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처음이 있어요. 전 세계에 약 3만 5천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지금의 스타벅스도 예외는 아니죠. 그 시절의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는 책이 바로 <스타벅스 커피 한 잔에 담긴 성공신화>예요. 번역된 제목에는 결과 지향적인 메시지가 담겨 있지만, 원제의 뉘앙스는 달라요. 원제는 <Pour your heart into it>. 스타벅스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성장의 과정을 거쳤는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죠.
이 책을 읽어보면 당시 스타벅스를 성장시켰던 CEO 하워드 슐츠의 꿈, 설렘, 열정, 고뇌, 고군분투 등을 엿볼 수 있어요. 이야기를 담담하면서도 진정성 있게 풀어내 모든 파트가 흥미로운데요. 그중에서도 스타벅스 성장의 중요한 순간을 꼽자면 글로벌 시장 진출일 거예요. 책에 사자비 리그와 손잡고 진출했다는 등의 구체적인 내용이 나오진 않지만, 제목처럼 하워드 슐츠가 일본에 첫 매장을 낼 때의 긴장감 섞인 두근거림은 고스란히 담겨 있어요.
그렇게 1996년에 일본에 진출한 스타벅스는 어떻게 일본 시장에 스며들었을까요? 참고로 스타벅스 재팬은 스타벅스가 직접 운영하고 있지만, 일본 브랜드로 느껴질 정도로 현지화를 제대로 하고 있어요. 지금부터 표준화의 공식을 살짝 벗어나, 일본 사람들의 마음을 두드리고 있는 스타벅스 재팬의 전략을 하나씩 살펴볼게요.
스타벅스 재팬 미리보기
• #1. 지역 랜드마크가 된 28곳의 스타벅스
• #2. 현지의 열정을 현지의 점포에만, 지모토 메이드
• #3. ‘스탠다드’에 ‘모노즈쿠리’를 끼얹은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 도쿄
• ‘친구’가 되기 위해 스타벅스 밖으로 나온 스타벅스 재팬
벚꽃의 계절이 돌아왔어요. 이 시즌을 기다렸다는 듯이 스타벅스 재팬은 새로운 음료와 굿즈를 출시해요. 올해의 음료는 흩날리는 벚꽃 모양의 딸기 맛 마카롱을 얹은 ‘사쿠라 블루밍 사쿠 프라푸치노’와 사쿠라 딸기 소스에 은색 설탕을 얹은 ‘소이 라떼’예요. 스타벅스의 인기 메뉴 말차로 만든 ‘벚꽃이 피는 사쿠 말차 프라푸치노’도 빼놓을 수 없죠.
2023 스타벅스 재팬의 사쿠라 컬렉션 ⓒStarbucks
그런데 분명 스타벅스 로고가 붙어 있는데, 아무데서나 구할 수 없는 사쿠라 음료들이 있어요. ‘사쿠라 크림 소다’, ‘사쿠라 캐스크 커피 칵테일’이에요. 이름에서도 유추할 수 있듯 일반적인 커피 메뉴는 아니에요. 벚꽃 명소로 손꼽히는 도쿄 나카메구로에 있는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 도쿄에서만 독점적으로 판매하는 시즌 한정 음료들이죠.
현재 일본의 스타벅스는 1,700개가 넘어요. 스타벅스에서 직영하는 매장 기준(우리나라는 라이센스 매장의 개념으로 분류됨)으로는 미국, 중국, 캐나다에 이어 4번째로 많죠. 스타벅스 재팬의 공식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는 350만명. 한국 83만, 영국 37만, 필리핀 61만명과 비교해 봐도 압도적이에요. 각 국가별 인구 수를 고려해도 여전히 큰 격차가 있어요.
