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없는 꽃다발로 히트친 다육이 가게

유로우 서큐랜드

2023.05.26

식물로 집을 꾸미는 플랜테리어가 유행이에요. 초록빛 식물이 공간에 생기를 주고 화사함을 더해주죠. 그런데 타이베이의 누군가는 조금 다른 용도로 식물 라이프를 시작했어요. 일과 생활의 밸런스 붕괴를 겪은 후, 다육이를 심으면서 마음이 치유되는 경험을 한 거예요.


‘삭막한 도시에서, 치유와 공존의 효과를 비즈니스로 풀어보면 어떨까?’ 란 생각에 도달한 그녀. 2015년에 다육 식물 전문점 ‘유로우 서큐랜드’를 창업해요. 이곳에선 100종이 넘는 다육 식물을 판매하는데요, 놀라운 건 가격이에요. 조그만 다육이 하나에 최소 13만원, 비싼 건 100만원에 다다르거든요.


하지만 이 조그만 매장은 언제나 손님이 끊기지 않아요. 온라인으로 무대를 옮기면 더 많은 관심과 주문이 쏟아지죠. 심지어는 에르메스, 샤넬, 아우디, 구글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기업들을 고객으로 두고, 다육이를 테마로 협업을 하고 있어요. 콧대 높은 기업들까지 고객으로 사로잡은 이 다육이 전문점, 도대체 비결이 뭘까요?


유로우 서큐랜드 미리보기

• ‘선물하는 마음’을 겨냥한 화분의 향연

• ‘특별한 날’의 다육이는 특별해야 한다

• 다육이 전문점의 ‘큰손’이 된 아우디와 구글

• 실물 매장을 생기있게 활용하는 법

• 매일 당신을 격려하는 마음으로




타이베이 다안 시웨이의 작은 골목. 조용한 산책 코스인 듯 싶지만 거리를 따라 걷다보면 힙하고 독창적인 숍들을 만나게 돼요. 그중 골목의 대문이라 할 수 있는 입구 모통이를 돌면, 제일 먼저 방문객에게 인사를 건네는 곳이 있어요. 바로 ‘유로우 서큐랜드(有肉 succuland, 이하 서큐랜드)’예요.



ⓒ시티호퍼스


서큐랜드는 대만 최초의 다육 식물 전문점이자 부티크 식물 브랜드예요. 선인장과 푸릇푸릇한 식물이 문앞에서 방문객을 맞이하죠. 매장 안으로 들어가면 더 다채로운 식물들이 나타나요. 세상에 이렇게나 다양하고 예쁘기까지 한 식물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요. 손바닥 크기의 다육이부터 200cm에 이르는 거대 선인장까지 다종다양한 다육 식물의 향연이 펼쳐지지만, 영향력은 매장 밖에서 더 커져요.


서큐랜드는 2017년에 타이베이영화제와 친환경 백팩을 공동 디자인했어요. 전 세계가 에너지 절약을 위해 10분간 불을 끄는 지구의 날에는 ‘10분을 넘어 1시간, 1시간을 넘어 식물 심기로 지구를 더 푸르게 하자’는 취지로 대만 전역의 스타벅스와 손을 잡았죠. 450개가 넘는 대만 스타벅스 매장에서 검정 앞치마를 두른 마스터 바리스타들이 커피 찌꺼기와 스타벅스 컵으로 다육이 화분을 만들었어요.



스타벅스 바리스타들이 화분을 만드는 모습 ⓒ서큐랜드


이뿐 아니에요. 에르메스와 샤넬이 VIP 고객에게 주는 선물 상자도 서큐랜드가 직접 제작했어요. 도시에서 식물과 공존하는 방법을 제안하는 곳. 게다가 ‘식물’을 쏙 빼놓고도 에르메스, 샤넬, 타이베이영화제의 의뢰를 받을 정도로 독창적이고 감도높은 디자인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곳. 서큐랜드를 설명하는 수식어에 왜 ‘부티크’란 말이 붙는지 알 만 하죠.


