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에 맞게’ 대신 ‘나에게 맞게’, 시니어 비즈니스의 성공 조건

더뉴그레이

2024.06.26

‘시니어 BTS’라고 불리는 아저씨들이 있어요. ‘아저씨즈’예요. 이 아저씨들은 골목길에서 유행하는 틱톡 챌린지를 찍기도 하고, 마치 패션쇼를 하듯 길거리를 거닐기도 합니다. 누가 볼까 싶지만, 이들이 나온 숏폼 영상은 틱톡에서 누적 조회수 1억회를 넘었죠.


이토록 인기인 아저씨즈는 어떻게 등장하게 됐을까요? 아저씨들이 자발적으로 모여서 우연히 만들어진 팀이 아니라, 시니어 콘텐츠 미디어 회사 더뉴그레이에서 기획한 시니어 인플루언서예요. 단순히 나이든 사람들의 콘텐츠를 만든다고 생각하면 오산. 더뉴그레이는 시니어가 사회에 있을 자리를 만드는 일을 합니다.


더뉴그레이는 아저씨즈 이전에도, 메이크오버 프로젝트를 통해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어요. 뉴발란스, 카카오 등 다수의 기업들과 협업도 했죠. 이 프로젝트를 통해 우리가 흔히 아는 아주머니, 아저씨들은 그야말로 모델 같은 모습이 됐어요. 그렇다면 시니어를 새로운 모습으로, 이들의 세상을 새롭게 만드는 회사인 뉴그레이가 바라보는 시니어 비즈니스의 핵심은 무엇일까요?


더뉴그레이 미리보기

 #1. 몰개성화의 시대, 한국의 닉 우스터를 꿈꾸다

 #2. 한끗을 비튼 콘텐츠, ‘아저씨즈’가 잘될 수밖에 없는 이유

 #3. 시니어의 숨어 있는 진정성과 개성을 깨우는 일

 더뉴그레이, 브랜드가 되다




장정의 아저씨 여섯 명이 골목길에서 유행하는 틱톡 댄스를 춥니다. 아저씨들의 춤을 누가볼까 싶지만, 해당 영상은 인스타그램에서만 조회수 1,000만이 넘죠. 이들의 틱톡 누적 조회수는 1억 뷰가 넘고요. 댓글에서는 ‘이렇게 늙고 싶다’는 이야기와 함께, ‘아저씨즈’ ‘시니어 BTS’ 같은 별명이 붙습니다.


이 아저씨 인플루언서를 기획하고, 만든 곳은 ‘더뉴그레이’예요. 더뉴그레이는 2018년 시작한 시니어 콘텐츠 미디어 회사입니다. 말 그대로 평균 50대 후반의 시니어들을 모으고, 그들을 교육하고, 그들과 함께 콘텐츠를 만들면서 커나가고 있는 스타트업이에요.


더뉴그레이는 단순히 시니어를 스타일링해서 멋지게 보이도록 만드는 일만 하는 게 아닙니다. 그들이 더뉴그레이의 품을 벗어나서도, 실제로 사회 속에서 존재감을 찾도록 돕죠. 인스타그램 팔로워 8.6만명에 달하는 ‘라이크 은순(허은순)’ 같은 시니어 인플루언서가 더뉴그레이 출신이에요.


“’자립’은 제가 믿는 철학의 핵심입니다. 이는 단순한 독립을 넘어서, 우리 시니어들이 삶의 질을 높이는 방식입니다. 제가 추구하는 것은 우리가 스스로의 삶을 주도하며, 새로운 기회와 도전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것입니다.”

-권정현 더뉴그레이 대표, 공식 홈페이지


더뉴그레이를 만든 권정현 대표는 2014년부터 지금까지, 10년 동안 시니어 비즈니스에 몸담았습니다. 그가 처음 시니어 비즈니스를 시작했던 나이는 20대 중반이었죠. 젊은 감각으로 시니어를 이끌고, ‘저렇게 늙고 싶다’는 여론을 만드는 사람. 그가 걸어온 길, 그리고 갈수록 주목 받는 시니어 업계 이야기가 궁금했습니다. 