북미 지역이야 스타벅스의 본거지이고 중국은 원체 인구 수가 많으니 그렇다 쳐요. 하지만 일본에서 스타벅스가 이렇게 인기 있는 건 눈여겨볼 만한 특별한 현상이에요. 일본은 자국 상품에 대한 선호와 애착이 강해 글로벌 브랜드가 침투하기 어려운 나라니까요. 그렇다면 스타벅스는 어떻게 일본 시장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가질 수 있게 된 걸까요? 스타벅스와 일본 대중을 연결하는 강력한 무기는 앞서 언급한 '사쿠라'와 '독점'에 힌트가 있어요.
1996년, 스타벅스는 첫 해외 진출지로 일본을 점찍고 현지화를 선택했어요. 아시아 문화권의 차 사랑을 인식하고 말차 메뉴를 맞춤화해 선보였죠. 쓴 커피에 익숙하지 않은 일본 사람들을 위해 프라푸치노와 주스도 본격적으로 들여왔어요. 벚꽃 메뉴를 개발한 것도 계절 상품을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일본 소비자들을 의식해서예요. 사적이고 조심스러운 그들의 성향을 고려해, 이름 대신 번호로 손님을 호명하는 방식도 일본에서 처음 도입했죠.
1996년 긴자에 들어선 스타벅스의 첫 해외 매장 ⓒStarbucks
결과적으로 일본인에게 유독 친숙한 메뉴, 친숙한 배려, 친숙한 문화로 다가간 것이 보수적인 일본인들의 마음을 여는 열쇠가 되었어요. 현지화에 성공하자, 스타벅스 재팬은 자신 있게 표준화를 어필했어요. 스타벅스가 엄선한 원두는 킷사텐 커피숍의 블랙 커피보다 수준 높은 맛을 선사했고, 기호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사이즈, 다양한 우유 선택, 추출법 등은 새롭고 힙한 미국의 문화였죠.
이 모든 게 1996년으로부터 시작된 이야기예요. 25년이 훌쩍 지났지만 여전히 스타벅스 재팬은 전통과 새로움의 조화를 유지하며, 일본 대중과 특별한 관계를 맺는 중이에요. 그렇다면 2023년의 스타벅스 재팬은 어떻게 일본에 스며들어, 일본인들의 마음을 녹이고 있을까요?
#1. 지역 랜드마크가 된 28곳의 스타벅스 매장
스타벅스는 사람, 커피, 지역을 중시해요. '한 명의 손님, 한 잔의 커피, 하나의 지역에서 인간의 마음을 풍요롭고 활기 있게'를 미션으로 내걸고 있을 정도예요. 이중 마지막에 적힌 '지역'에 대해 더 파고들어 볼게요. 여기서 지역은, 각 지역마다 고유한 방식으로 커뮤니티와 연결되는 것을 뜻해요. 지역의 경제를 되살리는 일부터 여성, 청각 장애인 등의 인권을 보장하는 일까지도 포함하죠.
스타벅스 재팬은 이 광활한 지역의 의미에 '건축'이라는 해석을 더했어요. 일본 전역에는 28개의 스타벅스 지역 랜드마크 매장이 있어요. 지역의 역사와 전통을 대표하는 위치에, 지역 건축가가 설계했죠. 그래서 외부 전경부터 실내 장식까지 우리가 아는 스타벅스의 이미지를 전부 빗겨나가요. 대표적인 3대 랜드마크 매장을 살펴볼게요.
교토 니넨자카 야사카차야점 ⓒUnsplash
다다미가 깔린 카페 ⓒStarbucks
교토의 랜드마크 매장은 옛 교토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관광 명소인 니넨자카 거리에 들어서 있어요. 돌 바닥을 보존하고, 목조 건물이 줄지어 있는 곳이죠. 이곳의 스타벅스는 100년 된 전통 가옥을 개조했어요. 다다미 바닥에 앉아 종이 두루마리 등 일본풍 장식 벽을 바라보며 커피를 마시고 있으면 마치 일본의 전통 문화를 체험하는 듯한 기분이 들죠. 천장에 매달린 옛 벌집의 흔적도 그대로, 옛 목조 가옥의 나무 기둥도 페인트 칠을 하지 않은 채 그대로예요.
