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아니라 ‘쉼’입니다

식스티세컨즈

2022.05.20

제주항공의 경쟁자는 누구일까요? 대부분 진에어나 티웨이항공 등 다른 저가 항공사를 떠올릴 겁니다. 하지만 휴가지를 고민하는 사람을 상상해보면 뜻밖의 경쟁자가 눈에 들어올 수 있습니다.


‘이번 휴가를 제주도로 갈까, 아니면 휴가도 짧은데 그냥 서울에서 호캉스를 할까?’ 이런 두 가지 선택지 사이에서 저울질하는 경우에는 서울 도심 속의 호텔이 제주항공의 강력한 경쟁자가 되죠.


그래서일까요? 제주항공은 2018년 9월, 인터컨티넨탈 호텔 그룹(IHG) 소속 브랜드인 ‘홀리데이 인 익스프레스’를 서울 홍대에 오픈했습니다. 업을 ‘항공’에서 ‘여행’으로 재정의하고 사업을 확장해나간 거죠. 공항철도와 직통으로 연결되는 교통 편의성뿐 아니라, 항공만큼이나 가성비와 가심비를 만족하는 호텔 서비스를 자랑합니다. 덕분에 개장 후 1년간 주중 85%, 주말 95%의 객실점유율을 기록하며 순항 중입니다.


도심 속 호텔 역시 업을 적극적으로 재정의하고 있는 업종 중 하나입니다. ‘호캉스’ 문화의 등장으로 여행 중 숙박을 위해 ‘잠시 머무는 곳’에서 ‘휴식하는 곳’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로 인해 여행의 ‘도구’에 그쳤던 호텔이 여행의 ‘목적’으로 자리잡게 되었죠. 워커힐 더글라스 호텔은 최인아 책방과 협업해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도서관을 만들고, 신라스테이는 컬러링북 키트 등 객실 내에서 색다른 취미생활을 체험할 수 있는 패키지를 만들고, 코트야드 메리어트는 아이들과 실내 스포츠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이제 도심 속 즐길거리와 경쟁을 하는 것이죠. 이렇듯 업을 정의내리는 것은 중요합니다. 사업의 방향과 경쟁의 범위가 달라지니까요.


새로운 트렌드에 발맞춰 온전한 휴식의 경험을 내세우는 호텔들이 애정하는 매트리스 브랜드가 있습니다. ‘식스티세컨즈’입니다. 이 곳 역시 다른 매트리스 업체를 경쟁자로 두지 않습니다. ‘잠’을 위한 도구로서의 기능을 강조하는 보통의 매트리스와 달리 ‘쉼’으로 업을 재정의했거든요.


식스티세컨즈가 업을 ‘쉼’으로 재정의하면서 과연 어떤 점이 달라졌을까요?



1. 진짜로 쉬었다 가세요

용산 동빙고동의 한적한 골목으로 들어서면 식스티세컨즈의 두 번째 쇼룸 ‘라운지’가 나옵니다. 좋은 잠을 '쉼'이라고 정의하는 브랜드답게 이 곳은 제대로 된 쉼을 경험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어떤 장치들이 숨겨져있는지 이제 하나하나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한적한 골목에 위치한 식스티세컨즈 쇼룸. 한때 레바논 대사관으로 쓰였던 이 공간은 대문의 작은 간판 이외에는 일반 가정집처럼 보입니다. ⓒ구수진


빨간 벽돌로 난 계단으로 올라가면 스텝이 유리문을 열어 맞이해줍니다. 환영받는 기분으로 쇼룸에 들어서면 입구 오른편에 호텔 라운지같은 아늑한 공간이 나오는데요. 1층 벽 한 쪽 전체가 창으로 나있어 바깥의 우거진 나무들이 마치 액자에 걸어둔 작품처럼 보여 고즈넉한 느낌을 더합니다. 톤다운된 소파를 배치하고 레바논 대사관 시절의 라디에이터기를 그대로 살린 덕분에 외국 여행 중 호텔에 들어온 듯한 인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라운지’라는 이름이 담백하게 어울리는 곳입니다. 



