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 잔에 13만원. 눈이 휘둥그레질 거예요. 하지만 커피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애호가라면 심장이 뛸 수도 있겠죠. 이곳은 요즘 대만을 넘어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커피숍 ‘심플 카파’가 런칭한 VIP 매장이에요. 온라인 경매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희귀 원두뿐 아니라 바리스타의 브루잉을 처음부터 끝까지 세세하게 경험할 수 있어요. 마치 커피 챔피언십 심사위원이 된 듯한 기분으로요.
13만원까지는 부담스럽지만 이 핫한 카페를 경험해보고 싶다고요? 그렇다면 약 8,000원에 대표 푸어오버 커피를 제공하는 플래그십 스토어에 가보세요. 독특한 공간, 한정판 메뉴에 매력을 느낀다면 88층 높이에서 ‘천상계의 커피’를 제공하는 매장에 가면 되고요. ‘그냥 어떤 맛인지 궁금하다!’하는 분이라면 사람 대신 핸드드립 머신이 커피를 내려주는 테이크아웃 매장을 방문하면 돼요.
커피 시장은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고 있어요. 편의점에서도 수준 높은 커피를 맛볼 수 있는 세상이죠. 그래서 심플 카파는 모두의 상상을 뛰어넘는 경험, 서비스, 제품, 심지어 가격을 하루라도 빨리 시작해야 한다고 봤어요. 커피라는 본질에 새로운 시도를 자기만의 속도로 내리는 이 재미난 카페. 도대체 커피의 무엇을, 어떻게 혁신하고 있는 걸까요?
심플 카파 미리보기
• 챔피언을 배출한 호텔 지하의 비밀 공간
• 공간, 메뉴 그리고 동선까지 설계한 이유
• 바리스타의 정신이 담긴 13만원짜리 커피
• 대만 최고층에서 구현한 하늘 속 카페
• 키오스크를 도입한 스페셜티 커피 전문점
옛날 건물이 요즘 감각을 만날 때, 전에 없던 공간이 돼요. 대만 타이베이의 진 후아 거리도 그런 곳들 중 하나예요. 이 거리의 건물들을 1905년 경찰 간부들의 기숙사이자 죄수들의 감옥으로도 쓰였어요. 역할을 다해 철거 예정이었는데, 그렇게 과거의 유산을 없애는 건 최선의 방법이 아니었죠. 그래서 2022년에 타이베이시는 이곳을 ‘고택 문화 운동 프로젝트’ 일환으로 엄선한 브랜드 15점이 늘어선 라이프스타일 테마파크로 탈바꿈했어요. 건물뿐 아니라 진 후아 거리 자체가 재개발되면서 이름도 ‘롱진 타임 라이프 파크’로 바뀌었죠.
ⓒ심플 카파
교토식 찻집과 일본에서 직수입한 재료를 사용한 규슈 와플집, 일본 벤토집, 대만 교자집, 베이커리와 선물숍, 반려동물 가게 등 다양한 브랜드가 들어와 있어요. 돌봄이 필요한 주민은 언제든지 케어를 받을 수 있는 보건소도 있죠. 특별한 점은 이 거리 전체에서 일본식 목조 양식이 두드러진다는 점이에요. 건물이 지어진 시기가 일본이 대만을 식민 지배했던 시기(1895~1945)와 겹치거든요.
ⓒ시티호퍼스
그래서 이름도 ‘타임’ ‘라이프’ ‘파크’. 시간의 흔적과 삶을 위한 다양한 시설과 사람이 모이는 일상의 풍경을 두루 살펴볼 수 있어서예요. 그중 ‘라이프’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볼까요? 롱진 타임 라이프 파크에 들어선 15개 브랜드 중에는 스페셜티 커피숍도 있는데요. 제일 저렴한 푸어오버 커피가 800대만달러(3만 5,000원), 가장 비싼 커피는 무려 3,000대만달러(13만원)를 호가해요.
이곳은 ‘심플 카파(Simple Kaffa)’라는 대만의 국가대표급 커피숍이 운영하는 하이엔드 매장이에요. 심플 카파는 해외여행사이트 빅세븐트래블이 주관한 ‘세계 최고의 카페 50’에서 1위에 선정되기도 한 커피숍이죠. 심플 카파가 얼마나 커피에 진심이냐면요, 타이완 바리스타 챔피언십 우승자 여럿을 직원으로 두고 있고요. 창업자는 2016년에 대만 최초로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십(WBC)에서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어요.