가고시마 센간엔점 ⓒStarbucks
이번에는 일본 남서단 쪽에 있는 가고시마로 가볼게요. 이 지역은 일본에서 가장 역사가 긴 시마즈 가문이 700년 가량 통치했던 지역이에요. 시마즈 가문은 영주로서 통치가 끝난 후에도 계속해서 지역의 산업화, 근대화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어요. 가고시마의 전반적인 영역에 상당한 영향력을 끼쳤죠. 시마즈 가문이 사용했던 웅장한 저택, 센간엔이 일본 정부에 의해 유형문화재로 등록됐을 정도예요.
ⓒStarbucks
이 센간엔 근처에 시마즈 일가와 센간엔 정원을 모티브로 한 스타벅스 랜드마크 매장이 있어요. 동서양이 만나는 독특한 분위기, 가고시마의 장인 공예품을 카페 곳곳에서 느낄 수 있죠. 예컨대 유리잔은 시마즈 가문이 탄생시킨 유리 공예 기법인 ‘사쓰마 기리코’ 스타일로 만들어 졌어요. 격자형 천장도 사쓰마 기리코의 디자인에서 모티브를 따왔고, 테이블과 테라스 벤치는 가고시마 토종 삼나무로 만들어졌죠.
다자이후 텐만구 오모테산도점 ⓒStarbucks
다음으로는 후쿠오카로 이동해 볼게요. 다자이후텐만구 오모테산도는 수많은 기념품 가게와 카페가 늘어선 거리예요. 매년 정초 200만 명의 참배객이 찾는 유명 다자이후텐만구 신사로 연결되는데, 이 거리에 스타벅스 랜드마크 매장이 들어섰어요. 매장의 컨셉은 '자연에서 얻은 재료를 통한 현대와 전통의 융합'이에요. 단게 겐조, 안도 다다오를 잇는 일본의 4세대 건축가 쿠마 켄고가 지휘를 맡았죠. 건물은 7세기부터 행해진 기구미라는 목공예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요. 기구미는 접착제와 나사, 못 없이 목재끼리 맞물려 끼우는 일본의 전통 목공예 기법을 뜻해요.
이들은 시각적 놀라움만 선사하는 관광 명소가 아니에요. 교토 니넨자카의 스타벅스 건물은 계획부터 실행까지 10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어요. 가고시마의 스타벅스는 지역민들에게 단순한 커피숍이 아닌, 가고시마의 이야기와 진심을 전달하는 메신저로 통하죠. 역사가 깊은 참배 길과 만난 다자이후 스타벅스는 수많은 일본인의 발자국과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어요. 이렇게 일본에서 스타벅스의 진정한 성공은 양이 아닌 질로 측정되고 있어요. 커피의 품질뿐만 아니라 지역의 문화를 알리고 보존하는 ‘공간’의 품격 말이에요.
#2. 현지의 열정을 현지의 점포에만, 지모토 메이드
이처럼 지역 사회와 긍정적인 관계를 형성한 것이 랜드마크 매장의 성공 비결이었어요. 그런데 스타벅스 재팬은 여기서 멈추지 않아요. 더 나아가 지역 문화를 브랜드에 통합시키죠. 현지에서 태어난 재료와 산업으로 MD 상품을 만들어, 현지 점포에서만 판매하는 '지모토 메이드'를 출범시키면서예요. 지모토는 우리 말로 고향 또는 지역을 뜻해요.