라운지 1층 전경. 톤 다운된 소파와 큰 창 덕분에 호텔 라운지 같은 느낌이 납니다. ⓒ구수진



레바논 대사관시절의 라디에이터를 그대로 살려 인테리어했습니다. ⓒ구수진


거실 같은 공간을 둘러보고 나면 자연스레 직원이 테이블로 안내합니다. ‘이제 상담을 할 차례인가?’ 했는데 이번에는 차를 한 잔 내어줍니다. 호텔에서 체크인할 때 웰커밍 드링크를 제공해주듯 말이죠. 입구부터 이 차 한 잔을 마시기까지의 동선에는 여유로움이 가득합니다. 여기에는 ‘서두를 필요 없으니 천천히 쉬어가도 좋다’는 식스티세컨즈의 배려가 담겨있습니다.

마치 ‘휴가를 즐기기 위해 호텔 라운지에 들어온 듯한’ 느낌으로 차를 마시며 상담을 하고 나면, 이제 2층으로 올라갈 차례입니다. 매트리스를 경험하러요. 하지만 2층으로 간다해도 바로 매트리스를 만날 수는 없습니다. 식스티 세컨즈가 2층 계단 옆 방에서 두번째 장치를 마련해 놓았기 때문이죠. 두번째 장치는 바로 이 개별 캐비넷입니다. 이 곳에서 옷을 벗어 넣고 아까 받은 열쇠로 캐비넷을 잠그고나면 매트리스를 체험하기 위한 준비가 끝납니다. 겉옷과 가방을 내려놓고, 편한 실내화로 갈아신은 뒤 매트리스가 있는 방으로 가는 거죠. 1층에서는 마음을 여유롭게 만들어주는 첫번째 장치가, 이 곳에서는 물리적인 짐을 내려놓고 편히 쉴 수 있도록 하는 두번째 장치가 있는 겁니다.



계단 바로 옆으로 난 방에는 세 개의 철재 캐비넷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구수진



캐비넷 안에는 슬리퍼와 스텝 없이도 체험이 불편하지 않도록 도와주는 2층 맵노트, 줄자, 연필 등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구수진


이어지는 세번째 장치는 강력합니다. 이 곳을 가장 특별하게 만드는 요소인데요. 바로 매트리스를 체험하는 2층으로 아무도 올라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혼자서 혹은 함께 온 일행과 침대에 편히 누워볼 수 있습니다.  한시간 동안이요. 매트리스에 누워 편히 쉴 수 있도록 과감하게 다른 요소를 제거해버렸습니다. 판매를 돕는 직원도 말이죠.

누가 쳐다보는 공간에서, 그것도 직원이 옆에 서있는데 매트리스에 눕는 건 누구에게나 어색한 일입니다. 집에서 자는 자세로 누워보거나, 뒤척거리며 편히 쉬는 건 더더욱 쉽지 않죠. 덕분에 이 곳에서는 '옆으로 누워자는 편인데 매트리스 사러 가서 똑바로 누워보기만 하다 왔다'고 푸념하는 일이 생길 염려가 없습니다. 어떤 매트리스가 나에게 맞는지 여유롭고 편안하게 확인 할 수 있죠. 1시간 단위 예약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다음 방문객 때문에 서둘러야 할 이유도 없습니다.

혼자 누워볼 수 있도록 하는 건 좋은데 혹시라도 마음에 들었던 제품이 어떤 것이었는지 까먹으면 어떡하냐고요? 그걸 놓칠 식스티세컨즈가 아닙니다. 캐비넷이 있는 방에는 맵노트가 준비되어 있어서 각 방마다 배치된 매트리스 제품이 어떤 것인지도 안내되어 있습니다. 하단의 QR코드를 찍으면 다른 제품 정보도 확인할 수 있고요. 물론 줄자와 필기도구도 구비되어 있습니다.



2층의 구조와 매트리스 정보와 배딩 등에 관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맵노트 ⓒ구수진


차 한 잔과 캐비넷, 그리고 직원이 없는 쇼룸까지, 식스티세컨즈가 숨겨놓은 장치들은 모두 쉼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제대로 쉬어봐야 제대로 된 제품을 고를 수 있고, 맞는 제품을 골라야 만족도가 높아지니까요. 고객과 브랜드 모두가 윈윈하는 방법입니다.

* 식스티세컨드 쇼룸 - 홈과 라운지는 모두 예약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두 곳 모두 네이버예약을 통해 방문시간을 선택하고 예약할 수 있고, 예약은 모두 무료입니다.



2. 쉼의 해상도를 높인다

쇼룸, 그러니까 식스티세컨즈의 매트리스를 체험할 수 있는 방은 어떤 모습일까요? 쉼을 이야기하는 식스티세컨즈가 다른 매트리스 브랜드처럼 밝고 넓은 공간에 매트리스만 줄줄이 늘어놓을 리 없죠. 식스티세컨즈가 평범한 가정주택같은 이 2층 건물을 쇼룸으로 택한 이유가 여기서 여실히 드러납니다.