ⓒ더뉴그레이



#1. 몰개성화의 시대, 한국의 닉 우스터를 꿈꾸다


10년 동안 업계에 몸담고 있었지만, 권정현 대표는 두 번이나 실패를 경험했습니다. 그가 2014년 처음 창업한 회사는 ‘헬로우젠틀’이라는 시니어 모델 MCN이었어요. 그는 시니어 모델 한 명을 키워, 쇼핑몰도 만들고 카페도 운영했죠. 하지만 4년 만에 문을 닫아야 했어요.


“결국 제가 멍청해서였어요. 매출이 나오지 않는 구조에서, 정부지원금만으로 사업을 유지하고 있었던 게 큰 문제였죠. 하지만 확신은 있었어요. 이 아이템은 반드시 먹힌다. 아이템이 문제가 아니라, 내 실력이 부족했을 뿐이다.”


사실 권 대표는 명문대를 졸업하고 대기업에 입사했던 ‘엘리트 코스’ 출신이에요. 사업에 대해 모르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었죠. 그 스스로 “공부만 했던 사람”이라고 말했으니까요. 그런데 어쩌다 돌연 20대 중반의 나이로 창업을 결심하게 됐을까요?


“인턴을 할 때였어요. 어느 날 회사에서, 점심시간이 되자 구내식당에 가려고 에스컬레이터에 길게 늘어선 줄을 봤어요. 그게 마치 컨베이어 벨트 같더라고요. 왜 다들 이렇게 똑같이 살까? 왜 PPT를 만들 때는 똑같은 폰트만 써야 할까? 한 마디로 몰개성화였죠.”


몰개성화된 생활이 싫었던 권 대표는 인턴 기간에 회사를 뛰쳐나옵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패션을 좋아하는, 개성을 추구하는 사람이었거든요. 사업 아이템 역시 지인이 “너는 늙어서도 닉 우스터처럼 입고 다닐 거 같아”라고 하는 말을 듣고 떠올렸어요. 한국에도 닉 우스터 같은 ‘간지 나는 아저씨’를 만들고 싶다는 게 처음 아이디어였어요. 그러면서도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었죠. 이 또한 계기가 있었어요. 


“대학생 때 과외를 많이 했어요. 어느 날, 가정 환경이 어려운 친구들이 모여서 공부하는 공부방에 수업을 갔어요. 수업은 즐겁게 끝났는데, 관리 선생님이 그러시더라고요. 애들이 제 가방 보고 상처 받았다고요. 그때 제가 MCM의 백팩을 매고 있었는데, ‘저 선생님은 저희를 돈벌이로 보는 것 같다’고 했죠. 그때 처음 알았어요. 내가 겉만 번지르르하게 꾸미는 게 누군가에겐 상처가 될 수도 있겠구나.”


그렇다면 역으로 ‘꾸미는 일을 통해, 세상을 좀더 이롭게 만들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래서 창업 전부터 패션과 사회적 기업이라는 테마를 마음 속에 품고 있었죠. 시니어를 멋진 모델로 만드는 일 역시 결과적으로 시니어들에게 좋은 사회를 만들 수 있으리라 생각했어요. 


권 대표는 생각을 실행으로 옮겼어요. 한 카페에서 바리스타로 일하던 중년을 섭외해, 직접 스타일링을 하고 홈쇼핑을 열었거든요. 한국에 나와 있는 모든 남성 패션지를 찾아 읽고, 동대문 업계의 ‘블랙 바이블’을 공부하면서 옷을 사입했죠. 특히 감도가 높은 사회적 기업이라는 이미지 덕에, 정부 지원 사업에 응모할 때마다 당선됐습니다.


하지만 헬로우젠틀은 카페 사업이 고꾸라지면서 2018년 문을 닫습니다. 권 대표는 다시 회사에 취직했지만, 3~4개월도 안 있어 금방 다시 같은 영역에서 사업의 문을 열었습니다. 그게 지금의 ‘더뉴그레이’예요.