서큐랜드는 2015년에 사만다의 번아웃과 함께 시작됐어요. 일과 삶의 충돌을 겪은 후 식물을 가꾸면서 마음의 위안을 얻은 것이 계기가 됐죠. 사만다는 아침에 물주기를 습관화하면서, 삭막한 도시에서 타인을 돌보고 배려하는 일 또한 가치있다는 것을 깨닫게 돼요. ‘다육 식물이 주는 치유와 공존의 효과를 비즈니스로 풀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에 도달한 그녀는 두 명의 직장 동료를 불러와 서큐랜드를 창업했어요.


‘플랜트 스타일링’은 서큐랜드가 스스로를 정의할 때 쓰는 말이에요. 자연과 삶의 경계를 희석하면서 삶을 더 의미있게 만드는 다육이 라이프를 제안하거든요. 단순히 수많은 식물을 늘여놓고 판매만 하는 게 아니라, 아름다움을 탐미하는 소비자의 니즈를 꿰뚫고 그들을 기가 막히게 매혹하는 법을 알죠. 영화제, 스타벅스, 명품 브랜드와의 협업은 서큐랜드가 벌이는 일의 일부에 불과해요. 더 다채롭고 놀라운 다육이의 세계가 펼쳐지는 이 브랜드의 본진 속으로 들어가볼게요.



‘선물하는 마음’을 겨냥한 화분의 향연

대만 최초의 다육 식물 전문점이라. 테마도 타깃군도 뾰족했지만 초반부터 대중적인 인기를 끌긴 어려웠어요. 식물을 좋아하는 인구 중에서도 다육 식물을 좋아하는 인구로 범위를 좁혀들어가야 했으니까요. 특히 잎사귀가 화려하고 빛깔이 아름다워 감상용 식물로 통하는 관엽식물이 젊은 세대에게 점차 인기를 끌면서, 다육 식물의 수요는 더욱 떨어졌어요. 화분 하나에도 수천 위안을 호가하던 과거와 달리 3개를 세트로 묶어 팔아도 100위안(4,500원) 정도밖에 나가지 않았죠. 



매장 안. 가격은 3,000위안짜리 다육이에서 2만위안을 넘어가는 선인장까지 있어요. ⓒ시티호퍼스


돌파구가 필요했어요. 서큐랜드가 찾아낸 방법은 최소 3,000위안(13만 5,000원) 이상의 고급 다육이로 가치를 껑충 키우면서 ‘선물로서의 다육이 경험’을 강조하는 것이었어요. 5,000원이 채 안 되는 가격에도 다육이를 선호하는 사람도 적은데 10만원을 훌쩍 넘겨버리면 무슨 경쟁력이 있겠냐고요? 하지만 다육이의 활용도를 높이니 이야기가 달라졌어요. 디자인 오브제로서의 다육이, 기분 좋은 선물로서의 다육이라면 말이죠. 


사만다가 보기에 인생은 축하할 일들의 연속이었어요. 데이트, 집들이, 승진, 결혼, 축제. 여기에 다육이의 쓸모가 반짝거리고 있었어요. 서큐랜드는 수십 명의 화분 디자이너를 엄선했어요. 장인정신과 고유의 미학적 관점을 가진 대만의 시멘트, 나무, 유리, 금속, 도자기 브랜드들도 협업 대상으로 끌어들였죠. 그들의 아이디어를 십분 반영해 다육 식물을 담아낼 매우 특별한 화분을 만들었어요.



금빛 도금판은 보름달을 연상시킵니다. 단단하면서도 부드러우면서도 균형감을 의도했어요. ⓒ서큐랜드


위의 이미지는 중추절(대만의 추석)의 달빛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이너 용란 시우에가 만든 작품이에요. 회청색 은선초를 사용해 달빛과 안개 속에서 행복하게 노래하는 토끼의 모습을 조각했죠. 여기에 비슷한 뉴트럴 회색상의 다육이를 담아 자칫 칙칙해보일 수 있는 식물을 세련되게 만들었어요.



