유교 고서가 가득해, 마치 수백년 전으로 돌아간 것 같죠. 각 층에는 타이난 현지 화가의 그림과 유적지에서 가져온 예술품이 전시돼 있고요. 객실 이름도 하이동, 샤오시먼, 푸청 등 타이난의 지역명에서 따왔어요.


타이난점이 고대와의 만남을 컨셉으로 했다면, 실크스 플레이스 이란은 가족 투숙객에 충실한 호텔이에요. 이란현은 해변과 온천이 공존하는 휴양 도시예요. 타이베이에서 차로 1시간이면 갈 수 있는 현지인들에게 인기 있는 여행지죠. 그래서 이란점은 가족 여행객을 위한 서비스, 그중에서도 특히 어린이를 위한 서비스가 돋보여요.



ⓒSilks Place



실크스 플레이스 이란점 ⓒSilks Place


8층과 9층 판타지 테마룸의 복도는 아이들이 전기차를 타고 다닐 수 있는 자동차 트랙이에요. 벽면은 가상현실 신호등과 거리의 모습을 하고 있죠. 두 개 층의 모든 객실에선 8자형 트랙과 전기차가 기본 옵션으로 구비돼 있고요. 뿐만 아니라 판타지 캐슬, 와우 와우 랜드, 와우 바, 와우 로프트와 같은 휴게 공간에선 어린이와 부모 모두를 위한 세심한 시설이 들어섰어요. 아이들은 놀이터에서 놀거나 영화를 관람하고 또는 호텔이 준비한 학습 교구들로 공부를 할 수 있어요. 그동안 부모들은 무료 다과를 즐기며 쉴 수 있죠. 


물론 실크스 플레이스는 호텔 밖에서의 현지 체험을 원하는 투숙객을 위한 문화 탐방도 운영해요. 타이난점은 ‘올드 소울, 뉴 시티 투어’와 ‘시간 여행’이라는 타이난의 과거와 현재를 둘러보는 체험을, 이란점은 검은 모래 해변부터 온천 마을 자오시까지 이란의 아름다운 자연 경관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여행 패키지를 제공해요.



ⓒSilks Club



ⓒSilks Club


이제 실크스 플레이스를 떠나, 실크스 호텔 그룹의 또 다른 브랜드로 떠나볼게요. 대만 남단 가오슝에 위치한 예술 중심의 ‘실크스 클럽(Silks Club)’이에요. 작가 168명의 예술 작품이 호텔 로비, 복도, 수영장, 엘리베이터, 라운지, 사우나와 표지판을 가득 메우고 있어요. 작품이 마음에 든다면 QR코드를 찍거나 로비에 요청해 구매도 할 수 있죠. 이 호텔은 심미적인 예술 작품으로 가득찬 만큼 너무 어린 아이들의 방문은 자제해요. 10세 이상의 손님만 허용한다는 특이한 규칙을 갖고 있죠.



객실의 예술 작품들 ⓒSilks Club


그런데 왜 하필 168명이었을까요? 숫자 속에는 답이 있어요. 일주일은 총 168시간이고 1000 미만의 소수도 168개예요. 예술이 일상과 함께하는 동반자이자 고유한 자기 표현의 영역이라는 점을 가리킨 거죠. 그래서 실크스 클럽은 작가들, 특히 가오슝 지역의 신흥 아티스트들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해요. 게다가 투숙객이 가오슝에 위치한 에일리언 아트 센터에 무료로 입장할 수 있도록 티켓을 제공해요.


실크로드는 고대에 동양과 서양을 연결하는 유일한 무역로였어요. 서양인들은 신비롭고 심오한 동양의 문화를, 동양인들은 서양의 발전된 기술을 경험할 수 있었죠. 이는 실크스 호텔 그룹의 이름이 ‘실크’인 이유와도 맞닿아 있어요. 동양과 서양을 실크스 호텔들이 들어선 지역 내외부로 축소해 본다면, 여행자는 현지의 고유한 문화를 경험하며 새로운 감성과 문화에 눈을 뜨는 길인 셈이에요. 실크스 호텔 그룹은 여행자를 로컬로 초대해 대만의 새로운 ‘로컬 르네상스’를 써내려가고 있어요.



저렴한 가격에 이색 디자인, 중저가 호텔의 반란 - 저스트 슬립

가장 최근 오픈한 실크스 호텔 그룹의 브랜드는 ‘저스트 슬립(Just Sleep)’이라는 중저가 호텔이에요. 합리적인 가격으로 5성급 호텔에 버금가는 서비스를 제공해 2019년 화롄에 오픈하자마자 큰 인기를 누렸죠. 이후 타이베이, 이란현, 타이난, 가오슝 등에 문을 열며 빠르게 확장했어요. 빠른 확장의 비결은 비수기 시 2,400대만달러(약 10만원)에 불과한 저렴한 가격에, 전혀 값싸지 않은 디자인 컨셉과 서비스 덕분이었죠.




저스트 슬립 가오슝역점 ⓒJust Sleep


저스트 슬립 가오슝역점은 호텔에 음악과 디자인 미학을 통합한 케이스예요. 가오슝의 상징적인 문화 시설은 가오슝 뮤직 센터인데요, 그만큼 예술을 좋아하는 사람과 비즈니스 여행객이 많은 것을 고려해 ‘음악’을 컨셉으로 삼았어요. 대만의 음악 관련 굿즈를 제작하는 ‘썸뮤직디자인(Some Music Design)’이 엄선한 기념품을 판매하고, 2층 심포니홀 벽면에는 뮤지션 지미 헨드릭스를 그려 넣었고요. 테마 객실 재즈 스위트룸을 예약하면 재즈 공연 할인 티켓도 제공하기도 해요.