“헬로우젠틀의 모델 같은 분들을 더 많이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무엇보다 모델 분의 인생이 바뀌는 걸 실제로 봤으니까요. 오랜 친구들에게 ‘너 맞지?’ 하면서 연락이 오기도 하고, 지나가다가 알아보는 분들도 계셨죠. 내 욕심을 조금 내려놓고, 사업 자금을 아껴가면서 조금씩 키워가면 분명 통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시티호퍼스



#2. 한끗을 비튼 콘텐츠, ‘아저씨즈’가 잘될 수밖에 없는 이유


더뉴그레이의 출발이 된 프로젝트는 ‘메이크오버’입니다. 중년의 아저씨, 아주머니를 모아서 그들을 스타일링하고 새로운 옷을 입히고 한 마디로 ‘변신’시키는 콘텐츠였죠. 초기에는 팀원들의 지인들, 어머니 아버지를 모시고 테스트를 했어요. 이후에는 클라우드 펀딩을 통해 참여자를 모집했고요. 다만, 권 대표는 스타일리스트도, 크리에이터도 아니었어요. 그런데 어떻게 이 모든 걸 혼자 할 수 있었을까요?


권 대표는 모든 일을 스스로 공부하고, 습득합니다. 영상 제작의 경우도 유튜브를 보고, 강의를 들으면서 공부했죠. 스타일링도 마찬가지예요.


“헬로우젠틀을 운영했던 시절 남성 패션지를 다 읽고 나니 스타일링이라는 게 간단하게 보였어요. 특히 시니어 스타일링은, 기본으로 돌아가기만 하면 되거든요. 그냥 옥스포드 셔츠에 청바지. 이게 다예요. 젊은 사람들은 이 기본이 대부분 되어 있어서 오히려 스타일링이 까다롭죠.”


ⓒ더뉴그레이


지금도 권 대표는 대부분의 스타일링을 직접 합니다.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해요.


“전문 스타일리스트들은 일반인을 입혀본 경험이 별로 없어요. 뭘 입혀도 잘 어울릴 스타들을 상대하기 때문에, 스타일리스트가 좀 더 과감을 시도를 할 수 있죠. 하지만 일반인, 게다가 시니어를 입히는 일은 대중적이어야 하고, 익숙해야 해요. 그래서 오히려 스타일리스트들이 더뉴그레이에 의뢰를 해오는 경우도 종종 있죠.


또 하나는, 소통 문제입니다. 저는 이 소통 때문에 외주가 어렵다고 생각해요. 시니어를 상대하려면 ‘손주는 잘 있냐’, ‘아들 장가는 보냈냐’ 같은 스몰 토크가 가능해야 하거든요. 그 간단한 대화만 있어도 시니어들은 금방 정을 주세요. 평소에 젊은 사람이 언제 말을 걸어주겠어요.”


권 대표는 어린 시절부터 시니어들과의 소통 경험을 키워왔습니다. 고물상을 했던 이모네 집에서 지냈던 시기가 있었죠. 꼬마였던 권 대표에게 어르신들은 막걸리도 나눠주고, 사랑도 나눠주면서 다가갔습니다. 그 경험이 노하우가 되어 권 대표가 시니어와 보다 가까워지도록 만들었죠.


메이크오버 프로젝트는 뉴발란스, BMW, 카카오 등과 협업하며 점점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광고는 매출에도 도움이 됐지만, 더 큰 성과가 있었어요. 더뉴그레이가 사회에 존재해야 하는 의의를 만들어주었거든요. 