창업자 우쩌린 ⓒ심플 카파
그러니 커피의 원재료부터 로스팅 방법까지 평범하진 않겠죠? 혹시 커피의 세계를 잘 모른다고 해도 걱정마세요. 심플 카파는 이름처럼 심플하게, 복잡함보단 프레시한 감성으로 커피의 신세계를 경험시켜주고 있으니까요. 어떻게냐고요? 창업자 우쩌린의 이야기로 시작해볼게요.
챔피언을 배출한 호텔 지하의 비밀 공간
대학생 시절, 우쩌린은 매일같이 비싼 스페셜티 커피를 사먹을 염두가 나지 않았어요. 고가의 장비를 살 여유도 없어 저렴한 도구로 드립 커피를 내려먹었죠. 그런데 맛이 없었어요. 문제를 파헤쳐보고 새로운 커피를 시도한 우쩌린. 자신이 내린 커피에 대한 피드백을 받아보고 싶어 행동으로 옮겼어요. 세발자전거를 수제 커피 카트로 개조시키고, 쉬는 날이면 동네 공원과 길거리를 돌며 커피를 팔기 시작했죠.
ⓒ심플 카파
명문 국립대만대학교의 전자공학도였던 우쩌린은 졸업 후 엔지니어로 취직했지만, 여전히 세발자전거를 끌고다니는 일을 멈추지 않았어요. 그러다가 깨달았죠.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것은 커피라는 것을요. 그렇다고 해서 언제까지 세발 자전거에만 멈춰있을 수는 없었어요. 2011년이던 그즈음 한 친구가 이런 소식을 전해줬어요.
“타이베이 동구에 있는 호텔V 한 구석에 카페를 할 만한 공간이 있어.”
그렇게 심플 카파를 차렸지만 처음 1년간 매출은 처참했어요. 카페는 지하의 여러 매장 중 한 구석에 숨겨져 있어 찾기도 어려웠거든요. 하지만 우쩌린에게는 황금 같은 시간이었어요. 커피 기술을 향상시키고 고객의 니즈를 끈질기게 탐구할 수 있었으니까요. 그는 카페를 운영하며 타이완 바리스타 챔피언십에 출전했고, 2013년부터 3년 연속 우승을 차지했죠. 드디어 2016년. WBC에서 대만인 최초이자 아시아인으로서는 두 번째로 챔피언이 됐죠. 그해, 우쩌린의 기술 점수는 만점에서 불과 0.5점 모자랐어요.
호텔V 지하에 숨겨져 있던 초기 심플 카파 ⓒ痞客邦
우쩌린의 커피는 무엇이 어떻게 달랐던 걸까요? 그는 에스프레소 커피를 만들 때 바텐딩에서 영감을 받아 쉐이크컵을 사용했는데, 이때 쉐이커 안에 뜨거운 커피와 아로마 가스, 질소를 함께 넣어 블렌딩했어요. 아로마가 액체 속에 녹아들면서 커피의 풍미가 더 깊어지고, 쉐이커를 오픈할 때 생기는 압력 차이로 액체는 부드러운 거품으로 변신했죠.
에스프레소를 추출하기 전에도 작은 혁신을 넣었어요. 오렌지, 꿀, 얼그레이, 자스민, 유자 등과 같은 종류의 달콤한 아로마는 분자가 작아 가열되면 매우 빠르게 사라지는 특성이 있어요. 우쩌린은 이들의 향미를 지키기 위해 에스프레소를 추출하기 전 포터필터를 얼음물에 담가두었죠. 라떼의 경우엔, 우유 거품을 0.3cm로 해 우유가 커피의 섬세한 맛을 해치지 않도록 했고요. 아로마와 질소의 주입도, 포터필터의 냉각도, 우유 거품의 최소화도 전통에서 벗어난 새로운 시도였어요.