찻잔의 닻 디자인은 항구 도시로서의 역사를 상징해요. ⓒStarbucks
예컨대 나가사키 사세보에서 제조한 머그잔은 사세보에 위치한 스타벅스 매장 중 2곳에서만 구입할 수 있어요. 사세보 지역에서 400년 역사를 지닌 카센가마 도예 공방에서 디자인하고 제작하죠. 또 다른 사례는 나라 지역에서 판매되는 담요예요. 나라는 전통적으로 모기장의 거친 직물을 만드는 기술로 유명한데, 모기장 수요가 감소하면서 수건, 식기 건조 천 등 일상 생활에 필요한 직물을 만드는 쪽으로 변화했어요. 스타벅스 재팬은 굵은 직조 기술을 전문으로 하는 나라의 야마토 사와 협력해 세탁할수록 부드러워지는 5겹 담요를 개발했죠.
나라의 직물은 성긴 직조 덕분에 통기성이 뛰어나, 일본의 습한 여름에 사용하기 좋아요. ⓒStarbucks
교토 기온의 후쿠다마 문화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고쇼 인형 지모토 메이드 ⓒStarbucks
또한 교토 3개 매장에서만 판매하는 후쿠다마 행운 부적도 있어요. 후쿠다마란 교토의 기온 지역에서만 전해지는 '행운의 박' 풍습을 말해요. 홍백색 박에 행운을 불러오는 장식을 넣은 것인데, 스타벅스는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어 캡슐을 만들었어요. 캡슐을 깨면 수작업으로 만들어진 5종의 고쇼 인형이 나오죠.
이뿐 아니에요. 2021년에는 47개 도도부현의 특징을 반영한 지역 한정 음료 '47 지모토 프라푸치노'를 발매했는데, SNS상에서 ‘#47jimotofurapechino’ 해시태그를 달며 순식간에 히트를 쳤고, 인스타그램에선 출시 일주일 만에 1만 2,000개의 게시물 수를 달성했어요.
ⓒStarbucks
지모토 메이드의 상품 개발은 스타벅스 재팬 본사가 담당하지만, 각 점포 파트너들(스타벅스 바리스타 직원을 이르는 말이에요) 없이는 애초에 이뤄질 수 없어요. 어떤 지역에서 어떤 상품을 개발할지, 파트너들의 아이디어와 요청을 선제적으로 받아 진행하거든요. 지역이나 상품이 선정된 후에도 각 파트너들에게 앙케이트를 실시해 색상, 형태 등을 결정하기도 해요.
지역 매장 파트너들의 역할은 여기서 끝이 아니에요. 각 지역의 장인을 찾아가 직접 커뮤니케이션도 담당하죠. R&D에 참여하는 것은 물론 상품에 대한 지식도 넓히는 거예요. 이런 공방 투어에는 지자체 담당자들도 참여해요. 그 결과로 지역에 뿌리를 둔, 로컬이 사랑하는 스타벅스 지모토의 MD 상품이 태어나게 되죠.
하지만 지모토는 지역적이라는 한계가 있어요. 비즈니스 관점에서 보면 확장성이 떨어지는 사업일 수 있어요. 그래서 스타벅스 재팬은 더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해 ‘지모토 메이드 플러스’를 런칭했어요. 지모토 메이드 플러스는 도쿄 나카메구로에 있는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에서 지모토 제품을 전 세계인에게 독점적으로 소개하는 것을 가리켜요. 한마디로 나카메구로의 로스터리 매장은, 스타벅스의 표준화된 감성과 일본 로컬의 멋이 만나, 현지화를 품에 안고 지구본 위를 훨훨 나는 장소인 셈이죠.
#3. ‘스탠다드’에 ‘모노즈쿠리’를 끼얹은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 도쿄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 도쿄 ⓒStarbucks
ⓒ시티호퍼스
도쿄 나카메구로에 위치한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 도쿄는 2019년 시애틀, 상하이, 밀라노, 뉴욕에 이어 스타벅스가 5번째로 선보인 로스터리 공간이에요. 규모는 900평. 4개의 층에 달하죠. 미국 다음으로 가장 큰 규모예요. 간단히 살펴보면 1층에는 커피 바와 기념품 코너, 원두가 볶아 나오는 제조 공간과 베이커리 브랜드 프린치(Princi)가 있어요. 2층엔 스타벅스의 티 브랜드 티바나(Teavana)가, 3층에는 스타벅스 리저브에서 운영하는 칵테일 바 아리비아모(Arriviamo)가 있고요.