ⓒ더뉴그레이


ⓒ더뉴그레이


“국가보훈처와 협업으로 국가유공자 어르신들을 메이크오버했을 때였어요. 국가유공자라고는 하지만, 집안에서는 다 똑같은 할아버지거든요. ‘내가 전쟁 나갔을 때…’ 이 얘기를 하루 종일 듣고 있는다고 생각해보세요. 지겹죠. 그런데 프로젝트가 끝나자 가족 분들에게서 연락이 왔어요. ‘이제 우리 할아버지가 좋아졌다’고요. 더뉴그레이는 시니어의 있을 자리를 만들기도 하지만, 반대로 시니어를 향한 사회의 시선을 바꿀 수도 있겠구나, 생각했어요.”


이대로 큰 꿈을 그렸던 권 대표는, 2020년 초 코로나19 펜데믹이 발생해 두 번째 실패를 맞이합니다. 메이크오버 프로젝트와 함께 오픈했던 바버샵이 문을 닫게 되면서요. 권 대표는 바버샵을 운영하면서 뽑았던 직원들도 정리하고 다시금 혼자가 됐습니다. 그리고 다짐하죠. ‘콘텐츠로 돌아가자’고요.


마침, ‘시니어 모델 대회 나가는데 도움을 달라’며 바버샵으로 찾아왔던 시니어 모델들을 돕고 있던 때였습니다. 그들을 스타일링하고, 사진과 영상을 찍어 콘텐츠화를 준비 중이었죠. 권 대표는 그들을 모아서 숏폼 콘텐츠 제작에 나섭니다. 콘텐츠는 순조롭게 바이럴을 탔고, 다시 한 번 더뉴그레이는 주목 받았습니다. 그 시작이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만 46만 명이 넘는 결과로 이어졌어요. 


‘시니어 BTS’라 불리는 ‘아저씨들’이 길거리에서 멋지게 차려입고 횡단보도를 건너는 영상, 틱톡에서 유행하는 춤을 같이 추는 영상, 딸뻘인 20대 직원과 엄마뻘인 50대 모델이 카페에서 장난 치는 영상… 더뉴그레이가 만드는 숏폼 콘텐츠의 조회수는 기본 1만회가 넘고 1,000만회까지 올라갑니다. 그렇다면 콘텐츠 제작자로서, 권 대표가 생각하는 ‘터지는 콘텐츠’의 기준은 뭘까요?


“뭐 하나만 제대로 비틀면 돼요. 형식을 비틀건 내용을 비틀건, 전에 없던 그림이 보이면 크리에이티브해 보이죠. 그래서 초기 컨셉이 가장 중요해요. 저희는 사실 컨셉 자체를 비틀어놨기 때문에 유행하는 챌린지 하나 따라해도 쉽게 눈길을 얻을 수 있어요. 시니어라는 인물 자체가 숏폼 콘텐츠 시장에서 비틀어진 컨셉이니까요.”


국가보훈처와의 협업. ⓒ더뉴그레이



#3. 시니어의 숨어 있는 진정성과 개성을 깨우는 일


권 대표가 ‘아저씨즈’를 기획할 때부터 모델들에게 늘상 해왔던 말이 있습니다. “다 각자 개인 계정을 키워라. 안 그러면 나만 독점할 거다.” 더뉴그레이의 목표는 시니어 모델로 회사를 키우는 데에서 나아가, 시니어 인플루언서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취지는 바람직하지만, 시니어를 설득하고 교육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 않을까요?


“어렵죠. 처음에는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고들 하세요. 그 분들이 개인 계정 만드는 걸 기다린 시간만 6개월이에요. 그런데 처음 한 두 명, 제 말을 믿고 따라와주시는 한 두 명만 있으면 다들 하세요. 그들이 잘되면 배가 아파서든, 의욕이 생겨서든. ‘권 대표가 말 안 되는 소리 한다’고 못 하시거든요.”


‘아저씨즈’의 성공 이후, “아저씨즈처럼 되고 싶다”며 더뉴그레이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2022년 여름, 더뉴그레이는 아카데미 개념의 시니어 클럽, ‘더뉴그레이 클럽’을 론칭했죠. 2024년 6월 기준, 현재 모집 중인 8기까지 하면 약 230명의 시니어가 더뉴그레이 클럽에 참여했습니다. 그 중에서는 인스타그램 팔로워 8.6만명의 ‘라이크 은순(허은순)’ 같은 인플루언서도 있죠.


