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매출 3위의 증류주 제조업체 산토리. 산토리는 위스키뿐 아니라 맥주, 비알콜 음료 등 50개가 넘는 음료 브랜드를 가지고 있는 거대 기업이에요. 1923년, 일본 최초의 몰트 위스키 증류소 ‘야마자키 증류소’를 만들며 일본 위스키 역사를 시작했죠. 그래서 지난 2023년은 산토리가 위스키 역사를 쓰게 된 지 100주년이 되던 해였어요.
100주년을 맞아 초호화 캐스팅을 시도했어요. 키아누 리브스가 출연하고, 영화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를 만든 소피아 코폴라 감독이 연출한 광고 영상과 다큐멘터리를 공개했거든요. 그렇게 산토리는 ‘할리우드가 사랑하는 위스키’로 거듭났어요. 유서 깊은 헤리티지가 현지의 크리에이터들과 만나 가능한 일이었죠.
하지만 산토리가 헤리티지와 프리미엄으로 승부 본다고 생각하면 오산이에요. 산토리는 ‘가슴을 울리는 사람다운 마케팅’을 계속해왔거든요. 이런 마케팅 활동을 통해, 산토리의 제품을 ‘일상 속 소중함’으로 포지셔닝하고 있죠. 그렇다면 100년 넘은 역사를 자랑하는 산토리는 어떻게 일상을 품으면서 고객들과 마음에 다가서는 걸까요?
산토리 미리보기
• #1. 3D 프린팅으로 주류에 크리에이티브를 더하다
• #2. 산토리가 요식업계와 파트너십을 맺는 법
• #3. 프리미엄 맥주를 일상 속 에피소드로 풀어내다
• 소외되는 제품도 유쾌하게 알린다
키아누 리브스가 술집들이 모여 있는 일본의 한 뒷골목을 걷습니다. 그리고는 한 바의 문을 열고 들어서죠. 그는 히비키 한 잔을 받고, 동석인들과 건배합니다. 배경 음악으로는 Joan Jett & The Blackhearts의 Crimson And Clover가 흐릅니다. 미국의 5인조 록 밴드 Tommy James & The Shondells의 대 히트곡이 원곡이죠.
분위기 있게 위스키를 마시는 키아누 리브스의 뒤를 이어, 화려하게 뒤엉킨 비디오 아트가 시작됩니다. 터지는 폭죽, 일본의 네온사인 가득한 거리, 꽃잎을 틔우는 꽃들. 여기서 눈에 띄는 것은 산토리의 위스키에 관련된 소스들이에요. 산토리 위스키를 마시고 있는 위인들, 양조장, 역대 산토리 광고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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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에 들어간 키아누 리브스가 술을 마시는 건 이해가 되는데, 갑자기 산토리 위스키 관련된 소스들이 나오는 이유는 뭘까요? 이 영상은 키아누 리브스 주연의 영화가 아니라, 일본 양조 회사 산토리 홀딩스 주식회사의 일본 위스키 100주년 광고 영상이기 때문이에요. 배우로 키아누 리브스를 섭외하고, 감독은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로 유명한 소피아 코폴라가 맡았죠.
이 짧은 영상은 다큐멘터리 시리즈로도 이어졌어요. 조화를 뜻하는 일본의 ‘와(和)’ 문화, 장인 정신을 뜻하는 ‘모노즈쿠리’ 문화, 환대 문화인 ‘오모테나시’에 대해 키아누 리브스가 직접 양조장 등을 찾아다니며 탐구하는 내용이죠.
기업 광고에 할리우드 스타와 감독을 섭외할 수 있었던 이유는, 산토리의 헤리티지에 있어요. 산토리의 역사는 1899년 토리이 신지로가 오사카에 매장을 오픈하며 시작됩니다. 이후 1923년, 일본 최초의 몰트 위스키 증류소 ‘야마자키 증류소’를 교토 외각에 짓고, 1929년 일본 최초 싱글몰트 위스키 ‘산토리’를 출시하면서 지금껏 그 명성을 유지하고 있죠. 무디스 투자자 서비스에 따르면, 산토리는 세계 매출 3위의 증류주 제조업체예요.