‘딜리오’가 제작한 부케 화분 ⓒ서큐랜드



ⓒ시티호퍼스


이 작품은 시멘트 디자인 회사 ‘딜리오’가 만든 부케처럼 말려 겹쳐진 화분이에요. 화려하지만 결국 일찍 시들어버리는 꽃다발과 달리 길고 긴 다육이의 생명력을 표현하죠. 이런 생명력은 시멘트의 견고함과 내구성을 닮아 있기도 하고요.



‘오멘’의 화분 ⓒ서큐랜드



ⓒ서큐랜드



‘오멘’의 ‘플래닛 시리즈’ ⓒ시티호퍼스


‘오멘’은 ‘말 대신 작품으로 마음을 전달하자’는 컨셉으로 일상에 유머와 우아함을 더하는 도자기 브랜드예요. 숨겨진 말을 도자기에 새겨넣음으로써 사람과 도자기가 서로 연결되도록 돕죠. 예를 들어 일상에서 자주 접하는 테이크 아웃 컵 모양에 ‘서로를 격려하고 기운 내자, 우리!’라는 의미를 담아 하이파이브를 하거나 음료를 나눠 마시는 두 사람을 새겨넣고요. 어린왕자의 별처럼 빛과 사랑의 방향을 향해 어떤 각도로 놓아도 식물의 아름다운 자태를 보여주는 ‘플래닛 시리즈’도 오멘의 작품이에요.



대만 목재 브랜드 ‘요우무 공방’과 함께한 ‘화산 시리즈’. 작품 뒷면에 목재 이름을 표기해 대만 고유의 목재를 알 수 있도록 했어요. ⓒ시티호퍼스



도자기 브랜드 ‘of’의 ‘그라데이션 시리즈’ ⓒ시티호퍼스


식물과 화분의 결합은 그동안 맘에 쏙 드는 화분을 찾아 헤매던 인테리어족의 마음까지 사로잡았어요. 평소 식물 인테리어에 관심이 있었다면 공감하실 거예요. 적당히 만족하고 만다면야 꽃집에서 식물과 화분을 한번에 해결하겠지만, 조금이나마 인테리어에 욕심이 있는 소비자들은 디자인 숍에서 화분이나 화병을 따로 구매해 식물을 옮겨 싦곤 한다는 걸요. 이건 대만에서도 마찬가지였어요. 서큐랜드는 ‘멋진 화분에 다육 식물을 심는 것’. 이 일련의 행위를 하나로 통합하는 플랫폼을 구축한 것이죠.



애니메이션 ‘천공의 섬 라퓨타’를 본뜬 화분 ⓒ서큐랜드


현재 서큐랜드에는 디자이너를 포함해 약 40여개 브랜드의 화분이 들어와 있어요. 고급 다육 식물 부티크로서의 희소성을 강조하기 위해 매장과 자사 온라인 몰을 제외하고는 어디서도 판매하지 않죠. 그렇다면 서큐랜드의 이 독창적인 컬레버레이션은 성공적이었을까요? 대중의 시선을 끄는 데 얼마나 유의미한 결과를 얻었을까요?



‘특별한 날’의 다육이는 특별해야 한다

일단 시선을 잡아끄는 데는 성공했지만요, 그 관심을 오래 붙잡기에는 역부족이었어요. 누구나 알 만한 유명 디자이너, 브랜드가 아닌 이상 대중의 관심은 점점 멀어지기 마련이니까요. 그래서 서큐랜드는 선물용 다육이로 승부를 보기 위해 다음으로 새로운 카테고리를 열어 도전해요. 바로 각종 ‘데이(Day)’를 활용한 거예요.



ⓒ서큐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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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에는 어머니의 날이 있어요. 우리가 어버이날을 기리듯 대만 사람들은 매년 5월 둘째 주 일요일을 어머니의 날로 정해, 어머니의 사랑과 헌신에 감사하는 시간을 가져요. 각종 분야와 회사에서도 기념일을 맞아 프로모션을 쏟아내죠. 대만에서 가장 대표적이면서 스테디셀러로 각광받는 어머니의 날 선물은 중년 여성을 타깃한 안티에이징 화장품이에요.


