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바나나는 어떻게 도쿄 여행 선물의 대명사가 되었나?

도쿄 바나나

2022.11.11

일본에는 ‘오미야게’ 문화가 있어요. 여행이나 출장으로 방문한 타지에서 기념품이나 토산품을 사와 선물하는 풍습이에요. 가장 대표적인 오미야게 상품으로 꼽히는 건 과자. 선물용으로 구입하기에 가격이 아주 비싸지도, 너무 싸지도 않아서죠. 가격대야 종류나 개수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1,000~2,000엔(약 1~2만원)이면 한 상자를 무난하게 살 수 있어요. 


오미야게 과자들은 지역 특산물을 원료로 삼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야 지역의 특색이 담기니까요. 그런데 이런 상식을 깨고 일본의 대표적인 오미야게 과자가 된 브랜드가 있어요. 바로 ‘도쿄 바나나’예요. 도쿄 바나나는 바나나 퓌레와 바나나 페이스트가 들어간 스펀지케이크예요. 주원료가 바나나이지만, 바나나는 도쿄에서 생산된 과일이 아니죠. 그럼에도 도쿄 바나나는 도쿄를 대표하는 오미야게 과자로 자리잡았죠. 


그렇다면 도쿄 바나나는 어떻게 고정관념을 깨고 도쿄를 대표하는 오미야게가 된 걸까요? 도대체 공항에서 외국인들이 줄 서서 이 과자를 살 만큼 인기가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도쿄 바나나 미리보기

 #1. 제품 기획 - 지역성이 없으면 ‘시장성’에서 출발한다

 #2. 브랜드 네이밍 - 평범한 이름에 ‘뉘앙스’를 심는다

 #3. 패키지 디자인 - 직관적, 심미적, 지속적

 #4. 제품 구색 - 변형은 ‘희소성’을 높이는 만큼만

 시대의 흐름보다 ’업의 본질’을 따른다




일본에는 ‘오미야게’ 문화가 있다. 여행이나 출장으로 방문한 타지에서 기념품이나 토산품을 사와 선물하는 풍습이다. 가장 대표적인 오미야게 상품으로 꼽히는 게 과자다. 선물용으로 구입하기에 가격이 아주 비싸지도, 너무 싸지도 않아서다. 가격대야 종류나 개수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1,000~2,000엔(약 1~2만원)이면 한 상자를 무난하게 살 수 있다. 


더욱이 오미야게 과자는 대형마트나 편의점에서 손쉽게 살 수 있는 일반적인 과자와 다르다. 판매처가 지역 내 직영점, 백화점, 기차역, 공항 등으로 제한되어 있어 희소가치가 높다. 중량이 가볍고 부피가 비교적 작아 여러 개 사 들고 오기에 편리할뿐더러, 달콤한 맛과 향으로 상대방에게 좋은 인상까지 남긴다.


포장지에는 지역명이 표기된 경우가 많은데, 과자 이름에 지역명을 넣거나 포장지 한쪽에 OOO산, OOO명과 등을 따로 인쇄하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과자만 건네도 “오키나와 갔다 왔어?” 하는 식으로 자연스럽게 이야깃거리까지 생긴다. 오미야게 과자를 뜻하는 ‘오미야게카시’라는 단어가 따로 있기는 하다. 그렇지만 지역 명물 과자를 선물하는 것이 워낙 일반적이라 최근에는 ‘오미야게’하면 아예 과자를 뜻하는 말로 통할 정도다.


시장 규모도 이를 뒷받침한다. 일본 오미야게 시장 규모는 연간 약 2조 7,000억엔(약 27조원) 수준이다. 이 중 오미야게 과자 시장 규모만 약 9,400억엔(약 9조 4천억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미야게 시장에서 오미야게 과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34.9%인데, 화장품, 의약품 등을 제치고서 1위를 차지했다. 또한 일본 과자 시장 규모가 연간 3조 4,000억엔(약 34조원) 수준이니, 오미야게 과자는 일본 과자 시장의 3분의 1가량을 떠받치고 있는 셈이다.