실제로 키아누 리브스는 1992년에도 산토리 광고에 출연한 적이 있어요. 소피아 코폴라 감독의 아버지, 프란시스 코폴라 감독 역시 1980년 산토리 위스키 광고에 출연했고요. 제작진에게도 산토리와 엮인 역사가 있는 거예요. 헤리티지를 또다른 방식으로 증명하죠.
사실, 산토리는 100주년 광고 외에도 유명 마케팅 사례가 여럿 있어요. 100년 넘은 위스키의 대가 산토리가 현재의 소비자들과 소통하는 마케팅 방식을 함께 살펴볼게요.
#1. 3D 프린팅으로 주류에 크리에이티브를 더하다
산토리의 마케티에서 대표적 사례로 꼽히는 캠페인이 있어요. 바로 3D 프린팅을 이용한 두 가지 캠페인이죠. 하나는 2014년 진행한 ‘3D 온 더 록스(3D on the Rocks)’, 그리고 또 하나는 2016년 진행한 ‘DNA 글래스(DNA Glass)’예요. 두 캠페인은 모두 일본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관심을 받았어요. 3D 프린팅이라는 소재로, 술에 크리에이티브를 넣었기 때문이에요.
2014년. 무려 10년 전이에요. 당시 비즈니스의 큰 이슈 중 하나는 3D 프린팅의 도입이었죠. 산토리는 그 신기술을 획기적인 방법으로 활용해요. 3D 프린팅을 활용해 위스키의 ‘온더락(On the Rocks)’ 문화에 크리에이티브를 더한 거예요.
위스키를 마시는 방법은 보통 두 가지예요. 온더락과 스트레이트. 스트레이트는 얇고 긴 위스키 전용 잔에 얼음 없이 위스키를 그대로 마시는 방식이라면, 온더락은 얼음이 든 잔에 위스키를 마시는 방법이에요. 얼음이 녹으면서 위스키의 온도, 도수가 낮아져 부드럽고 가볍게 마시기에 좋죠.
온더락으로 위스키를 마실 때는 일반적인 각얼음이 아닌 아이스볼을 주로 사용해요. 아이스볼이 녹는 속도가 느려서, 천천히 마시는 위스키에 적합하기 때문인데요. 산토리는 이 점을 활용해 3D 프린팅으로 조각 작품과 같은 아이스볼을 만들어냈어요.
심지어 소비자가 원하는 모양으로 얼음을 가공했죠. 전용 홈페이지를 만들어, 소비자가 원하는 3D 데이터를 보내면 특별 제작된 CNC 라우터(조각기)가 그 데이터를 활용해 얼음을 조각해요. 각 얼음은 홈페이지에 업로드 되었고요. 캠페인을 진행한 에이전시 TBWA\Hakuhodo는 도쿄에 팝업 바를 오픈해 팬들이 직접 자신이 제작을 맡긴 아이스 큐브로 위스키를 즐길 수 있도록 했죠.
2014년 당시, 위스키는 ‘시대에 뒤떨어진 음료’라는 선입견이 있었어요. 산토리는 이 선입견을 깨기 위해 일부러 신기술을 활용해 젊은 소비층을 끌어들였죠. 3D 온 더 록스는 2014년 칸 어워드 디렉터 부문 동상을 수상하며, 업계에서도 인정 받은 대표적인 산토리의 마케팅 사례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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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프린팅을 활용한 또 다른 사례, ‘DNA 글래스’는 3D 프린팅으로 ‘잔’을 개인 맞춤화했어요. 이번엔 위스키가 아니라 맥주를 위한 캠페인이었죠. 참고로 산토리는 위스키로 시작해, 1963년 맥주에 진출하고, 1980년대 청량 음료에도 진출하며, 현재는 50개가 넘는 주류·음료 브랜드를 가지고 있는 종합 음료 기업이에요.