하지만 서큐랜드는 커리어와 일 사이에서 압박을 느끼는 어머니들, 바로 워킹맘과 여성 창업가를 타깃한 선물용 다육이를 내놓았어요. 어머니의 온화함을 봄 햇살에 비유한 ‘춘양난자오’, 이타적인 헌신을 영원히 사리지지 않는 행성으로 표현한 ‘이터널 스타라이트’, 낭만적인 꽃다발을 형상화한 화분 등 다육이를 부케 형태로 출시한 거예요.



ⓒ서큐랜드


부케 아이디어는 밸런타인데이로도 이어졌어요. 꽃 대신 푸른 빛, 붉은 빛, 핑크빛과 자주빛, 연한 회색빛 등 오색을 넘나드는 다육 식물을 풍성하게 꽂아넣은 ‘장미 없는 꽃다발’을 내놓은 거죠.



2022년 할로윈 체험 코스에 참여한 인원은 100명을 넘었어요. ⓒ서큐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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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로윈데이에는 비주얼적으로 으스스한 분위기와 어울리는 화분을 판매할 뿐만 아니라, 아예 할로윈 체험 코스를 열었어요. 가을에 갓 수확한 싱싱한 호박을 화분 그릇으로 사용해 그 안에 꽃과 다육 식물을 직접 심고, 호박 유령 같은 장식물을 이용한 가죽 카드지갑, 달달한 디저트까지 만들어보도록 했죠.



단오절에 계란을 세우는 전통 풍습을 기념해 만든 화분 ⓒ서큐랜드


선물 시장에 중점을 두고 기발한 아이디어 상품을 쏟아내면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여전히 극복해야 할 한계점이 있었어요. 유통과 물류의 문제였죠. 일반 택배사에 제품을 보내면 배송 과정 중 부딪히고 뒤집히는 바람에 화분이 손상되고, 온전히 전달되지 못할 가능성이 너무 컸어요. 그래서 서큐랜드는 전용 배달 차량 서비스를 도입했어요. 투박한 종이 박스에 두꺼운 포장지로 겹겹이 싼 다육 식물이 아닌, 매장에서 막 포장한 정성스러운 패키지 그대로를 받아볼 수 있도록 한 거예요.



ⓒ서큐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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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어떻게 식물을 돌봐야 할지 모르는 이들을 위해 물의 양, 빛, 환경 등을 상세히 적은 카드를 동봉하고, QR코드를 삽입해 온라인에서 식물 전문가와 상담을 연결하기도 했고요. 이 모든 게 화분을 구매한 사람이 아닌 선물받은 사람이 누릴 수 있는 혜택이죠. 이처럼 세심한 사후 관리 서비스가 더해지자 더 행복한 기분으로 다육이 선물을 주고받을 수 있게 됐어요.


이러한 접근이 가능했던 건 디자인 싱킹 덕분이에요. 디자인 싱킹은 ‘외형적인 아름다움’이 아니라 문제 해결을 하기 위한 창의적인 사고 방식을 말해요. 서큐랜드를 창업한 사만다도 디자인 싱킹을 충분히 거쳐 브랜드의 뼈대를 세웠죠. 그래서 다육이 라이프를 더 많은 사람에 전하기 위해 선물이라는 키워드를 잡았고, 콜라보를 통해 독창적인 화분, 특별한 날의 특별한 다육이를 만들었어요.


여기서 더 나아가 세심한 딜리버리 서비스와 돈 한푼 내지 않고 받을 수 있는 세심한 사후 관리를 도입했고요. 다육 식물 하나가 최소 3,000위안. 비싼 경우 2만위안(90만원)을 넘어가기까지 하니 전용 차량 운영에 대한 부담은 상쇄할 수 있었어요. 서큐랜드도, 서큐랜드의 고객도, 공짜로 선물을 받는 사람도 행복한 비즈니스 모델이었던 거죠. 