ⓒ시티호퍼스
ⓒ시티호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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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층마다 브랜드 메시지, 커피 플레이버 등 세계 어디를 가든 동일한 스타벅스만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요. 그런데 이곳에는 독특한 한 가지가 더 있어요. 일본 특유의 '장인 정신'도 공존하죠.
1층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4층까지 이어진 거대한 구리 캐스크예요. 흩날리는 벚꽃 장식물이 원통에 정교하게 수작업되어 있고, 그 위를 금관악기처럼 심포니 파이프가 두르고 있어요. 심포니 파이프는 갓 볶은 커피 콩을 3층까지 운반해주는 로스터리 매장의 중요한 연결 고리예요.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 도쿄 안에 자리한 프린치 베이커리 ⓒ시티호퍼스
1층의 코너 끝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은 밀라노의 베이커리 브랜드 프린치. 이탈리아에서 수입한 밀가루로 현장에서 베이킹을 하고 하루 종일 포카치아피자와 크로넛 등 식사 메뉴를 준비해요. 1층은 커피에 대한 스타벅스의 열정과 빵에 대한 프린치의 열정이 콜라보레이션된 공간이에요. 두 브랜드 모두 일본의 장인 정신을 깊게 닮아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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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접기 형상을 한 천장과 로스터리 상황을 문자로 보여 주는 클래커 보드 ⓒ시티호퍼스
ⓒStarbucks
계단을 올라가면 티바나의 티룸이 펼쳐져요. 벽은 일본의 전통 종이 와시로 꾸며졌고, 천장 디자인 역시 전통 놀이 종이접기에서 영감을 받았어요. 티바나 찻잔으로 가득 꾸며진 벽은 일본 최고의 기와 장인들이 2,300개의 잔을 일일이 수놓아 완성했어요. 티룸 한편에는 맷돌이 있는데, 맷돌로 말차 잎을 갈았던 옛 제조 방법을 재연한 거예요. 2층에선 이 맷돌로 갈아 만든 3가지 독점적인 말차 음료도 맛볼 수 있고요.
나카메구로 에스프레소 마티니 ⓒStarbucks
3층의 아리비아모 칵테일 바. 이곳의 술에는 자연스럽게 약간씩 커피의 향미가 들어가 있어요. 이뿐만이 아니에요. 일본과 나카메구로에서 영감을 받은 칵테일도 다양하게 있거든요. 벚꽃과 봄비를 연상시키는 '스프링 샤워', 차가운 사케 유리잔에 담겨 나오는 '도쿄 푸어오버', 절인 사쿠라 잎이 들어간 '뉴 도쿄 패션', 밤나무 리큐어(향주)와 일본 닛카 보드카, 갓 내린 에스프레소에 초콜릿을 섞은 '나카메구로 에스프레소 마티니'는 이곳의 단골 시그니처 칵테일이에요.
야외 테라스에는 도쿄의 천연 나무로 만든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 있어요. ⓒ시티호퍼스
마지막으로 4층은 토론과 세미나를 위한 라운지 공간이에요. 구리 캐스크 아트리움 근처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1층부터 4층을 유기적으로 흐르는 심포니 파이프의 역동적인 모습, 크고 작은 벚꽃 장식물이 빛을 받아 반짝이는 모습을 볼 수 있어요.