Source: 네오마케팅


시장 규모가 큰 만큼 오미야게 과자의 종류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다. 그렇다면 이중에서 가장 인지도가 높은 오미야게 과자는 뭘까? 2017년에 마케팅 컨설턴트 기업인 네오마케팅이 발표한 오미야게 과자 인지도 조사에 따르면 1위는 삿포로의 ‘시로이 고이비토’다. 응답자의 87.1%가 알고 있다고 답했을 정도다. 이 리스트에서 또 하나 눈에 띄는 오미야게 과자를 꼽자면 5위를 차지한 도쿄의 ‘도쿄 바나나’다.



시로이 고이비토 ⓒISHIYA


이유는 2가지. 하나는 역사성. 상위권의 다른 오미야게 과자들이 짧게는 40여년, 길게는 300여년에 이르는 역사를 지닌 점을 고려하면 서른을 갓 넘긴 도쿄 바나나가 선전했음을 알 수 있다. 또다른 하나는 지역성. 보통의 경우 일본 오미야게 과자들은 지역 특산물을 원료로 삼는 경우가 많다. 반면 도쿄 바나나는 의문을 야기한다. 이 과자의 가장 중요한 원료인 바나나는 도쿄에서 생산된 과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도쿄 바나나는 이러한 불리함을 극복하고 어떻게 도쿄를 대표하는 오미야게가 된 걸까? 일본 오미야게 과자 인지도 조사에서 5위를 차지한 비결이 뭘까? 도대체 공항에서 외국인들이 줄 서서 이 과자를 살 만큼 인기가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1. 제품 기획 - 지역성이 없으면 ‘시장성’에서 출발한다

도쿄 바나나의 첫 번째 인기 비결. 바나나 퓌레와 바나나 페이스트가 들어간 커스터드 크림이다. 물론 인공색소도 들어가지만 인공색소만 넣어 모양만 그럴싸하게 만든 바나나맛 과자가 아니다. 진짜 바나나가 들어간다. 바나나 특유의 부드럽고 은은한 맛에 합성착향료가 더해져 달콤하고 향긋한 풍미가 만들어진다. 



ⓒTOKYO BANANA


그런데 왜 도쿄 오미야게 과자로 ‘바나나’를 떠올린 걸까? 잘 알려져 있듯 바나나는 열대, 아열대 지방에서 재배된다. 아시아에서는 태국, 필리핀 등이 주산지이며, 제주도에서도 재배되지만 생산량이 많지 않다. 일본에서는 오키나와 등 아열대 지역에서 일부 생산되는 정도다. 한여름에 도쿄가 살인적으로 덥고 습하기는 하지만 바나나가 생육하기에는 부적합한 환경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도쿄는 바나나와 별 연관성이 없다.


도쿄 바나나를 만든 회사인 ‘그레이프스톤’은 언론 등을 통해 도쿄 오미야게 과자로 ‘바나나 생과자’를 내놓은 이유를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도쿄 바나나가 출시된 1991년 당시, ‘도쿄’ 하면 딱히 떠오르는 오미야게 과자가 없었다. 정작 수도인 도쿄에서는 오미야게 과자 시장이 미비했던 것이다. 그레이프스톤은 출장 등으로 늘 다른 지방에서 방문하는 이들이 많을뿐더러 외국인 관광객이 늘고 있는 도쿄에서 오미야게 과자를 개발한다면 승산이 충분하다고 판단했던 모양이다.


문제는 도쿄를 상징하는 특산물이 없다는 점이었다. 대도시인 도쿄는 농축수산업이 아닌 상업, 금융업 등이 주요 산업이다. 오미야게 과자 원료로 내세울 만한 지역 생산품이 없었다. 이에 그레이프스톤은 발상을 전환해, 아예 일본 어디에서도 나지 않는 수입 원료를 내세우기로 한다. 그렇게 선택된 것이 바로 바나나,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수입 과일이었다.