더뉴그레이 클럽의 소개 문구에는 이렇게 쓰여 있습니다. “단순히 스마트폰 기능을 알려드리는 곳이 아닙니다. 기능 이상의 감각을 구현할 수 있는 사진, 영상, 패션 그리고 콘텐츠를 가르쳐드립니다.” 실제로 1단계 3개월, 2단계 3개월, 총 6개월의 과정 동안 더뉴그레이 클럽은 시니어 맞춤 콘텐츠 교육을 합니다. 구글 플레이에 접속해서, 앱을 까는 것까지가 1강입니다. 


ⓒ더뉴그레이


“더뉴그레이 클럽에 찾아오는 분들은 자신의 ‘존재감’을 되찾고 싶어하세요. 직장을 은퇴하고, 자식을 다 키우고 나면, 사회에 내가 있을 자리가 사라질까 두려운 분들이죠. 그래서 콘텐츠를 배우고 싶은데, 기존 콘텐츠 교육 시장은 모두 2030 타깃이거든요. 이 분들에게는 어렵죠. 그래서 저희는 앱스토어에 접속하는 것부터 가르쳐드려요.”


클럽에는 오랜 기간 과외를 하며 사업 자금을 마련해왔던 권 대표의 노하우도 들어가 있습니다. 기술적인 걸 마냥 가르치기보다, 한 번이라도 더 밖에 나가서 그들과 함께 직접 사진을 촬영하고 영상을 찍는 실습 위주로 활동이 많죠. 때로는 트렌드 콘텐츠를 함께 보고, 성수동에 함께 나들이를 가기도 합니다.


이런 활동을 두고 권 대표는 “젊은 취향을 주입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시니어는 취향과 트렌드에 닫혀 있다는 게 보통 사람들의 생각이죠.


“그건 편견이에요. 시니어들도 좋으면 좋은 거예요. 가령, 자식이 호캉스 한 번 시켜주면 그 다음에는 시키지 않아도 찾아서 하시거든요. 다만, 시니어는 디깅 능력, 서칭 능력이 낮아서 시야가 좁을 뿐이에요. 그 경험의 폭을 넓혀주기만 하면 돼요. 뉴진스 들어보시라고 하면 ‘싫다’고 인상을 찌푸리시지 않거든요. 더 나아가서, 젊은 사람들과 연결고리도 확장돼요. ‘우리 때는 조용필이 최고였는데, 이러이러해서 좋거든. 너는 뉴진스가 왜 좋니?’ 하면서요.”


놀라운 것은, 기술적인 면보다도 철학을 가르친다는 것입니다. 


“저희는 인스타그램 해시태그보다도 인간의 오욕칠정을 가르쳐요. 어떤 콘텐츠가 사람을 울리고, 감동을 주는지 가르치는 거죠. 콘텐츠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게 사실 그거거든요. 감정을 건드리는 것. 그래서 맨날 ‘힘들었던 이야기 해라’, ‘과거 상처에 대해 이야기 해라’ 말씀드리는데, 잘 안 되죠. 젊은 사람도 그런 이야기는 잘 못 하니까.”


그렇기 때문에 역설적이게도, 자포자기의 순간에 빵 터지는 콘텐츠가 탄생한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말만 하고 떠나자’고 맘 먹으면, 그 진정성이 보는 사람의 감정을 건드리는 것이죠. 


그렇게 배출된 시니어 인플루언서는 콘텐츠를 넘어 공동구매 등으로 비즈니스를 확장하고, 다시금 사회에 있을 자리를 찾습니다. 사실 인플루언서 시장의 성장률은 2030보다 시니어가 더 높다고 해요.