3D 온 더 록스가 ‘촌스러운 술’이라는 위스키에 대한 오명을 벗기 위한 캠페인이었다면, 반대로 DNA 글래스는 맥주 애호가들을 타깃한 캠페인이었어요. 바에 가면 모든 맥주 맛을 봐야 직성이 풀리는 매니아들은, 그들만을 위한 맞춤 컵도 필요하리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단순히 컵을 제작해주는 건 아쉬워요. 그래서 산토리는 소비자의 DNA를 분석해, 그 DNA에 맞는 컵을 만들었어요. 참가자가 타액 샘플을 우편으로 보내면, 산토리는 알코올 내성, 쓴맛에 대한 민감도와 같은 맥주와 관련된 DNA 요소들을 특정한 모양이 되도록 알고리즘화 했어요. 이에 맞는 맥주 잔을 3D 프린팅으로 제작해 보냈어요. 가령, 알코올 내성은 유리 입구의 크기, 쓴맛에 대한 민감도는 유리 기둥의 두께 등으로 반영했죠.
맞춤 제작된 맥주 잔은 고유한 DNA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실제로 사용자가 맥주를 마실 때 더 맛을 잘 느낄 수 있도록 도움을 줘요. 맥주 매니아라면, 이 DNA 글래스가 정말 필요하다고 느낄 만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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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산토리가 요식업계와 파트너십을 맺는 법
주류가 꽃피지 못했던 시기가 있었다면, 아무래도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이겠죠. 모여서 건배하고 떠드는 문화가 팬데믹 동안엔 몸을 숨겨야 했어요. 주류 업계보다 더 위기는 바로 요식업, 특히 작은 술집이나 음식점을 운영하는 소상공인이었죠. 2021년에 일본 이자카야의 매출은 42% 감소했을 정도였어요.
산토리는 이 기간 동안 어떻게든 매출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대신, 정반대의 마케팅을 펼쳤어요. 지역 가게들에 무료로 포스터를 배급하고, 만나서 술을 마시지 못한다면 우리 기억 속 늘 함께였던 술을 기억하라는 캠페인을 진행했거든요. ‘인생에는 음식점이 있다’가 그 주인공이에요. 이 캠페인은 2021년 아사히 광고상 광고주 참여 부문에서 최고상과, 도쿄 카피라이터스 클럽이 주최하는 TCC 2022에서 그랑프리를 획득하며 일본의 2022년을 대표하는 광고가 됐어요.
함께 CM 영상을 볼까요? 일본의 배우 요시타카 유리코가 내레이션을 이어가요. “그 장소는 신기한 곳이다. 그곳에선 말하지 못했던 속마음을 말하기도 한다. 몰랐던 자신의 마음을 만나기도 한다. 별거 아닌 이야기로 눈물이 날 정도로 웃기도 한다. (…)”
나긋나긋한 내레이션 뒤에는 일본의 록 밴드 THE BLUE HEARTS의 음악이 깔리죠. 그리고 영상 속에는, 23개의 영화 속 식당에서 술과 음식을 먹는 장면이 이어져요. <사랑과 불꽃놀이와 관람차>, <마더 워터>, <나기마치> 등의 영화가 실렸죠. 영화 속 사람들은 음식을 먹고, 술을 마시면서,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해요. “신기한 힘이 그 자리에는 있다. 그렇게 떠들썩한데 모두의 목소리가 들린다. 오늘도 또 웃고 말해줘. 인생에는 음식점이 있다.”
영상만 봐도 음식점이 우리 인생에 얼마나 중요한 위치에 있는지 알게 되죠? 이 CM을 제작하기 위해 에이전시 덴츠 크리에이티브 X(크로스) 제작 팀은 약 5,000편의 영화를 감상하고, 명작 영화를 꼽아서 음식 장면만 수없이 돌려봤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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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이어, 2023년에는 애니메이션 15편에서 음식과 술을 먹는 장면을 모아 새로운 CM을 공개했어요. 제목은 ‘인간이 있는 장소’였죠. 내레이션은 여전히 요시타카 유리코가 맡았고, 영상 속에는 <루팡 3세>, <공각기동대>, <아따맘마> 등의 애니메이션이 실렸어요.