다육이 전문점의 ‘큰손’이 된 아우디와 구글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하자 선물 용도로 다육이를 주문하는 사람은 현저하게 줄었어요. 하지만 그 반대편에선 새로운 현상이 목격되고 있었어요. 기업용 선물 수주가 증가했던 것이죠. 이 징후를 놓치지 않고 서큐랜드는 B2B 명절 선물로 사업을 확장해요. 기업의 선물 수요가 가장 큰 세 가지 축제에 집중하고, 격식을 중시하는 기업들의 특성을 고려해 전통 음식과 디자인을 선물에 포함시켰어요.



ⓒ시티호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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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용선제는 대만 단오절에 치르는 전통 축제예요. 이날 사람들은 용처럼 생긴 배를 타고 경주를 벌이죠. 서큐랜드는 100년 전통의 대만 과자 브랜드 ‘리팅샹’과 손잡고 이중 구조의 찜기 모양을 띤 선물 상자를 만들었어요. 그 안에는 세심하게 디자인된 만두 모양의 화분과 쌀만두 과자를 함께 넣었죠. 다육 식물의 경우 쌀만두와 비슷한 녹색, 쌀색, 밤색을 특별히 골라냈고요.



ⓒ서큐랜드


봄 축제는 매년 구정을 기리는 축제인데요. 서큐랜드는 2023년 토끼의 해를 맞아 토끼가 조각된 화병을 만들었어요. 40년 동안 대만 샤오류추섬을 대표한 신선 식품 브랜드와 협업해 그들이 직접 잡은 숭어알 등 해산물을 곁가지 음식으로 제공했죠.



ⓒ서큐랜드


2023년 중추절을 앞두고는 송편과 비슷한 대만의 추석 음식, 광동식 월병을 포함시켰어요.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 ‘무메’에서 지난 가을 시즌 한정으로 개발한 메뉴로, 대만의 식재료와 서양 디저트의 조화를 꾀했어요. 감귤과 열매 포멜로와 스윗 오스만투스, 파인애플 퍼플과 잘게 빻은 대만 찻잎 가루와 함께 구운 크러스트 과자. 전통 과자의 비주얼을 하고 있지만 젊은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기에도 그만이죠.


서큐랜드의 B2B 사업은 더 폭넓게 진화해요. 할로윈데이 등에서 시행했던 체험 코스를 기업용 단체 패키지로 변모시킨 거예요. 사업 초반에는 정원 가꾸기, DIY 식물 만들기 등 개인 코스에 중점을 뒀지만, 단체 수강 인원이 개별 수강 인원을 넘어서자 서큐랜드는 100명 이상이 참여하는 기업 전용 워크숍을 본격적으로 열었어요.



서큐랜드가 행사를 기념해 만든 아우디 전용 다육이 화분 ⓒ서큐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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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로라하는 이름들의 회사가 서큐랜드의 고객이 됐어요. 아우디는 어머니의 날 행사 당시, 대만 내 12개 매장에서 고객들이 차량 시승을 즐기면서 동시에 다채로운 다육 식물을 심도록 했어요. 서큐랜드는 행사장에 식물 디자이너를 파견해 남녀노소 모두가 식물 심기를 즐길 수 있도록 도왔죠. 



ⓒ서큐랜드


서큐랜드는 직원들의 협동심을 기르는 사내 교육 프로그램도 제공해요. 대표적인 사례는 구글 타이완의 팀 빌딩 이벤트예요. 2020년부터 3년 연속 서큐랜드의 전문가들을 초청해 직원들이 도자기 화분을 만드는 활동을 하고 있죠. 흔히 사내 교육 프로그램에서 볼 수 있는 강의, 전시회 관람이나 운동회 같은 야외 활동, 명상 수업이 아니라 좀 의아할 거예요.


