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미국 스타벅스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기획했어요. 커피에 맥주를 섞어보자는 거였어요. 그런데 스타벅스는 의외의 수제 맥주 브랜드를 선택했어요. 시애틀에 자리한 미국의 유서깊은 양조장들을 모두 제치고, 당시 겨우 3년밖에 안 된 대만의 로컬 맥주 브랜드 ‘타이후 브루잉(이하 타이후)’과 협업했죠.
미국인들에게는 생소했지만, 당시 타이후는 이미 대만에 맥주의 신세계를 열어준 국민 브랜드였어요. 대만에서는 무더운 여름 갈증을 해소하는 정도에 그쳤던 맥주의 ‘용도’를 라이프스타일의 일부로 올려놓았거든요. 타이후의 시작은 미미했어요. 해외의 유명한 수제 맥주 브랜드 제품의 수입해서 대만에 소개했죠. 하지만 이내 이런 생각을 하게 돼요.
‘대만이 수제 맥주의 불모지라면, 우리가 전에 없던 수제 맥주의 신세계를 열어볼 수도 있지 않을까?’
이런 고민에서 출발한 타이후는 10년도 안 되서 대만에서 가장 유명한 맥주 브랜드로 우뚝 성장하는데요. 그 비결이 뭘까요?
타이후 브루잉 미리보기
• 스토리를 입은 디자인, 바텐딩을 만난 맥주
• 창의성을 뒷받침하는 양조 시스템
• 스타벅스와의 협업이 쏘아올린 공
• 컨셉에 따라 골라 가는 매장
• 이 수제 맥주 회사가 사랑을 실천하는 법
수제 맥주가 인기를 끌기 시작한 건 1980년대부터예요. 미국에서 소규모 독립 양조장들이 더 맛있고 개성있는 맥주를 만들면서 붐이 일었죠. 이른바 수제 맥주 혁명이었어요. 명실상부 미국 최고의 맥주를 가리는 행사인 ‘그레이트 아메리칸 비어 페스티벌’은 1982년 개최 당시엔 24개 양조장, 47개의 수제 맥주, 800명의 참가자로 출발했지만 이제는 매년 500개 양조장, 2,000개 이상의 맥주, 4만명이 참가할 정도로 발전했어요.
덩치가 커져 예전처럼 급진적이지는 않지만, 수제 맥주 시장은 여전히 성장 중이에요. 2021년 미국의 맥주 판매량이 전년 대비 1% 증가한 반면 수제 맥주 판매량은 8%나 증가했거든요. 총 매출액은 268억달러(35조 276억원)로 미국 전체 맥주 시장의 27%를 차지했어요.
미국에서도 유독 수제 맥주로 유명한 지역이 워싱턴 주예요. 80년대 수제 맥주 혁명을 이끌었던 선구자들이 워싱턴 주에 몰려 있었고, 대부분의 미국 홉은 아직도 이 지역에서 재배되고 있어서예요. 2008년에는 주정부가 소규모 양주 제조업자들이 면허를 쉽게 취득할 수 있도록 오래된 주류법을 개정해, 워싱턴 주는 최대 홉 맥주 생산지로서의 명성을 이어갔어요.
이 워싱턴 주 안에서 또 다시, 유독 수제 맥주의 중심으로 통하는 곳이 있어요. 시애틀이에요. 시애틀 안에만 20개의 양조장이 있는데 미국의 어느 도시보다도 많은 숫자예요. 시애틀의 양조장을 둘러보는 투어가 활성화돼 있을 정도죠. 그런데 사실 시애틀을 수제 맥주의 본고장보다는 ‘이것’의 본고장으로 알고 계신 분이 더 많을 거예요. 감이 오시나요? 1971년에 시애틀에서 첫 문을 열었던 스타벅스예요.
ⓒ스타벅스
스타벅스는 2016년에 ‘커피에 맥주를 섞어보자’는 아이디어를 기획했어요. 그러나 시애틀에 자리한 유서깊은 이웃 양조장들을 모두 제치고 스타벅스가 선택한 곳은, 겨우 3년밖에 안 된 대만의 로컬 맥주 브랜드 ‘타이후 브루잉(臺虎精釀)’이었어요. 미국 수제 맥주 매니아들은 고개를 갸웃했지만 1년 뒤 무릎을 탁 치게 돼요. 타이후가 개발한 커피 맥주가 기가 막히게 맛있었거든요.