일본은 20세기 초부터 타이완산 바나나를 수입해 먹었다. 1920년대에 바나나 소비가 급증하며 수입량도 대폭 늘었다. 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 중 대평양 무역로가 차단됨에 따라 바나나 수입량이 현저히 즐었고, 가격은 폭등했다. 이미 그 달콤한 맛에 빠진 일본인들에게 바나나는 그리움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 패전한 뒤에도 바나나는 일본 정부의 수입 통제 품목에 오르는 등 유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러다 1963년 바나나 수입 자유화가 결정된 뒤에야 다시 시장에 나왔다.


이런 역사가 있어서인지 일본인들에게 바나나는 가장 선호하는 과일로 꼽힌다. 특히 어린 시절 바나나 품귀 현상을 경험한 단카이 세대(1947~1949년생 베이비붐 세대)나 야케아토 세대(1935~1946년생)에게는 ‘귀한’ 과일로 남아 있다. 지금이야 과거 대비 바나나가 흔해지고 저렴해졌다. 그럼에도 일본인들의 바나나 탐닉은 여전하다.


일본바나나수입조합이 2016년 발표한 ‘바나나 및 과일 소비 동향 조사’에 따르면, 평소에 자주 먹는 과일을 묻는 항목(중복응답 가능)에서 바나나가 1위로 꼽혔다. 전체 응답자 중 무려 64%가 바나나를 즐겨 먹는다고 답했을 정도다. 2위 사과(51%), 3위 귤(33%)에 비해 상당히 높은 선호도다. 비단 일본에서만 인기 있는 것이 아니다. 바나나는 전 세계적으로 밀, 쌀, 옥수수에 이어 네 번째로 많이 수확되는 농작물이며, 1년에 무려 1,000억 개 이상이 소비된다. 도쿄 오미야게 과자로 생뚱맞아 보이는 바나나 생과자가 대박을 터뜨린 이유는 충분했다.



#2. 브랜드 네이밍 - 평범한 이름에 ‘뉘앙스’를 심는다

원래 이 과자의 공식 명칭은 ‘도쿄 바나나 ⌜발~견했닷⌟(도쿄 바나나 ⌜미~쓰케탓⌟)’이다. 사실 ‘미~쓰케탓’은 어법에 어긋나는 표현이다. ‘미쓰케타’로 쓰고 읽어야 맞지만, 발음을 살짝 바꿔 발랄한 어감을 살렸다. 무언가를 ‘찾았다!’는 반갑고 기쁜 감정도 실려 있다. 브랜드명이 워낙 길다 보니 줄여서 ‘도쿄 바나나’라고 부른다.  


그런데 이 이름에는 이상한 점이 한두 개가 아니다. 우선 바나나는 일본어로 ‘バナナ’라 표기해야 맞다. 일본어를 배워본 이들이라면 알 텐데, 외래어를 표기할 때는 히라가나가 아닌 가타카나 글자를 쓴다. 즉 바나나는 외래어이므로 가타카나로 ‘バナナ’라 쓰는 것이다. 그런데 이 오미야게 과자는 희한하게도 히라가나와 한자를 섞어 ‘ばな奈’라고 표기한다. 왜일까?


그레이프스톤은 이 기묘한 표기가 브랜드 네이밍 전략이었다고 밝힌다. 이들은 도쿄 오미야게 과자로 바나나 스펀지케이크를 개발한 뒤, 여기에 발랄하고 세련된 도쿄 소녀 이미지를 입히려 했다. 포장지에 그려진 바나나 일러스트에 리본이 달려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소녀 이미지에 걸맞게 브랜드명도 일본에서 여성 이름에 자주 사용되는 한자 ‘奈(나)’를 넣어 ‘ばな奈’로 표기했다. ‘나’는 일본에서 여성, 그중에서도 젊은 여성을 연상케 하는 글자다. 과거 일본 여성들의 이름은 ‘子(코)’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는데, 최근에는 ‘나’ 발음이 인기가 높다.