하지만 도자기를 반죽하는 행위는 인간의 유구한 역사를 담고 있어요. 동서양에서 오랜 시간 인간의 창의성이 발휘된 다양한 기록을 갖고 있죠. 구글은 흙덩어리가 나만의 창작물로 변신하는 과정이 구글러들에게 새로운 영감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 거예요. 또한 중간중간 강사가 팀 미션을 내리면서 팀워크와 추억도 다질 수 있고요. 서큐랜드는 현재 대만의 모든 도시에서 기업 워크숍을 실시하고 있어요. 지금까지 100개 이상의 테마 코스 시리즈를 개설했고, 참여 인원은 1만명이 넘어가죠.



실물 매장을 생기있게 활용하는 법

이처럼 서큐랜드는 다육 식물을 판매하고, 맞춤형 선물을 기획하며, 기업용 명절 선물과 B2B 식목 활동을 지원해요. 그렇다면 다안 시웨이의 작은 골목에 위치한 작은 매장. 이곳에선 대체 어떤 일이 벌어지는 걸까요? 마지막으로 매장을 탐방해도록 할게요. 테라스에 늘어선 선인장 뒤로 천장부터 바닥까지 내려오는 기다란 창이 보이죠? 이건 시즌별로 테마를 바꾸는 ‘테마 창’이에요. 



ⓒ서큐랜드



ⓒ서큐랜드


여름에는 멕시코에서 영감을 받아 햇살을 즐기면서 선글라스를 끼고 기타를 치는 선인장을 등장시키고요. 타코를 상징하는 옐로우, 칠리를 상징하는 레드, 바다빛깔 형광 블루를 디자인에 녹여내요. 매장 안에선 중남미의 열정적인 음악이 울려퍼지죠. 밤이 선선해지는 9월에는 말린 꽃 재료로 커다란 리스를 만들고 가을의 색으로 가득찬 다육 식물을 데코레이션 하고요.



앞선 구글, 아우디뿐만 아니라 BCG, 마이크로소프트, 라인 등 기업 고객 맞춤으로 제작한 제품을 매장에서 볼 수 있어요. ⓒ시티호퍼스



ⓒ시티호퍼스



ⓒ시티호퍼스


내부 공간의 쓰임은 알뜰해요. 5개 구역에 식물을 적절히 배치해놓았거든요. 식물 조명으로 100가지 이상의 다육이가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했고, 각 식물의 캐비닛에는 전용 탱크 및 배수를 설계했어요. 중간에 있는 멀티미디어는 전용 특수 토양을 전시한 거예요. 서큐랜드가 수년간의 실험 끝에 공식화한 환기와 배수, 수분 유지 기능을 갖춘 토양이죠. 뭐가 뭔지 잘 모르는 고객들을 위해 ‘실내 식물을 위한 토양’과 ‘다육 식물을 위한 토양’ 등을 구분해 온라인에서도 쉽게 구매할 수 있도록 했어요.



전용 탱크 및 배수 시설 ⓒ시티호퍼스



ⓒ시티호퍼스



특수 토양을 전시한 멀티미디어 ⓒ시티호퍼스


서큐랜드에선 12명의 직원을 식물 디자이너라고 불러요. 그만큼 식물에 전문적인 지식을 보유해 맞춤형 상담을 해줄 수 있죠. 서큐랜드는 직원의 전문성을 계속 향상시키기 위해 여행을 자주 권하고, 식물을 사랑하는 아트 디렉터 등을 채용하기도 해요. 더 진정성 있는 서비스를 위해 직원의 삶을 고객의 삶과 일치시키는 거예요.



VIP 라운지 공간 ⓒ시티호퍼스


지금까지 살펴본 것이 매장의 한 구역이라면요. 나머지 절반을 차지하는 한 구역은 VIP 라운지예요. 단일 거래에서 1만 5,000위안(약 67만 5,000원) 이상 지출하면 VIP가 돼요. 6개월 이내 사용할 수 있는 400위안(약 18,000원) 크레딧이 제공되고 매장을 방문하면 월 1회 650위안(약 3만원)어치에 해당하는 다육 식물을 선물로 제공하죠. VIP만을 위한 수많은 비공개 강연도 혜택 중 하나예요. 