이 곳에는 총 5개의 방이 있습니다. 싱글룸, 커플더블룸, 커플트윈룸, 패밀리룸, 키즈룸이 있는데요. 방 문을 열고 들어가면 나무로 된 벽, 카페트, 커다랗게 난 창, 당장이라도 눕고 싶게 잘 정리된 침대, 테이블, 조명이 눈에 들어옵니다. 호텔에 체크인을 하고 키를 받아 올라가 처음 룸을 확인하는 순간과 비슷한 기분을 느끼게 되죠. 마치 1시간의 호캉스가 주어진 것처럼요.


호텔 체크인을 하고 들어온 듯한 느낌을 주는 식스티세컨즈 라운지 2층 패밀리룸 ⓒ구수진


라디에이터와 취향이 묻어나는 가구, 소품 등으로 꾸며져 있습니다. ⓒ구수진


배딩과 시트가 씌워져 있어 매트리스가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도 눈여겨 볼만한 포인트입니다. 제품정보 보다 우선 제대로 쉬어보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죠. ⓒ구수진


패밀리 룸과는 다른 무드가 느껴지는 키즈룸입니다. ⓒ구수진


창 옆으로 침대를 둔 덕분에 여기서 자고 일어나면 어떤 풍경을 보게 될까? 궁금하게 만듭니다. ⓒ구수진


헤드가 없는 식스티세컨즈 매트리스의 특징을 잘 살린 커플 트윈 룸입니다. ⓒ구수진


침대에 편안히 누워서 방을 둘러보다보면 내가 좋아하는 쉼의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침대 옆에 조명을 이렇게 두면 좋구나.' '의자를 협탁처럼 이용할 수도 있네.' '나는 이런 빛 온도를 좋아하는 구나.' 등의 생각이 들거든요. 나의 일상이 묻어있지 않는 방에서 '쉼'을 취하면서 나의 취향을 발견하게 되는거죠. 또한 정성들여 쉼을 구현한 이 공간에서 ‘나는 충분히 잘 쉬고 있나?’, ‘내 잠자리는 나에게 잘 맞게 구성되어 있나?’ 등의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됩니다. ‘쉼’에 대해 알려주는 게 아니라 내가 ‘나를 위한 모양의 쉼’ 찾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는 셈입니다. 1시간 동안 아무 방해도 받지 않는 곳에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나면 ‘나의 쉼’에 대한 해상도가 높아집니다.


침대 옆에는 취향이 담긴 소품들과 조명, 습도계가 함께 놓여있습니다. ⓒ구수진


식스티세컨즈의 김한정 브랜드 디렉터는 "침대의 푹신한 정도, 베개의 높낮이, 침구의 보드라운 감촉과 무게감, 온도와 습도 등은 수면 만족감에 영향을 줍니다.”라고 이야기합니다. 식스티세컨즈 쇼룸은 이 요소들을 모두 신경썼다는 뜻일 겁니다.


패터 춤토르의 책 <분위기>와 공간에 대한 문구를 손글씨로 필사한 노트도 놓여있습니다. 이런 작은 소품들 또한 쉼의 의미에 대해 되새겨 볼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구수진


특히 커플룸의 경우, 독립 매트리스를 쓰는 방을 따로 구성해두었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브랜드 디렉터가 언급한 기본적인 요소 뿐만 아니라 라이프스타일까지 반영했기 때문입니다. 이어져 있는 듯 보이는 이 침대에는 슈퍼싱글 매트리스가 2개 붙어 있습니다. 서로 다른 '쉼'의 취향을 가진 커플을 만족시키는 동시에 두 침대를 딱 맞춰붙일 수 있는 솔루션이죠. 이 컨셉은 식스티세컨즈의 실제 고객이 매트리스를 활용하는 모습에 영감을 받았다고 합니다.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을 경청하고 그 맥락을 다시 브랜드로 가져와 다른 고객에게 들려준 거죠.