우승과 함께 심플 카파는 단숨에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어요. 사람들이 찾아오고 인지도가 생겼죠. 그런데 우쩌린은 이런 현상에 만족한 게 아니라 디저트를 직접 개발하고 나섰어요. 심플 카파의 스페셜티 커피가 일약 주목을 받긴 했지만 붐이 일 정도까진 아니었기에 사람들을 사로잡을 비장의 무기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던 거죠.
말차 롤 ⓒ심플 카파
비장의 무기가 된 건 ‘애프터눈 티’였어요. 대만인에게 익숙한 차의 향미를 넣은 디저트라면 반응이 있을 거라 판단했어요. 그렇게 해서 심플 카파의 인기 메뉴 말차 롤과 반숙 허니 카스테라 케이크가 탄생했죠. 호텔 지하의 비밀 공간 같은 심플 카파는 케이크 한 조각과 프리미엄 커피 한 잔을 맛보고 싶을 때 들르기 좋은 곳으로 점점 입지를 굳혀 갔어요.
공간, 메뉴 그리고 동선까지 설계한 이유
WBC 우승은 인지도만 선물한 게 아니었어요. 대회 준비 과정에서 커피 기술의 업그레이드만을 가져다 준 것도 아니었죠. 대회에서는 5명의 심사위원에게 에스프레소, 밀크 음료, 첨가 음료 커피를 각 4잔씩 제공하며 ‘내가 가진 커피 철학’을 15분 내에 설명해야 하는데요. 우쩌린은 이를 통해 커피 한 잔 뒤에는 단순히 마시는 것 이상의 경험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바로 공간, 메뉴, 동선 디자인과 같은 ‘고객 경험’이 중요하단 걸요.
WBC는 커피 기술, 커뮤니케이션과 서비스 기술, 얼마나 바리스타라는 직업에 열정적인지 등을 우승 기준으로 삼고 있어요. ⓒ심플 카파
깨달음이 있은 후 3년이 지난 2019년, 우쩌린은 타이베이의 핫플레이스, 화산1914창의문화원구 옆에 2층짜리 심플 카파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었어요. 호텔V가 폐업하면서 1호점은 자연스럽게 문을 닫았죠. 호텔 지하의 커피숍을 운영하면서는 단순히 커피 맛을 올리고 사람들을 불러모으는 것에 집중했다면, 이번에 우쩌린은 새로운 목표를 키우게 돼요. 바로 높은 품질의 커피 외에 집과 같은 편안한 경험을 선사하는 것이었죠.
심플 카파 플래그십 스토어 ⓒ시티호퍼스
01. 소통을 위한 커피스테이션
심플 카파 플래그십 스토어에 들어서면 가장 눈길을 사로잡는 게 뭔지 아시나요? 커다란 크기의 커피스테이션이에요. 고객의 필요를 바로 캐치할 수 있도록, 모든 각도에서 손님을 볼 수 있는 커피스테이션을 정중앙에 둔 거예요. 많은 좌석을 확보하기보다 손님과의 커뮤니케이션, 바리스타의 동선 등을 더 중점에 둔 거예요.
ⓒ시티호퍼스
ⓒ심플 카파
02. 디자인 컨셉은 커피 숲
심플 카파의 ‘카파’는 커피 원두가 처음 발견된 에티오피아 숲의 이름을 의미해요. 새로운 매장의 디자인 컨셉을 여기서 따왔죠. 심플 카파 플래그십 스토어는 ‘커피 숲’의 이미지를 공간으로도 연결하기 위해 목재를 많이 사용했어요. 오래된 붉은 벽돌 벽, 바닥, 천장의 낡은 부분 등은 그대로 드러냈죠. 매장을 돌아다녀보면 곳곳에서 숲속을 은유하는 오브제들을 마주할 수 있어요.
ⓒ시티호퍼스
플래그십 스토어 2층 ⓒ시티호퍼스
정중앙에 커피스테이션을 뒀다면 벽면에는 각종 커피 관련 기구와 iF디자인에서 수상한 그라인더, WBC 트로피 등을 둬 모두가 심플 카파의 성장을 느낄 수 있도록 했어요. 커피를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하지 않아요. 또 내가 푸어오버 커피를 주문하지 않았더라도 개방된 커피스테이션을 통해 바리스타들이 커피를 내리는 광경을 볼 수 있죠. 공간 안쪽에는 큰 룸을 둬, 푸어오버 커피 클래스를 열기도 하고요.