ⓒTOKYO BANANA


그렇다면 ‘ばな’는? 어째서 가타카나가 아닌 히라가나로 표기했을까? 가타카나로 표기하면 ‘バナ’ 인데, 이는 동글동글한 모양새가 눈에 띄는 ばな에 비해 다소 날카로운 인상을 준다. 히라가나가 흘려 쓴 듯 둥글게 휘어지는 곡선이 많다면, 가타카나는 대개 선이 쭉쭉 뻗은 모양새다. 스펀지케이크의 폭신폭신한 식감, 바나나의 은은한 맛과 향에는 부드러운 인상을 주는 히라가나가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을 법하다. 


또한 도쿄 바나나 뒤에 붙은 문장 ‘발~견했닷’도 도쿄 여자아이의 말투를 생생하게 재현하기 위한 표현이었다. 요컨대 ‘도쿄 바나나 ⌜발~견했닷⌟’은 소비자가 도쿄 바나나를 발랄한 소녀 이미지로 인식시킨다는 전략 아래 지어진 이름이었다.


무엇보다 특산물에 대한 기대감이 낮다는 도쿄의 약점을 보완하고자 ‘도쿄’를 브랜드명에 명시한 전략도 주효했다. 도쿄 바나나가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도쿄 향토과자로 또렷이 자리매김한 브랜드는 거의 없었다. ‘닌교야키(인형 모양의 풀빵)’정도가 다였다. 즉 도쿄의 아이덴티티가 담긴 오미야게 과자가 부족한 상황이었는데, 브랜드명에 지명을 표기함으로써 ‘도쿄 오미야게 과자’라는 새 시장을 연 것이다. 


앞서 말했듯 오미야게 과자의 가장 큰 목적은 ‘선물’이다. 도쿄라는 지명이 명기된 브랜드 이름은, 사는 사람으로서는 쉽게 집어들게 했고, 받는 사람으로서는 어느 지역 오미야게인지 곧장 알 수 있게 했다. 오미야게 과자를 선물하면 한두 마디라도 대화를 나누기 마련인데, 잘 알려진 지명이 적혀 있으면 아무래도 이야기하기가 수월해진다. 인지도 높은 한 나라의 수도인 만큼 자국민뿐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이 선물용으로 사 가기에도 딱 좋은 브랜드명인 것이다.


재밌는 점은 ‘바나나’를 가타카나가 아닌 히라가나에 한자를 섞어 표기하면서 상표권 등록까지 용이해졌다는 사실이다. 이와 관련해 일본의 한 지적재산권 전문 칼럼니스트이자 변리사는 만약 ‘도쿄 바나나’가 기존 표기법에 따라 ‘東京バナナ’로 상표 등록을 했다면 수많은 유사품이 쏟아져 나오는 상황을 피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バナナ는 일반명사이기 때문에 상표 등록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도쿄 바나나’는 독특한 표기 덕분에 고유명사로 인정받았고, 물론 그레이프스톤만의 상표로 등록됐다. 이로써 도쿄 바나나는 도쿄 오미야게 과자 브랜드로서 독자적인 가치를 확보할 수 있었다.



#3. 패키지 디자인 - 직관적, 심미적, 지속적

패키지 디자인은 중요하다. 소비자에게 브랜드 이미지를 분명하게 전달하는 역할을 할뿐더러 실제 구매에까지 영향력을 행사한다. 아직 제품을 직접 써보지 않은 소비자에게 제품에 대한 첫인상을 남기는 것도 패키지 디자인이다.


지금 같은 브랜드 시대에는 모든 상품이 그렇기 하지만, 오미야게 과자는 특히 포장이 중요하다. 상품의 특징과 함께 지역 특색을 담는 것은 물론, 일본 각지며 해외에서 찾아온 소비자를 사로잡도록 개성적이면서도 매력적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포장을 워낙 중시하다 보니 같은 상품이라도 선물용, 덕용* 등 패키지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기도 한다.

