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캘린더나 종이 달력 속에 적혀있는 이번 달 약속, 몇 개나 있나요? 성향이나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업무 미팅, 개인 약속, 자기 계발 계획 등을 포함하면 최소 몇 개는 있을 거예요. 그런데 만약 눈을 씻고 찾아봐도 몇 달간 일정이 없다면 어떤 기분일까요?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일이 아니에요. 일정으로 빼곡했던 달력이 점점 비어가는 일들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있거든요. 자녀 육아나 정년퇴직이라는 인생의 큰 이벤트에서 막 졸업한 시니어 세대죠. 체력은 여전하고 시간적 여유가 늘어났으니 좋기만 할 것 같지만, 이들에게도 의외의 고충이 있어요. 인생에서 몰두할 만한 목표를 달성하고 난 뒤, 공허함과 무력감이 찾아왔거든요.
‘취미인클럽’은 이들을 위한 시니어 전용 커뮤니티 서비스예요. 2007년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 이후 총 인구 중 65세 이상의 고령자 비율이 29.1%(2023년 기준, 총무성 발표)로 역대 최고를 달성한 일본에서, 시니어에게 일상 속 즐거움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죠. 그렇다면 일본 최대급 규모로 시니어 커뮤니티의 대명사가 된 취미인클럽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취미인클럽 미리보기
• #1. 아티스트 프로듀서의 눈에 띈 시니어 세대
• #2. 달력이 빈칸인 사람들을 위한 커뮤니티
• #3. 시니어를 가장 잘 아는 싱크탱크가 되다
• 시니어 세대의 셋째 딸, 셋째 아들을 꿈꾼다
나이가 들면 가장 먼저 변하는 게 신체예요. 특히 중년의 시작을 가리키는 신호탄인 갱년기가 다가오면, 신체의 변화를 절감할 수 있죠. 국립국어원 표준국어 대사전 정의에 따르면 갱년기는 인체가 성숙기에서 노년기로 접어드는 시기를 말해요. 이는 대개 마흔 살에서 쉰 살 사이에 시작되며, 신체 기능 저하를 일으키죠. 이때 발생하는 호르몬 변화는 심리적 변화까지 동반하곤 해요.
신체는 물론 감정에도 영향을 끼치는 갱년기를 반길 사람은 없어요. 우울증이나 불면증까지 야기하는 갱년기는 골칫덩이죠. 막연한 불안과 두려움까지 품게 되는 등 갱년기라는 단어에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가득한데요. 이런 갱년기를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기업이 있어요. ‘갱년기를 좋은 변화의 기회로’라는 비전을 내세우며 등장한 갱년기 케어 스타트업 ‘트룰리(TRULY)’예요.
트룰리는 갱년기를 자신의 인생은 물론, 타인과의 관계와 사회에도 좋은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절호의 찬스라고 여겨요. 이 시기를 잘만 보내면 더 자신답고 자유로운 삶의 방식을 만들 수 있을 거라고 보기 때문이에요. 또한 부부, 가족, 동료를 더 깊이 이해함으로써 더 좋은 관계로 발전시킬 수 있다고 말하죠. 단순히 말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모든 중년이 이 시기를 긍정적으로 통과할 수 있게 실질적인 도움을 줘요. 어떻게냐고요?
트룰리의 창업자는 한때 호르몬으로 인한 원인 불명의 컨디션 난조가 계속됐을 때, 이를 해결하려면 무엇보다 자신의 상태를 정확하게 아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트룰리는 홈페이지를 통해 갱년기에 관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고 개인별 고민을 상담해 주죠. 호르몬은 개인별, 연령별로도 차이가 크기 때문에 의사 및 의료 전문가들이 맞춤형 상담을 해주는 거예요.