ⓒ시티호퍼스
ⓒ시티호퍼스
원두를 구매하면 클래스에 참가할 무료 쿠폰을 추첨으로 얻을 수도 있어요. ⓒ시티호퍼스
03. 대만의 조각을 넣은 창의적인 커피
플래그십 스토어는 에스프레소, 카푸치노, 라떼, 푸어오버 등의 커피를 제공하는데요. 이런 기본적인 커피 외에도 시그니처 커피들이 있어요. 제철 재료, 대만 현지 재료를 커피와 혼합한 창의적인 커피 시리즈예요. 현재 인기를 끌고 있는 메뉴는 스모키 사우던 타이완(Smoky Southern Taiwan)이에요. 참외와 달콤한 향의 계화에 대만 과실인 애옥을 첨가하고 여기에 훈제 향이 나는 브루잉을 더해, 대만의 맛을 느낄 수 있도록 했어요.
발베니 더블 우드 12년산을 블렌딩한 위스키 라떼, 에스프레소 한 잔과 카푸치노 한 잔의 조합으로 커피의 본질을 보여주는 1+1 커피 등도 있죠. 주문한 커피는 바리스타가 직접 가져다주며 친절히 설명도 곁들여줘요.
위스키 라떼 ⓒ심플 카파
커피 가격은 얼마일까요? 심플 카파는 하리오 V60로 로스팅한 커피를 메인으로 하는데 이 푸어오버 커피의 경우 200~800대만달러 사이, 약 8,600원에서 시작해 3만 5,000원을 웃돌아요. 스모키 사우던 타이완, 위스키 라떼, 1+1 커피 등은 한화로 약 8,000원에서 13,000원 사이죠. 가장 저렴한 푸어오버 커피 한 잔이 8,000원을 넘고 체류 시간도 90분으로 한정되는데 늘 오픈 전부터 웨이팅을 하는 사람들로 가득해요.
바리스타의 정신이 담긴 13만원짜리 커피
대만에선 커피 산업이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고 있어요. 누군가에게 8,600원짜리 커피는 비싸지만 누군가는 새로운 경험을 위해 더 많은 값이라도 지불하겠죠. 이런 니즈를 꿰뚫은 심플 카파는 2022년에 플래그십 스토어의 운영 방식에서 완전히 탈피해, 커피 애호가를 위한 ‘VIP 매장’을 따로 만들었어요. 롱진 타임 라이프 파크에 위치한 ‘심플 카파 더 커피 원(Simple Kaffa The Coffee One, 이하 TC1)’이에요.
심플 카파 더 커피 원. 예약과 현장 방문 모두 가능해요. ⓒ시티호퍼스
TC1은 평소 접하기 어려운 생두를 취급해요. 주로 국제 수상 경력이 있는 원두를 온라인 경매로 구매하는 덕에 커피 값이 높아질 수밖에 없죠. 최소 800(3만 5,000원)~3,000대만달러(13만원) 사이의 푸어오버 커피를 6종 판매하는데 인당 최소 주문 금액이 1,000대만달러(약 4만 5천원)예요.
TC1 메뉴 ⓒ시티호퍼스
그럼 TC1의 내부로 들어가볼까요? 입장 순간 프런트 직원의 안내를 받아 커피 스테이션에 도착하면, 전문 설명과 커피 제조를 담당하는 직원이 또 한번 배치돼요. 참고로 TC1의 바리스타가 되기 위해선 자체적으로 개발한 1년의 트레이닝 과정을 거쳐야 해요.
ⓒ시티호퍼스
ⓒ시티호퍼스
푸어오버 커피를 골랐다면 바리스타가 원두를 가져와요. 작은 패킷에 10일간 질소와 함께 냉동 보관한 콩이에요. 우쩌린이 WBC에서 구현한 그 독특한 기술이죠. 패킷을 만져보면 찬 기운이 느껴지고요, 바리스타는 눈앞에서 패킷을 뜯어 콩을 보여주고 향도 맡게 해요. 그라인딩이 끝난 뒤에는 고객 앞에서 푸어오버를 시작하죠. 보통 10~12g의 콩에 92도의 물을, 2분 35초 동안 천천히 부어줘요. 그러면 150g 가량의 커피가 완성돼요.