미국인들에게는 생소했지만, 당시 타이후는 이미 대만에 맥주의 신세계를 열어준 국민 브랜드였어요. 대만에서는 무더운 여름 갈증을 해소하는 정도에 그쳤던 맥주의 ‘용도’를 라이프스타일의 일부로 올려놓았죠. 타이후는 사업 초기 미국과 일본의 유명 수제 맥주들을 수입했지만, 대만 토속 재료를 사용한 이색적인 캔맥주들을 내놓으며 점차 인지도를 쌓아갔어요.
ⓒ타이후 브루잉
맥주의 쓴맛을 어려워하는 대만 사람들을 공략해 달콤한 과일 맥주를 연이어 개발했는데 이게 히트였어요. 타이후는 ‘수제’라는 이름표를 떼고도 대만에서 가장 유명한 맥주 브랜드로 올라섰죠. 1년 동안 평균 36~48종의 맥주를 개발하는데, 이는 동종업계의 다른 브랜드가 1년 동안 개발하는 신제품보다 최소 3배 이상 많은 숫자예요.
그런데 과일이란 게 끝도 없이 존재하는 건 아니잖아요? 1년에 50여종의 맥주를 온통 과일로만 채운다면 곳간은 이미 바닥나고 말았을 거예요. 주구장창 과일 맥주를 출시해 이런 인기와 커리어를 얻은 게 아니란 뜻이었죠. 타이후는 20~30대 젊은 세대에게 엄청난 인기를 자랑하는데요, 그럴 만한 비결이 있었어요. 그 비결을 지금부터 하나하나 소개할게요.
스토리를 입은 디자인, 바텐딩을 만난 맥주
타이후의 로고는 호랑이에요. 호랑이는 대만의 민속 문화에 등장해 용감한 정신을 나타내죠. 그 대담한 정신을 본받으려 호랑이를 마스코트로 선택한 것도 있지만 타이후는 이를 ‘호기심 많은 고양이’라고 표현하기도 해요. 이런 엉뚱하고 창의적인 관점이 타이후를 정확하게 보여주는 정체성이에요.
ⓒ타이후 브루잉
2013년 맥주를 사랑하는 5명이 뭉쳤어요. 그 이듬해 타이베이 다안구에 ‘시핑룸’이라는 매장을 열고 외국에서 양질의 수제 맥주를 들여왔죠. 초반에는 잘 팔리지 않아 구매 품목의 30%를 폐기 처분해야 하기도 했지만, 타이후에게는 대만 소비자의 선호도를 알아볼 수 있는 수업료가 돼줬어요.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비즈니스를 업그레이드해 나가면서 타이후는 맥주 덕후들 사이에서 조용히 인기를 얻어요. 하지만 사업이 잘되는 것과 별개로, 창업자들에게는 어딘가 아쉬운 부분이 있었어요.
'해외에서 수제 맥주는 끊임없이 진화하며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는데 왜 우리는 친숙한 클래식에만 집중해야 할까? 우리도 수제 맥주의 정의를 바꿔볼 수 있지 않을까?'
후루중천지는 2017년 대만 디자인 베스트 100에 선정되고, 금귤 맥주는 제조 과정의 혁신성을 인정받아 수많은 국제 대회에서 수상해요. ⓒ타이후 브루잉
이 문제의식을 안고 있던 타이후는 2017년에 드디어 첫 번째 수제 맥주 시리즈 ‘후루중천지(葫中天地)’를 출시해요. 4가지 캔에 대만의 주요 도시인 타이베이, 타이둥, 타이중, 타이난의 풍경을 담아냈어요. 각각에 대도시에서 좇는 꿈, 어린 시절의 회상, 모험심, 느린 삶의 아름다움이라는 의미도 캔 디자인에 표현했죠. 컨셉만 부여한 게 아니라, 익숙한 독일식 밀과 IPA 맥주에 대만의 현지 식재료인 금귤, 맥아 등을 첨가해 고전과 혁신이 어우러지도록 했어요.