이런 식으로 현대의 콘텐츠를 통해 음식점의 의미를 일깨워주는 ‘인생에는 음식점이 있다’ 캠페인은 ‘인간이 있는 장소’까지 총 5편의 CM을 제작하면서, 3년 동안 계속됐죠. 이 캠페인의 중요한 점은, ‘인생에는 음식점이 있다’라는 메시지 하나로 전국의 음식점이 뭉칠 수 있었단 거예요. 산토리는 캠페인의 포스터와 스티커 등을 전국 5만개 술집, 음식점에 배포했죠.
캠페인의 카피를 담당한 덴츠의 쿠리타 마사토시는 ‘인생에는 음식점이 있다’를 통해 알 수 있는 ‘산토리다움’에 대해서 이렇게 정의내렸어요.
“이번 카피에서는 ‘인생’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만, 이 말은 너무 거대한 말이라 카피로는 잘 사용하지 않죠. 하지만 산토리라면 이 말의 무게를 짊어질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산토리의 상품이 어떻게 인생에 자리매김했는지, 산토리의 광고에서 늘 고민해온 역사가 있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상품이 맛있다는 게 아니라, 그 맛있음에 의해서 누구를 어떻게 웃게 할 것인지요. 이런 의식이 있기 때문에 인생이란 말을 단순히 ‘예쁜 말’이 아닌 리얼리티와 공감을 가진 말로 전할 수 있었습니다.”
-닛케이 크로스 트렌드 인터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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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프리미엄 맥주를 일상 속 에피소드로 풀어내다
‘사람’과 ‘인생’이라는 단어가 주를 이루는 만큼, ‘인생에는 음식점이 있다’ 캠페인은 ‘사람 냄새 나는’ 캠페인이라고 말할 수 있어요. 이처럼 최근 들어서 산토리의 마케팅은 이런 식으로 좀 더 일상과, 생활과 가까워지고 있죠. 고급 위스키를 만들며 몸집을 키운 기업이지만, 이제는 시선을 대중으로 돌려 일상을 살아가는 소비자들과 눈 맞추는 거예요.
또 다른 예시가 프리미엄 몰츠의 웹 동영상 캠페인이에요. 프리미엄 몰츠는 일본 프리미엄 맥주 판매량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산토리의 프리미엄 맥주예요. 2003년 발매 이후, 중후하고 고급스러운 이미지로 포지셔닝 됐죠. 그랬던 프리미엄 몰츠가 돌연, 2023년 짧은 웹 동영상을 개시했는데, 그 내용은 기존의 고급스러운 이미지와는 달랐어요. 육아를 하는 아버지들의 모습을 담은, 그야말로 생활에 밀접한 일상의 영상이었기 때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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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속에는 유치원 등원을 시키는 아빠의 모습, 놀이터에서 아이를 놀아주는 아빠의 모습, 그러다 다른 아빠와 눈이 마주쳐 머쓱해하는 모습 등이 담겼어요. 마지막에 ‘육퇴’를 한 아빠와 엄마는 시원하게 프리미엄 몰츠 한 잔을 마시죠. 제목은 ‘무언의 아버지’. 해당 영상은 공개 두 달 만에 유튜브 조회수 약 200만회를 기록하면서 네티즌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어요.
이에 이어서 2024년 2월에는 음주에 관련해 사내 선배와의 갈등을 그린 ‘술자리에 초대하는 무드는 지나친 문제’ 편을, 3월에는 ‘깨달은 일인’ 편을 SNS를 중심으로 공개했죠.