*가성비가 좋은 물건. 오미야게 업계에선 내용물은 같지만 포장을 간소화해 단가를 낮춘 상품을 의미한다.



ⓒTOKYO BANANA


도쿄 바나나 역시 감각적인 패키지 디자인으로 눈길을 사로잡는 오미야게 과자다. 오리지널 도쿄 바나나는 패키지에 바나나를 상징하는 노란색을 썼다. 채도가 높은 원색이 아니라 톤을 살짝 내린 연노란색이다. 산뜻한 색감으로 발랄한 소녀 이미지를 살리는 한편, 파스텔톤에 무광 포장지로 은은하면서도 깔끔한 인상을 준다. 무엇보다도 실크스크린 공판화처럼 디자인된 바나나 일러스트는 예술적인 느낌까지 전달한다.


놀랍게도 도쿄 바나나의 제품 및 패키지 디자인은 1991년 발매 이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제품을 개발하고 브랜드를 런칭하기까지 3년이나 걸렸으니 디자인에도 심사숙고했을 것이다. 발매 당시에는 브랜드 페르소나인 ‘도쿄 걸’ 이미지를 강조하고자 포장지에 단발머리를 한 젊은 여성의 흑백사진을 큼지막하게 박았다.


하지만 도쿄 바나나가 추구한 발랄하고 세련된 도쿄 걸의 브랜드 이미지가 확고해지면서 소녀 얼굴을 노골적으로 강조하던 흑백 사진은 슬그머니 사라져버렸다. 이를 제외하면 로고나 일러스트, 글씨체 등은 처음 모습 거의 그대로다. 외국인 관광객 구매량이 급증하면서 영어로 된 브랜드 설명문이 추가된 정도다. 바나나 실물을 본뜬 과자 디자인도 단순하지만 눈이 간다. 과자 재료를 직관적으로 전달하는 디자인이기도 한데, 한 손에 쏙 들어오는 통통한 몸체가 앙증맞다.


이처럼 디자인이 탁월한 오미야게 과자 브랜드가 탄생한 배경에는 그릇 가게에서 출발한 그레이프스톤이 있다. 예쁜 커피잔이나 디저트용 그릇을 만들던 곳이니 디자인의 중요성을 다른 누구보다 잘 알았을 터. 경험이 만들어낸 미적 감각이야 말할 것도 없다.


그레이프스톤은 디자인은 물론 과자 기획에서부터 제조, 판매, 홍보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외주 없이 직접 관리한다. 도쿄 바나나를 비롯한 모든 브랜드의 로고, 브로슈어, 패키지 등 제품 관련 디자인에 매장 실내디자인, 진열대 디자인 등 세부적인 부분까지 회사가 전담하는 것. 요컨대 그레이프스톤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이처럼 모든 디자인을 직접 관리하면 브랜드 통일성을 유지하기 쉽다. 이는 브랜드 이미지를 더 확고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브랜드 신뢰도를 높인다. 브랜드 확장 전략을 펼치기에 최적의 환경을 조성하는 셈이다.



#4. 제품 구색 - 변형은 ‘희소성’을 높이는 만큼만

일본 오미야게 과자업계에서도 인기 브랜드가 하나 나오면 서브 브랜드 과자를 꾸준히 선보인다. 그중에서도 도쿄 바나나의 브랜드 확장은 돋보인다. 도쿄 바나나 브랜드로 판매 중인 상품은 20여종에 달한다. 그동안 기간 한정으로 나왔던 상품까지 포함하면 그 종류는 훨씬 많아진다.


이들 서브 브랜드는 오리지널 도쿄 바나나의 기본 디자인 등 브랜드 컨셉은 동일하게 유지하되 맛, 향, 재료, 세부 디자인, 패키지를 조금씩 변형시킨 것이다. 그레이프스톤은 이 각각의 브랜드를 묶어 ‘도쿄 바나나 월드’라 칭한다. 브랜드 확장을 통한 패밀리 브랜드 전략이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다. 가뜩이나 판매처가 제한적인 과자인데, 일부 브랜드는 지정된 장소에서만 팔도록 해 희소가치를 더욱 높였다.