전남초녀산맥주 ⓒ타이후 브루잉
후루중천지에 이어 개발한 수제 맥주는 ‘전남초녀산맥주(餞男醋女酸啤酒)’였어요. 어느 날 창업자 중 한 명이 생강즙 토마토를 먹고는 토마토가 들어간 맥주를 만들어보고 싶다고 불쑥 말했어요. 별 기대도 뜻도 없이 툭 던져본 말인데 황이웨이 타이후 회장은 그럴듯하다고 생각했어요. 탕후루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설탕에 절인 토마토와 생강으로 맥주를 개발했죠. 그렇게 타이후의 베스트셀러 전남초녀산맥주가 탄생했어요.
즉흥적이고 캐주얼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신제품 개발은 계속돼요. 2019년에 황이웨이는 무작정 사내 바텐더에게 전화를 걸어 콜라 대신 맥주를 사용해 칵테일 맥주를 만들어보자고 제안했어요. 바텐더가 전통적인 롱아일랜드 칵테일에 변주를 줘서 음료를 만들어봤는데 맛이 생각보다 좋은 거예요. 베이스가 되는 맥주와 레몬수가 콜라의 진한 색을 연하게 만들어 언뜻 홍차처럼 보이자, 이 음료에 ‘롱아일랜드 아이스티’라는 이름을 붙였죠. 반응이 심상치 않았어요. 단숨에 타이후의 블록버스터 제품이 됐어요.
ⓒ타이후 브루잉
클래식 바텐딩을 맥주 양조 방식으로 재해석한 롱아일랜드 아이스티의 알코올 함량은 9.99%였어요. 타이후는 이를 시작으로 9.99 바텐더 시리즈를 계속 이어가요. 콜라를 크랜베리 즙으로 대체한 ‘롱비치 아이스티’, 테킬라, 오렌지, 피클, 콜라 등을 복분자주와 스프라이트로 바꾼 ‘하와이 아이스티’, 콜라 대신 브랜디를 채택한 ‘텍사스 아이스티’, 샴페인으로 만든 ‘베버리힐즈 아이스티’, 허니듀 멜론즙으로 완성한 ‘도쿄 블랙티’. 바텐딩과 맥주의 개념을 결합해 맥주의 신세계를 연 거예요.
전남초녀산맥주와 롱아일랜드 아이스티는 모두 대박을 터뜨렸어요. 이후 타이후는 소매점과 전문 탭룸만을 대상으로 하는 다른 수제 맥주 회사와 달리, 까르푸, 양대 편의점인 패밀리마트와 세븐일레븐, 각종 슈퍼마켓, 백화점 에스라이트 등과 긴밀히 협력하기 시작해요. 제품을 캔맥주로 만들어 가장 많은 대중과 만날 수 있는 곳에 납품한 것이죠.
에스라이트 신이점에 진열된 타이후 맥주 ⓒ시티호퍼스
이런 비즈니스 구조는 유통 채널과 타이후 둘 다에게 이득이 됐어요. 유통 채널은 다양한 소비자 수요를 충족시키고, 타이후는 막대한 판매 데이터를 얻을 수 있었거든요. 예를 들어 타이후는 한때 대추 맛 맥주를 만들고 싶었지만 유통 채널에서 목이버섯, 대추와 같은 보양식 음료는 잘 팔리지 않으니 제고해보라는 조언을 해줬어요. 이들은 단순한 유통 채널이 아니라, 타이후의 독창적이고 자유로운 아이디어가 뜬구름으로 끝나지 않고 성공의 지름길로 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길라잡이가 되어 주었죠.
창의성을 뒷받침하는 양조 시스템
타이후의 이색적인 제품은 끝도 없이 쏟아져요. 몇 가지를 더 볼게요. 다양한 파트너와 콜라보레이션을 하는데 그중에는 뮤지션도 있었어요. 대만의 밴드 Fire EX와 협력해 콘서트용 굿즈 맥주를 만들었죠. 밴드의 컨셉인 불에서 영감을 받아 맥주 탭을 소화기 모양으로 만들기도 했어요.