ⓒTRULY
그뿐 아니에요. 병원 검진을 받기에 바쁜 어른들이 더 쉽게 자신의 상태를 알 수 있도록 호르몬 검사 서비스 ‘MENOPO CHECK’를 출시했어요. 이 검사에 필요한 건 머리카락 몇 가닥뿐이에요. 병원에 가서 굳이 혈액검사를 하지 않아도 집에서 간편하게 머리카락을 잘라 보내기만 하면 손쉽게 호르몬 검사 결과와 전문가의 조언을 받아볼 수 있죠. 특히 이 서비스는 남성에게도 갱년기가 있다는 사실에 대해 사람들이 주목하지 않았던 시기에 남성판 버전부터 출시하는 세심함도 보여줬어요.
ⓒTRULY
시간을 되돌릴 수 없듯 그 누구도 노화를 피해 갈 수는 없어요.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하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다움을 얼마나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는가죠. 그래서 트룰리는 적시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 시니어의 건강 문해력을 향상시켜요. 더 건강하고 자유로운 사회를 만들어가는 거예요. 트룰리가 인풋을 통해 시니어를 돕는다면, 오늘 만나볼 ‘취미인클럽’은 시니어에게 아웃풋 창구를 만들어 준 일본 최대급 시니어 커뮤니티예요. 그렇다면 취미인클럽의 정체는 무엇이고, 무엇이 이 커뮤니티를 시니어 커뮤니티의 대명사로 만들었을까요?
#1. 아티스트 프로듀서의 눈에 띈 시니어 세대
일본 젊은 세대에게 인스타그램이 있다면, 시니어에게는 취미인클럽이 있어요. 36만 5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일상과 취미를 공유하죠. 이들은 온라인 활동뿐만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열리는 오프라인 이벤트에도 적극적이에요. 이렇게 시니어들이 활발하게 참여하는 커뮤니티라면, 누구보다 그들의 심리를 잘 아는 동년배들이 운영하고 있을 것만 같아요.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취미인클럽을 운영하고 있는 ‘오스턴스’의 대표 키쿠가와 료토(이하 키쿠가와)는 시니어와는 거리가 한참 먼 젊은 청년이에요. 오스턴스의 시작도 시니어와 거리가 멀었고요. 키쿠가와가 2015년에 창업한 오스턴스는 엔터테인먼트 회사였어요. 댄서인 친구가 글로벌 댄스 대회에서 세계 2위를 수상할 정도로 실력이 좋은데도 생활에 어려움을 겪자, 이를 돕기로 결심했던 게 창업 계기였죠. 키쿠가와는 ‘내가 좋아하는 것이, 세계를 움직인다’는 비전을 가지고 아티스트 프로듀싱을 시작했는데, 현실과 괴리가 있었어요. 결혼식장에서의 축하 퍼포먼스를 기획하며 돈을 벌었으니까요.
변화의 기점은 금방 찾아왔어요. 2016년 말에 3명의 시니어 댄서들을 기용해 춤 영상을 찍게 됐거든요. 브루노 마스의 24K Magic이라는 곡에 맞춰 60세 전후의 댄서들이 칼군무를 선보이는 영상이었는데요. 이 영상이 소위 대박을 터뜨렸어요. 유튜브에 올리고 난 뒤 조회 수가 수억 회를 찍더니 브루노 마스 본인까지 영상을 공유하며 극찬을 했죠. 이를 계기로 오스턴스는 본격적으로 55세 이상의 시니어 아티스트 그룹 ‘시니어 몬스터즈’를 결성하며, 프로듀싱을 통해 활동 영역을 넓히게 돼요.
ⓒOstance
시니어 몬스터즈의 활약은 많은 사람들에게 반향을 불러일으켰어요. 프로듀서인 키쿠가와도 예외는 아니었죠. 나이에 관계없이 마음껏 좋아하는 일을 하는 모습을 보며 사람은 몇 살이 되어도 도전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한편, 동년배인 팬들은 이들을 보며 ‘나도 다시 목표를 찾고 싶다’며 삶의 의욕을 되새겼죠.