3. 하루를 긴 쉼과 짧은 쉼으로 나누다

식스티세컨즈는 ‘좋은 잠’에 대해 고민하던 와중에 잠도 ‘쉼’의 하나라고 정의내렸습니다. 잠과 쉼. 비슷한 느낌이지만 사업 확장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잠재력의 크기가 다릅니다. ‘잠’을 업으로 삼는 브랜드는 하루의 1/3인 ‘잠자는 시간’에 대해서만 이야기 할 수 있지만 ‘쉼’을 이야기하는 브랜드는 하루 24시간을 모두 이야기 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죠. 그래서 식스티세컨즈는 잠은 긴 쉼으로, 낮잠이나 휴식은 짧은 쉼으로 정의하며 접점을 넓힙니다.


라운지 1층의 편집숍 ‘노트 앤 레스트(note & rest)’를 들여다보면 식스티세컨즈가 업을 ‘쉼’으로 재정의했음을 분명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음표를 의미하는 노트(note)가 하루 전반에 있는 적극적인 활동이라면 쉼표를 의미하는 레스트(rest)는 활동 중간 중간의 휴식을 의미하는데요. 즉, 하루라는 악보 안에 음표와 쉼표가 섞여 있듯 각자 자기만의 리듬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겁니다.


하루의 긴 쉼과 짧은 쉼을 돕는 도구들을 소개하는 편집숍 <노트 앤 레스트>. 8분 쉼표가 로고입니다. ⓒ구수진


짧은 쉼을 돕는 향과 편안한 의류도 큐레이션되어 있습니다. ⓒ구수진


긴 쉼을 위한 배딩제품도 구입할 수 있고요. ⓒ구수진


<익숙한 향기가 주는 안정감> 식스티세컨즈가 곰인형을 소개하는 방법 ⓒ구수진


사람마다 예민한 감각이 다르기 때문에 ‘노트 앤 레스트’에서는 소리, 빛, 향 등 다양한 상품을 폭넓게 다룰 수 있습니다. 부드러운 곰인형 옆에 잘 읽히지 않아서 잠이 오게 만드는 책이 놓여 있어도 어색하지 않죠. 쇼룸에서 사용하는 향도, 베딩 제품도 이곳에서 구매할 수 있습니다. 긴 쉼과 짧은 쉼을 돕는 모든 제품을 소개할 수 있는 편집숍인 것입니다. 매트리스 구입주기가 5~7년 이라는 것을 떠올려 보면 업의 재정의를 통해 보다 일상적인 제품으로의 사업 확장 또한 가능해졌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식스티세컨즈는 쉼의 길이뿐 아니라 쉼의 방식도 재정의합니다. 누군가에게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비워내는 것이 휴식이지만, 또 누군가는 좋아하는 일을 하며 채워내야 비로소 에너지를 충전합니다. 그래서 후자의 ‘적극적인 쉼’의 과정에서도 식스티세컨즈를 접할 수 있도록 여러 활동을 시도합니다.





2019년 서울숲 재즈 페스티벌 한 켠에 꾸민 ‘FOR REST ZONE’이 대표적입니다. 좋아하는 페스티벌에 참여해 에너지를 충전하며 숲 속에서 식스티세컨즈 매트리스에 누워 하늘도 보고 음악도 들으며 쉴 수 있는 공간입니다. 업을 ‘잠’으로만 적용했다면 어림도 없을 외출이죠. 적극적인 짧은 쉼까지도 쉼으로 봤기에 일상 속에 깊숙이 들어올 수 있었습니다.



쉼이 있는 한 쉼없을 성장


‘넥스트 스텝은 뭐예요?’


많은 이들이 8년차 매트리스 브랜드 식스티세컨즈의 행보를 궁금해합니다. 업을 ‘쉼’으로 재정의하며 제대로 된 쉼을 제안하는 식스티세컨즈가 앞으로 어디까지 뻗어나갈 수 있을지 기대가 되기 때문일 겁니다. 쇼룸에서 보여준 깊이 있는 쉼에 대한 이해도를 떠올려보면 호텔사업으로 진출하거나, 카페를 열거나, 인테리어 컨설팅 업무를 맡아도 어색하지 않습니다. 식스티세컨즈가 정의하는 쉼에 대한 기대가 있으니까요. 매트리스로 시작했지만 업을 재정의함으로써 이제는 무엇을 팔아도 어색하지 않은 브랜드가 된 식스티세컨즈. 쉼을 팔기에 쉼없이 확장가능한 식스티세컨즈의 내일이 기대되는 이유입니다.

나머지 스토리가 궁금하신가요?

시티호퍼스 멤버십을 시작하고
모든 콘텐츠를 자유롭게 읽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