ⓒ타이후 브루잉
그뿐 아니에요. 야구와 맥주는 최고의 파트너죠? 2019년에는 대만 프로야구 창단 30주념을 기념해 4개 프로야구 팀과 맥주를 만들었어요. 각 팀의 마스코트를 주인공으로 넣어 팬심을 저격했죠. 그런가 하면, 롱아일랜드 아이스티 맥주의 번외 버전으로 앤디 워홀의 대자(the Godson of Andy Warhol) 이자 현대 팝아트의 거장인 필립 콜버트의 아트를 새겨넣어 한정판 제품을 만들기도 했어요.
ⓒ타이후 브루잉
ⓒ타이후 브루잉
또한 맥주의 맛과 형태도 평범함을 피해가요. 타이후는 쪽파, 땅콩, 찹쌀, 만두피를 사용해 고기만두 맛이 나는 맥주를 만들고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과 협업해 인삼 맥주를 출시했어요. 대만 전통 과자인 파인애플 팬케이크, 대만 유명 식재료인 훈제 매실, 귤껍질, 구아바 같은 특이한 첨가물들을 맥주에 넣어 화제를 모으기도 했죠.
ⓒ타이후 브루잉
이건 또 뭐냐면요, 일명 짜먹는 쭈쭈바 맥주예요. 롱아일랜드 아이스티를 짜먹는 펜슬류 형태의 주류 아이스 캔디로 만든 거죠. 이렇게 지난 2017년부터 타이후가 개발한 맥주는 1년에 평균 36~48종, 시장에 출시한 신제품 개수만 100개가 넘어요. 1년에 12개의 신제품을 개발하는 동종업계와 비교하면 3배 이상 빠르게 개발이 이뤄지고 있어요.
ⓒ타이후 브루잉
이렇게 많은 맥주를 어떻게 다 생산하냐고요? 타이후는 자체 상품을 출시하기 1년 전인 2016년에 R&D ‘타이후 랩’을 설립했어요. 그 후 제철 공장을 인수해 대량 생산 양조장을 또 하나 만들었죠. 타이후 랩에서 가장 창의적인 맥주를 고안하면서, 대형 양조장에서는 자동화 설비를 동원해 맥주를 빠르게 생산하는 시스템을 완성한 거예요. 타이후는 한 달에 60만캔, 연간 720만캔의 맥주를 생산하지만, 공장은 약 20명의 직원만으로 돌아가요. 이 생산량은 매년 2배씩 증가하고 있어요.
그렇다면 이 많은 새로운 기획의 아이디어는 어디서 나오는 걸까요? 타이후 사내 앱에는 직원들의 희망사항을 들어주는 게시판이 있어요. 여기서 180명의 직원은 본인의 아이디어도 자유롭게 내지만, 주변 지인들, 즉 일반 소비자들의 요구사항을 들고와 참신한 제안을 하기도 해요. 타이후 내부에 지속적인 혁신의 원동력이 숨어있는 것이죠. 그래서 타이후는 대량 생산 때문에 맛을 단순화하는 법이 결코 없어요. 오히려 대량 생산과 과학은 타이후의 창의성을 뒷받침해주는 도구예요.
스타벅스와의 협업이 쏘아올린 공
2017년에 타이후는 스타벅스를 위해 6종의 맥주를 개발했어요. 케냐 커피에 자몽을 섞은 홉 에일, 과테말라 커피가 들어간 흑맥주, 바닐라 크림과 커피가 들어간 에일, 티바나의 히비스커스와 레몬그라스 차에 에일을 섞은 맥주 등이었는데요. 3개월치 재고가 2주만에 다 팔렸죠. 이걸 계기로 타이후는 창의성을 인정받고, 다른 브랜드와도 독점 파트너십을 구축하게 돼요.
‘자스민 그린티 파인 맥주’는 현재 에바항공 라운지와 비즈니스 클래스에서만 제공돼요. ⓒ타이후 브루잉
2018년에는 대만 에바항공 독점의 ‘자스민 그린티 파인 맥주’를 개발했어요. 아시아에서 인기가 좋은 자스민과 녹차를 골든 에일에 주입했죠. 그 결과 차와 에일의 풍미가 완벽하게 균형을 이루는 레이어드 맥주가 탄생했어요.