‘하늘을 나는 도쿄 바나나 꿀바나나맛, ⌜발~견했닷⌟’이 대표적이다. 이 과자는 도쿄 바나나에 꿀을 넣고 겉면에 꿀벌처럼 갈색 줄무늬를 그려 넣은 서브 브랜드 제품이다. ‘하늘을 나는’이란 수식어에 걸맞게 오직 하네다국제공항에서만 판매된다. 패키지에는 하늘로 날아오르는 비행기 그림을 넣었다. 꼭 도쿄 바나나와 함께 여행을 떠나라는 듯이.



ⓒTOKYO BANANA


이런 전략은 비단 공항만이 아니라 도쿄역 내 여러 매장에서도 볼 수 있다. 비슷비슷해 보이지만 각 매장에서 판매하는 상품 종류가 조금씩 다르다. 주력하는 서브 브랜드에 따라 상품 디스플레이는 물론, 가게의 인테리어도 달라진다.


가령 도쿄미타스 매장에서는 ‘도쿄 바나나 하트’를, 붉은 벽돌관에서는 ‘도쿄 바나나 팬더’를 메인으로 내세워 대대적인 홍보를 하고 있었다. 이 중 ‘도쿄 바나나 팬더’는 우에노 동물원에서 탄생한 팬더의 기념 과자라 처음에는 우에노역 매장에서만 판매하다가 나중에는 도쿄역, 도쿄 스카이트리 등 다른 매장에서도 판매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전히 판매처가 제한적이라 도쿄역만 해도 13개 매장 중 붉은 벽돌관을 포함해 단 3곳에서만 취급한다. 거꾸로 도쿄미타스 매장의 메인 상품인 도쿄 바나나 하트는 붉은 벽돌관에선 찾아볼 수 없다. 매장에 따라 취급하는 서브 브랜드를 달리해서 희소성을 높이는 동시에 팬들이 일부러 찾아가게끔 유도하는 것이다.



ⓒTOKYO BANANA



ⓒTOKYO BANANA


이 밖에도 바나나 모양 스펀지케이크에 맛과 무늬를 달리한 여러 서브 브랜드가 있다. 이들 가운데 초콜릿 바나나맛의 ‘도쿄 바나나 트리 초코 바나나맛, ⌜발~견했닷⌟’은 도쿄의 새 관광 명소로 떠오른 스카이트리 타워 매장에서만 판매된다. ‘한정’ 전략은 여러모로 호기심과 조바심을 자아낸다. 지금 여기서 사지 않으면 맛볼 수 없다는 조바심에 집어들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도쿄 바나나에 이미 호감을 갖고 있던 이들은 서브 브랜드에 대해서도 호감을 갖기 쉽다.



ⓒTOKYO BANANA


‘도쿄 바나나 카스테라 ⌜발~견했닷⌟’ 시리즈는 이름에서 보듯 스펀지케이크가 아니라 카스테라로 만든 과자다. 특유의 바나나 모양 디자인과 패키지 디자인 컨셉만 유지했다. 일반 카스테라와 메이플맛 두 종류가 있는데, 각각 도쿄역과 하네다국제공항에서만 판매된다. 여기에 독일식 케이크인 바움쿠헨, 브라우니, 랑그 드 샤 쿠키, 샌드형 쿠키, 팔미에, 와플 등 다양한 과자가 ‘도쿄 바나나’의 서브 브랜드로 팔리고 있다.



도쿄 바나나 카스테라 ⓒTOKYO BANANA



ⓒTOKYO BANANA


또한 도쿄 바나나의 브랜드 콜라보레이션도 눈에 띈다. 2017년 11월 그레이프스톤은 세계적인 초콜릿 브랜드 ‘킷캣’과의 합작 상품을 선보였다. 바로 ‘도쿄 바나나 킷캣에서 ⌜발~견했닷⌟’이다. 네슬레 일본 법인이 만들어 그레이프스톤에서 판매한다. 오리지널 도쿄 바나나 패키지와 마찬가지로 연노란색 포장지에 바나나 일러스트가 그려져 있는데, 여기에 빨간 킷캣 브랜드 로고가 찍혀 있다. 원래는 도쿄역 매장 한 군데에서만 판매하다가 지금은 온라인숍에도 내놓았다.