‘술자리에 초대하는 무드는 지나친 문제’의 배경은 회사예요. 선배는 후배를 술자리에 초대하고 싶어하죠. 하지만 워낙 딱딱해진 선후배 문화. 혹시 불편하게 만드는 건 아닐지 며칠 내내 고민합니다. 그러다 결국 용기를 내서 후배에게 제안하고, 둘은 좋은 분위기 속에서 프리미엄 몰츠 잔을 건배합니다. 이 영상은 공개한 지 약 한 달 만에 X(구 트위터)에서 4,800개 이상의 리포스트, 1.6만 이상의 좋아요를 받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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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최근 공개된 ‘깨달은 일인’은 아무도 모르는 한 사람의 호의에 대해서 다룹니다. 영상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길에 떨어져 있는 아기 신발을 주워두거나, 모두가 내린 엘리베이터에서 닫기 버튼을 누르거나, 회의에서 나온 음료를 남기지 않고 마시는 등 남들 눈에 띄지 않지만 자신만은 알고 있는 호의적인 행동을 계속합니다. 그리고 그 보상으로 귀가하며 프리미엄 몰츠를 사가죠.
프리미엄 몰츠는 웹 동영상 시리즈를 만든 뒤로, SNS에서의 언급이 소비재 평균보다 약 3배 높아졌다고 해요. 일상 속 작은 행복을 다룬 영상들은 대중에게 공감을 얻기 충분했던 거예요.
하지만 의문은 사라지지 않아요. 왜 프리미엄을 강조하던 프리미엄 몰츠가 일상을 조명하기 시작했을까요? 2019년 프리미엄 몰츠의 담당이 된 산토리 마케팅 본부 이오타케 유우키는 “시대의 변화와 함께 프리미엄이 포착되는 방법도 바뀌고 있다”고 느꼈대요.
“코로나로 인해 일하는 방식은 리모트 워크가 일반화됐죠. 생활 속에서 나 자신, 그리고 가족과 마주하는 시간이 길어졌어요. 그러면서 진짜 풍요로움이 뭔지 생각하게 됐죠. 고급스러운 것을 그냥 즐기는 게 아니라, 풍요로운 시간을 스스로 만들어내야 한다는 마인드가 생겨났어요.”
-닛케이 크로스 트렌드 인터뷰에서
결국, 프리미엄 몰츠가 내세우고자 한 메시지는 ‘일상 속에서 스스로 만들어내는 고급스러움’이었어요. 이에 맞춰 대규모 리뉴얼도 진행했죠. 10년 넘게 내세웠던 ‘금요일은 프리몰의 날’이라는 슬로건도 ‘주말의 포상’으로 바꿨어요. 기존에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일한 후, 금요일 밤의 동행자로 프리미엄 몰츠를 선택하라는 메시지였다면, 꼭 금요일에 바쁜 일이 모두 끝나는 건 아니라는 현시대의 가치관을 반영해 ‘주말의 포상’이란 메시지를 선정한 거예요.
산토리는 이런 생활 측면의 가치관을 소비자 인터뷰를 통해 수집해요. 연간 300명을 모집해 1인당 30~40분의 인터뷰를 진행하는데, 그 과정에서 산토리는 ‘워크 라이프 액티브’라는 라이프스타일이라는 인사이트를 얻었죠.
“최근에는 일, 가사, 육아 할 것 없이 워크도 라이프도 노력하고 있는 ‘워크 라이프 액티브’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들은 매일 필사적으로 노력하지만, 목표를 달성하기엔 어려운 환경인 것도 현실이죠. 그래서 프리몰의 날을 금요일로 한정하는 게 아니라 금요일 저녁부터 일요일 저녁까지의 ‘주말’로 설정해 ‘프리몰로 보상합시다’라는 의미를 주고 싶었습니다.”
-이오타케 유우키, 닛케이 크로스 트렌드 인터뷰에서
프리미엄 몰츠는 타깃 소비자를 ‘워크 라이프 액티브’를 살아가는 30~40대 대중으로 설정했어요. 2024년의 태그라인은 ‘좋은 날, 프리몰’이죠. “2024년 프리몰의 목표는 매일의 생활 속에서 작은 행복에 다가가는 보상 맥주이며, 조금이라도 좋은 일이 있을 때 프리몰을 마시는 기회를 만들고 싶다”고, 프리미엄 몰츠를 담당하는 산토리 선전부의 스기모토 마사스케는 말했어요. 결국, 하루하루를 열심히 산 일상 속 보상이 프리미엄 그 자체라는 게, 리뉴얼된 프리미엄 몰츠의 가치관인 거예요.