타이완 프리미어 우롱 수제 맥주 ⓒ타이후 브루잉
뒤이어 타이후는 리젠트 호텔 그룹을 위한 맥주도 만드는데요. 대만산 우롱차 찻잎을 와인 바디에 주입해, 병을 열 때 독특한 차 향이 피어오르도록 했어요. 이 ‘프리미어 우롱 수제 맥주’는 맥주업계의 오스카상이라고 불리는 WBA(World Beer Award)’에서 2019년 허브 앤 스파이스 하이브리드 맥주 부문을 수상해요. 현재는 리젠트 그룹의 객실과 산하 레스토랑뿐만 아니라 기념품 숍에서도 구할 수 있죠.
이처럼 스타벅스와의 협업이 쏘아올린 공이 타이후에게는 성장의 불씨가 되어준 거예요. 게다가 대외적으로 대만을 대표하는 브랜드라는 이미지까지 더해져 탄탄한 비즈니스적 도약을 이루게 되었죠. 그리고 이제부터 타이후는 자체 매장에도 본격적으로 창의적 정신을 불어넣기 시작해요.
컨셉에 따라 골라 가는 매장
다안 시핑룸 ⓒ타이후 브루잉
대만에는 7개의 타이후 매장이 있는데요. 이름도 컨셉도 각각 달라요. 2014년, 다안에 시핑룸을 열었을 당시엔 타이후 자체 맥주가 없었어요. 외국 수입 맥주를 팔다가, 전남초녀산맥주와 9.99 바텐더 시리즈가 초대박을 내면서 2019년 리뉴얼을 했죠. 현재 다안 시핑룸에선 24개의 탭을 볼 수 있고, 클럽과 같은 힙한 분위기, 각종 MD 상품 등을 구경할 수 있어요.
보데가 ⓒ타이후 브루잉
하지만 지하로 내려가면 전혀 다른 스타일의 공간이 나타나요. 스페인어로 ‘포도주를 파는 식료품점’을 뜻하는 ‘보데가(Bodega)’예요. 롱아일랜드 아이스트가 탄생한 바로 그곳이죠. 이름 그대로 다양한 칵테일을 맛볼 수 있고, 다소 시끄러운 1층과 달리 조용한 분위기에서 술을 음미할 수 있어요.
랜드마크 신이 ⓒ시티호퍼스
‘랜드마크 신이(啜飲室Landmark)’는 야외에 자리잡은 스탠딩 바예요. 백화점과 쇼핑몰이 몰려 있는 브리즈 신이 광장에, 거리를 따라 스탠딩 테이블이 죽 늘어서 있죠. 늦은 밤까지 음악 소리가 울리고 근처 벤치나 통로에 자유롭게 서있는 사람들을 볼 수 있어요. 모든 스태프는 씨서론 맥주 소믈리에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어 전문적인 설명도 들을 수 있고요.
ⓒ시티호퍼스
ⓒ시티호퍼스
랜드마크 옆에는 타이후가 운영하는 피자 가게 ‘NSFW’가 있어요. 랜드마크의 맥주를 NSFW 자리에 앉아 먹을 순 없지만, 반대로 야외로 피자를 들고나갈 순 있어, 길거리에서 피맥을 즐기는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어요.
타이후 교자 바 ⓒ시티호퍼스
ⓒ시티호퍼스
ⓒ시티호퍼스
가장 최근 오픈한 매장은 타이후 ‘교자 바(居餃屋)’예요. 옛 타이베이 경찰 간부들의 숙소에서 라이프스타일 테마파크로 탈바꿈한 ‘롱진 타임 라이프 파크’에 들어서 있죠. 롱진 타임 라이프 파크에 자리한 건물들의 특징은 일본식 목조 양식이 두드러진다는 점이에요. 건물이 지어진 시기가 일본이 대만을 식민 지배했던 시기와 겹치거든요. 그래서 타이후 교자 바도 옛 일본식 가옥과 이자카야의 요소가 공존하고 있어요. 시그니처 메뉴는 단연 일본식 교자고요. 일본식 카레, 반찬과 주류도 타이후 맥주뿐만 아니라 하이볼, 매실주, 일본 소주 등을 즐길 수 있어요.