나카메구로의 로스터리 매장은 단순한 대형 카페가 아니라 테마파크에 가까워요. 테마의 중심이 되는 건 커피, 그리고 일본이죠. 스타벅스라는 고도로 표준화된 브랜드에 일본의 장인정신을 일컫는 모노즈쿠리를 끼얹자,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 도쿄만의 감성이 생겨났어요. 바로 전통과 현대, 일본과 세계의 자연스러운 조화라는 감성이죠.
‘친구’가 되기 위해 스타벅스 밖으로 나온 스타벅스 재팬
일본에 처음 진출했을 때 스타벅스에게는 협력자가 있었어요. 일본 라이프스타일 업계의 리더인 ‘사자비 리그’였죠. 이 든든한 파트너는 현지 시장을 속속들이 알고 있었기에, 스타벅스가 확실한 브랜드 이미지를 얻고 일본 사람들의 마음을 여는 데 커다란 도움이 될 수 있었어요. 수년 간의 경험을 쌓은 스타벅스는 자체적으로 사업을 운영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자, 2004년에 완전한 소유권을 획득하고 스타벅스 재팬으로 독립했어요.
그랬던 스타벅스 재팬이 2019년에 또 다시 일본의 현지 기업과 힙을 합쳤어요. 일본 내 최대 메신저 기업 라인이에요. 스타벅스 카드를 등록하고 사용할 수 있는 스타벅스 공식 앱이 따로 있지만, 새로운 서비스에 다소 소극적인 일본 사람들에게는 그리 매력적인 도구가 아니었어요. 그래서 일본인들의 생활 속에 파고들어 있는 라인과 손을 잡은 거예요.
라인 전용의 스타벅스 카드를 출시한 지 2개월 반이 지났을 무렵, 사용자는 100만명을 돌파했어요. 그리고 현재 스타벅스 공식 라인 계정에는 890만 명의 일본인 ‘친구’가 있죠. 라인의 월간 유저가 8,400만 명인 것을 감안해 보면, 10% 넘는 사람들이 스타벅스와 ‘친구’를 맺고 있는 셈이에요.
ⓒStarbucks
스타벅스 라인 공식 계정에서는 각 점포 파트너가 직접 추천하는 메뉴 등의 콘텐츠를 제공해요. 현재의 기분, 향기 등 주제에 따라 최적화된 메뉴를 선보이는 '커스터마이즈' 콘텐츠도 있죠. 2021년부터는 라인 페이와 접목해 주문과 결제를 라인 앱 내에서 해결하고 있어요. 덕분에 일본 스타벅스의 모바일 오더 사용률도 빠르게 높아졌죠. 이 외에도 화면에서 커피가 쏟아지는 애니메이션 등 유저를 즐겁게 하기 위한 요소들이 여기저기 흩뿌러져 있어요.
스타벅스의 모태는 미국의 시애틀이지만, 스타벅스 재팬은 그 누구보다 일본을 가장 잘 아는 회사예요. 일본의 스타벅스에는 현지 소비자에게 스며들기 위한 세심한 전략이 숨어 있죠. 지금까지 그저 '퀄리티가 일정한 커피를 맛보고 싶어서', '주문 방식부터 모든 것이 익숙하니까'와 같은 이유로 일본의 스타벅스를 찾았다면, 앞으로는 조금 다른 관점으로 일본의 스타벅스를 방문할 수 있을 거예요.
지역의 전통과 문화를 생각하는 스타벅스 ‘재팬’의 마음, 동시에 로컬 앞마당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글로벌 비즈니스를 성공시키는 ‘스타벅스’ 재팬의 전략을 모두 발견할 수 있을 테니까요.
Reference
• 廣川 淳哉, スターバックスの地方創生 日本の伝統とコーヒーの融合を目指す, Nikkei xTREND
• Richard Milner, Starbucks in Japan: Why They Are So Popular and Why You Should Visit, VOYAPON
• Michelle Lim, Glocalization: How Starbucks Adapt and Enhance the Regional Offerings of Japan, JCE
• What is Starbucks Japan Regional Landmark Stores, Japanese Coffee C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