ⓒTOKYO BANANA


세계적인 인기 캐릭터 ‘헬로키티’가 그려진 ‘⌜긴자의 애플케이크⌟입니다’도 큰 화제를 모았다. 사과잼을 넣은 스펀지케이크 겉면에는 헬로키티 캐릭터가 그려져 있다. 그레이프스톤이 캐릭터 전문기업 산리오와 합작해 2018년 2월에 선보인 오미야게 과자 브랜드다. 이름에서 눈치 챘겠지만, 도쿄 바나나의 서브 브랜드는 아니다. ‘⌜긴자의 애플케이크⌟입니다’는 나리타공항과 하네다공항 국제선 면세점에서만 살 수 있다. 헬로키티가 해외에서도 유명한 캐릭터인 점에 착안해, 공항 면세점 주요 소비자인 외국인들에게 ‘일본 오미야게 과자’로 어필하고 있다. 서브 브랜드, 한정 판매에 이어 브랜드 콜라보레이션까지. 그레이프스톤의 오미야게 과자 사업은 계속해서 새로운 전략으로 소비자를 유혹 중이다.



ⓒTOKYO BANANA



시대의 흐름보다 ’업의 본질’을 따른다

앞서 말했듯 오미야게 과자는 판매처가 제한적이다. 우선 교토의 야쓰하시, 도쿄의 도쿄 바나나, 훗카이도의 시로이 고이비토 같은 식으로 본거지가 설정돼 있다. 해당 지역 내에서도 관광객이나 출장원이 많이 찾는 공항, 기차역, 고속도로 휴게소, 면세점, 소수의 백화점 매장을 직접 방문해야 구할 수 있다. 마트, 편의점, 드러그스토어 등에서 쉽게 살 수 없기에 귀한 대접을 받는 것이다. 메이저 제과업체 과자와의 가장 큰 차이점이 바로 거기에 있다.



ⓒ시티호퍼스


그런데 최근에는 시대 변화에 발맞춰 온라인 판매를 도입하는 오미야게 과자회사가 속속 생겨나고 있다. 클릭만 하면 무엇이든 배송되는 세상이니, 팬덤을 보유한 오미야게 과자 브랜드라면 매출 신장을 노릴 수 있다. 하지만 도쿄 바나나는 이러한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마케팅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온라인숍을 열기는 했지만 이곳에서는 쿠키, 바움쿠헨, 파이, 와플 등 다른 종류의 서브 브랜드 상품만 판다. 스펀지케이크 형태의 ‘도쿄 바나나’ 과자들은 여전히 오프라인 매장에서만 구할 수 있다.


언뜻 고집스러워 보이는 전략이지만, 이는 오히려 오미야게 과자로서 도쿄 바나나의 가치를 높여준다. 오미야게 과자의 본래 목적인 선물을 떠올린다면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이다. 아무데서나 쉽게 구할 수 있는 것, 언제든 구할 수 있는 것은 선물로서의 가치가 떨어진다. 오미야게 과자가 가치를 갖는 순간은 이 과자를 마트에서 찾을 수 없음을 알 때, 때문에 하나하나 아껴가며 먹을 때, 도쿄에 가는 지인에게 한 상자 사다 달라고 부탁할 때다.


결국 역사가 짧은 도쿄 바나나가 도쿄 과자의 대명사로 통하게 된 비결은 업의 본질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변하면서도 핵심은 변하지 않고, 매출을 키우는 동시에 희소성을 잃지 않아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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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erence

• 이 콘텐츠는 <프라하의 도쿄바나나>, 남원상, 따비 의 내용 중 일부를 재구성하여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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