ⓒ시티호퍼스
‘에어스트림(露飲車 Airstream)’은 타이후가 1981년식 복고풍 캠핑카를 이동식 수제 맥주 체험실로 개조한 팝업 차량이에요. 타이베이, 타이중 등 대만 곳곳을 찾아가는 움직이는 매장이죠. 차가 곧 탭룸이 되니 임대료의 부담 없이 훌륭한 홍보 수단이 되어줘요.
에어스트림 ⓒ타이후 브루잉
타이후의 주요 수입은 시핑룸, 보데가, 랜드마크 등 자체 운영 바에서 나오고 있어요. 2017년 기준으로 각 점포의 월 추정 매출액은 150만위안(약 7,000만원), 연매출액은 보수적으로 잡아도 6천만위안(약 27억원)이었어요. 이후 타이후 수제 맥주들이 연이어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고, 다양한 유통 채널에 공급됐을 뿐만 아니라, 매장도 도쿄를 포함해 3곳 더 확장했으니 현재 타이후의 매출은 기하급수적으로 뛰었을 것이라 예상해볼 수 있어요.
이 수제 맥주 회사가 사랑을 실천하는 법
타이후에게 술은 ‘모두와 무언가를 나누는 것’이에요. 그들은 이 무언가를 ‘사회에 대한 사랑과 환원’으로 정의하죠. 그래서 사회적 이슈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기를 주저하지 않아요. 예컨대 새로운 맥주의 개발에서도 그래요. 남녀평등 이슈에 주목해 '사랑은 라벨이 없다(Love No Label)’ 시리즈를 개발하거나 9.99 바텐더 시리즈에 ‘워터멜론 솔티독’을 추가해요. 전통 칵테일인 솔티독에 수박과 자몽 주스를 첨가한 이 신제품의 경우엔, 출시 이후 두달 동안 판매액의 5%를 동물보호단체에 기부했어요.
Love No Label ⓒ타이후 브루잉
2017년에 오픈한 ‘드리프트우드 시먼딩(Driftwood 西門町)’은 해양 환경 문제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는 매장이에요. 수백 개의 연안 쓰레기와 서핑 물품을 인테리어로 활용했거든요. 매장 곳곳을 재활용 어망, 플라스틱 및 나일론 백으로 꾸몄죠. 예술이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해양 오염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높이기 위해 바닷가 근처의 시먼딩이라는 위치, 공간 자체를 활용한 거예요.
드리프트우드 시먼딩 ⓒ타이후 브루잉
ⓒ타이후 브루잉
그러나 사람들이 이런 의도를 굳이 알 필요는 없어요. 드리프트우드는 이국적인 정취가 가득해 그냥 바다에서 술을 마시고 휴가를 보내는 듯한, 기분 좋은 느낌을 받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볼만한 매력이 있죠. 사랑은 라벨이 없다도 워터멜론 솔티독도, 타이후는 맥주를 통해 애써 메시지를 주입하려고 노력하지 않아요. 가벼운 마음으로 즐기면 그만이죠. 그것만으로 소비자는 사회에 대한 사랑을 실천하는 셈이니까요.
대만 현지 식재료를 사용한 이색적인 수제 맥주. 스포츠, 아티스트, 뮤지션과 협업한 수제 맥주. 자체 매장을 넘어 편의점과 기념품 숍에서도 만날 수 있는 수제 맥주. 글로벌 커피 브랜드와 호텔, 항공사가 선택한 수제 맥주.
겨우 10년밖에 안 된 이 회사는 대만에서 볼모지와도 같았던 수제 맥주 시장을 열고, 수제 맥주를 다양한 상황에서 마실 수 있는 대중적인 음료로 만들었어요. 그리고 여전히 수제 맥주가 사람들의 삶에 울려퍼지도록 혁신이라는 종을 울리고 있죠. 대만을 여행한다면 어느 곳을 가든 타이후의 호랑이, 아니 호기심 많은 고양이가 포효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거예요.
Reference
• Craft Beer Boom Slows, But Still Grows, Louis Biscotti, Forbes
• Where To Find Washington’s Great Craft Breweries, Gary Stoller, Forbes
• 從傳統精釀到調酒系啤酒遍地開花!「臺虎精釀」用 7 年時間讓人見識台灣精釀啤酒的無限可能, Daniel Hsu, GQ
• Why Is This Taiwanese Brewery So in Demand?, Sunny Wu, CommonWealth Magaz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