그런데 시니어 몬스터즈 관련 취재가 진행될 때마다 키쿠가와는 괴리감을 느꼈어요. 외신에서는 시니어 댄서를 보며 ‘쿨하다’며 춤을 평가했는데, 일본 언론에서는 ‘할머니인데 잘 춘다'라는 사족을 붙였거든요. 일본은 유난히 ‘나이든다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했어요. 그래서 키쿠가와는 이 인상을 어떻게든 긍정적으로 바꿔나가기로 했죠. 더 많은 시니어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나 목표를 찾을 수 있게 도와주면서요.
본격적으로 시니어 사업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알게 된 것은 2007년부터 DeNA라는 기업에서 운영하던 커뮤니티인 취미인클럽이었어요. ‘시니어 세대를 취미로 연결한다’는 컨셉은 온라인에서 이미 33만 명(2019년 3월 기준)의 회원을 불러 모았죠. 그리고 이 즈음 우연한 만남이 오스턴스의 운명을 바꾸게 돼요. 스타트업 CEO를 다루는 TV 프로그램에 DeNA의 대표 난바 토모코와 공동 출연하는 기회가 생긴 거예요. 이날 녹화가 끝나고 키쿠가와는 난바 토모코에게 마음을 담아 메시지를 보냈죠.
키쿠가와는 단지 DeNA와 함께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하는 생각으로 인사를 전했던 거지만, 난바 토모코는 그 태도에 큰 인상을 받았어요. 그래서 난바 토모코는 시니어 시장의 가능성을 굳게 믿으며 많은 사람들에게 가치를 전해주고자 하는 오스턴스에게 2019년 5월 사업을 양도하게 됐죠.
시니어 커뮤니티의 세계로 발을 들인 오스턴스는 단순히 양도받은 사업을 수동적으로 이어가지 않았어요. DeNA처럼 자본이 있는 회사가 할 수 있는 일도 있지만, 오스턴스같은 스타트업만의 강점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그래서 오스턴스는 철저하게 사용자를 분석한 뒤 조금씩 변화를 시도했어요.
양도 이후 가장 먼저 주력했던 것은 신규 회원이 커뮤니티에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거였어요. 당시 10년 차를 맞이했던 취미인클럽에는 새 멤버를 모집하지 않는 커뮤니티가 꽤 많았거든요. 신규 회원을 위해 참여하기 좋은 커뮤니티를 쉽게 알 수 있게 했더니 참여자 수가 두 배로 늘었죠. 또, 오스턴스는 변화를 거듭하는 과정에서 ‘시니어 DX’라는 용어를 만들고 이를 중심축으로 삼았어요. 더 많은 시니어가 디지털을 활용해서 즐거운 일상을 보낼 수 있게 판을 깔아주기로 한 거죠.
#2. 달력이 빈칸인 사람들을 위한 커뮤니티
그렇다면 취미인클럽으로 인해 시니어의 일상이 얼마나 달라지고 있는지 살펴볼게요. 취미인클럽은 회원 수가 약 36만 5천 명이에요. 월간 페이지 뷰만 약 3,000만 뷰. 여행이나 나들이, 사진, 등산, 자전거, 골프 등 회원이 주최하는 취미 커뮤니티는 3만 5천여 개나 되죠. 회원들은 취미라는 연결고리를 통해 동년배와 함께 활발하게 교류하고 있는데요. 회원의 절반 이상이 50대와 60대예요.
100세 시대에 50대와 60대는 아직 젊은 듯 보이는데요. 이들에게 커뮤니티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이 세대의 특징을 살펴봐야 해요. 이들은 한 마디로 말하면 ‘캘린더가 공란이 되어가고 있는 사람들’이에요. 육아나 정년퇴직 등 인생의 큰 이벤트에서 졸업한 이후로 수첩 속 달력에 적을 일정이 점점 사라져가고 있죠. 그러니 평일에 시간적 여유가 많을 수밖에요.