바리스타는 넓은 잔의 커피를 먼저 시음하길 권해요. ⓒ시티호퍼스
컵의 모양도 고를 수 있어요. 종류는 넓은 것과 좁은 것 2종인데, 잔의 모양에 따라 느낄 수 있는 아로마가 다르기 때문이에요. 물론 두 가지를 다 골라도 되죠. 디저트로는 피낭시에가 나오는데 역시 대만산 금귤로 만든 단맛과 일본 화이트 미소로 만든 사워한 맛 중 하나를 고를 수 있어요.
그렇다면 이런 의문이 들 수 있어요. 커피스테이션의 좌석이야 바리스타의 퍼포먼스를 눈 앞에서 볼 수 있지만, 일반 좌석의 경우 그럴 수 없으니 고객 경험이 달라지는 거 아닌가라는 합리적 의구심이죠. 하지만 걱정할 필요 없어요. 테이블 좌석의 경우, 바리스타가 마치 레스토랑의 서버처럼 심플 카파가 특별히 개발한 커피 카트를 끌고 손님 앞으로 찾아가니까요. 커피스테이션과 동일한 고객 경험을 제공하면서, 더 직접적으로 손님과 커뮤니케이션을 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하는 거자 바리스타의 전용 무대를 연출하는 거죠.
ⓒ시티호퍼스
ⓒ시티호퍼스
어쩐지 익숙하다고요? 맞아요, WBC의 심사위원을 독대한 참가자처럼, 바리스타는 오직 손님을 위한 작은 무대에서 커피를 브루잉해요. WBC와 같은 굵직한 대회에 오른 참가자들은 저마다 실험과 혁신을 선보이곤 해요. 특별한 생두를 찾아오기도 하고, 커피 추출 기구나 서비스를 창의적으로 시도하기도 하고요.
그런 면에서 TC1은 최고 품질의 원두, 최고의 커피 매너를 자랑하기 위한 곳이 아니라 커피라는 미지의 세계를 바리스타와 손님이 함께 탐험하는 여정과 같아요. 바리스타는 자신이 그동안 갈고닦은 솜씨와 심플 카파의 실험정신을 선보이고, 손님은 이를 경험하며 커피의 신세계를 살포시 경험하는 것이죠.
대만 최고층에서 구현한 하늘 속 카페
2023년에 또 다시 새로운 컨셉의 심플 카파가 문을 열었어요. 둥지를 튼 곳은 고층 랜드마크 타이베이101의 88층. 이름은 ‘심플 카파 솔라’예요. ‘솔라(Sola)’는 일본어로 ‘하늘’, 이탈리어로는 ‘독특한, 혼자의’라는 뜻을 갖고 있죠. 그런 뜻인 만큼 위치는 하늘에 떠있고, 컨셉도 메뉴도 독보적인 매력을 갖추고 있어요.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건 독특한 바 카운터예요. 고산의 이끼에서 모티브를 따와 카운터의 질감도, 테이블과 의자도 녹색을 띠죠. 벽면의 식물 오브제는 코르크참나무 껍질과 이끼를 사용해 만들었고요. 천장을 둥둥 떠다니는 조형물은 구름에 둘러싸인 산을 형상화했어요. 매장 전체가 5,000년 전의 고대를 시뮬레이션한 것만 같아요.
ⓒ심플 카파
창가 자리는 미니멈 차지 2,000대만달러, 베이 소파는 3,000대만달러로 예약이 필수예요. 그 외 일반 좌석은 현장에서도 이용할 수 있어요. ⓒ심플 카파
ⓒ심플 카파
하지만 창가쪽으로 가면 완전히 다른 풍경이 펼쳐져요. 천장부터 바닥까지 내려오는 대형 창문을 통해 거대한 시티뷰를 볼 수 있거든요. 낮과 밤, 계절의 변화를 눈으로 느낄 수 있죠. 심플 카파 솔라는 ‘하늘 속 도시’를 테마로 고대와 현대의 조화를 구현한 매장이에요.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커피 숲속으로 들어가고, TC1에서 숙련된 바리스타와 함께 커피라는 미지의 산을 올랐다면, 이곳 솔라는 하늘로 올라가 ‘천상계의 커피’를 경험하는 곳이에요. 심플 카파가 의도한 고객 경험의 또 다른 파트인 셈이죠.