VIP제는 물론 더 높은 소비를 끌어내기 위한 것이지만요. 원예에 대한 일반인의 지식 수준을 향상시키려는 목적도 있어요.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더 건강하고 행복한 그린 라이프를 즐길 수 있도록 말이에요.



매일 당신을 격려하는 마음으로

서큐랜드의 홈페이지는 ‘다육 식물 101’이라 할 수 있어요. 다양한 다육이를 소개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이 소개법도 평범하지가 않아요. 식물 디자이너가 쓴 글과 사진을 읽고 있자면 관심 없던 투박한 다육이가 집안에 들이고 싶은 사랑스러운 식물로 느껴지죠.



ⓒ서큐랜드


이 다육이는 ‘매일 당신을 격려하는 식물’이에요. 물론 진짜 그렇다는 건 아니고 서큐랜드의 설명에 따르면요. 잎사귀 하나하나 팔을 뻗친 모습이 엄지손가락을 치켜드는 SNS의 ‘좋아요’를 닮아보여서, 이런 이름을 지었대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화분을 옮겨 심는 방법과 정보를 제공하죠. 식물 하나에도 진심과 의미를 담아 소개하니, 정말로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는 것만 같아요.


서큐랜드의 또 다른 수익 모델은 공간 조경이에요. 고객의 요구에 따라 가정용 또는 프레젠테이션, 백화점, 전시회, 결혼식, VIP 행사 같은 상업용 조경을 도맡아 하죠. 선물이란 키워드 안에서 세심한 서비스를 선보였던 것과 같이, 사람의 손길이 많이 필요하지 않은 정원 식물을 제안하는 등 고객의 니즈를 맞춰줘요. 하지만 이 과정에서 서큐랜드가 강조하는 게 하나 더 있어요. 식물의 니즈를 무시해선 안 된다는 거예요.



신광 미츠코시 백화점 ⓒ서큐랜드


대만의 실내 공간은 자연 채광이 부족해 식물에게 그리 이롭지 못한 환경을 갖춘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서큐랜드는 실내 조경을 할 때, 각 환경에 맞는 다육 식물을 매칭하고 자체 개발한 인공 조명을 사용해요. 서큐랜드가 생각하는 조경이란 식물과 사람, 식물과 공간의 조화로운 관계예요. 공간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과 동시에 식물을 괴롭게 해서는 안 되며, 사람의 편의성과 감성을 확보하는 것이 이들이 추구하는 조경이죠.



타이베이의 마지 스퀘어에 구현한 도심 속 정글 ⓒ서큐랜드


유로우 서큐랜드는 ‘Succulent(즙이 많은)’와 ‘낙원(Land)’을 합성해 만든 이름이에요. 그 앞에 붙은 ‘有肉(유로우)’는 ‘고기’를 뜻하죠. 다육이의 낙원에 고기라니, 무슨 관계가 있나 싶지만요, 고기가 사람에게 성장과 영양을 뜻하듯이, 서큐랜드가 돌보는 다육이들은 이렇게 8년째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어요. 


그리고 성장하는 것은 다육이뿐만이 아니에요. 다육이 덕에 더 풍부하고 촉촉한 삶을 경험하게 된 서큐랜드의 고객들도 마찬가지죠. 사만다가 번아웃을 겪은 후 다육 식물을 통해 삶을 변화시킨 것처럼, 이런 변화가 더 많은 도시인에게 뿌리내리길 서큐랜드는 진심으로 응원하고 있어요.




Reference

 유로우 서큐랜드 공식 웹사이트

 專訪「有肉 SUCCULAND」共同創辦人李佩臻——打造一間與街區、城市共融的植物店, 林品蓁, Shopping Design

 【種一盆多肉盆栽,把壞心情都治癒】「有肉」手作體驗課程,照顧植物同時也療癒自己, VidaOrange 生活報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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