여유로우면 좋은 거 아니냐고요? 반대로 공허함과 고독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요. 몸은 여전히 건강한데 집중할 목표가 사라져 버렸으니까요. 20년 넘게 헌신했던 자녀가 독립하자 사회와의 연결이 희미해져버린 어머니, 정년퇴직 후 새롭게 도전할 일이 없는 아버지는 아무리 시간이 주어져도 뭘 해야 할지 몰라요. 문제의 핵심은 아웃풋의 기회가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는 거예요. 지금까지 일이나 육아 등으로 가정과 사회에 기여해온 것과 달리, 자신을 표현하고 헌신할 계기가 사라져버렸죠.
이런 고충과 아쉬움에 응답한 게 취미인클럽이에요. ‘다음 주에는 뭐 하지?’라는 고민을 가진 사람들에게 나이가 들어도 기대되는 삶을 살 수 있게 새로운 활력을 선사하기 때문이에요. 어떻게냐고요? 사람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누군가로부터 공감받을 때 즐거움을 느끼잖아요. 그래서 취미인클럽에서는 취미로 사람들끼리 교류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 대화의 장을 마련하죠.
취미인클럽의 대표적인 기능은 공개 일기예요. 아웃풋의 장소를 잃어버린 사람들을 위해 표현하거나 창작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죠. 사람들은 홈페이지에 접속해 자신의 일상이나 추억을 일기 형태로 기록하고 공유할 수 있어요. 또, 특정 주제에 맞는 타인의 일기를 찾아 읽어볼 수도 있죠. 여행, 문화, 요리, 부동산 등 카테고리도 다양해요. 게다가 관심 있는 키워드를 직접 넣어 일기를 검색할 수도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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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사진 메뉴예요. 잘 찍은 사진을 스마트폰 앨범 속에 묵혀두는 게 아니라 사람들에게 자랑할 수 있게 한 거예요. 특히, 문화나 역사 등 특정 주제에 맞는 사진을 모집하기도 하는데요. 가장 인기가 많은 사진 주제는 계절에 관한 거예요. 시니어들의 의견에 따르면, 해를 거듭할수록 지금까지 간과했던 것들이 더 소중해져서 계절마다 기록을 적극적으로 남기게 된다고 해요. 이와 같은 주제들은 사진으로 남기기도 쉽고 감정이 담기다 보니 커뮤니티 활성화에 제격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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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은 커뮤니티 기능이에요. 취미인클럽은 다양한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는데, 그중에서 특히 인기가 많은 커뮤니티는 ‘텃밭에 도전!’이라는 커뮤니티예요. 집 앞 텃밭에서 직접 야채를 키워서 가족과 함께 먹을 수 있도록 정보를 공유하며 교류하는데, 2024년 7월 현재 기준 1,800여 명이 참여하고 있죠.
이 커뮤니티의 인기 비결을 분석하다 보면 ‘제2의 육아 욕구’라는 시니어의 심리가 보여요. 시니어 세대가 되면 자녀 육아에서 해방되는데, 이는 곧 자신의 애정을 쏟은 대상이 성장하거나 변하는 모습을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해요. 그래서 텃밭이나 정원에서 애정을 들여 키운 야채, 식물이 자라는 모습을 지켜보며 보람을 느끼는 거죠. 이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공유하는 건 마치 예전에 아이의 사진을 주변에 공유하던 것과 같은 감정이고요.
앞으로도 애정을 쏟거나 노력을 들일 대상을 찾고 싶어 하는 시니어 세대는 증가할 거예요. 취미인클럽은 이런 니즈를 정밀하게 파악한 뒤 서비스로 제공해 커뮤니티의 성공 확률을 높여왔죠. 덕분에 매일 많은 사람들이 온 오프라인을 통해 활발하게 교류 중인데요. 취미인클럽의 운영 방침 중에 눈에 띄는 특징이 하나 있어요. 연결은 지향하지만 ‘익명제’를 고수한다는 거죠. 취미인클럽은 오프라인 모임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은데 왜 굳이 익명제를 유지할까요?