모닝 미스트와 허니 카스테라 케이크 ⓒ심플 카파
오후 5~6시면 문을 닫는 플래그십 스토어, TC1과 달리 솔라는 밤 8시까지 운영해요. 밤의 색다른 분위기를 즐길 수 있게 한정 메뉴도 출시했죠. 위스키 기반의 아이리시 커피. 위스키와 진, 오렌지 꼬냑을 섞은 모닝 미스트 커피. 럼과 오렌지 꼬냑을 블렌드한 세팅 선(Setting Sun). 그리고 4종의 와인 티라미수 디저트 등 밤을 즐기기 위한 독창적인 메뉴들이에요.
스카이 컴프리헨시브 ⓒ심플 카파
시그니처 아포가토 ⓒ심플 카파
그뿐 아니라 꽃, 말린 과일, 우롱차 향을 첨가해 미디엄 다크로 로스팅한 심플 카파 솔라 독점 스카이 컴프리헨시브 커피도 있고요. 대만 현지 식재료로 고구마에 화이트, 자색, 노란색 색감을 입힌 독점 디저트, 에스프레소에 고구마와 금귤 마멀레이드, 대만 쌀과 우롱차를 섞은 시그니처 아포가토도 있어요. 오직 심플 카파 솔라에서만 이 독특한 맛과 분위기를 경험할 수 있는 거예요.
키오스크를 도입한 스페셜티 커피 전문점
심플 카파 매장은 2023년 5월 현재 총 5곳이에요. 앞서 3개를 살펴봤다면 나머지 2개는 어디있냐고요? 하나는 TC1의 바로 옆이에요. 뭐하러 같은 지역에 매장을 두 곳이나 내냐, TC1의 가격이 부담스러운 사람들을 위한 것이냐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에요.
ⓒ시티호퍼스
이 매장의 이름은 ‘수퍼 키오스크’예요. 이름만 키오스크인 게 아니라, 정말로 사람의 손이 아닌 자동 핸드드립 머신으로 커피를 내려요. 우쩌린은 독자적인 브루잉 기술로 세간의 관심을 받고 심플 카파를 대만의 국가대표 커피 체인으로 올려놓았지만, 자신의 제조법이나 전통을 고집하지는 않았어요.
편의점 커피 품질이 빠르게 스페셜티 커피와 가까워질 것이라 봤고 수퍼 키오스크를 통해 한발 앞서 ‘인간과 기술의 협력’이라는 경쟁력을 실험하고자 했죠. 그래서 또 다른 테이크아웃 매장은 타오위안 공항 제2터미널에 자리해 있고요. 앞으로도 꾸준히 테이크아웃 매장을 늘려나갈 계획이에요. 이 또한 커피 기술, 고객 경험에 준하는 그만의 혁신 중 하나인 셈이에요.
ⓒ심플 카파
“커피 산업은 이제 과도기에 직면해 있어요. 시장은 커피의 포지셔닝과 가능성, 모두의 상상을 뛰어넘는 더 다양한 서비스, 경험, 제품, 심지어 가격까지도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산업은 변화합니다.”
우쩌린이 한 대만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에요. 고객 경험을 강조한 플래그십 스토어, 바리스타의 실험정신이 빛나는 고급 매장, 유니크한 공간과 독점 메뉴로 차별화를 꾀한 솔라, 균일한 맛의 스페셜티 커피를 즉각적으로 제공하는 테이크아웃 매장. 이중 플래그십 스토어를 제외한 나머지 모두 채 1년이 안 되는 시간 동안 이뤄졌어요. 심플 카파의 ‘심플’은 중국어로 ‘싱보(興波)’, ‘새로운 파도를 추진한다’는 뜻이죠. 그래서일까요? 심플 카파는 지금 이 순간도 빠르고 세차게 커피업계에 새로운 파도를 일으키고 있어요.
Reference
• 【優質系】吳則霖 用簡單沖出最極致的複雜, 錢欽青、陳昭妤, 500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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