ⓒJust Sleep



저스트 슬립 산충점 ⓒJust Sleep


타이베이 산충점은 호텔의 원래 부지였던 목재 공장을 그대로 되살린 케이스예요. 개조 후에도 노출된 파이프라인과 목자재를 남겨두고, 무거운 철제 테이블과 의자를 둬 저스트 슬립 산충점만의 독자적인 느낌을 살렸어요. 이 외에도 화롄점은 문학을 테마로 해 호텔에 도서관을 마련하고, 레스토랑에도 책장을 들여놓았어요. 화롄점의 테마 스위트룸에는 다양한 시집을 준비하고, 시의 한 구절을 예술 작품으로 설치했죠.



ⓒJust Sleep



저스트 슬립 화롄 중정점 ⓒJust Sleep


2023년 3월 저스트 슬립은 오사카 신사이바시에 첫 해외 지점을 열었어요. 근데 그 추이가 주목할 만해요. 일반적으로 호텔이 흑자를 내기까지는 몇 년이 걸리는데, 신사이바시점은 운영 첫 달 만에 BEP를 달성했거든요. 역시 그 비결은 평균 3,000대만달러(약 13만원)에 불과한 객실 요금에, 비슷한 가격의 다른 호텔들 대비 오사카의 독특한 매력을 경험할 수 있는 것이었어요.



저스트 슬립 신사이바시점 ⓒJust Sleep


저스트 슬립 신사이바시점은 70년대 신사이바시를 화려한 미국식 거리로 바꾼 ‘아메리칸 빌리지’를 디자인 영감으로 삼았어요. 로비에 대형 그래피티를 그려넣고 오사카의 주요 랜드마크를 그래픽 요소로 키치하게 표현했죠. 또 오후에는 대만산 커피와 스낵을 무료로 제공해 투숙객들에게 대만식 환대를 제공해요. 일본과 미국, 대만이 교차하는 독특한 호텔 경험을 끌어내는 셈이에요. 


추후 저스트 슬립은 도쿄에도 진출할 계획이에요. 비싼 호텔 대신 중저가 호텔을 찾는 사람에게, 혹은 출장 차 왔는데 보다 이색적인 경험을 원하는 이들에게 매력적인 선택지가 되고 있죠.



호스피탈리티의 정의를 바꾸는, 호텔계의 게임체인저

2025년 실크스 호텔 그룹의 목록에 새로운 브랜드가 올라가게 됐어요. 팬데믹 이후 바뀐 여행자들의 심리를 염두에 두고 설계된 도시형 리조트 호텔, ‘실크스 X(Silks X)’예요. 신베이시 린커우 고원 위, ‘린커우 미디어 파크(Linkou Media Park)’라는 대형 쇼핑 공간에 들어서 대만에서 가장 높은 호텔이 될 전망이에요. 이를 위해 실크스 호텔 그룹은 헬스케어, 화장품, 엔터테인먼트와 영화 산업 등을 운영하는 이스턴 미디어 인터내셔널(Eastern Media International)과 손을 잡았어요.


대형 미디어 회사와 합작한 만큼, 실크스 X가 들어설 린커우 미디어 파크는 다양한 문화 시설을 보유할 예정이에요. 쇼핑몰을 비롯해 헬스케어, 뷰티, 반려동물, 뉴미디어, e-스포츠 등을 위한 공간까지 모두 갖출 계획이죠. 거기다가 호텔 실크스 X까지 합세했으니 신베이시 근처의 타이베이와 타오위안의 방문객 또한 몰려들 것으로 예측되고 있어요. 예상 여행객만 연간 1,000만명 이상. 스티븐 팬은 이것이 팬데믹 이후 최초로 선보이는 새로운 호텔 유형이자 앞으로의 호텔 트렌드가 될 것이라 전망해요.


‘최고의 서비스와 시설이 곧 좋은 호텔’이라는 호텔의 오랜 불문율이 깨지고 있어요. 오늘날 좋은 호텔은 남들이 볼 수 없는 문화적 풍경까지 엿보게 해주죠. 경험을 소중히 여기는 요즘 사람들의 갈망을 반영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세계적이면서도 지역적으로’는 1990년 문을 연 이래로 실크스 호텔 그룹이 놓치지 않고 핵심으로 삼아온 성장의 동력이었어요.


이제 실크스 호텔 그룹은 기존의 브랜드에 더해, 중저가 호텔과 복합 엔터테인먼트 시설이 결합된 호텔까지 동시에 저글링하게 되었어요. 그렇게 지역의 문화를 이식한 호텔에서, 지역의 문화와 코어를 만들어가는 호텔로 또 한 번 발전을 거듭하고 있죠. 앞으로 실크스 호텔 그룹이 그려나갈 미래가 기대되는 이유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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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erence

• 실크스 호텔 그룹 공식 웹사이트

 이스턴 미디어 인터내셔널 공식 웹사이트

 Food Service - Hotel Restaurant Institutional, GAIN Report Global Agricultural Information Network

 The “Tao of Regent”, LEADERS Magazine

 Localisation in Hospitality - Fine Examples, Iya Brocklehurst

 Taipei’s Hotels Find Pandemic-Era Opportunities in F&B, AmCham Taiwan

 Everlasting Innovation, LEADERS Magazine

 Meet Steven Pan of the Regent Hotels Group, AmCham Taiwan

 MEET THE TRIBE: STEVEN PAN, Tat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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