이 또한 시니어의 심리와 관련이 있어요. 이들은 온라인에서 자신의 과거를 전부 오픈하며 친목할 사람을 찾는 게 아니에요. 학력이나 경력, 과거 경험으로 평가받는 것을 더 이상 원하지 않죠. 그보다는 단지 좋아하는 것을 매개체로 관계를 구축하는 것에서 기쁨을 느끼고 싶어 해요. 이는 커뮤니티를 계속 이용하는 중요한 요인이기 때문에, 취미인클럽에서는 익명제를 중요한 방침으로 삼고 있어요.
#3. 시니어를 가장 잘 아는 싱크탱크가 되다
36만 5천 명이 활동하는 취미인클럽은 그 자체로 시니어 관련 데이터의 보고예요. 매일 올라오는 일기와 커뮤니티 활동 내역, 오프라인 이벤트 테마 등을 보면 관심 분야는 물론 이에 대한 생각까지 깊이 있게 알 수 있죠. 오스턴스는 이를 통해 사용자의 니즈를 파악할 뿐만 아니라, 데이터를 활용해 비즈니스의 경계를 넓히고 있어요. 시니어가 활동할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 제공에서 ‘정보’ 제공으로 가치를 확장하는 거죠.
그래서 설립한 것이 ‘시니어 DX 랩’이에요. 이곳에서는 일본 최대 시니어 커뮤니티이자 SNS인 취미인클럽의 데이터를 활용해 행정기관, 기업, 학계 전문가와 함께 연구를 실시해요. 특히 DX(Digital Transformation)를 중요한 키워드로 삼았죠. 그 이유가 뭐냐고요?
일본에서는 고령화와 디지털화 모두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어요.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거치며 시니어 세대의 디지털 의식 또한 크게 변화했죠. 하지만 이들이 디지털 네이티브가 아니다 보니, 행정기관은 물론 기업에서도 시니어 세대의 디지털 대응력을 높여 격차를 줄여나가는 것이 중점 과제로 부상했어요.
하지만 이는 말처럼 쉬운 문제가 아니었어요. 특히 행정기관과 기업은 시니어가 어떤 사람들인지, 이들에게 어떤 과제가 있는지 이해도가 낮았죠. 그래서 취미인클럽을 운영하는 오스턴스에 상담을 요청하는 일이 빈번했어요. 결국 오스턴스는 이 문제를 발 벗고 나서 해결하기 위해 시니어 DX 랩을 설립하게 된 거예요.
그렇다면 시니어 DX 랩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할까요? 대표적으로 시니어 실태 조사 및 연구 리포트 발행이 있어요. 학계와 기업 전문가와 함께 공동 연구를 실시해서 이를 리포트 형태로 발행하죠. 연구 과정에서 조사가 필요할 때는 취미인클럽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하곤 해요. 이들이 보내준 생생한 데이터는 시니어에 대한 해상도를 높여줄 뿐만 아니라 신제품 기획에도 도움이 되죠.
ⓒOstance
그뿐 아니라 세미나도 실시하고 있어요. 보유하고 있는 데이터나 연구 결과들을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최신 사례, 조사 결과, 현장에서 바로 활용 가능한 대책 등을 외부와 공유하는 거예요. 전문가를 초청해 대담하는 세미나, 취미인클럽을 통해 얻은 노하우를 공유하는 세미나, 시니어 DX 랩의 연구 리포트를 설명하는 세미나 등 종류도 다양해요.
오스턴스는 더 이상 커뮤니티 운영 기업이 아니에요. 시니어 전문 리서치 기관이자 컨설팅 기업 역할까지 하고 있으니까요. 일본에서 시니어와 관련해 이렇게 폭넓은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기업은 오스턴스가 유일하다고 평가받고 있는데요. 사업에 임하는 자세에 대해 묻자 오스턴스는 이렇게 답했어요.