“시니어들은 인스타그램을 안 한다는 것도 오해예요. 특히 공동구매 시장은 4050의 성장률이 눈에 띄게 빨라지고 있어요. 진정성 때문이죠. 이제 벤츠 타는 거 올리는 20대는 보기 싫은 세상이 됐거든요. 반면, ‘진정성’ 하면 시니어잖아요. 이들은 진심이 너무 많아서 오히려 듣기 힘들 정도니까요. 이제 갓 대학 들어간 친구가 ‘공부하기 싫었다’고 얘기하는 것과, 중년 인플루언서가 ‘아이 키우면서 힘들었다’고 말하는 건, 무게 자체가 다르거든요.”


점점 ‘진정성’이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무기가 되고 있습니다. 시니어는 살아온 세월만큼은 그 누구에게도 지지 않죠. 진정성 역시 그렇게 쌓이고요. 


“시니어는 시작부터 콘텐츠의 깊이가 달라요. 심지어 살아온 세월이 길수록 개개인의 개성도 더 뚜렷해지거든요. 진정성과 개성이 이미 준비되어 있는 상태예요. 다만, 자기 자신을 드러내지 않았던 세대이기 때문에 그 개성이 잠들어 있죠. 그걸 깨워주고, 성실하기만 하면 무조건 돼요. 더뉴그레이를 거쳐서 지금 성공한 시니어 인플루언서들은 사실, 다 본인이 성실했기 때문에 잘된 거예요. 그들은 첫발을 도와줄 젊은 크리에이터, 디렉터를 만나기만 하면 돼요. 그 만남이 이루어지는 곳이 바로 더뉴그레이고요.”


ⓒ더뉴그레이



더뉴그레이, 브랜드가 되다


더뉴그레이는 최근 PB 패션 브랜드를 론칭했습니다. 2023년 11월에는 일본에 법인을 세우고, 뷰티 제품을 선두로 글로벌에 선보일 예정이죠. 미디어 회사에서 더 나아가 ‘브랜드’가 되고 있는 거예요. 더뉴그레이가 지향하는 브랜드의 핵심이 궁금했습니다.


“저희가 시니어에 더 잘 어울리는 옷을 파느냐 하면 아니거든요. 그냥 젊은 사람들이 입는 트레이닝복 세트, 로고 티셔츠, 그런 거 만들어요. 해보니까 결국 나이에 맞는 옷이란 없거든요. ‘나이에 맞게’보다는 ‘나에게 맞게’가 더 중요하죠. 그래서 ‘You:th’를 말하는 브랜드가 되고 싶어요. 가장 나다운 게, 가장 젊다는 의미예요.”


ⓒ더뉴그레이


‘존재감’을 위해서 더뉴그레이로 찾아오는 시니어들을 위해서도, 그리고 이 사회를 위해서도, 권 대표는 ‘시니어들이 일하는 세상’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가끔은 시니어들에게 강하게 말씀드려요. 형제 자매 여섯 명 되는데 자식은 둘뿐이지 않느냐. 자식들에게 부양 받으려고 생각하지 말아라. 이기적인 거다. 지금껏 고생하셨지만, 죄송하지만 앞으로 더 고생하셔라. 그게 그 분들이 사회에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거든요. 시니어가 자립해서 스스로의 자리를 찾아나서야 사회에 그들의 자리가 생기고, 세상이 그들을 반겨주죠.”


더뉴그레이는 시니어가 스스로 설 자리를 만들도록 돕습니다. 비슷한 맥락으로, 단절된 시니어와 젊은 층과의 소통 문제 역시 스스로가 스스로 노력해야 바꿀 수 있다고 합니다.


“젊은이들은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어른이 바뀌어야 해요. 저희 수강생 중에 어떤 분이 손주 돌잔치 때 영상 찍어서 브이로그로 만드셨어요. 그걸 보고 며느리가 우셨대요. 감사하다고. 어른들의 시야가 넓어지면, 자연스럽게 연결고리가 생기고, 소통으로 이어질 거예요. 우리는 그 시야를 넓히는 방법을 알려드릴 뿐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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