소외되는 제품도 유쾌하게 알린다
소비자에게 직접 신청을 받아 원하는 얼음과 맥주 잔을 제작한 3D 프린팅 캠페인, 음식점에 모이지 못하던 시기에도 음식점의 소중함을 기억하게 한 ‘인생에는 음식점이 있다’, 진짜 프리미엄은 우리의 일상 속에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 프리미엄 몰트의 웹 동영상. 산토리의 마케팅에는 어딘가 마음을 울리는 지점이 있어요. 산토리의 광고가 우리는 이 일상을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라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에요.
산토리의 인간적인 시선은 사람만을 향한 게 아니에요. 심지어 이들은 자사 제품들에도 인격을 부여해 이들을 응원해요. 많은 사람들이 산토리는 주류만 취급하는 기업이라고 알고 있지만, 산토리가 소유 중인 전 세계의 비알콜 음료 브랜드만 20개예요. 브랜드가 많으니, 당연히 그 중 잘 팔리는 제품과 더딘 제품이 있겠죠.
산토리는 판매가 더디거나 인지도가 낮은 제품 9개를 모아 ‘산토리 마이너즈’ 그룹을 만들었어요. 실제로 무명 아이돌 그룹처럼 음료 브랜드를 캐릭터화시키고, SNS에 포스터를 올려서 팬들을 응원하게 만들었어요. 캠페인은 한 달 동안 진행됐죠.
포스터 속에서 산토리 마이너즈는 일본의 대표 커피인 산토리의 커피 브랜드 “BOSS씨가 부럽”다며 투덜대기도 하고, “마이너지만 열심히 하겠습니다!” 포부를 알리기도 하죠. 각 음료마다 설명도 재미있어요. ‘POP 메론소다’는 자신을 “노래방에 있는 그거”라고, ‘마운틴 듀’는 “해외에서는 의외로 인기! (…) 은근히 레어 상품이니까 자판기에서 봤을 때는 사줘! 꼭! 부탁해!”라고 자신을 소개해요.
ⓒSun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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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뒤, 산토리 마이너즈는 캠페인에 참여해준 팬들에게 감사 편지를 써요. “’내 안에서는 다 메이저급이에요.’ 여러분의 댓글에 눈물이 멈추지 않았어요. 옛날에 우리를 마셔주고 추억에 젖어준 사람, 최근에 알게 된 사람, 이번에 처음 마셔본 사람… 넘치는 사랑을 느꼈어요. 마이너즈 그룹 활동은 이것으로 끝이지만 앞으로도 남녀노소 모두에게 사랑받는 음료가 될게요.”
산토리 마이너즈와 팬들의 소통은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요. 어떻게 보면 산토리 마이너즈 캠페인은 “우리 잘 안 팔리니까 사줘” 대놓고 부추기는 마케팅이에요. 하지만 음료를 향한 인간다운 시선, 음료와 팬들의 대화를 통해 휴머니티를 만들어냈죠.
이렇듯 산토리는 일본 위스키의 100년 역사를 만든 뼈대 있는 기업임과 동시에, 현시대에 함께 살아가고 있는 일상 속 브랜드예요. 산토리의 마케팅은 따뜻한 시선으로 그 사실을 계속해서 상기시키죠. 앞으로도 산토리의 마음 따뜻한 마케팅이 계속된다면, 산토리는 100년, 200년을 넘어 우리 곁에 계속해서 상징적으로 남을 거예요.
Reference
Hand Over Your DNA, Receive Custom Beer Glass, Core77
サントリー「人生には、飲食店がいる。」に学ぶ、言葉の選び方, 日経 X TREND
プレモル「飲みに誘うのムズすぎ問題」 共感呼ぶWeb動画の裏側,日経 X TR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