“일본은 케어가 필요한 고령자가 증가하며, 관련 의료비도 계속 증가할 거예요. 그로 인해 젊은 세대의 부담은 증가하고, 세대 간 단절이 진행되는 등 사회적 과제로도 이어져 책임을 느끼고 있죠. 게다가 우리가 고령화 문제라고 생각하는 대부분은 젊은 세대가 안고 있는 문제와 관련이 있어요. 그래서 시니어의 발신력을 높여 이들이 활약할 수 있게 되면, 모든 세대의 과제 해결로 이어질 거라고 생각해요. 일본은 다른 국가보다 빨리 고령화를 맞이해 많은 국가에서 주목하고 있죠. 앞으로 우리는 '고령화 선진국'으로서 세계적 수준의 과제를 해결하는 성공 사례를 만들어 가고 싶어요.”
-키쿠가와 료토 오스턴스 대표이사, 히타치그룹 인터뷰에서
키쿠가와 대표는 문제를 풀어나가는 실마리를 시니어 세대와 디지털을 연결하는 것에서 찾고 있어요. 지금은 모두 ‘고령화’를 국가적 약점으로 생각하지만, 이 약점을 어떻게 대응해나가느냐에 따라 고령화 분야의 선진국이라는 새로운 모델도 탄생할 수 있겠죠. 그렇게 된다면 시니어는 물론, 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젊은 세대에게도 희망이 될 거예요.
시니어 세대의 셋째 딸, 셋째 아들을 꿈꾼다
지금은 젊은 청년이지만 오스턴스의 대표인 키쿠가와에게도 언젠가 노년의 날은 찾아올 거예요. 그에게 이상적인 시니어 라이프는 어떤지 묻자, ‘몇 살이 되어도 즐거움이 있는 삶’이라고 답했어요. 그가 만난 시니어 중에는 ‘아침에 일어날 이유가 없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는데요. 이럴 때에 좋아하는 취미, 만날 사람 등 하나라도 즐거움이 있으면 살아갈 의욕이 생기거든요. 이는 결국 건강, 외로움 등 시니어 세대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고요.
다만 갑자기 취미를 만들거나 모르는 사람과 친해지기는 어려워요. 지금껏 안 해본 일을 하려면 용기가 필요하죠. 키쿠가와 대표는 그래서 오스턴스가 존재하는 거라고 밝혔어요.
“애초에 사람이 좀처럼 한 걸음을 내딛지 못하는 건, 실패를 두려워하기 때문 아닐까요? 하지만 저는 실패도 '자산'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설령 취미를 시작해도 오래가지 못하거나, 열심히 했지만 잘되지 않을 수 있죠. 그렇더라도 호기심을 갖고 배우거나 사람을 만난 경험은 모두 자산이 돼요. 도전해야 얻을 수 있죠. 그래서 시니어 분들은 나이에 관계없이 여러 가지를 도전해 보셨으면 좋겠고, 그 등을 밀어주는 것이 오스턴스의 일이라고 생각해요.”
-키쿠가와 료토 오스턴스 대표이사, UI Bank 인터뷰에서
오스턴스의 목표는 시니어 세대의 셋째 자녀가 되는 거예요. 사내에서 ‘우리가 왜 시니어 관련 일을 할까?’라는 질문이 나올 때마다 ‘셋째 딸, 셋째 아들’이 되자고 말하죠. 거리감은 가깝지만 사사로운 것까지 묻기는 어려운 장남, 장녀보다는 적당히 거리가 있어도 부담 없이 질문할 수 있는 막내 역할이 되고 싶은 거예요. 앞으로도 오스턴스는 부모님에게 ‘이런 게 있어. 이건 어떻게 된 거야?’라며 말을 걸 거예요. 그리고 다음 날도 설레는 마음으로 기상할 수 있는 원동력을 계속 만들어 나가겠죠.
Refer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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